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야기

 

 

*닌텐도 스위치 버전 기준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슈퍼핫은 단순하다. 하지만 슈퍼핫의 장르적 특성을 규정하기는 쉽지 않다. 게임은 독특한 규칙으로 출발한다:플레이어가 멈춰있으면, 게임 내의 시간도 거의 멈춘다. 그러나 플레이어가 움직이면, 시간도 함께 움직인다. 이러한 대전제를 깔아두고 플레이어는 능동적으로 시간의 흐름을 조절하면서 수많은 적들을 물리쳐야 한다. 스테이지 구조는 단순하고 적이 등장하는 패턴이 정해져있기 때문에 슈퍼핫을 '어디에 등장하는 적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라는 의미에서 퍼즐 FPS로 분류하는 사람들도 있다. 전반적인 플레이 흐름을 놓고 본다면 이런 접근은 아주 틀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문제는 과연 슈퍼핫이 퍼즐 장르의 등식처럼 '정답이 존재하는 게임'일까? 이다. 마이크 타이슨의 "누구든 링 위에 올라와서 맞기 전까지는 계획을 갖고 있다"라는 말처럼, 슈퍼핫은 플레이어의 구체적인 계획들을 무너뜨리는 중요한 함정이 있다. 맵 구조는 단순하다, 적들이 등장하는데도 패턴이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문제는 흘러가는 '시간'이다. 게임에서 플레이어가 움직이지 않는 한 시간은 '거의' 멈춰있다. 그 말인 즉슨, 플레이어가 멈춰있는 순간에도 시간은 조금씩 움직이며 플레이어를 압박한다는 것이다.
 
슈퍼 핫은 게임을 단순하지만 극단적으로 섬세하게 만들었다. 플레이어는 적의 공격 한 번에 쓰러진다. 그 대신 제한된 탄약과 체력은 플레이어가 유일한 장점인 '시간을 느리게 하는 능력'에 모든 집중을 쏟아 붓게 만든다. 하지만 한 발자국의 움직임이나 심지어 카메라를 돌리는 행위 조차도 게임 내의 시간을 흐르게 만든다. 퍼즐 게임 장르의 경우라면 정해진 해답과 접근 방식이 존재 했었겠지만, 한 발자국 한 번의 시점이동만으로 게임 속 시간이 흘러버리기 때문에 매번 세웠던 계획들은 조금씩 틀어질 수 밖에 없다. 이렇게 조금씩 생겨나는 변경점 때문에 슈퍼핫은 절대 계획대로만 흘러가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슈퍼핫을 막 시작한 플레이어는 게임 플레이가 조심스러워질 수 밖에 없다. 적들의 압도적인 물량과 빗발치는 탄환들을 피하기 위해서 천천히 한 발자국씩 내딛는다. 하지만 매 시도 매 순간이 이전 시도와 달라지기 때문에 처음 플레이 때는 매우 어렵다는 인상이 강하다. 그러나 게임에 익숙해지면서, 플레이어는 단순히 느리게 움직이는 것만이 정답이 아닌 것을 깨닫게 된다:빠른 걸음으로 움직이면, 게임은 빠른 걸음으로 움직인만큼 다른 게임의 1.5배속으로 진행된다. 플레이어는 빠른 걸음과 느린 걸음의 두가지 템포를 이용하여서 시간을 원하는데로 굽혔다 필 수 있는 것이다.
 
이 순간부터 게임은 살얼음판을 달리는 게임이 된다:플레이어의 감각은 고양되며 아슬아슬한 순간까지 달려서 시간을 밀어붙이고 그 순간에 적을 해치우는 것을 반복한다. 단순하고 반복적이지만, 매 순간이 긴장감 넘치는 것이 슈퍼핫의 본질이다.
 
결과적으로 슈퍼핫은 단순하지만 흥미로운 게임이다. 단순한 컨셉이지만, 극단적으로 섬세하게 게임을 구성함으로써(움직임과 카메라 돌림에도 반응하는 시간의 흐름) 플레이어가 게임에 몰입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