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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


*스위치 버전을 기준으로 한 리뷰입니다.


훌륭한 게임의 조건은 다양하다:플레이어를 흔드는 스토리나 아름다운 그래픽 또는 아트워크, 재미 등등 사람마다 훌륭한 게임을 정의하는 조건은 조금씩 다를 것이다. 하지만 본 리뷰에서는 플레이어가 조작하는 매체로서의 게임을 기준으로 이야기하고자 한다. 게임은 직접 경험하는 매체이자 자신을 다른 매체에 투영하여 누리는 특성이 있다. 그렇기에 많은 게임은 플레이어가 게임에 몰입할 수 있게끔, 게임 내의 표현과 서사 및 규칙 등을 통일성 있게 구성한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훌륭한 게임이 될 수는 없다:이것은 어디까지나 게임이 성립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전제 조건일 뿐이며, 진정 훌륭한 게임은 플레이어에게 그 이상의 경험을 선사한다. 훌륭한 게임들은 플레이어가 스스로 생각하고 문제를 해결하게끔 만든다. 흔히들 많은 플레이어가 착각하는 자유도의 개념이 여기에 부합할 것이다:엄밀하게 게임은 규칙이 있어야지만 성립 가능하기에 완벽하게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러나 그 규칙을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고, 게임이 가르쳐주지 않아도 스스로 그 규칙을 이용하여 문제를 풀어나갔을 때의 쾌감은 여타 매체에서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감각이다. 그렇기에 진정으로 훌륭한 게임들은 플레이어에게 단순히 경험을 선사하는 것을 넘어서 스스로 학습하고 규칙을 이용해 문제를 창의적으로 풀어나가게끔 유도한다.


이 리뷰에서 다루고자 하는 인투 더 브리치도 그런 훌륭한 게임이라 할 수 있다. 서브셋 게임은 FTL을 통해서 로그라이크와 우주 함선 운영 및 전술을 훌륭하게 결합하였다. FTL의 특기할만한 점은 인디 게임 기준에서도 자원을 엄청나게 적게 잡아먹으면서도(거친 도트풍의 그래픽, 거의 전혀 없는 그래픽 애니메이션 등) 게임으로서 재미는 매우 뛰어났다. 인투 더 브리치도 마찬가지다:게임은 16비트 콘솔 시절의 그래픽 수준이지만, 그 안에 들어있는 게임 규칙은 직관적인 동시에 정교하다. 흥미로운 점은 로그라이크 류의 무작위 생성 요소들을 게임에 탑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투 더 브리치의 게임 플레이는 무작위 요소에 흔들림 없이 확고하게 작동한다는 점이다.


인투 더 브리치에서 플레이어는 거대한 메카닉을 3대 조종하여 전력을 공급하는 그리드를 보호하고, 정해진 턴 동안 버티면 된다. 인투 더 브리치에서 가장 눈여겨 봐야 하는 점은 게임의 단순한 구성이다:우선 지도는 8X8의 타일로 구성되어 있어 상당히 작은 규모에서 게임이 이루어진다.  그리고 적들의 체력도 낮고, 별도의 데미지 계산 공식이나 파라미터들이 있지 않기 때문에 공격/방어 수치에 따른 변수도 없다. 규칙도 단순히 정해진 턴까지 버티기만 하면 되고, 한 판에 긴 시간을 요구하지 않으며, 심지어 조작하는 캐릭터 수도 최대 3명이기 때문에 첫인상은 매우 조촐하고 단순해 보인다.





그러나 첫인상과 별개로 인투 더 브리치는 단순반복적인 게임이 아니다. 오히려 단순반복적인 플레이와 반대로 게임 플레이는 매우 밀도가 높고 플레이어의 사고를 한계까지 밀어붙인다. 게임은 직관적인 규칙과 흐름을 갖고 있기에 복잡한 규칙 숙지가 없더라도 다양한 파훼법을 실험해볼 수 있다. 또한 지도의 생성이나 적의 구성 등을 결정하는 로그라이크 요소들은 게임을 클리어 불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게임이 질리지 않게끔 풍성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인투 더 브리치는 로그라이크 요소를 가진 전략게임임에도 불구하고, 게임의 본질은 여타 로그라이크와 다르게 무작위에 근거한 반복이 아닌 다양한 환경에 대해 플레이어의 사고를 한계까지 밀어붙이는 쪽에 가깝다. 이는 로그라이크 게임에서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미덕이다.

이런 인투 더 브리치의 미덕은 '확정된 미래'라는 개념에서 비롯된다:게임 내의 미션 중 하나인 열차 보호 미션을 보자. 열차는 총 4턴에 걸쳐서 선로를 따라 일직선으로 달린다. 그리고 괴수들은 정해진 규칙에 따라 스폰되고, 스폰된 괴수들은 주변의 건물이나 열차를 공격한다. 게임 내에서 이러한 과정들은 모두 표시된다. 어떤 괴수가 어디를 공격하고, 예측되는 피해는 어떻게 되며, 괴수의 스폰 위치는 어디며, 열차는 어디로 움직이는지 등등 각 턴이 시작될 때마다 게임은 플레이어에게 확정된 미래를 제시한다. 장기/체스로 놓고 본다면, 게임은 플레이어에게 다음 상대의 수를 미리 알려주고 플레이어가 상대 수에 대한 파훼법 자체를 역설계하게끔 만든다.

이러한 역설계의 과정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장기말, 3대의 메크로 조합된 스쿼드다. 인투 더 브리치에서 메크와 스쿼드들은 데미지를 입히는 것을 넘어서 '필드'를 지배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예를 들어, 기본 스쿼드인 리프트 워커는 컴뱃 메크의 주먹을 이용한 준수한 데미지+밀처내기로 주력 딜을 하며, 캐논 메크와 아틸러리 메크를 이용해 괴수들을 먼 거리에서 밀쳐내어 낙사를 유도하거나 위치를 바꾸는 플레이를 보여준다.  하지만 또다른 스쿼드인 블리츠크리그의 경우, 상대에게 가한 데미지가 인접한 유닛/건물에 따라 타고 흐르는 라이트닝 메크와 상대를 낚아채서 강제로 뭉치게 만드는 후크 메크, 전도체로 취급받는 돌덩이를 집어 던지는 볼더 메크의 조합을 통해 괴수를 밀쳐내고 제어하기 보다는 오히려 상대가 뭉치는 것을 유도하여 라이트닝 메크의 전기 채찍으로 괴수를 일망타진하는 식의 플레이를 보여준다. 인투 더 브리치에 등장하는 총 8개의 스쿼드들은 서로 겹치는 컨셉없이 개성 넘치는 방식으로 전장을 통제하며, 각 유닛이 서로에게 끼치는 영향은 막대하다. 그리고 이들의 개성을 충분히 발휘하여야 확정된 파멸을 뒤바꿀 수 있다.

