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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


콜 오브 듀티가 유명한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 중 악명 높은 것(?)을 꼽자면 공장식 작품 생산 방식이 있다:인피니티 워드와 슬레지해머, 트라이아크 3개 스튜디오 체제로 1년 단위로 게임을 돌아가면서 만든다는 이 신묘하고도 경악스러운 발상은 '매년 1000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보장하는 타이틀을 안정적으로 공급한다' 라는 게임 제작사상 초유의 기록을 만들어내었다. 단일 작품으로는 콜옵 시리즈의 아성에 도전하는 작품은 많다:하지만 전체 프랜차이즈를 놓고 본다면 아마도 콜옵 프랜차이즈 전체 판매고에 근접하는 게임은 흔하지 않을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콜옵 프랜차이즈 개발은 작품과 작품 사이의 강점을 계승하고 약점은 보완하고자  3개의 스튜디오가 독자적인 동시에 유기적으로 운영된다는 점이다. 일례로 블랙옵스 3의 멀티와 인피닛 워페어의 멀티를 비교해보자:인피닛 워페어의 기본적인 멀티 골격은 블랙옵스 3의 그것이라 볼 수 있으며, 무기 벨런스나 맵 디자인은 인피닛 워드의 독자성이 가미된 물건이다(물론 결과물이 그리 흥하진 못했지만 말이다.)


재밌는 점은 이러한 게임 개발 패턴은 일본 게임 프랜차이즈인 무쌍 시리즈에서도 유사성을 찾아볼 수 있다는 것이다:삼국무쌍 2편 이후로 전장을 종횡무진하면서 적들을 물리친다는 무쌍 시리즈의 컨셉은 아시아권에서는 꾸준한 인기를, 북미쪽에서는 컬트적(?)인 팬덤층을 보유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처음 이 게임의 시스템(일기당천으로 적들을 쓸어버리는 것, 버튼 연타와 강-약공격 조합으로 모든 액션을 구현할 수 있는 점 등)이 확립된 이후로 무쌍 시리즈의 모든 작품은 대부분 '동일한' 게임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본질적으로 무쌍 시리즈는 모두 동일한 게임이라 해도 문제가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쌍 시리즈가 수많은 파생작품들을 가지고도 꾸준한 인기를 끌 수 있는 것은 동일한 게임에 조금씩 다른 바리에이션을 부여하였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일례로 이러한 바리에이션이 가장 성공한 사례는 젤다 무쌍이라 할 수 있다:모든 사람들은 '어째서 젤다에 무쌍이 섞여있는가?'라는 의심스러운 시선으로 젤다무쌍을 보았다. 하지만 젤다무쌍은 의외로 충실하게 젤다의 전설 시리즈의 기믹을 게임 내의 액션에 접합시켰다:도구를 사용하는 기믹이라던가, 여타 무쌍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거대 보스전의 기믹이라던가 등등은 젤다의 전설을 그대로 들고온 것이 아닌, '무쌍이라는 정체성 아래서 새로운 것들을 이식하는' 나름의 고민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변화였다. 파이어 엠블렘 무쌍도 이런 부분에서 나름대로의 충실함을 보장한다:파엠 시리즈에서 등장한 더블 유닛을 일종의 스트라이커 형태의 공격과 방어로 재해석한 점, 클래식 파엠의 죽으면 돌아오지 않는 전사 기믹, 인연 스킬, 창-도끼-검의 맞물리는 관계와 위크 포인트 시스템의 결합 등은 단순히 파엠 무쌍이 아무 고민이나 노력 없이 게임을 그대로 이식한 작품이 아님을 드러낸다.


