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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 만화, 영화 이야기

 

"잊을 수 없는 것은 용서할 수 없다You can't forgive what you can't forget"

-Arcade Fire, Windowsill

할로윈 밤의 살아 있는 공포이자 레전드로 불리는 ‘마이클 마이어스’, 존재만으로 모든 것을 압도하는 그가 40년 전 그를 유일하게 기억하는 그녀 ‘로리 스트로드’와 다시 마주하게 되는데…(네이버 영화 소개)


할로윈 1978은 호러 영화에 있어서 슬래셔 하위 장르를 정의내린 작품이다. 흥미로운 점은 할로윈1978이 살인마를 소재로 다룬 첫번째 작품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 이전에도 살인마를 다루는 공포 영화가 있었다. 그러나 할로윈1978이 특별한 이유는 살인마 공포라는 장르 자체의 문법을 확립한 데 있다. 살인마의 존재,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희생자들, 그리고 살인마와 주인공의 사투 등 할로윈은 슬래셔 장르 서사 요소들이 등장하였다. 그리고  살인마의 등장과 살해 장면, 섹스와 고어를 한 영화 아래 뒤섞는 것도 할로윈을 통해 확립되었다. 하지만 서사 요소나 연출보다도 더 인상적이었던 것은 카펜터가 카메라를 통해 바라보는 미국 중산층이었다. 조용하지만 어딘가 텅비어있고, 어른은 존재하지 않으며 청소년들이 방탕하게 섹스를 하는 모습을 통해 카펜터는 미국 중산층의 풍경을 마치 종말을 맞이한 폐허처럼 다루었다. 이런 성적 방종을 통해 드러나는 도덕의 붕괴, 기성세대를 대변하여 징벌하는 듯한 살인마, 살아남는 주인공의 순수함 같은 시선은 살인마와 희생자의 관계에 대한 장르적 표본이었다. 그리고 할로윈의 통찰 이후로, 수많은 영화들이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이러한 장르를 따라갔다. 과거를 넘어서 미래에 일어날 장르적 특색을 먼저 정리한 작품이 할로윈이었다.

할로윈1978의 영화적 의미 이외에도 영화는 상업적으로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고, 수많은 속편과 시리즈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몇몇 작품들을 제외하면 영화는 원본의 완성도를 따라가지 못하였고, 영화는 주기적으로 리부트를 반복하면서 설정을 뒤집고 과거의 영광을 되세김질 할 뿐이었다. 그리고 여기 할로윈 레저렉션(2018)이 등장하였다. 특이하게도 이 영화는 프랜차이즈가 걸어온 모든 역사를 부정하고 자신이 할로윈 1편 이후에서 곧바로 이어지는 직계혈통임을 자처하였다. 어떻게 보면 상당히 무모한 도전이었지만, 영화는 그만한 성공과 평단의 호응을 끌어냈다.

유념해야하는 점은 할로윈 레저렉션은 애시당초에 원작을 뛰어넘고자 하는 작품이 아니다. 영화의 큰 서사 구조인 '마이클의 탈출 - 살인 - 로리 스트로드와의 마지막 결전'은 이미 1978에 완성된 구조였다. 또한 영화의 많은 컷들과 소품의 배치, 이야기의 전개, 심지어 살인 방식까지 할로윈 프랜차이즈 전체에 근거를 두고 있다. 마치 더 씽2011과 같이 큰 구조와 컷 등을 가져오면서 그 속에다 감독 자신만의 영화적인 해석을 붙이는, 속된 말로 하면 팬메이드 무비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더 씽 2011이 더 씽1982의 안주하여 프리퀼이란 지루한 아이디어에 사로잡혔다면, 할로윈 레저렉션은 원작에서 보지 못했었던 새로운 맥락과 인물들 사이의 관계성에 주목한다. 

