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야기



옥토패스 트래블러는 상당히 독특한 게임이다:겉으로 보기에는 옥토패스 트래블러는 브레이버리 디폴트 시리즈의 잡 시스템에 턴제 전투 감각(턴을 몰아 쓸 것인지/저축할 것인지/혹은 파티원과 나눠쓸 것인지)들을 계승하였다. 그리고 브레이버리 디폴트는 직접적으로는 파이널 판타지 빛의 4전사, 더 나아가서 옛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에 대한 오마주가 많은 게임이었다. 하지만 흥미로운 점은 옥토패스 트래블러는 겉보기와 다르게 본질적으로는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와 동떨어진 부분들이 있다. 8명의 주인공들의 이야기는 이어지지 않고, 각자의 이야기에서 케릭터의 개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나간다. 게임의 제목처럼(옥토패스Octopath, 8개의 길) 게임은 8명의 주인공과 8개의 서로 다른 길을 걷는 옴니버스식으로 구성되었다.


그렇기에 몇몇 사람들은 옥토패스 트래블러가 파이널 판타지보다는 사가 시리즈에 레퍼런스를 두고 있다고 보기도 한다(코타쿠 기사: 옥토패스 트래블러는 파이널 판타지 6와 비슷하지 않다) 오히려 코타쿠의 경우에는 사가 시리즈를 연상된다고 평하기도 하였다:사가 시리즈는 한 때 스퀘어 RPG를 대표하였던 게임 프랜차이즈 중 하나였으며, 프리 시나리오나 적들도 같이 레벨이 오른다든가, 혹은 복수의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다룬다든가 등의 독특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는 몇몇 예를 들어서 살펴보도록 한다. 먼저 사가 시리즈를 대표하는 로맨싱 사가 2의 경우를 보자:로맨싱 사가 2편은 황제를 계승하는 사람들이 7영웅이라는 적에 맞서 각기 다른 시대에서 싸운다는 점에서 이야기를 관통하는 소재를 가진 옴니버스식 구성의 게임이라 할 수 있다. 또한 로맨싱 사가 3에서는 서로 각기 다른 배경을 가진 8명의 주인공 중 한명을 선택하여 게임을 진행하고, 케릭터에 따라 즐기는 컨텐츠와 이벤트가 달라진다. 예를 들어 로아누의 후작인 미카엘를 주인공으로 선택할 경우, 국가를 경영하며 매스 컴벳이라 불리는 전략 시뮬레이션을 미니 게임으로 플레이하며, 토마스를 주인공으로 선택할 경우에는 상회를 운영하는 경영 시뮬레이션을 미니 게임으로 플레이하게 된다. 게임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사가 시리즈는 큰 이야기와 별개로 각 주인공들의 개성과 이야기와 세계 안에서 일어나는 상호작용들에 초점을 맞춰서 게임을 구성하는 독특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는 파이널 판타지나 드래곤 퀘스트 같이 스토리가 중심이 되는 게임과는 다른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옥토패스 트래블러가 사가 시리즈를 연상되는 부분도 '서로 다른 8명의 주인공이 하나의 목적을 위해 싸운다'라는 전통적인 JRPG가 아닌, '8명의 주인공이 서로 다른 테마를 가진 각자 다른 이야기를 진행하고 풀어나간다'라는 부분 때문이다. 옥토패스 트래블러는 사가와 같이 야심차게 큰 이야기를 다루거나, 상당한 분량의 미니게임을 넣어두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 대신에 각 케릭터를 상징하는 패스 액션 시스템을 도입하여, 세계의 NPC들과 상호작용하고 전투에 케릭터들의 개성을 드러내는 쪽으로 방향성을 잡았다. 즉, 사가 시리즈 특유의 방대함은 없지만 옥토패스 트래블러는 케릭터와 세계의 상호작용을 단순하지만 의외성을 가진 형태로 구현한다. 예를 들어 게임 내 서브퀘스트의 경우, 별도의 목표나 지시사항 없이, 플레이어가 NPC의 대사만 듣고 이 대사를 통해서 어떤 패스 액션을 써서 문제를 해결할 것인지를 능동적으로 생각하고 문제를 풀어나가게끔 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옥토패스 트래블러는 복잡하진 않지만 계속해서 플레이어를 생각하게 만들고, 케릭터의 개성과 특성을 계속해서 인지하게 만든다. 


이런 점에서 옥토패스 트래블러의 전투 시스템은 브레이버리 디폴트와 파이널 판타지의 영향을 강한 편이지만, 케릭터의 개성과 게임을 풀어나가는 과정은 사가 시리즈에 영향을 더 받았다고도 볼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옥토패스 트래블러가 단순하지만 'RPG가 갖춰야 하는 클리셰의 기본'을 모두 갖추고 있는데 비해서, 사가 시리즈의 특징은 현대 게임의 미덕에서 벗어나있다고 평할 수 있다:다양한 이벤트와 자유로운 진행, 케릭터에 따라 달라지는 이야기 구성 등은 게임 제작이나 플레이에 있어서 부담스러운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한떄 많은 팬을 보유하였던 사가 시리즈가 근 10년 가까이 정식 신작이 없었던 체로 지냈던 것도 놀라운 일은 아닐 것이다.


2016년 비타로 발매된 사가 스칼렛 그레이스는 근 10년 만에 나온 사가 시리즈의 신작이었다. 물론 초창기 공개되었을 당시, 그래픽이나 일러스트 면에서 상당히 부족하다는 평을 받았지만 독창적인 전투와 엄청난 양의 이벤트를 통해서 사가 시리즈를 훌륭하게 계승하였다는 평가를 들었다. 이후 2018년 스위치와 PS4, 스마트폰 등의 플랫폼으로 게임을 확장 이식하였다. 어떻게 보면 지속해나가기 어려운 게임 프랜차이즈임에도 불구하고, 다시 살아돌아왔다는 것은 사가 시리즈가 갖는 독특한 매력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 추후, 옥토패스 트래블러를 클리어한 후에는 순서대로 사가 스칼렛 그래이스와 로맨싱 사가 2를 플레이/클리어할 예정입니다. 

추후, 이 3편이 모두 마무리 되면 3개를 함께 엮는 글을 써보도록 하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