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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및 책 이야기


한줄평: 말도 안돼, 1500페이지 읽었는데 이제 반 넘었어어어어어어어
1.에...결론부터 이야기 하자면 괜찮은 소설입니다. 누군가는 현대판 묵시룩 이라고도 이야기를 하는데, 저는 오히려 현대판 반지의 제왕(이러면 톨킨 팬들에게 맞아죽겠지?)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더군요. 다만 반지의 제왕과의 차이점은 반지의 제왕은 거대한 역사의 흐름, 위대한 이야기의 흐름에서 작은 개개인의 의무와 의무감, 운명이 뒤섞이면서 장대한 대하 소설을 만들어내고 있다면, 스텐드는 구체적인 인물들이 구체적인 상황에서 어떤식으로 대응하는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물론 둘은 절대적 선과 악의 대립 구도라는 공통점과 악이란 인간의 약한 마음을 뚫고 들어가는 것이다(반지의 제왕에서는 절대 권력자 사우론과 절대 반지가 그러한 악의 역활했고, 스텐드에서는 욕망의 도시 라스베가스와 다크멘 랜들 플랙이 그 역할을 맡았죠)라는 비슷한 악의 철학관을 공유하고 있기도 하지만요.

2.근데 스텐드는 소설적으로 한가지 큰 문제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이야기 진행이 대단히 더디다는 것인데요, 스티븐 킹은 미국이 멸망하는 과정을 근 800페이지 가량을 할애하고 있고, 모든 주인공이 나오는데 적어도 3권까지는 진행이 되야 하며, 모든 선역들이 마더 에비게일을 만나서 볼더 공동체에 모여서 배신자가 생길거 같은 분위기 까지는 4권 1400~1500페이지 정도 까지 가야합니다. 맙소사. 다른 소설이었으면, 500페이지 내에서 해결할 수 있는 이야기를 스티븐 킹은 적어도 1400~1500pg까지 이끈 것입니다.

하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스티븐 킹 소설답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일례로 1200~1400pg 정도 분량이었던 그것 또한 그 내용의 절반 이상을 케릭터의 형성과 케릭터가 구체적인 상황에서 어떤 행동을 하는가(거의 대부분 '그것'과 관련된 초자연적 공포 채험이지만)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스텐드도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문제는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나오는 바람에(작가의 표현을 빌리자면, '세계가 멸망했는데, 소설속에서는 마치 켈커타 같이 인간들이 북적거리고 있었다') 이야기가 길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야기가 늘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소설의 초반, 각각의 케릭터들이 꿈에 이끌려서 네브라스카의 마더 에비게일의 집으로 모이는 동시에 다크멘의 꿈에 쫒기는(이부분 묘사가 탁월하다고 저는 봅니다) 것은 이야기가 자칫 구심점을 잃고 흐트러질 수 있는 것을 막는 소설적인 장치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합니다.

3.흐으음. 사실 묘사가 대단히 많기 때문에 1400페이지 까지 가는데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읽기 대단히 수월하달까, 문제 없이 읽고 있는 중입니다. 다만, 제가 예전에 스텐드의 미니시리즈 버전인 '미래의 묵시룩'의 마지막 화를 보았기 때문에 뒷내용이 어떻게 되는지를 알고 있습니다. 아아...뭐랄까 그거 때문에 읽는데 기운이 많이 빠지는군요. 좀더 힘을 내면 근시일내로 다 볼수 있을거 같습니다.


소설 및 책 이야기


최근 스티븐 킹의 소설들 셀(The Cell)과 스텐드(원제 The Stand, '미래의 묵시룩'의 디렉터스 컷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한국에 소설이 들어온 것은 아니고, 미니 시리즈가 들어왔습니다. 그 때 소개된 이름이 '미래의 묵시룩')를 읽고 있는 중입니다. 나름대로 스티븐 킹의 팬이라고 할 수 있는데(국내 들어온 해적본이나 정식 번역본의 거의 대부분을 읽었으니), 이번 셀이나 스텐드를 읽으면서 스티븐 킹의 소설은 서로 대단히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뭐, 하나의 작가에서 나온 작품이기도 하고, 그가 썼던 '유혹하는 글쓰기'에도 자신이 세워놓은 일정한 법칙을 따르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으니 할 말 다한 셈인데, 그래도 그런 것들을 정리하는 것도 나름 재밌더군요. 밑에 있는 것들은 제가 찾아낸 스티븐 킹 소설의 법칙인데, 이걸 읽고 나서 더 추가해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1.스티븐 킹 소설은 상황극이다.

