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야기

 

필자는 요즘 갤럭시 폴드로 모바일 게임을 많이 하고 있는 중이다. 직장인 특성상 출퇴근 시간이라는 이동시간에서 발생하는 로스를 최소하는 것이 게임 생활에 있어서 중요하기 때문이다. 현재 돌리고 있는 게임은 포켓몬 유나이트, 명일방주, 유희왕 마스터 듀얼, 매직 아레나 등 정도인데 하루 24시간 중 운동이나 공부, 식사 시간 등의 필수적인 시간들을 제외하고 3시간 정도를 게임에 투자하고 있으니 이들 전체를 플레이하는 것은 상당히 힘든 일이다. 결국은 재미가 있어도 이 게임들 중에서 냉정하게 우선순위가 내려가 구조 정리를 당할 수 밖에 없는 샘이다.

현대 게임 시장이 과거와 달라진 점은 더이상 게임 시장이 무주공산이 아니라는 점, 그리고 게임은 지금 한정된 플레이어 자원, 특히 플레이어의 '시간'이라는 자원을 두고 서로 경쟁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와 달리 게임은 신규 유저풀이 꾸준하게 늘고 있어도 그것의 성장 속도는 콘솔 게임이나 모바일 게임 시장 초기와 비교될 수 없다. 물론 어느 시점에서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 있는 게임체인저가 등장할 수 있겠지만, 게임시장은 현재 성숙한 단계고 유저 풀은 한정되어있다. 유저 풀이 한정적이라고 본다면, 여기서 중요한 점은 어떻게 상대 유저풀을 내쪽으로 끌어오느냐이다. 즉, 성숙기의 게임 시장에서 상대 유저풀을 빼앗는 것은 주요한 전략이고, 더 나아가서 게임의 재미를 넘어서 '마케팅'적인 요소가 더 강해지는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유저 리텐션이라는 개념은 중요하다. 일단, 게임의 재미라는 장르 자체의 본질과 보편성은 잠시 재쳐두고, 부분 유료화 모바일 게임이라는 범위 내에서 한정지어서 게임을 보도록 하자. 부분 유료화 모바일 게임의 특이함은 기본적으로 '문턱'이라는 개념이 존재한다는 것이다:플레이어가 노력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자원과 성취는 점점 로그함수의 곡선을 따라 올라가게 되는데, 노력에 효능감 곡선을 비례시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재화가 투입되는 시점이 존재한다. 이러한 것을 '문턱'이라 할 수 있는데, 결국 이 문턱을 넘어서서 플레이어의 재화(=돈)를 소비하게 만드는 가능성을 높여주는 변수가 얼마나 오랫동안 게임에 접속하는가, 라는 리텐션의 개념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리텐션을 유지하고 플레이어와 소통하는 수단이 일반적인 마케팅에서의 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라 할 수 있는데, 모바일 게임에서 CRM 수단은 게임 내의 메세지 발송, 혹은 앱푸시, 이메일 등의 다양한 수단으로 나뉘어져있다. 이러한 CRM을 통해서 게임 회사는 플레이어에게 두가지 정보를 제공한다.

첫번째는 현재 이러한 게임이 있다는 '리마인드'의 제공이다:많은 모바일 게임들은 플레이어의 관심 범위 바깥으로 밀려나면서 자연소멸한다. 어떻게 보면 모바일 게임에도 수명이 있다 할 수 있는데(마치 여타 소비재 산업 마케팅에서 고객의 수명이 있다고 정의내린 것 처럼), 이러한 리마인드 차원의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모바일 게임의 기대수명을 조금이나마 늘릴 수 있게 된다.

