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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

 

FPS 처럼 칼싸움을 하는 게임이 있다고 하면 믿겠는가? 시벌리 2는 9년전의 시벌리 1편, 좀 더 가깝게 본다면 모드하우와 비슷한 게임으로 독특하게 1인칭으로 칼부림과 전장을 경험하게 만드는 게임이다. 시벌리 2의 게임 플레이의 핵심은 특이하게도 'FPS'와 비슷하다:FPS에서 총기가 방아쇠를 당겨서 직선의 판정(발사 위치에서 착탄지점까지)을 만들어내는 것이라 한다면, 시벌리 2에서는 냉병기를 느리게 휘두르면서 무기가 닿는 부분을 호형태로 판정을 그리는데 이 판정을 '맞추는 것'이 게임의 기본적인 흐름이다.

 

흥미로운 점은 공격 판정을 맞추는 것이 직관적인 동시에 상당히 도전적이라는 것이다:무기를 휘두르기 시작한 곳에서 끝나는 곳까지 판정이 생긴다, 야구나 배팅을 해본 사람이라면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여기서 게임은 색다른 변주를 부여한다. 플레이어가 무기를 휘두르면서 무기를 휘두르기 시작하는 지점을 당겨서 빠르게 적을 맞출 수 있게 하거나(엑셀), 혹은 끝나는 점을 질질 끌어서 시간차 공격을 가할 수 있다(드래깅). 무기를 휘두를 때 팔 뿐만이 아니라 '허리 힘'을 이용해서 무기를 휘두르는 것과 동일한 개념이라 할 수 있는데, 직관적인 동시에 타이밍과 거리를 자신 마음대로 정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기본이자 핵심적인 테크닉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직관적인 동시에 '내 무기의 사거리가 얼마나 되나'를 쉽게 알 수 없기 때문에 최적의 거리를 맞추기 위해서 많은 노력과 시도를 해야 한다.

 

시벌리 2는 상당히 직관적인 공방 구조를 가지고 있다. 플레이어는 스테미너를 소비하면서 가드를 유지할 수 있는데, 가드하는 순간에 가드와 공격을 동시에 하는 대응 공격을 가할 수 있고, 정확한 타이밍에 튕겨내면 카운터를 칠 수 있는 시스템도 있다. 단순히 시벌리 2는 가드와 공격으로만 이루어진 공방이 아니라, 스탭을 통해서 거리를 유지하거나 깊게 찔러 들어오는 공격을 흘려내버릴 수 있다. 

 

이렇게 '호를 그려서 판정을 만든다'와 '이 판정을 상대에게 맞춘다'라는 개념, 그리고 공방 시스템이 함께 어우러지면서 시벌리 2는 직관적이고 단순하지만 흡입력있고 매력적인 게임 플레이를 만들어낸다. 1대1로 싸우면서도 상대방을 맞추면서 나는 안맞게끔 하기 위해서 서로 스텝을 밟으면서 간을 보고, 공격-가드-공격-....의 주거니 받거니 하다가 상대가 공격 하는 타이밍에 스텝을 밟아 공격을 헛치게 만들고, 그 헛치는 타이밍에 공격을 찔러넣는다. 게임은 단순하지만 서로 동일한 것을 들고 싸운다는 전제 아래서 치열하게 머리싸움을 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하지만, 시벌리 2의 진짜 진면목은 1대1에서 대규모 난전, 불리한 1대 다 전투, 목표를 방어하는 방어전이나 공격전까지 모두 단순한 게임 규칙으로 제대로 구현하고 있다는 점이다. 시벌리는 기본적으로 32대32, 20대20, 그리고 프리 포 올의 난전을 지원하고 있다. 32대32, 20대20의 경우에는 배틀필드 러쉬 모드 처럼 목표를 점점 밀어 달성하는 게임 플레이가 기본이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게임 플레이는 이상적인 1대1의 플레이가 아니라 다수의 팀원과 다수의 적들과 싸우는 게임 플레이로 이행하게 된다:하나의 적들을 여러 플레이어가 1점사하면서 스테미너를 고갈내어 버릴 수 있고, 한 명이 상대의 방어를 굳히게 만들고 다른 팀원이 등 뒤로 돌아가서 가드 자체를 무너뜨리는 등의 다양한 양상이 시벌리 2에는 존재한다. 게임의 시스템은 단순하긴 하지만, 상당히 다양한 상황에서 유연하게 작동하기에 플레이어는 시벌리 2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상황을 학습하고 경험하며 전투를 이끌어나간다.

 

그리고 여기에 시벌리 2는 배틀필드 식의 다양한 무기와 클래스를 부여한다:궁수는 장거리 저격, 뱅가드와 보병은 공격을, 기사는 전열 유지를 담당한다. 각각의 클래스는 체력이 더 높다던가, 장거리 공격을 할 수 있다던가, 좀 더 긴 사거리의 무기를 들 수 있다던가, 방패로 원거리 무기를 카운터 칠 수 있다던가 등의 특징들을 갖고 있다. 하지만 시벌리 2의 가장 핵심적인 협력 요소는 바로 '전열의 유지'다. 체력 회복 수단이 한정되어 있는 게임이기 때문에(붕대는 인당 한번 뿐이다) 각 팀원들은 체력을 회복하거나(붕대, 뿔피리, 깃발) 서로를 방호할 수 있는 수단(거치형 방패나 바리케이드, 덫 등) 등을 최대한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게임을 하다보면 단순히 때거리로 몰려다니면서 상대와 패싸움을 하는 것이 아닌, 전열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금방 느낄 수 있고, 그렇게 시벌리 2는 게임을 구성하였다.

 

결론적으로 시벌리 2는 멀티플레이 중심으로 게임을 플레이한다면, 한번쯤은 경험해볼만한 훌륭한 경험이라 할 수 있다. 지금 현재 PC 플랫폼은 에픽 게임즈로만 나온 상태라 접근하기 좀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전 콘솔 플랫폼과 크로스 플레이가 되기 때문에 어느 플랫폼으로 즐겁게 플레이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기회가 된다면 한번 꼭 플레이하는 것을 추천한다.

게임 이야기

 

데메오는 VR 보드게임이다. 일반적으로 VR, 더 넓게보면 비디오 게임과 '보드게임'의 조합은 상당히 어색하게 느껴지는 부분들이 있다. VR 게임들 상당수가 체험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데, 이러한 경험들 상당수는 플레이어의 시점에 맞춰서 카메라를 구성하기 때문이다. 가상현실 게임 중에 대표작이러 할 수 있는 하프라이프 알릭스나 비트 세이버 같은 게임들 역시 플레이어의 시점에서 액션을 구성한다. 일반적인 디스플레이의 시점과 다르게 하여 독자적인 경험을 구성하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드게임을 VR 게임으로 옮기는 것은 이러한 경향성과는 다소 빗겨나는 것처럼 보인다. 심지어 사람이 직접 계산을 하여 조작해야 해서 비디오 게임보다 더 작은 스케일로 즐길 수 밖에 없는 보드게임을 비디오 게임으로 만드는 것도 별로 포인트가 없어보인다.

 

하지만 의외로 보드게임을 비디오 게임으로 옮기려는 시도나, 보드게임에 비디오 게임의 프로그램을 이식하려는 교차 시도는 꽤 많았고 성공한 케이스도 많았다. 하스스톤이나 쉐도우버스 같이 TCG를 게임의 형태로 옮겨서 성공한 케이스들도 꽤 많았고, FFG에서는 광기의 저택 2판이나 디센트 2판 앱 같은 게임들에서 가상의 마스터+게임을 트래킹하는 툴로 컴퓨터나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적이 있었다. 요는 보드게임과 비디오 게임의 결합은 포인트만 제대로 짚어내면 상당히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이들 게임이 공통적으로 가지는 특징은 1.보드게임에서 사람이 직접 룰을 소화하고 다루는 부분을 통제하고, 2.스스로 생각해서 이들을 다루게 한 것이다. 즉, 기존 게임에서 찾아볼 수 없는 '의도된 불편함/번거로움'을 통해서 플레이어가 능동적인 경험을 하게 만드는 것이다.

 

데메오의 게임 구성은 심플하고 단순하며, 직관적이다.  플레이어는 로그라이크 게임처럼 랜덤으로 생성된 3개의 던전을 해쳐나가면서 내려가야 한다. 최대 4명까지 함께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에서 플레이어들은 각자 맡은 케릭터들을 조작해서 던전을 탐험하고 몬스터들과 전투를 해야 한다. 게임에서 나오는 물량은 단순히 공격만으로 풀어내기에는 많기 때문에, 각 직업별로 이용할 수 있는 스킬 카드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이러한 스킬 카드는 몬스터를 죽여서 경험치를 획득하거나 상자를 루팅하거나 돈을 모아서 얻을 수가 있다. 

