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야기


*요괴워치 시리즈의 전반적인 흐름에 대해선 요괴워치 2 진타 리뷰를 참조해주시길 바랍니다(http://leviathan.tistory.com/1923)



요괴워치라는 프랜차이즈의 강점은 주소비계층의 눈높이와 일상에 맞춰서 콘텐츠를 구성했다는 점에 있다:포켓몬스터가 모두가 꿈꾸는 비일상(위대한 모험)을 토대로 프랜차이즈를 구성하였다면, 요괴워치는 일상 속에 숨어있는 비일상에 초점을 맞춘다. 여름방학이나 자동차 밑, 쓰레기 더미 등의 일상에 요괴를 숨어있고 온갖 비일상들의 원인인 요괴와 소년이 서로 친구가 된다는 콘텐츠들은 주 소비계층인 어린이 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하였다. 또한 요괴워치 게임은 포켓몬스터의 대척점에서 인상적으로 세계를 창조한다:도로를 따라 내가 모르는 세계를 탐험하는 비일상으로써의 여행을 강조하는 포켓몬스터의 이야기와 다르게, 요괴워치는 사쿠라 시티라는 하나의 공간에서 다양한 놀거리를 제공함으로써 일상과 비일상이 혼재된 공간을 즐기게 만든다. 그렇기에 혹자는 요괴워치의 게임 플레이 스타일을 오픈월드에 비교하기도 한다. 물론 오픈월드의 모호한 정의와 요괴워치의 게임 콘텐츠는 요괴워치가 오픈월드 게임처럼 보이게 만든다. 하지만, 하나 하나의 심도 있는 콘텐츠보다는 다양한 할거리를 반복적으로 하게 만들어서 게임을 계속적으로 플레이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요괴워치는 MMORPG에 가깝다. 같은 제작사의 판타지 라이프나 버스터즈 같은 게임에서 MMORPG의 기믹을 들고 온 점이나 판타지 라이프를 만들며넛 히노 에이지가 울티마 온라인을 언급한 점들에 비추어 본다면 이는 기정사실이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요괴워치 3 스시/덴푸라는 요괴워치 프랜차이즈의 최신 넘버링 타이틀이다:요괴워치 2 진타 이후 요괴 삼국지나 버스터즈 같은 작품들을 내면서 프랜차이즈의 곁가지를 늘리는데 초점을 맞추었다면, 요괴워치 3는 일본이라는 지역 시장을 넘어서 미국과 세계로 뻗어나가기 위한 포석을 둔다. 무대를 미국과 일본으로 나누어서 확장하고, 요괴워치 진타와 비교했을 때 그 몇배에 달하는(문자 의미 그대로!) 콘텐츠를 게임에 추가하였으며, 이야기의 흐름이나 구도도 대대적으로 손을 보았다. 하지만 결론만 놓고 본다면 요괴워치 3는 너무나 많은걸 추가하고 변화를 시도해서 문제인 작품이 되버리고 말았다.


