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야기



  인왕은 팀닌자가 머나먼 길을 돌아온 결과라 할 수 있다. 소울 시리즈가 새로운 틈새 시장을 비집고 열면서 '어려운 게임에 대한 수요'는 증대되었고, 이는 역사의 어둠속에 묻어있었던 닌자 가이덴 시리즈를 다시 깨우고 말았다. 인왕은 소울 시리즈의 모양새를 띄고 있지만, 실제 게임의 기반은 닌자 가이덴 류에 가깝다:잔심을 이용한 스태미너 회복 시스템은 절기를 연상케 하며, 스태미너가 떨어졌을 때의 추가타와 무적시간은 멸각을 연상케하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업템포의 게임플레이와 공격에 올인한 칼부림 액션, 나를 죽이려고 미친듯이 달려드는 적들 등등은 일찍이 닌자 가이덴 시리즈에서 찾아볼 수 있었던 것들이었다. 하지만 우리가 이들을 잊어버리고 있었던 것은 하야시의 닌자 가이덴 3의 실패가 매우 컸었다(프랜차이즈의 존재 자체를 지워버릴 정도로. 물론 하야시의 에고만으로 거둔 실패라고는 볼 수 없다) 소울 시리즈 이전에도 어려운 게임의 수요가 있었다는 것을 이타가키는 일찍이 증명하고 있었던 것이다.


 인왕은 전반적으로 소울 시리즈에 닌자가이덴 특유의 잔혹함과 빠른 템포를 섞었지만, 일찍이 소울 시리즈의 파생인 블러드본이 이러한 빠른 전투를 추구한 적이 있기에 계보상으로는 소울 시리즈 - 블러드본 - 인왕으로 이어지는 계보를 상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블러드본과 인왕은 템포나 컨셉 자체는 몇몇 공통점을 공유하지만 근원적인 측면에서 큰 차이를 갖고 있다. 블러드본은 피라는 테마 아래서 체력을 빼앗기고/빼앗는 것을 가장 핵심적인 매커니즘으로 삼는다. 적들에게 체력을 잃어도 두려워하지 않고 적을 내려치는 것, 피에 취하고 피에 사는 사냥의 묘미를 블러드본은 살리고자 하였다. 하지만 인왕의 게임 매커니즘은 빼앗고/빼았는 것이 아니다:인왕이 가장 초점을 맞추는 것은 춤추듯이 적들과 싸우는 것이고, 이를 위해서 스테미너를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철저하게 관리해야 한다. 잔심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하지만 잔심이 손에 익는 그 순간부터 게임은 완전히 새로운 형태로 변화한다. 공격과 회피는 물흐르듯이 이루어지며, 나를 죽일듯이 달려드는 적들의 공격을 섬광과도 같이 재빠르게 피하고 제거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블러드본과 닌자가이덴은 그렇기에 비슷한 템포를 지녔지만 완벽하게 다른 게임이라 할 수 있다.


 다소 뜬금없게 느껴질지도 모르겠지만 인왕에 지대한 영향을 준 또다른 게임 프랜차이즈가 있다면 그건 바로 무쌍 시리즈다. 하지만 이는 무쌍의 게임 플레이 스타일(한번에 여러 적들을 쓸어내버린다)이 인왕에 영향을 줬다는 것이 아니다. 인왕은 무쌍 시리즈가 컨텐츠의 양적 확장을 이뤄냈던 방식을 체택하고 있다:게임의 개별 스테이지들은 다크소울이나 블러드본 처럼 숏컷으로 이어져있는 구간 별 구성이 되어 있지만, 한번 클리어한 이후에는 일부 구간을 활용하거나 전체 스테이지를 반복하는 형태의 서브퀘스트를 추가하였다. 게임은 구간 반복 플레이에 특화되어있는 구성을 보여주고 있으며, 이러한 부분은 소울 시리즈나 블러드본, 닌자가이덴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코에이 테크모 특유의 무쌍 시리즈의 컨텐츠 구성이라 볼 수 있다. 물론 덕분에 무쌍 시리즈 특유의 구린 감성의 오프닝 CG도 같이 보여지게 되었지만 말이다.


 약 1/4 정도 플레이한 감상으로, 인왕은 잘만들어진 게임이며 이는 부정할 수 없다. 물론 게임의 핵심을 짚어내기 위해서는 좀 더 깊이 파고들어 정식 리뷰로 써야하지만 말이다. 하지만 인왕의 성공은 분명한것처럼 보이며, 또한 단지 인왕만의 성공에서 끝날 것이라 보여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소울 시리즈는 단순한 짝퉁이 아닌, 제 3의 회사가 영향을 받아 자기만의 색체로 재해석한(물론 그 이전의 맥락이 분명하지만) 작품이 만들어지고 성공을 거뒀다는 점은 더이상 소울 시리즈의 유산이 프롬 소프트만의 전유물이 아님을 증명하기 때문이다. 이제 소울 시리즈의 짝퉁 및 유사품이 아닌 '소울 라이크'라는 용어가 정착하고, 더나아가 다양한 방식으로 소울 시리즈의 계보가 계승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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