할로윈의 특이성은 모든 슬래셔 영화의 원점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원점에는 마이클 마이어스라는 인물이 있다. 요즘같이 살인마들에게 구구절절한 사연과 슈퍼스타나 가질법한 개성이 붙어서 따라다니는 시대에 마이클 마이어스라는 살인마는 대단히 독특한 위치를 점한다. 할로윈1978에서 마이클 마이어스는 순수한 악이다. 그는 기원도 없다, 동기도 없다, 심지어 말조차도 하지 않는다. 하얀색 가면 밑에서 후욱 거리는 숨소리만 낼 뿐인 마이클 마이어스는 불가해하며 순수한 악의 존재를 그려낸다. 하지만 이렇게 '추상적인 악역'은 현실감이 없기 때문에 극에서 붕 뜨거나 난잡한 설정이 붙기 쉽다. 그러나 존 카펜터는 그러한 불가해한 악을 훌륭하게 스크린으로 옮겼다:어딘가 폐허를 연상시키는 미국 중산층 주택가의 어두운 그림자 처럼 스며들어간 마이클의 존재는 마치 처음부터 거기 존재했었던 것 같은 강력한 존재감을 과시한다. 그렇기에 '거기에 자연스럽게 존재하는 악'을 카메라 연출과 음악으로 잡아낸 존 카펜터는 순수한 악이란 추상적인 개념을 구체화 시키는데 성공하였다.

그렇다면 레저렉션2018은 어떠한가? 큰 틀에서 레저렉션은 1978에 대한 데칼코나미다:위에서도 언급하였듯이 카메라 워크, 연출, 음악 사용(존 카펜터 본인이 직접 참여한) 등이 원작에 참조를 두고 있다. 하지만 2018은 여기에 '40년의 시간'이란 맥락을 배치한다. 그리고 영화는 영리하게도 '순수한 악으로부터 살아남은 피해자는 과연 어떤 삶을 살아왔는가'라는 가해자-피해자의 관계성에 주목한다. 마이클 마이어스가 순수한 악이었다면, 그로부터 살아남은 로리 스트로드는 무엇이었을까? 과연 이 시대에 순수한 악이란 개념이 존재할 수 있을까? 영화는 변화한 시대상과 생존자에 대한 재해석을 통해 서사를 이끌어낸다.

먼저 주목할만한 부분은 '순수한 악이란 구시대적 발상'이라는 시대의 트렌드를 반영한 것이다:프로파일링과 과학적 수사의 발달로 인해, 우리는 살인마가 그저 순수한 악이나 공포가 아닌 뒤틀린 모티브를 가진 퇴행적 인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심지어 이제 살인마는 슈퍼스타인 것처럼 팬들을 갖고 있고 하나의 가십거리 처럼 소비된다.(첫 시퀸스에 등장하는 영국인 팟캐스트 방송자 둘을 보라) 마이클은 이제 평범한 고등학생 총기 난사범의 킬카운트도 못따라간다. 하지만 그럼에도 어째서 사틴 박사나 저널리스트들은 마이클에 매료될까. 그것은 바로 마이클이 순수한 악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모든 살인마는 동기를, 자신만의 수법을 갖고 있다. 하지만 마이클에게는 그런 것이 없다. 자신을 대변하려 하지도 않고, 변호하려하지도 않는다. 그는 그저 거기 있고, 살인을 할 뿐이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마이클의 살인 장면을 연출하는 방법일 것이다:영화는 슬래셔 영화에서 자주 보여지는 과장된 살인 방법이나 생존자의 사투같은 장면에 집착하지 않는다. 대신 영화는 마이클이 어떻게 평범한 일상 속으로 들어가, 평범한 일상의 도구로 인간들을 참살하는가를 롱테이크로 다뤄내고 있다. 일상의 삶이 존재하는 동시에, 그 삶이 드리우는 그림자에 조용히 침입하여 삶을 파괴하는 마이클의 존재는 어디에나 존재하는 악의 존재를 다룬다. 이런 점에서 2018년 버전은 1978의 종말론적인 풍경과는 다르지만, 일상에 자연스럽게 침투하는 모습을 드러낸 점에서 마이클의 무서움을 잘 다루었다.

