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야기/게임 리뷰




결론부터 이야기하죠. 철권 태그 토너먼트 2는 대단히 훌륭한(컨텐츠나, 즐길 거리, 시스템 적인 요소에 있어서) 게임이긴 합니다. 하지만, 근래 격투게임이 갖는 한계를 동시에 보여준 게임이기도 합니다. 


아이러니한 점은 제가 초등학교~중학교 다닐 때까지만 하더라도 철권은 축구와 더불어서 동네 공식 스포츠 수준으로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었다는 겁니다. 당시가 태그 토너먼트 1이 나와서 한창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었을 때니까요. 하지만 지금은 오락실 문화가 죽고, PC방이나 콘솔로 즐기는 게임들이 대세가 되었습니다. 시대가 바뀌었기는 하지만, 여전히 철권 시리즈는 콘솔 판매량으로 전 시리즈 판매량이 2000만장에 육박하는 프랜차이즈입니다. 오락실이나 아케이드 문화가 쇠퇴하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철권은 지금까지 살아남았다고 할 수 있죠. 상당수 격투게임들이 오락실의 쇠퇴와 함께 사라진것을 생각해보면 말입니다.


기본적으로 격투게임은 가위-바위-보와 비슷합니다. 기술마다 상, 중, 하단 판정의 기술들을 이용하고 상대방에게 피해를 주고, 상대방의 공격을 막고 어떻게 피해를 줄 것인가가 관건인 장르입니다. 법칙은 간단합니다. 서서 가드는 상단과 중단 공격을 막을 수 있으며, 앉아 가드는 상단을 피하고 하단을 가드 할 수 있지만 중단 공격을 막을 수 없습니다. 이것이 바로 '이지선다'라는 개념인데, 상대방으로 하여금 한가지 선택(서서 가드할 것인가, 아니면 앉아서 가드할 것인가)을 강요하게 해서 상대방이 피해를 입게 만드는 것이 핵심이죠. 모든 격투게임의 기본이기도 하고, 철권 역시 이러한 기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뭐, 철권의 경우, 이 이지선다 자체를 무시하고 공격을 피하는 횡이동이라는 개념과 이를 추격하여 자신의 전방, 그리고 횡방향을 공격하는 호밍기의 개념이 있습니다. 뭐 초보가 다루기는 이지선다도 힘들지만요.


이후, 어떤 공격을 막고 반격을 하느냐 등의 문제는 '프레임 이득/손실'의 문제를 고려할 수 밖에 없습니다. 각각 기술마다 공격 판정, 그리고 그 판정을 거두면서 다음 동작으로 이어가는데까지 들어가는 딜레이 프레임, 이 딜레이를 잡아내서 반격을 하는 딜레이 케치 등등...사실 요소 하나하나를 뜯어넣고 본다면 그렇게 어렵지 않습니다. 문제는 이 '프레임'이라는 요소입니다. 사람의 눈은 보통 움직임을 초당 30 또는 60 컷의 정지된 '사진'으로 연속 재생하여 보여줄 때, 이를 '영상'으로 인지합니다. 그런데 기술의 모션의 판정, 딜레이 등은 보통 몇 프레임 단위로 계산됩니다. 즉 1초도 안되는 찰나의 순간에 이 모든것을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죠. 기술 입력에 있어서도, 저스트 프레임(더도 말고 딱 그 프레임에 정확하게 입력하는 것) 개념이 있어서 조작이 어려운 부분도 있습니다.


철권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콤보 시스템은 전작 TT에 비해서 훨씬 더 강화되었는데, 전작에서는 한 라운드에 두명이 동시에 싸운다 라는 느낌뿐, 조합에 있어서 고려사항이 적었다면 이번작은 태그 어썰트라는 신요소를 집어넣어서 케릭터 선택을 더욱 전략적으로 해야하는 부분이 생겼습니다. 일단 기본적인 철권의 콤보 개념은 상대가 가드할 수 없도록 띄워 놓고, 공중에서 상대를 농락하는 개념인데 여기에 바운드 능력이 있는 기술을 집어넣고 정확한 타이밍에 태그버튼을 누르면, 태그 파트너가 나와서 대신 적을 공격합니다. 한정된 시간(체감상 1~2초?)만 조작이 가능하지만, 이걸 쓰고 안쓰고에 따라서 콤보 데미지가 달라집니다.


케릭터별 벨런스는 크게 말씀드릴 수 있는 부분은 없습니다만, 어차피 거의 대부분의 케릭터가 나오는 '꿈의 제전'이라는 느낌이니까요. 하지만 수십명의 케릭터가 나오는데 쓰는 케릭터는 일부였던 전작에 비해서는 쓸만한 케릭터들이 많아진것도 사실입니다.


TT2는 재밌고, 잘만든 게임임에 분명합니다. 한가지만 인정하면 말이죠:게임의 진입장벽이 오라지게 높습니다. 대전 액션게임은 기본적으로 '대인전'입니다. 시스템에 어떤 변화를 가하든 간에, 결과적으로는 1:1 심리전으로 귀결됩니다. 이지선다 또는 횡이동 그리고 프레임 손실/이득이나 조작의 경우, 연습모드를 통해서 감으로 익힐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상대방이 무슨 공격을 할건지, 그리고 쓰러졌을 때 기상 공방, 이정도 떳을 때 어떤 콤보가 확정적으로 들어가는지 등등 너무 고려해야할 부분이 많고, 게다가 고려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짧습니다. 저 모든 것이 60초 내에 모두 일어난다고 생각을 해보세요! 물론 고수들은 머리로 이해하는 것이 아닌 몸으로 느끼고 순식간에 반응하지만, 입문하는 사람들에게는 얄짤 없습니다. 처음 시작할 때는 머리로라도 이해를 해야 덜 맞죠.


아마 처음 입문하는 사람한테는 해수면에서 에베레스트 꼭대기를 보는 기분이라도 들거에요. 콜옵이나 다른 멀티 게임들은 하수가 뽀록으로라도 고수를 잡을 수 있지만, 철권 TT2에서는 그것이 불가능합니다. 고수랑 하수랑 300판 정도 붙여도, 고수가 지겨워서 져주지 않는한 이길 수 가 없어요. 하다못해 DOA는 타격-잡기-홀드 사이에서 뽀록으로라도 이길 수 있는 부분이 있지만, 철권은 그런것도 없으니까요. 결국, 초보가 게임을 잘하기 위해서는 잘하는 사람에게 털리거나, 아니면 혼자서 연습모드만 잡고 미친듯이 연습할 수 밖에 없습니다.


여기에 태그 어설트 개념이나 벽몰이 개념을 집어넣은 것은 큰 실수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시스템적인 완성도는 차치하더라도 이 때문에 난이도가 훨씬 더 올라가버린 것도 있으니까요.


물론 위의 비판점들은 대부분 '게임을 하던 시리즈의 팬'과 '시리즈에 입문한 초보'의 대결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에 극단적일 수 있습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철권 TT 2의 진입장벽이 낮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비슷한 수준의 초보라면 서로 치고받을 수 있겠지만, 더 높은 단계로 나아가려면 결국은 거칠 수 밖에 없는 거대한 진입장벽이 있는것도 사실입니다. 게임이 나름대로 유쾌하고 다시 반복해서 플래이할만한 요소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쉽게 손이 가지 않는 것은 이 때문이라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