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야기

 

바이오하자드 2는 시대의 명작이었다. 플레이스테이션이라는 하드웨어를 견인하였고 b급 영화 장르인 좀비 호러 영화에 저택을 탐험하고 살아남는다는 서바이벌과 어드밴처 장르를 결합하여 트리플 A 게임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작품이었다. 바이오하자드 2는 여기에 쐐기를 박는 작품이었다:케릭터를 바꾸어가면서 진행하는 재핑 시스템과 발전한 그래픽, 커진 스케일 등은 바이오하자드를 프랜차이즈로 발돋움하게 만들기에 충분한 작품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지난 20년 동안 수많은 사람들은 바이오하자드 2의 리메이크를 요구했었다. 일찍이 캡콤은 바이오하자드 1편을 리버스로 리메이크하면서 훌륭한 리메이크 실력을 과시한 적이 있었기에 팬들의 바이오하자드 2 리메이크에 대한 기대는 높은 편이었다. 그러나 RE2의 등장 이전까지 바이오하자드 2의 리메이크는 요원한 소식이었다.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이는 당연했다:과연 기존 바이오하자드 2에서 무엇을 리메이크할 것인가? 바이오하자드 시리즈는 계속해서 미래로 나아가고 있었다. 3편에서는 긴급회피 등의 요소를 집어넣어서 전투를 긴박하게 만들었고, 4편에서는 현대적인 3인칭 숄더뷰 어드벤처 게임을 정의 내렸다. 심지어 가장 망했다고 평가받는 6편 조차도 게임에 다양한 요소들을 집어넣는 실험을 보여주었다. 바이오하자드 시리즈는 안주하지 않고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이에 걸맞는 리메이크를 만들기 위해서는 단순히 이전작의 재탕을 넘어선 무언가가 필요한 상황이었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바이오하자드 2:RE는 기존 바이오하자드 2편에서 모티브를 따와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게임이 되었다. 과거의 매력적인 부분을 그대로 가져오기도 했지만, 바이오하자드 시리즈가 지속되면서 쌓아올린 노하우가 많은 부분 접목된 게임이기도 하다. 하지만 더욱 놀라운 점은 바이오하자드 2는 트리플 A 게임 답지 않은 타이트한 예산과 게임 콘탠츠가 더욱 눈에 띄는 게임이란 것이다.

 

바이오하자드 2:RE의 베이스가 된 것은 명백히고 리벨레이션과 바이오하자드 7이다. 리벨레이션의 무빙샷은 일반적인 3인칭 숄더뷰 게임의 무빙샷과는 사뭇 다르다:기본적인 숄더뷰 게임에서 무빙샷은 조준이 크게 흐트러지지 않은 상태에서 움직인다면, 바하 리벨레이션의 무빙샷은 쏘는 것 자체가 패널티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조준선이 흔들린다. 대신 게임은 서있을 때 더 정밀한 조준을 할 수 있게끔 보정을 걸어두는데, 기존 시리즈와의 연속성을 감안하였을 때 '움직이지 못한 상태에서 적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조준해야하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라 볼 수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무빙샷 자체가 의미없는 것은 아니라서 기존 시리즈에서는 '조준을 풀고 -> 이동을 하고 -> 다시 조준을 하는' 과정을 '조준을 당긴 상태에서 이동을 하고 멈춰서서 정밀하게 조준을 하는' 단계를 거쳐 편리하게 한다는 측면이 있다.

 

바하 2 리메이크는 리메이크라는 이름을 두고 새로운 요소를 추가하기 보다는 과거의 요소를 재조명하여 부각하는데 집중한다. 이 재조명의 핵심에 있는 것이 바로 '죽지않는 좀비'다. 바하 2 리메이크에서 좀비는 헤드샷을 맞아 일정확률로 머리가 터지지 않는한 '다시 부활한다':데미지를 입으면 죽은것 처럼 눕게 되는데, 맵을 탐색 후 다시 좀비를 죽인 위치로 돌아오면 이 좀비가 다시 살아나 플레이어를 덥칠 수 있다는 것이다. 데드 스페이스 같은 게임에서 시체인척 위장하고 있는 네크로모프와 유사한 요소라 볼 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왔던 길을 다시 돌아와서 맵을 체크해야하는 상황이 많은 바이오하자드 2 리메이크에서는 이들은 1회성 이벤트 이상의 존재감을 과시한다. 또 이들이 진짜 죽었는지 확인을 하기 위해서 사용되는 탄약과 나이프, 양쪽 모두 게임 내에서 획득하는 것이 제한되어 있는 자원이기에 플레이어는 항상 신중하게 사용해야 한다는 것도 좀비의 존재감을 강하게 만드는 요소다.

 

기본적으로 바하 2의 게임 구조는 제한된 공간의 스테이지를 두고 퍼즐을 풀기 위해서 방-경로-방 형태로 이동하는 구조다. 고전적인 어드벤처 게임처럼 하나의 공간을 마련해두고 플레이어가 방과 방을 돌아다니면서 단서들을 이용해 퍼즐을 풀어나가는 방식이라고도 볼 수 있다. 바하 2의 리메이크는 '과거의 스테이지 구성을 그대로 차용'하고 있는데 여기서 두드러지는 것은 플레이어가 '답을 찾아 해매는 과정'과 '그 과정에서 발목을 잡는 좀비'다. 게임이 퍼즐을 풀기 위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끊임없이 방에서 방으로 움직여야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플레이어에게 압박을 가하는 것이 죽어도 죽지 않는 좀비다:좀비는 끊임없이 자원을 소비하면서 플레이어를 압박하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퍼즐을 푸는 동시에 좀비를 피해가는 최적의 동선을 고려해야 한다.

 

여기에 화룡점정을 더해주는 것이 타이런트다:나오자마자 밈이 된 이 몬스터는 죽지 않는다+플레이어를 계속해서 추적한다는 두가지 특징 때문에 플레이어에게 크나큰 압박으로 다가온다. 좀비와 경로를 모두 파악해도 계속해서 쫒아오기 때문에 게임은 플레이어가 생각하는 완벽한 풀이방법과 동선을 파훼한다. 또한 이러한 변칙성 덕분에 서바이벌 장르답게 게임은 게임 내에서 자원을 관리하는 것도 어려워진다. 

 

흥미로운 점은 바이오하자드 RE2라는 게임이 놀라울 정도로 가벼운 뼈대와 콘탠츠를 자랑한다는 점이다. 게임은 2편의 요소들을 그대로 차용하고 있으며, 좀비 모델링이나 부위 파손 같은 것을 제외하면 게임의 디테일이나 모션은 다양하거나 섬세하지 않다. 그래픽이 좋아진 부분이 있지만, 그러한 부분을 제외한다면 트리플 A 게임과는 다른 상당히 타이트한 예산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그러나 놀라운 점은 그런 속에서 스피드런과 같은 게임 소비 문화와 바하 시리즈 전통을 잊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렇게 '시리즈 전통에서 핵심적인 재미를 도출하는 모습'은 캡콤이 지난 몇년간의 부진을 딛고 일어선 원동력을 정확하게 설명하는 부분이다.

 

결론을 내리자면, 바이오하자드 RE2는 훌륭한 게임이다. 리메이크라는 요소를 그냥 날로 먹지 않고, 그 속에 시리즈의 전통에 대한 고민과 고전적인 재미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물건이기 때문이다. 추적자+긴급회피 등의 새로운 요소가 추가되어 액션 쪽으로 무게가 기운 바이오하자드 RE3는 어떤 새로운 접근을 시도할지 기대가 되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