요괴워치 3는 이건희 삼성 회장의 마누라 자식 빼고 다 바꾸라는 말을 충실하게 실현한 게임처럼 느껴진다:게임은 사쿠라 시티라는 게임의 중요한 배경과 요괴들을 제외하고 거의 모든 것을 바꿔버렸다. 가장 큰 변화점은 '전투' 시스템일 것이다. 기존의 요괴워치가 룰렛 위에 6마리의 요괴를 배치하고 룰렛을 좌우로 돌려서 교체하는 시스템이었다면, 3편은 3X3의 바둑판 위에서 요괴들을 자유롭게 배치하고 싸우는 형태로 바꾸었다. 너무 갑작스레 생긴 변화이라 비교대상을 찾기 힘들어서 당혹스러운 변화지만, 요괴워치 3의 전투 시스템은 이전 시스템보다 더욱 전술적인 부분을 강화한 쪽으로 나아갔다. 한 명이 공격적인 행동을 하면 좌우의 요괴들이 추격을 해서 공격을 하거나, 요괴를 다른 요고의 전열에 배치해서 방어하는 등의 시스템은 배치나 조합면에서 전작들에 비해 더 숙고하고 움직일 것을 요구한다. 하지만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큰 변화에도 불구하고 게임플레이의 본질은 여전히 '요괴워치 스럽다'라는 것이다:게임이 전에 비해서 복잡해지긴 했지만, 게임은 여전히 자동 전투로 진행되며, 불리한 효과를 주는 바닥을 피하거나 위치를 바꾸거나 유리한 아이템을 집어먹는 등의 행위들은 터치팬 하나로 진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전작에 비해서 요괴의 스킬셋이 다양해졌다는 점 역시 눈여겨 볼만한 사항이다. 전작들에서 요괴의 스킬셋은 단조로운 부분이 많았지만, 이번작에서는 위치와 이동에 대한 시스템의 변화로 인해서 이와 관련된 스킬들이 대거 생겨났다. 눈여겨 볼만한 것은 장판기(지속적으로 데미지를 주는 장판을 설치)나 적을 강제로 이동시키는 공격, 추격과 방어에 영향을 주는 스킬셋들이다. 이러한 스킬들은 화력으로 상대를 녹이는 것이 아닌 다양한 운영을 가능케 하는데, 예를 들어 현재 본인의 파티셋의 경우 장판을 깔고 상대를 강제로 움직이게 만드는 요괴를 투입해서 지속적으로 장판을 밟게 만들어 말려죽이는 전략(닥터 카게마루, 슈텐도우지, 도지라)을 구사하고 있으며, 요괴의 조합에 따라서 더욱 다양한 전략을 구사할 수도 있으리라 본다. 전작이 단순한 기본 전투 시스템 떄문에 전략 자체가 단순하게 흘러갔었다면, 요괴워치 3는 기본 시스템을 뜯어 고치고 그 내부의 디테일을 새롭게 개선하고 발전하였다.


요괴워치 시리즈의 핵심 콘텐츠는 전투와 요괴 친구 수집이다. 그리고 요괴워치 시리즈는 많은 부분을 단순하지만 압도적인 숫자의 미니 게임 콘텐츠로 이를 커버한다:낚시나 벌레 채집, 국기봉 오르기, 황금알 닦기, 1일 요괴 전투, 1일 이벤트 등등 게임은 게이머에게 단순하지만 지속적으로 반복해서 시도할 수 있는 콘텐츠를 제공한다. 그렇기에 요괴워치 시리즈는 '엔딩 이후에 시작되는 게임'의 전형이라 할 수 있으며, 요괴워치 3는 전작의 콘텐츠를 양과 질에서 곱절 수준으로 늘려버린다:게임 내에서 게이머가 갈 수 있는 공간은 전작의 2배 수준이며(미국과 일본), 각각의 맵에서 즐길 수 있는 콘텐츠의 분화, 랜덤 이벤트의 강화 등 전작의 게임 콘텐츠들 상당수를 계승하면서 추가적인 콘텐츠를 보강한다. 요괴워치 3는 요괴워치 시리즈 내에서도 최대의 분량을 보여줄뿐만 아니라, JRPG의 역사상 손에 꼽을 정도로 끔찍하게 많은데다가 질적으로 우수한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다. 심지어 엔딩 이후 무료 업데이트 내역을 공개하는 사상초유의 짓거리를 벌이는 등 게임은 콘텐츠의 확장과 놀거리에 대해서 질릴 정도의 집착을 보인다. 물론 하드코어한 게이머의 입장에서 이러한 변화점은 반길만한 사항이긴 하다.


이렇게 본다면 요괴워치 3는 정말로 역사에 길이 남을 JRPG 처럼 보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가장 큰 문제는 스토리와 게임 내의 동선 문제이다:요괴워치 3의 스토리는 전작의 단순하지만 흡입력 있는 이야기를 너무 성의없게 늘려놓았다. 전작이 요괴와 관련된 유쾌한 이야기들을 전연령이 공감할 수 있게 일상 속에서 풀어내었다면 본작은 UFO와 미스테리에 대한 소재를 이야기의 중추로 잡는다. 하지만 이 미스테리와 UFO에 대한 이야기는 요괴워치 시리즈에서 찾아볼 수 있는 일상 속의 비일상이란 느낌보다는 비일상 그 자체에 가깝기 때문에 어딘가 붕떠있다는 느낌이 강하다. 이는 요괴워치 3가 게임의 배경을 미국과 일본, 그리고 이나호와 케이타로 이야기를 양분한 점에서 문제가 심화된다:이야기의 배경과 소재는 다양해졌지만, 이나호는 일본 서브컬처(아니메, 오타쿠, 아이돌 문화 같은)에 이야기가 편중되고 케이타와 맥은 이야기에 전개와 케릭터 배분에 실패한 느낌을 지우기 힘들다. 요괴워치 시리즈 특유의 유쾌하지만 공감이 가는 이야기(서브컬처 네타는 덤)는 요괴워치 3에서 많은 부분 희석되며, 네타적으로 재밌는 개그만이 게임을 가득 채우게 된다.


