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야기

 

파이어 엠블렘:풍화설월이 7월 26일에 발매되었다. 각성 때의 기적같은 성공과 if의 상업적 성공(와 함께 평단과 팬층에게서의 엄청난 혹평)을 통해서, 파이어 앰블렘은 일본을 벗어나 세계적인 IP로 거듭날 수 있다는 걸 증명했다. 풍화설월은 이를 증명하기 위한 디딤돌이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풍화설월은 평단과 판매실적 양쪽 다 모두 성공적이었다:풍화설월은 다양한 웹진에서 호평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E샵이나 각종 판매 차트에서 좋은 실적을 거뒀다.

 

파이어 앰블램은 풍화설월은 최근 게임 프랜차이즈가 보여주는 경향성과는 완전히 정반대의 모습이었다. 기존의 프랜차이즈들은 점점 프랜차이즈 늘어난 게임 요소들을 정리하고, 프랜차이즈의 본질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예를 들어 배틀필드의 경우 1과 V를 통해서 이전 현대전 시리즈에서 1942 시절의 게임 감각을 살리려고 했었고, 콜 오브 듀티는 블옵 3에서 4로 변화하면서 3편의 장점(스페셜리스트 등)을 가져오되 플랫포밍과 맵 구성을 이전 시리즈를 참조함으로써 좋은 결과를 만들었다. 이러한 '가지 치기'는 게임을 너무 복잡하게 만들지 않되, 플레이어가 재미를 느낄만한 요소들을 일관성 있게 유지함으로 프랜차이즈의 연속성을 살렸다.

 

그러나 풍화설월은 가지 치기가 아닌 '가지를 늘리는 방향'으로 게임을 구성하였다. 기존의 파이어 엠블렘이 스토리라인을 따라가면서 몇몇 서브 퀘스트를 진행하는 형태였다면, 풍화설월은 한 학급을 담당하는 교사로 부임하여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그들이 가진 재능을 끌어올리는 구조다. 그 때문에 각성과 if를 해본 사람이 풍화설월을 처음에 하면 매우 당혹스러울 수 밖에 없다. 

 

이러한 변화는 파이어 엠블렘 프랜차이즈의 정체성에는 부합한다:각성 이후 파이어 엠블렘 신작들은 기존의 하드코어 SRPG에서 개성적이고 다양한 인물들이 모이는 케릭터 게임으로 방향성을 잡았다. 특히 각성은 이전 시리즈로부터 모티브를 따온 지원회화와 결혼, 더 나아가서 자식세대까지 한꺼번에 등장시키면서 SRPG도 하는 동시에 소규모 미연시를 하는 경험을 플레이어에게 제공하였다. 하지만 각성과 if는 기존 시리즈의 시스템을 '그대로' 구현한 나머지, 결혼과 자식세대으로 이어지는 개연성이 매우 떨어졌다. '대체 장성한 자식들과 부모 세대는 어떻게 만나게 되었는가', '자식세대는 부모에 대해서 어떤 감정을 느끼는가'라는 서사적인 문제에서부터 '결혼을 했을 때 누구의 스킬과 외모를 따라가는가?'와 같은 시스템적인 문제까지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였다.

 

하지만 풍화설월은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고 보다 더 자유로운 육성을 위해 게임을 더 세밀하고 촘촘하게 구성하였다. 우선 기존의 전통과도 같았던 특징들(검-창-도끼 등과 같은 상성)을 스킬이나 별도 시스템을 통해서 분리하고, 부모세대-자식세대 간의 전승되는 스킬은 잘게 쪼갠 뒤 각각 교육 및 클래스 마스터를 통해서 얻을 수 있게끔 만들었다. 그 결과, 풍화설월은 이전작과 다르게 엄청나게 유연한 게임 운영이 가능하게 되었다:가령 케릭터 적성은 마법사지만 마법을 쓰면서 근접전에도 통달한 케릭터를 만들어낼 수도 있고, 심지어 아예 작정하고 정반대의 방향성을 가진 케릭터로 만들 수도 있다. 플레이어가 시간과 노력을 들이면 무한한 가능성을 발휘할 수 있는 게임이 풍화설월이다.

 

다만, 이 때문에 풍화설월은 게임에 본격적으로 재미를 붙이는 시기가 상대적으로 늦다: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감도 안 오고, 시스템도 늦게 해금되는 것들이 많으며, 효율적인 활동 계획을 세우는 것이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부분들을 극복하면 이 게임은 오랫동안 플레이할 가치가 있는 게임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