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 만화, 영화 이야기/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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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긴 리뷰를 쓰려고 했지만, 솔직히 이런 작품에 이상한 주석 같은 리뷰를 달아보았자 작품을 망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일단 만화책으로 나온 원작도 상당한 걸작입니다. 기묘하지만 자극적이지 않고, 따스하면서 동시에 독특하다는 느낌의 작품이었죠. 사실 원작의 애니화가 이아기 되었을 때, 얼마나 많은 사람이 기대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원작 자체가 가지고 있는 동양화적인 분위기나 일반 만화와 다른 컨셉 등을 과연 기존 일본식의 애니에서 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많은 우려가 있었으리라 봅니다.

 하지만, 애니판은 원작의 그러한 분위기를 잘 살려낸 애니입니다. 정확하게 표현을 하자면, 애니판은 기존의 일본 애니라기보다는 다른 형식의 애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본 애니메이션이 가지고 있는 극단성을 거의 배제하고, 케릭터라는 요소를 많이 배제하였으니까요. 그러나 어떤 의미에서 본다면 매우 '일본적'입니다. 사실, 충사라는 작품의 구성 형식인 벌래(蟲)에 관련된 옴니버스식의 단편 구조는 일본의 전래 문학중 하나인 모노가타리(사물에 얽힌 이야기를 정리한 일종의 전승문학)라고 볼 수 있고, 어떻게 본다면 벌레라는 존재 자체가 기괴함과 기묘함에 대한 일본문화의 하나의 발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일본 전통 문화의 요소를 많이 가지고 있는 충사는 놀랍게도 우리가 여태까지 접했던 일본 애니와는 다르게 다가옵니다. 뭐, 원작이 가지고 있는 특성도 있겠지만, 한 에피소드 내에서 벌레와 사람, 그리고 매게자로서의 충사 깅코의 관계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연결됩니다. 한 에피소드 마다의 케릭터들은 각자 사연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매우 자연스럽고 인간적인, '저런 상황에서는 저럴수 있겠구나'라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그들의 사연을 표면으로 끌어내는 벌래의 존재와 이를 중재하는 깅코의 존재도 인상이 깊습니다. 특히 이작품의 구심점이라 할 수 있는 깅코 같은 경우에는 물에 물탄듯, 술에 술탄듯 아주 자연스런 모습을 보여주지만, 그러한 옴니버스식 구조에 있어서도 자신의 색을 분명하게 유지하는 독특한 케릭터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충사는 사람의 이야기를 덤덤하게 그려내고 있고, 그 이야기를 풀어내는 과정이 매우 매력적입니다. 그림체와 음악은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동시에 오랫동안 여운에 남고, 성우들도 억지로 케릭터를 만드려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를 표현하려는 자연스러움도 매우 인상적입니다. 예전에 미야지가 하야오가 '가장 세계적인 것은 바로 가장 일본적인 것이다.'라고 이야기 한 적이 있습니다. 저는 그 말이 딱 이 충사라는 작품에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결과적으로 충사는 여태까지 애니들 중에서 독특하면서 동시에 인상적인, 그리고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내는 작품들 중 하나로 손꼽을수 있을 것입니다.


덧.결과적으로 길어졌자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