하지만 장기나 체스에서 '미래에 확정적으로 일어날 수'를 안다고 해서 그것을 역설계하고 파훼하기가 쉬울까? 당연히 그렇지 않다. 상황과 조합에 따라서는 모든 경우에 정답이 되는 신의 한 수가 존재하지 않을 수 있다. 게임은 닥쳐올 결과만을 보여줄 뿐, 정답이 있는지 없는지를 확정 짓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플레이어만이 닥쳐올 결과를 토대로 최선의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계속해서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게임은 플레이어가 고민한 만큼 부드럽게 화답한다:이렇게 플레이어의 생각을 유도하고, 생각한 만큼 작동한다는 점이 인투 더 브리치의 핵심적인 매력이다. 이런 매력 덕분에 혹자는 인투 더 브리치가 퍼즐 장르의 문법을 따른다고 이야기했지만, 정답이 존재하지 '않을 수 있다'라는 속성 때문에 명확한 파훼법이 존재하는 퍼즐 게임의 장르로 놓고 보기에는 어려운 구석이 있다. 하지만 인투 더 브리치는 단순하지만 정교하게 스쿼드 메크들과 괴수들이 상호작용을 주고받는 점에서 퍼즐 게임 특유의 정교함을 갖고 있기도 하며 이는 상당히 흥미로운 사례라 할 수 있다.

인투 더 브리치에서 로그라이크 요소들은 플레이어가 계속해서 생각하는 상황을 만들어내는 변수 생성의 역할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앞서 설명하였듯이 게임은 짤막하고 단순한 것들을 조합하고, 이마저도 확고한 규칙에 근거하여 생성하기에 확률의 변덕이 개입할 여지를 최소한으로 줄여버린다:예를 들어 괴수의 공격 패턴은 장기/체스의 인공지능 알고리즘과 유사하며, 자신이 이동할 수 있는 거리 내의 가장 자신에게 유리한 결과를 평가한 뒤 행동한다. 이 덕분에 플레이에 따라서는 다음 턴의 괴수 움직임뿐만 아니라 자신의 움직임에 맞춰서 다다음 턴의 괴수의 움직임을 예측하거나 심지어는 통제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인투 더 브리치에서 생성되는 무작위 요소들은 확률의 변덕스러움보다는 플레이어가 통제할 수 있는 도전이다.



하지만 때로 절대 바꿀 수 없는 운명이 있다. 본질적으로 인투 더 브리치는 퍼즐게임이 아니며, 항상 정답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규칙에 따라 괴수들이 움직이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게임은 플레이어가 각각의 스테이지에서는 전술적으로 정답을 찾기 위한 노력을 하되, 장기적인 전략에서는 피해를 관리하는 위험 통제를 하게끔 만든다. 이러한 전략적인 피해 관리 요소가 바로 섬 형태의 스테이지 구성과 전력 그리드, 명성의 관계다. 우선 게임은 크게 스테이지의 테마를 결정하는 4개의 섬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 섬은 7~8개의 구역 스테이지로 잘게 쪼게져 있다. 각 스테이지를 클리어할 때마다 플레이어는 전력 그리드와 명성을 보상으로 얻게 되는데, 플레이어의 필요에 따라서 이들을 원하는 순서로 획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단순하지만, 자원 관리 요소가 들어있다.

특히 주의해서 봐야 하는 부분은 전력 그리드다:게임 내에서 메크는 파괴되면 다음 스테이지에서 완벽하게 수리되지만, 메크에게 전력을 공급해주는 그리드는 게임의 전체 체력을 상징하며, 이것이 0으로 줄어들면 곧바로 게임 패배로 이어진다. 전력 그리드는 게임이 끝날 때까지 피해가 누적되기 때문에, 한 스테이지에서 큰 피해를 입으면 다음 스테이지 때 운신의 폭이 줄어드는 문제가 발생한다. 하지만 역으로 플레이어가 그리드 손실을 최소화하고, 전력 그리드를 틈틈이 보상으로 모은다면 한두 번의 그리드 손실은 감수할만한 손실이 된다. 이러한 그리드 손실은 어떻게 피할 수 없는 결과 때문에 발생하기도 하지만, 스테이지 클리어 외에 보조 임무를 달성을 위한 무리한 움직임 때문에 발생하기도 한다.

각각의 스테이지들은 제각기 다른 단순한 보조 임무들을 갖고 있다:특정 건물을 지키거나, 시설을 작동시켜 특정한 목표를 행하거나 등의 다양한 내용을 가진 보조 임무들은 특정한 조건 달성 시 명성이라는 보상을 제공한다. 이 명성 점수는 각 스테이지가 끝나고 나서 플레이어가 원하는 아이템을 살 수 있는 재화로 활용되는데, 파일럿의 레벨업보다는 메크 기능 해금을 위한 리액터 코어 투자로 강해지는 것이 더 직관적인 인투 더 브리치에서는 명성 점수를 확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각각의 보조 임무들은 녹록지 않고 때로는 스테이지 내에서 전력 그리드 손실로 이어지는 판단을 해야 하기도 한다.  즉, 게임은 플레이어에게 단기적인 전술과 장기적인 전략 부분에서 균형을 요구하며, 플레이어가 끊임없이 생각하게끔 만든다.

메크 업그레이드와 장비, 파일럿 운영은 스쿼드의 능력을 보정하는 세부적인 요소들이다. 큰 틀에서의 게임 운영을 스쿼드 선택이 결정한다면, 파일럿의 육성과 장비 또는 리액터 코어의 확보는 플레이를 편하게 만드는 요소라 할 수 있다. 파일럿의 경우, 메크 업그레이드보다 레벨업의 한도가 제한되며 레벨에 따른 능력 개방이 무작위에 의지한다는 점에서 육성과 강화에 한계가 있다. 하지만 파일럿은 각기 가진 개성이 뚜렷하고 무엇보다 게임 클리어/패배 시, 자신이 선택한 파일럿 한 명을 레벨과 능력을 계승하기 때문에, 초반 스테이지 클리어에 도움을 준다. 메크 업그레이드와 장비의 경우, 리액터 코어 투자를 통해 메크나 장비의 정해진 옵션을 개방하는 쪽이긴 하지만, 리액터 코어 자체가 게임 내에서 구하기 힘든 물건이기 때문에 장비의 어떤 옵션을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선택과 집중이 중요하다.

인투 더 브리치는 전략 시뮬레이션이나 턴제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흠잡을 곳이 없는 게임이다. 물론, 아쉬운 점은 있다. 로그라이크 류 게임답게 짧게 반복해서 플레이하는 양태로 게임이 흘러가는데, 이들을 풍족하게 만드는 다양한 변수와 스쿼드가 추가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물론 기존 8개의 스쿼드를 해금하고 운영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많은 시간과 도전을 요구하지만 말이다. 추가로 스위치 버전으로 이식된 인투 더 브리치는 기기의 컨셉과 상당히 잘 맞아떨어진다. 애당초에 도트풍의 2D 게임인 만큼 큰 화면보다는 작은 화면에서 보았을 때가 더욱 어울리기도 하며, 더 나아가서는 클리어까지 걸리는 사이클이 짧기 때문에 스위치로 휴대하며 틈틈이 하기에는 매우 적당하다.

