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야기/게임 리뷰



1.

 에이스 컴뱃 리뷰인데, 왜 제목부터 '콜 오브 듀티:모던 워페어'를 언급하는지 궁금하신 분들이 많을 겁니다. 거두절미하고 이야기하자면 에이스 컴뱃 어설트 호라이즌은 수많은 콜옵 워너비들 중 하나입니다. 근 20년 가까운 시리즈 역사를 갖고 있지만, 시대의 흐름은 어찌하지 못했는가, 라고도 할 수 있죠. 여러가지 의미에서 이번작 어설트 호라이즌은 발매 전부터 초유의 관심을 끈 작품이었습니다. 에이스 컴뱃 시리즈가 각 작품마다 꼬박꼬박 100만 장 전후를 팔았던 남코의 스테디 셀러 게임이었지만, 가벼운 게임이 점점 인기를 끄는 와중에 조작이 어려운 플라이트 시뮬(정확하게는 플라이트 아케이드지만) 장르가 살아남기란 힘들어 보였죠.

 게다가 엑박으로 나온 전작 에이스 컴뱃:해방의 전화는 게임의 완성도와 별개로 그 악명 높은 아이마스 컬러링 기체(.....) 덕분에 에컴 팬들로부터 '에컴 시리즈 최대의 위기'라는 평가를 들을 정도였고, 남코가 반남이 되면서 에컴 시리즈는 상업성이 없다고 판단했는지 해방의 전화 이후 4년 동안 제작사인 프로젝트 에이스는 차세대 콘솔이 아닌 Wii(스카이 크롤러), PSP(에컴 시리즈)등의 콘솔로만 게임을 냈습니다. 그리고 에컴 시리즈가 다시 PS3/엑박으로 돌아온다고 했을 때 수많은 팬들이 걱정반 기대반의 미묘한 심정으로 차기작을 지켜보았습니다. 어찌되든 이번작이 실패하면 앞으로 플삼/엑박 에컴은 기대하기 힘들거니까요. 심지어 제작사 역시 이를 인지하였는지, 시리즈 자체에 상당한 수정을 가하는 등 엄청나게 노력하는 모습이었습니다.

2.

 일단 결론만 놓고 이야기 하자면 에컴은 성공 반 실패 반의 작품입니다. 그리고 기존 팬의 반수 이상을 화나게 만든 작품이기도 하구요. 만약 자신이 기존 에컴 시리즈를 재밌게 즐겼다고 생각하신다면 어설트 호라이즌은 썩 현명한 선택이 아닙니다. 왜냐면 본작은 에이스컴뱃 특유의 장점보다는 콜옵으로 대표되는 대중적인 히트코드들을 에이스 컴뱃에 접목시킨 게임이니까요. 그렇기에 제가 처음 제목에서부터 모던 워페어 시리즈를 언급한 것입니다. 제가 심각한 콜옵까이자, 매번 나오는 콜옵은 다 사는 인간이기는 하는 콜옵에 대해 애증어린 관점을 지닌 사람이기는 하지만(......) 분명하게 짚어야 하는 점은 모든 콜옵화가 나쁘다는 것을 주장하지는 않습니다. 거기에는 장단점이 있기 마련이죠.

일단 어설트 호라이즌에는 콜옵이 지난 5년동안 게임업계에 미친 영향을 확실히 알수 있는 히트 코드들을 다수 탑재하였습니다. 연출과잉, 화려한 장면을 위한 스크립트 사용, 직관적인 게임 진행, 일직선적인 싱글 구조, 무슨 내용인지 기억조차 안나는 싱글 시나리오, 심지어는 멀티에서 퍽의 존재까지 콜옵의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게임이 좋게 이야기하면 화려하면서 즐기기 쉽고, 나쁘게 이야기하면 연출과잉에 깊이가 없는(이건 뒤에서 반박하겠지만) 게임이 되었다고 할 수 있죠. 그덕분에 시리즈 팬들에게서 심각하리만치 욕을 들어먹었고, 몇몇 웹진에서는 극단적으로 평가가 나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객관적으로 놓고 보았을 때, 부실한 싱글 플래이 시나리오와 플래이 타임을 제외하면 그렇게까지 나쁜 게임은 아닙니다.

3.

