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야기



*무려 5년전에 쓴 http://leviathan.tistory.com/1629 트라이 G 리뷰입니다. 참조해서 보시길.


몬스터 헌터 시리즈는 일본 국내에서만 200만 ~ 300만 장 단위로 팔리는 게임이다. 전세계 판매량 단위에서 보자면, 백만장 단위의 판매량은 이제 별로 놀랍지 않다. 하지만 문제는 몬스터 헌터 시리즈의 판매량은 사실상 일본에 국한되어 있다는 점은 무시해서는 안된다. 일본 콘솔 게임 시장은 전세계 시장에서도 큰 축이기도 하고 여타 시장에 비교해서 독자적인 색채를 갖고 있긴 하지만 100만 장 단위로 판매되는 게임은 극히 드물다. 심지어 서드 포터블 시기에는 일본 내 시장 300만 장이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달성하면서 PSP란 플랫폼 자체를 문자 의미 그대로 끌고 간 적도 있었고, 몬헌 4에서는 이러한 기록을 400만장으로 우습게 뒤집기 까지 하였다. 하지만 몬헌이 단순히 반복적인 구조만으로 운영되는 게임은 아니다:몬스터 헌터 트라이/3G 그리고 4와 4G를 거치면서 몬헌이라는 골격을 유지하되 거기에 새로움을 더하려는 시도는 항상 있어왔기 때문이다. 특히 4와 4G는 단차라는 고저차를 도입하고 몬스터를 홀딩한다는 타기 액션을 도입하면서 게임의 흐름을 완전히 바꾸는 실험을 성공시키기도 하였다. 몬스터 헌터는 지역색이 강하기는 하지만, 액션 게임의 역사에 무시할 수 없는 한 축을 담당하는 게임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몬헌 크로스/더블 크로스는 4편의 변화보다 더 극단적인 변화를 취한 게임이다. 게임 발매전 필살기의 추가로 몬헌도 이제 필살기 게임이 되어가느냐, 라는 불만이 팬들 사이에서 나오긴 했지만, 단순히 필살기의 추가는 그저 가시적인 변화의 일부분에 불과하다. 크로스/더블 크로스의 핵심은 몬헌이라는 게임의 근본적인 구조와 플레이 방법론을 바꾸었다는 것이 핵심이다. 기존의 게임 스타일들을 포섭하되, 스타일의 추가와 스타일별로 게임 플레이 방식을 바꾼 것, 더 나아가 방어구의 스킬 배분 및 체계를 바꾸어버린다. 몬헌 크로스/더블 크로스는 그야말로 역대 최고의 몬헌이라 칭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몬헌 시리즈의 기본은 독자적인 생태를 지닌 매력적인 몬스터들을 플레이어들이 일련의 준비과정(방어구/무기의 준비, 소비 아이템의 준비, 패턴의 파악 등등)을 통해 사냥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플레이어가 몬스터에 도전하고 성공하기의 과정까지는 불친절하며(이런 점에서 소울 시리즈를 연상케하는 부분이 있다) 플레이어는 몬스터에게 덤비고 실패하는 과정을 경험하고, 그 과정 중에 자신의 플레이 스타일과 장비를 찾아간다. 특히 방어구에 붙어있는 패시브 스킬 효과를 조합하는 것은 게임 내에서 매우 중요하다.


몬헌의 액션 조작 체계는 매우 단순하지만, 패시브 스킬의 조합을 통해서 몬스터를 공략하는 새로운 방법론을 쉽게 찾을 수 있다:예를 들어 리오레이아의 포효를 귀마개 스킬없이 들을 경우, 귀를 막는 모션을 취하지만 청각보호 스킬을 띄울 경우 리오레이아의 포효는 큰 한 방을 먹일 수 있는 빈틈이자 절호의 기회로 작용한다. 이처럼 각각의 스킬들의 유무가 게임에 있어서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고, 플레이어가 능동적으로 운신할 수 있는 폭을 넓혀주는 것이 몬헌 시리즈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에 몬스터 헌터는 기본적으로 플레이어의 능동성을 강조한 게임이고, 느린 페이스의 공방이 주가 된 수중전의 실패(트라이, 서드 포터블, 트라이 G)와 빠르게 몬스터를 추적하여 사냥하는 단차의 성공(4, 4G)은 이러한 게임 시리즈의 핵심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즉, 몬스터 헌터 시리즈의 성공은 플레이어의 능동적인 대응을 얼마나 강조하느냐, 그리고 그 능동적인 대응을 준비하기 위해서 어떤 준비를 해야하는가가 관건이다. 