결론을 내리자면, 인투 더 브리치는 로그라이크의 요소를 빌고 있지만, 단순화된 규칙들과 확정된 미래를 고쳐나가는 게임 플레이 덕분에 여타 로그라이크류 게임이 쉽게 범접할 수 없는 독특한 경지에 도달한 로그라이크 턴제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스위치를 갖고 있다면 구매를 적극적으로 고려해도 좋은 게임이며, 추후 FTL 같이 업데이트를 통해 콘텐츠를 더 확장한다면 지금보다도 더 훌륭한 게임이 되리라 생각한다.



게임 이야기



옥토패스 트래블러는 상당히 독특한 게임이다:겉으로 보기에는 옥토패스 트래블러는 브레이버리 디폴트 시리즈의 잡 시스템에 턴제 전투 감각(턴을 몰아 쓸 것인지/저축할 것인지/혹은 파티원과 나눠쓸 것인지)들을 계승하였다. 그리고 브레이버리 디폴트는 직접적으로는 파이널 판타지 빛의 4전사, 더 나아가서 옛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에 대한 오마주가 많은 게임이었다. 하지만 흥미로운 점은 옥토패스 트래블러는 겉보기와 다르게 본질적으로는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와 동떨어진 부분들이 있다. 8명의 주인공들의 이야기는 이어지지 않고, 각자의 이야기에서 케릭터의 개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나간다. 게임의 제목처럼(옥토패스Octopath, 8개의 길) 게임은 8명의 주인공과 8개의 서로 다른 길을 걷는 옴니버스식으로 구성되었다.


그렇기에 몇몇 사람들은 옥토패스 트래블러가 파이널 판타지보다는 사가 시리즈에 레퍼런스를 두고 있다고 보기도 한다(코타쿠 기사: 옥토패스 트래블러는 파이널 판타지 6와 비슷하지 않다) 오히려 코타쿠의 경우에는 사가 시리즈를 연상된다고 평하기도 하였다:사가 시리즈는 한 때 스퀘어 RPG를 대표하였던 게임 프랜차이즈 중 하나였으며, 프리 시나리오나 적들도 같이 레벨이 오른다든가, 혹은 복수의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다룬다든가 등의 독특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는 몇몇 예를 들어서 살펴보도록 한다. 먼저 사가 시리즈를 대표하는 로맨싱 사가 2의 경우를 보자:로맨싱 사가 2편은 황제를 계승하는 사람들이 7영웅이라는 적에 맞서 각기 다른 시대에서 싸운다는 점에서 이야기를 관통하는 소재를 가진 옴니버스식 구성의 게임이라 할 수 있다. 또한 로맨싱 사가 3에서는 서로 각기 다른 배경을 가진 8명의 주인공 중 한명을 선택하여 게임을 진행하고, 케릭터에 따라 즐기는 컨텐츠와 이벤트가 달라진다. 예를 들어 로아누의 후작인 미카엘를 주인공으로 선택할 경우, 국가를 경영하며 매스 컴벳이라 불리는 전략 시뮬레이션을 미니 게임으로 플레이하며, 토마스를 주인공으로 선택할 경우에는 상회를 운영하는 경영 시뮬레이션을 미니 게임으로 플레이하게 된다. 게임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사가 시리즈는 큰 이야기와 별개로 각 주인공들의 개성과 이야기와 세계 안에서 일어나는 상호작용들에 초점을 맞춰서 게임을 구성하는 독특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는 파이널 판타지나 드래곤 퀘스트 같이 스토리가 중심이 되는 게임과는 다른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옥토패스 트래블러가 사가 시리즈를 연상되는 부분도 '서로 다른 8명의 주인공이 하나의 목적을 위해 싸운다'라는 전통적인 JRPG가 아닌, '8명의 주인공이 서로 다른 테마를 가진 각자 다른 이야기를 진행하고 풀어나간다'라는 부분 때문이다. 옥토패스 트래블러는 사가와 같이 야심차게 큰 이야기를 다루거나, 상당한 분량의 미니게임을 넣어두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 대신에 각 케릭터를 상징하는 패스 액션 시스템을 도입하여, 세계의 NPC들과 상호작용하고 전투에 케릭터들의 개성을 드러내는 쪽으로 방향성을 잡았다. 즉, 사가 시리즈 특유의 방대함은 없지만 옥토패스 트래블러는 케릭터와 세계의 상호작용을 단순하지만 의외성을 가진 형태로 구현한다. 예를 들어 게임 내 서브퀘스트의 경우, 별도의 목표나 지시사항 없이, 플레이어가 NPC의 대사만 듣고 이 대사를 통해서 어떤 패스 액션을 써서 문제를 해결할 것인지를 능동적으로 생각하고 문제를 풀어나가게끔 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옥토패스 트래블러는 복잡하진 않지만 계속해서 플레이어를 생각하게 만들고, 케릭터의 개성과 특성을 계속해서 인지하게 만든다. 


이런 점에서 옥토패스 트래블러의 전투 시스템은 브레이버리 디폴트와 파이널 판타지의 영향을 강한 편이지만, 케릭터의 개성과 게임을 풀어나가는 과정은 사가 시리즈에 영향을 더 받았다고도 볼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옥토패스 트래블러가 단순하지만 'RPG가 갖춰야 하는 클리셰의 기본'을 모두 갖추고 있는데 비해서, 사가 시리즈의 특징은 현대 게임의 미덕에서 벗어나있다고 평할 수 있다:다양한 이벤트와 자유로운 진행, 케릭터에 따라 달라지는 이야기 구성 등은 게임 제작이나 플레이에 있어서 부담스러운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한떄 많은 팬을 보유하였던 사가 시리즈가 근 10년 가까이 정식 신작이 없었던 체로 지냈던 것도 놀라운 일은 아닐 것이다.


2016년 비타로 발매된 사가 스칼렛 그레이스는 근 10년 만에 나온 사가 시리즈의 신작이었다. 물론 초창기 공개되었을 당시, 그래픽이나 일러스트 면에서 상당히 부족하다는 평을 받았지만 독창적인 전투와 엄청난 양의 이벤트를 통해서 사가 시리즈를 훌륭하게 계승하였다는 평가를 들었다. 이후 2018년 스위치와 PS4, 스마트폰 등의 플랫폼으로 게임을 확장 이식하였다. 어떻게 보면 지속해나가기 어려운 게임 프랜차이즈임에도 불구하고, 다시 살아돌아왔다는 것은 사가 시리즈가 갖는 독특한 매력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 추후, 옥토패스 트래블러를 클리어한 후에는 순서대로 사가 스칼렛 그래이스와 로맨싱 사가 2를 플레이/클리어할 예정입니다. 

추후, 이 3편이 모두 마무리 되면 3개를 함께 엮는 글을 써보도록 하곘습니다.

게임 이야기


*스위치 판을 기준으로 쓰여진 리뷰입니다.


