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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
 
 
*마이티, 슈페리어 난이도까지 클리어하고 쓰여진 리뷰입니다.
 
오락실 문화를 기억하고 연식이 오래된 사람들이라면 건틀랫, 파이널 파이트나 에일리언 대 프레데터, 퍼니셔, 베어너클, 닌자 베이스볼 배트맨, 던전 앤 드래곤 2:쉐도우 오브 미스타라 등의 대표작으로 유명한 벨트 스크롤 아케이드 장르(북미쪽 용어로는 빗 뎀 업Beat Them Up를 알 것이다. 여러명의 플레이어가 일직선형의 스테이지를 진행하면서 적들과 격투를 벌이고, 강력한 보스와 싸워 나가는 벨트 스크롤 아케이드 게임은 한 때 오락실의 한 구석을 차지하였던 터줏대감이었다. 여러명의 플레이어가 힘을 합쳐 수없이 몰려오는 잡몹들을 쓸어담고 강력한 보스를 때려잡는 쾌감이 이 장르의 주요한 매력이었다. 하지만 아케이드 문화가 쇠퇴하고 게임 시스템의 물리적 기변이 크게 변하면서 벨트 스크롤 아케이드 게임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정확하게는 장르의 특징들이 지금의 장르로 넘어오면서 다양한 기믹과 시스템으로 분절 되었다고 보는 것이 적절하다.
 
하지만 엉뚱하게도 벨트 스크롤 액션 장르의 경험을 2019년에 되살린 게임이 있었다. 바로 이번에 리뷰하게 된 마블 얼티밋 얼라이언스가 그 주인공이다. 마블 얼티밋 얼라이언스 3는 개발 과정에서부터 뒷 이야기가 많은 게임이었다. 얼티밋 얼라이언스 1편이 평단과 대중들에게 찬사를 받았지만, 2편이 그저 그런 평가와 함께 사라지면서 정식 후속작은 근 10년 가까이 나오지 않았다. 흥미로운 점은 마블이 끊임없이 얼티밋 얼라이언스의 시스템을 방계 작품(마블 퓨처 파이트 같은 것들이 대표적인 사례다) 등에 이식하였으면서도 후속작 이야기를 공개적으로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마치 마블이 '얼티밋 얼라이언스에 부합하는 이상적인 모델'이 아직까지 등장하지 않아서 계속 준비하고 기다리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여기서 닌텐도 스위치가 등장한다:게임 인포머와의 인터뷰에서 닌텐도는 마블에게 스위치의 프로토 타입을 시연할 기회가 있었고, 마블은 스위치를 보고 난 뒤 10년 가까이 잠자고 있었던 얼티밋 얼라이언스 3 프랜차이즈의 재가동을 결심했다고 하였다. 어떤 점에서 스위치가 얼티밋 얼라이언스에 이상적인 콘솔인지에 대해서 구체적인 이야기는 언급되지 않았다. 하지만 후술할 분석과 스위치라는 하드웨어의 특수성에 비추어 보았을 때, 마블이 생각하는 얼티밋 얼라이언스의 지향점은 하드코어한 게이머들과는 다른 무언가라고 판단할 수 있다.
 
리뷰에 앞서서 언급해야하는 전제가 있다:마블 얼티밋 얼라이언스 3는 B급 게임이다. 최근 트리플 A 게임에서 찾아볼 수 있는 영화적 연출이나 QTE, 게임에 몰입할 수 있게끔 만드는 섬세한 시스템 등은 이 게임에서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마블 얼티밋 얼라이언스 3는 노골적으로 이러한 최근의 트랜드들을 무시한다. 오히려 게임은 트리플 A 특유의 고풍스럽게 포장되어 있는 기교보다도, 노골적이고 값싼 재미를 추구한다는 것을 거침없이 드러낸다. 그러한 팀 닌자와 코에이 테크모가 이 노골적이고 값싼 재미를 추구하기 위해서 들인 기교는 전혀 '싸구려'가 아니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마블 얼티밋 얼라이언스 3는 전반적으로 값싼 경험임에도 불구하고 오래도록 플레이할 수 있는 가치를 가진 게임이 되었다.
 
마블 얼티밋 얼라이언스 3는 전작들이 그랬듯이, 다양한 마블 만화에서 등장한 케릭터들로 4명의 팀을 구성하여 적들과 보스를 물리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각 케릭터들의 무브셋은 기본적인 약공격과 약공격인 콤보 피니쉬, 강공격, 공중 공격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스킬셋은 R버튼+X,Y,A,B 조합으로 4가지의 스킬을 발동시킬 수 있다. 플레이어는 게임 중 십자 버튼을 이용해서 각 버튼에 대응되는 케릭터를 조작할 수 있고, 때와 장소에 따라서 조작 케릭터들을 적재적소에 바꿔가면서 게임을 풀어나간다. 게임은 일직선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사실상 게임에서 신경써야 하는 것은 적들을 스킬을 써서 물리치는 것 뿐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본다면 마블 얼티밋 얼라이언스 3는 단순하고 특성없는 맥빠진 게임으로 느껴진다. 할 수 있는 건 일직선 스테이지를 진행하는 것뿐이고, 액션 RPG라 하지만 다양한 스킬이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팀닌자와 코에이 테크모는 여기에 몇몇 변주를 넣음으로써 독특한 게임을 만들어 냈다. 
 
 
첫번째 차별점은 게임 내의 적들의 호전성과 내구성이다. 몇몇 플레이어들은 코에이 테크모가 개발을 전담하였기 때문에 무쌍의 DNA가 필연적으로 들어 갔으리라 추측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무쌍 특유의 '아무것도 안하면서 몇대 툭툭 치면 곧바로 골로가는 적들'이라는 이미지와 달리 마블 얼티밋 얼라이언스 3의 적들은 대단히 단단하며 호전적이다. 일반 적들은 체력이 낮고 플레이어의 일반 공격에도 경직이 걸리지만, 압도적인 물량과 잦은 공격으로 플레이어를 압박한다. 하지만 일반 적들보다 문제가 되는 건 강적이다. 이들은 보스에 비해서는 약하지만 기본적으로 슈퍼 아머 상태(브레이크 게이지)이고, 슈퍼 아머를 깨기 전까지는 플레이어 입장에서도 억소리가 나오는 강력한 공격을 가해온다. 그렇기 때문에 마블 얼티밋 얼라이언스 3는 무쌍 시리즈와 달리 적들 20~30명과 싸우는데도 상당한 난이도를 느낄 수 있다.
 
심지어 등장하는 적들의 세력에 따라서 공격 패턴이 달라진다. 예를 들어, A.I.M의 적들은 기본적으로 사격 빈도가 높고, 강적의 경우 화염 장판을 깔거나 화염을 방사하거나 화염구를 날려서 플레이어를 압박한다. 하지만 하이드라의 경우, 일반 적이 사격 빈도가 낮은 대신, 강적들이 전기 속성의 공격을 가해와서 플레이어를 스턴에 걸리게 만는다. 센티넬은 보스급 몸집에 강력한 전기 속성의 빔 공격을 가하지만, 쓰러뜨리면 폭발하는 동력 코어를 떨어뜨린다. 일단 스토리 모드에서는 한번에 한 팩션의 적들만 나오기 떄문에 크게 어려울 것은 없지만, 팩션별 적들이 교차해서 조합하는 인피니티 리프트에서는 골때리는 상황을 종종 마주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자폭하는 센티넬이 나오는데 하이드라의 강적들이 플레이어를 전격으로 스턴을 먹여서 한 방에 플레이어 케릭터들을 한꺼번에 골로 보내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일반 적과 강적들은 보스전에 비교하면 약과라 할 수 있다. 흥미롭게도, 마블 얼티밋 얼라이언스 3가 보스전 디자인에 참조 한 것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등의 MMORPG의 보스 레이드다:강적과 같이 슈퍼 아머가 달린 강력한 보스가 공격에 다양한 패턴을 쓰고, 보스가 깔아둔 설치물들이나 투사채 등을 피하면서 보스를 공략해야 한다. 이정도까지면 액션 게임에 MMORPG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바닥 깐 거 좀 피하세요 아'라는 귀찮은 요소를 섞은 것 처럼 보이지만, 제작자들은 바닥 이외에도 MMORPG에서 쓰인 다양한 기믹을 게임에 녹여놓는데 성공했다. 
 