하지만 크로스/더블 크로스는 이러한 몬헌의 핵심을 완전히 처음부터 재설계된다. 각각의 스타일들(길드, 부시도, 스트라이커, 에어리얼 / 브레이브, 연금 등의 총 6개의 스타일)은 기존 몬헌의 무기 조작체계에 스타일이란 새로운 기믹을 추가하고 몇몇 액션의 가지를 쳤다. 무엇보다도 크로스의 스타일의 추가는 근원적으로 게임 매커니즘에 새로운 개념을 도입하였다:예를 들어서 부시도의 경우, 몬스터의 공격이 직격하는 시점에 회피를 하면 무적회피와 함께 이동+특수기를 발동할 수 있다. 대검과 해머는 빠른 차지 공격, 쌍검은 회피공격, 보우건 류는 파워 리로드 등등 모든 무기에 회피 시 딜링에 도움이 되는 조작을 탑재한 것이다. 하지만 부시도 스타일은 기존 몬헌 표준 무기 조작에서 빠져있는 요소들이 있다:예를 들어 대검은 차지 공격 후, 강 모아베기 - 강 회전 베기로 이어지는 강력한 공격 루트가 없다. 즉, 게임은 하나의 스타일이 만능이 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고, 실제 플레이를 해봤을 시에는 몬스터를 사냥하는데 있어서 OP 능력보다는 다양한 방법론이 있다고 느껴진다. 이는 표준적인 길드 스타일과 여타 스타일들과 비교하여 보았을 때 극명하게 드러나는데, 표준적인 길드 스타일에 비교해서 부시도는 회피에서 파생되는 능력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면 토벌 시간이 늘어나고, 스트라이커는 수기를 공격적으로 활용하지 못하면 포터블 세컨드 시절의 단순한 공격 패턴과 딜링의 부재로 뼈아픈 타임 로스가 생겨나게 된다. 


흥미로운 점은 각각의 스타일들은 이미 기존 몬헌 시리즈에서 어느정도 찾아볼 수 있었던 유형들이라는 것이다. 질풍 랜서와 같이 모든 방어를 회피에 올인한 플레이 스타일(부시도)이나, 광역화 스킬을 띄운 백업형 헌터(연금) 등은 이미 과거의 플레이어의 게임 스타일에 기반하고 있었다. 하지만 기존의 플레이 스타일들은 어디까지나 패시브 스킬에 베이스를 두고 있었고, 새로운 액션 매커니즘의 추가가 아닌 있는 액션의 활용에 기반하였다. 그렇기에 플레이어들이 만들어낸 개성들은 게임 시스템 내에서 차별점이 생기지는 않았다. 즉, 플레이어의 스킬 구성은 플레이어의 능동적인 대응을 넓히는 하나의 축을 담당하고 있었지만, 정작 플레이 스타일에 따른 조작 체제 자체가 세분화되었다고는 할 수 없었다. 또한 시리즈가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게임이 무기의 조작에 새로운 액션을 추가하거나 빼거나 하는 쪽으로 무기 벨런스를 맞추다 보니, 조작 체계는 점점 복잡해지는데 게임 플레이는 플레이어 체감상 크게 안 바뀌는 문제도 한몫 하였다. 


