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야기

 

작년 말, 중국에서 시작된 코로나 대유행은 20년 중반을 지나는 지금까지도 전세계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전세계적인 전염병 대유행과 대규모 격리 등은 사회와 경기에 안좋은 영향을 끼치고 있지만, 흥미롭게도 이러한 흐름에 영향을 안받거나 명백히 '득을 보는' 흐름도 분명하게 존재한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음식 배달이나 택배 등 외부 공간이 아닌 집이라는 환경을 기반으로 전개되는 산업들일 것이다. 일례로 배달의 민족과 같은 음식 배달업이나 이 분야에 종사하는 업체들은 작년 대비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쿠팡 같은 경우 급격한 성장과 기업의 명과 암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이것이 요즘 기업계를 뒤흔들고 있는 언택트Untact 소비 트렌드다.

 

물론 기업들이 이러한 단어에 꽂혀서 트렌드 장사 하는 것도 하루 이틀이 아니고, 코로나의 영향이 일시적일 수도 있다. 그리고 위에서 언급한 쿠팡이나 음식배달, 택배 등등의 산업 역시도 기존에 존재하던 수요가 외부 효과로 인해서 늘어난 것이고, 이전부터 꾸준한 수요로 자기 자리를 확고한 분야였다. 하지만 코로나가 일으키는 변화는 분명히 존재한다. 그리고 코로나는 새로운 수요와 산업의 발굴이 아닌 기존의 산업 내의 요소들의 균형을 변화시키는 화학적 촉매 역할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지금 흥하고 있는 음식 배달 산업 같은 경우를 보자. 이전에는 이들이 기반하는 산업은 외식 산업이었고 할 수 있으며, 어디까지나 외식 산업 전반을 보조하는 형태를 보여주고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는 사람들이 배달을 통한 외식이라는 개념을 자연스럽게 학습하는 계기를 마련해주었고, 배달로 할 수 있다는 것이 많다는 것을 알려주는 이벤트가 되었다. 이 학습을 통해서 사람들은 소비 패턴이 바꾸었고, 사람들은 점포라는 공간보다도 외주화된 배달 인프라와 플랫폼의 형태로 이행할 수 있었던 것이다. 중요한 점은 이렇게 변한 소비 패턴이나 산업 구조가 이후에도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코로나의 대유행이 장기화되어 시장과 사회 전반에 영향을 끼치는 것도 크긴 하지만, 기존에도 있었던 잠재성(충분히 흥할 수 있었지만, 사람들이 경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그 쪽으로 쉽게 넘어가지 못하는)을 발휘할 수 있는 트리거를 제공해주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화학적 변화의 역치를 낮추는 역할로 코로나는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게임이나 취미활동 기준에서 코로나는 어떠한 영향을 미쳤을까? 흥미롭게도 여타 산업군이 코로나로 인해서 급작스러운 변화(여행 관광산업의 몰락, 배달과 택배 등 집을 중심으로 한 산업의 급부상)를 맞이한 것과 달리, 게임 산업은 그 여파가 겉으로는 미미한 것처럼 보인다. 플레이어의 관점에서 본다면 2020년 게임계는 조용한 편이다. 몇몇 게임들은 발매가 연기되었고, E3는 취소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소소한(?) 사건들을 제외한다면, 2020년 게임계가 조용한 것은 코로나 때문이 아니라 PS4와 XBOX ONE 다음 세대의 콘솔을 준비하는 시기이기 때문일 것이다. 전통적으로도 이렇게 중간에 낀 세대들은 폭풍전야와 같은 고요함을 보여주는 경향성이 있는데, 큰 회사들의 역량이 모두 다음 세대 게임을 만들거나 마케팅하는데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명하게도 게임 산업 자체도 코로나의 영향을 받고 있다. 일단 먼저 수요 자체가 성장한 것이 있다:일례로 코로나 사태 이후, 닌텐도는 3월 동물의 숲 신작을 출시하면서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이 성공은 전적으로 '코로나로 인해서 스위치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거두었다는 점에서 매우 특기할만한데, 이 열기는 국내에서 스위치 품귀 현상을 오랫동안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특기할만하다. 상반기의 게임들 중에서 동물의 숲 신작 만큼의 성공을 거둔 게임이 소니나 액스박스 진영 쪽에 없어보이긴 하지만, 상반기에 특기할만한 이쪽 콘솔의 게임들이 '거의 없었다' 라는 점을 상기한다면 당연한 결과일 수 있다.

 

수요 관점에서의 성장을 제외한다면, 산업과 개발 관점에서는 재택 근무 이슈가 있을 것이다. 현재로서 이것이 소비를 하는 소비자의 관점에서 어떠한 영향을 줄 것인지는 구체적으로 논하기 힘들 것이다. 그러나 몇몇 소소한 이벤트들에 이 재택 근무 이슈가 영향을 크게 끼치기도 하였다:일례를 들자면 닌텐도의 스위치 라인업 공개 및 게임 개발에 차질이 있다는 것이다. 루머에 의하면 닌텐도는 타회사에 비해서 재택 근무와 같은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속도가 타 게임회사에 비해서 상당히 늦었다고 알려져 있었고, 실제 동숲의 성공 이후 신형 콘솔 발매까지의 공백을 스위치가 강하게 밀어붙일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에도 지금까지 그 이점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었다. 이러한 이점을 잃은 것이 닌텐도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줄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기회를 잃었다는 점은 확실하다.

 

그리고 다소 흥미로운 '변화'들도 곳곳에서 목격되고 있다. 게임 산업과는 조금 '엇나간' 분야이기는 하지만, 미니어처 게임이나 보드 게임, 그리고 이를 둘러싼 취미나 산업들(미니어처를 만들거나 보드 게임에 활용할 수 있는 3D 프린팅 취미활동이나 Paetron 같은 후원 활동 등)이 급격한 성장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코로나가 소비자들에게 있어서 '새로운 무언가를 시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코로나로 인해서 대면 접촉이 어려운 미니어처 워게임 시장에도 큰 영향을 주었는데, 게임 자체가 하기 어려운(대면 접촉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워해머 40k의 새로운 판본의 한정판인 인도미투스가 유래없는 대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점(공식적인 언급은 없지만, 여러 해외 리테일 샵의 증언이나 한정판이 전세계적으로 모자라서 MTO 형식으로 주문 생산까지 하는 유례없는 일이 일어난 점까지)이 그러한 변화의 주요한 예라 할 수 있다.

 

물론, 미니어처 워게임에서 일어난 일이 비슷하게 비디오 게임에서도 일어난다라고 단정짓기는 힘들다. 두 분야는 어느정도 겹치긴 해도 서로 명백하게 다른 수요층과 소비 패턴을 가진 분야이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서브 컬처의 관점에서 본다면 이 둘은 큰 틀에서 가족과도 같은 연관성을 지니고 있고, 이런 점에서 비추어 보았을 때 이러한 현상이 비디오 게임 시장에서도 일어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물론 지금은 그러한 트리거를 당길만한 큰 사건이나 요소는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신형 콘솔의 발매'라는 이벤트는 코로나의 영향을 강하게 받을 수 있고, 역대 콘솔 런칭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무언가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조심스럽게 점쳐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