 

데메오는 보드게임을 비디오 게임으로 옮기려는 시도 답게 상당히 보드게임에서 몇몇 요소들을 편하게 정리한다:플레이어가 경험치를 얻어서 받는 카드는 자동으로 핸드로 들어오게 되고, 적의 체력 계산이나 사소한 계산들을 컴퓨터가 대신해주는 등의 편한 부분들이 많다. 대신, 다른 요소들은 '실제 보드게임을 하듯이' 구성을 했다는 것이 독특하다. 진짜 케릭터 말을 집어서 움직이듯이 배치하고, 왼손을 뒤집어서 카드 패를 확인하는 등, 조작 체계를 실제 보드게임을 하듯이 구성한 점이 매력적이다. 그리고 실제 조작이나 이런 부분들이 직관적이기 때문에 원하는데 편리하게 게임을 풀어나갈 수 있다는 점도 훌륭한 부분이다.

 

데메오의 핵심 재미는 바로 협업이다:데메오의 게임 플레이는 복잡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쉬운 것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나오는 몬스터 수가 엄청나게 많기 때문에 같이 게임을 하는 사람들이 협업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과 능동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하면서 게임을 풀어나가는 것이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혹은 다른 사람과 무엇을 해야하는지, 언제 어떤 카드를 써야 하는지 등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이야기를 해야한다. 게임은 기본적으로 보이스 채팅을 지원하고 있기 때문에, 키보드를 이용한 채팅이나 별도의 채팅 프로그램을 쓰지 않아도 된다는 점은 소소한 이점이다.

 

VR 관점에서 데메오는 상당히 흥미로운 경험을 제공해준다:기존의 게임들은 현실에서 할 수 없는 행위들을 경험해주게 한다는 점에서 매력적이었다면, 데메오는 보드게임의 귀찮은 부분들을 제거하고 재밌는 부분만 잘라내서 즐기게 한다는 점에서 차이점이 있다. 현실에서 보드게임은 분명 즐길 수 있다. 그러나 수많은 카드와 주사위, 컴포넌트 등의 요소들을 배치하고, 정리하고, 룰을 해석하고 적용하는 등의 요소들은 분명 보드게임을 하는데 큰 방벽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데메오는 그러한 과정을 단순화 시키고, 실제 말을 조작하고 움직이는 요소들을 추가하여 마치 진짜 보드게임을 하는 듯한 경험을 주는데 성공한다.

 

결론적으로 데메오는 무언가 새로운 경험을 제공해주는 게임은 아니다:실제 보드게임을 찾아보면 이런 류의 게임들은 꽤 많은 편이고, 게임을 플레이하는 과정이나 경험도 그렇게 다르진 않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데메오가 사람들에게 어필하는 요소를 정확하게 파고들고 깔끔하게 구성했다는 점에서 이점이 있을 것이다. 많은 VR 게임이 꽤나 높은 곳(트리플 A게임이나 기존 비디오 게임 장르)을 바라보고 게임을 구성하는데 집중한다면, 데메오는 틈새를 파고들어서 VR 게임의 다른 가능성을 보여준 셈이다. 개인적으로 VR 게임의 가능성을 보고 싶다면, 함께할 친구들을 모아 데메오를 해보는 것을 추천하는 바이다.

 

 

 

 

 

 

게임 이야기

 

 

최근 오큘러스 퀘스트 2를 구매하면서 VR을 경험할 기회가 생겼다. 가격이 여타 VR 기기에 비해 적절하다는 점(40만원 대), 기존 기기들이 다르게 스탠드 얼론으로 작동한다는 점 등은 오큘러스 퀘스트2를 최고의 입문 기기로 만들어주었다. 좋은 디스플레이와 조작계가 함께 결합하였던 HTC Vive의 구버전과 사실상 성능이 엇비슷한 수준인데, Vive가 대략 100만원 정도의 가격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상당한 코스트 다운이 이루어진 셈이다. 이 덕분에 본인은 VR을 처음으로 접할 수 있게 되었다.

 

VR이 여타 스크린이나 모니터 기반의 영상매체와 다른 점은 카메라의 시선이 '존재하지 않는다' 라는 점일 것이다. 영화를 예로 들어보자. 영화는 카메라로 피사체를 찍어서 세계를 구축한다. 컷과 시퀸스, 모든 것들은 카메라의 내부에 존재하며 카메라의 바깥 세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렇게 세계와 그 세계를 의도를 갖고 구성하는 '시선'의 존재는 전통적인 영상 매체를 규정하는 핵심적인 요소라 할 수 있다. 

 

하지만 VR은 다르다. 물론 VR 역시도 세계를 찍는 카메라가 존재하며, 이를 통해서 다양한 영상을 찍어서 올릴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분명히 해야하는 점은 VR에서 시선은 카메라를 들고 있는 촬영자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VR 체험을 하는 사람에게 존재한다는 점이다. 기본적으로 VR은 화면을 카메라의 프레임에 국한시키는 것이 아닌, 화면 안에 공간이 존재한다고 착각할 수 있을 정도로 넓은 시야각을 제공한다. 그리고 양쪽 눈에 서로 다른 위치의 영상을 송출하면서, 마치 '깊이가 존재하는 것 같은' 착각을 만들어내는 것도 중요한 요소다. 이러한 두 요소와 함께 플레이어의 머리와 시선의 맞춤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시선의 움직임을 구현하는 것이야말로 VR의 본질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시선의  움직임에 따라서 그 시야각 내의 물체나 요소들을 바라보는 구조를 취하고 있기 때문에 마치 자신이 체험하는 것 같은 몰입감을 제공해준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플레이어가 시선을 결정한다'라는 요소는 현 단계의 VR에 있어서 상당히 흥미로운 요소인 동시에, 제한적인 요소라 할 수 있다. 분명 시선을 움직이는 점은 이전과 다른 몰입감을 제공해주는 부분이지만, 기존 영상과 다르게 시선을 강제할 수 없어서 영상의 집중도를 높일 수 없다는게 큰 문제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VR 영상 중에 테슬라의 자동 운전을 체험하는 VR 영상이 있다. 이 영상의 핵심은 테슬라 자동 운전을 체험하게끔 하는 것이지만, 본인이 신경쓰였던 부분은 차의 시트 부분에 지저분하게 떨어져있는 부스러기들이었다. 이와 같이 기존의 경험과 경험이 아닌 다른 사소한 정보들이 함께 존재하기 때문에 기존의 영상 매체보다 더 산만하고 집중이 안된다는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이러한 부분은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영상 문법의 변화'를 통해서 극복할 수 있는 부분이라 보여진다. 기존의 영상 매체에서도 미장센 등을 통해 프레임 내에 다양한 정보를 배치하는 방법론이 있었다. VR은 그것이 그저 카메라의 시선 바깥의 넓은 공간으로 변화했을 뿐이다. 다만 이러한 공간의 배치 부분에서 VR의 방법론은 공간을 의도된 '부분'이 아닌 완결된 하나의 '전체'로 구성해야 한다는 점에서 더더욱 많은 노력이 필요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부분은 게임에 있어서 VR 진입 장벽을 높이는 주요한 요소라 할 수 있다. 영화적 컷씬이나 3인칭, 1인칭 카메라 움직임이 기존 영상 매체에 근거하고 있었던 부분이 많았기 때문에, 게임도 갑자기 VR로 옮겨가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많을 것이다. 추가적으로 조작 관점에서도 많은 이슈가 있다:키보드나 패드를 그대로 이용하기 힘들고, 특유의 모션 트래킹을 게임에 접합시켜 VR 고유의 경험을 만들려는 시도는 쉽지 않아 보인다. 예를 들어 테이블 탑 시뮬레이터의 경우, 보드 게임 말을 집거나 내리는 것은 마우스와 비슷하게 할 수 있지만, 시점을 옮기는 부분에서 많은 어려움(특히 양쪽 손을 이용해야 한다는 점에서)을 경험하고 있는 중이다. 카메라와 조작, 이 두 부분 때문에 기존의 게임을 그대로 VR로 옮길 수 없다는 점은 VR 게임이 흥할 수 없는 주된 원인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하프라이프 알릭스의 성공은 상당히 눈여겨 볼만하다:벨브는 이전부터 컷씬을 이용하기 보다는 체험형으로 플레이어가 직접 이벤트를 바라보게 만든다던가, 어떤 사건이 일어날 때 그것을 플레이어가 자연스럽게 바라보게 만드는 시선처리가 능한 회사였다. 생각해보면 이러한 VR의 장점이자 난점이 벨브에게는 VR 게임의 강점으로 다가온 편이라 할 수 있는데, 아직 제대로 플레이해보진 못했지만 충분히 기대감이 느껴지게 만드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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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