이건 유혹하는 글쓰기에서 밝힌 부분입니다. 사실 스티븐 킹 소설은 스토리나 줄거리 설명하는 게 무의미 합니다. 그것은 소설이 어떤 플롯을 따라간다기 보다는(스티븐 킹은 플롯을 싫어하는데, 심지어 유혹하는 글쓰기에서는 소설의 줄거리를 짜는데 있어서 플롯을 쓰지 마라고 신신당부를 합니다), 상황을 하나 설정해놓고 '그 상황에서 어떤 식으로 사람들이 움직이는가?'를 보여주는 것이 스티븐 킹의 소설입니다. 그래서 그의 소설은 줄거리를 따지는 것이 별 의미가 없죠. 사람들이 특수한 상황에서 어떤 식으로 대처하는가, 어떤 감정을 지니는가, 다른 사람과 어떤 관계를 맺는가를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일단 예를 보도록 하죠.

쿠조(갓난애와 어머니가 광견에게 몰려서 푹푹 찌는 더위에 차안에 갇힌다면?)
롱워크(사람이 계속 끊임없이 쉬지 않고 걸어야 한다면?)
세일럼스 롯(흡혈귀가 우리 마을에 온다면?)
펫 세메터리(죽은 애완동물을 묻으면 애완동물이 살아 돌아오는데, 거기에 사람을 묻으면?)
스텐드(역병으로 세상이 멸망하고 난 뒤에 생존자들은 어떻게 살아갈까?)
미져리(교통사고를 당한 소설가가 미친 간호사에게 붙잡히게 된다면?)
샤이닝(외딴 호텔에서 아버지가 미쳐버린다면?)
The Needful Things-한국판 제목이 기억이 안나서;;(누군가 진짜 자기에게 필요한 물건을 판다면?)
그것(어렸을 때 괴물을 물리쳤는데, 그놈이 다시 살아 돌아왔다면?)
드림케쳐(친구들과 사슴사냥을 갔는데, 나쁜 외계인과 조우 한다면?)
미니시리즈 스티븐 킹의 킹덤(병원에 유령이 있다면?)
셀(휴대전화 때문에 사람들이 몽땅 미쳐버린다면?)
미스트(안개 속에 괴물이 있다면?)
1408(귀신 들린 호텔방이 있다면?)
듀마 키(내가 그린 그림이 미래를 예지 한다면?)

사실 이거 말고도 더 많은 설정이 붙어야 되지만, 기본적으로는 위에 열거한 상황에서 시작해서 가지를 치는 형식입니다. 즉, 상황이라는 뿌리에서 분화되어서 거대한 400~800pg짜리 소설이 나오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그의 소설의 줄거리가 어떻게 되냐고 묻는 사람이 있으면, 차라리 책 뒤의 케치 프레이즈를 인용하거나 그냥 소설책을 던져주는 것이 편합니다.

2.은유나 상징, 복선, 반전 등을 거의 쓰지 않는다.