그 다음으로 봐야하는 것은 생존자에 대한 재해석이다. 악으로부터 살아남은 자는 악에 메일 수 밖에 없다:악에 대한 공포, 그로 인해 파괴되는 삶. 악과 생존자는 강력한 인과관계로 묶여있다. 그렇기에 마이클은 로리 스트로드에게 집착할 수 밖에 없다. 로리는 마이클에게 있어서 완성시키지 못한 하나의 퍼즐 조각이다. 그 완성하지 못한 것에 대한 40년의 집착을, 순수하고 완벽한 악 그 자체를 보통의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오직, 그 때 그 장소에 있었던 노인들만 이해할 뿐이다. 

하지만 거기에는 순수한 악에 대한 두려움만 있는 것이 아니다. 타협할 수 없는 악이 있기에 그것을 마무리 지어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다. 악이 있다는 것을 목도한 로리 스트로드의 삶은 망가졌지만, 동시에 자신의 삶에 상흔을 남긴 마이클에 없애고자 한다. 희생자는 더이상 상처를 안고 사는 사람이 아니다. 악이 있다면, 그것은 파괴해야 한다. 구세대적인 이분법이지만, 1978년 할로윈과 2018년의 할로윈은 40년이란 시간의 간극을 통해서 이 당위성에 무게감을 실어주었다.

여기서부터 영화는 해방과 역전의 카타르시스를 제공한다. 악이 존재하더라도, 생존자는 더이상 무력하게 당하지 않는다. 생존자는 공포에 사로잡혀있지만, 동시에 사명감으로 함께 준비되었다. 최근 슬래셔 영화에서 피해자가 역으로 살인마를 떄려눕히는 경우가 왕왕 있다. 하지만 할로윈 2018는 무려 40년을 기다리고 준비해왔던 생존자의 복수극이다. 살인마가 언제 무력한 생존자를 덮칠 지를 보는 것이 아닌, 준비된 주인공과 살인마 사이의 팽팽한 긴장과 갈등을 할로윈 2018은 다루고 있다:마이클이 목을 조르면 로리는 산탄총으로 마이클의 손가락을 날려버리고, 붙잡히면 칼로 찌르는 등등 40년 전 똑같은 역할을 맡았던 배우들이(물론 마이클은 대역을 쓰긴 했지만, 진짜 마이클 역을 맡은 배우도 영화에 출현하긴 하였다) 다시 엎치락 뒤치락하는 장면들은 장르의 팬으로서 희열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최고의 절정은 로리가 시리즈의 역사를 그대로 마이클에게 되갚아 주는 클라이맥스 부분이다. 마이클과 로리가 싸우다가 로리가 창밖으로 떨어지고, 마이클이 한 눈을 판 사이 사라지는 장면은 할로윈1978의 엔딩 장면을 역할만 그대로 바꿔서 되갚은 것이다. 더 나아가 마이클의 뒤 그림자 속에 숨은 로리가 스팟라이트를 받으면서 튀어나오는 장면은 1978년 작품의 마이클 등장 장면을 역전한 것이다. 더이상 생존자가 무기력하게 당하고 생존 '당하는' 것이 아닌, 살아남는 것을 넘어서 악을 처단하는 도식을 만들어낸다. 과잉이긴 하지만 살인마가 살인을 벌이는 공간인 집에 대한 재해석도 눈에 띈다. 쇠창살 등으로 막혀있는 로리의 집은 마치 맹수인 살인마와 주인공을 한데 가둬놓는 우리cage처럼 보인다. 그러나 영화의 마지막, 그것은 살인마를 유인하고 가둬서 끝장내기 위한 준비된 함정trap이라는 것이 밝혀진다. 모든 것은 살인마에게 되갚아주기 위한 것들이었다.

결론적으로 할로윈 레저렉션은 원작에 대한 존경과 함께, 40년의 간극을 자기만의 재해석으로 채워넣은 훌륭한 작품이다. 가장 아쉬운 점은 이 영화가 이걸로 끝나는 것이 아닌, 2편의 속편을 더 만들겠다는 영화사의 발표다. 할로윈 레저렉션은 그 자체로 완결된 영화였다. 거기다 새로운 무언가를 붙이는 건 사족이다. 하지만 사족이 붙더라도, 이 영화의 가치는 시간이 지나도 빛을 바라지 않을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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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