 

※ 크로스/더블 크로스 리뷰입니다.(leviathan.tistory.com/2189)

 

본인이 근래 게임 취미 생활 중 놓쳐서 아쉬운 게임이 있었다면, 그건 바로 단연코 몬스터 헌터 월드였을 것이다.(초반 약 10시간 정도 밖에 플레이하지 못했다) 도스 기반의 프론티어와 트라이 G에서부터 더블 크로스까지, 하나의 게임도 놓치지 않고 열심히 했던 본인으로서는 지난 10여년 간 쌓여있었던 소위 '몬헌다운' 것들이 한번에 일신되어서 세계적인 게임 프랜차이즈로 발돋움하는 전화점이 된 게임이기 때문이었다:월드에서 몬헌은 맵에서 바로 퀘스트를 받을 수 있다던가, 맵의 복잡도와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 것들이 많아졌다던가, 여러 편의 요소들이 증대되었다던가 등의 큰 변화가 있었다. 이러한 변화가 좋은 것인지에 대해서는 좀 더 깊게 들여다 볼 부분은 있겠지만, 지금 현재까지는 몬스터 헌터 프랜차이즈는 월드로 인해 새로운 국면으로 들어서게 된 것은 확실하다. 그리고 그러한 상황에서 스위치용 버전인 라이즈가 등장하게 된다.

 

몬스터 헌터 라이즈는 월드와 아이스본 이후로 다시 휴대기로 돌아온 몬스터 헌터라 할 수 있다. 몬스터 헌터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몬스터 헌터 포터블과 포터블 세컨드로 이어지는 휴대기 사양의 몬헌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휴대용 기기들은 몬스터 헌터 프랜차이즈의 매력을 십분 살리는 플랫폼이었다:언제 어디서라도 가볍게 게임을 키고 즐길 수 있다는 점, 몬스터 사냥 등의 반복 작업을 이동하면서 할 수 있다는 점, 오프라인에서 사람들과 모여서 사냥을 할 수 있다는 점 등은 몬헌이란 프랜차이즈와 잘 어울리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눈여겨 봐야하는 점은 월드와 이전 몬헌들, 그리고 라이즈와의 관계다. 우선은 몬스터 헌터 월드가 어째서 나왔는가, 그리고 기존의 몬헌들이 어떤 속성을 가졌느냐를 이해해야 몬헌 라이즈를 이해할 수 있다:한 때는 PSP 하드 그 자체였던 게임이었고, 트라이 G나 4, 4G, 크로스, 더블 크로스 등을 거치면서 휴대기로 승승장구한 몬헌 프랜차이즈는 흥미롭게도 '일본 내수 시장 한정'의 게임이었다. 한국은 북미나 일본이나 양쪽 모두 게임 문화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잘 모르는 부분이기도 했지만, 트라이와 트라이 G가 나온 배경은 포터블 서드까지 베이스를 두고 있는 PSP 자체가 일본 시장에 국한되었다는 한계가 명확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세계적으로 깔린 3DS와 협업하는 것으로 노선을 전환한 것이었다. 물론 4에서 더블 크로스까지, 해외 전개가 그렇게 까지 성공적이지 않았다는 것을 감안하면(4와 4G에서 보여준 한국 닌텐도 지원이 크로스와 더블 크로스에서는 사실상 사라진 것을 보자, 이것이 시사하는 바는 명확하다) 캡콤이 원하던 세계적인 몬헌이란 명성은 월드에 도달했었어야 얻을 수 있는 것이었다.

 

이러한 세계화 실패의 베이스에는 소위 '몬헌 다움'이라는 요소가 있다. 대부분의 '몬헌 다움'이란 몬스터 헌터 1편 ~ 도스, 세컨드 포터블 G급 까지 이어지는 몬헌의 기본 골격에 기반한 것이다. 적에게 데미지를 입혔을 때 숫자가 뜨지않는다던가, 들고 다닐 수 있는 아이템의 숫자가 한정되었다던가, 조합서가 없다면 조합에 실패할 수 있다던가, 장비는 어떻게 강화되는지 알 수 없는 등의 요소들이 이러한 몬헌다움의 예시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몬헌다운 게임 요소들의  핵심은 '불친전한 요소를 통해 플레이어가 항시 생각하고 준비하며 사냥을 해야한다'였다:플레이어는 몬스터에 맞게 모든 준비물들을 준비해야 했었고, 무기도 거기 맞춰서 준비해야했다. 이러한 몬헌다움은 게임을 오랫동안 플레이해오고, 공략 커뮤니티가 자리잡은 곳(일본이나, 한국 같은)에서는 그럭저럭 잘 작동했지만, 그 바깥(서구권)에서는 제대로 작동한다고 보기 힘든 구조였다.

 

 

 

그렇기에 월드는 어떻게 보면 기존의 작품들을 모두 해체해서 0부터 다시 재구성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비유하자면, 오래된 건물 하나를 벽돌단위로 해체해서, 그것을 기존 건물에 새로운 구조물을 붙여서 새롭게 만든 것이다. 본인이 월드에서 가장 충격을 받은 것을 들자면, 숫돌이 아이템 창을 차지하지 않는 점과 숫돌이 더이상 소모품이 아니고 장비품이 되었다는 점이었을 것이다:너무 어이없을 정도로 단순하고 사소한 부분이긴 하지만 그러한 사소한 부분까지 게임이 아닌 플레이어가 챙겨야 한다는 점(숫돌 들어갈 아이템 파우치 칸 정도는 확보해야하는), 그것이 몬헌다움의 핵심이었던 것이다. 월드는 그러한 몬헌다움에서 벗어나서 '제작진이 생각하는 몬헌 프랜차이즈의 근원'에 맞게 게임을 재구성한 게임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트라이~ 더블 크로스까지 이어지는 도스 이후의 몬헌들이 전혀 게을렀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월드의 고민을 앞서서 진행하고 도스 기반의 몬헌을 통해서 풀어내고자 하는 노력을 한 작품들이고, 그 결과 많은 변화점이 몬헌 시리즈에 누적되었다. 가장 눈여겨 보아야할 점은 'Z축의 도입'일 것이다. 몬헌 도스는 전통적으로 평면적인 몬헌으로 높낮이에 따른 액션의 차이가 없다고 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 그것을 탈피하기 위해서 트라이는 수중전이라는 개념을 도입했는데, 물속이라는 3차원 공간에서 싸운다는 발상을 통해 3차원 공간을 한정적으로 재현하였다. 하지만 수중전은 상당히 느린 페이스로 진행되었고, 이런 점 때문에 몬헌과 어울리지 않다는 평을 듣기도 하였다.

 

트라이의 고민은 결국 4편의 단차 액션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높이 뛰어 몬스터에게 데미지를 입히고 몬스터 등에 올라타서 데미지를 주고 큰 경직을 유도하는 단차액션, 그리고 높낮이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조충곤이라는 무기의 등장은 제작진의 새로운 몬헌에 대한 고민이 드러나는 부분이었다. 흥미로운 점은 조충곤이나 단차 액션 이때부터 Z축 판정 범위가 큰 공격들이 몬스터들에게서 나타나기 시작하는데, 고어 마가라의 횡방향 브레스나 샤갈 마가라의 십자 브레스 같은 것이 그 예다. 이때부터 몬헌은 좀 더 입체적인 관점에서 게임을 만들 준비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트라이에서 4와 4G로, 그리고 이어지는 크로스와 더블 크로스는 몬헌이 더이상 예전의 모습을 띄지 않겠다는 결론을 보여준 작품이었다. 여기서 등장하는 필살기 개념인 수기와 스타일은 기존의 몬헌의 게임 플레이 스타일들을 실제 시스템의 일부분으로 정립한 것들이었다. 수기를 이용해서 무적 판정으로 공격을 씹는다던가(한손검 라운드 포스 같은), 부시도 스타일로 포효 같은 패턴을 회피하는 등 기존 몬헌에서 방어구에 붙은 스킬을 능동적인 액션의 형태로 재구축한 것이었다. 이러한 변화점은 게임 플레이를 좀 더 유연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방어구 스킬에 목메지 않게), 몬스터 디자인에도 많은 변화점을 주었는데, 디노발드나 발파루크 같이 '넓은 범위를 빠르게 공격하는' 스타일의 몬스터들이 나올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라이즈는 월드의 편의성과 월드 이전 몬헌들의 고민을 결합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정확하게는 Z축을 도입한 입체적인 몬헌(트라이와 4, 4G)과 플레이어가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몬헌(크로스와 더블크로스)의 결합이 몬헌 라이즈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월드 개발 당시 제작중이었던 라이즈는 원래는 기존 더블 크로스나 4 시리즈에 가까운 물건이었는데, 월드의 성공 이후 월드 요소들을 적극 차용하면서 지금과 같은 형태가 된 것이다.