하지만 무쌍 시리즈의 문제는 게임이 단순하다는데 있는 것이 아닌, 스스로 방계 작품을 끊임없이 만들어내어서 가능성을 소진한다는데 있다. 심할 때는 1년에 2~3개의 무쌍 게임을 찾아볼 수 있고, 다른 기기로 컨버전 되거나 다른 프랜차이즈와 콜라보를 시도하는 등 무쌍 시리즈의 제작사인 오메가 포스는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활발한 활동이 오히려 프랜차이즈의 수명과 팬들의 피로도를 가속시킨다는 점에서는 치명적이다. 그렇기에 오메가 포스가 차세대 무쌍인 진삼국무쌍 8에서 제시하는 것은 오픈월드와 시스템의 일신이다:오픈월드 시스템과 잡졸들을 특정 상태로 만드는 액션은 겉으로 보기에는 괜찮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오메가포스나 코에이 테크모가 이러한 게임을 만들어본 전례가 없다는 점에서 매우 불안하다. 그리고 기존의 방계 무쌍 작품들의 성공이 무쌍 시리즈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단순함이란 매력 포인트에 기반하여 가지 치기를 했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8편은 시리즈의 본질에서 벗어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게 아닐까 라는 우려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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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



현대사에 있어서 나치만큼 시대를 대표하는 절대악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역사에 걸쳐서 수많은 악과 악행이라 일컬을 수 있는 것들을 보아왔다:징기스칸은 가는 곳곳 사람의 머리를 잘라 탑을 쌓았고, 중세시절부터 기독교도들은 유대인들을 학살하였으며, 신대륙 탐험의 역사는 피로 얼룩진 정복사였고, 근대 미국은 아메리카 원주민들과 아프리카 인들에게 있어서 끔찍한 짓을 자행하였다. 역사적으로 악은 보편적이었지만 나치만큼 뚜렷한 악행의 아이콘이 된 경우는 드물다. 어째서일까? 단순히 역사를 기록할 수 있는 자들의 헤게모니 문제였던 것일까? 모든 악은 그저 상대적일 뿐일까? 


나치가 시대를 대표하는 악이 된 이유는 현대 국민 국가의 등장, 그리고 그 국가가 사람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파괴할 수 있는지에 사람들이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징기스칸은 사람의 머리를 잘라서 탑을 쌓았지만, 효율적으로 유대인, 집시, 장애인, 동성애자 등등을 제거하기 위해서 열차를 이용한 대규모 물류 시스템, 집단 수용, 격리, 그리고 '처리'까지 이루어지는 관료제 시스템과 그것을 정당화하는 궁극적인 이상향을 만들지 않았다. 나치가 그 어떤 역사의 거악들과 비교할 수 없는 위상을 점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현대 시스템을 사용해 효율적으로 인간을 처리하였다'와 '현대의 과학과 정치사상 등을 빌어 그 모든 개소리들을 정당화하였다'라는 사실 덕분이다. 나치의 잔학성은 단순히 사람들을 자극적으로 죽였다는 것이 아닌 세상에서 존재와 가능성 자체를 말살하는 범죄였었다. 그리고 과거에도 개념상으로 존재하였던 범죄를 과학과 관료제와 법과 시스템 등의 이름을 빌어서 실제로 구현했었고 실제 성과를 거둔 것도 나치가 최초였다.


그런 점에서 울펜슈타인 뉴 오더는 놀라운 게임이었다. 뉴 오더는 나치를 다룬 게임, 아니 영화 등을 비롯한 대중매체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깊은 통찰을 우리에게 보여주었다. 그것은 바로 나치가 행한 범죄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닌 나치가 '이루어내고 싶었던' 세계를 조명한 것이었다. 뉴 오더의 악역 데스헤드 윌리엄 슈트라세가 게임 역사상 길이남을 명대사, "결국 우리는 심판받을 것이다! 우리가 파괴한 것이 아닌, 우리가 만들어낸 것으로!"를 통해서 구체화되듯이 울펜슈타인 뉴 오더는 실제 나치가 만들고 싶었던 세계를 디젤펑크와 각종 나치 관련 루머들, 더 나아가서 그 시대의 대중문화와 분위기를 한데 섞어서 '과장된 정상 세계'의 형태로 구현한다:나치 양식의 콘크리트 건물들은 페이퍼 플랜들보다 수십, 수백배 뻥튀기 되었으며, 시대를 대표하는 팝 뮤직들은 하우스 오브 라이징 선의 어레인지 버전처럼 총통에게 충성하지 못한 젊은이의 후회로 둔갑되어버린다.