말 그대로입니다. 물론 상황을 묘사할 때 비유를 쓰기도 하지만, 소설 전반적인 구조 등의 관점에서 볼 때 은유나 상징 등의 떡밥은 거의 없습니다. 따라서 스티븐 킹의 소설들은 1에서 언급한 상황이 어떤 식으로 끝나는가를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게 소설이 마무리 되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소설이 깔끔한 편입니다. 게다가 '이건 무슨 의미지?', '왜 이런 단어를 썼지?', '여기서 복선이나 반전이 있는 게 아니야?' 등의 질문을 독자가 던지지 않고도 충분히 소설을 즐길 수 있습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저는 이게 스티븐 킹의 좋은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밑에서 언급을 하겠지만 스티븐 킹의 소설들이 지향하는 가치관이 있기는 있습니다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작가가 지향하는 가치관이고 독자들에게 그러한 가치관을 설파하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만약 그러한 의도로 글을 썼다면 소설이 대단히 교훈적이거나 훈계조일텐데, 스티븐 킹 소설을 그런 게 거의 없습니다. 다만, 최근에 나온 셀 같은 경우는 좀 예외로 쳐야 하는데, 이건 따로 리뷰에서 언급하도록 하겠습니다.

3.주인공들은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이다.

스티븐 킹의 소설에서 주인공들은 대단히 평범한 사람들입니다. 악을 물리치거나, 외계인이나 귀신을 물리치는 사람들은 태어날 때부터 퇴마나 이단 사냥을 하는 전문직종인들이 아니라 '내일은 뭐해서 입에 풀칠할까?'하는 대단히 소박하고 인간적인 사람들입니다. 물론 소설에 따라서 주인공과 상황 사이의 어떤 설정이 있기도 합니다만, 기본적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데 있어서의 필요한 정도의 설정을 하고(예를 들어서 '그것' 같은 경우에는 주인공들이 원래는 평범한 아이들이 '그것'을 거의 물리쳤었고, 이로 인해서 다시 '그것'이 돌아오자 '그것'을 물리치기 위해 고향으로 돌아온다는 설정 등이 있습니다), 그 외에는 주인공이 평범한 일상을 살거나 그러한 심리를 보여주는데 있어서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4.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주인공이나 주변인물들 가운데 예술 업계관련 종사자들이 있다.

이건 항상 들어맞는 것은 아닙니다만, 예술업게 종사자들(소설가, 만화가, 화가, 혹은 뮤지션 등)이 중요직책을 맞는 경우가 있습니다. 소설가가 주인공이나 중요한 인물로 나오는 경우는 세일럼스 롯, 샤이닝, 미저리, 그것, 1408, 자루 속의 뼈 등이 있고, 만화가는 최근 작품 셀, 그리고 화가가 나오는 작품은 킹덤과 최신작 듀마 키(엄밀하게 이야기 하자면 이건 그림이 중요한 작품이지 직접 화가가 나오는 작품은 아닙니다) 그리고 뮤지션이 나오는 것은 스텐드(레리 언더우드)가 있습니다.

이는 어찌 보면 스티븐 킹의 예술 업계에 종사한 개인적인 경험을 글에다가 풀어낸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샤이닝은 소설을 쓰지 못해서 미칠 거 같은 작가의 고뇌를(물론 소설에서는 미쳐버리고 말지만), 미저리는 당시 약물중독이었던 스티븐 킹이 약과 자신의 관계를 투영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개인적인 경험을 풀어낸 작품입니다. 재밌는 점은 1999년 6월 스티븐 킹이 교통사고를 당한 이후로는 주인공 중 하나가 초반에 아주 큰 교통사고를 당하는 작품들을 찾아볼 수 있는데, 드림케쳐에서는 존시가 교통사고를 당하는 묘사, TV 미니시리즈인 스티븐 킹의 킹덤에서는 주인공인 화가가 교통사고를 당한 뒤에 킹덤 병원으로 실려가고(심지어는 거기서 주인공을 친 사람은 스티븐 킹을 실제로 쳤던 사람과 닮았습니다. 차안에 있는 도베르만까지요. 자세한 것은 유혹하는 글쓰기 참조), 그리고 듀마 키에서는 교통사고로 한쪽 팔을 잃고 정신병까지 얻게 된 주인공이 듀마 키라는 휴양지로 가게 되는 등 교통사고에 대한 경험을 십분 잘 활용하는 모습이 보여집니다. 이것이야 말로 프로의 정신이군요.