예를 들어보겠다:도르마무 전에서는 플레이어는 한 명이 암흑 크리스탈을 들고 적의 공격을 받아가면서 크리스탈을 충전하고 도르마무의 방어막을 깨야 한다. 만약 제대로 방어막을 깨지 못하면 공대 전멸기를 쓰듯이 도르마무가 파멸적인 피해를 플레이어에게 입힌다. 게임은 이런식으로 보스전 곳곳에 자잘하게 다양한 기믹이나 보스 패턴, 더 나아가서는 플레이어의 역할 분담을 요구하는 등의 공략을 요구한다. 그래도 게임이 장르 본질을 잊지는 않았는지 크게 어렵지는 않지만 신경을 써야하는 부분들이 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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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너지 조합 리스트(간단), 상세 버전, 케릭터별 시너지 조합 여부 자료
 
 
이렇게만 본다면 '영웅 4명에 스킬 4개 갖고 어떻게 되는 구조가 아니잖아?'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하지만 모든 좋은 게임들이 언제나 그랬듯이, 마블 얼티밋 얼라이언스 3는 플레이어에게 해결이 어려운 문제를 던져주고 그것을 능가하는 강력한 해결책을 동시에 제공한다. 이 경우에는 시너지와 얼라이언스 익스트림 어택일 것이다. 우선 시너지부터 이야기해보자:시너지는 ZR+X,Y,A,B 버튼으로 발동할 수 있거나 다른 케릭터가 스킬을 사용할 때 A버튼을 눌러서 참여할 수 있다. 그렇게 되었을 때 게임은 각각의 스킬 판정 범위가 겹쳐지는 경우 정의된 시너지 효과를 발동시킨다. 스킬의 속성에 따라서 되는 조합이 있고 안되는 조합이 있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케릭터의 스킬을 보고 팀 조합을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시너지 공격이라는 개념은 이미 전작에도 있었다. 그러나 전작에서 스킬의 조합이 결국은 비슷비슷한 효과들로 점철되었던 것과 비교하였을 때, 마블 얼티밋 얼라이언스 3의 스킬 조합은 개성적이고 파괴적이다. 시너지 공격은 기본적으로 잡몹의 경우에는 크게 날려버리거나(슬램+슬램), 위로 크게 띄워버려(라이징+라이징) 간이 CC기 처럼 사용할 수 있으며, 기존 스킬들의 판정을 보스나 강적에게 겹치게끔 만들고 시너지 딜까지 누적(세이프 가드+빔, 러쉬+빔/래피드 파이어)해서 무지막지한 딜을 뽑아내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응용이 가능하다. 특히 각 스킬별로 설정되어 있는 데미지나 슈퍼 아머를 부수는 능력의 척도인 브레이크 성능을 활용하여, 강적들이나 보스의 슈퍼 아머 게이지를 쉽게 줄여나갈 수 있다.
 
또한 얼라이언스 익스트림 어택이 있다:얼라이언스 익스트림 어택은 무쌍 시리즈에서의 무적 필살기인 무쌍과 유사하다. 그러나 무쌍 시리즈의 그것과 다른 점은 4명의 팀원들이 참가할 수록 데미지 전체가 뻥튀기 된다는 점이다. 4명이 동시에 익스트림 어택을 가하는 얼티밋 얼라이언스 익스트림 어텍은 데미지뿐만 아니라 시각적인 관점에서도 대단히 만족스러운데, 4명의 필살기가 모두 작열해서 만들어내는 혼돈스럽고 파괴적인 광경은 플레이어가 적을 싹쓸어버린다는 쾌감을 안겨준다.
 
물론 항상 시너지 공격과 얼라이언스 익스트림 어택을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시너지를 발동시키기 위한 스킬은 EP가 있어야만 쓸 수 있고, 얼라이언스 익스트림 어택 게이지는 플레이어가 피격되거나 적을 공격했을 때 조금씩 차오른다. 플레이어는 강력한 딜을 뽑아내기 전까지는 통상공격(공중 공격, 약공격-콤보 피니쉬, 강공격)을 최대한 활용해서 EP와 얼라이언스 익스트림 어택 게이지를 채워야 한다. 즉, 게임은 플레이 흐름에 있어서 전반적인 강약 흐름을 부여하고 있는데, '강:시너지/익스트림 어택을 가한다' - '약:소비된 자원을 채우기 위해 통상공격을 최대한 활용한다' - '강:기회가 될 때 다시 시너지/익스트림 어택을 가한다' 식으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흐름에 강약을 부여하는 것 외에도 독특한 변수가 게임에 개입한다. 그것은 바로 협동 플레이다. 협동 플레이를 하게 되면 솔로 플레이보다도 많은 변수들을 만들어낼 수 있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지만 시스템은 시너지의 정의를 'ZR+X,Y,A,B로 발동하는 것'이 아닌 '시너지 속성이 부합하는 두 스킬이 판정이 겹쳐진 경우'로 두었다. 물론 ZR+X,Y,A,B 는 EP 소모가 심하긴 하지만 AI 플레이어에게 신호를 보내서 확실한 시너지 공격을 성립시킨다. 하지만 복수의 플레이어가 존재한다면 타이밍에 맞춰 스킬을 발동시켜 판정을 겹치게 하는 것으로도(두 플레이어가 R+X,Y,A,B로 스킬을 발동시키고 판정을 겹치게끔 하는 것) 시너지를 발동시킬 수 있다. 
 
이러한 시너지의 광범위한 정의는 게임에서 협동의 요소를 큰 폭으로 넓혀뒀다. 예를 들어, 러시 속성의 스킬로 울버린 플레이어가 공격을 시작하면 데어 데빌 플레이어는 러시 속성 공격을 발동시켜서 광역 공격을 발동시키고, 엘사 플레이어는 원거리에서 래피드 파이어 속성 공격을 발동 시켜서 2개의 시너지 효과(러시+러시, 래피드 파이어+러시)를 동시에 일으킬 수 있다. 데미지는 기존 시너지 발동과 차원이 다른 수준이다. 더 나아가서 얼라이언스 익스트림 어택의 경우도 서로 다른 특성을 지닌 공격을 순차적으로 발동하여 효율을 극대화시킬수도 있다. 모든 일반 적과 강적들을 끌어들이는 매그니토의 익스트림 어택을 발동 시킨 뒤, 나머지 케릭터들의 익스트림 어택을 한꺼번에 발동시켜 화력을 집중하여서 적들을 한꺼번에 쓸어버리는 것도 가능하다. 이와 같이 게임은 혼자서 할 때보다 다른 플레이어를 끌어들여서 했을 때, 더 많은 전략의 유연성이 생겨나게 된다.
 
게임 플레이 측면에서 마블 얼티밋 얼라이언스 3는 적은 예산으로 만들어진 것이 티가 나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 힘을 줘야할 곳과 안줘도 되는 부분을 최대한 단순하게 정리한 게임이라 할 수 있다. 그 대신, 기본적으로 코옵으로 플레이할 수 있는 부분에 많은 방점을 찍었다.(시너지 공격과 얼라이언스 익스트림 어택 등) 이러한 작품이 만들어진 이유는 마블이 얼티밋 얼라이언스라는 게임 프랜차이즈의 본질을 '단순하지만 여러 명이서 함께 즐길 수 있는 게임'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스위치를 고른 이유도 스위치가 한 시스템으로 두명의 협동 플레이를 지원한다는 점, 그리고 휴대 기기의 성능을 활용해 오프라인 코옵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한 포인트였을 것이다. 벨트 스크롤 액션 게임의 감수성이 몰려오는 적들을 가벼운 콤보 등을 이용해 물리치는 것과 여러명의 플레이어가 같이 플레이하는 것 이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마블 얼티밋 얼라이언스 3는 이 장르의 정통 후계자라 할 수 있다.
 
 
물론 마블 얼티밋 얼라이언스 3는 단순히 그 시대의 감수성을 살리는 것에 천착하지 않는다. 시대가 변한 만큼 게임은 RPG 다운 성장과 육성 시스템도 도입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게임은 레벨링과 스킬 업그레이드, 팀 전체에 부여할 수 있는 패시브 등을 지원하지만 일방향 적인 성장이기 때문에 다양성을 준다고 보기는 어렵다. 대신 게임은 ISO-8이라는 장비품을 통해서 케릭터를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택했다. ISO-8은 RPG로 치면 장비와 같다고 할 수 있는데, 단순히 스탯을 올려주는 것을 넘어서 케릭터의 성능에 변화를 주는 다양한 패시브 효과를 제공한다. 강공격의 데미지를 올려주거나 속성을 부가하는 ISO-8이 있기도 하며, 적에게 노려질 확률을 올리거나 경험치 증가, 레어 장비 획득, 특정 조건에서 EP/HP 회복 등의 조건을 가진 ISO-8들이 많다. 가장 눈여겨 봐야하는 것은 두가지 ISO-8의 성능이 합쳐진 무지개 색의 ISO-8인데, 이걸 파밍할 정도가 되면 케릭터 세팅이 완성되는 단계라 이 게임에 있어서 엔드 콘텐츠라 할 수 있다. 
 
레벨링과 스킬 업그레이드, 팀 패시브,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ISO-8 파밍은 자연스럽게 노가다로 귀결된다. 하지만 스토리는 중간 중간 컷씬이 많고 어떤 것을 얻을지 모른다는 문제가 있는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등장한 것이 바로 인피니티 트라이얼이다. 인피니티 트라이얼은 기존 스토리 모드에서 특정한 스테이지나 보스전을 때와서 다양한 조건을 걸고 플레이하는 모드로, 파밍의 기본이 되는 모드라 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보스전에 강적이 난입하는 것도 모자라 보스가 추가로 두명이 더 있다던가, 시너지 이외에는 어떤 공격도 먹히지 않게끔 조정한다던가, 시간이 지날수록 체력이 달아서 없어지게끔 한다던가 등의 다양한 보정이 걸려있기 때문에 한번 한 게임을 반복한다는 느낌 없이 지루하지 않게 만들어준다.
 
