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야기



지금은 '앨런 일어나!' 로 유명한 리메디 소프트는 원래 맥스 페인 시리즈로 명성이 높은 회사였죠. 사실, 맥스 페인도 어찌보면 영화와 게임의 장르적 혼합이라는 점에서 재미를 톡톡히 본 작품입니다. 영웅본색 시리즈, 첩혈쌍웅 등으로 유명한 홍콩 느와르 장르-폼에 살고, 폼에 죽고, 그리고 선악 개념이 모호한-에 베이스를 두고 있었던 맥스 페인 시리즈는 더이상 잃을 것이 없는 한 경찰관의 처절한 복수극을 영화적인 기법과 당시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켰던 매트릭스의 슬로우 모션을 차용한 불릿타임을 적용함으로써 스토리와 게임적 재미, 두마리 토끼를 다 잡은 게임이었습니다.

사실, 지금 관점에서 보았을 때도 맥스 페인은 대단히 혁신적인 게임입니다. 게임의 전반적인 배경, 쌍권총 등의 요소는 홍콩 느와르에서 많이 차용했지만, 게임 전반에 흐르는 시궁창과도 같은 썩은 맛과 주인공 맥스 페인의 시적으로 아름다운 시니컬한 대사들 등은 과거 해밍웨이나 레이먼드 챈들러의 하드보일드 소설, 그리고 40-60년대 미국의 느와르 영화들에 베이스를 두고 있으며, 여기에 그래픽 노벨의 표현 방식을 더한 게임 역사상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참신한 작품입니다.

 리메디가 앨런 일어나! 또 일어나! 를 만들기로 전념했을 때, 왜 맥스 페인의 IP를 락스타에 팔았는지, 그건 잘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뭐, 락스타라면 충분히 그 IP를 잘 살릴 수 있겠다는 생각은 들지만, 전적으로 리메디가 지금의 리메디로 남을 수 있게 만들어준 상징적인 작품이니까요. 하지만 리메디 쪽은 2편인 폴 오브 맥스페인을 기점으로 더이상 맥스페인의 연대기에 다룰 이야기가 없었다고 생각했나 봅니다(시크릿 엔딩 자체가 어떤 의미에서는 해피엔딩이니) 그렇지만 락스타는 이 기구한 운명의 사내를 뉴욕에서 수천킬로미터 떨어진 브라질 상파울루와 파벨라로 보내버렸습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진짜 눈물나는 사연을 가진 남자, 맥스 페인입니다(.....)

 왜 상파울루냐, 왜 하필 파벨라냐, 라고 한다면 글쌔요...락스타 제작진 중에 시티 오브 엔젤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다던가 등의 다소 농담스러운 설명은 몇개 떠오릅니다만, 딱히 이유를 찾기는 어렵습니다. 물론 게이머라면 모던 2에서도 보았듯이, 브라질 상파울루와 파벨라는 막장의 대명사(실제로도 무장한 경찰핼기가 RPG 맞아서 추락할 정도면-_-)니까요. 브라질의 이국적인 분위기와 지구상 최악의 빈민가로 알려진 파벨라의 조합은 기존의 칙칙한 뉴욕시 느와르에서 혁신적인 변화라고 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물론, 스토리 자체가 받쳐준다면 말이죠. 락스타니까 괜찮을거야...라고 무턱대고 믿기에는 맥스페인 시리즈가 보여준 게임의 스타일은 너무나 확고해서, 이런 급격한 변화가 어울리는진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뭐 어때요, 매스 이펙트 3가 그꼴이 났는데 이제 기대할만한 상반기 신작은 이거하고 퓨처솔저랑 롤리팝 체인소우(...?) 밖에 없으니까요 말이죠.

맥스 페인 3는 5월 발매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