하지만 소름끼치는 것은 섬세하지는 않지만 울펜슈타인 뉴 오더의 세계 속에는 '과연 이것이 우리 현실 세계와 얼마나 큰 차이가 있는가?'라는 꿰뚫어봄이 섞여있다는 것이다. 한때 좋았던 사람들은 눈감고 나치에 협력하고, 과거와 지금이 별반 차이없다고 이야기하는 아프리카 미국인, 아리아인의 표본과 저항군 사이의 경계에 놓인 블라즈코윅즈 등등 정상성이 비정상적으로 넘처흐르는 세계에서 살아남은 저항군, 여성, 장애인, 정신병자, 늙은이, 소수민족 등등의 세상에서 빗겨나간 사람들의 절망에 찬 몸부림에 관한 이야기다. 엣지 매거진은 프리뷰에서 언급하듯이, 뉴 오더의 케릭터 조형은 쿠엔틴 타란티노의 바스타즈에 가깝지만 정작 거기에는 휴머니티와 페이소스가 있다고 평가하였다. 어떤 의미에서 엣지는 의도치 않게 뉴 오더의 핵심을 꿰뚫어보았다:특공대물이라는 영화 하부 장르를 나치에 대한 도덕적 복수(바스타즈의 결말이 히틀러 시체에 갈갈갈 총질하고 악독한 나치 장교의 이마에 나치 문양 칼빵을 새겨주는 것이라는 걸 잊지말자)와 결합시킨 쿠엔틴 타란티노의 작품은 디젤펑크와 함께 나치가 지배하는 세계에서 무엇이 도덕적이고 올바른 것인지에 대한 전도를 일으키는 울펜슈타인 뉴 오더와 어울리는 한 쌍을 이룬다 할 수 있다.


나치가 지배하는 미국을 그리는 뉴 콜로서스는 그런 점에서 전작의 꿰뚫어 보는 통찰력을 강화한 것으로 보인다:가상의 적에 의해서 침공당하는 미국의 이미지는 이미 콜옵 프랜차이즈나 홈프론트 시리즈에서도 다뤄진적이 있지만, 이는 뉴 콜로서스의 지향점과는 다르다. 홈프론트나 콜옵 프랜차이즈에는 미국인에 본토 침공에 대한 뿌리깊은 트라우마와 공포가 숨어있다. 언젠가 저들이 우리 영토를 짓밟기 전에, 우리가 먼저 되갚아줘야 한다는 자극적인 공포를 게임의 형태로 풀어낸 것이 이 프랜차이즈의 핵심이다. 하지만 그 공포에는 깊이가 없다:어째서 저들이 미국을 미워하는가, 라는 대목에서 이들은 지극히 무력해진다. 콜옵 고스트의 사례처럼 미국인의 존재를 지워내는 인종청소란 끔찍한 범죄가 행해지는데도 게임은 그것이 어떤 배경에서 이루어지는지 설명하지 않고 '남미인들은 모두 미국을 증오한다'라는 편견에 기반한 스토리텔링을 한다. 이들에게는 오로지 자극만이 존재하며, 이야기에 대한 성찰이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뉴 콜로서스는 다르다:"이건 괴물의 짓이야 - 아니, 인간이 짓이지 " 라는 짧은 대화 속에서 게임은 깊은 절망을 보여준다. 절망은 공포와 다르다. 공포가 단순한 자극, 그리고 자극의 역치를 충족시키기 위한 요소들로 가득찼다면 절망의 감수성에는 그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여서 느끼는 무게가 있기 때문이다. 뉴 오더가 그랬듯이, 뉴 콜로서스 역시도 그런 '무게'에 초점을 맞춘다. 흥미롭게도 뉴 콜로서스의 새로운 주역들은 UFO 설을 신봉하는 음모론자와 흑표당원, 그리고 심지어 2차세계대전 전후로 전멸한 미국 공산당 계열 인물들이며, 이들은 미국의 역사에 있어서 그림자라 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뉴 콜로서스는 1961년의 미국을 디젤펑크 풍으로 재조립하였지만, 그 속에는 전작과 동일하게 위험한 전도를 깔아두고 있다:보이 스카웃을 다룬 시트콤은 히틀러 유겐트로, 미국인들이 즐기던 퀴즈쇼는 언어 말살 정책을 위한 프로파간다로, KKK 단이 나치에게 독일어 레슨을 권유 받는 등 우리가 믿고 있었던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를 흐트려놓는다. 하지만 뉴 오더가 그랬었던 것처럼, 뉴 콜로서스에서도 그것은 단순한 전도가 아닌 현실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보여줄 것이라 기대된다. 이는 이미 뉴 오더를 통해서 보여준 스토리텔링의 성취 수준을 고려한다면, 이러한 기대는 과하지 않다.