5.선악 이분법적인 대립 구도

스티븐 킹 소설은 이분법의 구도가 강하게 드러납니다. 악은 악이고, 선은 선이죠. 둘은 절대로 양립할 수 없습니다. 선한 측인 주인공들은 일상적인 생활을 영위하다가 결정적인 순간에서는 영웅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물론 선한 측의 주인공들이 악의 유혹에 빠지기도 하지만, 그것은 인간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어두운 부분에 대한 이야기로 읽힐 수 있습니다. 게다가 실제로 유혹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주인공들은 악행이나 악이 하는 행동을 잘 저지르지 않습니다. 다만 이러한 요소는 또다시 '셀'에서 깨지게 되는데, 주인공들이 가스차를 이용해서 폰 피플들을 대량 학살(!)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셀' 같은 경우, 이는 스티븐 킹 소설치고는 대단히 예외적인 케이스라고도 할 수 있기 때문에 이는 나중에 리뷰에서 직접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선한 사람들과 반대되는 악한 사람도 스티븐 킹의 소설에서 많이 나옵니다. 그리고 이들은 묘사나 과거들을 통해서 볼 때, 뼈속부터 악이거나 인간 쓰레기인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악한 사람들도 그의 심리묘사 등을 통해서 일말의 동정심을 가지게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것은 스티븐 킹이라는 작가의 필력에서 우러나오는 힘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6.대단히 상투적이고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악이 나온다.

스티븐 킹의 소설에서는 대단히 상투적인 악들이 나옵니다. 가령, 세일럼스 롯에서는 별다른 설정도 없는 문자 그대로의 흡혈귀, 케슬록 3부작의 마지막인 The Needful Things 같은 경우는 떠돌이 악마, 스텐드에서도 역병이자 악마ㅡ악이라 할 수 있는 '다크멘'(별명서부터 악역이라는 티가 팍팍나는;;) 렌들 '플렉'은 이번에 나온 번역본에서는 '플렉'이지만 미니시리즈에서는 '플레그'(Plague, 역병)으로 표기합니다ㅡ, 스티븐 킹의 킹덤에서는 사악한 유령, '그것' 같은 경우에는 외계인, 드림케쳐에서는 아예 외계인의 표본인 미스터 그레이가 나오는 등 진짜 어디선가 나왔거나, 하도 많이 봐서 이제는 질리는 악들이 나옵니다.
하지만 이러한 악들은 그 시작을 알 수 없습니다. 왜 이놈들이 태어났고, 왜 그런 악한 짓을 하는지에 대해서 독자들에게 설명해주지 않습니다. 하지만, 스티븐 킹은 그러한 악의 기원을 다루기보다는 그 악이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 상황을 자세하게 그려냄으로써 악의 무서움을 보다 효과적으로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 결국 스티븐 킹 소설에서의 악을 요약을 하자면, '상투적이면서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는지 모르지만 인간의 약한 부분을 찌르고 들어가서 그것을 교묘히 이용할 줄 아는 소름끼치는 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7.보수적인 가치관의 설파

여기서 이야기하는 '보수적인'의 의미는 공화당 같은 꼴통 같은 보수주의나 네오콘 등속의 허접한 신보수주의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좀더 근본적인 의미의 보수적 가치관을 이야기합니다. 기술의 불신, 물신주의의 경계, 가족주의의 설파, 성선설, 기독교의 가치관(단, 교회는 까지만), 친구 간의 진실한 우정, 사랑 등 지금 입장에서 보면 케케묵은 미신과도 같은 이야기들을 스티븐 킹은 굳건하게 지지하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대단히 '미국적인' 가치관을 설파하고 다닌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소설로 보았을 때, 스티븐 킹의 정치적인 색깔은 대단히 좌측에 가깝습니다.(일부 '높은 어르신'들이 본다면 좌빨 이라고 비난할 정도로)