전반적으로 게임 퍼포먼스는 문제가 없는 편이다. 시너지나 익스트림 어택이 들어갈 시에 프레임이 급격하게 하락하는 구간들이 있지만, 이 부분 때문에 게임이 진행이 불가능하거나 그런 일은 없다. 다만 문제는 퍼포먼스 쪽보다는 카메라다. 게임은 이전작들 처럼 먼거리에서 카메라를 잡는 클래식 카메라와 플레이어 등 뒤에서 카메라 시점을 잡고 3인칭 액션 게임을 하듯이 구성한 히로익 카메라로 두가지 카메라 모드를 설정하였다. 하지만 어떤 쪽이든 카메라가 구석에 끼어서 버벅거리거나, 벽에 부딪혀서 갑자기 카메라가 이상한 방향을 바라본다던가 등의 문제가 있다. 아마도 패치로도 고쳐질 수 없는 부분으로 보여지는데, 게임 전반적인 완성도와 별개로 이상한 부분에서 게임 재미를 깎아먹는 점은 매우 아쉽다.
 
결론적으로 마블 얼티밋 얼라이언스 3는 훌륭한 B급 게임의 표상이다. 게임은 분명 싸게 만들어졌지만, 들어가야할 것들은 모두 들어가 있고, 시스템을 크고 거칠게 굴리는 대신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둠으로써 코옵 등을 통해서 새로운 무언가를 계속해서 연구하는 재미도 있다. 물론 무쌍 시리즈를 만든 회사의 작품인 만큼 무쌍이 일정 부분 겹쳐보이긴 하지만, 마블 얼티밋 얼라이언스 3는 무쌍과는 색다르며 계보가 다른 게임이다. 여러 명과 함께 즐기거나, 반복적인 플레이를 원하는 플레이어라면 마블 얼티밋 얼라이언스 3는 충분히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게임 이야기

 

*스위치 및 PS4 버전으로 쓰인 리뷰입니다.

 

모탈컴뱃은 30 가까이 장수한 게임 프랜차이즈다. 물론 프랜차이즈 특유의 정성 넘치는 고어 연출 덕분에 북미 게임 심의 제도 설립에 혁혁한 (?) 세우기도 하였지만, 프랜차이즈가 오랜 기간 동안 팬들의 사랑을 받았을 있었던 것은 잔인성을 뛰어넘은 게임으로서의 매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모탈컴뱃 2011 원작으로의 회귀를 선언한 , 모탈컴뱃 시리즈는 대규모 자본이 투입된 트리플 A 격투 게임이라는 희귀한 위치를 점하였고, X 때는 누적 판매량 1100만장이라는 진귀한 기록을 세우면서 모탈컴뱃이 잔인함을 넘어서 격투 게임으로써도 완성도 있는 게임이라는 것을 증명하였다. 그리고 흥미롭게도 이러한 성공은 일본 격투 게임의 흐름 계보와 차별화된 모탈컴뱃 만의 독자적인 노선에 기반하고 있다.
 
흔히 사람들은 격투게임으로 모탈컴뱃만의 특징들로 선입력과 버튼가드를 꼽는다. 물론 게임 플레이에 시스템은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버튼 가드 덕분에 역가드 공방이 성립되지 않고, 선입력 시스템 때문에 상대적으로 콤보 입력 난이도가 여타 격게에 비해 낮은 편이다. 하지만, 시스템만으로는 모탈컴뱃 시리즈의 공방 흐름을 정확하게 설명하기는 힘들다. 시스템을 제외하더라도 모탈컴뱃의 흐름은 어딘가 일본식 격투 게임의 흐름과 비슷하면서 다른 무언가가 있다. 하지만 공통점과 차이점을 구체적으로 짚어내는 것은 매우 힘들다. 이는 모탈컴뱃의 출발이 스트리트 파이터 2라는 전설적인 일본 격투 게임에서 시작하였지만, 30년의 역사를 통해서 사소한 디테일들에 변주들을 더해가면서 자신만의 게임 플레이를 구축하였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모탈컴뱃 게임 플레이의 특수성을 논할 , 사소한 디테일에서 비롯되는 차이점을 기술하기 보다는 격투게임의 장르틀에서 게임을 접근하고 각각의 디테일의 차이가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를 접근하는 것이 올바르다. 격투 게임 장르를 단어로 요약하자면 판단과 상성이다:기본적으로 격투 게임은 공과 수를 교대해가면서, 상대의 가드를 뚫거나 상대의 오판을 캐치해서 역공을 가하는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격투 게임이 오랫동안 자신만의 문법을 공고히 하였어도 이러한 기본 자체는 바뀌지 않았다. 
 
모탈컴뱃 9 이후, 모탈컴뱃 시리즈가 돌아가고자 곳은 기존 2D 프랜차이즈로의 회귀였다. 2D 회귀하면서, 모탈컴뱃은 기존의 자원 시스템을 모두 개편하여 11까지 이어왔다:콤보 탈출기인 콤보 브레이크와 필살기를 강화하는 인헨스드 액션, 그리고 마지막으로 초필살기 개념인 엑스레이 공격까지 도입되었다. 9, 10, 11편까지 모두 각기 다른 시스템들을 갖고는 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9편의 변화에 모든 뿌리를 뒀다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공방 체계의 변화일 것이다. 우선 모탈컴뱃 9 이후의 게임들은 일반적인 격투게임의 상중하단 판정과 다르게 오버헤드-상중하단 판정이라는 4지선다의 판정 선택지를 사용하고 있다. 또한 콤보 시스템이 일종의 블록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도 특기할만한 사항이다. 콤보Kombo 불리는 콤보 시스템은 아크 시스템 게임과 같은 자유로운 기본기의 연쇄가 아닌 고정되어 있는시스템으로 콤보 사이에 필살기의 강화판인 인헨스드 무브를 집어넣어서 콤보를 연장시켜 '기본기'-'필살기 강화'-'기본기...' 구성되어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다.얼핏 보면 중단 판정의 공격이 오버헤드로 옮겨간 것과 콤보 시동이 정해져있는 이외에는 별다른 특이점이 없어보이지만, 실제로 이러한 판정의 구분은 모탈컴뱃의 공방흐름을 독특하게 만드는데 일조하였다.
 
기본적으로 격투 게임에서 상중하단을 구분한 것은 앉아서 가드할 것인가/서서 가드할 것인가 라는 이지선다 심리전을 확립하기 위해서 도입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가드를 올려서 공격을 가드하는 상황 자체가 자신의 선택지를 줄이는 판단이 되기에 가드 프레임 이득을 노려서 상대에게 반격을 가하는 판단이 능사가 아님을 보여준다. 그러나 모탈컴뱃은 실질적으로 하단 가드를 부수기 위한 오버헤드 판정의 공격 모션을 크게 만들어서 '앉아 가드 상태에서도 보고 서서 가드로 전환할 있게끔' 만들었으며, 중단이 '서서 가드/앉아 가드에도 캐치되게끔' 만들어서 기존의 공방 체계에서 가드를 더욱 단단한 방향으로 만들었다. 또한 콤보 시동 루트나 콤보 시동 이어지는 움직임이 정해져있다는 것은 상대방의 공격을 보고 예측하기 쉬운 구조로 구성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 이미 판단을 내리고 공격을 내는 순간에서부터 상대의 움직임은 거의 대부분 예측 가능한 수순이란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모탈컴뱃에서 가드는 대단히 중요하다 있다.
 
결과 모탈컴뱃은 '단단한 가드를 어떻게 깨부수느냐' 핵심이 되는 게임이 되었다. 일반적으로 격투게임 공통의 근접 견제라 있는 앉아 약속 히트/가드 후의 상황에서 상대가 공격/방어할 것을 예측하고 이후의 공수 공방 판단을 한다:앉아서 가드할 것인가, 상대가 헛칠 것을 노리고 뒤로 살짝 빠져서 리치가 기본기로 콤보를 시동 것인가, 아니면 계속 가드할 것을 노리고 잡기로 이행할 것인가 등등의 다양한 선택지들이 있지만, 대부분의 것들이 '가드' 전제로 하고 있는 점에서 모탈 컴뱃은 가드 상황을 캐치하는 것이 중요한 게임이다. 
 
이러한 상황들을 자주 있는 것들이 바로 모탈컴뱃 프로 씬이다:때때로 프로 플레이어들이 근접한 상황에서 가드 버튼을 누른 일어섰다 앉았다를 반복하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발견할 있는데, 이것은 자신이 상대 공격을 가드하고 나서의 후상황을 잡아내겠다는 프로 플레이어들의 판단에서 비롯된 것이다. 실제로도 모탈컴뱃의 끝은 '잡기로 어떻게 상대 가드를 흔드는가'라고 표현한 사람도 있는데, 실제 잡기 풀기 자체도 ' 잡기 풀기/ 잡기 풀기' 나뉘어져 있어서 5050, 이지선다의 양식을 취하고 있는 것도 잡기 역시도 심리전의 연장선으로 구성되었다.
 
