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 만화, 영화 이야기

 

SF, 과학 소설Science Fiction이라는 장르적 특성을 무엇을 잡아야 하나, 라고 했을 때 여러가지 기준이 나올 수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재 존재하지 않는 것을 존재한다 가정하였을 때,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날까'라고 할 수 있다. 고질라 싱귤러 포인트(정확하게는 특이점이라 하는게 적절하겠지만)는 그러한 장르적 특성에 잘 부합하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것들인 특이점, 물리법칙을 넘어선 물질들, 존재하지 않는 동물들이 실존한다고 하면, 그것을 어떤 관점에서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그리고 그들이 만들어내는 파국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기본적으로 고질라:싱귤러 포인트의 이야기는 시간 여행과 고차원 존재를 상정했을 때 일어나는 사건들을 다룬다. 흥미로운 점은 기존의 괴수물의 장르를 뒤틀어서, 생태계의 새로운 존재가 등장하여 문명을 부수는 기존의 괴수물이 아닌 세계의 법칙이 뒤틀리고 다양한 아젠다를 가진 고차원의 존재들(괴수)이 경쟁하여 우주 자체가 멈추는 파국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그러한 고차원의 존재들이 결국 갈등과 파괴를 이루어내는 것과 별개로 윤이 만들어낸 AI들이 시간의 루프(과거로 향한 계산, 그리고 수많은 AI로 분화되고 하나로 합의되는 모습 등)을 통해서 특이점의 파국을 막아냄으로 인간과 자연 흐름의 싸움에서 승리하는 것으로 끝을 낸다.

 

이러한 전개를 작품은 전제로부터 논리적이고 연역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취한다. 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것에 대한 논리를 연역적으로 세우는 것이 가능할까? 이에 대해 작품은 방대한 양의 지식과 정보를 교차해서 다른 영역에 존재하는 무언가를 귀납적으로 추론해낸다. 컴퓨터 공학, AI, 물리학, 화학, 생물학 등의 다양한 분야의 소재들이 쉼없이 등장하고, 그것을 엮어서 그렇다면 존재하지 않는 영역에서는 이렇게 동작한다는 것을 상정한다고 보면 어떨까? 로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이다. 상당 수의 SF 작품들이 하나의 대원칙에 근거해서 많은 것들을 설명하는 것과 비교해서 본다면 지적인 만족감이 가득한 작품이다.

 

이는 각본가 엔조 토우의 공이 크다고 할 수 있다:그가 쓴 소설 중에 죽은 자의 제국이란 작품이 있다. 이토 케이카쿠가 죽은 이후, 그가 쓴 프롤로그와 생전에 남긴 시놉시스를 토대로 엔조 토우가 완성한 이 작품은 시체들로 산업혁명을 이루어낸 후, 세계가 어떻게 변화할 수 있는가에 대한 논리적인 흐름을 잘 구축한 작품이다. 이러한 흐름이 고질라 싱귤러 포인트에도 존재하며 SF적으로 재미를 주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부분이 오히려 좀 아쉽게 다가오기도 하는데, 정보량이 풍부하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영상이라는 매체와 어울리지 않다는 느낌이 있다:극에서 다양한 트라비아들과 학문들을 연결하여 이야기의 흐름을 만들어내는 것은 전작에서 보여준 흐름이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소설이기 때문에 다양한 이야기를 찬찬히 시간을 들여서 소화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전개였다. 그러나 고질라 싱귤러 포인트는 20분, 13화라는 짧은 러닝 타임 내에서 이를 풀어내야 하는데, 극의 전개와 별개로 너무 많은 정보를 풀어내서 따라가기 힘든 부분들이 있다. 소설로 보았다면 괜찮을지도 모르겠지만, 영상으로 보기엔 너무 정보 밀도가 높은 작품이다.

 

결론적으로 고질라 싱귤러 포인트는 훌륭한 SF작품이지만, 안에 들은 정보량이 너무 많아서 모두가 즐겁게 보기에는 난이도가 높은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작품 자체가 메카 고지라를 보여주며 뒷 이야기가 진행할만한 여지를 남겨주었기 때문에, 2기를 기대해볼만 하다. SF 작품을 좋아한다면, 보는 것을 고려해볼만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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