하지만, 그러한 케케묵은 가치관을 설파하는데 있어서 스티븐 킹은 대단히 호소력 있는 문체로 이야기를 풀어나갑니다. 사람의 약한 부분을 파고드는 악에 저항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은 서로의 결속을 강화하고 악에 대항합니다. 악 또한, 그러한 결속을 와해시킬만한 포인트를 노려서 핀포인트 공격을 감행하는 등 소설 내에서 선과 악이 엎치락 뒤치락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재밌는 점은 스티븐 킹 소설에서 거의 마지막에 선이 궁지에 몰렸다가 아주 간발의 차거나 기적이라 할 수 있는 일들이 일어나서 선이 승리하게 됩니다. 특히 '기적'이라 할 수 있는 요소를 집어넣어서 선이 승리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The Needful Things에서는 주인공 보안관이 교통사고로 죽은 자신의 자식이 가지고 있었던 장난감으로 악마를 물리치는 부분이나(본문에서는 자신도 모르는 어떤 힘이 도와주었다고 합니다), 스텐드에서는 마지막에 신이 선한 편을 도와서 악을 물리치고, '그것'에서는 위대한 거북이(진짜로)의 힘을 빌어서 그것과 싸우고, 드림케쳐에서는 친구들을 도와주는 다운 증후군 초능력자 등이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스티븐 킹의 소설에서는 선의 조력자라고 할 수 있는 존재들이 있고, 이들의 도움을 받아서 마지막에 승리합니다.

하지만 최근 작품에서는 이러한 선의 조력자가 없어지고, 그 대신에 근거 없는 희망으로 대체가 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미스트 같은 경우는 그 상황을 타개하지는 못하지만 타개할 수 있는 듯한 암시를 보여주면서 소설이 끝나고, 셀은 마지막에 폰 피플이 된 아들이 제정신으로 돌아오기를 간절히 빌면서 다시 한번 휴대폰을 아들 귀에 갖다 대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주는 등은 기존의 선의 조력자가 아니라, 주인공의 강력한 염원이나 근거 없는 희망을 끝으로 한 엔딩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저는 신비한 선의 조력자든 근거없는 희망이든 간에 두쪽 다 좋아합니다만, 후자의 경우가 여운이 깊게 남아서 더 마음에 들더군요.

8.선을 이루는 핵심 코드-아이, 장애인, 노인

물론 거의 모든 작품에 적용되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스티븐 킹 소설에서 아이, 장애인, 노인은 선이거나 선이 이기기 위한 중요한 코드입니다. 또한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본질을 꿰뚫어 볼 수 있는 안목을 가지고 있기도 하구요. 예를 들어서, 드림케쳐의 더디츠는 초능력으로 주인공들이 외계인에게 맞서 싸울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스티븐 킹의 킹덤의 다운증후군 청소부들은 병원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똑바로 보고 암시를 던지며, 스탠드에서는 중요한 주인공으로 장애인이 둘이나 나오며, 셀에서는 폰 피플에게 대항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역할로 아이들과 노인이 등장하고, 세일럼스 롯에서는 주인공의 든든한 조력자로서 아이, 샤이닝에서는 호텔에서 일어나는 일을 제대로 파악하는 아이가 나오는 등 여러 부분에서 그런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재밌는 점은 여성 또한 스티븐 킹의 소설에서 대단히 능력이 있는 존재로 등장하는데, 보통 소설 속에서 남성보다 더 똑똑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어떻게 본다면 '사회적 약자가 이 세상을 구원한다'라고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7번과 같이 적용해서 뒤집어서 본다면, '현재 남성 중심의 정상 세계는 근본적으로 악에 당하기 쉬우며, 이는 비주류인 비정상의 세계에 의해서 정화된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대략 8가지 정도로 요약을 해보았는데, 더 있을 수도 있을 거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스티븐 킹이라는 작가를 좋아하는 이유가 바로 상투적인 이야기를 하면서도 동시에 설득력 있고 호소력 있게 글을 쓰고, 글을 읽고 난 다음에 깔끔하고 개운하게 그리고 여운이 남게 하는 작가이기 때문입니다. 혹자는 1999년 이후로 스티븐 킹의 소설이 공포 분위기가 안나서 아쉬웠다고 평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저는 스티븐 킹의 소설이 그냥 공포 소설로 보기에는 좀 무리가 있으며 또한 공포라는 요소 또한 '일반 사람을 유혹하는 파괴적인 악'이라는 개념에서 오는 것이라 보기 때문에 그러한 평가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1999년 교통사고 이후의 작품인 드림케쳐는 대단히 좋다고 보기 때문에 '1999년 이후의 스티븐 킹의 작품은 별로다'라는 의견도 반대구요.