게임은 조작이 어렵고 복잡한 전작들과는 달리 대단히 간단한 조작과 게임 구조를 보여줍니다. 전체적으로 팬들 보다는 판매량을 의식한 대중성을 강조하는 듯한 느낌이 강하다는 느낌. 특히 이번작은 CRA(Close Range Combat)라는 요소를 통해서 공중전에 있어 근접전, 도그파이트를 강조합니다. 일정 거리 이하로 적기와 나의 거리를 좁히면 적기를 중심으로 원이 뜨는데, 이때 특정 버튼을 누르면 도그 파이트 모드에 들어갑니다. 이때 미사일과 기총의 정확도, 어느정도 상대방에 대한 후미 추격보정들이 걸리게 되며 적을 격추하는 것이 상당히 쉬워집니다.

물론 여태까지 이런 도그 파이트 모드와 비슷한 시스템이 아예 없었다고 할 수는 없지만(혹스나 그전의 프로젝트 에이스의 작품들 중에서 유사한 것들은 찾아볼 수 있습니다), 어설트 호라이즌 정도로 시스템을 완성수준으로까지 끌어올린 작품은 없었습니다. 이러한 시도를 통해서 게임은 게이머에게 사상유래가 없는 공중전 묘사를 가능하게 하는데, 영화에나 나올법한 화려한 연출과 긴장감 및 쾌감(적기를 격추시키는/적기로부터 도망가는)을 선사합니다. 또한 시스템 자체로도 보았을 때 완성도가 높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전투기를 대상으로하는 게임들이 자칫 잘못하다가는 시스템 때문에 복잡해질 수 있는데 그러한 문제를 도그 파이트 모드에서 찾아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러한 CRA 시스템이 가장 빛을 발하는 것은 존재하는지조차 의문인 스토리를 가진 싱글보다는 멀티에서 강하게 드러납니다. 기본적으로 CRA 자체는 밀고-당기기의 구조를 지니고 있습니다. 추격하는 쪽에서는 어떻게든 가까이 접근해서 상대방을 격추시키려 하고, 추격당하는 쪽에서는 어떻게든 멀리 도망가서 살아남으려 하죠. 이렇게 보면 추격하는 쪽이 우세해 보이지만, 추격당하는 쪽과 추격하는 쪽의 입장을 뒤바꿀수 있는 카운터 기동의 존재로 인해서 그리 일방적이지는 않습니다. 카운터 기동은 추격하는 쪽과 추격 당하는 쪽 사이의 거리가 가까워야 하는데, 이때는 바로 추격하는 쪽에서는 추격당하는 쪽에 큰 데미지를 입힐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하지만 역으로는 추격하는 쪽에서는 단번에 상황이 역전될 수 있는 위기이기도 하죠. 한마디로 하이 리스크-하이 리턴의 성격이 강한 시스템인데, 싱글 플래이에서는 몇몇 적을 제외하면 이런 균형이 잘 안맞습니다. 하지만 멀티플래이에서 사람을 대상으로 할때는 이런 균형이 맞아 떨어지면서 엄청난 스릴과 쾌감을 제공합니다.

4.

그래픽은 상당히 괜찮습니다. 일단 비행기가 주인공인 게임이다 보니 지상 디테일은 보잘 것 없는 경우가 많지만, 대부분 지상디테일을 눈으로 볼 수 있는 일은 비행기가 땅바닥에 꼴아박을떄(.....) 밖에 없기 때문에 문제될 일은 없습니다. 그래픽이 화려하다고 느껴질 때는 대부분 도그 파이트 후에 적기가 추락하는 모습을 묘사하는 부분인데, 이 부분은 정말 화려하기 그지 없더군요. 음악이나 효과음부분도 괜찮습니다. 음악이 좋은건 전통적으로 에이스 컴뱃 시리즈의 특징이라고 하고, 이번작은 별로였다는 분들도 많지만, 처음 에이스 컴뱃을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크게 나쁘지는 않습니다. 다만 싱글 플래이 성우는 밋밋하기 그지 없더군요.

5.

결론적으로 에이스 컴뱃 어설트 호라이즌은 팬들의 악평에도 불구하고(사실 악평을 할 수 밖에 없는 구조지만) 상당히 재밌는 게임입니다. 다만 게임이 도그파이트를 너무 강조하다 보니 게임 자체가 단순해지는 경향이 존재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플래이할만한 가치는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기본적으로 싱글을 많이 플래이 하시는 분들에게는 미묘하겠지만, 멀티를 많이 플래이하시는 분들이라면 한번 시도할만한 가치가 있는 게임이고 이번작의 시스템을 개수-발전시킨다면 앞으로 더 좋은 작품이 나올 가능성이 충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