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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있습니다.


천문학적인 돈을 주무르는 뉴욕의 최연소 거물 투자가 에릭 패커. 그의 하루는 뉴욕 도심의 초호화 리무진에서 시작 된다. 강박증에 시달리는 그에게 찾아오는 회계전문가, 투자전문가, 경제전문가, 큐레이터, 보디가드, 그리고 그의 부인은 에릭 패커가 가진 고민의 어떤 것도 해결해 주지 못한다. 한편 세계 공황에 뒤죽박죽이 되어버린 뉴욕 시민들은 에릭 패커를 문제의 근원이라 지목하는데……..(네이버 영화 시놉시스)


폭력의 역사 이후로 크로넨버그의 관심사는 SF 호러라는 장르를 뛰어넘었다. 폭력이 어떻게 중산층 가정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가(폭력의 역사), 조직폭력배의 세계와 평범한 사람들의 세계가 만나는 그 지점에 대한 이야기(이스턴 프라미스), 융과 프로이트에 대한 이야기(데인저러스 메소드), 자본주의는 어떻게 인간에게 영향을 미쳤는가(코스모폴리스) 등 크로넨버그의 폭력과 섹스에 대한 관심사와 표현방식은 그로테스크한 '이미지'에서 이야기와 극의 구조 사이로 세련된 형태로 숨어들기 시작한다. 영화 코스모폴리스도 그러하다. 크로넨버그는 이 영화를 마르크스에게 헌정한다 라고 밝혔고, 실제로 '세상에는 유령이 떠돌고 있다. 자본주의라는 유령이'라는 마르크스의 공산당 선언의 문구를 인용하는 영화는 자본주의 묵시룩을 추구한다. 크로넨버그는 이 자본주의 묵시룩을 명백한 이미지 대비와 독특한 대사 센스들(물론 이는 원작 소설의 영향을 받기도 한 것이지만), 그리고 자본주의의 병자역을 아름답고 위태롭게 소화한 로버트 패틴슨의 명연기로 풀어낸다.


재밌는 점은 마진 콜(리뷰는 여기로)의 봉급 부르주아들의 현실적인 한계와 문제들, 그리고 기업이 시장을 잡아먹고 살아남는 자본주의 묵시룩과 다르게, 코스모폴리스의 자본주의 묵시룩은 뚜렷하고 분명하며 강렬한 이미지들의 연속이다. 주인공 에릭 페커가 있는 리무진은 자본주의 시스템과 테크놀로지가 만들어낸 소우주다. 그리고 그를 만나기 위해서 사람들이 리무진 안으로 들어오며, 에릭은 그의 리무진 안에서 전세계 경제를 휘젓는다. 극에서 가장 강력한 존재이지만, 에릭 페커는 동시에 가장 자폐적인 존재이며 그의 관심사는 섹스와 자극에 맞춰져 있을 뿐이다. 리무진을 둘러싸고 시위대가 리무진을 때려부술듯이 위협하더라도, 리무진 내부의 세계는 정적과 고요가 지배하며 에릭 패커와 그의 파트너는 리무진 소파에 편히 드러누워서 술을 홀짝일 뿐이다.


영화는 복잡하고 암시적인 대사들과 방언과도 같은 내용으로 가득차 있다. 본인은 이런 대사를 일일이 분석할 능력이 안된다. 다만, 영화가 지적하고 싶은 포인트는 자본주의는 미래를 담보삼아 현재를 소모함으로서 점점 더 거대해지고 있으며, 인간은 그 흐름속에서 파편화되고 사라진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쪽이 아닐까 라고 추측해볼 수 있다. 그렇기에 이러한 파편화의 최종원인인 '이윤'에 의하여 인간들은 물화되고 자폐적인 성향을 띄게 된다고 볼 수 있다.(사회학자와의 대화라던가) 그와 별개로, 영화 속에서의 대사들은 대화의 형태를 띄고는 있지만, 그 대화들은 커뮤니케이션이 아닌 독백의 연장선상이다.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 인물들의 시선은 서로 마주보는 것이 아닌 어딘가 살짝 초점이 빛나가 있으며, 그들의 표정에서는 감정이 아닌 어딘가 영혼이 살짝 빠져나간듯한 느낌도 든다. 특히 에릭 페커와 그의 아내의 섹스 이야기는 이러한 영화의 대화 양상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그리고 바로 여기서, 로버트 패틴슨의 열연이 빛난다. 트와일라잇의 성공으로 뜬 하이틴 스타 정도로만 인식되던 로버트 패틴슨은 이 인간미 없는 세계의 중심에서 자신의 위치를 잡고 극을 이끌어가는 중심축이 된다. 그는 자신이 기존의 트와일라잇 영화판에서 가졌던 창백하고 우아한 이미지와 연기력을 결합하면서 자본주의의 병자로 화한다. 권태에 몸이 휘청거리는 이 자폐적인 자본주의의 병자를 로버트 패틴슨은 제대로 소화했으며, 처음 계획된대로 콜린 파렐이 케스팅되었다면 연기의 질과 별개로 패틴슨이 묘사한 병자의 이미지를 훌륭하게 구현하지 못했으리라 단언할 수 있다.


