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야기




* http://leviathan.tistory.com/1893 이 칼럼을 참조해서 읽어주세요.


닌텐도 스위치가 3월 3일 발매되었다:휴대기와 거치기 모두를 지향하는 콘솔로써, 닌텐도는 영리하게도 플스와 엑박 사이에 틈새를 비집고 들어갔다. 이미 우리는 공개된 수많은 특허 등록을 통해서 스위치가 대략 어떻게 생겼는지를 알고 있었다. 하지만 스위치의 강점은 스위치의 성능이나 독특한 기믹보다도 스위치가 포용할 수 있는 스팩트럼이 이론적으로 매우 넓다는데 있다. 위는 너무나 독특한 조작방식을 지향하는 바람에 고유의 시장을 형성하는 동시에 서드파티가 진입하지 못하는 장벽을 처버렸고, 위 유는 위가 만들어낸 그 장벽을 부수지 못할 망정 세컨드 스크린과 애매한 성능, 발매 시기 덕분에 역대 부진한 닌텐도 콘솔이라는 평가를 듣기도 하였다. 그러나 스위치는 기존의 닌텐도 콘솔의 기믹(위의 모션 컨트롤, 위유의 테블릿 패드 기믹 등)을 흡수하면서도 방점을 '거치기 - 휴대기 모두를 지원하는 기기'라는 독특한 컨셉으로 나아갔고, 서드파티에게도 매력적으로 보이는 포지션(휴대기와 거치기의 중간 형태/포팅이 쉬워짐 등)을 점하였다. 


닌텐도의 친 서드파티적인 행보나 넓은 스펙트럼은 앞으로 검증과 시험을 거쳐야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핵심은 따로 있다. 스위치의 핵심은 닌텐도의 변화를 함축한다는 것이다. 스위치에서 다양한 변화가 있었지만 필자가 스위치를 받아보고 가장 충격을 받았던 부분은 미버스의 부재와 기존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와의 연동이었다. 이미 위유나 삼다수 시절 닌텐도는 미버스라는 극히 폐쇄적으로 통제되는 게이머 커뮤니티를 운영한 적이 있었고, 좋든 싫든 그것은 여타 게임 서비스나 콘솔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기능이었다. 하지만 스위치에선 미버스가 도입되지 않은 대신, 트위터나 페이스북으로 곧바로 스크린샷을 찍어 올릴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하였다. 실제 소니 PS4의 쉐어 버튼을 스위치에도 동일하게 적용하였는데, 이 쉐어 버튼의 동작 양태가 플포의 그것과 매우 유사하다는 점은 눈여겨 볼만한 점이었다. 즉, 닌텐도는 폐쇄적인 미버스라는 자사의 철학을 고수하기 보다는 외부의 성공 사례를 빠르게 자사의 시스템에 접목시킨 것이었다.


그외에 스위치 발매 전후로 닌텐도는 자사의 IP를 모바일로 낸다던가(슈퍼 마리오 런, 포켓몬 GO 같은), 기기 귀속이 아닌 다중 계정제의 도입, 지역 코드의 삭제 등의 게이머 입장에서는 편리하지만 자사의 운영방침에는 큰 변화를 일으키는 대변혁들을 추진하였다. 즉, 닌텐도는 위유 이후 점점 줄어드는 자신들의 입지를 뒤집기 위해 변화를 꾀하고 있었고, 그 중심에는 바로 스위치가 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며칠 사용해본 후기로는 스위치가 갖고 있는 강점은 바로 포지션과 기믹을 다양하게 소화할 수 있다는 유연함이며, 이는 스위치 다이렉트에서도 강조하였듯이 자사의 모든 콘솔이 집약되어 있다는 개발 철학에서도 확인될 수 있는 부분이었다. 스위치는 거치기이자, 아마도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스탠드 얼론 테이블탑 콘솔'이며, 동시에 자이로 센서를 탑재한 두개의 컨트롤러로 위의 기믹을 이어받기도 하고, 제한적이나마 거치형 콘솔의 기믹까지 흡수한 물건이다. 설명만 들어보면 위유와 많이 유사한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위유와 비교해보면 각각의 컨셉이 부자연스럽게 움직였던 위유보다는 스위치는 처음부터 기믹을 유연하게 소화할 수 있도록 설계된 점이 눈에 띈다고 할 수 있다. 


거치기와 휴대기의 속성을 모두 갖고 있는 콘솔이지만, 스위치는 거치기 보다는 휴대기에 더욱 방점을 찍고 있다. 그리고 흥미로운 점은 스위치는 이전의 그 어떤 휴대용 콘솔도 하지 못했었던 독특한 분야를 개척하고 있다는 것이다:기존의 휴대기기들이 컨트롤러와 스크린이 일체되어 1인 1기기의 한계에 잡혀있을 수 밖에 없었다면 컨트롤러의 분리를 통해서 휴대기기의 게이밍 경험이 게이머 1인 이외에도 확대하여 공유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스위치는 열어두었다. 1-2 스위치가 발매 후 위라는 콘솔의 정체성을 극대화한 위 스포츠에 비해서 허접하다라는 평가를 듣고 있긴 하지만, 큰 화면 없이 언제 어디서 모두가 즐길 수 있는 파티용 게임이자 게임 경험이 공유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하였다. 


