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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


소비자에게 물건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들은 직간접적으로 고객만족(Customer Satisfaction)과 밀접한 연관관계를 갖고 있다. 고객 감동 경영은 크게 두가지 전제로 구성된다:1)매출의 대다수는 단골 고객의 재구매에서 비롯된다. 2)고객은 자신의 경험을 다른 사람에게 전파한다. 그렇기 때문에 제품과 브랜드 마케팅 외에도 고객의 경험과 입소문은 장기, 단기적인 매출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이를 관리하기 위해 회사는 자체적인 만족도 조사나 고객 관계 관리 체계(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 CRM)나 VOC(Voice of Customer) 같은 제도를 운영하여 고객이 이야기해주는 경험을 파악하고자 한다. 그리고 고객감동 경영이란 이러한 세부적인 지표와 관리 체계를 하나로 묶어 고객 만족이라는 목표를 실현하는 체계를 일컫는다.


기업 관점에서 고객감동 경영의 목표란 1)고객의 재구매 유도와 2)불만 발생의 차단, 마지막으로 3)긍정적인 입소문 마케팅의 유도다. 업계 내에서는 고객감동 경영의 우수 사례로 노드스트롬 백화점의 사례나 아마존에 매각된 신발회사 자포스의 경우를 많이 꼽는다:노드스트롬의 백화점의 경우. 고객 감동을 최우선으로 하여 직원의 재량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기업을 운영하였다. 마케팅 교과서에서도 인용되는 유명한 사례는 "고객이 구매하고자 하는 할인 대상 물건이 매장 내에 없어서 '반대편 경쟁 매장'에 가서 물건을 '정가'에 구매하여 고객에게 '할인가격'으로 판매한 경우"일 것이다:얼핏 보기에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일지만, 이 사례로 인해서 노드스트롬은 '고객 감동을 위해 힘쓰는 회사'라는 인식이 고객 사이에 퍼졌다. 이 덕분에 제품 품질이나 기술에서 차이를 갖기 어려운 시장에서 노드스트롬은 지속적인 단골고객을 창출하면서 승승장구 할 수 있게 되었다.(관련 기사 : 노드스트롬의 고객관리)


자포스의 경우는 좀 더 극적일 것이다: 인터넷으로 신발을 판매하는 자포스의 경우, 2009년 아마존에 12억 달러에 인수되었는데 여지껏 아마존에서 인수한 기업중 최고가였기 때문이다. 자포스의 경우, 고객 감동을 최우선으로 하는 기업이며 순추천 지수(Net Promoter Score, NPS)가 세계적인 기업으로도 유명하다. 흥미로운 점은 자포스는 '콜센터' 조직이 강한 기업이란 것이다. 자포스가 처음 설립되었을 때, 신발은 인터넷으로 사기 어렵다(실제 신어보기 전까지는 치수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라는 인식이 강했는데, 자포스는 콜센터를 통해서 구매 후 고객의 구매 만족 여부를 확인하여 신발을 인터넷으로 사도 안심할 수 있게끔 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든 것이다. 자포스의 고객감동 사례로 가장 유명한 것은 돌아가신 어머니가 구매한 신발을 회사 내규를 어기면서 내부 비용으로 환불 처리하고, 고객에게 위로의 카드와 꽃까지 보낸 경우일 것이다. 이러한 자포스의 고객감동 사례는 노드스트롬의 사례와 마찬가지로 마케팅 교과서에서 자주 다른 사례 중 하나이며 자포스가 세계적인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관련기사 : 고객과 직원이 행복해지는 기업 자포스)


그렇다면 자포스와 노드스트롬의 사례에서 찾아볼 수 있는 고객감동 경영의 핵심이란 무엇일까. 크게 2가지 정도로 구분해볼 수 있다:1)전 임직원이 CS에 대한 목표와 의식을 공유할 것, 2)현장 직원에게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현장 중심의 권한을 부여할 것이다. 여기에 본인의 경험을 살려서 한 가지를 덧붙인다면 3)고객이 제공받는 제품/서비스에 대한 기대와 실제를 일치시킬 것이다:대부분의 고객 클레임은 고객의 서비스와 제품에 대한 기대와 실제에서 괴리가 있기 때문에 발생한다. 이러한 괴리가 발생하는 원인은 고객에게 프로세스 자체에 대해서 제대로 안내되지 않았을 수도 있고, 제품과 서비스 자체에 부족함이 있을 수도 있다. 이러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서 기업은 항상 1)고객이 누구인지, 무엇을 기대하는지, 2)기업이 제공하는 현 수준이 어느정도인지, 3)그러한 괴리를 어떻게 채우고 문제를 개선할 것인지, 4)고객의 인지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라는 세부적인 목표들과 과제들을 설정하고 과제를 수행한다.