모던 워페어 리부트가 전년 블랙옵스 4 대비 30% 이상 더 팔리면서 성공적인 런칭을 모던 워페어 리부트가 전년의 블옵 4보다 30%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면서 콜옵 시리즈 사상 최대의 런칭을 기록하였다. 콜옵의 기록 갱신은 매년 있는 일이기 때문에, 놀랍지 않은 뉴스다. 다만, 인피닛 워드가 인피닛 워페어와 그 악명 높은 고스트로 프랜차이즈 위기론을 불러 일으켰다는 점을 곱씹어 본다면 놀라운 뉴스지만 말이다. 물론  '그 전설적인' 모던 워페어의 리부트라는 점까지 감안한다면 이정도의 결과는 당연히 거뒀어야 했었다. 하지만 상업적 성공이나, 인피닛 워드가 드디어 실패하지 않았다는 점은 차치하더라도 모던 워페어 리부트는 정말로 기이한 게임이다:모던 워페어 리부트 멀티가삼고 있는 지향점이 블옵 4도, WW2도, 블옵 3나 인피닛 워페어와도 다른 무언가란 것이다.  

모던 워페어 리부트의 멀티를 논하려면, 우리는 먼저 모던 워페어 이후 콜옵 멀티가 어떠한 과정을 거쳐서 지금에 이르렀는지를 이야기해야한다:사실 우리가 익숙한 콜 오브 듀티의 멀티플레이는 모던 워페어 때 이루어진 게 아니었다. 단순했던 킬스트릭, 퍽 시스템이 세부적이지 않았던 점이나 장비 개념과 혼재되어 있던 점 등등은 우리가 익히 알던 콜옵의 멀티플레이와 크게 다르다. 심지어 요즘 콜옵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피해량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퍽들까지 존재한 것을 보면, 콜옵 멀티 문법에 대한 정의 이전의 시험작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언제부터 우리가 알던 콜옵에 가까워졌을까. 여기서 짚고 넘겨야 하는 것이 모던 워페어 2다. 모던 워페어 2는 킬스트릭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고, 퍽이 순수하게 능력치에만 영향을 미친 점, 부착그라운드 워페어로 불리는 12:12 대전의 추가 등등에서 콜옵의 큰 기틀을 다진 작품이 바로 모던 워페어 2였다.

하지만, 모던 워페어 2는 우리가 알던 콜옵에서 가장 이질적인 콜옵 중 하나였다.우선 일반적인 콜옵(적어도 블옵 이후의)의 맵디자인을 보자:플레이어가 리스폰되는 장소가 있고, 그 곳을 시작점으로 삼아 플레이어는 적이 있는 방향을 향해서 경로(레인)를 따라 달려 나간다. 그 과정에서 플레이어는 죽거나 상대를 죽이고, 죽은 사람은 일정 규칙에 따라 다시 리스폰된다. 이러한 과정을 반복하고, 반복하고, 또 반복하는 것이 콜옵의 멀티플레이였고, 그렇기에 맵리딩이 중요한 게임이었다.

모던 워페어 2가 기이한 점은 이러한 '레인'의 존재가 대단히 옅다는 것이다. 콜옵의 맵들이 레인을 감안해서 대칭된 형태의 맵구조(중앙을 중심으로 좌우로 비슷한 구조를 지닌)를 지녔다면, 모던 워페어 2의 맵들은 모두 '사실적인 축적'을 지닌 공간이었다. 또한 통로와 방, 엄폐물들, 풀숲과 같은 지형지물 등등 은폐 엄폐로 인해서 맵이 게임 플레이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많았다. 그렇기에 모던 워페어 2의 막장 벨런스는 맵디자인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심지어 어느 커뮤니티에 따르면 'FFA 게임을 들어왔더니 2명 나가고 4명이서 길리수트 입고 풀숲에 엎드려서 게임 끝날 때까지 꼼짝도 하지 않았다'라는 전설같은 증언마저 내려온 게임이 모던 워페어 2였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모던 워페어 2 멀티가 지향하고자 하는 바는 매우 분명했다:실제와 비슷하게 전장을 구현하는 것. 맵이 거대하고 사격을 할 수 있는 창문이 많거나 숨을 수 있는 공간이 많았던 점, 클레이모어나 설치물이 강세였던 점 등은 분명하게도 실제 전장과 비슷하게 플레이어의 전략적 선택지를 늘리는데 초점을 맞춘 것이었다. 하지만 전장이 커지고 선택지가 늘어나면서 제작자들이 각 요소를 통제하지 못했던 것이 모던 워페어 2의 멀티였다.