따라서 저는 스티븐 킹을 대단히 높게 평가합니다. 뭐 교과서에 실릴 정도의 건전하고 모범적인 이야기는 아니지만, 일반 사람의 관점에서 일반 사람이 느끼는 특별한 상황에서의 공포나 유혹 등을 잘 드러내고, 그를 극복하는 과정 역시 대단히 설득력 있고 호소력 있게 써내려가고 있습니다. 게다가 있는 척하는 은유나 비유 없이도 독자가 몰입할 수 있는 문체도 매력적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과거의 위대한 대문호였던 셰익스피어와 비교를 하고 싶습니다. 어떻게 셰익스피어하고 비교를 할 수 있느냐 라고 반문하실 분들도 많으리라 생각합니다만, 과거 셰익스피어도 극장과 연극단원들에게 대본을 팔고, 이를 상연해서 밥먹고 살았던 대중예술가, 소위 '딴따라'입니다. 하지만 그 당시 '딴따라'들과 다르게 셰익스피어만이 독보적으로 살아남은 이유는 그 감성이 아직까지도 먹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스티븐 킹 또한 셰익스피어처럼 후대까지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뭐 마지막에 스티븐 킹 예찬론처럼 글이 흘러갔는데, 하여간 스티븐 킹이 자주 쓰는 구조를 살펴보았습니다. 긴 글 읽어주신 여러분께 감사 말씀 드리겠습니다.


덧.이 카테고리에 글쓰는것도 진짜 오랜만이군요;;

소설 및 책 이야기/읽는 책
1.대단한 책입니다.

2,굳이 이 책을 읽고 니체의 사상에 대해서 느낀바를 이야기 하라면, 고대의 신화적 영웅 등의 모습과 삶을 예찬하는 듯한 어조, 그리고 그 당시 시대 현실이나 종교(특히 기독교)를 심하게 비판하고 있는듯 하네요. 문제는 니체의 어조나 문체가 너무나도 추상적이고 비유가 많이 들어가 있어서, 읽는 것이 매우 힘듭니다. 그러나 이에 굴하지 않고 계속하여 읽고 있으면. 무언가 혼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런 느낌도 책을 읽으면서 오랜만에 느껴봅니다. 바로 전에 읽은 키에르 케고르의 '이것이냐, 저것이냐'라는 책은 나름대로 독특하다는 느낌만 받았지, 역동성이나 혼을 느꼈다고는 할 수없었습니다.

3.이 책을 보면서, 왜 니체가 말년을 정신병원에서 보냈는지를 이해해 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는 자기 스승(쇼펜하우어)을 부정하고, 자신의 사상에 큰 도움을 준 친구(바그너)를 비판하였습니다. 일단, 이 둘이 그의 사상과 많은 부분이 배척되기 때문에 어쩔수 없다고는 하지만, 책에서 보여주는 그의 비판적이고 직선적인 사고는 절대로 이 세상과 타협할 수 없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결국은 그는 부정적인 현실과 타협을 볼 수없었기 때문에, 세상을 등질수 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4.'니힐리즘'이란 말이 니체 사상의 요점이라고도 할 수있습니다.그러나 '니힐리즘'이 허무주의와 똑같은 동의어로 쓰인다면, 그것은 틀린말이라고 할 수있습니다. 왜냐하면, 니체는 비판적으로 세상을 바라본 것 뿐이지, 모든것이 허무하다고 주장하는 허무주의자는 아니었기 때문입니다.(실제로 책에서도 쇼펜하우어, 즉 허무주의자를 비판하는 대목이 있습니다)

오랜만에 참 감동적인 책을 읽었기에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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