스타일의 추가는 이러한 문제들을 한번에 해결하였다. 플레이 스타일에 따라서 다양한 조작과 보상을 부여하면서 플레이어가 더 능동적으로 사냥에 임할 수 있게 하였으며, 조충곤 이외엔 부락했던 단차 액션의 존재를 모든 무기에 통합시켰으며(에어리얼 스타일) 기존 몬헌 플레이 스타일(길드 스타일)에서부터 생존 스킬을 어느정도 대체하는 스타일(부시도, 브레이브)까지 다양한 플레이를 보장하였다. 흥미로운 점은 더블 크로스에서 추가된 브레이브 스타일은 이전까지 찾아볼 수 없었던 독특한 조작 체계와 패턴을 보여준다는 것이다:브레이브 스타일은 별도로 존재하는 브레이브 게이지를 올림으로써 데미지 딜링과 기동력이 대폭 증대되며, 핵심은 최대한 무기 납도를 하지 않고 딜을 최대화 하여 브레이브 스타일을 수렵 시간 내내 오래 유지하는 것, 더 나아가서 납도 지속 행동 중 파생되는 다양한 액션을 적재적소에 활용하는데 있다. 기존의 스타일들이 이전에는 찾아볼 수 있었던 조작 체계를 계승하였다면, 브레이브 스타일은 이전에는 찾아볼 수 없었던 새로운 스타일이라 할 수 있다. 즉, 기존의 플레이어들이 개발한 플레이 스타일에서 파생된 스타일이 아닌 크로스의 스타일 시스템에서 파생된 스타일이라는 점에서 이 스타일 시스템이 더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스타일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게임은 필살기라 할 수 있는 수기를 추가하여 스타일 시스템에 양념을 치는데 성공하였다. 사람들의 우려와 별개로 수기는 어디까지나 딜을 보조하거나 게임 플레이 스타일, 무기 시스템을 보조하는 보조적인 개념으로 설정되어 있다.  오히려 크게 변화한 점은 수기의 추가보다도 스타일에 따라서 스킬 시스템이 완전히 일신되었다는 점이다:스타일의 효과들이 기존 패시브 스킬들의 능력(특히 방어계열의 스킬들, 청각 무효라던가)을 대체하고 있기 때문에 게임은 벨런스를 맞추기 위해서 기존 스킬 셋들이나 방어구에 붙은 스킬들을 조정하였다. 기존에는 필수였던 청각 보호 같은 스킬들이 이제는 없어도 그만인 스킬로 내려갔고, 게임 플레이와 스타일에 따라서는 더 공격적인 스킬셋을 취하는 것도 가능해졌기 때문에 좋은 변화라 할 수 있다. 다만 이전에 비해서 커스텀 셋을 짜기가 힘들어 진 점, 그리고 그만큼 호석에 대한 부담이 증가한 점은 아쉬운 부분이라 할 수 있다.


크로스/더블 크로스는 몬헌의 집대성을 표방하는 만큼 역대 최대의 몬스터 등장을 자랑한다. 다만 여전히 '인기 있는 몬스터는 잡히고 인기 없는 몬스터는 안잡히는' 구조는 여전하다. 이는 몬스터 패턴의 리파인 등의 문제가 아닌, 재미는 있지만 그 소재로 만드는 장비가 괜찮지 않기 때문이라는 문제가 더 크다. 다만 크로스에서 새롭게 추가된 간판몹 4종(가무토, 라이젝스, 타마미츠네, 디노발드)은 나름대로 재밌는 몬스터들이며, 더블 크로스의 간판몹인 발파루크는 4의 고어마가라를 연상케하는 골때리는 매커니즘을 갖고 있다. 가장 높게 평가하고 싶은 몬스터는 타마미츠네와 디노발드로 3편에서 처음 등장한 골격들로 얼마나 다채로운 움직임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증명한 몬스터라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몬스터 헌터 크로스/더블 크로스는 몬헌 시리즈에서 중요한 변곡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4편과 같은 요소의 추가가 아닌 게임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꾸되, 거기서 기존 게임 시리즈가 갖고 있는 정체성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매력적인 게임이다. 하지만 더블 크로스의 판매량의 기대치의 반토막이 난 점을 고려하면(물론 그것만으로도 이미 밀리언이지만) 시리즈의 전통적인 판매방식인 본편 - G급의 판매 방식은 제고되어야 할지도 모른다. 물론 스위치로 나올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점쳐진 만큼, 새로운 플랫폼에서 몬헌 시리즈는 새로운 방법론과 가능성을 제시하리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