하지만 모던 워페어 2 이후로 이 경향성을 따르는 콜옵은 명백한 실패작인 고스트를 제외하고는 없었다. 모던 워페어 2의 막장 벨런스는 너무나 유명했던 나머지, 여타 콜옵 게임들이 '반면교사'로 삼아서 게임 플레이에 제약을 가할 정도였다. 심지어 자기 게임 트레일러에서도 이를 대놓고 비꼴 정도였다. 대표적인 예가 어드벤스드 워페어 멀티 플레이 트레일러에서 칼을 들고 달려드는 상대를 엑소 수츠 기동으로 뒤를 잡고 킬을 올리는 장면이었다. 이는 분명 모던 워페어 2에서 권총+칼만 들고 달리기로 근접전 킬만 올리는 닌자 플레이에 대한 비꼬기였다. 이와 같이 모던 워페어 2의 성공은 콜옵식 멀티의 가능성을 열어놓은 동시에, 폐단도 함께 만들어낸 문제작이었다.

모던 워페어 리부트 멀티의 흥미로운 점은 상대적으로 인피닛 워드의 발언권이 약했던 모던 워페어 3(당시 대부분의 인력이 리스폰으로 유출됨)나 인피닛 워페어(고스트의 실패 이후, 블옵 3를 안정적으로 따라가고자 함)가 아닌 모던 워페어 2의 멀티 벨런스를 잘못 이어받았던 고스트에 가깝다는 것이다. 고스트에 들어서 맵의 크기나 복잡도는 모던 워페어 2의 배로 늘어났고, 장거리 교전이나 틀어박혀서 게임을 플레이하는데 도움이 되는 퍽이나 무기들 역시 늘어났다. 고스트의 멀티, 특히 팀데스매치의 경우에는 콜옵 답지 않게 정적인 플레이를 보여주었다.

다행히도 모던 워페어 리부트 멀티플레이는 고스트의 큰 기조(커지고 복잡한 맵, 장거리 교전의 이득, 움직이기 보다 포인트를 잡고 싸우는데 이로움)는 따르고 있다. 물론 모던 워페어 리부트만의 변화점도 있다. 일단 미니맵과 총격음 지시창을 분리하여서 적의 위치를 미니맵에서 곧바로 파악하기 힘들게 만든 점, 전반적으로 총기의 데미지를 올려서 TTK(Time to Kill, 적을 죽이는데 들어가는 시간)이 짧아지게 한 점 등은 '한 방 한 방이 치명적인 긴장감 넘치는 전장'을 구현하였다. 

모던 워페어 리부트 멀티가 벨런스가 가장 개판이었던 고스트와 모던 2 시절에 기반하고 있긴 하지만, 고스트와 모던 2의 실패를 그대로 따라가지는 않는다. 유탄이나 아킴보 샷건 같은 게임 플레이를 파괴하는 요소도 없고, 무엇보다 제작진들이 게임 플레이에 대해서 끊임없이 피드백을 받고 개선 하는 모습은 긍정적이다.725 샷건이나 클레이모어 너프 등은 이러한 개선의 결과물이다.

하지만 콜옵 모던 워페어 리부트에서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바로 '팀플레이의 강조'다. 블옵3와 4에서 보여줬던 특수 능력이 모던 워페어 리부트 멀티에서도 나타나는데, 이 특수능력들의 상당수가 직접적으로 킬을 따는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예를 들어 탄약 보급이나 방탄 패널 설치, 감지 드론 조작 등이 그 예가 될 것이다. 