기본적으로 시장이 성숙기에 들어가면, '자신이 갖고 있는 고객풀은 지키면서, 경쟁 기업의 고객을 빼오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많은 소비재/서비스 업계에서 고객 감동 경영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게임업계만큼 서비스로서의 성격이 강조되면서 고객감동 경영이라는 개념이 모호하고 희미한 분야도 없을 것이다. 많은 업계가 이미 기관에 의해서 '이 기업을 얼마나 추천해줄 것인가'라는 조사를 받고, 그 조사결과를 정기적으로 발표하는데 게임 업계는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 것을 봐도 이를 정의 내리기 힘듬을 알 수 있다(관련 링크:KNPS 2018) 물론 게임 산업 자체가 규모가 커진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점, 전통적인 소비재 산업이나 서비스 산업과는 달리 서비스나 제품에 따라서 차별화가 확실하게 이루어진다는 점, 제품과 서비스와 콘텐츠 산업의 개념이 서로 혼재되어 있다는 점 등은 전통적인 고객 감동 경영에서 유리되어있는 영역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게임 역시 점점 라이브 서비스의 영역으로 옮겨가면서 경험을 관리하고 만족을 도출해서 이탈 고객을 방지하는 것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게임을 내기만 하면 어느정도 유저풀을 확보하는 시대는 지났으며, 이제는 새로운 소비자 층을 발굴하거나 경쟁상대의 고객들을 빼오고 자신의 고객을 지키는 전략이 필요한 시기가 온 것이다. 그러나 전통적인 서비스 산업과 달리 게임 산업에 있어서 고객 감동 경영의 요건을 정의내리는 것은 쉽지 않다. 예를 들어 서비스 산업의 경우, 다년간의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기업들은 고객과 서비스가 접촉을 하는 MOT(Moment of Truth, 관련 링크)를 설정하고, 이 MOT 단계에서 서비스 제공자가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하는지를 정의내려왔다. 인사, 예절, 복장 등등의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접하는 다양한 서비스 업종 관계자들은 이런식으로 표준화되고 훈련되었기 때문에 기업이 운영하는 어느 지점을 방문해도 통일성 있는 경험을 제공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통일성 있는 경험의 제공은 고객 감동 경영에 있어서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렇다면 게임 산업의 경우는 어떠한가. 분명 게임도 서비스의 관점에서 본다면 MOT로 구분할 수 있는 단계들이 있다:예를 들어, 게임 접속이나 매칭이 잡히기 까지 기다리는 순간, 게임을 시작하고, 플레이하며, 결과를 결산하는 순간까지 이 모든 순간들이 세부적으로 정의내려질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경험 접점들은 각각 접점에 따라서 개선해야하는 문제와 이슈들이 존재하며, 게임 산업은 이를 개선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들을 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게임 산업 자체가 콘텐츠의 내용에 따라서 UI를 구성하는 것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표준화된 양식에 근거하여 고객 경험을 관리하기 보다는 콘텐츠의 내용에 따라서 UI가 달라지기도 한다는 점이다. 물론 UI를 구성하고 플레이어의 경험 접점을 구성하는데 있어서 대원칙이 있고, 오랜 기간동안 장르 문법으로 업계에 통용되는 양식이 존재하지만 타산업에 비해서 이 양식과 절차라는 것은 교과서라기 보다는 참조해야하는 레퍼런스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문제는 게임이 만들어지고 소비되는 사이클일 것이다:일반적으로 게임은 개발에 몇년이 투자되며, 이러한 개발 과정에서 만들어진 결과가 플레이어 경험의 80~90% 정도를 결정한다. 하지만 문제는 일반적인 서비스 산업과 달리, 게임은 한 명의 플레이어가 수십 ~ 수백 시간을 투자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며, 한번 문제가 터지면 그것을 실시간으로 수습하는 것은 힘들고, 근본적으로 뜯어 고치는 것은 더더욱 힘들다는 것이다. 즉, 여타 서비스 산업에 비해서 몇백배나 되는 고객 접점을 갖고 있으면서, 양식으로 표준화해서 관리하기 힘들고, 초기 개발의 요건들이 플레이어 경험의 대다수를 차지한다는 점에서 게임 산업은 그야말로 서비스 산업의 끔찍한 변종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지난 20년 동안 온갖 쓰레기 같은 게임들이 만들어졌고, 이러한 실패를 거치면서 게임 산업은 장인(스타 개발자) 중심의 가내 수공업에서 탈피해 산업으로서 노하우를 쌓아올리는데 성공하였다. 문제는 이제 공산품을 만들어내는 산업이 아닌 플레이어라는 고객을 감동시키고 서비스에 머무르게 할 수 있는 방법론을 찾아나가야 서비스 산업으로서 진일보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게임 산업이 고객을 자사 브랜드(=게임 프랜차이즈들)에 묶어두는 방법은 전통적인 소비재/서비스 산업에서 고객 감동을 이끌어내는 방법과 좀 다른 방법론이라는 것이다:위에서 언급한 고객감동 경영의 핵심에서 1)과 2)는 분명 어느 회사나 가져야 하는 기본사항이긴 하지만, 게임 업계에서는 이러한 기본 사항이 두드러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게임 업계에서 보여지는 고객 관리 전략의 핵심은 3)고객이 제공받는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기대와 실제를 일치시키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특히 마케팅을 통하여 '우리는 당신이 원하는 것을 제공합니다!'라는 이미지를 끊임없이 제공하는 것이 일반적인 트리플 A 게임 프랜차이즈들의 고객관리 전략이라 할 수 있다. 즉, 자사 제품을 구입했을 때 '감동할 수 있는 사람'만 고객으로 끌어들이게끔 고객 감동 전략을 짰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마케팅을 통해서 '플레이어의 취향을 게임에 맞추는 극단적인 케이스'까지 찾아볼 수 있기도 하다.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게임 개발사가 통제한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레드 데드 리뎀션 2의 사례일 것이다. 레드 데드 리뎀션 2의 경우, 논란이 있을법한 구시대적인 게임 플레이와 대중 문화에서는 마이너한 장르라 할 수 있는 서부극을 갖고 엄청난 판매고를 올린 게임을 만들었다. 최근의 게임 산업 트렌드가 플레이어에게 최대한 편의를 제공해주면서 플레이어가 강하다는 느낌이 들게끔 만드는 쪽이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레드 데드 리뎀션 2는 이를 역으로 거슬러 오른것이다. 물론 락스타 게임즈가 레데리 2에서 보여준 편집광적인 디테일과 배짱은 충분히 높게 살 부분이긴 하지만, 만약 마케팅을 통해서 이를 포장하지 않았다면 게임 자체의 성공은 오히려 일반적인 트리플 A 게임 프랜차이즈보다 불투명하지 않았을까라는 의심도 든다.