로컬 멀티플레이는 첫 비디오 게임기에 두 번째 컨트롤러가 달릴 때부터 존재해왔었다. 그리고 로컬 멀티플레이의 등장에는 핵가족이라는 가족 구성과 TV를 중심으로 한 거실 공간이 강한 영향을 미쳤다:아이들은 자신의 친구를 거실로 초대해서 두 개 이상의 컨트롤러를 이용해 비디오 게임을 같이했다. 하지만 핵가족의 축소와 인터넷의 발달은 더는 거실이라는 공간에서 같은 스크린을 바라보며 플레이하는 로컬 멀티플레이의 존재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인프라의 발달과 환경의 변화로 자연스럽게 도태될 것처럼 보였던 로컬 멀티플레이가 시간이 흘러도 질기게 살아남았다. 많은 것들이 논의되어야 하겠지만, 여기에는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이 있다:아무리 시대가 변하더라도 사람들과 웃고 떠들면서 같은 것을 즐기는 게임은 꾸준히 명맥을 이어간다는 것이다.


오버쿡드 2는 오버쿡드 1편의 후속작이다. 오버쿡드의 게임 플레이는 단순하고 명확하다:최대 4명의 요리사가 말도 안 되는 부엌에 서서 요리 재료를 다듬고 요리하여 음식을 내보낸다. 단순하지만 명확한 게임 플레이 덕분에 오버쿡드는 온라인 멀티플레이를 지원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큰 인기를 끌었다. 그리고 오버쿡드 1편은 스위치로 2017년에 이식되었으며, 2018년 4월까지 약 50만 장을 판매하여 오프라인 협동이라는 장르가 스위치에 어울린다는 것을 확실하게 증명하였으며, 오버쿡드 2가 E3 콘퍼런스 당시 닌텐도를 통해서 처음 공개된 것은 놀라운 것도 아니었다.


오버쿡드 2의 게임플레이는 매우 간단하다:플레이어들은 재료를 집어서 다듬고 조리한 뒤에 내보내기만 하면 된다. (그리고 여기에 약간의 설거지는 덤이다.) 이것은 오버쿡드 2의 강점이자 매우 특이한 점이다:게임의 모든 것들은 직관적이고 단순하기 때문에 그 누구라도 쉽게 이해하고 접할 수 있다. 그리고 게임은 진행에 따라 강해지는 요소나 꼬아놓는 요소들을 전적으로 배제하고 오로지 요리에만 집중하도록 만들었다. 처음 오버쿡드 2에 대한 설명을 들은 플레이어라면 이 단순함 때문에 '게임에 깊이가 없지 않을까?'라는 걱정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재밌는 점은 오버쿡드 2의 게임 플레이가 극도로 단순하고 이해하기 쉽다고 하여서 게임의 난이도 자체가 쉬운 거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중요한 함정이 숨어 있다.


오버쿡드 2 게임플레이의 핵심은 요리를 만드는 것 그 자체가 아니라 요리를 '효율적으로'(최대한 많이/빨리) 생산하는 데 있다. 각각의 부엌에는 클리어에 필요한 점수를 책정되었으며, 플레이어는 많은 점수를 얻어 부엌을 클리어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하지만 게임의 부엌은 극한의 비효율적인 동선을 자랑한다:예를 들어 재료를 다듬기 위한 도마와 재료들이 서로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은 예삿일이고, 움직이는 발판이나 장애물들이 배치되어 있어서 플레이어가 이들을 피해서 요리를 해야 하는 등의 온갖 장애물들이 놓여있다. 물론 모든 게임 내의 장애물과 동선은 직관적이기에 고도의 눈썰미나 반사신경을 요구하진 않는다. 플레이어는 몇 번 조리를 하다 시간을 넘겨 재료를 태우거나 요리를 망치다 보면 '아 이것은 이렇게 플레이해서는 안 되는구나'를 쉽게 깨달을 수 있으며, 모든 것은 적절한 학습과 동선의 수정을 통해서 해결할 수 있다. 즉, 게임의 재미는 반복되는 실패와 학습을 통해 극도로 비효율적인 공간에서 효율을 올리는 과정에서 비롯된다.


여기에 게임은 다른 플레이어와의 협업이라는 주요한 변수를 도입한다. 물론 오버쿡드는 기본적으로 혼자서도 플레이하고 클리어할 수 있게끔 게임을 조절하여 두었다. 그러나 혼자 플레이할 때도 플레이어가 두 명의 요리사를 번갈아서 조작하게끔 만들었다는 점은 기본적으로 이 게임이 두 명 이상의 플레이어를 전제하고 게임을 설계하였다는 것을 방증하는 부분이다. 그리고 두 명 이상의 플레이어가 요리 과정을 분담해서 게임을 진행할 때, 게임은 그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한다:플레이어들은 비효율적인 부엌에서 효율적인 동선을 짜내고, 서로가 필요한 부분들을 능동적으로 채워나가야 한다. 가령, 한 사람은 한쪽에서 재료를 주어서 도마 쪽으로 집어 던진다면, 다른 한 사람은 도마에서 재료를 다듬고 조리를 하는 쪽에 재료를 넘긴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분업을 하더라도 필연적으로 게임은 여러 장애물이나 비효율적인 동선 때문에 꼬일 수밖에 없다. 이때 게임은 얼마나 상대방이 실수하거나 빈칸이 발생한 부분을 메꾸는가가 중요하다.


오버쿡드 2가 구현한 것은 협동 게임의 기본이자 핵심이다:서로를 부족한 부분은 메꾸고, 잘하는 부분을 채워서 공동의 목표를 달성한다는 것. 그러나 상당수의 협동 게임들이 자신만의 개성을 위해서 다양한 기믹들을 추가하는 쪽이었다면, 오버쿡드 2는 오히려 협동에 필요한 장애물과 목표를 제외하고는 모든 것을 극단적으로 쳐내버리는 독특한 구성을 보여준다. 하지만 협동에 필요한 직관적인 요소들만 남겨놓은 덕분에 게임의 입문 장벽이 낮아지면서 도전적인 콘텐츠를 구성하는 다소 모순적인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하였다.


하지만 오버쿡드 2의 협동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중요한 전제가 있어야만 한다:그것은 바로 '소통'이다.  플레이어는 효율적으로 업무를 분담하고 빈틈을 메꾸기 위해서 서로가 필요한 부분들을 적극적으로 상대에게 어필하고 지시를 내려야 한다. 이는 단순히 커모로즈와 같은 양식화된 채팅수단만으로는 부족한 부분이다. 실제 오버쿡드 2는 오프라인 협동에서는 서로 음성으로 소통하며 상대와 호흡을 맞추기 쉬운 구조이지만, 음성으로 소통하지 못하는 익명 온라인 협동 같은 경우에는 게임 난이도가 거의 클리어 불가능한 수준으로 올라간다. 물론 스위치의 경우에는 여타 플랫폼에 비교하여 보았을 때, 플레이 환경 구성이 쉬운 편이다:한 대의 콘솔이 기본적으로 두 명의 플레이어를 지원할 뿐만 아니라 두 대의 스위치로 2명 - 2명 팀을 짜서 플레이한다든가 등의 인원 구성이 자유롭기 때문이다. 게임 퍼포먼스 측면에서도 크게 차이점이 없기 때문에, 기본 오프라인 협동 등을 고려하였을 때 스위치 버전이 가장 추천할만하다.


