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 만화, 영화 이야기







야생의 소녀의 편을 들어주는 남자, 스파이다-마-



-샘 래이미의 스파이더맨 영화판이 제작사와 샘 레이미 사이의 불화로 막을 내리고 곧바로 500일의 썸머의 마크 웹 감독을 영입해서 만든 스파이더맨 영화판 리부트인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입니다. 저야 뭐 스파이더맨을 KBS에서 해준 TVA와 샘 래이미가 만든 영화판으로 정도만 설정을 알고 있었는데, 이번에 나온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자체가 원래 만화판 스파이더맨에 더 가깝다고는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나름 햇갈리는 부분이 많았지만, 이런저런 정보를 찾아보니 이쪽이 원작에 더 가깝더군요. 일단, 나름대로 재미있게 본 작품이기는 합니다만 역시 전작(2002년 버전)에 비해서는 영...


-어메이징 스파이더맨과 2002년버전 스파이더맨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피터 파커의 케릭터. 전작에서는 진짜 재수없게(?) 거미한테 물린 뒤에 힘을 얻고 그 나이 또래 애들이나 할 수 있는 치기어린 짓을 했다가 트라우마를 얻고 영웅으로 각성하는 케릭터였죠. 하지만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에서는 모든 사건의 '중심'에 있는 존재로 급부상하는데, 먼저 영웅적인 출생 배경(이종 교배의 선두주자였던 아버지, 그리고 그 이종교배의 결과물인 아들)을 갖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메인 빌런인 리자드의 탄생에도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었고(이종교배 알고리즘을 풀어서 리자드의 탄생을 도움), 자신이 알고리즘을 푸는 행위로 인해서 삼촌이 죽는 점 등은 아예 대놓고 영화 내의 세계관에서 피터 파커의 존재를 부각시키는 장치라 할 수 있죠.


사실 히어로 영화이기도 하고, 주인공이 세계 내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 하는 영화적 구조는 흔히 보아왔지만, 문제는 원작의 피터 파커는 서민적인 케릭터가 강한 인물이었다는 겁니다. 물론 2002년판 스파이더맨이 스파이더맨의 찌질함만 확대 재생산한 경향이 있지만, 영화 자체는 '영웅과는 거리가 먼 소시민적 영웅'의 컨셉을 잘 살렸습니다. 가면 갈수록 영웅의 마음가짐을 잡아가는 모습도 좋았구요. 하지만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의 피터 파커는 '영웅이 될 운명을 타고난 영웅'이라는 느낌이 강합니다. 그게 나쁘냐고 묻는다면 글쌔요...하지만 전작의 가장 큰 강점이었던 부분이 사라져서 아쉽더군요. 물론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의 피터 파커 역시 미숙한 모습을 많이 보여주기도 하고 레벨업 하는 부분도 많지만, 영화 자체만 놓고 본다면 자신의 힘이 주는 책임보다는 자신의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에 기뻐하고 즐거워하는 10대 히어로의 성격이 더 강하다는 겁니다(특히 마지막 약속 드립은-_-)


-이야기 장치에서 별로인 부분이 많습니다. 사실 '별로'라는 것은 전작 2002년 판과 비교했을 때의 이야기지만...일단 영화 내에서 중요하다 할 수 있는 사건들이나 대사들은 상당히 '작위적'이라는 느낌이 강한데, 예를 들어서 스파이더맨의 명대사인 '힘에는 책임이 따른다'라는 대사는 삼촌이 피터를 혼내면서 한 이야기라기 보다는 극장에서 보고 있는 관객들에게 한 이야기에 가까우며, 숙모가 늦게 돌아오는 피터에게 '비밀은 언젠가 밝혀지기 마련이란다'라는 대사는 그 당시 할 수 있는 대사기는 하지만, 그걸 왜 지금 이야기하지? 라는 의문이 들게 만드는 대사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스파이더맨에게 도움을 받은 사람들이 스파이더맨을 돕기 위해 타워 크레인을 오스코프 타워까지 정렬시키는 장면은 좀 도가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전작 2002년 버전은 케이블 카와 메리 제인을 구하려고 노력하는 스파이더맨을 돕는 시민들의 모습도 작위적이라면 작위적이라 할 수 있지만,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에서는 작위적인 부분에서 인과관계를 너무 분명하게 드러내서 의외성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볼 수 없게 만듭니다. 


마치 뭐랄까, '앞으로 이런 일이 일어나니까 주의할 것'이라고 경고문을 크게 써서 붙여넣은 것 같은 느낌? 하지만 요즘 관객들은 그리 멍청하지 않기 때문에 굳이 이럴 필요가 있었나 싶더군요.


-스토리 부분을 제외하고 볼거리로 따지면 전작보다는 뛰어난 작품. 물론 시간이 흘렀기에 가능한 장면들이 많기는 많았지만, 드라마 보다는 이쪽에 더 초점을 맞춘듯 하더군요. 2002년 판은 스파이더맨과 그린 고블린이 서로 간보기만 하다가 막판에 겁탈 드립을 친 그린 고블린을 복날의 개패듯이 두드려 팬(.....) 스파이더맨의 압승으로 끝났지만, 이번작은 리자드나 스파이더맨 모두 막상 막하의 적수라는 느낌을 많이 연출합니다. 그리고 전작에 비해서 스파이더맨의 동물적인 움직임도 상당히 인상적이었구요. 뭐, 저는 손목에서 거미줄이 나오는 전작의 설정을 선호하지만, 친구는 원작의 웹슈터 설정을 영화가 연출 등의 장면에서 잘 살려냈다고 평가하더군요.


-그리고 떡밥, 떡밥, 떡밥...사실 그냥 대놓고 '나 후속편 나옴 ㅇㅇ 깝치지 마삼' 이런 느낌으로 진행됩니다. 그린 고블린인 노만 오스본은 대화에서만 간략간략하게 언급되고, 피터 파커의 부모님 드립, 벤 파커를 죽인 범죄자 등등 대놓고 떡밥을 뿌리더군요. 이번작이 얼마나 흥행하느냐에 따라서 달라지겠지만, 모르죠 이미 후속작을 열심히 만들고 있을지(.....) 물론 배트맨과의 정면대결은 힘들지만, 배트맨 개봉 전까지 어느정도 수익을 내는데는 성공할 거 같습니다.


-재미는 기본적으로 보장된 작품. 물론 2002년 판하고 완성도를 비교하기 시작하면 심히 골룸해지지만, 그렇다고 재미가 없다는 건 아니고, 괜시리 2002년판 밴치마킹 했다가는 샘 레이미 파쿠리 소리를 들을 위험성을 고려하면 감독 나름대로 안정적인 시도를 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워낙 떡밥이 많은 관계로 영화의 전체적인 완성도를 판단하려면 후속작들도 고려해야하겠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