11 위에서 다룬 전제에서 새로운 흐름들을 쌓아올린다. 가장 변화는 10편에서 보여준 런캔슬 - 대쉬/달리기 시스템을 개편하여, 대쉬나 이동 속도를 대폭 느리게 만들었다. 10편에서 런캔슬 - 대쉬/달리기 시스템은 거리 조절이나 퍼니쉬 등의 견제전을 무색하게 만들고, 상대를 눕힌 후에 달려서 억지로 구석으로 몰아가거나 기상 공방의 선택지를 줄여버렸다. 또한 게임 자체의 속도를 끌어올려서 '이해는 되지만, 눈으로는 따라갈 없는' 난이도 높은 게임을 만든게 문제였다. 그래서 11편은 이러한 상황 자체를 피하기 위해서 달리기나 런캔슬 자체를 무효로 만들고 게임의 템포나 완급을 조정하였다.
 
그리고 게임은 자원 시스템도 전면적으로 개편한다. 9편과 10편은 공용 게이지 3개를 이용해서 엑스레이 - 콤보 브레이커 - 인핸스드 무브를 사용하게끔 했다. 하지만 11편은 공격용 게이지 2 - 방어용 게이지 2개로 자원 시스템을 두개로 쪼게서 인헨스드 무브는 공격 게이지만 사용하게끔, 기상 공격이나 기상 구르기/낙법 등의 행동은 방어 게이지만 사용하게끔 만들었다. 또한 여타 격투 게임과 다르게 게이지는 공격이나 방어 여부에 관계 없이 일정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채워지게끔 되었다.
 
결과, 게임은 입문자/초보 친화적인 게임이 되었다:우선 공격 게이지가 2개로 줄어든 점은 기존 인핸스드 무브를 이용해서 콤보 연장을 있는 기회를 줄인 것이기 때문에 콤보의 잠재 데미지를 낮추고 한번에 50% 이상의 체력을 깎는 기회 자체를 줄였다. 나아가서 기존의 자원 시스템이 ' 많은 공격을 가할 수록 빠르게 차오르는 방식'이었던 것을 생각한다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연적으로 채워지는 시스템은 초보자나 고수나 양쪽에게 평등한 공격 옵션을 부여하려는 것이었다. 또한 공중 콤보 탈출용인 낙법이 방어용 게이지만을 사용하게 것도 변화의 꼭지라 있다.
 
이렇게만 본다면 모탈컴뱃 11 게임이 대단히 느리고 방어적인 게임으로 보일 있다. 하지만 제작사들은 여기에 기존 시리즈의 액스레이 공격을 두가지로 쪼게어서 시스템을 분화시키는 것으로 해결책을 마련하였다. 첫번째는 크러싱 블로우다. 크러싱 블로우는 특정한 상황에서만 성립되는 공격(예로 들어, 모든 케릭터의 공용 크러싱 블로우인 상대의 상단을 앉아 강펀치로 카운터 치는 경우)으로 게임에 번만 발동시킬 있다는 점에서 와일드 카드와 같은 기믹이다. 하나 같이 특정한 상황에서의 조건을 맞춰야 발동되는 어려운 기믹이지만, 한번 발동되면 전황을 뒤집어 엎을 있을 정도로 막강하다.
 
앉아 어퍼컷의 크러싱 블로우의 예를 들어보자. 기본적으로 모든 케릭터가 갖고 있는 대공기인 앉아 어퍼컷은 방의 데미지가 치명적이긴 하지만, 맞춘 절대로 콤보 등으로 추격이 불가능하고 가드 등을 했을 상황이 불리해서 함부로 쓰기 어려운 기술이다. 그러나 앉아 어퍼컷의 크러싱 블로우가 발동하면 안그래도 한방 데미지가 높은 어퍼컷의 데미지를 뻥튀기 시켜줄 뿐만 아니라, 여타 콤보 등으로 추격할 있게끔 상대의 낙하궤도가 바뀌는 변화가 생긴다. , 기술의 데미지 뿐만 아니라 기술의 성격이나 후상황 마저도 바꿔버린 것이다. 이런 식의 치명적인 한방을 제대로 먹일 있다면, 콤보 게이지 감소로 발생한 콤보 데미지 포텐셜을 이전작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도 가능하다. 대신, 모든 크러싱 블로우는 게임 번씩만 발동되기 때문에(예를 들어, 앉아 어퍼컷 크러싱 블로우를 발동 시켰으면, 이후에는 다시 발동을 없다.), 크러싱 블로우는 모든 게임을 싸움으로 만들지 않는다.
 
엑스레이 공격의 기믹을 이어받은 페이탈 블로우도 게임의 흐름을 바꾸는데 한몫하였다. 기존의 엑스레이 공격은 거의 사용되지 않았다. 왜냐하면, 콤보 브레이크나 인헨스드 무브가 게임 내에서 많이 사용되어서 게이지를 3개까지 모을 일이 거의 없었고, 전략적으로도 그닥 매력있는 선택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걸 간파한 제작자들은 페이탈 블로우를 ' 게이지가 없어도 사용할 있게끔' 만드는 대신에 특정 체력(30%) 미만으로 내려갔을 때문 사용할 있게끔 만들었다. 슈퍼 아머 때문에 상대의 1타를 무시할수 있을 뿐더러, 데미지가 절륜해서 게임을 뒤집을 있다는 점에서 페이탈 블로우는 기존의 엑스레이 공격보다 위상이 올라갔다. 또한 일정 체력 미만일 때만 있기 때문에 밀리는 쪽이나 이기는 쪽이나 페이탈 블로우를 의식하면서 싸우는 긴장감을 부여하는 요소로 작용하였다.
 
요약하자면 모탈컴뱃 11에서의 변화들은 10에서의 게임 흐름을 납득할만한 수준으로 속도를 줄이되 한번 한번의 선택이 치명적이게끔 만들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10편과 매우 이질적이긴 하지만, 틀에서 본다면 가드를 전제로 게임 플레이는 변화가 없기 때문에 게임은 여전히 동일하다고 있다. 결과적으로 놓고 본다면, 모탈컴뱃 11 격투 게임으로서의 구조는 프랜차이즈의 연장선이라 있다.

 

 

 

 
모탈컴뱃 11 전반적인 콘텐츠 구조는 인저스티스 2 영향을 강하게 받았다. , 사람과의 대전에 익숙하지 못한 사람도 다양한 변수들이 가미되어 있는 기간한정 AI 대전 콘텐츠인 타워를 통해서 기어나 스킨을 모으고 게임을 계속해서 플레이할 있게끔 만들었다. 이러한 구조는 모바일 게임이 연상된다:기간한정으로 콘텐츠가 로테이션을 돌고, 콘텐츠 참석을 통해서 재화를 모으고, 무작위 확률로 보상을 획득하는 가챠 시스템까지 모탈컴뱃 11 존재한다.
 
물론, 격투 게임이 대인전의 하드코어함으로 플레이어 수를 유지하지 못한다는 문제가 있기에 이러한 모탈컴뱃 11 변화는 긍정적이라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보상을 획득하는 과정에 무작위 확률이 개입하는 가챠 시스템이 들어간 것이다. 전작 10에서 페이탈리티나 스킨 등을 언락하는 용도로 썼던 크립트는 플레이어가 시간이 걸리긴 하지만 인게임 재화인 코인만 모아서 모든 재화를 해금할 있는 콘텐츠였다. 그러나 11 크립트는 상자를 열때마다 무엇이 나올지 모른다는 문제가 있으며, 심지어 크립트 내의 모든 상자를 열어도 원하는 기어나 스킨을 얻지 못한다는 문제가 있다. 스킨이나 기어의 숫자는 엄청나게 많은데, 원하는 것을 확정적으로 얻을 있는 방법이 언제 등장할지도 모르는 기간한정 타워와 크립트 밖에 없다는 점은 플레이어를 지치게 만들만한 요인이다.
 
스토리 측면에서 11편은 9편부터 시작된 이야기를 마무리 짓는 중요한 꼭짓점으로 알맞게 마무리 되었다. 물론, 모탈컴뱃에 그동안 등장해왔던 매력적인 선역/악역 케릭터들이 많았지만 그들 선역에만 이야기 전개에 초점을 맞춘 , 몇몇 중요한 복선들을 뭉뚱그려서 처리한 점은 다소 아쉽다. 그러나 11 마무리는 게임 프랜차이즈들이 스토리 아크를 마무리 지을 겪는 문제점들을 그럭저럭 회피한 것처럼 보인다.
 
플랫폼 관점에서 본다면 모탈컴뱃 11 PS4에서는 완벽하게 작동을 한다. 애시당초에 콘솔이 메인인 프랜차이즈인만큼 연출이나 60프레임을 칼같이 지켜내는 것은 시리즈가 갖춰야 하는 기본 소양이다. 하지만 문제는 스위치 버전이다. 일단 프레임이나 안정성 자체는 7 업데이트를 통해서 어느정도 확보되었다. 5 발매 당시나 6월에는 프레임이 일정하지 못했고, 심지어는 크립트 모드에서 잦은 튕김으로 인해 안정성도 여타 플랫폼에 비해서 떨어졌다. 물론 지금에서는 왠만한 퍼포먼스 이슈가 해결되었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60프레임 유지하긴 하지만 말이다.
 