에릭 패커의 자폐성으로 대변되는 자본주의 사회의 소통의 필요없음과 부재, 그리고 물화된 사고방식(돈으로 살 수 없는 성당을 돈으로 구입하려는 에릭 패커의 모습이라던가)은 크로넨버그 특유의 섹스와 육체에의 자극 추구로 귀결된다. 그것은 타자가 없는 세계에서 자신이 살아있고 존재함을 증명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패커의 자극추구는 점점 극단으로 치닫는다. 처음에는 섹스에서, 전기충격기, 자기 파괴(그는 파산했을 때 오히려 전에 비해서 편해졌다고 이야기한다), 살인, 나중에 가서는 자해가 되며, 이러한 패커의 자극 추구는 점점 가학적이고 위태로워진다. 특히 마지막 자신의 손에 대고 총을 쏘기 직전의 패커의 평온한 표정은, 그러한 자극 자체가 없으면 삶을 실감할 수 없는 자본주의의 병자의 모습 그 자체라 할 수 있다(또한 크로넨버그 특유의 폭력 묘사도 여기서 빛을 발했다)


영화는 이러한 상황에서 탈출구나 해결책을 부정한다. 그가 리무진을 타고 뉴욕시내를 해매게된 모티브이자, 어렸을 적부터 그를 잘 알아온 이발사 역시도 택시에 이상한 집착을 보이며 12시간 동안 택시를 타고 돌아다닌 이야기를 머리를 깎는 내내 기계적으로 반복한다. 결국 에릭 패커가 머리를 깎다말고 한밤중의 이발소를 뛰쳐나가는 것은, 그러한 추억속에서 옛날이 좋았었다는 감각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를 죽이려 드는 베노 레빈(폴 지아매티)은 편집증적인 인간이며 성불구에(그의 성기는 배속으로 파고들고 있다) 쓰래기통 같은 공간에서 거지같이 살며, 패커와 레빈 역시 포인트가 엇나간 이야기를 반복하고 반복할 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노 레빈이야말로 에릭 패커의 문제점과 고민을 가장 정확하게 짚어낸다:완벽한 계산으로 시장을 분석한 에릭 패커가 실패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그의 짝짝이 전립선처럼 이 시장은 완벽하게 계산에 따라 움직이지 않는다. 그것은 바로 가장 두려운 사실, 돈이 살아서 스스로 움직인다라는 것이며, 인간이 돈을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돈이 인간이 통제하는 종말론적인 상황에 봉착한 것이다. 하지만 베노 레빈이 패커의 최고의 이해자임에도 불구하고, 그 둘의 소통은 배 속으로 파고드는 성기를 보여달라는 패커의 부탁을 거절하는 베노로 축약할 수 있다. 이게 왜 소통의 실패냐면, 과거 크로넨버그 작품인 '브루드'에서는 아내와 소통하려 하다가 아내의 변이한 육체를 보고 남편이 소통이 실패함을 깨닫는 장면이 있었는데, 서로의 장애를 보여주지 않는다는 점(애시당초에 패커의 장애인 전립선 짝짝이는 눈으로 볼 수 없는 문제다)은 소통 자체가 실패하는 상황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영화 코스모폴리스는 물론 크로넨버그의 '하이 커리어'라고는 하기 미묘한 작품이다. 크로넨버그의 장기와 묘사가 잘 살아있고, 영화의 주제의식 역시 대단하기는 하지만 영화는 기본적으로 너무나 복잡하다. 그것이 극명한 상징과 이미지에 기초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관객은 영화 러닝 타임 내내 영화 자체를 이해하는 것이 힘들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스모폴리스는 관객을 흡입하는 힘이 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는데, 그것은 코스모폴리스가 보여주는 자본주의 묵시룩적인 이미지가 우리가 현재 경험하고 있는 문제의 연장선상에 있기 때문이다.


끝으로, 영화의 마지막 베노 레빈은 패커의 머리에 총을 겨누면서 '네가 나를 구원해줄거라 믿었는데!'라고 절규한다. 그리고 영화는 화면이 암전되면서 영화는 막을 내린다. 그래서, 과연 베노 레빈이 방아쇠를 당겼을까? 패커는 머리에 총맞고 구원을 받았을까? 아마도 크로넨버그가 의도한 결말은 둘다 아니었을 것이다. 배 속으로 성기가 말려들어간 불능의 체제 비판자는 자신의 손가락을 슈뢰딩거의 방아쇠에 건체 영원히 전립선이 짝짝이인 자본주의의 병자에게 머리를 겨누기만 할 것이며, 방아쇠는 영원히 당겨지지 않을 것이다. 




왜냐면 자본주의라는 문제는 그렇게 순진하게 끝나지 않을 거라는 것을 우리 스스로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며,



바로 그 긴장관계야말로,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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