어떤 의미에서 뉴 콜로서스는 암울한 시기에 훌륭한 맥락을 가지고 등장한 게임이라 할 수 있다:차별과 혐오가 최소한의 부끄러움도 없이 행해지고 이성의 이름으로 합리화되는 사회에서 뉴 콜로서스는 그것을 전도 시키고, 어두웠던 역사의 그늘에 빛을 비추며, 더 나아가서 새로운 미국, 새로운 거상을 만드는 이야기를 구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크나큰 결격 사유만 없다면, 뉴 콜로서스는 뉴 오더의 강점을 이어받아 더 훌륭하게 만드는 게임이 되리라 생각한다.



게임 이야기



MMO(Massively Multiplayer Online) 게임들은 많은 게이머들의 꿈이었다:수많은 사람들과 협동, 경쟁한다는 발상을 실현하기 위해서 게임은 창작과 향유, 양 측면에서 상호 보완 발전하였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본격적인 콘솔 MMO 게임이 등장한 것은 비교적 근래의 일이라 할 수 있다. 톰 클랜시의 디비전이나 데스티니 1편 같은 게임들이 대규모 자본을 등에 업고 등장한 것은 불과 3~4년전의 일이니 말이다. 여기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인프라와 산업의 성숙도라 할 수 있다. MMO 같이 상시 온라인에 접속해야하는 게임이 등장할 수 있는 인프라가 확충된 것은 콘솔 기준에서 본다면 불과 얼마 되지 않았으며, PC 온라인 게임을 통해서 검증된 성공 모델을 콘솔 게임에 어떻게 옮길 것인지에 대한 제작자들의 생각도 필요했었다. 그 고민의 결과가 데스티니와 디비전이었고 이들의 고민은 실제 어느정도 성공을 거두기도 하였다. 문제는 이들이 기록적인 흥행을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수많은 게이머들이 실망하게 만들었다는 점이다:데스티니와 디비전은 그 자체로도 재밌는 부분이 많은 게임이었지만, 동시에 어딘가 다듬어지지 않았으며 마케팅과 게이머의 인식 사이에 괴리가 심한 게임이었기 때문이다.


데스티니 2는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콘솔 MMOFPS 장르의 표준을 세웠다:스토리의 혁신, 레벨링 구조와 아이템 파밍 구조, 2번의 DLC와 2번의 확장팩을 통해 가다듬어진 게임플레이 등등은 1편이 부족했었던 부분을 모두 뜯어고치는데 성공한 작품이다. 흥미로운 점은 데스티니 2의 컨텐츠 소비 구조는 그 어떤 MMO 게임보다도 세련되고 유기적으로 구성되어있다는 점이다. 와우 같은 PC MMO 게임에 비교한다면 데스티니 2의 컨텐츠 분량은 많은편이라 할 수 없지만, 데스티니 2는 분량이 아닌 게임 플레이의 유기적인 흐름과 그에 따른 몰입 및 보상이 더 인상적인 게임이라 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데스티니 2는 파밍이 중심인 FPS다:이러한 게임들은 소위 '폐지를 주워서 더 나은 폐지를 줍는 게임'이라고도 불리는데, 반복적인 사냥과 컨텐츠 소비를 통해서 플레이어는 현재 장비하고 있는 아이템들보다 더 나은 아이템을 장비하고, 자신의 플레이 스타일과 아이템을 최적화 시키며 강해지는 것이 핵심이다. 그렇기에 상당수의 파밍 중심의 게임은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아이템을 덜 지루하게 획득하게 만드는가'가 게임 디자인의 중요 축이 된다고 할 수 있다. 데스티니 이전에 파밍 중심의 FPS를 성공시킨 보더랜드 프랜차이즈의 경우, 이러한 문제를 적들을 잡고 박스를 열때마다 쓸만한 무기들이 쏟아지는 막 퍼주기로 이 문제를 쉽고 간단하게 해결한 적이 있다. 그러나 보더랜드 프랜차이즈의 문제는 게임이 그런 점에서 단순하고 직관적이지만 전혀 섬세하지 못할 뿐더러, 컨텐츠의 소비 구조가 매우 단순해진다는 문제가 있었다. 물론 보더랜드는 이를 무지막지한 DLC 발매로 커버하였지만, 게임 내에서 일어나는 장비와 컨텐츠 분량의 인플레와 복잡화, 더 나아가서 무너지는 게임 벨런스로 인해 발매 이후 시간이 지날수록 막장이 되어버리는 문제를 갖게 되었다.