 

라이즈가 추구하는 입체적인 몬헌, 소위 Z축 몬헌은 '밧줄벌레 액션'을 통해서 구현되었다. 흥미롭게도, 4 이후로 추가된 고저차를 이용한 점프 액션이 4의 기존 단차 액션이나 크로스의 에어리얼 스타일로 하나의 시스템에 국한된 것과 달리 달리 밧줄벌레 액션은 게임 전반의 흐름을 모두 뜯어고쳤다는데 의의가 있다. 우선 밧줄벌레의 경우, 여타 게임의 그래플링 훅과 같은 역할을 하는데 이러한 그래플링 훅을 이용한 액션을 통해서 기존의 맵에서는 올라갈 수 없는 지형을 오른다던가, 높은 수직의 벽을 달려서 타고 올라가던가 등의 다양한 액션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전투 측면에서 밧줄 벌레는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영향을 끼친다. 첫번째는 '낙법'의 존재다:기존 몬헌에서는 날아가는 공격에 맞고 다운되는 경우에 얄짤없이 굴러가서 누워있어야 했고, 그 결과 몬스터가 구석에 헌터를 몰아넣고 확실하게 헌터를 기절시켜버리는 공격을 자주 가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라이즈에서 낙법은 마치 격투 게임의 기상 낙법을 연상케 하는 부분이 있는데, 플레이어가 날아갈 때 하나의 밧줄벌레를 소비해서 원하는 위치에 납도 상태로 착지하게 만들어 준다. 이 때 플레이어는 물약을 소비하거나, 자신을 날린 몬스터에게 다시 날아가서 역으로 공격을 가하는 공격적인 플레이를 시도할 수도 있는데, 기존에는 누워서 일어나기 까지 구르기 버튼이나 연타하면서 후속타에 맞지 않기를 기도하던 때와 비교하면 적극적으로 플레이의 흐름을 플레이어 쪽으로 끌고 올 수 있다는 점에서 대단히 긍정적인 변화점이라 할 수 있다.

 

두번째는 밧줄벌레 기술이다:이는 더블 크로스의 수기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부분이라 할 수 있는데, 밧줄벌레를 소비하면서 몬스터에게 강력한 공격을 가하거나 자신에게 유리한 버프를 얻을 수 있다. 크로스나 더블 크로스에서 이러한 스킬들이 잦은 빈도로 쓰지 못하는 '필살기' 개념에 가까웠다면, 라이즈에서 밧줄벌레 기술은 밧줄벌레라는 자원을 이용해서 항시 사용할 수 있는 스킬로 변화했는데, 이 덕분에 크로스나 더블 크로스보다도 더 능동적이고 공격적인 게임 플레이가 가능해졌다.

 

대검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기술이나 조작관점에서 본다면 전작에 대비하여 큰 틀에서 변화하지 않은 무기긴 하지만, 밧줄벌레와 낙법의 추가로 기존 대검의 단점들(느린 이동 속도와 구르기에 의존적인, 한방을 먹이기 위해서는 포지셔닝이 중요한데 포지셔닝이 어려운 상급자용 무기 등)을 상당히 보완할 수 있다. 밧줄 벌레 납도는 빠르게 무기를 납도하고 원하는 위치로 이동할 수 있게 해주고, 금강 모아베기는 몬스터의 몇몇 공격 패턴을 무시하고 묵직한 한방을 날리는 먹일 수 있다. 물론 대검의 특징은 느린 이동 속도, 묵직한 한방 등의 요소들이 완전히 달라진 것은 아니지만, 이제는 '그런 요소들 때문에 도저히 못해먹겠다'라는 요소는 거의 사라졌다 볼 수 있다. 즉, 개성을 유지하되 밧줄벌레와 관련된 기술들이 단점을 줄여주는 방향으로 라이즈는 게임 전반을 변화시킨 것이다.

 

마지막으로 용조종이다:엄밀하게 이야기하자면 밧줄벌레보다도 단차 액션의 요소를 능동적으로 재해석한 부분이라 할 수 있는데, 맵에 등장하는 몬스터를 조작해서 다른 몬스터를 공격하고 큰 경직을 유도하는 요소다. 밧줄벌레 기술을 맞춰서 용조종 수치를 올리는데, 이전의 단차 액션이 점프 액션에만 대응했다는 것을 생각하면 좀 더 유연한 수치를 축적할 수 있게 만들어놨다.  흥미로운 점은 기존 몬헌에서 몬스터의 난입이 난이도를 올리는 일종의 패널티 요소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용조종은 '다른 용이 난입하는 것이 이제는 이점이 된다'라는 부분이 되었다. 

 

 

밧줄벌레와 연관된 변화점들은 라이즈가 이전 몬헌들의 요소들을 한 데 아우러서 '능동적이고 강한 플레이어'를 만드는데 있다:Z축과 대한 재해석과 월드의 편의성이 합쳐져서 게임의 흐름은 물흐르듯이 입체적으로 변한다. 더이상 구석에 쳐박혀서 기도하면서 구르기를 연타하지 않아도 되고, 회복이나 공격을 유연하게 선택할 수 있으며, 몬스터가 난입하거나 하는 것은 이제 강력한 딜 찬스로 변화하였다. 분명 역대 가장 쉬운 몬헌이기는 하지만, 동시에 플레이어가 그만큼 능동적으로 생각하고 대처해야 강해지는 선순환적인 요소가 있는 몬헌이기도 하다.

 

밧줄벌레 뿐만이 아니라 무기 액션 전반에서도 이러한 능동적인 움직임을 장려하는 변화점을 찾아볼 수 있다. 수렵피리의 경우가 대표적인 예일텐데, 버프와 딜 사이클을 분리해놓은 이전작의 조작을 탈피해서 '연주 없이 공격해도 버프를 주는 점'과 '육질을 무시하는 음파 공격 형태를 추가'한 점 덕분에 이전과 다른 공격적 운영이 가능하게 되었다. 

 

흥미로운 점은 몬헌 라이즈가 그냥 아무 생각없이 쉬워진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촌장이나 집회소 5성 까지는 상당히 빠르게 클리어할 수 있긴 한데, 6성부터 7성까지 등장하는 적들이 라이즈의 게임 변경점에 대응하여 상당히 공격적으로 바뀐 점은 상당히 눈여겨 볼만하다. 진오우가 같은 몹들은 상당히 높은 Z축 판정을 갖고 플레이어를 압박하고, 밧줄벌레 낙법이 불가한 공격이 등장하지 않나, 마가이마가도 같은 몹은 엄청난 속도와 넓은 판정 범위로 플레이어를 압박한다. 그 외에도 느리지만 착실하게 압박해오는 고샤하기나 약체화되었지만 여전히 전통의 강자인 라잔 같은 몹들도 6성 이상에서 플레이어를 압박해오기 때문에 마냥 쉬워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지금 현재로써는 엔드 컨텐츠라 할 수 있는 부분이 백룡야행이라 할 수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 사람들의 평가가 갈리는 부분이 있다. 몬헌 답지 않게 많은 몹들이 나오는 것을 디펜스 해야한다는 부분이 이질적이고(실제로도 공격받다 퇴각한 몹들이 그냥 사라지는 부분이 나오는 등 좀 이질적인 흐름이긴 하다), 몬스터를 잡는 것보다는 상당히 단조로운 패턴이란 평가가 많다. 하지만 본인의 추측으로는 아직 라이즈의 엔드 컨텐츠는 '풀리지 않았다'라고 보여지는 부분들이 있다:몇몇 무기들(예를 들어 포호룡 타마미츠네 무기들 등)이 최종강화가 나오지 않은 점들을 감안한다면 이게 끝이라고 보기는 힘들지 않을까, 라는 게 본인의 생각이다.

