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야기

 

하데스는 배스천, 트랜지스터, 파이어를 만든 슈퍼자이언트 게임즈의 2020년 정식 출시된 로그라이크 게임이다. 플레이어는 하데스의 아들인 자그레우스를 조작하여 끊임없이 변화하는 지하세계를 탈출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하데스는 많은 수의 적들을 처리해나가는 핵 앤 슬레시 장르이며, 게임 시도에 따라 각 방의 내용물이 계속해서 변화한다는 점에서 정석적인 로그라이크 장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밑에서 자세하게 다루겠지만, 하데스의 구조는 전형적인 로그라이크 구조라고 이야기하기에는 플레이어가 변수를 더 적극적으로 통제할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할 수 있다.

 

하데스는 로그라이크에서 무작위성이 갖는 위험성을 최대한 배제하기 위해서 노력한다. 로그라이크 장르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조합에 따라서 클리어 불가능한 경우의 수가 나올 수 있다'라는 것일 것이다. 기본적으로 제작자들이 난이도를 통제하는 스테이지 방식의 게임 구조와 다르게, 로그라이크의 경우에는 정해진 규칙에 따라서 무작위로 스테이지를 만들기 때문이다. 물론 장르가 쌓아올려지면서, 이러한 클리어 불가능한 경우의 수를 통제하는 요소들을 추가하기 시작했다. 하데스의 경우는 덜 로그라이크스러운 로그라이크 게임이라 할 수 있는데, 게임에서 무작위로 등장하는 요소들은 신의 은혜와 게임 플레이를 강화하는 요소들이며 난이도를 올리는 요소들은 플레이어의 철저하게 플레이어의 통제범위에 들어있다.

 

하데스의 로그라이크 요소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먼저 하데스의 전투 시스템을 봐야 한다. 기본적으로 하데스는 각자의 개성을 갖고 있는 6개의 무기를 이용해서 게임을 풀어나가는 방식이다. 각 무기는 4가지의 하위 특성들이 존재하고, 총 24개(6개 무기 X 4개의 양상)의 서로 다른 무기에 속성을 부여하는 요소들(다이달로스 망치, 신들의 은혜 등)을 조합해서 게임을 풀어나가야 한다. 각각의 요소들은 게임 플레이 양상을 완전히 바꿀 수 있기 때문에, 처음 어떤 무기를 선택해서 게임을 플레이할지를 잘 생각해야 한다.

 

무기의 운영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 중 우선 신들의 은혜를 보자. 신들의 은혜를 붙여서 속성을 부여한다:예를 들어 제우스는 연쇄 번개를 방사해서 여러명의 적을 공격하거나 적이 공격할 때 스스로 자해를 하는 디버프를 줄 수 있고, 아레스는 한번의 큰 데미지를 주는 저주와 깔아두기 형태로 쓸 수 있는 마법을 쓸 수 있다. 각각의 신들이 주는 은혜는 무기의 사용 방식을 많은 영향을 준다. 제우스의 경우 은혜로 주는 데미지가 작기 때문에 최대한 많은 타수를 자랑하는 무기들을 써야한다. 말폰의 주먹이나 스티지우스 칼날 같은 리치는 짧지만 공격속도가 빠른 무기가 제격일 것이다. 그러나 한방 한방이 묵직한 코호트나트나 이지스 방패, 혹은 아다만트 레일의 보조 공격을 활용하려면 무기 자체의 배수를 늘려주는 은혜들(포세이돈이나 데메테르, 아테나 같은)을 선택하는 것이 더 좋은 선택일 것이다. 