그리고 공간이 넓어지면서 레벨 5의 고질적인 엉망 진창인 동선이 다시 문제로 대두된다:이전 요괴워치 시리즈가 사쿠라 시티라는 공간 내에서 오가면서 이런 저런 일들을 해결해나가는 과정이었다면, 이번작에서는 미국과 일본을 오가면서 필수적인 이야기를 전개하다 보니 이야기 진행은 루즈해지고 몰입감이 떨어진다. 흥미로운 점은 요괴워치 내의 세계는 레벨 5만의 독특한 색체가 입혀져서 매력적으로 느껴지지만, 정작 그 세계 내에서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를 설정하는 부분에서는 자신이 만들어낸 공간을 십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메인 스토리가 끝난 이후 게임은 자신의 진면목을 드러내는데(매력적인 공간의 구성), RPG에서의 스토리가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한다면 요괴워치 3의 지루하고도 산만한 스토리와 게임 내 스토리 동선은 치명적인 단점으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요괴워치 3의 가장 큰 문제는 게임의 완성도 보다 게임의 정체성의 변화이다:이전까지의 요괴워치 시리즈들은 '어느정도 하드코어 게임의 네타를 갖고 있음에도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게임'이란 정체성을 갖고 있었고, 프랜차이즈의 모토도 '어린아이의 눈높이에서 바라본 일상 속의 비일상'을 잘 살리고 있었다. 하지만 요괴워치 3는 게임으로서 콘텐츠의 양적 질적 확장에 치중하다 보니 기존의 자신이 갖고 있었던 장점들을 이상하게 뒤섞어 버리게 된다. 어째서 엑소시스트나 X파일, 스티븐 잡스나 마크 주커버그 같은 '어른들이나 이해할법한' 네타들이 게임 내에서 등장하는가? 이나호 파트에서 생기는 과도한 서브컬처에 대한 비중은 또 어떠한가? 요괴워치 3는 게임으로서는 어떨지 몰라도 프랜차이즈 전체의 정체성에 비추어 본다면 제작자들의 사심이 너무나 들어가버린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이전의 요괴워치에서도 그런 어른들의 '사심'이 있었고, 그것이 애니나 게임에서 긍정적인 요소로 영향을 준 점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요괴워치 3는 너무 과도하게 나아갔다. 어린이들이 스토리에 몰입하여 엔딩까지를 즐긴다는 게임은 이 과정을 이전의 작품들처럼 단순하고 직선적으로 진행하게 만들었어야 했었다. 어른들이나 이해할 수 있는 네타는 스토리 바깥으로 빼냈어야 했었다. 하지만 레벨 5는 자신들의 성공에 너무나 도취된 나머지 소비자에게 자신의 취향을 강요한 꼴이 되어버리고 말았으며, 이는 부진한 소비자 평가와 출고 소화율이란 결과로 나타내게 되었다.


물론 요괴워치 3는 전혀 재미없는 작품이 아니다:게임으로서 요괴워치는 훌륭하다. 하지만 유념해야하는 점은 요괴워치 3는 요괴워치 프랜차이즈의 일부분이지 단독 게임이 아니라는 점이다. 레벨 5는 요괴워치 3 이후로 요괴워치 시리즈에 대한 새로운 변화나 시도 보다는 기존 작품을 스마트폰으로 이식하거나 등의 기존의 프랜차이즈를 점검하는 쪽으로 나아가는 점이 요괴워치 3에서의 폭주를 가라앉히고 프랜차이즈 정체성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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