결론적으로 오버쿡드 2는 분업과 협업, 그리고 효율 추구라는 단순한 키워드로 요약할 수 있지만, 이 부분에 극도로 집중한 덕분에 여타 협동 게임들과 다른 차별점과 매력을 가졌다. 물론, 게임 자체가 긴밀한 소통을 필요로 하므로 보이스 채팅 없는 무작위 온라인 협동은 상당히 어렵고, 더 나아가서 혼자서 플레이하는 것이 거의 의미가 없는 부분이 있다. 그러나 적어도 같이할 수 있는 사람을 한 사람이라도 구한다면, 오버쿡드 2는 분명 추천할만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잡담/개인적인 이야기


다시 글 쓸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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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715  (0) 2018.07.15
게임 이야기



*오타나 문법상 오류는 후에 탈고할 예정입니다.


한 때 스타 게임 개발자들이 게임 업계와 게임 플레이어들을 호령하였다:이나후네 케이지, 미카미 신지, 이타가키 토모노부, 켄 레빈, 피터 몰리뉴, 리차드 게리엇 등등. 이 위대한 게임 개발자들이 말하던 것이 현실이 되고, 미래를 약속하는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 그런 시대는 지나가버렸다:이나후네 케이지는 마이티 넘버 나인과 함께 사기꾼이란 평가를 들으며 주저앉았고, 이타가키 토모노부는 예산 부족에 허덕이며 데빌즈 서드라는 미완성 작품을 내며 거꾸러졌다. 켄 레빈은 바이오쇼크 시리즈에서 손을 때면서 업계에서 실종되버렸고, 피터 몰리뉴와 리차드 게리엇은 증빙되지 않은 공수표를 남발하다가 팬들의 신뢰를 잃어버렸다. 개발자들의 몰락은 급작스러웠고, 그 끝은 초라했다. 


스타 개발자들의 급작스러운 몰락은 게임이라는 매체의 특성과 대자본이 들어간 트리플 A 게임 개념의 등장과 밀접하게 맞물려 있다. 게임 매체는 여타 대중문화나 매체에 비해서 기술 및 노동집약적이라 할 수 있다. 벤야민은 영화가 분업과 해체, 재조립에 의해서 만들어진다고 하였지만, 게임은 영화보다 이 분업의 강도가 더욱 높다. 또한 영상 매체가 기술의 발전에 따라서 카메라와 영상 편집의 툴이 보편화되어 영상 매체 제작에 대한 허들을 꾸준하게 낮춘데 비해서, 여전히 게임은 프로그래밍과 수학 등의 전문화된 기술과 개발 인력을 요하는 부분들이 있다. 즉, 게임은 영화에 비해서 더욱 산업화된 매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 산업화된 매체인 게임과 과거 우세하였던 '스타 개발자가 그의 독창적 색깔이 들어간 게임을 만들어낸다'라는 명제는 서로 상반되었다는 점이다. 매체 생산 과정이 수많은 공정으로 잘게 쪼게져있는만큼 한 명의 개발자가 전체 게임 개발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게임 산업이 태동하던 시기에는 한 명의 천재가 전체 게임 개발에 영향을 끼칠 수 있었고, 이것이 수많은 스타 개발자들을 만들어내는 원동력이 되었다. 미야모토 시게루의 사례를 보자:역사상 가장 유명한 낙하산 게임 개발자(?) 중 하나인 미야모토 시게루는 첫번째 동키콩 게임을 만들 때 코드 작업에서부터 간단한 게임 시나리오 작업, 더 나아가서 기타로 BGM 작업까지 직접하였다. 요즘으로 이야기한다면, 미야모토 시게루는 3명의 전문 인력 몫을 해낸 것이었다. 


이는 게임 개발 초창기였기 때문에 가능한 상황이었다. 게임이라는 매체 자체가 만들어진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개발자가 마음 먹고 손을 뻗기만 하면 모든 것을 만들수 있었다. 스타 개발자들의 등장은 그러한 초창기의 게임 산업의 특수성에 기반하였다. 하지만 기술이 발전하고 작품이 누적되면서 개발자 한 명이 모든 분야를 관장하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특히 게임의 산업화가 두드러졌던 트리플 A 대형 게임들은 전문화된 인력과 분업, 효율적 예산 배분과 스케줄 관리가 맞물리면서 기업화된 개발 환경에 기반하여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시대가 바뀌면서 스타 개발자들은 자연스럽게 자신이 키워왔던 회사와 부딪힐 수 밖에 없었다. 개발자들이 빠져나와 새로운 스튜디오를 만드는 것이 활발해진 것도 게임 개발에 있어 조직이 강조되면서부터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초창기 개발자들의 독립 스튜디오 설립은 오히려 스타 개발자들의 몰락을 가속화시키고 말았다:초창기 개발자들이 간과했던 부분은 게임(정확하게는 트리플 A 게임들)이 더이상 아이디어에 근거해서 만들어지기 어려워졌다는 점과 게임 개발에 있어 다양한 인프라(특히 재정 등)가 필요하다는 점이었다. 가장 단적인 사례는 이나후네 케이지였다:이나후네 케이지는 개발에 있어서 기획 부분만 따로 전담하는 회사인 콘셉트를 만들고 개발을 외주화 시키는 독특한 시도를 하였다. 마이티 넘버 나인에서 아니후네 케이지는 자신은 기획을 전담하고 예산은 클라우드 펀딩으로, 실제 개발을 하는 회사로 록맨 제로를 만든 인티 크리에이츠를 끌어들이는 등 게임 역사상 비슷한 사례를 찾아보기 힘든 야심찬 시도를 하였다. 하지만 마이티 넘버 나인은 수준 이하의 퀄리티와 지켜지지 못한 약속으로 게임 역사와 자신의 커리어에 절대 씻을 수 없는 오점을 남기고 말았다. 


주목해야하는 점은 마이티 넘버 나인으로 신뢰를 잃기는 했지만 이나후네 케이지와 콘셉트는 소울 새크리파이스로 나름대로 주목할만한 결과를 얻어내기도 했다는 것이다. 다양한 요소들을 고려해야겠지만, 마이티 넘버 나인의 실패는 단순하게 이나후네 케이지의 게임 기획 능력의 부족으로 몰아가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 오히려 마이티 넘버 나인의 문제는 기획과 개발, 그리고 이를 지탱하기 위한 예산 사이에서의 벨런스가 무너진 부분이 가장 컸다고 볼 수 있다:킥스타트 펀딩 외에도 지속적으로 펀딩을 하며, 여기에 추가목표를 올리는 등 개발 과정 자체를 조직적으로 관리하는 프로세스가 부재하였다. 좀 더 정확하게는 소울 새크리파이스를 만들 떄 받았던 재정적 지원을 마이티 넘버 나인은 받지 못한 원인이 가장 치명적일 것이다.