 

은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점은 은혜들을 중첩시켜야 한다는 점이다:몇몇 은혜들은 단독으로 사용되었을 때 그 영향력이 크지 않다. 단순히 치명타 버프만 부여하는 아르테미스나 데미지 감소 디버프만 부여하는 아프로디테 같은 경우에는 단독으로 사용하기 힘든 부분들이 있다. 하지만 아프로디테나 아르테미스의 경우 전설 은혜를 해금하여 보스 상대로 무한 스턴을 부여하거나, 다른 신들과의 결합 은혜인 듀오 은혜를 노려서 더 큰 버프를 노릴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여러 명의 신들의 은혜를 어떻게 조합할 것인지를 플레이어가 미리 생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게임 플레이에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은 신들의 은혜보다도 무기의 주공격-보조공격의 성능 자체를 바꾸는 다이달로스 망치일 것이다. 은혜는 주공격-보조공격 등에 영향을 미친다면, 다이달로스 망치를 통해서 얻는 능력들은 무기 자체를 완전히 다르게 만드는 요소들이다. 바라타의 양상인 하데스의 양상을 기준으로 한번 살펴보자:하데스의 양상은 창의 모으기 공격을 디버프를 뿌리는 용도로 바꾸어준다. 여기에 다이달로스 망치 중 모으기 공격과 관련된 기능을 추가하면 게임이 완전히 달라지게 된다:모으기 공격은 더 빨라지거나 더 커지고 강해지면서 디버프를 효율적으로 더 빠르게 뿌려줄 수 있다. 은혜들이 기본적으로 다른 은혜들과 상호작용하거나 쌓아올리지 않는다면 단독으로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다이달로스 망치의 영향력은 매우 크다.

 

하데스가 흥미로운 점은 로그라이크 요소가 플레이어에게 패널티와 난관을 주는 쪽이 아닌 플레이어가 위와 같은 요소들을 통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는 점이다. 무작위로 만들어지는 맵이나 적들의 조합은 다른 로그라이크와 비교하여 보았을 때 그렇게 다채롭지는 않다. 큰 틀에서 기조는 변화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마지막 하데스와의 일전을 두고, 어떻게 하면 하데스와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는지에 대한 최적의 '빌드'를 짜서 올라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각 방마다 무작위로 존재하는 신들의 은혜와 버프들을 쌓아올리면서 자그레우스를 강화해야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과정에서 게임은 무작위성에 의지하지 않고 변수를 통제할 수 있는 요소들을 준다는 점이다:단순히 암흑을 이용한 레벨업 요소를 넘어서, 선택한 은혜를 팔아서 제거하거나, 기념품을 사용해서 조합에 필수적인 특정 은혜를 처음 시작할 때 고를 수 있다던가, 다음 방의 선택지를 바꾸거나, 혹은 선택지에 추가적인 효과를 주던가(예를 들어 넥타르에 은혜 레벨업 효과를 주는 등) 등의 다양한 선택지들이 있다. 이러한 요소들은 플레이어가 전략적으로 게임을 해결해나가는데 초점을 맞춘다. 만약 플레이어가 원하는 은혜와 무기 조합이 나오지 않더라도, 다양한 보정 요소를 이용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난이도와 관련된 부분에서 게임은 플레이어가 난이도 요소를 조절하는 방법론을 채택하고 있다:첫 클리어 이후, 더 높은 난이도에 도전하는 형별 규약은 게임에 영향을 주는 다양한 보정 요소들을 게임에 적용하는 방식을 취한다. 이렇게 보정을 걸 때마다 보상을 새롭게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더 높은 난이도에 도전할만한 동기를 부여한다.

 

흥미로운 점은 각각의 형별규약들은 각기 다른 '해결방법'이 존재한다는 것이다:예를 들어 함정의 데미지를 올리는 형벌규약을 적용하면, 아테나의 함정 데미지를 완화하는 은혜로 커버할 수 있고, 1회 데미지를 무효화 시키는 실드는 짧게 여러번 치는 공격의 무기로 커버할 수도 있다. 그렇기에 게임은 은혜나 무기의 조합 등을 이용해서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플레이어의 적극성이 중요하다.

 

결론을 내리자면, 하데스는 로그라이크에서 '플레이어의 능동적인 선택'을 강조한다는 측면에서 높게 평가할만한 게임이다. 선택하면 선택할수록 다양한 가능성과 경우의 수를 만들어내기 위해서 제작사가 많은 고심을 한 것이 보이고, 결과로도 뚜렷하게 보이는 편이다. 기회가 된다면 꼭 해보길 추천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