데스티니 2의 강점은 컨텐츠 소비 템포를 반복되고 지루하지 않는 선에서 적절하게 배분되었고, 컨텐츠 소비 속도의 많은 부분을 플레이어의 자율에 맡겨두었다는 점이다. 여전히 데스티니 2는 1편과 유사하게 적당한 크기의 월드맵 몇개와 인스턴트 던전, 레이드, 패트롤 등으로 구성되어 있는 게임이다. 데스티니 2에서 크게 바뀐 점은 1편의 컨텐츠 부분이 아닌 컨텐츠의 소비 속도와 템포다:플레이어는 월드맵에서 패트롤과 퍼블릭 이벤트, 로스트 섹터 탐험 등의 자잘한 컨텐츠들을 계속해서 이어나갈 수 있다. 게임은 이러한 이벤트를 클리어할 때마다 보상으로 토큰을 주는데, 플레이어는 이 토큰을 각 지역 NPC에게 줌으로 자신이 장착하고 있는 아이템 레벨보다 더 높은 레벨의 아이템을 구매할 수 있게 된다. 게임은 이러한 토큰을 모으기 위한 크고 작은 활동들을 조밀하게 배치하고 플레이어가 선택하게끔 만듬으로써 게이머는 플레이 내내 끊김없이 모든 활동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데스티니 2가 각각의 활동들이 별다른 특이점 없는 단순한 반복임에도 불구하고 생동감있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작위의 이벤트들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그것이 가시적인 보상으로 직결된다는 점 때문이다. 게임은 이런 부분에서 각 컨텐츠의 깊이보다는 컨텐츠 간의 유기적인 소비를 강조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데스티니 2 컨텐츠에서 큰 변화는 인스턴트 던전 - 좋은 보상으로 이어지는 MMO 구조를 탈피하여 월드맵 중심으로 게임 플레이를 재편하였다는 점이다. 많은 게임들이 인던을 통해서 어려운 보스에 덤비는 구조를 강조하였지만, 동시에 파밍을 위해서 인던 중심으로 게임을 진행하다 보니 게임이 반복적이고 지루해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그렇기에 와우 등의 MMO에서도 월드맵에서 즐길 수 있는 컨텐츠를 보강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물론 데스티니 1편에서도 월드맵 중심의 퍼블릭 이벤트나 테이큰 킹의 패트롤 및 바운티 모드가 존재하였지만 데스티니 2처럼 그것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지는 못하였다. 데스티니 2는 1편의 컨텐츠들을 최대한 유기적으로 연결되게끔 정리하였고, 컨텐츠의 소비 시간과 보상을 적절하게 조정함으로써 플레이가 지루하지 않게끔 만들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플레이어가 스스로 컨텐츠를 연결하여 소비하게끔 만들었기에 게임이 반복적이지 않게끔 느껴진다는 강점도 있다. 


디비전이나 보더랜드 시리즈, 이전에 나왔었던 파밍 FPS(심지어 전작인 1편)와 비교하였을 때, 데스티니 2의 성공은 게임 전체의 혁신이라기 보다는 게임 템포를 부드럽게 조정하는 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조정만 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데스티니 2는 파밍을 지루하지 않게끔 만들었다는 점에서 게이머에게 어필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게임플레이의 혁신은 없지만 데스티니 2가 전작에 비해서 월등하게 나아진 부분들은 바로 이 때문이라 할 수 있다. 