이나후네 케이지의 몰락은 스타 개발자가 몰락하는 대표적인 사례일 뿐이다:스즈키 유, 이타가키 토모노부 등등 수많은 게임 개발자들이 조직 바깥에 자신만의 회사를 세우는 모험을 했다가 변화한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사라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변화하는 시대에 살아남은 개발자들도 있다:다시 미야모토 시게루의 사례로 돌아와보자. 역사상 가장 위대한 게임 개발자로 칭송 받는 그는 이제 더이상 새로운 게임을 만들지 않는다. 그가 게임을 만들지 않는 대신, 그의 게임을 만드는 방법론이나 철학은 닌텐도라는 집단 전체가 공유한다:슈퍼 마리오를 이제 더이상 미야모토 시게루가 만들지 않지만, 그가 만들었던 슈퍼마리오라는 게임의 방향성은 유지되는 것처럼 말이다. 즉, 살아남은 위대한 게임 개발자들은 더이상 자신의 개발 철학을 혼자만의 것으로 만들지 않는다.  


이런 식으로 철학을 개인이 아닌 조직이 공유하는 회사는 시대가 지나도 자신만의 테이스트를 유지할 수 있었다. 미야자키 히데타카가 이끄는 프롬이 그렇고, 30년 가까이 증자 없이 흑자 운영을 하고 있는 팔콤이나 플래티넘 게임즈 같은 경우가 그러하다. 이들은 전반적인 시장 트렌드와 별개로 자신만의 테이스트를 꾸준하게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닌텐도의 케이스와 다르게, 이 회사들의 규모는 여전히 작다:한명의 제작자가 여러 포지션을 담당하는 멀티플레이를 지향함으로 자신의 분야 외에도 '완성된 게임'에 대한 전반을 이해하는 모습을 통해 조직 전체가 동일한 이상을 공유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작은 회사의 문제는 필연적으로 개발자 개개인의 과중한 업무량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는 한계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개발사들은 닌텐도와 같은 경우를 제외하면 필연적으로 작은 규모로 운영될 수 밖에 없다.


흥미로운 점은 초창기 스타 개발자들의 성공담이 인디 게임 분야에서 재현되고 있다는 점이다:이코노클라스츠나 아울 보이, 스타듀 벨리 같이 몇년 동안 개발자 혼자서 게임 내의 모든걸 기획하고 만드는 경우나 오버쿡드! 시리즈 같이 열 손가락에 꼽는 인원이 게임을 만들어서 성공하는 사례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는 상대적으로 게임이라는 매체와 문화가 발전함에 따라 시장이 자연스럽게 확장되었기에 가능한 것이다. 이 덕분에 인디 게임들은 트리플 A 게임에서 시도할 수 없는 대담한 시도들이 이뤄지기도 한다. 물론, 트리플 A 게임이나 패키지 게임들과 달리, 인디 게임들은 하나의 게임을 몇년에 걸쳐서 꾸준히 업데이트 시키고 완성시키는 전략을 취함으로써 아이디어를 숙성시키고 있다. 물론, 이러한 방향성에 대해서 상당수의 플레이어들이 반감을 갖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게임을 쪼게 판다는 발상을 좋아하는 소비자는 적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나의 아이디어를 꾸준하게 업데이트해서 완성시킨다는 개념(서비스로서의 게임)의 등장은 다양한 인디 게임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었고, 게임 산업 초창기에 등장한 창작자의 개성이 넘쳐흘렀던 게임들이 등장하는 토양이 되었다. 



게임 이야기


대난투 스매쉬 브라더스 시리즈는 닌텐도 캐릭터의 집대성인 동시에, 여태껏 그 어떤 격투 게임에서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메커니즘을 자랑하는 게임이기도 하다:체력의 소진을 통해 KO를 끌어내는 것이 아닌, 데미지를 입은 상대가 점점 가벼워져서 결국은 화면 바깥으로 날려 보낸다는 발상 자체는 여타 격투 게임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발상이었다. 흥미로운 부분은 대난투의 장외패 개념에서 드러나는 '플랫포밍'적인 성격이다:적에게 피격당해 발판 바깥으로 플레이어는 아득바득 발판 위로 복귀해야 하며, 역으로 상대는 플레이어의 복귀를 방해해야 한다. 상대에게 얼마나 피해를 보았는지와 상관없이, 복귀에서 오는 공방은 때로는 예측할 수 없는 패배와 역전의 순간을 만들어낸다.


여기에 닌텐도는 스테이지에 다양한 기믹을 추가한다. 많은 대난투 대회와 영상들이 종점화(스테이지 기믹이 사라진 순수한 대전 스테이지)된 스테이지를 기반하고 있지만, 대난투에서만 찾아볼 독특한 개성은 이 다양한 스테이지 에 기반하고 있다:대난투의 스테이지 기믹은 콜라보를 하고 있는 다양한 게임들에서 빌려오고 있으며, 스테이지라는 환경이 끊임없이 움직이게 만드는 대전의 주요한 변수로 작용한다:가령 대난투 3DS 버전의 광신화 파르테나의 거울 스테이지의 경우, 스테이지가 일정 시간에 따라서 초기화 폭탄을 맞고 바뀐다는 기믹을 갖고 있고, 이때 발판의 위치 등이 모두 변화하여 상대를 날리는 거나 복귀하는 공방의 흐름이 완전히 달라진다. 스타폭스 스테이지 같이 끊임없이 움직이는 전투기 위에서 싸운다던가, 대난투 시리즈 내내 악명높았던 에프제로 스테이지의 경우도 이와 같은 상황에 해당할 것이다.


플레이어는 스테이지의 움직임을 보고, 스테이지 내에서 정신없이 움직이며 싸워야 한다. 이러한 정신없는 부분이 오히려 아이템을 사용하는 점과 맞물리면서 대난투를 가벼운 파티용 대전 게임으로 즐길 수 있게끔 해준다:스테이지는 계속 움직이고, 무언가 계속 정신없이 일어나며, 실력에 상관없이 아이템을 들고 다른 플레이어들을 통쾌하게 날려버린다. 아이템 전의 경우, 엄청나게 뛰어난 반사신경이나 게임에 대한 지식을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에, 그 누구라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게 한다. 물론 여타 플레이어와의 대전 경험에 집중하는 경우는 스테이지의 기믹을 없애고, 아이템이 등장하지 않게 하는 종점 화를 선택하면 된다. 하지만 종점 화의 경우에도, 스테이지 복귀에서 오는 공방은 여전히 어떻게 하면 발판 위에 올라갈 수 있는지/발판에 올라가지 못하게끔 견제하는 플랫포밍의 문법에 집중되었다.