또한 분리가능한 조이콘은 하나로 합쳐서 전통적인 콘솔 조작 계통(2스틱, 4버튼, 4방향키, 좌우 각각 2개의 트리거)으로 기능하지만, 분리하면 각기 별개의 컨트롤러로도 활용할 수 있다. 즉, 스위치는 하나의 기기로 이미 '2인용 게임'을 지원하는 것이다:지금 현재 시중에 나와있는 그 어떤 콘솔도 컨트롤러를 두개 이상을 제공하지 않는다. 두명 이상이 게임을 즐기려면 여타 콘솔에서는 컨트롤러를 구매하는 추가적인 비용이 들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스위치는 하나의 조이콘이 2명의 플레이어가 언제 어디서든 플레이할 수 있는 환경을 기본 구성으로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혹자는 그래서? 라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실제로 닌텐도가 스위치를 통해서 보여주는 게임 경험의 공유, 조이콘을 옆 사람에게 주고 기쁨을 공유하세요Share the Joy라는 개념 자체는 80년대 북미, 유럽, 일본 중산층 가정에서 자녀들이 친구를 초대하고 게임을 같이하는 경험에 근거하고 있으며, 지금의 플레이스테이션이 쉐어 버튼과 방송을 통해 온라인으로 경험을 공유하는 것과 대칭되는 이러한 오프라인 상의 공유는 가정의 구성과 환경 변화로 인해서 찾아보기 힘든 광경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닌텐도가 스위치를 통해서 구축하려는 공유의 철학은 대단히 시대착오적일 수 있다. 하지만 주목해야 하는 점은 닌텐도가 자신의 성공 경험과 철학을 그대로 접목시키지는 않고, 시대에 맞게 재해석하고자 노력했다는 점이다. 


스위치가 파고들고자 하는 미개척 지대는 2~4인이 모여서 즐기는 커뮤니티이다:실제 스위치 공개 트레일러 영상에서 플레이어는 어디에서나 스크린을 놓고 조이콘을 나눠주며 게임을 함께 플레이하는 것을 강조했고, 그것은 콘솔/PC 게이머들이 경험하는 개인적인 게임 경험과 별개로 다양한 장소/다양한 환경/다양한 사람들과 게임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눈여겨 보아야할 점은 우리가 트리플 A 게임에 초점을 맞출 동안 여전히 오프라인 코옵/경쟁 게임의 수요는 꾸준히 존재해왔다는 것이다. 갱 비스트나 오버쿡, 크로울 같은 게임들이 스팀에서 나름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킨 것도, 여전히 사람들은 오프라인에서 같은 스크린을 보며 게임을 한다는 것을 반증한다(그리고 오버쿡은 스위치로 이식될 예정이다) 만약 스위치가 이러한 틈새를 공략한다면, 닌텐도는 여타 콘솔들이 범접하기 힘든 독특한 지위를 점할 수 있게 된다:언제 어디서라도, 분위기를 띄우는 용도든 아니면 진지하게 플레이하는 용도든, 스위치가 콘솔로써 취할 수 있는 위치는 매우 유연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위치는 캐주얼함만이 전부는 아니다. 젤다의 전설:야생의 숨결이 증명한 것은 언제 어디서나 계속해서 이어지는 게이밍 경험이라는 부분이었다. 며칠간의 경험을 통해 느낀 것은 야숨의 위대함과 별개로 스위치라는 기기가 휴대기로써는 비타가 나아가야했었던 방향성(하이엔드 휴대용 기기)을 충실하게 따랐고, 거치기로써는 그럭저럭 납득할만한 수준(모니터에 꽂았더니 그냥 볼만한 화면은 제공해주더라)이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를 개별적으로 각각의 별개의 경험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유기적인 경험'으로 본다면 매우 흥미로운 부분들이 생기게 된다:기존의 RPG들은 너무나 플레이 시간이 길어서 직장을 가진 게이머들이 플레이하기 힘든 문제가 있었다. 하지만 양쪽 모두 납득할 수 있는 경험을 유기적으로 제공할 수 있다면, 스위치는 그 어떤 콘솔이 제공하지 못했었던 독특한 경험을 제공한다고 할 수 있다. 플레이 타임이 길어지는 것은 기존의 게이머들에게는 큰 제약이었지만, 스위치의 유기적인 경험의 전환(휴대용에서 거치로, 거치에서 휴대용으로)은 그러한 제약을 뛰어넘게 만든다. 스위치 다이렉트에서 스카이림의 게임 플레이가 등장한 것이 수많은 게이머들에게 반향을 불러일으킨 것도 이 때문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스위치는 케주얼과 코어라는 모든 게이머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올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물론 스위치에는 장밋빛 미래만 있는 것은 아니다:일단 베터리 문제가 발목을 잡으며, 두번째로는 휴대기-거치기 사이에 놓여있는 어중간한 성능이 문제가 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스위치의 문제점은 '움직이지 않는 서드파티'라 할 수 있다. 스위치 다이렉트에서 닌텐도가 보여준 소프트웨어 라인업은 재미는 있지만 안팔려서 사라질 위기에 처한 제작사/프랜차이즈들의 자살 특공대라 불려도 손색없는 수준이었고, 대형 서드파티들은 여전히 꿈적도 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스위치도 위유 때처럼 '닌텐도 게임 말고는 할 게 없는' 콘솔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자사 IP를 활용한 게임의 완성도 보다도 서드파티나 인디 게임 같이 다양한 회사들이 플랫폼을 활용하게 만들어서 지속적으로 스위치라는 플랫폼이 운용되게 만드는 것이 스위치 성공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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