하지만 서비스 산업으로서 게임(라이브 서비스, F2P 등등)이 점점 강해질수록, 자신이 갖고 있는 고객관리라는 측면에서의 고객감동 경영은 게임에도 도입되는 것은 필수적이 될 것이다. 그것이 지금 현재로써는 어떠한 모양새가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분명한 것은 수익을 창출하기 위한 BM 뿐만 아니라 자사 게임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는 고객을 이탈하지 않게끔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도 게임 업계에 중요하게 자리매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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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개인적인 이야기


글 1000자 정도 섰는데 노트북 퍽소리 나면서 날아감...


노트북 고장난거 보다 글 날아간게 더 빡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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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


* 스위치 버전 기반으로 쓰여진 리뷰입니다.


메트로배니아라는 장르를 아는가. 닌텐도에서 개발한 메트로이드 시리즈와 악마성 드라큘라:월하의 야상곡이 대표적인 메트로배니아 장르로, 어원 자체도 '메트로이드'와 '캐슬배니아'라는 두 프랜차이즈 명을 접합한 것이었다. 메트로배니아의 개념은 단순하다:기존 횡스크롤 아케이드의 스테이지 구성이 점과 점을 잇는 직선의 개념이었다면, 메트로베니아에서 스테이지는 방향성 없는 면의 개념이다. 처음 게임 플레이에서 플레이어가 갈 수 있는 곳은 한정되어 있다. 하지만 플레이어의 능력이 해금될수록 플레이어가 탐험할 수 있는 공간은 점점 커진다. 메트로배니아의 핵심은 횡스크롤 아케이드 게임에서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기 위한 '탐색'의 개념을 부여하였다는 것이다.