 

 

그러므로 엔드 컨텐츠가 아닌 중간과정으로 백룡야행을 평가한다면, 다수의 평가와 다르게 상당히 괜찮지 않을까라는 것이 본인의 생각이다:더블 크로스에서도 호석과 돈을 뿌려주는 아트랄 카가 영맹화와 다른 엔드 컨텐츠에 접근하게 만들어주는 일종의 다리 역할을 해줬던 것을 생각한다면, 호석용 소재와 다양한 고급 소재를 주는 백룡야행도 보상 측면에서 좋은 중간 다리 역할을 해주는 부분이다.

 

그리고 백룡야행 자체는 난이도는 낮긴 하지만 기존 노산룡이나 지엔 모란 토벌전을 좀더 능동적인 형태로 바꾸었기 때문에 의외로 틈틈이 손가는 요소가 많은 편이다:좋은 보상을 얻기 위해서는 서브 과제들을 클리어할 필요가 있고, 4명의 팀원들이 밀접(GTFO 같이 마이크 키고 서로 100% 합을 맞추는)하게 협업할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상황에 따라 각자의 역할을 다해줘야 하기 때문에 상시 긴장감은 유지되는 편이다. 기존 사냥을 하는 게임과 다른 미니 레이드를 즐긴다고 생각하면 편하다. 마지막 주인 개체 같은 적들이 상당히 강하게 나오고, 패턴들도 무섭게 나오기는 하지만 반격의 봉화가 켜진 상태에서 주인 개체를 무지막지하게 후드려 패는 것도 나름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단점이라 할 수 없지만, 조금 아쉬운 부분은 지금 현재(21년 4월 중순) 기준으로 고룡이나 진 엔딩이 해금되어있지 않다는 것이다:이후 업데이트를 통해서 엔딩이나 몬스터들이 풀릴 예정이라 하고, 원래 G급이 풀려야 몬헌이 100% 컨텐츠를 갖추기는 하지만 진엔딩조차 풀리지 않은 건 다소 의아한 부분이긴 하다. 일단 호석을 파밍하면서 천천히 기다리고는 있지만, 몬헌 라이즈는 일종의 '서비스'형 몬헌을 지향하는 것이 아닌지 라는 생각이 드는 부분도 있다.

 

결론을 내리자면, 몬헌 라이즈는 이전의 몬헌에서 훌륭한 부분들을 모두 자기 것으로 들고 오는데 성공한 몬헌이라 할 수 있다. 동시에 라이즈에게 '최고의 몬헌'이라는 칭호를 줄 수 없는 이유를 라이즈는 보여주었다:몬헌은 계속해서 이전의 작품들을 흡수해서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고, 라이즈 역시 이후에는 더 훌륭한 몬헌이 되기 위한 밑거름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몬헌 프랜차이즈의 건승을 기원하며, 스위치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꼭 구매해서 플레이 해보기를 추천한다.

게임 이야기

 

파이어 앰블램 시리즈는 각성을 통해서 전환점을 맞이한다:파이어 엠블램은 케릭터가 죽어버리면 돌아오지 않는다던가, 무기는 소비되어 사라진다던가 등의 특징을 지니면서 고정 팬층을 들고 있었지만, 게임큐브와 위 버전 이후로 시리즈는 계속 내리막길이었다. 이는 JRPG나 SRPG와 같은 게임들이 후대로 들어갈수록 새로운 팬층 유입이 힘들어지면서 생기는 문제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개발사는 마지막 파엠을 만들겠다는 심정으로 각성을 만들었고, 이것은 엄청난 대박을 쳤다.

 

각성의 성공은 전적으로 '파엠 프랜차이즈의 재발굴'이었다:각성이 착안한 부분은 죽으면 돌아오지 않는 케릭터들에게 이입하고 많은 투자(경험치나 무기 등)를 해서 어렵게 이끌어오는 것이었다. 파엠 각성은 케릭터 지원회화와 다양한 상호작용(인연 시스템이나 더블 페어 짜기 등), 연계, 부모-자식 세대의 육성 등의 요소들을 전작들로부터 빌려와서 케릭터 게임으로 발돋움 하였다. 이후 각성의 성공에 고무받은 제작진들은 진영을 나누고 각 인물들의 개성을 강화시킨 뒤, 하나의 이야기를 두 개의 시나리오로 나눠서 접근한 파엠 if였다. 파엠 if는 시나리오의 호불호가 갈려서 다소 논란의 여지가 있었지만 동서양을 막론하고 시리즈 사상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파이어 엠블렘 풍화설월은 if 이후 나온 최신 파이어 엠블렘 시리즈다. 풍화설월은 각성과 if의 성공에 기반을 둔 작품인데, 기본적으로 교사인 플레이어가 사관학교에서 인물들을 육성하면서 전투에 참여하는 과정을 다룬다는 점에서 전작들의 케릭터 게임으로서의 특성을 들고가는 편이다. 그러나 게임의 시스템이나 이런 부분들은 전작들을 그대로 들고오기 보다는 프린세스 메이커나 안젤리크 같은 육성 게임의 요소를 적극적으로 접목시켜서 게임을 새로운 영역으로 나간다.

 

각성 이후 파엠은 매력적인 케릭터에 이입하면서 이들을 육성하고, 다른 인물들과 교재하면서 관계를 발전시키며 전투를 풀어나가는 것이 메인이 되었다. 하지만 문제는 기존 파엠의 클래스 기반 전투는 다변화된 육성이 어려운 부분이 있었고, 자식세대의 존재로 인해서 '고정된 케릭터 육성'이 고착될 수 밖에 없었다. 또한 자식 세대의 등장은 이들이 왜 등장하는지를 제대로 설명하기 힘들다는 점에서 스토리 설정상의 난점을 만들어낼 수 밖에 없었다.

 

풍화설월은 그러한 난점을 극복하기 위해 교육과 전투 파트를 나누고 '점진적인 성장'을 도입한다. 이를 위해 서사의 배경을 사관학교로 옮기고, 교육파트에서 케릭터들을 교육시키고 전투 파트에서 레벨업을 통해 성장하는 개념을 바탕으로 게임 전체를 재구성한 것이다. 전작에서는 '케릭터=직업=스킬=자질'이 동일시 되었지만, 이번작에서는 스킬과 직업, 케릭터를 분리하여 세부적인 조정을 가할 수 있게 하였다. 예를 들어, 전작에서 마법사형 케릭터가 있으면 마법사 중심의 케릭터 육성만 가능했는데, 풍화설월에서는 초기 마법사 직업을 벗어나서 아예 전사 직업으로 변경하고 교육을 통해 스킬을 모두 전사 스킬과 무기 숙련도를 달아줘서 전사로 운영하고 전투를 통해 점진적으로 성장시키는 가능하다는 것이다. 당장에 전사로 키울 수 없겠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플레이어는 케릭터와 연관된 거의 모든 것을 자기 마음대로 구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엄청난 재량권을 갖게 되었다.

 

 

그외에도 교육 파트에서 케릭터들과의 유대를 쌓을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다:대련을 하거나 사우나에 가거나, 티타임을 갖거나, 합창을 하거나 하는 등의 다양한 활동을 하는 것을 통해서 플레이어는 다양한 케릭터들과 친목을 다질 수 있다. 이러한 부분은 다른 게임인 페르소나 부분과 닮은 부분이 있는데, 전투 외에도 . 이러한 유대가 후술할 전투 파트에서 케릭터간 지원이나 연계 등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실제 전투에 도움을 주는 부분이 있다. 그리고 각성 이후로 파엠은 케릭터 간의 다양한 지원회화를 지원하게 되면서 이러한 지원회화들을 보고 이야기적인 만족감도 높다.

 

전투 파트는 케릭터의 육성을 통해서 모으고 쌓아올린 여러가지 스킬들을 조합해서 이끌어 나가야한다. 가장 흥미로운 점은 기존의 전통적인 시스템도 세그먼트를 나눠서 접근했다는 것이다:기존의 창>검>도끼>창...의 가위바위보 상성은 이제 창 특효/검 특효/도끼 특효 등의 스킬셋을 달아서 발동시켜야 한다. 이렇게 케릭터를 세분화 시켜서 쌓아올린 결과물을 전투에서 경험하는 것이다. 물론 전통적인 랜덤 성장으로 성장 폭이 왔다갔다 하는 것도 여전하지만, 이전에 비해서 플레이어의 재량과 노력이 훨씬 더 중요해졌다.

 

그 외에 새롭게 추가된 부분은 기사단이나 계략과 같은 부분일 것이다. 플레이어는 케릭터 단일 유닛에 기사단을 별도로 장비처럼 부착시킬 수 있는데, 케릭터의 능력치를 올려주는 동시에 일종의 광역 공격인 '계략'을 사용할 수 있게 한다. 한번에 여러 적들을 공격할 수 있기 때문에 유용하게 쓰이기도 하고, 이번에 새롭게 등장한 거대 마수와 같은 적들을 효율적으로 공략할 수 있기 때문에 기사단과 계략은 상당히 유용한 기능이라 할 수 있다.