그러나 가장 문제는 모바일 게임의 콘텐츠 구조를 그대로 집어넣겠다고 하면서 게임이 온라인에 상시 접속되어야만 게임 전반을 즐길 있는 구조로 바꾼 것이 스위치의 휴대용/거치기 하이브리드 콘솔이라는 개념과 상충되면서 생겼다. 스위치 휴대모드의 경우, 와이파이 환경에 따라서 접속이 불안정할 때도 있으며 슬립모드 전환시 강제로 인터넷 연결을 끊기 때문에 게임 서버와의 연결이 끊기는 일이 자주 있다. 문제는 모탈컴뱃 11 항시 온라인으로 연결되어 있어야만 게임 플레이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결과, 스위치 버전 모탈컴뱃은 이동 중이나 잠시 게임을 쉬어야 하는 타이밍에 게임을 끄고 나가야 하는 불편한 구조로 진행된다. 스위치 버전을 살때는 점을 구매에 있어 고려하여야 부분이다.
 
결론적으로 모탈컴뱃 11 9 10 비교하여 보았을 , 많은 부분 달라졌지만 이전의 기조를 잃지않고 유지하는 프랜차이즈의 정석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게임이다. 특히, 입문 난이도가 9 10 비교하면 많이 낮아졌다는 점은 좋은 부분이긴 하다. 다만 크립트 콘텐츠나 항시 온라인 접속을 요구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사람들의 호불호를 살만한 부분이 있다. 이런 점을 제외한다면 모탈컴뱃 11 구매를 해도 만족스러운 경험을 할만한 작품이다. 
게임 이야기

*슈퍼 마리오 메이커 2를 공유 기능 등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닌텐도 온라인 가입이 필수적입니다. 

 

슈퍼 마리오 메이커 2를 리뷰하는 데 있어서 어려운 부분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만드는 툴'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에 대한 문제이다:슈퍼 마리오 메이커 시리즈는 과거 이전부터 "개조 마리오" 또는 "막장 마리오" 등으로 알려져 있는 기존 게임을 개조하여 원래 슈퍼 마리오 시리즈에서 존재하지는 않는 새로운 스테이지를 만드는 전통에 기반하고 있는 작품이다. 인터넷의 여명 때부터 플레이어의 조작 없이 자동으로 진행되는 오토 마리오나 클리어 불가능할 정도로 어렵게 만들어진 막장 마리오들은 영상이나 롬의 형태로 공유되고 향유되었다. 따라서 슈퍼 마리오 메이커 류의 장르들을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는 이 전통에 대해서 비추어 보아 툴에 대한 평가와 만들어진 결과물에 대한 평가, 그리고 그것이 어떻게 공유되는지에 대해서 접근하는 것이 옳다.

 

그러나 메이커를 통해서 만들어진 개별 스테이지에 대한 평가는 일반적인 게임 리뷰나 평가론에 근거하여 다룰 수 있을지라도, '만드는 툴'과 '공유되는 방법'에 대한 평가는 기존의 게임 리뷰 및 평가 방법론에 비추어 접근하기 어려운 구석이 있다. 툴과 공유되는 방법이란 만들어진 결과를 플레이하는 것이 아닌 결과를 만들어나가는 과정이자 그것이 공유되는 환경 전반에 대한 평가를 수반하기 때문이다. 이는 일반적인 게임 플레이의 방법론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인프라에 대한 평가로 접근해야 한다.

 

일례로 슈퍼 마리오 메이커 2와 유사한 게임이라 할 수 있는 리틀 빅 플레닛 시리즈의 사례를 보자:리틀 빅 플레닛 역시 게임을 만들고, 플레이하며, 마지막에는 그것을 어떻게 공유할 것인가를 다루는 게임이었다. 리틀 빅 플레닛은 하나의 소프트를 구매함으로써 스테이지를 만들고, 플레이하고, 그것을 공유하게끔 하는 전반적인 인프라를 플레이어들에게 제공하였다. 그리고 플레이어가 제작-공유-플레이 한 접점에 뛰어들어드는 것만으로 위 사이클을 계속해서 반복할 수 있게끔 하는 동기(나도 만들어서 남들과 공유하고 싶다, 다른 사람의 스테이지를 플레이해보고 싶다 등)를 제공하였다. 슈퍼 마리오 메이커 2도 제작, 공유, 플레이를 접점 별로 살펴보고 그것이 하나의 인프라로써 얼마나 잘 작동하는지를 살펴봄으로써 작품으로 완성도가 얼마나 뛰어난지를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먼저 슈퍼 마리오 메이커 2의 제작 환경이다. 기본적으로 슈퍼 마리오 메이커는 슈퍼 마리오(패미콤), 슈퍼 마리오 3(패미콤), 슈퍼 마리오 월드(슈퍼 패미콤), 뉴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위), 슈퍼 마리오 월드 3D(위 유) 5개 작품에 대한 제작 환경을 제공한다. 각각의 제작 환경은 서로 각기 다른 오브젝트들과 조작환경들로 구성되어 있기에, 처음에 어떤 환경의 슈퍼 마리오를 제작하느냐를 결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예를 들어서 3D 월드의 슈퍼마리오를 선택한 경우, 월 점프나 공중에서 스핀을 할 수 있는 기능이나 고양이 마리오 변신 기믹이 존재하지만, 패미콤 버전이나 슈퍼 패미콤 버전의 슈퍼 마리오에서는 이러한 기능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이러한 환경에 따른 기믹들은 후술 한 플레이에 있어서도 조금 문제가 되기도 하는데, 환경에 따라서는 플레이나 제작환경이 상이하게 달라지기 때문에 처음 제작할 때는 애를 먹을 수 있다는 것이 아쉬운 부분이긴 하다. 이러한 버전별 차이에 대해서 정보를 미리 알려주거나 가이드나 팁을 주는 항목을 가시적으로 집어넣어줬으면 좋았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 제작 측면에서는 처음 제작을 시도하는 유저에게도 친화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제작은 휴대모드에서는 터치 스크린으로, 독 모드에서는 패드로 조작을 하게 되는데 양쪽 다 편리하지만 휴대 모드 쪽이 터치 스크린으로 오브젝트를 배치할 수 있기 때문에 이쪽이 더 직관적이라 할 수 있다. 제작 모드를 선택하였다면, 이후 슈퍼 마리오 메이커 2의 스테이지 제작 진행은 크게 두 가지 요소로 나뉜다:어떤 장애물을 배치할 것인가, 그리고 그 장애물을 플레이어가 돌파할 수 있는가 다. 기본적으로 어떤 장애물이 있는지, 스테이지를 제작하는 데 있어서 노하우는 어떻게 되는지는 본작에서 처음으로 추가된 싱글 플레이 모드를 해보는 것이 좋다. 각 테마별로 존재하는 기믹들을 이용해서 스테이지를 만들어놓은 본작의 싱글 플레이는 어떻게 하면 무난한/도전적인 스테이지를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한 전반적인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슈퍼마리오 스테이지를 제작함에 있어서 게임 개발자 관점에서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튜토리얼도 참조할만하다. 전반적으로 작은 만담 형식으로 되어있는 튜토리얼은 단순하게 줄글로 스테이지 제작의 요소를 논하기보다는 요즘 세대 플레이어의 눈높이에 맞춰서 제작 노하우를 공유한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할만하다.

 

장애물을 설정하였다면, 이제 그것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슈퍼 마리오 메이커 2에서는 제작 후 + 버튼을 누르는 것으로 곧바로 플레이 모드로 들어가게끔 설정하였다. 그리고 해당 장애물 구간을 플레이 하고 나서 제작 모드로 돌아왔을 때, 마리오가 움직인 모양을 궤적의 형태로 표현하여 준다. 이러한 궤적의 표시는 게임 스테이지를 다듬는 데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되는데, 게임 내의 장애물이 클리어 가능한지 여부나 더 나아가서 좀 더 높은/낮은 난이도의 장애물 설치가 가능한지 여부 등을 개략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끔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슈퍼 마리오 메이커 2에서 제작은 기본적으로 타일 단위로 구성되어 있다:모든 장애물이나 제작물들은 '몇 타일'을 차지하는가로 구성되어 있고, '기본 마리오의 크기=1 타일'이기 때문에 점프의 궤적이나 장애물 및 오브젝트 배치가 상당히 직관적으로 이루어졌다. 그러나 동시에 이렇게 타일 중심으로 게임을 배치한 것은 동시에 기존 개조 마리오 시리즈에 비교하여 보았을 때, 제작할 수 있는 여지를 줄였다고도 볼 수 있다. 기존에서 오브젝트의 크기나 다양한 요소들이 제작자가 원하는 데로 조정이 가능했다면, 슈퍼 마리오 메이커 2에서는 이러한 요소들이 모두 크기가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시에 이렇게 타일 단위로 제작을 쪼게 놓은 것은 제작의 난이도를 떨어뜨리고 직관적으로 게임을 구성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플레이했을 시에 마리오의 궤적도 결국은 마리오의 판정이나 범위를 타일 단위로 해체시켜놓은 것이기 때문에, 장애물 제작에서 무엇이 가능하고 불가능한지를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스테이지는 공유되어야 한다. 플레이어들이 올린 스테이지는 크게 3가지 카테고리(뜨는 스테이지, 베스트 스테이지, 새로 올라온 스테이지)로 나뉘어지며, 각각의 스테이지들은 플레이어가 플레이해보고 좋아요나 플레이 후기를 상세하게 남길 수 있다. 흥미롭게도 슈퍼마리오 메이커 2에서 스테이지가 공유되는 것은 닌텐도가 자사 플랫폼인 위유와 3DS를 통해서 서비스한 SNS 미버스와 유사하다는 점이다. 즉,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이 모두에게 오픈되어 있는 커뮤니티라기 보다는 닌텐도가 철저하게 내부통제를 하는 소셜 서비스라 할 수 있는데, 도장 시스템이나 댓글을 그림으로 남길 수 있는 점, 닌텐도가 정해준 방식으로만 소통하고 콘텐츠에 접근할 수 있는 점 등은 많은 부분 미버스와 유사하다.