데드셀은 로그라이크 장르와 메트로배니아라는 장르를 섞은 '로그배니아' 장르를 표방하면서 등장한 횡스크롤 아케이드 게임이다. 플레이어는 죽어도 계속해서 부활하는 죄수가 되어서 감옥을 탈출해야 한다. 흥미로운 점은 데드셀이 표방한 로그배니아라는 장르 자체가 그 원류가 되는 캐슬배니아라는 장르와는 상당히 어긋나보인다는 점이다:먼저 캐슬배니아 장르는 탐색이 핵심이기 때문에 게임 스테이지 디자인에 있어서 단계적으로 구성해야 한다:가령 기존 메트로배니아 장르에서는 능력을 해방하는 위치와 목적지, 그 사이의 이동 경로 등을 개발자가 세심하게 조정하는 형태였다. 그러나 로그라이크 장르는 플레이할 때마다 스테이지나 아이템 구성이 달라지는 형태를 띄고 있으며, 이러한 무작위성은 얼핏 보기에 메트로배니아 장르의 사람이 개입된 스테이지 디자인과는 맞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데드셀은 이 둘을 잘 섞은 게임이라 할 수 있다.


데드셀에서 플레이어는 무작위로 생성되는 스테이지를 최대한 빠르게 탐색해서 출구를 찾아내고, 다음 스테이지로 나아가야 한다. 데드셀은 기본적으로 달리고 점프하는 등 상당히 속도감 있는 플레이를 보여주며, 동작 자체는 직관적이기 때문에 익숙해지면 게임을 빠르게 진행할 수 있다. 그러나 데드셀 게임 플레이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완주다:플레이어는 세포와 돈, 레벨업, 장비 등을 들고 스테이지의 시작에서부터 출구까지 가야하나 중간에 적이나 트랩에 당해서 죽게되면 모든 것을 잃어버리게 된다. 이는 여타 로그라이크 게임에서도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부분이긴 하지만, 데드셀의 경우 스테이지와 스테이지 사이에 세포를 이용해 영구적인 업그레이드를 하고 체력 회복 물약을 보급할 수 있는 막간 스테이지가 존재한다. 즉, 스테이지를 완주할 수만 있다면, 플레이어의 죽음으로 '모든 것'을 잃어버리는 구조가 아니라는 점이다. 


이렇게 중간 기점이 있다는 것은 게임 플레이 템포를 독특하게 가다듬는다:달리기처럼, 처음 시작하는 플레이어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완주'가 된다. 처음 플레이할 때는 게임에 익숙하지 않고, 아이템 트리 등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가 많지 않다. 따라서 플레이어가 초반 플레이에서 해야하는 것은 세포와 아이템을 들고 다음 스테이지까지 완주하는 것이다. 하지만 처음에는 이것이 어려울 수도 있다. 당연하게도 플레이어가 게임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테이지를 완주하기 시작하면 데드셀은 플레이어의 학습 곡선과 세포를 이용한 영구 업그레이드가 함께 게임의 난이도를 조절하기 시작한다. 


데드셀에서 세포를 이용한 영구적인 업그레이드 개념은 상당히 독특하다. 세포는 적을 죽일 때마다 확률적으로 생기며, 막간 스테이지의 수집가에게 제공하여 영구적인 업그레이드를 할 때 사용한다. 특히 데드셀에서 업그레이드는 여타 로그라이크에서 아이템풀을 추가하는 것 외에 회복약의 사용 회수를 늘려주거나 초기 아이템을 선택할 수 있게 하거나 하는 등 게임 플레이 자체를 바꾸는 강력한 기능들을 해금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해금들 중 회복약 업그레이드를 제외하고는 모두 다 플레이어를 '직접적'으로 강하게 만들어주는 기능들이 아니라는 것이다. 상점의 아이템을 원하는 아이템이 나올 때 바꾸는 재입고 기능이나, 초기 아이템 선택지를 늘려주는 기능 등 이러한 영구적인 기능 업그레이드들은 대부분 플레이어의 선택지를 늘려주는 방향이다. 이런식으로 선택지가 늘어날수록 게임은 육성폭이 늘리고 게임 플레이를 수월하게 만든다. 이는 플레이어의 게임 학습 곡선과 맞물리면서 게임에 적응할 수 있게 만든다.