또한 데스티니 2는 레벨업을 통과의례로 만들어 간략화 시키고, 일정 수준까지 장비를 파밍하기 쉽게 만들어 게이머가 레벨업과 파밍 중 지치지 않고 스토리 미션 클리어 및 엔드 컨텐츠에 입문할 수 있게 만들었다. 하지만 엔드 컨텐츠 입문하는 단계에서부터는 일정 '임계점'을 돌파하기 어렵게 만들어둠으로써 컨텐츠의 소진을 최대한 막고 있다. 현재로써는 레비아탄 레이드 미션과 나이트폴 스트라이크가 엔드 컨텐츠이지만, 12월 오시리스의 저주 등으로 정기적인 컨텐츠 업데이트가 이루어질 예정이기에 컨텐츠의 소비 구조나 속도에 대해서 논하기는 좀 어려운 부분이 있다. 하지만 게임은 케릭터가 강해지는 과정 자체가 무작위적인 과정이 아닌 플레이어에게 일종의 '로드맵'을 제공하고 그 과정을 플레이어가 통제할 수 있게끔 만든다는 점(퍼블릭 히로익을 공략하거나, 암시장 상인에게서 물품 구매, 주간 미션 진행 등등)은 무작위성에 너무 의지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할 수 있다.


데스티니 2의 강점은 이 뿐만이 아니다. 전작이 거대한 세계관을 소개하는데 바쁜 나머지 게임에 몰입할 수 있는 핵심 스토리 라인을 만들어내지 못한 문제가 있었다면 데스티니 2는 단순하지만 몰입되고 설득력 있는 스토리 라인과 케릭터들이 있다. 전작이 가디언이란 존재가 어떤 존재인지 스토리의 체감이 아닌 끊임없이 대사로 풀어냈었다면(물론 확장팩으로 갈수록 나아지긴 했지만), 데스티니 2는 이야기의 중심을 간략하기는 하지만 빛을 둘러싼 인물들의 갈등과 고뇌로 옮김으로써 깊이를 더해주고 있다는 점이다. 전반적인 게임의 이야기는 성경에서 모티브를 빌려온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빛에 의해 선택 받은 인물들과 선택에 대해서 컴플랙스를 가진 악역(심지어 로마 황제를 연상케 한다는 점에서 더더욱 확신범이다), 단순히 여행자가 선택한 가디언을 넘어서 스스로 빛을 찾아 세계를 구하는 영웅의 이야기까지 데스티니 2는 번지가 헤일로 때 보여주었던 이야기의 매력적인 부분들을 연상케 하는 구석이 많다. 물론, 게임 대부분의 시간은 필드에 돌아다니는 불쌍한 잡몹들을 족치고 상자를 까는데 쓰이지만, '대체 뭐 어쨌단 말인가?' 싶었던 1편의 스토리 텔링(가디언의 부활에서 벡스의 검은 정원까지 이어지는 본편 스토리)보다도 기억에 남는다.


그래픽 부분에서 본다면 데스티니 2는 트리플 A 특유의 규모와 디테일이 살아있는 게임이라 할 수 있다:전작에 등장했었던 스테이지들은 한군데도 등장하지 않지만, 각각의 월드맵들(타이탄, 이오, 네서스, EDZ)은 자신만의 색조와 디테일을 갖고 있으며, 이 세상 것이 아닌듯한 독특한 풍광들을 자랑한다. 특히 데스티니 2는 전작과 확장팩들에 비해서 규모감을 강조하는 연출과 그래픽을 보여주는데, 태양을 불태우는 병기인 전능자Almighty 에서 벌어지는 미션의 압도적인 스케일은 트리플 A 게임만이 보여줄 수 있는 규모감과 매력을 십분 발휘하고 있다.


