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야기/게임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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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간다, 어금니 꽉 깨물어라.)

오랜만에 대단한 RPG 게임을 찾았다는 느낌입니다. 왜 사람들이 좋은 평가를 해주는 지 이해가 됩니다. 게임 내에서의 유저 편의성을 제외하면 게임이 매우 잘 만들어졌습니다. 특히 스토리 부분이 대만족입니다. 괜히 소설을 베이스로 게임을 만든게 아니더군요. 스토리의 분위기만 본다면, 베르세르크와 비슷합니다.

챕터0(프롤로그)에서는 별 내용이 없습니다. 주인공이 2년만에 기억을 잃은 채로 발견되고 위처들의 본부로 옮겨져서 간호를 받게 됩니다. 때 맟춰 등장한 도적들이 주인공의 튜토리얼을 도와주고(.......), 주인공 동료가 하나 죽고 중요한 물건을 빼앗기게 되는데, 이거 덕분에 열받은 위처들이 각지로 흩어져서 본부를 습격한 놈들을 추적하기 시작합니다. 일단 여기까지만 보면 평범한 RPG의 도입부입니다. 그러나 챕터 1에서 거의 충격과 공포의 스토리를 보여주더군요.

챕터 1은 주인공이 남부 Temeria 왕국의 수도 Vizima 외곽에 도착하게 됩니다. Vizima는 전염병에 휩싸여서 출입이 통제되어있는 상태입니다. 외곽마을도 사정은 마찬가지여서, 전염병과 함께 밤마다 이상한 괴물들이 마을 사람들을 죽이고 다니더군요. 일단 주인공은 도적들을 추적하고, 도시의 내부로 들어가기 위해서 마을의 교회 장로와 주요 인물들에게서 퀘스트를 받아 마을 사람들의 신뢰를 얻으려 합니다. 이상한 괴물들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주인공은 이 괴물들이 누군가가 불러낸 것이 아니라, 마을 사람들의 죄악에서 부터 비롯된 것임을 알고 장로에게 이야기하지만, 사실 챕터1 마지막에 알고 보았더니 장로는 도적들과 내통하여서 아이들을 노예로 갖다 팔고 있었으며, 마을 유지는 군인이었던 자신의 형을 살해하고 재산을 빼돌린 인간이었고, 상인은 도적들에게 물건을 팔고 있었으며, 치안을 담당하던 군인은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을 강간한 쓰래기 였습니다. 한마디로 주인공은 이들의 악행을 청소하기 위해서 챕터1 내내 고군분투 했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 놈들은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모든 문제의 원인을 다 마녀의 탓으로 돌립니다. 마녀만 없어지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 믿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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問!答!無!用!

...오랜만에 게임내의 적들에게 감정이입하는 것 같더군요. 물론 마녀를 마을 사람들에게 넘기고 적당히 현실과 타협하는 선택지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게임내에서까지 제가 현실타협적인 선택지를 선택하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에(어찌됬던간에 마지막에는 헬 하운드와 싸워야 하지만;;;), 정말 한놈도 남김없이 속 시원하게 몰살시켜 버렸습니다. 마지막에 여기저기 시체만 남아있고 살아있는 사람은 하나도 없는 한밤중의 마을을 지나서 도시로 향하는데, 소름이 싹 돋더군요.(블러드라인에서 귀신의 집을 진행할 때와 비슷한 기분이었습니다.)

지금 현재 챕터 2에서는 '어떤놈이 도적들과 내통하고 있는가?'라는 물음을 두고 음모가 꼬이는 듯한 느낌입니다. 사건을 파면 팔수록 의외의 인물들이 튀어나오는 군요. 그리고 챕터 1에서 어떤 선택을 했느냐에 따라서 챕터 2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이 달라지는 부분도 있습니다.(은근히 머리 아프더군요;;;)

 하여간 게임이 매우 재밌다는 사실은 인정해야 겠습니다만, 문제는 역시 최소옵에서 돌리느라 게임의 그래픽이 여러가지로 눈물이 난다는 사실입니다. 최소옵 주고 돌리는데 그럭저럭 할 만하게 돌아가서 안심이라는 느낌입니다만, 빨리 월급을 모아서 컴퓨터 그래픽 카드를 갈아치워야 겠다는 생각도 같이 드네요;;; 하여간 게임내의 퀘스트 구성이나 스토리는 매우 괜찮습니다. 전투도 시스템이 독특하기는 하지만 재밌구요. 다만 게임내의 인터페이스가 꽝이라서, 대화를 할 때 중간에 스톱을 할 수 없는 것과 인벤토리의 구성은 최악이라, 게임내내 불편하더군요. 그래도 이건 근성으로 극복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해외 게임 웹진에서는 호불호가 크게 갈리는 것 같은 분위기지만(메타크리틱에서 81점입니다만, 최고점 91점에서 최하점 50점까지 편차가 매우 큽니다.), 제가 보았을 때는 적어도 해볼만한 가치는 충분히 있는 게임이라 생각합니다. 특히 최근 대작 RPG 의 부재로 사람들이 많이 RPG에 목말라 있었는데, 그러한 의미에서 The Witcher는 그러한 갈증을 해소할 만한 대작 RPG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