이렇게 대난투는 플레이어에게 상대방을 장외패 시키고 공격을 받을 시 안전하게 발판으로 돌아오는 게 핵심인 게임이고,  서로 동떨어져 있는 다양한 요소를 플랫포밍이라는 장르 문법을 사용해서 묶어놓은 게임이기도 하다. 사쿠라이 마사히로라는 디렉터가 빛을 발하는 것은 바로 이 부분이다:지난 20년 동안, 초대 대난투와 대난투 DX의 실험을 거쳐서 3DS/Wii U 판을 통해 집대성하고 정리하기까지, 대난투 시리즈는 서로 다른 장르적 배경을 가진 작품들을 대난투라는 형식과 이질적인 플랫포밍 장르의 문법 아래 통일성 있게 배치하고자 노력하였다. 이러한 통일성 있는 구성이 빛을 발한 때가 바로 외부 콜라보가 야심 차게 이루어진 3DS/Wii U 버전이라 할 수 있다. 여기서 사쿠라이는 스트리트 파이터라는 격투 게임에 등장한 류에서부터 전혀 다른 액션 게임 장르에 등장한 베요네타나 파이널 판타지에 나온 클라우드까지 다양한 캐릭터들을 하나의 게임에 엮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3DS/Wii U 버전 대난투는 벨런스 부분에서 대전 게임으로서 흔들리는(특히 베요네타의 문제는 심각했다) 모습도 같이 보여주었다. 물론 이 부분은 캐릭터가 많이 등장하는 격투 게임들이 모두 겪는 고질적인 문제이긴 하다. 하지만 새로운 대난투 스페셜이 공개되는 시점에서 EVO 대난투 Wii U/3DS 결승전이 수준 이하의 베요네타 미러 매치로 끝났다는 점은 새롭게 등장하는 대난투 스페셜에 대한 큰 걱정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대난투 스페셜이 역사상 전무후무하다는 평가를 들을 수 있는 부분은 바로 '모든 참전 캐릭터들이 모인다.'라는 것이다:참전 캐릭터만 해도 격투 게임 역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67명 이상이 게임에 등장하며, 벨런스나 기믹 상 겹쳐지는 몇몇 스테이지를 제외하고 전 시리즈에 등장한 100여 개의 스테이지가 등장한다. 이런 점에서 팬들은 전무후무한 기대와 걱정을 대난투 스페셜에 걸 수밖에 없었다. 대난투 뿐만 아니라 그 어떤 게임도 이렇게 방대한 양의 콘텐츠를 하나의 게임에 집대성하려고 시도해본 적이 없었다. 하나의 작품에 넣기 위해 많은 공수가 들어가기도 하지만, 필연적으로 너무 많은 변수와 조합에 의해서 벨런스가 붕괴하고 게임의 기획 의도와 플레이어의 경험이 유리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무언가를 집대성하는 게임들은 필연적으로 불필요한 부분들을 과감하게 쳐내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나 대난투는 근 20년간의 모든 요소를 한군데 몰아넣는 일반적인 통념을 거스르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렇기 때문인지 대난투 스페셜의 기본 골격은 Wii U/3DS 버전에 기반한다:일반적인 게임 프렌차이즈들이 새 게임을 홍보할 때 새로운 시스템이 생기고 과거 것들이 대체되는 모습에 집중한다면,  대난투 스페셜이 보여준 모습은 '기존 것에서 어떻게 보완되었는가'였다. 오히려 받아들이기에 따라서는 대난투 스페셜은 대난투의 신작이라기 보다는 콘텐츠가 대규모로 추가되고 벨런스를 맞춘 대난투 3DS/Wii U 1.5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한때 스위치 대난투에 대해서 강하게 루머가 돌았던 것도 '기존 대난투의 이식'이었다는 점을 생각해본다면 대난투 스페셜의 기본 방향성은 이미 3DS/Wii U 판의 승계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점에서 대난투 스페셜의 핵심은 기존 골격을 얼마나 잘 재활용하고 벨런스를 맞추느냐다.


흥미로운 점은 대난투 스페셜이 나오는 지금의 상황이다. 닌텐도는 3DS/Wii U 보다도 더 온라인 토너먼트나 e스포츠에 대해서 각별한 관심을 두고 있으며, 자사 게임 내에 이러한 시스템과 기믹들을 적극적으로 추가하고 있는 중이다:이미 스플래툰 갑자원과 페스는 정례 행사가 되었으며, 마리오 테니스 에이스에는 기간제 온라인 토너먼트 매치 기능이 추가되었다. 암즈와 같은 새로운 작품도 멀티 중심에 파티 크러시 같은 실험을 도입하였다. 닌텐도의 관심사가 일반적인 이스포츠(프로와 리그를 구성하고 있진 않기에)와 다른 부분들이 많지만, 게임을 즐기는 문화이자 자사 게임에 있어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고 인지하고 있다는 점은 눈여겨 볼만하다. 그리고 그런 와중에 모든 것을 집대성한 대난투 스페셜이 나온다는 것은 현재 닌텐도의 멀티플레이에 대한 방향성을 확실하게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사쿠라이 마사히로가 대난투에 바라는 것은 가벼운 파티용 격투 게임에서부터 진중한 1:1 격투게임 커뮤니티까지 모두 포섭할 수 있는 폭넓은 스펙트럼을 가진 게임이다. (가디언 기사 링크) 그렇기 때문에 대난투 스페셜은 정말로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단 한 번의 비장의 기회(모두가 원하는 게임들이 한 자리에 모인다)를 꺼내든 것이다. 다만, 더는 이런 식의 같은 볼륨을 가진 대난투는 나올 수 없을 것이다. 이미 게임 역사상 전무후무하다 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양의 콘텐츠에 기존 골격을 한 번 더 다듬는 방향으로 나아갔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기서 더 무언가를 추가하거나 변화시키기에는 게임의 분량이나 시스템이 너무 복잡해지는 문제가 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이번 대난투 스페셜은 더는 다시 찾아올 수 없는 게임 역사상 가장 담대한 콜라보레이션이라는 점에서 눈여겨 봐야 하는 작품이다.

게임 이야기




다음 주에 나올 예정...


게임 이야기


"1막에서 총이 등장했다면, 3막에서는 쏴야한다. 안쏜다면 없애버려라"

-안톤 체호프


과거 존 카멕이 "게임에서 있어 스토리란 포르노의 그것이 비중이다"라고 표현한 것은 게임에 있어서 이야기 전개의 본질을 짚고 있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게임에서 스토리란 존재해야 하지만, 그 역할이 핵심적일 수 없다. 왜냐하면 게임은 기본적으로 하는 매체이기 때문이다. 한다는 행위 자체를 무시하고 스토리를 구성한다는 것은 게임이란 매체의 본질을 무시하는 것이다. 


하지만 포르노에서 스토리가 기능하는 모습을 통해서 본다면, 존 카맥이 게임의 스토리를 포르노에 빗댄 것은 화자의 발화 맥락을 넘어선 묘한 맥락을 갖는다:포르노에 있어서 서사는 단순히 성행위의 촬영을 넘어서 성행위를 둘러싼 다양한 성문화적 페티쉬들을 다루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보았을 때, 포르노를 단순한 성행위의 관음으로만 치부되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으며, 성행위를 구성하는 문화적인 맥락과 관계들이 미약하게나마 폭넓은 의미에서의 서사를(카메라 연출, 묘사 등) 구성한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는 게임에도 같이 적용된다.:게임 내에서의 행위는 게임 내에서의 서사에 의해서 그 맥락이 결정된다. 좁은 의미에서의 스토리텔링을 넘어서 음향과 시각, 게임 플레이 측면에서 어떻게 구성하고 플레이어가 어떻게 받아들이는지까지 더 넓은 형태로 받아들여진다. 