 

하지만 더 흥미로운 점은 스테이지를 공유하는 외부의 인프라가 아닌, '게임 스테이지 내부'에도 스테이지에 대해서 평가를 내리고 상호작용할 수 있는 요소들이 들어갔다는 점이다. 스테이지 내에 댓글을 남긴다던가, 플레이어가 죽었을 때 다른 플레이어들은 어디서 죽었는지를 남겨주는(다크소울이나 데몬즈 소울에서 보았던 혈흔과 비슷한 시스템) 표식 등은 이 스테이지가 그저 1회 플레이하고 단발적으로 끝나는 스테이지가 아닌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하고 함께 플레이하고 있는 공유의 장이라는 것을 드러내는 역할을 한다.

 

이렇게 내부/외부 공유의 인프라를 통해서 슈퍼 마리오 메이커 2가 도달하고자 하는 곳은 게임을 넘어선 SNS이다:SNS에서 가장 재밌는 콘텐츠는 사람 그 자체다. 그 사람이 무엇을 생각하는지, 무엇을 의도했는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지, 싫어하는 것은 무엇인지 등등을 이해해가는 과정에서 그 사람의 머릿속을 꿰뚫어 보는 것이 SNS의 재미라 할 수 있다. 슈퍼 마리오 메이커 2는 이러한 사람의 생각을 스테이지의 형태로 양식화시켜놓고, 그것을 풀어나가는 재미를 통해서 스테이지 클리어라는 플랫폼 게임의 형식을 넘어서 다양한 사람과 소통하고 교류하는 장으로 만들어내고자 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슈퍼 마리오 메이커 2는 게임 외부의 평가를 SNS의 형태로 양식화한 것을 넘어서 내부에도 댓글이나 죽은 자리를 표시하는 등의 기믹을 삽입하였다. 그 결과, 슈퍼 마리오 메이커 2는 이전의 메이커 류의 게임들에서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형태의 상호작용들(함정 위치를 알려준다던가, 낚시를 한다던가 등)을 갖게 되었다.

 

플레이 관점에서 슈퍼 마리오 메이커 2는 일반적인 마리오 플레이(스테이지를 이해하고 시행착오를 통해 클리어하는 것) 외에 크게 두가지의 특징을 갖고 있다. 첫 번째는 어디까지나 마리오 챌린지다. 어디까지나 마리오 챌린지는 플레이어가 쉬움, 중간, 어려움, 매우 어려움 4개의 난이도 코스 중 하나를 선택하여 목숨이 다 떨어질 때까지 계속해서 사람들이 만든 스테이지를 클리어 해나 가는 시스템이다. 어떻게 보면 스테이지를 공유하는 메인 코스 외에 다양한 코스를 한꺼번에 만날 수 있는 도전 양식이다. 다양한 코스를 무작위로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매력적인 시스템이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마리오 챌린지는 클리어나 달성에 대한 동기 부여나 보상이 거의 없다는 아쉬움이 있다. 

 

그 외에 추가된 것은 4명의 경쟁/협력 플레이를 하게끔 만든 멀티플레이 모드일 것이다:시리즈 최초로 도입된 멀티플레이 모드는 4명이 얼마나 협력하였는지, 혹은 누구보다 더 빨리 코스의 끝에 도착하였는지 여부에 따라서 협동과 경쟁으로 나뉜다. 초창기에 상당한 렉이 걸렸던 점을 제외한다면, 코옵보다도 경쟁 멀티플레이는 상당히 재밌는데 기존의 2인 오프 코옵을 괴상한 형태로 비틀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괴상망측하고 즐거운 의미로 혼란스럽다. 가장 쉬운 스테이지마저도 다른 플레이어의 존재 때문에 엉망진창으로 꼬여버린다는 점에서 4인 경쟁 플레이는 흥미롭고 잠재 가능성이 높은 모드라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슈퍼 마리오 메이커 2는 기존의 '만드는 게임들'(리틀 빅 플래닛 같은)에서 제작 난이도는 낮추되 SNS로서의 생각과 의사소통 교류의 장을 열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만 하며, 경쟁 멀티 플레이나 어디까지나 마리오 챌린지 등은 게임의 플레이 시간을 대폭 늘려주는 요소다. 물론 몇십 년 간 이어져왔던 개조 마리오의 악랄함이나 커스터마이징의 자유도는 많은 부분 잘려나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높은 난이도의 스테이지들은 '이걸 어떻게 클리어해?!'라는 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로 악랄하다. 그만큼 슈퍼 마리오 메이커 2는 남녀노소 누구나가 즐길 수 있는 게임이라 할 수 있으며, 스위치를 갖고 있다면 꼭 한번 플레이해봐야 할 작품이라 할 수 있다.

게임 이야기

 

킥스타트로 펀딩을 받아 제작된 이가라시 코지(통칭 IGA)의 신작 블러드스테인드는 옛 악마성의 추억을 잘 살린 작품으로 평단과 판매량 양쪽 모두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나후네 케이지가 마이티 넘버 나인으로 게임 역사에 길이 남을 오점을 남긴것과 비교해서 본다면 IGA의 성공을 놀랍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나 IGA가 마지막 작품인 빼앗긴 각인 이후로 11년만에 내놓은 완벽한 신작이라면 감안한다면 더더욱 그렇다.

 

물론 블러드스테인드가 고전적인 악마성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게는 강하게 어필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는 것도 한몫할 것이다:게임은 전설적인 월하의 야상곡부터 휴대용 기기로 등장한 빼앗긴 각인이나 창월의 십자가, 효월의 윤무곡, 폐허의 초상화 같은 현대적인 작품들을 모두 섞어서 한데 어우르는데 성공하였기 때문이다. 물론 블러드스테인드라는 게임이 IGA 게임의 집대성이라는 점에서 블러드스테인드는 구태의연하다. 느린 게임 템포와 월하의 야상곡에서의 커멘드 입력 필살기 등등 인디 게임들이 '매트로배니아'라는 태그를 붙이면서 게임을 쌓아올린 것에 비하면 여전히 자가 복제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러한 자가 복제적인 콘텐츠를, 97년 발매된 월하의 야상곡에서 빼앗긴 각인까지 이어지는 11년을 하나의 게임에 응축하였기 때문에 블러드스테인드는 그 가치가 있다.

 

이 글에서 간략하게 다루고자 하는 것은 '어째서 블러드스테인드는 킥스타트 프로젝트에서 성공하였는가?'다:우리는 이미 마이티 넘버 나인과 같은 작품들을 본 적이 있다. 유명한 개발자가 메인이 되었고, 시대에 떠밀려 사멸한 장르가 대상이고, 팬들이 관심을 모았으며, 마지막으로 펀딩이 기대금액을 초과해서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는 점 등에서 마이티 넘버 나인과 블러드스테인드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그렇다면 무엇이 이들의 성패를 좌우하였을까? 이는 소비자의 기대와 개발자의 역량 사이의 괴리, 그리고 더 나아가서 그것을 얼마나 투명하게 소비자에게 공개하였는가가 관건이었다.

 

기업이 소비자에게 상품과 서비스를 판매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점은 "소비자가 무엇을 원하는가?"와 "소비자에게 우리가 무엇을 해줄 수 있는가?"이다. 소비자의 기대 수준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어야만 소비자가 서비스나 제품에 만족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 기업은 소비자에게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정보를 정확하게 제공하고, 소비자가 이를 인식하고 기업의 의도대로 제품과 서비스를 소비할 수 있게 만든다. 그리고 게임 업계의 경향성도 타 업계와 유사해서 광고나 인터뷰 등의 미디어 노출을 통해 "우리 게임은 이렇다"라는 것을 적극적으로 어필하고 타겟 소비자가 제품을 구매하게끔 유도한다. 일례로 데몬 엑스 마키나의 사례를 보자:데몬 엑스 마키나를 개발한 마벨러스는 발매 전 데모 공개를 통해서 플레이어들로부터 게임 피드백을 받고, 그것이 실제 어떻게 게임에 반영되었는지를 보여주었다. 이러한 마벨러스의 노력은 자사 제품을 구매할만한 잠재적 소비자들의 피드백을 반영하여, 그들이 얼마나 '소비자의 욕구를 이해했는지'와 '소비자가 원하는 게임을 만들었는지'를 어필하였다.