 

요약하자면, 전투와 교육 파트를 둘로 나누고 서로 피드백하는 구조(교육을 통해 스킬이나 직업을 위한 자질을 육성하거나 케릭터간의 관계를 쌓고, 전투를 통해 이를 레벨업이란 결과로 이어가는 것)를 통해서 게임을 유기적으로 이어 나간다. 어떤 점에서 문명같은 4X 류의 게임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상당한 깊이를 보여주는데, 플레이어가 능동적으로 케릭터에 대한 목표를 잡고 육성하고 유대관계를 만들어나간다는 점에서 전작의 장점을 극대화 하는 방향으로 나간다. 이는 모든 요소들을 잘게 쪼게서 조금씩 쌓아나가고, 그걸 매 플레이 주기에 따라서 결과형태로 직접 보여준다는 점에서 결과로 이어지는 피드백이 확실하다.

 

물론 이러한 요소가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스킬 등을 세부적으로 쪼개고 이걸 조금씩 적층시켜서 케릭터를 키우는 것은 결국 일정 시점이 지나면 큰 변화를 이끌어나갈 수 없다는 문제를 만든다. 이것이 가장 크게 두드러지는 것이 후반부의 교육파트인데, 케릭터들간의 관계도 이미 어느정도 고정되었고 스킬이 어느정도 완성되었기 때문에 육성하거나 교류할만한 여지가 거의 없다. 그렇기 때문에 후반으로 갈수록 상당히 루즈해질 수 밖에 없는 구조라 할 수 있다.

 

스토리 측면에서 풍화설월은 전반적으로 전쟁 드라마와 학원물 사이에서 나름 균형을 잡으려 노력하고, 어느정도 성공을 거둔다. if나 각성에 비하면 분명하게 드라마로서 완성도가 확실히 높다. 그러나 문제는 너무나 많은 부분에서 이야기를 파편화시키고 숨김으로 전체 스토리를 그대로 추적하기 어렵게 만들었다는 게 아쉬운 부분이다. 일단 이야기만 총 4개의 루트가 있고, 그 4개의 루트고 각 루트별로 지원회화들을 모두 따라 잡으면서 확인해야 하는 전체를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아쉬운 부분이 있다. 특히 한 루트당 40시간 ~ 60시간 정도 소요되는 것을 생각한다면, 게임 전체의 스토리라인을 너무 하드코어하게 잡은 것이 아닐까 싶다.

 

전반적으로 파이어 엠블렘 풍화설월은 파이어 엠블렘 시리즈의 세계화 대중화를 이끌어낸 작품이라 할 수 있다. 기존작들이 상당히 일본의 서브컬처에 잡혀있는 모습을 보였다면, 풍화설월은 게임과 스토리 라인 양측면에서 상당히 보편적인 부분으로 접근하려는 모습을 보여준다. 물론, 게임 육성이나 스토리라인이 파편화되어 너무 많은 시간을 소요하게 만들게 한 점은 다소 아쉽지만, 좀 더 보완한다면 이러한 골격의 파이어 엠블렘이 앞으로도 재밌을 거라는 확신을 갖게 만든 게임이다.

게임 이야기

 

-전반적으로 나사빠진 부분과 좋은 부분이 공존하는 이상한 작품.

 

-브레이버리 디폴트 시리즈나 옥토패스 트레블러, 그리고 최근에 닌텐도 다이렉트에서 모습을 드러낸 트라이앵글 스트레티지 같이, 레트로 JRPG에 대한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작품들이 스퀘어 에닉스에서 계속해서 만들어지고 있다. 옥토패스 트레블러가 로맨싱 사가 시리즈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작품이고, 브레이버리 디폴트 시리즈가 DS판 빛의 4전사와 파이널 판타지 초기작들을 모티브로 하고 있는 작품이란건 익히 잘 알려진 사실인데, 이들 작품들이 '레트로한 작품의 현대적인 재해석'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이들 '영광스러운 과거'를 기억하고 있는 타겟을 대상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라는 점에서 상당히 좁고 명확한 시장들을 타겟으로 하고 있다.

 

다만 이런 부분들 때문에 한계도 명확하다:명확한 고객들(오래전부터 단련된 골수 JRPG 팬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작품들인 만큼, 구세대적인 게임 시스템에 큰 변화를 주지 않고 이 사람들이면 '이정도도 버티겠지?' 싶은, 지금으로서는 상당히 이해할 수 없는 구조들도 눈에 띈다. 옥토패스 트레블러에서는 스토리의 구성이라던가, 케릭터들로 NPC들과 상호작용하는 같은 요소들이 여기에 해당이 되는데, 전투의 완성도와 별개로 구세대적인 상호작용에 머무르고 있다는 점에서 게임의 한계를 명확하게 드러낸다.

 

브레이버리 디폴트 2도 그런 한계에 명확하게 잡혀있는 게임이라 할 수 있는데, 오히려 전작들보다 더 퇴보한 부분들이 있어서 골때리는 게임이라 할 수 있다.

 

-전반적으로 브레이버리 디폴트 시리즈는 잡과 어빌리티의 육성, 그리고 약간의 뒤틀림이 섞인 고전적인 스토리텔링이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게임인데, 브레이버리 디폴트 세컨드:엔드 레이어에서 삐끗한 모습(스토리의 모습 등에서)을 보여서 시리즈 전체가 위태위태한 모습을 보였다. 결국 디폴트 2는 세컨드의 변칙적인 모습에서 좀더 정통적인 흐름(1편의 모습)의 게임으로 돌아올 수 밖에 없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작과 전작들 사이에 상당히 차이와 괴리가 생겼고 그 결과 전작에 비해 후퇴하게 된 부분도 생겼다.

 

- 가장 후퇴되었다 생각되는 부분은 어이없게도 잡과 어빌리티 육성 파트인데, 그냥 일반 인카운터에서 심볼 인카운터로 전투 조우 방식이 바뀌게 되면서 노가다가 더 어려워진 부분들이 생겨버리고 만 것. 심지어 심볼 인카운터에서 적들이 높은 레벨의 플레이어를 조우하면 도망가는 기믹도 추가되어서 한 곳에서 진득하게 레벨업 하는게 힘들어진 문제도 생겼다. 연속 전투의 보너스가 연속 심볼 인카운터 방식의 전투로 변경되면서 사실상 'JP 보너스 없이' 게임을 진행해야하는 상황에 직면한다.

 

그런데도 희안한 점은 레벨링이나 잡 포인트 노가다, 육성들이 그렇게까지 빡세지는 않다는 점일텐데, 아마도 이후에 QA 단계 등을 통해서 레벨링이나 노가다 속도를 보정하는 과정을 도입하지 않았나 추측이 된다. 덕분에 게임 플레이 시간 관점에서 보면 전작과 비등비등한 플레이 타임을 보여준다.

 

- 대신에 괜찮아진 부분은 각 잡과 어빌리티가 연계를 상정하고 각자 개성이 강화되었다는 점이다. 12렙이 되면 두번째 잡 특성이 풀리면서 각 잡이 강화되는 점이나 독특한 어빌리티, 기믹 등의 요소가 추가되어 재밌는 부분들이 많이 생겼다. 개인적으로는 디버프 전용 직업인 픽토맨서나 전용 디버프인 패인트 요소는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 하지만 이상하게 전작들에 비해서 마법 직군이 키우기도 힘들고 데미지도 안나와서 쩌리가 된 느낌이 강하다. 전과 비교해서 어딘가 한 발짝 앞서면 한 발짝 뒤쳐지는 게임이란 느낌.

 

-스토리는 무난함 그 자체. 아주 인상적이진 않지만, 나쁘게 볼만한 여지도 적은 편이다. 

 

- 돈값은 하는데, 아주 훌륭한 게임은 아니라는 느낌.

 

 

게임 이야기

https://leviathan.tistory.com/2309

 

 

젤다 무쌍:대재앙의 시대는 야생의 숨결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외전격 작품이다. 무쌍 시리즈는 오래전부터 주요 닌텐도 프랜차이즈(파엠과 젤다의 전설)와 콜라보를 해왔는데, 젤다무쌍의 경우 이전에 하이룰의 전설들(리뷰)이란 성공적인 전작이 있었다. 그 때의 젤다무쌍(하이룰의 전설들)도 '무쌍 치고는 잘 만들었지만, 여전히 무쌍의 한계에 사로 잡혀 있는 게임'이라는 평가를 들었는데, 이번 대재앙의 시대 역시도 동일하다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게임에 재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오히려 생각보다 신선했던 부분, 기존 무쌍 시리즈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독특함도 함께 갖고 있는 게임이라 할 수 있다.