스테이지를 완주하고, 업그레이드가 늘어날수록 플레이어의 선택지도 함께 늘어난다. 여기서부터는 게임 플레이의 방향성도 조금씩 바뀌게 된다. 처음에는 업그레이드를 위해서 세포를 모으고 스테이지를 완주하는 쪽이었다면, 후에는 스테이지를 구석구석 뒤지면서 자신이 원하는 아이템을 찾고, 레벨업을 위한 스크롤들을 찾아다니게 된다. 해금된 기능이 늘어나고 기능을 해금하면서 플레이어가 자연스럽게 학습하기 때문에, 처음에 비해서 게임 플레이 체감 난이도는 낮아진다. 데드셀의 레벨업 구조는 단순하다:플레이어는 스테이지 곳곳에 배치되어 있는 잔혹성/전략가/생존술 3개의 스크롤을 확보하고, 원하는 스텟을 찍어서 올린다. 스텟을 찍으면 그 스텟에 해당하는 장비의 성능과 체력이 올라가는 형태이기 때문에, 하나의 주 스텟을 설정하는 것으로 육성 방향을 정할 수 있다는 점은 상당히 편리하다. 


데드셀이 메트로배니아 장르의 재해석이라 평가할 수 있는 부분은 기능 해금과 게임 학습에 따라서 탐색하는 범위가 늘어나는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기존의 매트로배니아에서 '저기까지 어떻게 도달하는가?' 라는 탐색이 핵심이었다면, 데드셀에서는 출구를 찾되 어떻게 내가 최대한 이 스테이지에서 많이 챙기고 다음으로 넘어가는가라는 탐색이 핵심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매트로배니아의 탐색이라는 요소는 동일하지만, 데드셀은 로그라이크 특유의 무작위성을 십분 활용하고 있다. 데드셀에서 흥미로운 점은 로그라이크 장르가 갖고 있는 디테일의 부족함을 '속도감'으로 뭉겠다는 점이다:달리고 구르고 난간을 붙잡고 오르는 등 게임은 빠른 속도로 진행이 되기 때문에, 이러한 과정에서 적의 배치나 통로의 구성과 같이 무작위로 구성된 디테일들은 묻힐 수 밖에 없다.


대신 데드셀의 스테이지는 각각 스테이지의 큰 특징들을 설정해둔다:독성 하수도의 경우, 독성 액체가 찬 바닥을 설정한다던가, 잊혀진 영묘에서는 등불이 없는 구간에서는 플레이어가 데미지를 입게끔 설정한 것처럼 각각 스테이지는 게임 플레이에 영향을 주는 특징들을 갖고 있다. 로그라이크 게임이 갖고 있는 디테일의 부족함을 데드셀은 스테이지 측면에서 특징으로 커버한 것이다. 이러한 스테이지들의 특징들은 전반적으로 잘 작동하는 편이지만, 게임 내에 배치되어 있는 트랩들의 디테일은 다소 아쉬운 편이다:게임에 익숙해지면 트렙에 맞아 죽기는 커녕, 트렙 자체를 맞아가면서 스테이지를 돌파하는게 가능할 정도로 존재감이 희박하다. 


결론적으로 데드셀이라는 게임은 원류라 할 수 있는 매트로베니아 장르를 로그라이크에 맞게 잘 해석한 게임이라 할 수 있다. 가격에 대비하여 상당한 플레이 타임과 재미를 제공해주는 게임으로, 기회가 된다면 구매해서 즐겨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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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


*스위치 버전 오리지널 기준입니다. 흥망성쇠나 몰려오는 폭풍은 적용되지 않았습니다.


문명 시리즈를 리뷰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이는 크게 두가지 원인에 기인한다. 첫번째, 문명시리즈는 플레이어의 경험을 '전체적'인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 다양한 시스템들을 배치한다. 이 시스템들은 서로 상호작용하면서 하나의 전체적인 경험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글로 풀어서 설명하기에는 대단히 복잡하다는 문제가 있다. 물론 문명의 개별적인 시스템들은 직관적이고 단순하다. 도시의 입지와 자원 개발, 확장과 전투, 건설과 운영 등등 개별적인 요소들은 하나의 게임으로 독립해도 될정도로 덩어리가 크지만, 문명 시리즈는 각 요소들은 최대한 단순화시켜서 배치한다. 