 

이러한 부분에서 마이티 넘버 나인과 블러드스테인드는 분명하게 다른 경향성을 보여주었다. 마이티 넘버 나인의 경우, 추가 DLC를 위한 푸가 펀딩에 기대에 못미치는 트레일러, 트레일러에서 변하지 않은 게임 완성도, 심지어 펀딩 때 약속된 패키지를 후원자들에게 전달하지 않아서 소송 이슈까지 등장한 전력도 있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들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프로젝트를 방계로 확장하였으며(애니메이션이나 만화 같은), 스스로 능력이 없었음에도 소비자에게 지키지 못할 공수표를 남발했다는 것이 문제였다. 그에 비해서 블러드스테인드는 주기적으로 후원자들에게 개발 진척 상황과 퀄리티 향상, 피드백 반영, 중간 결과물 공개(블러드스테인드 커스 오브 더 문) 등을 통해서 후원자들과 긴밀한 신뢰관계를 쌓는데 성공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펀딩 후 출시까지 약 5년, 1년 반 이상의 개발 연기, 플랫폼 변경으로 인한 환불 등의 크고 작은 이슈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큰 문제 없이 게임을 발매하고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이다. 

 

좀 더 심층적으로 파고들어 본다면, 마이티 넘버 나인의 실패는 '예산 관리와 효율적 사용'에 있다고 보여진다:킥스타트의 성공적인 펀딩 이후, 마이티 넘버 나인이나 블러드스테인드는 양쪽 다 모두 후원자 외 정식 판매를 위해서 배급사를 끼었다. 엄밀하게 이야기하자면, 양쪽 모두 추가적인 펀딩 없이도 배급사를 통해서 외부 자금을 끌어들일 여유가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마이티 넘버 나인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가 DLC를 위해서 추가 펀딩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는 추가 DLC에 대한 홍보로도 읽힐 수 있지만, 동시에 프로젝트 운영에서 예산 계획이나 운용에 잡음이 많았다는 증거로도 볼 수 있다. 안 그렇다면 '발매되지도 않은 게임'에 대한 '추가 DLC'에 대해서 추가후원을 받을 수 있었을까? 그냥 듣기만 해도 문제가 있어보이는 행동을 공공연하게 했다는 것 자체가, 프로젝트가 내부적으로 단단히 꼬여있었다는 것의 증거다. 그리고 마이티 넘버 나인의 많은 문제점들, 떨어지는 퀄리티나 발매연기, 지켜지지 않은 약속 등등은 예산 관리 운용의 문제로 보았을 때 설명되는 부분이 많다.

 

그렇다면 무엇이 블러드스테인드와 마이티 넘버 나인의 자금 운용의 차이를 만들었을까? 이는 개발자들의 커리어를 통해서 보았을 때, 분명하게 나뉘어질 수 있는 부분이다. 이나후네 케이지는 캡콤의 중흥기를 함께 해온 거물 개발자였던 반면, 이가라시 코지는 월하의 야상곡 이후 매트로배니아라 불렸던 장르들을 모두 휴대용 기기로 만드는 등 거물 개발자와는 거리가 먼 커리어를 쌓아왔다. 즉, 이나후네는 자금 운용에 있어서 "작은 프로젝트"(물론 그가 록맨 잭스 시리즈를 만들긴 했지만, 상대적으로 그의 커리어는 규모가 큰 게임들이 대부분이었다)에 익숙하지 못한 반면, 이가라시 코지는 항상 코나미의 눈치를 먹으면서 매니아층만 두터운 안 팔리는 작은 게임들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작은 프로젝트를 어떻게 운용하는지에 대한 감각이 충분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2년 반 이상 연기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블러드스테인드에는 치명적인 결함이나 콘텐츠 결함이 없이 게임이 발매되고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이다.

잡담/개인적인 이야기

 

 

휴식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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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

 

*스위치 버전을 기반으로 쓰여졌습니다.

카드 게임을 비디오 게임으로 옮기려는 시도는 주류적이진 않았지만, 항상 있어왔던 시도였다:겉보기에는 비디오 게임의 등장으로 보드 게임이 곳을 잃어버릴 같았지만, 보드 게임이 자신만의 매력으로 꾸준히 명맥을 이어왔던 것을 생각한다면 카드 게임을 비디오 게임으로 옮기는 시도는 그리 놀랍지 않다. 하지만 대부분 카드 게임에서 비디오 게임으로 넘어온 작품들은 TCG 연장선으로 구조를 설계하였다. 매직 게더링이 PC 직접 포팅된 점이나, 매직 게더링을 모방한 하스스톤이나 엘더스크롤 카드 게임 등등 많은 게임들은 "카드를 모아서 사전에 덱을 구성하고 덱으로 상대와 싸운다" 초점을 맞추었다. 하지만 실제 보드게임에서 카드 게임은 일반적인 TCG이외에도 도미니언이나 패스파인더 ACG, 판타지 플라이트 게임에서 내는 LCG 계열의 게임들 등등으로 복잡하게 나뉘어져있으며, 이러한 조류는 상대적으로 조명받는 편이었다.

여기서 다루고자 하는 슬레이 스파이어는 그런 조명받는 부분을 재조명한 게임이다. 플레이어들 사이에서는 다키스트 던전과 하스스톤의 결합으로 통칭 '다키스톤'으로 게임을 부르기도 하는데, 흥미로운 점은 슬레이 스파이어의 게임 시스템 전반은 메직 게더링식의 덱빌딩 플레이보다는 패스파인더 ACG 아캄 호러 카드 게임 같은 덱빌딩 플레이의 영향이 커보인다는 점이다. 물론 슬레이 스파이어의 게임 플레이가 겉보기에는 하스스톤에서 등장하였던 마나의 개념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빌딩에서 압축 중요한 점이나 적은 코스트로 카드 사이클을 빠르게 돌리는 점은 기존 TCG에서 찾아보기 힘든 부분이다.

슬레이 스파이어의 게임 플레이는 크게 두가지 단계로 구성된다. 첫번째는 지도를 보고 분기를 선택하여 진행하는 단계, 두번째는 실제 적과 조우하여서 전투를 벌이는 단계이다. 분기를 고르는 과정은 다키스트 던전이나 여타 로그라이크 게임과 동일하다:게임은 사전에 정해진 규칙에 따라서 무작위로 만들어진 경로를 따라서 진행된다. 그리고 플레이어는 적과 조우하여 전투에서 승리 하거나, 무작위 인카운터를 통해서 전투에 사용하는 카드를 습득할 있는데 이러한 카드를 통해서 덱빌딩을 한다. 이렇게 구성된 덱은 적과 싸우는데 사용된다. 

전반적인 게임 진행을 보면 슬레이 스파이어는 그다지 특별한(?) 게임으로 보여지지 않는다. 최근 유행하고 있는 로그라이크 류에 하스스톤과 같은 콜렉터블 카드 비디오 게임을 합쳐놓은 듯한 게임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슬레이 스파이어가 겉보기와 다르게 차별점을 갖는 것은 규모의 차이와 덱빌딩이 쌓아올리는 것이 아니라 압축과 제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점이다.

우선 규모의 차이부터 살펴보도록 하자:하스스톤이나 매직 게더링의 경우, 게임이 진행되면 될수록 플레이할 있는 카드의 수와 가용할 있는 자원을 증가시켜서 게임의 규모를 거대하게 만들었다. 턴에는 코스트가 1 위니를 쓰다가  마지막에는 코스트가 5~6 메인 딜러를 쓰고도 마법까지 끼얹어줄 있을 정도로 규모와 데미지의 크기가 게임 진행에 따라서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슬레이 스파이어의 경우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가용할 있는 자원이 한정되었다:플레이어는 3코스트 내에서 모든 카드를 사용해야하며, 카드 역시도 0~4 코스트 정도로 스케일링이 되었다. , 슬레이더 스파잉에서는 좋은 카드나 나쁜 카드라도 코스트에 따라서 데미지 피해가 스케일링 되기 때문에 카드별 편차가 적다는 특징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코스트 구성은 초반과 후반 게임 플레이에 차이가 없게끔 만들기에 플레이어가 강해지고 게임 플레이에 변화가 없이 단조롭게 만든다는 문제가 있다. 슬레이 스파이어는 이것을 규모와 리사이클링이라는 개념을 체택을 하면서 극복한다:일반적인 TCG에서 덱이 평균 50 정도라면, 슬레이 스파이어의 시작은 20 남짓에서 시작하며, 아무리 카드를 많이 모아도 40장까지도 가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무덤으로 카드가 다시 덱으로 돌아와서 덱을 구성한다는 점은 여타 적은 수의 카드를 돌리는 카드 게임에서 사용하는 리사이클링 개념을 도입하고 있다. 외에도 각종 유물을 통해서 카드 효과와 별개로 패시브 효과를 부여하여 덱을 굴릴 때의 효율을 올릴 있다.