 

무쌍 시리즈의 기본은 크게 세가지다:첫번째는 거대한 전장의 구현이다. 하지만 이 거대한 전장이란 개념을 현대적인 게임의 개념으로 오해해서는 안된다. 트리플 A 게임에서 보여지는 살아있는 세계와 무쌍 시리즈의 전장이란 스테이지는 완전히 다르다. 트리플 A 게임이 기본적으로 완결된 하나의 세계를 구축하기 위해서 다양한 시스템과 콘탠츠를 집어넣으려 한다면, 무쌍 시리즈의 전장은 극단적으로 이야기한다면 '빈 공간에 배경 텍스처를 채워넣은 정도'로 무의미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수많은 적들과 아군들, 거점들 등등 역시 그저 배경에 불과하다. 기본적으로 이들은 플레이어가 개입하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존재들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안에서 플레이어는 짜여진 스크립트대로 거점을 돌파하거나, 적장을 제거하거나 하는 등의 다양한 활동을 하게 된다. 기본적으로 무쌍 시리즈의 스테이지들은 이벤트가 일어나는 점에서 점으로 쭉쭉 진행해나가는 일직선의 구조다. 그리고 게임 내의 상당수 이벤트들은 게임의 모든 요소들이 거대한 전장을 구축하기 위한 속임수에 불과하다는 것을 숨기는 요소다.

 

두번째는 다양한 케릭터들과 단순화된 액션이다. 무쌍은 오랫동안 단순한 액션으로 상당히 악명 높은 게임이었다:모든 공격들은 기본 공격의 연결로 이어지는 콤보와, 콤보 몇단에 특수공격을 발동하는 것만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대신에 무쌍은 수많은 케릭터들을 집어넣음으로 이를 극복하고자 한다. 모든 케릭터들은 고유의 모션과 성능을 갖고 있다. 하나 하나 케릭터들은 단순하지만, 케릭터들 마다의 운영 방식이 크게 차이가 있기 때문에 다른 케릭터를 할 때마다 마치 다른 게임을 하는 것처럼 느끼게 만드는 것이 바로 무쌍 시리즈라 할 수 있다.

 

마지막 세번째는 RPG와 노가다 요소다:무쌍 시리즈는 스토리 완결 후, 수많은 노가다와 무기 육성들을 엔드 컨텐츠로 내놓는다. 영미권의 그라인딩Grinding(갈아넣다, 게임 용어로 노가다에 해당하는 단어)이 적절한 표현이다 느껴질 정도로, 엄청난 양의 인 게임 재화들(돈과 무기들)을 갈아넣어서 강한 케릭터를 육성하는 것이 핵심이다. 물론 이것이 패스 오브 엑자일이나 여타 그라인딩 게임에서 게임 플레이 스타일을 뒤집어 엎을 정도로 엄청나게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고, 그저 '수치상으로 강해지는' 다소 급이 낮은 형태의 그라인딩이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지만 말이다.

 

요컨데, 무쌍 시리즈의 핵심은 '무언가 거창해보이지만, 실제로는 단순하고, 하지만 쉽게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이라는 것이다. 오히려 이러한 점을 간과하고 야생의 숨결을 생각하고 게임을 한다면, 게임이 매우 실망스러울 수 있다. 대재앙의 시대는 단순하고 일직선적이며, 게임 경험을 구성하는 근본에서 야생의 숨결과 대척점에 서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시에 야생의 숨결에 나온 요소들을 재해석해서 무쌍 시리즈에 접합시키는 참신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이 덕분에 대재앙의 시대는 무쌍 시리즈에서 가장 뛰어난 게임이라 할 수 있다.

 

대재앙의 시대에서 눈여겨 봐야하는 점은 기존 작들 보다 콤보(콤보 7~8 까지 있는게, 콤보 6정도로 축소되었다고 보면 된다)가 간소화된 대신에 케릭터의 개성을 최대한 부각시키려 한다는 점이다. 물론 이전작들에 비해서 참전하는 케릭터 수가 엄청나게 줄어든 것도 있지만(20명 남짓), 기본 공격과 강공격 외에도 케릭터 액션과 케릭터 고유 자원(우르보사는 번개 게이지, 임파의 경우 적의의 인 같은)들이 대거 도입되어서 전작들에 비교해서 각 케릭터들 사이의 차별점을 공고하게 한 것이 특징이다.

 

또다른 특징은 시커 아이템을 이용한 4개의 고유 액션을 부여하였다는 점이다:기존 시커 아이템들이 게임 내 세계와 상호작용하면서 게임을 풀어나가는 주요한 열쇠가 되었다면, 대재앙의 시대에서 시커 아이템들의 경우에는 중보스~보스급의 주요 공격 패턴에 대응하기 위한 용도다:전작의 하이룰의 전설들에서도 그랬듯이, 대재앙의 시대도 보스급 이상의 적들의 약점을 노출시키는 용도로 아이템을 이용한다. 하지만 의존도는 전작보다 대폭 올라갔다 할 수 있는데, 전작들이 회피와 공격만 잘했어도 크게 문제가 없었다면 대재앙의 시대에서는 이러한 아이템 사용이 약점 노출과 함께 적의 강력한 공격 패턴을 방어하는 용도로도 쓰이기 때문이다. 

 

또한 흥미로운 점은 전작과 다르게 시커 아이템을 이용한 공격이 각 케릭터마다 다르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각 케릭터들마다 시커 아이템을 제대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플레이어가 각 케릭터에 대해서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마도 가장 독특한 케릭터가 시커 스톤을 사용하는 젤다일건데, 콤보가 콤보 2까지 밖에 없지만(!) 대신에 시커 스톤으로 불러낸 오브젝트들을 한꺼번에 기폭하는 케릭터 액션을 갖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강공격 연타로 얼음기둥을 소환하거나 콤보 2로 대형 폭탄을 불어낸 다음에 케릭터 액션으로 한꺼번에 쓸어내버리는 전략이 주요하다. 또한 시커스톤을 이용한 공격이기 때문에 시커 스톤 관련 버프가 일반 공격에 적용된다는 점도 특기할만하다. 비슷한 무브셋을 공유하는 경우가 많은 무쌍류이지만, 대재앙의 시대의 경우에는 정말로 모든 케릭터가 하나의 무브셋을 공유하지 않고 더 나아가서 케릭터 운영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케릭터 하나 하나를 육성하고 적응하는 재미가 있다.

 

적들이 전작에 비해서 매우 능동적이라는 점도 눈여겨볼만 하다. 기본적으로 병풍이긴 하지만, 높은 난이도로 갈 수록 이들 병풍들이 '한 대씩만 휘둘러도' 엄청나게 위험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게 무쌍 시리즈라 할 수 있는데, 대재앙의 시대에서는 잡몹들이 동시 공격 패턴(뿔나팔을 불면서 일제 사격을 한다던가) 등의 위험한 행동을 하지 않나, 중보스에서 대형보스까지 패턴들이 크고 위협적인 것들이 많다. 방어력과 관련된 옵션이 일절 없기 때문에 데미지 감쇄가 거의 없는 대재앙의 시대 특성 상, 적의 공격을 가드하거나 피하는 것이 중요한데 패턴을 우선적으로 커트할 수 있는 시커 아이템 이용이 중요하고, 야생의 숨결에도 있었던 회피-러쉬 공격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요컨데, 무쌍 시리즈 치고는 플레이어가 단조롭게 버튼만 눌러서 쓸어버리는 것이 아닌, 피하고 패턴에 맞춰서 행동하는 등의 대응도 중요한 게임인 것이다.

