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야기


마리오 래비드 킹덤 배틀은 UBI의 래비드 프랜차이즈와 슈퍼마리오 프랜차이즈의 콜라보레이션으로 만들어진 SRPG다. 슈퍼마리오의 오랜 팬이었던 프로듀서가 만든 킹덤 배틀은 게임 자체가 마리오 시리즈의 애정으로 가득찬 거대한 2차 창작물이다. 흥미로운 점은 킹덤배틀이 단순히 케릭터만 차용하는 점에 머무르지 않고 슈퍼 마리오 시리즈가 갖고 있었던 플랫포밍 장르의 특성들을 엑스컴식 SRPG 형태로 이식하였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킹덤 배틀은 단순히 열혈 팬이 만든 게임을 넘어서 게임 자체로써도 훌륭한 작품이 되었다.


마리오X래비드 킹덤 배틀의 게임플레이는 크게 탐색과 전투 두가지로 나뉘어진다. 먼저, 탐색의 경우다:마리오 래비드 킹덤 배틀에서 탐색은 전투 스테이지들을 이어주는 일직선의 복도를 가로지르는 형태다. 그리고 이 복도는 슈퍼마리오의 세계를 래비드 풍으로 패러디한 세계다:마리오 특유의 알록달록한 벽돌과 풀숲, 강이 흐르는 공간은 변기와 뚫어뻥을 든 래비드가 설치는 난장판이 된다. 하지만 동시에 게임은 옆길로 새는 슈퍼 마리오 게임 스테이지에서 보이는 숨겨진 요소들을 곳곳에 숨겨두었다. 전반적으로 킹덤 배틀의 막간 스테이지는 독특한 기믹은 없지만, 아기자기한 유머와 소소한 발견, 퍼즐들로 가득차 있어서 크게 지루하지는 않다.


킫덤배틀에서 눈여겨봐야하는 부분은 바로 전투 부분이다. 킹덤배틀은 기본적으로 액스컴 시리즈의 게임 장르를 차용한다:플레이어는 자신의 턴에 액션 포인트를 소비해서 이동/사격을 하며, 엄폐를 통해서 피격 확률을 줄이는 방어 메카니즘을 갖고 있다. 킹덤배틀의 기본적인 요소들은 이미 엑스컴 시리즈에서 본 것들이지만, 몇몇 부분에서 매우 뚜렷한 차이점을 갖고 있다. 첫번째는 확률을 다루는 방식이다:엑스컴 시리즈는 거리와 높이 등의 다양한 변수가 사격 성공률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한방을 맞추기 위해서 이리저리 유닛을 배치하여 최적의 위치를 잡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킹덤배틀에서는 사격이 성공할 확률은 거리에 상관없이 엄폐 상태에 따라 100%(상대가 엄폐하지 않은 경우) - 50%(상대가 반엄폐 상태인 경우) - 0%(상대가 완벽하게 엄폐한 경우) 세 구간으로 밖에 나뉘지 않는다. 엑스컴이 최적의 위치를 잡고도 확률 때문에 사격이 빗나가는 경우가 생겼던 것을 생각하면, 킹덤배틀은 확률을 컨트롤하기 쉽다는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케주얼한 편이다.


하지만 두번째 요소인 이동 시스템이 엑스컴의 구조와 맞물리면서 킹덤 배틀은 단순히 엑스컴을 이식한 '케주얼'한 게임을 넘어서는 동시에, 슈퍼 마리오 시리즈와 맥이 닿은 독특한 게임으로 변모하게 된다. 킹덤배틀의 이동은 전적으로 슈퍼 마리오 시리즈의 플랫포밍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 케릭터는 상대방을 뺑소니 치거나 다른 팀원의 도움닫기를 통해서 먼거리를 이동할 수 있으며, 이를 이용해 기발한 방법으로 상대를 기습하거나 고유 능력을 이용해서 상대를 농락할 수 있다:예를 들어서 마리오는 도움닫기를 이용해 케릭터 특유의 상대를 짓밟는 스톰프 공격을 할 수 있으며, 스톰프 공격을 넣은 뒤에 튕겨져 나오면서 위치를 잡아서 상대를 두번 연속 공격할 수 있는 기회를 얻기도 한다. 기본적으로 게임은 사격 성공률과 관련된 시스템을 대폭 단순화시킨 대신에 마리오 시리즈의 플랫포밍으로부터 영감을 얻은 시스템으로 게임의 깊이를 더하고 있다.


단순화된 사격과 유연하고 빠른 이동의 결합으로 킹덤배틀은 엑스컴을 연상시키되, 엑스컴과 다른 무언가가 된다. 케릭터들은 팀 점프 등을 통해 엄청난 거리를 이동하는 덕분에 적의 배후를 잡아서 100% 정확도로 공격하는 것은 쉬운 일이다. 하지만 문제는 상대 역시도 그렇다는 것이다. 킹덤 배틀은 이동, 사격, 이후 적이 어떻게 행동하고 내게 입히는 피해를 관리할 것인지를 게임 플레이 내내 생각해야만 한다. 엑스컴에 비해서 게임은 단순하고 호쾌한 편이지만, 동시에 한 턴 한 턴은 매우 치명적이다. 시원스러운 진행과 한 턴 한 턴 진행한 결과가 치명적이라는 점에서 킹덤배틀은 상반된 속성이 공존하고 있는 형태를 띈다. 하지만 그것이 모순되지 않고, 오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엑스컴과 차별되는 매력을 지녔다고 할 수 있다.


킹덤 배틀에서 아쉬운 점은 게임의 시스템이나 플레이 구조는 완성형이지만, 게임 내에서 케릭터를 육성하거나 자신만의 플레이 스타일을 찾아가는 과정은 정형적이라는 점이다. 각각의 케릭터들은 고유한 능력을 갖고 있지만, 육성의 부분에 있어서 게임 내의 선택지는 거의 없다:초반에는 한정된 오브를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라는 부분은 있지만, 게임을 크게 바꿔주는 엑티브 스킬 부분의 선택지는 없고 대부분 패시브 부분에서 변화가 일어나 게임이 크게 바뀐다는 체감은 들지 않는다. 또한 무기 역시 게임 진척 상황에 따라서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대략 2~3개 정도 뿐이기 때문에 뭔가 케릭터를 꾸민다는 느낌보다는 케릭터를 일방향적으로 키워나간다는 느낌이 들며, 몇몇 부분에서는 케릭터 조합을 강제하기 때문에 다양한 방법으로 게임을 풀어나가기 보다는 정답을 찾아 해매는 과정처럼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킹덤 배틀은 결론적으로 훌륭한 게임이라 할 수 있다. 유비 소프트는 단순히 마리오와 래비드 프랜차이즈를 물리적으로 섞은 것을 넘어서 맵이나 스테이지 구성을 오마주하고, 더 나아가 엑스컴식 시스템에 마리오식의 플랫포밍을 섞어서 이전에 찾아볼 수 없었던 독특한 매력을 가진 작품을 만들었다. 물론, 다양한 플레이스타일로 게임을 풀어나갈 수 있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마리오 래비드 킹덤 배틀은 그 자체로도 충분히 재밌는 게임이며, 구매한 값어치는 하는 게임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