이런 점은 문명 시리즈의 시작이 보드게임이었다는 점과 일맥상통한다고도 볼 수 있다:사람이 다룰 수 있는 규모로 게임 요소들(카드와 말이나 보드 등등)과 룰을 간단화하고 축소시킨 뒤, 요소들과 룰을 이용해서 플레이어가 직접 '연산'하게 만드는 보드게임 장르 특징은 문명에서도 비슷하게 발현된다. 다만, 문명의 경우, 보드 게임의 요소들을 몇배로 확장하였다는 것이 핵심일 것이다. 즉, 개별 개별의 요소들은 보드 게임 처럼 단순하지만 그 단순한 요소들이 뭉쳐서 큰 덩어리를 만들었다는 것, 그리고 큰 덩어리를 플레이어가 직접 머릿속으로 판단하면서 운영해야 한다는 점이 문명을 리뷰하기 어려운 게임으로 만드는 원인이다. 결국은 플레이어의 경험을 설명하기 위해서 모든 요소들을 파악하고 운영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러한 단계까지 도달하기에는 많은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두번째 원인은 시리즈 자체가 추구하는 전체적 경험 자체도 크게 변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문명 시리즈는 본질적으로 1편에서부터 6편까지 이르는 20년의 세월 동안 단 한번도 변하지 않았다:문명 시리즈에서 플레이어는 몇몇 안되는 부족을 이끌어 도시를 세우고, 기술을 발전시키고 영토를 확장하며 거대한 문명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사실, 종교가 추가된 4편, 시스템 간략화가 일어난 5편, 선택과 집중을 강조한 6편과 같이 문명 시리즈는 게임 컨셉에 굵직한 변화들이 매 작품마다 있었다. 그러나 문명 시리즈가 플레이어에게 제공하는 게임의 목표와 경험(물론 세부적인 흐름과 경험은 분명 다르지만)이 크게 다르지 않았기에, 전체의 경험(문명을 일으키고 흥한다)라는 관점에서 작은 부분들이 어떻게 기능하는지 세밀하게 파고들어야 하는 문제점이 있다. 


이러한 리뷰에 있어 딜레마(?)는 문명 시리즈만 겪는 현상이 아니다:소위 4X 게임(마스터 오브 오리온이 먼저 명명한 장르로써 eXplore탐험, eXpand확장, eXploit활용, eXterminate섬멸)이라 불리는 게임들에 대한 경험을 정리할 때 고질적으로 겪는 문제다. 이는 4X 게임 자체가 문명과 같이 플레이어의 경험을 개별 요소로 표현하기 보다는 하나의 큰 경험 아래 단순하지만 서로 상호작용하는 요소들로 구성하였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게임 경험을 설명하기 위해서 게임의 0부터 100까지 모두 논하지 않으면 구체적으로 왜 그 경험이 나왔는지 논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게임을 논할 때는 0부터 논하지 못한다면 거대한 경향성(플레이어가 국가를 세우고 운영하는 경험)과 작은 시스템들이 얼마나 그러한 요소에 부합하는지를 간략하게 논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


문명 6의 전반적인 변화는 '선택과 집중'이다. 이러한 변화점을 대표하는 시스템이 바로 유레카다:전작들이 지형과 자원에 따라서 국가의 흥망성쇠가 결정되었던 것 때문에, 초기 시작 위치은 매우 중요했다. 이러한 무작위성을 줄이기 위해서 문명 6는 유레카 시스템을 도입하였다. 유레카 시스템은 과학/사회 정책을 연구할 시 특정 조건을 달성할 경우 진척도가 절반이 올라가는 시스템으로, 플레이어가 도시 개발 외에도 적극적으로 다른 부가 행동들(특정 시설을 건설한다던가, 유닛을 생산하거나 전투를 하거나 등)을 하게끔 유도한다는 점에서는 자칫 지루해지기 쉬운 게임을 역동적으로 만들어주는 부분이 있다. 