이러한 팀플레이의 강조는 기존 콜옵과는 모순되는 부분이다:콜옵은 기본적으로 '내가 얼마나 빛나는가'가 핵심인 게임이었고, 킬스트릭 시스템은 '개인의 성과=더 강력한 보상'으로 이어지는 구조였다. 그런데 여기서 모던 워페어 리부트는 팀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다소 모순된 태도를 취한다. 심지어 이러한 기조를 이어가기 위해서 여타 콜옵에서 볼 수 없는 파격적인 조치(리스폰 시 보유하는 탄창 수를 줄인다던가, 미니맵과 지시기 ui를 분리해 색적 성능을 반토막 낸 점 등)를 단행하였다.

사실 이러한 변화들은 전통적인 콜옵의 멀티플레이(팀 데스매치, 점령, 수색 사살, 확인 사살, 사이버 공격 등등)를 겨냥한 것이 아니었다. 황당하게도, 이번 모던 워페어 리부트는 전차가 등장하는 32대32 대규모 그라운드 워페어 모드를 도입하였다. 오픈 베타를 하지 않았던 필자로써는 매우 당황스러운 경험이었다. 애시당초, 탈 것이 등장하는 대규모 전투라는 개념은 배틀필드 프랜차이즈가 독점하던 것이었고, 콜옵은 오랫동안 배틀필드가 하지 못했었던 소규모 난전을 멀티로 옮기는데 집중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콜옵이 팀플레이에 특화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킬스트릭을 쓰는 것은 플레이어 개인이고, 상대를 죽이는 것도 플레이어 개인이다. 이러한 게임 플레이를 전제하고서 탄환을 보급하고, 상처를 치료하고, 전선을 유지하는 등의 협업을 이루기는 힘들다. 실제 모던 워페어 리부트의 경우, 이러한 협업 요소는 '그라운드 워페어를 만들려고 하다보니, 어쩔 수 없이 끼워넣었다'라는 티가 역력하게 난다. 보급 상자의 존재가 대표적인 예인데, 보급 상자를 한번 깔아두면 배틀필드 처럼 계속해서 보급을 받는 것이 아니라 한 번 보급받고 리스폰될 때까지 그 상자에서 보급을 못받는 다소 황당한 구조를 취하고 있다. 물론 일반적인 6대6, 12대12 멀티플레이에서도 동일한 기능을 쓰는 만큼 탄약+장비 재보급이 벨런스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애시당초에 6대6과 12대12, 그리고 32대32가 같은 퍽, 무기, 로드아웃, 특수 능력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모던 워페어 리부트는 치명적인 오판을 범하였다.

게다가 TTK가 낮아진 점, 미니맵이나 색적이 힘들어진 점들이 겹쳐지면서 배틀필드 같은 본인이 실제 플레이 했던 그라운드 워페어는 뭔가 형용할 수 없는 이상한 플레이었다. 적들은 계속해서 기어나오지만, 어떤 방향을 두고 게임이 진전되기 보다는 우왕좌왕하고 있었고, 건물이나 엄폐할 수 있는 구조물들이 너무 많아서 돌진하다가 의문사 당하는 일은 부지기수로 일어났다. 그라운드 워페어 자체는 킬을 올리는 것이 목표가 아닌 깃발을 점령해야 하는 구조인데, 모든 플레이어들이 깃발을 점령하러 나가기는 커녕 구석에서 자리잡고 클레이모어나 지뢰를 잔뜩 깔아둔채 쪼기만 하고 있으니 게임이 정상적으로 진행되는 꼴을 볼 수 가 없었다. 배틀필드에서도 점령하라는 거점은 점령안하고 뻐기는 플레이어들이 있는데, 콜옵 같이 킬 중심의 개인 플레이 게임에서 일반 공개 게임에서 협동은 거의 불가능한 수준이다.