하지만 경쟁전 부분인 크루시블의 경우, 전작에 비해서 오히려 퇴보한 부분들이 있다:기존의 샷건이나 스나이퍼 라이플 등의 일반 무기군이 제한된 탄약을 쓰는 파워 웨폰군으로 옮겨가면서 게임은 자동 돌격 소총, 점사 돌격 소총, SMG, 단발 소총 등 큰 차이가 없게 느껴지는 비슷한 무기군들이 경쟁전에 주로 쓰이는 주요 무기가 되어 게임 플레이 스타일이 거기서 거기로 고만고만해지는 문제가 생겼다. 또한 상대의 위치를 미니맵 표시기를 통해서 항시 확인할 수 있게 만들어버림으로써, 개개인이 실력으로 게임 판세를 뒤집는 것은 힘들어졌으며 팀 단위로 뭉쳐다니면서 마이크로 화력을 집중하는 플레이가 더 각광을 받게 되었다. 특히 상대 위치를 미니맵에 표시하는 시스템은 데스매치 중심의 게임에서는 상당히 이례적인 경우라 할 수 있는데, 콜옵 시리즈에서 가장 사기적인 킬스트릭이 상대의 위치를 찍어주는 UAV였다는걸 생각하면 이러한 변화점은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많다.


결론적으로 데스티니 2는 전작의 기대에 못미치는(그래도 재밌긴 하지만) 게임 플레이에 비하면 훨씬 더 유기적이고 잘 만들어진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물론 그것이 테이큰 킹, 라이즈 오브 아이언 등의 확장팩을 여러개 거치면서 쌓인 노하우가 게임 디자인에 접목되면서 가능해진 것이긴 하지만 말이다. 데스티니 2는 디비전을 넘어서 콘솔 MMO 에 새로운 스탠다드를 제시하는 작품이라 할 수 있으며, 주변에 같이 할 수 있는 사람만 있다면 오래동안 즐길만한 가치가 있는 게임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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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


자본은 미래보다 현재가 가치가 있으며, 이자와 이자율, 그리고 시간의 관계를 통해서 표현된다. 마르크스는 일찍이 자본이 어째서 자본을 만들어내는가 라는 전제에 착안하여 자본론을 썼었고, 현대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상식을 넘어선 기본 관념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마르크스가 노동이라는 개념에 초점을 맞추어 모든 사람이 생산수단을 공유하는 공산사회를 주창하였다면, 본인은 여기서 '시간'이라는 개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보아야 한다. 어째서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부는 축적되는가? 노동이라는 개념 역시도 시간을 들어감으로써 구현된다. 모든 돈과 가치는 노동력과 시간으로 환원될 수 있다. 그렇기에 시간은 자본주의가 존재할 수 있는 가장 근원적인 전제이며, 우리 삶을 옭아메는 주요한 전제이다. 


게임 리뷰에 앞서서 이런 헛소리를 늘어놓은 것은 모바일 게임이라는 게임 분야의 핵심은 바로 '시간'이기 때문이다:사람들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모바일 게임을 한다. 이전까지 우리가 직접 즐겼던 게임의 장르적 전통에 비교해 보았을 때, 사람들은 적은 시간을 들여서 모바일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으며, 별도의 조작과 기술을 요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모바일 게임의 직선적이고도 단순한 컨텐츠 소비 구조는 짧은 시간 틈틈이 할 수 있다는 강점을 갖게 하면서도, 플레이 자체가 단조로워지고 보상을 쉽게 얻을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이러한 문제는 모바일 게임들은 시간이라는 요소를 통해 극복한다:플레이 할 때의 자원들은 시간에 따라 회복한다. 시간을 줄이고 빠르게 자원과 시설, 강력한 케릭터 등의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서 게임은 돈을 쓰게하는 과금 구조를 갖고 있는데 이러한 시간을 통제하는 과금구조야말로 모바일 게임들에게 있어서 핵심이자 꽃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소녀전선은 중국에서 만들어진 콜렉션 류의 모바일 게임이다. 함대 콜렉션으로 알려진 콜렉팅 게임이 매니아층 사이에서 엄청난 인기를 끈 이후로, 비슷한 게임들이 일본 한국 중국을 가리지 않고 나왔고 소녀전선도 그 중 하나다. 하지만 소녀전선이 흥미로운 점은 한국 유저들 사이에서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이다. 유저를 착취하는 과금 구조에 식상한 게이머들은 소녀전선의 신선함에 만족하고 있으며, 소위 '착한' 게임으로 불려지며 한국 내에서 나름의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중이다. 모바일 게임을 많이 즐기지 않는 필자가 보았을 때도, 소녀전선은 충분히 즐길만한 작품이다. 소녀전선에는 학습과 보상, 그리고 플레이어가 관리할 수 있는 여지들이 충분히 있기 때문이다.