두번째는 문턱을 넘기 위한 혜택의 제공을 알려주고, 거기 맞춰서 문턱을 넘어갈 수 있게끔 하는 것이다:기본적인 게임의 재미가 보장되는 선에서, 플레이어에게 '다시 접속했을 때의 이점을 제공해준다는 정보를 주면 플레이어들은 자연스럽게 복귀할 수 있게 된다. 즉, 플레이어에게 '문턱'을 넘기 위한 일종의 역치를 낮추는 요소(무료 가챠나 재화 등)를 제공하는 것인데, 기존에 문턱을 넘을 때 심리적으로 부담감을 느낀 부분을 낮추는 부분이라 이러한 넛지Nudge(팔꿈치로 쿡쿡 찔러 눈치를 주는)는 리텐션을 극적으로 늘려줄 수 있는 수단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이러한 두가지 방법들보다도 이러한 두가지 방법들을 실행하기 위한 전략, 플레이어에 대한 프로파일링이다:범죄 프로파일링 개념처럼, 마케팅에 있어서도 프로파일링의 개념은 매우 중요하다. 기본적으로 프로파일링 기법들은 '통계학적으로 각각 보편적인 속성들을 겹쳐서, 구체적인 포인트를 짚은 모델을 만드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성별, 연령대, 나이, 사는 곳, 취미 등등의 요소들은 큰 틀로 놓고 봤을 때 거대한 숫자지만(에를 들어, 서울 인구 1000만에 남성 인구가 500만이라는 식으로), 그것에 필터링을 거는 조건이 더 늘어날수록 프로파일링을 하고자 하는 사람의 이미지는 더욱 뚜렷해지고 데이터 관점에서 걸러낼 수 있는 가능성도 늘어나게 된다.

그러나 범죄 프로파일링이 용의자나 그들의 행동양식을 좁혀 나가는 방식Narrow Down이라면 마케팅에서 프로파일링은 그런 특징을 가진 사람들의 행동 양식을 전체로 구성하고 그 사람들의 다른 소비 포인트, 위에서 언급한 이야기로 따지면 '문턱'을 찾아내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30대 남성, 직장인, 가챠는 보통 새로운 픽업 케릭터가 나올 때 10연차 정도 소소하게 돌려보는 사람이 있다고 치자. 그렇다면 이 사람의 주요 구매 패턴과 동인은 무엇인가? 이 사람이 게임 재화의 소비 패턴을 발현시키는 방아쇠는 무엇인가? 이러한 고객 세그멘테이션이 있다고 한다면, 자연스럽게 높은 확률로 가질 수 있는 다른 속성들(가령 여케를 좋아한다, 특정 타임의 여케를 좋아한다 등)을 속성을 추가할 수 있다. 이러한 기법을 페르소나Persona 기법이라 하는데, 데이터로 뽑혀진 특성을 가진 계층을 더 구체화 시키고 그 사람의 관점에서 경험을 시뮬레이션 하여 플레이어가 경험할 수 있는 페인 포인트나 매력 포인트들을 역으로 짚어낸다.

이러한 요소들은 기본적으로 플레이어의 리텐션을 유지하는 주요 전략(플레이어가 이탈하기 전에 잡는다)으로도 이용되지만 자연스럽게 타 게임으로 이탈하는 고객을 잡는 요소로도 이용될 수 있다. 위에서 언급한 플레이어의 페르소나가 있다고 친다면, 이 사람은 어느 게임에 더 매력을 느끼는가? 제작사가 먼저 그 매력 포인트를 가진 요소들을 만들거나, 제공한다면 유출을 막을 수 있지 않을까? 필자가 직접적으로 게임 업계에서 일하는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인 웹커머스 사업체에서는 마케팅이나 고객 경험 개선을 위해 쓰이는 방법이고, 또 상대 서비스를 분석하기 위한 방법으로도 쓰이기 때문에 페르소나 분석의 쓰임새는 상당히 폭넓다.

종합하자면 모바일 게임이 부분유료화라는 수익 구조와 게임 플레이 구조는 모바일 게임 유저라는 한정된 풀의 고객들을 더 잘게 쪼게서 봐야하는 전략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단순히 혜택과 상품 홍보의 측면을 넘어서, 경쟁 게임과 자사 게임의 특장점을 비교하고 어필하는 부분들을 분명하게 가려야한다는 점에서 모바일 게임 시장은 여타 게임 시장에 비교해서 가장 치열한 경쟁이 일어나는 시장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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