그리고 게임 산업과 문화가 발전함에 따라 게임에 대한 수요도 점점 다변화/고도화되고 있으며, 이전의 게임들보다 더욱 이야기의 소재나 표현 양태에 있어서 고도화된 게임들도 등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과거의 호러 게임이 b급 스플레터 물이나 좀비 호러 등의 감수성을 빌린 바이오하자드나 왁스맨, 엘비라 같았다면, 최근 호러 게임들은 개인의 심리적 공포와 강박관념 등을 다루는 레이어즈 오브 피어나 헬블레이드, 소마 같은 게임들이 새롭게 등장한 것이다.(물론 과거의 b급 감성의 게임들이 사라진건 아니다) 그리고 게임이 서사의 소재로 다루는 요소가 추상화되면서 게임 내 서사와 이를 받아들이는 감상 자체도 크게 바뀌었으며, 게임이라는 문화의 폭을 넓혔다. 


하지만, 이러한 확장의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실패들이 눈에 띄기 시작하였다:게임 내의 서사를 강조하면 강조할수록 직관적인 플레이로부터 괴리되어 플레이어를 의도치 않게 헤매게 만드는 경우가 생겨난 것이다. 예를 들어 보자:레이어즈 오브 피어의 DLC를 플레이하던 한 니지산지쪽 버추얼 유튜버는 한 구간에서 약 15분간을 헤매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사람이 게임이라는 문화에 익숙한 사람이라는 것이다:FPS를 플레이하듯이 맵 구석구석을 탐험한다던가, 무기나 아이템을 찾는다던가, 주변 환경을 보고 퍼즐을 푼다든가 하는 등의 모습은 게임을 플레이하는 기초적인 배경 지식을 갖춘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런 그도 특정 구간에서 15분을 해매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어째서일까? 흥미롭게도 이는 레이어즈 오브 피어라는 게임의 모호한 게임 서사와 스테이지 구조에 기반하여 생긴 문제였다:레이어즈 오브 피어는 개인의 트라우마에 따라서 스테이지와 세계, 퍼즐을 재구성한다. 하지만, 이러한 것들이 플레이어에게 직관적으로 다가오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레이어즈 오브 피어는 이 과정을 최대한 단순하게 표현하고 일직선의 워킹 시뮬레이터의 형태로 만들었어도, 그 와중에도 게임 내의 레벨과 서사 사이의 불명확한 관계로 인해서 헤맬 수 밖에 없는 문제가 생긴다. 주인공 딸이 지하실에서 줍는 개와 자신의 사진은 게임 플레이와 앞으로 진행될 이야기에 어떠한 관계가 있는가? 벽장에 드리워진 그림자는? 플레이어에게 던져지는 이 모호한 이미지와 상징들은 '무언가 정답이 있는데 제대로 풀어나가지 못한다'라는 답답한 인상을 심어준다. 


게임 서사의 특징들은 영화와 비교하여 보았을 때 위와 같은 문제가 두드러진다:영화라는 매체는 관객에게 정보를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일방향적으로 전달하는 특성 덕에 시간에 따른 원인과 결과가 분명하다는 특징이 있다. 하지만 게임은 관객의 참여 여부와 별개로 흘러가는 영화와 달리, 플레이어가 행동하지 않으면 이야기가 진행될 수 없다. 결국 레이어즈 오브 피어의 경우처럼, 게임 내에 플레이어에게 전달하는 암시적인 정보량(=서사를 풍부하게 만드는)이 늘어나면 문제가 생기게 된다. 이야기가 암시적일수록 플레이어가 복잡하게 생각하고 판단해야 하는 부분이 늘어나게 되고, 결국은 그 정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잡음이 발생하여 필연적으로 게임 플레이 경험에 악영향을 미친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플레이어에게 모든 것에 대해서 명시적으로 설명하거나 안내를 하는 것도 방법처럼 느껴질 수 있다.:하지만 여기에는 함정이 숨어있다. 영화와 달리 게임은 플레이어가 '하는 매체'이기에 플레이어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지만, 동시에 플레이어라는 존재가 게임 내의 서사에 있어서 유리되었다는 점이다. 영화나 소설 같은 매체에서 감상자는 작품이 제4의 벽을 부수고 관객의 몰입을 무너뜨리지 않는 한 게임 매체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작품의 의도를 자연스럽게 따라간다. 하지만 플레이어가 행동하는 것이 매체를 구성하는 주요 요건인 게임이라는 매체는 특성상 '플레이어의 행동'이라는 작품 외적인 요소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작품 외부에 존재하는 플레이어라는 존재는 창작자의 의도와 같이 단일하고 균질하지 못하다:모든 플레이어는 제각기 다른 경험과 문화적 기반을 갖고 있으며, 그에 따라 상황에 대한 판단이나 행동하는 양태가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즉, 몰입을 위해서 얼마나 많은 정보가 제공하는 경우, 게임 내 서사 바깥의 플레이어를 강하게 인지하게 되거나 플레이어가 기반하는 환경에 따라서 의도한 것과 완전히 다른 결론에 도달하게 만들 수 있다. 


종종 플레이어를 배려하겠답시고 많은 정보를 던져주다 실패하는 경우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일례로 콜옵 어드벤스드 워페어를 보자. 아직도 사람들 사이에서 비웃음거리가 되는 "버튼을 눌러서 조의를 표하세요"는 잘못된 QTE의 모범적 사례다. 게임은 분명 비극적인 상황에서 전우를 잃어버린 경험에 대해서 플레이어가 참여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주고자 했을 것이다. 일반적인 QTE가 영화적인 액션 같은 동적 경험에 쓰인다는 점과 그리고 일반적으로 조의를 표하는 그 순간에는 침묵과 묵상하는 장례 문화가 일반적이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어드벤스드 워페어의 QTE는 그야말로 과유불급이었다. 


위와 같은 상황을 종합하여 보았을 때, 게임 서사의 난제는 바로 플레이어에게 게임에의 이입을 무너뜨리지 않으면서 적당한 정보량을 제공하느냐다. 그렇기 때문에 서사를 복잡하고 다층적으로 구성하기보다는, 일반적인 플레이어의 손에 닿을 정도로 단순하고 직관적인 수준의 이야기를 구축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그리고 그 위에서 변주를 주어서 플레이어에게 충격을 주고, 생각에 잠기게끔 만드는 것이 유효하다:예를 들어 바이오쇼크의 Would you Kindly 같은 반전이나 헬블레이드의 서사처럼, 플레이어가 몰입할 수 있는 서사를 제공하고는 결국에는 플레이어의 행동과 진실이 서로 대치되게끔 구성한 것처럼 말이다.

잡담/개인적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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