그러나 유레카 시스템 때문에 역으로 초반 빠른 발전을 위한 테크트리가 고착화되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하였다. 이는 유레카 달성 조건들이 대부분 비슷한 것들끼리 뭉쳐서 계열화되었다는 점이 큰 이유일 것이다. 이 때문에 역설적이게도 게임 플레이 자체가 정형화되는 문제가 발생하였다. 또한 유레카 시스템 덕분에 기술 개발이 이전보다 빨라져서 플레이어가 진행에 있어 상당히 압박을 받는 경우도 많다. 고대 불가사의를 올리다가 르네상스나 산업혁명 시대로 들어가는 경우도 비일비재하고, 전반적으로 유레카 효율이 너무 좋아서 빠르게 게임을 풀어나가는 것이 플레이에 이득이 되는 경우가 많다. 전반적으로 선택과 집중이라는 테마에 맞춰서 플레이어가 능동적으로 게임을 하게끔 만든 것은 좋았지만, 유레카 효율이 너무 좋은 나머지 특정 플레이 스타일을 유도한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도시 개발의 부분에 있어서도 이러한 선택과 집중의 흐름이 두드러진다. 이제 도시 시설들은 특수 지구로 분리되어 나갔으며, 특수 지구는 도시 내의 타일 한 칸을 차지하여 별도로 건설을 하여야한다. 또한 기존 건설자가 무한히 타일 개발을 할 수 있는데 비해서, 6편의 건설자는 제한적인 숫자로만 사용할 수 있다. 대신 이 도시 특수 지구들의 효율은 매우 높아서, 하나 지어놓는 것만으로 엄청난 효율을 보여준다. 또한 건설자도 사용횟수에 제한이 생긴 대신에 한 턴에 시설을 제작할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변화점들은 플레이어가 자신이 집중할 요소들을 능동적으로 정하고 거기에 집중 투자할 시, 빠르게 결과를 뽑아낼 수 있는 구조를 지향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이 덕분에 플레이어가 한번 방향성을 잡으면 게임 플레이가 빨라지고 능동적인 대처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만 하다.


그러나 동시에 최대의 효율을 뽑아내는 것이 상당히 난해해졌다는 느낌도 같이 있다. 도시 특수 지구가 서로 시너지를 내기 위해서는 인접한 타일들을 잘 고려하여서 배치하여야 하는데, 도시 내의 다양한 자원이나 시설들을 고려하여서 배치해야하기 때문에 전작들에 비해서 시설 관리가 어려운 부분이 있다. 그리고 이러한 난점이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불가사의 건축이다:불가사의의 경우, 전작들과 다르게 '조건에 부합하는 지형'에 설치를 해야하기 때문에 설치에 있어서 어려움이 많다. 물론 한번 건설하면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기는 하지만, 최대의 시너지를 뽑아내기 위해서는 처음 도시 입지부터 고려해야 한다는 점에서 전작들과 비교하였을 때 난이도가 올라간 부분이 있다.


흥미로운 점은 문명 6의 이러한 큰 변화들이 여전히 시리즈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보드 게임 장르'와 맥이 닿아있다는 점일 것이다. 그리고 이 점이 문명을 두드러지게 만드는 부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스텔라리스와 비교를 해보자:스텔라리스에서 플레이어의 제국이 커질수록, 제국은 작은 자치령으로 분할되고 각 자치령은 AI에 의해서 자율적으로 관리되게 된다. 즉, 규모가 커질수록 플레이어의 손을 벗어나서 자동적으로 관리되는 영역이 늘어나는 구조라는 것이다. 그러나 문명 시리즈의 경우, 여전히 모든 요소들은 플레이어가 손에 쥐고 통제할 수 있는 범위내에 놓여 있다. 시리즈는 지속적으로 외교나 과학기술 연구, 도시 개발 등의 요소들에 변화를 주었지만 '어느 한쪽이 복잡해지면 다른 한쪽을 단순화시키는' 방법을 통해서 플레이어가 직접 관리하는 게임 시스템과 요소의 범주를 전체로 정해두되, 그 총량을 정량화 시키려는 노력을 한 것이다. 


문명 6는 이를 위해서 선택과 집중이라는 테마를 두고 시스템을 구성하였다. 문명 6은 전작들에 비교해서 파격적으로 효율을 올리는 요소들(특수 지구 같은 것들)을 도입하되 역으로 제한을 두고(건설자 건설 회수 제한 같은) 플레이어가 방향성을 잡으면 게임을 능동적으로 풀어나가게끔 만들었다. 그것이 큰 틀에서는 잘 작동하기는 하지만, 다소 아쉬운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기도 하다. 그러나 분명한 점은 91년 첫 발매 후 근 30년 가까이 지속된 프랜차이즈의 매력과 정체성은 여전히 살아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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