물론 6대6이나 12대12 같은 전통적인 게임 플레이는 거대한 전장에 대한 호불호의 갈림이 있겠지만, 그럭저럭 즐길만한 수준이다. 리얼리즘 모드 기믹이나 야간전 기믹은 나름대로 즐길만하다. 하지만 32대32 플레이는 그야말로 배틀필드의 하위호환이며, 콜옵의 정체성을 흔드는 기괴한 무언가라고 볼 수 있다. 캠핑하면서 수많은 플레이어들을 죽이고 킬스트릭을 올리는데 집중한다면, 그라운드 워페어는 그러한 플레이어들에게 이상적인 모드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플레이가 그라운드 워페어라는 모드 목적에 걸맞게 진행된다고는 전혀 볼 수 없다. 그런 점에서 그라운드 워페어는 콜옵 역사상 가장 논쟁적인, 혹은 가장 실패한 시도라고 평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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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

 

브레이크 포인트라는 게임은 올해 나온 게임들 중에서 가장 놀라운 게임이다. 그것은 게임이 너무 못만들어졌기 때문에 올해를 대표한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는 10여년 쯤 서구 주도의 트리플 A 콘솔 게임이라는 개념이 자리잡기 시작하면서 분명 지나쳐 버린 실패들(모든 좋은 것들을 다 섞어놓으면 더 좋은 것이 된다!)을 2019년에 와서 다시 보았기 때문이다. 그것도 유비 소프트 같이 자사 프랜차이즈들의 실패와 성공을 내부적으로 철저하게 벤치마킹하는 회사에서도 말이다. 물론 글 말미에 좀 더 본격적으로 다룰 예정이지만, 이것은 유비 소프트가 오랫동안 슈터+오픈월드의 큰 방향성을 잡지 못한 점도 클 것이다.

 

일단 고스트 리콘:브레이크 포인트는 설명하기 참으로 난해한 게임이다. 콘탠츠의 양으로 생각한다면 이정도 분량의 게임을 2년만에 만들어낸건 대단하다 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게임의 퀄리티다. 비유하자면 3개 정도의 트리플 A 게임의 콘탠츠 구성을 약 A급 미만의 질로 담아서 뒤섞은 결과가 C급의 버그와 완성도를 가진 게임되었다 라고 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가장 극명하게 드러내는 것이 UI다:브레이크 포인트의 UI는 게임이 갖고 있는 엄청난 정보량을 소화하지 못한 채, 플레이어에게 시각적으로 올바른 정보를 제공해주지 못하고 있다. 또한 몇몇 정보들은 과도하게 스크린을 가리기도 하고, 때때로는 플레이어가 필요로 하는 정보를 생략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서 어떤 것이 게임이 의도하고 플레이어가 직접 찾도록 만드는 것인지 아닌지를 혼란스럽게 한다.

 

메인 미션 보드의 UI를 보면 브레이크 포인트의 문제가 명확하게 다가온다. 브레이크 포인트는 범죄 수사물의 화이트 보드의 경치를 게임 미션 UI의 형태로 구현하였다. 문제는 브레이크 포인트에서 플레이어는 자신이 원하는 미션을 찾기 힘들다는 것이다. 게임은 시계열이나 어떤 특정한 순서가 아닌 인물과 사건의 관계도 형태로 UI와 미션을 배치하고 플레이어가 스스로 찾아보게끔 하였기 때문에 직관과는 거리가 멀다. 심지어 게임 내에 존재하는 사진 인물 중에서 약 30% 정도는 관련 미션 없이 순수하게 '배경'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혼선을 초래하기 쉽다. 설령 자신이 원하는 인물의 미션을 찾았더라도 문제는 끝나지 않는다. UI 내에 상호작용할 수 있는 객체가 상당히 많고, 플레이어에게 계속 읽어보라고 알림을 띄우고 있기 때문에 난잡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브레이크 포인트의 모든 문제는 메인 미션 UI의 연장선상이다:무언가 다양한 것을 배치하고, 플레이어가 자유롭게 구성하게끔 만들려 하지만 정작 게임 내 콘탠츠들은 플레이어의 의식의 흐름에 맞춰져 있기 보다는 게임의 내적인 흐름에 전적으로 맞춰져 있다. 하지만 문제는 브레이크 포인트의 내적 논리는 게임 스스로도 갈팡질팡한다는 것이다. 뭔가 중요한 듯이 들어간 서바이벌 요소와 크래프팅 요소가 실제로는 거의 쓰이지 않는다는 점이나(물통과 식량이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자사 디비전 2와 다르게 성장이 체감조차 안되는 레벨링 시스템 등등은 브레이크 포인트가 방향성을 잡지 못했다는 것을 방증하는 부분이다.