흥미로운 점은 슬레이 스파이어는 크기가 커지면 커질수록 게임이 불리하기 때문에 고단으로 갈수록 덱압축을 필수적으로 해야하는 구조란 것이다. 물론 덱압축이란 개념이 여타 TCG에서도 존재하는 개념이긴 하다. 덱이 커지면 커질수록 덱을 돌리는데 필수적인 카드가 나오지 않는 문제가 있기 때문에, 카드를 뽑았을 필요한 카드가 나올 있도록 경우의 수를 줄여야 한다. 이것이 보통 일반적인 TCG에서의 압축이라 있다. 그러나 일반적인 TCG에서 찾아볼 있는 덱압축 개념이 "가용할 있는 자원에서 최적의 수를 고려하여 덱을 줄인다"였다면, 슬레이 스파이어의 압축은 "갖고 있는 카드를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서 제거한다" 또는 "카드를 얻지 않는다" 다소 특이한 방법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기존의 카드들을 업그레이드 해서 사용할 있다는 점도 압축을 해도 덱을 강화할 있는 옵션이다.

이런 식의 카드 게임들이 선례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아캄 호러 카드 게임의 경우, 20~25 정도의 덱을 운용하면서 최대 같은 카드를 2장까지 넣을 있고, 카드 장의 효율을 올리기 위해서 카드를 업그레이드 하는 요소를 집어넣었으며, 필요에 따라서는 덱에서 카드를 빼내는 것도 가능하였다. 패스파인더 카드 게임의 경우는 리사이클링이 없긴 하지만, 규모가 작고, 카드 하나 하나가 파급력이 높기 때문에 덱을 구성할 어떤 카드를 넣고 뺄건지가 관건이다. 슬레이 스파이어의 경우, 틀에서는 "적은 수의 카드를 빠르게 리사이클링하면서 공격 흐름을 최대한 길게 뽑아낸다"라는 카드 게임의 선례를 따르는 것으로 보여진다.

덱을 작고 가볍게, 그리고 빠르게 돌리게 됨으로써 슬레이 스파이어가 추구한 것은 "작은 덱으로 반복되는 사이클과 리듬을 완성하는 "이다. , 사용한 카드가 다시 덱을 구성한다는 것은 "(덱이 완성되었다는 전제에서) 내가 원하는 공격을 계속해서 반복할 있다"라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불필요한 카드들은 오히려 리사이클 손패뽑기에 불순물을 끼게 만들어서 흐름을 이끌어가는데 문제를 일으킨다. 그렇기 때문에 게임은 전략과 전술적인 부분 두가지에서 두마리의 토끼를 잡는다:전략 부분에서 플레이어는 자신의 덱에 맞는 카드를 모으는데 불순물들을 배제하는데 머리를 굴려야 하며, 전술적인 부분에서는 리사이클링을 통해 리듬을 유지하고, 적들이 만들어내는 변수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슬레이 스파이어는 이러한 게임 플레이를 위해서 3명의 케릭터를 제공한다:카드가 등장하는 풀은 케릭터에 따라서 정해지며 케릭터별로 덱의 기믹들은 정해져있다. 그렇기 때문에 게임에서 핵심은 자유로운 덱의 구성이 아닌, 초반에 나오는 카드들을 보고 플레이어가 어떤 덱을 구성할 있는지 빠르게 판단한 덱을 완성시키고 덱을 압축시켜나가면서 게임을 플레이 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이러한 모든 과정이 로그라이크라는 장르 특수성상 무작위로 생성되기 때문에 그리 녹록하지는 않은 편이다. 그러나 여타 로그라이크에 비교해서 슬레이 스파이어는 구성에 무작위의 요소가 그렇게까지 개입하지 않는 편이다:때에 따라서는 플레이어가 '덱에 카드를 넣지 않는다' 선택지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또한 보스까지의 모든 경로를 확인하고 플레이어가 무작위 인카운터나 엘리트 몹과의 전투 등을 관리할 있다는 점도 무작위성을 플레이어가 통제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결론적으로 슬레이 스파이어는 로그라이크에 여지껏 조명되지 않았던 빌딩 게임을 성공적으로 섞은 게임이라 있다. 게임 발매 초기 스위치로 치명적인 오류가 있었던 점을 제외하면 패치 이후 게임은 부드럽게 돌아간다. 기회가 된다면 구입해서 플레이 해보기를 권한다.

 

게임 이야기

 

언제부터 파이널 판타지가 우리가 알던 파이널 판타지가 되었을까. 마지막 작품이라는 마음 가짐으로 만들자는 의미(마지막 판타지Final Fantasy)에서 출발한 게임은 어느덧 일본식 RPG를 대표하는 거대한 프랜차이즈가 되었다. 이렇게 거대한 프랜차이즈가 된 데에는 여러 요인들이 있지만, 이 글에서는 7편의 성공에서부터 이어지는 파이널 판타지의 기조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한다. 시리즈 최초의 1000만장 돌파와 함께 플레이스테이션이라는 하드를 견인하였던 파이널 판타지 7은 지금까지 이전까지 보지 못했었던 프랜차이즈의 비전을 제시한 작품이었다. 

 

7편 이후, 파이널 판타지의 기조는 크게 바뀌게 되었다:물론 이전부터 사내 공모를 통해서 가장 우수한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만들어내어 시리즈간의 연속성이 떨어지는 작품이었다. 하지만 7편의 성공은 "파이널 판타지란 이런 것이다" 라는 하나의 명제를 만들어냈다. 그것은 바로 '현실이 아닌 새롭고 완전한 세계'다. 요즘에 와서 보았을 때 대다수 RPG나 여타 게임들이 현실에 기반하지 않은 환상 속의 공간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냐고 되물을 수 있다. 하지만 파이널 판타지는 새로운 세계에서의 경험을 '전체'로써 다루고 있다. 

 

파이널 판타지 9을 예로 들어보자:오랜만에 구작들(1~6편, 크리스탈에 대한 이야기)의 향취를 살리겠다고 등장한 9편은 파판 7 이후로 이어지는 기조에서 상당히 엇나간 특이한 게임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9편은 7편의 성공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한 작품이었으며, 이단아 취급 받은 8편과 함께 9편은 여타 작품들과 다르게 세계관 확장이나 외전 등의 푸시를 크게 받지 못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이널 판타지 9편에는 7편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파이널 판타지의 기조를 뚜렷하게 드러내는 무언가가 있다. 8편에서는 그것이 용병 학원과 용병 랭크를 올려가면서 돈을 번다는 기믹이었다면, 9편은 다양한 케릭터들이 등장하는 군상극으로서의 무언가가 강조된다.

 

파판 9에서는 ATE라는 시스템이 있다. Active Time Event라 불리는 이 시스템은 조작하는 케릭터 외의 다른 케릭터가 '동시간'에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시스템이다. 영화나 애니메이션 같은 영상 매체였다면 자연스럽게 컷 인으로 다루었을 수 있는 요소를 게임에 도입한 것이다. 게임 플레이 관점에서 본다면 상당히 귀찮은 요소이긴 하지만, ATE는 각 동료들의 일상생활을 들여다본다는 점에서 동료들의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다.

 

ATE는 이전 파판 시리즈에서 찾아볼 수 있었던 미니 게임들이나 기믹들과 다르게 뭔가 새롭고 대단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파이널 판타지 9이 과거로 회귀를 선언하면서 한 명의 주인공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것이 아닌, 다양한 인물들의 각자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군상극으로 회귀하였다는 점에서 본다면 ATE는 "각 인물들의 이야기를 전체로 이끌어내는"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이야기는 다양한 인물들이 펼쳐내는 이야기가 엮여가면서 하나로 승화되어 "일상에서 볼 수 없는 새로운 세계"라는 관점에서 파이널 판타지 7편 이후의 기조를 따른다 할 수 있다. 물론 전작들에서 찾아볼 수 있는 소소한 미니 게임들(카드 게임이나 축제 미니 게임, 유명한 초반 연극 시퀸스 같은)도 9편에서 등장하며, 이는 일상에서 볼 수 없는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내는 장치라 할 수 있다.

 

9편의 이러한 기조는 10편 이후로도 꾸준하게 이어진다. 7편 이후 두번째로 1000만장을 돌파하였던 10편은 파이널 판타지 최고의 전성기라 할 수 있었던 시기였다. 또한 게임 내에서 그 게임의 내적 완결성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다양한 미니 게임들과 이벤트들을 배치하는 모습은 단순히 RPG 특유의 '전투 - 서사 - 전투 - ....' 의 반복을 피하고 거대하고 완전한 세계로서의 파이널 판타지 그 자체를 만들어내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세계가 점점 커질수록 파이널 판타지라는 프랜차이즈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거대하고 완전한 세계를 만들어내는 도중, 그 세계관을 설명하기 위한 다양한 설정과 복선들을 게임 메인 서사에서 회수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한 것이다. 10-2의 등장은 그러한 문제가 최초로 드러난 케이스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게임이 끝난 이후에 마무리 되지 못한 것들을 회수하기 위한 외전 등을 전개하는 파이널판타지 특유의 기조가 이때부터 드러났다. 이후 12에서는 게임 메인 서사를 마무리도 짓지 못했었고, 13은 이야기를 3편의 별개의 작품으로 쪼개더니, 심지어 15는 장대한 DLC 계획을 내놓고서는 모든 DLC를 내지 않고 급하게 마무리 지어버리기도 하였다. 즉,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는 완전한 세계를 만들어야 하는 강박관념 때문에 게임 개발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한편에 완결된 콘텐츠를 제공한다'라는 기본 전제조차도 지키지 못하는 자가 당착에 빠져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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