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야기/게임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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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적인 재미를 주는 '랜덤 시뮬레이션'

최근 콩그리게이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펜데믹 2는 플레이어가 질병을 만들어 내어서 전 세계 인구를 박멸 시키는 것이 목표인 게임입니다. 목표 자체가 참 거창(?)하기는 하지만, 실제 게이머는 처음에 병균의 이름과 각각 고유의 특징을 가지고 있는 병원체의 종류-박테리아, 바이러스, 기생충-를 정합니다. 그리고 게임이 시작된 뒤에는 병원체의 치사율과 감염도를 올리는 증상을 선택하거나, 혹은 없애버릴 수 있습니다. 감염 환자를 늘린 다음에, 치사율을 올리는 각종 증상들을 선택해서 사람들을 전멸시키는 것이 주된 포인트입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플레이어에게 악마적인 재미를 줍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자기가 만든 질병에 의해서 전 세계 인류가 위협을 받고, 시간 단위로 죽어가는 인구가 1억, 2억을 넘어서고, 세계가 자신의 질병에 의해서 패닉에 빠지게 됩니다. 이런 게임 내의 상황은 인간의 파괴심리를 강하게 자극해서, 사람들을 계속 게임을 하도록 만듭니다. 게다가 플레이 타임도 은근히 짧아서 게임을 계속 반복해서 하게 만듭니다.

그러나 펜데믹 2는 일반적인 정의 게임이라고 보기에 매우 무리가 있는 게임입니다. 게이머가 게임내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네 가지입니다. 병원체의 치명도, 병원체의 저항력-열, 추위, 습기 등에 대한 저항력-, 병원체의 감염 경로, 병원체의 인간에게의 지각 수준 정도만을 정할 수 있습니다. 이는 병원체가 감염되거나 다른 나라로 옮겨갈 수 있는 가능성과 확률에 변화를 줄 뿐이지, 감염에 대한 방향, 목적 등은 정할 수 없습니다. 이는 게임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도박이나 주사위 굴리기에 가깝다는 느낌입니다. 이는 시드 마이어의 문명에서 여러분이 할 수 있는 것은 문명의 특성 등의 기본적인 요소만 정할 수 있고, 나머지는 이제 이러한 변수들이나 요소들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확률을 계산하여서 문명의 미래를 결정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는 이러한 시뮬레이션 장르 게임에서는 가장 중요한 요소인 '게이머가 직접 게임에 관련된 요소들을 통제, 관리하고 목적이나 목표를 능동적으로 설정, 게임을 진행해 간다.'라는 것이 아닌, 그저 '확률'과 '운'에 맡긴다는 데서 문제가 옵니다. 즉, 최악의 수가 떠버린 경우에는 이러한 결과에 대한 통제나 관리가 불가능 하다는 것이지요. 펜데믹 2에서 이러한 문제가 가장 극명하게 들어나는 것이 바로 마다가스카르입니다. 실제 게임을 해보시면, 다른 국가나 대륙은 전멸시키기 쉽지만, 유독 마다가스카르만 전멸시키기 힘들다는 것을 아시게 될 것입니다. 이는 마다가스카르에 항구만 있고 공항도 없을뿐더러, 항구에도 배가 간혹가다가 한 두척씩 들어갈까 말까여서 실제 게임상에서는 거의 난공불락에 가까운 지역입니다. 만약, 일반적인 시뮬레이션 게임이라면, 그에 대한 알맞은 파해법-병원균이 마다가스카르로 침투할 수 있게 하는 루트를 플레이어가 직접 개발한다는 식으로-을 제공하겠지만, 펜데믹 2에서는 돌아오는 대답은 '국경 봉쇄되었다구요? 님 그럼 로다시 시작하시던가요~ 뿌우'입니다.

결론적으로 펜데믹 2는 재밌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게임으로서 재밌는게 아니라 인류 멸절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이 주는 악마적인 파괴욕에 대한 충족이 주는 재미이죠. 그렇기 때문에, 한 두시간 정도는 재밌게 플레이를 할 수 있지만, 뒤로 가면 갈수록 시들해진다는 느낌입니다.

게임은 여기서(http://www.kongregate.com/games/Blips/pandemic-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