 

흥미로운 점은 브레이크 포인트가 지향한 부분이 레드 데드 리뎀션 2와 같은 '의도된 불편함'과 맥이 닿아있다는 것이다. 탐험 모드와 안내 모드의 분리 같이, 브레이크 포인트는 플레이어가 직접 맵을 읽고 스스로 갈 곳을 정하게 만들려 하였다. 서바이벌 요소나 크래프팅 같은 부분도 플레이에 의도적인 제약사항을 가해서 좀 더 총체적인 경험('지원 없이 고립되어 임무를 수행하는 고스트')을 이루고자 하는 부분이었다고 생각한다면 납득이 안되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무엇이 브레이크 포인트와 레드 데드 리뎀션 2 사이의 성패를 좌우했을까. 두 게임의 차이점은 바로 '총이라는 도구가 레벨 디자인에서 갖는 의미'를 어떻게 받아들였냐 였다. 레드 데드 리뎀션 2는 애시당초에 총으로 '무언가를 하는 것'이 핵심적인 게임이 아니었기 때문에 레벨 디자인에서 무언가 특출난 구성을 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브레이크 포인트의 경우, 스테이지에 따라서 저격, 잠입, 강행돌파, 동료 플레이어 지원 등의 다양한 상황들이 발생하며, 이러한 상황을 해결하는데 있어서 핵심적인 도구는 바로 '총'이다. 

 

브레이크 포인트의 문제는 총이라는 도구가 만병지왕이라 일컬어질 정도로 다루기도 쉽고 강력한 성능을 자랑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그렇기 때문에 '총이라는 도구의 특성을 살리는 레벨 디자인'은 사실 고도의 숙련도를 요하는 부분이다. 브레이크 포인트와 반대로 작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오딧세이의 사례를 떠올려 보면 좀 더 이러한 특징이 두드러 질 것이다. 오리진과 오딧세이의 양 연타로 어크 시리즈는 유니티의 부진을 딛고 올라서는데 성공하였는데, 레벨링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브레이크 포인트에도 있었던 탐험 모드를 도입함으로써 유비 소프트의 오픈월드 게임 제작 노하우를 한 껏 끌어올린 우수 사례로 기억되었다. 이는 '장비를 통해서 강해진다'라는 레벨업의 개념이나 콘탠츠의 배치 등이 냉병기라는 도구에 걸맞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사실 브레이크 포인트의 게임 플레이 문제는 이미 파크라이 5나 뉴 던에서 겪었던 문제이기도 하고, 와일드 랜드에서도 경험했던 문제고, 더 거슬러 올라간다면 파크라이 4, 3, 그리고 최초의 2편까지 경험했던 문제다. 엄밀하게는 브레이크 포인트의 게임 플레이는 파크라이 2의 연장선에 지나지 않는다:전초기지가 존재하고, 오픈월드 상의 빈 공간은 전초기지 자체를 돌려보기 위한 회전판의 역할을 한다. 파크라이 2에서 등장한 잠입이나 총격전 플레이의 개념은 파크라이 3로 계승되어 지금까지 내려왔다.

 

문제는 이러한 구조가 잘 작동하지만, 너무나 오랫동안 반복되어 재생산되었다는 것이었다. 파크라이 4와 5를 거치면서, 플레이어들은 유비 식 오픈월드 슈터라는 것이 파크라이 2 식의 야생이라는 것을 눈치채었다. 비슷하게 파크라이 2의 영향을 어느정도 받았지만 레벨 디자인이나 잠입 이라는 본질에는 충실하였던 메탈 기어 팬텀 패인을 생각한다면, 유비 소프트가 지나치게 2에 안주한 것도 문제였긴 했다. 그러나 파크라이 2를 대체할만한 새로운 명제는 그렇게 쉽게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팬텀패인이 몇십년 간의 잠입 게임 디자인을 통해서 잔뼈가 굵은 디렉터가 만들어낸 작품이란 걸 생각한다면, 유비소프트 식의 개발론과는 상충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더이상 파크라이 2의 레벨 디자인이나 콘탠츠 디자인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유비 소프트는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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