소녀전선의 핵심은 가챠나 콜렉션, 전투가 아닌 자원의 관리다. 게임 내에서 과금을 하는 일부 부분을 제외하고 전투, 인형제조, 장비제조 등의 주요한 활동들은 모두 인게임 내의 활동(대부분 군수지원)들을 통해 모은 자원으로 할 수 있다. 플레이어는 군수지원을 통해서 어떤 자원을 모으고, 어떤 티켓을 모을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 군수지원 자체가 시간이 들어가고 자신이 부족하고 필요한 자원이 각기 다른 만큼 플레이어는 효율적인 군수지원(활동하는 시간에는 텀이 짧은 군수지원을, 자는 시간에는 텀이 긴 군수지원을)을 돌려야 하는데, 이것이 자신이 제조하고 싶은 전술인형 군과 장비 군, 그리고 전투에 들어가는 자원 등을 총체적으로 고려하고 생각하여야 한다. 흥미로운 점은 소녀전선에서 전술인형 제조는 플레이어가 제조식을 조정함으로써 확률을 조정할 수 있다는 점이다:자원 투입을 임의로 조절함으로써 자신이 필요없는 전술인형들을 배제할 수 있다. 더 나아가서 게임은 전술인형 등장 확률을 전적으로 공개함으로써, 플레이어에게 '어떤 제조식이 자신에게 알맞은지' 라는 부분을 어필한다.


이런 점에서 소녀전선은 게임이 '예측 가능'하다. 기존의 모바일 게임의 가챠는 무엇이 나올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희귀한 케릭터가 나오면 좋은 것, 그 외에는 모두 쓰레기'라는 공식에 천착하였기에 플레이어로 하여금 진짜 밑빠진 독에 물붓기를 강요하는 부분이 있었다. 물론 최근 모바일 게임들이 그러한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소녀전선의 가장 큰 강점과 차별성은 바로 투명성이라 할 수 있다. 플레이어가 자원을 모으고 소비하는 것에 결정권을 쥐고 있고, 자원의 투자와 회수(인형제조)가 공개되어 있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게임에서 장기적인 전략을 세우고 활동할 수 있다. 자원을 투자하여 생산수단(전술인형 등)을 확보하고 더 많은 자원과 좋은 생산수단을 소유하는 구조로 되어있다는 점에서, 소녀전선은 정석적인 자본주의를 연상시키는 부분이 많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게임이 투명하다고 해서, 소녀전선이 본질적으로 모바일 게임이 아니라는 것은 아니다:게임은 효율적으로 운영하고자 하면 적은 돈을 쓸 수 있지만, 돈을 쓰려고 마음먹는다면 돈을 무저갱에 쏟아붓는 체험을 할 수 도 있다. 기본적인 과금(제대 숫자와 숙소 숫자와 같은 기본 인프라)을 제외하면 과금의 효율(자원이나 티켓 쪽)이 영 좋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녀전선은 영악하게도 게임에 후술할 각종 이벤트들을 배치함으로써 '예측 불가능하게 자원이 많이 들어가는' 상황을 만들어 놓는다. 큐브나 저체온증, 딥다이브 같은 이벤트들이 패키지와 함께 출시되는 것도 플레이어들의 루틴한 운영을 넘어 출혈을 강제하는 게임 내 수익 모델이자 경영 외적인 외부 효과라 할 수 있다.


소녀전선의 전투는 컨트롤보다도 인형의 조합이 더 중요하다. 기본적으로 전투의 80~90%는 철혈 몹들을 얼마나 빠르게 지우느냐/우리편이 얼마나 더 피해를 견뎌낼 수 있느냐/탄약과 식량은 얼마나 있느냐 라는 데미지와 자원 컨트롤의 싸움이다. 아무 조합으로나 클리어 가능한 초반과 달리 중후반으로 갈수록 균형잡힌 조합에서 오는 안정성과 효율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소녀전선은 모바일 게임 중에서도 할만하고 재밌는 게임이라는 점이다. 모바일 게임 중에 할만한 게임이 없다면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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