 

원작이 있는 게임 답게 팬 서비스도 확실하다. 코로그 씨앗 찾기 같은 본편 요소 뿐만 아니라, 맵과 상호작용해서 적들에게 더 큰 피해를 입히는 기믹(예를 들어서 풀밭에 불을 지르면 더 많은 데미지가 들어간다던가) 같은 것도 충실하다. 하지만 가장 눈에 띄는 기믹은 바로 신수를 조작해서 적들을 한꺼번에 쓸어버리는 미니 게임이 있다는 것이다. 어디까지나 미니게임 정도 수준으로, 어렵지 않게 클리어할 수 있지만 '과연 100년 전에 신수를 조작해서 싸운다면 어떤 느낌일까?'라는 팬들의 갈증을 단박에 해소하는 강렬한 미니 게임 스테이지라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젤다무쌍:대재앙의 시대는 무쌍치고는 훌륭한 게임이라 할 수 있고, 야생의 숨결에는 못미치만 오랫동안 패드를 잡고 플레이하게 만드는 강점을 지닌 게임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몇몇 문제점은 간과할 수 없는 부분들이 있다. 첫번째는 맵의 구성이다:기본적으로 무쌍 시리즈는 평면과 골목으로 구성된 맵에 거점을 여기저기 흩뿌려 놓는 방식인데, 대재앙의 시대에서 몇몇 맵들은 야생의 숨결에서 차용한 부분들이 있다. 대표적인 부분들이 이가단 아지트나 하이랄 성일텐데, 맵이 고저차가 있고 디테일한 부분들이 있어서 해메기 딱 좋은 구조다. 위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이벤트 따라서 여기저기 뛰어다녀야 하는 게임인데, 맵의 복잡성을 너무 크게 올린 부분이 없지않아 있다.

 

두번째는 케릭터 업그레이드 콘탠츠다. 금번 대재앙의 시대에서는 케릭터 업그레이드와 관련된 부분을 소재와 돈을 주고 업그레이드 하는 하이랄 챌린지 형태로 구성을 해두었는데, 이것이 하이랄 맵 전체에 흩뿌려진 형태이기 때문에 추적하기 어렵고, 원하는 케릭터를 업그레이드 할 때 전체 업그레이드 구조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그나마 소재의 경우 시커 아이템 추적 기능을 이용해서 추적할 수 있기는 하지만, 여러개 추적을 활성화 시키면 추적이 '무엇을 추적하는지'를 알 수 없다는 심각한 문제를 갖고 있기도 하다.

 

결론을 내리자면, 대재앙의 시대는 몇몇 결점에도 불구하고 즐길만한 재미가 있는 게임이다. 무쌍 시리즈가 콜라보나 본가나 매번 나올때마다 저평가 되는 부분이 있지만, 게임의 돈값어치 만큼의 플레이타임과 재미를 보장해주는 시리즈이기 때문이다. 야생의 숨결 같은 게임을 기대하면 분명 실망하겠지만, 적당히 기대감을 낮추고 외전으로 즐긴다면 충분히 재밌게 플레이할 수 있을 것이다.

게임 이야기

 

 

일신상의 변화로 작년 3월 다니고 있던 회사를 퇴직을 하고 이직을 하면서, 새로운 취미를 시작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워해머 40K는 오랫동안 해보고 싶은 숙원의 취미 중에 하나였다:실물의 모델들을 테이블 위에서 움직이면서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 설정이나 분위기 등에 오래전부터 매료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입문에 가장 큰 발목을 잡는 것은 예산, 그리고 모델 조립과 도색이었다. 워해머40K 미니어처 게임을 플레이하는데 들어가는 예산이야, 학생 때와 비교하였을 때 직장인이 감당하지 못할 정도의 금액이었지만, 가장 큰 문제는 도색과 조립에 대한 압박감이었다. 게임을 하기 위해 엄청난 수의 모델들을 테이블 위에 올려야 하는데, 그만한 시간과 노력을 들일 가치가 있는지도 의문이었다.

 

하지만 이직을 하기 전, 잠깐의 짬은 이러한 의문과 부담감을 떨쳐내고 워해머 40K 미니어처 시도를 해볼만한 기회를 제공했다. 그리고 그 시도는 매우 성공적이었다. 미술이나 손재주와 크게 관계가 없었던 본인은 도색하면서 모델을 버릴 각오로 도색을 진행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미니어처 모델 도색의 난이도는 걱정하는 것보다 낮았다. 겉으로 보기에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과 다른 부분이라 할 수 있는데, 본인의 1년간의 경험을 분석하여 정리한 것이 본 글이다.

 

워해머 프랜차이즈에 대해서 Games Workshop이 내세우는 캐치프레이즈가 있다:수집, 조립, 도색, 플레이. 흥미로운 점은 미니어처 워 게임이 '보드게임'의 하위 장르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게임 플레이보다도 다른 요소들(수집, 조립, 도색)이라는 부분들이 중요한 키워드로 뽑혔다는 것이다. 엄밀하게 두고 본다면, 워해머 40K는 보드게임과 프라모델 수집 및 도색이라는 영역과 함께 걸쳐있는 것이다. 하지만 플레이하는 재미를 구성하는 측면에서 이러한 수집과 도색은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 부분들이 있다.

 

 

우선 조립, 도색의 난이도에 대해서 먼저 이야기해보자:사람들이 많이 오해하는 부분들이 있다면, 도색이라는 과정이 어렵고 대단히 귀찮은 작업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 취미를 하면서 가장 놀란 부분은, 도색은 그렇게 어렵지 않다는 것이다:많은 사람들의 표현대로, 기본적으로 도색은 '색칠하기'의 연장선상이라는 것이다. 칠해야하는 곳에 적당한 색을 칠하기만 해도 절반 이상을 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워해머 40K의 모델들은 훌륭한 조형을 보여준다. 기본적으로 40k의 미니어처 모델은 현실의 물체를 작게 만들어놓은 것이다. 하지만 현실의 비례를 그대로 미니어처 모델에 적용한다면, 우리가 알아볼 수 있는 디테일들을 상당히 '과장되게' 표현을 한다. 즉, 미니어처 모델들은 직접 들고 보았을 때, '눈에 뚜렷하게 드러나는 디테일'들이 분명하게 존재한다는 것이다. 또한 모델들을 잘 살펴본다면 각각의 구획들이 뚜렷한 '경계'를 지니고 있는 것도 확인할 수 있다. 인는 도색을 할 때 '칠해야하는 구역'과 '칠하지 말아야 하는 구역'을 분명하게 구분해준다. 이런 점에서 놀라울 만치 작은 모델을 칠하는 작업임에도 불구하고 워해머 40K 모델은 대단히 직관적이라 할 수 있다.

 

또한 Games Workshop이 제시하는 도색 방법론은 매우 명확하기 때문에 이를 따르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괜찮은 결과물을 얻어낼 수 있다. Games Workshop이 제시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먼저 모델에 베이스가 되는 색을 올리고, 음영을 주는 쉐이드를 칠한 뒤에, 마지막에 빛이 닿는 부분에 밝게 빛나는 부분이라 할 수 있는 부분들에 색을 올린다. 이렇게 기본 색, 음영, 구획을 구분 짓는 경계를 밝게 칠해주는 작업만으로 훌륭한 결과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초심자에게도 편한 방법론을 제공한다.

 

다만 조립의 경우에는 모델의 연식에 따라서 상당한 편차가 있다:기본적으로 스프루(조립되기 전의 키트 상태)에서 부품을 잘라내기 위한 니퍼와 조립을 위한 접착제만 있어도 모든 키트를 조립할 수 있지만, 연식에 따라서는 접착제만으로 제대로 조립하기 힘든 경우가 종종 있다. 최근의 키트들은 정확하게 파트별로 조립하기 쉽게끔 구성되어 있지만, 연식이 된 모델들은 파트별로 조립하는데 딱 맞아떨어지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네크론 쪽의 리치가드, 이모탈 키트들이 그러한 경향성을 보여주는데 포즈를 잡는데 재량을 주고자 한 것으로 보여지지만 초심자에게 다루기 고역인 부분들이 있다. 

 

 

흥미로운 점은 조립/도색에 있어서 워해머 40K와 Games Workshop이 큰 영향을 주는 요소가 바로 유튜브와 앱 환경이라는 것이다. 공식적으로 Games Workshop도 이러한 두가지 환경에 초점을 맞춰서 도색과 조립에 대한 요소를 지원한다. 기본적으로 설명서 형태의 도색 작례 같은 것을 공유하지 않는 대신. Games Workshop은 거의 모든 도색 튜토리얼을 유튜브로 올리고 있으며, 시터델 컬러 앱이라는 앱을 통해서 도색의 색조합 등을 공유한다. 이는 상당히 직관적인 접근으로 사람들에게 어떻게 하면 멋지게 모델을 도색할 수 있는지를 시각적으로 보여줌으로 입문의 허들을 상당히 낮추는 것이다.

 

하지만 더 눈여겨 봐야하는 것은 Games Workshop 공식이 아닌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서 공유되는 커뮤니티의 접근방법론일 것이다:공식 작례 이외에도 프로 모델러들이 보여주는 다양한 방법론들과 팁들(웻 블렌딩, 제니털 하이라이팅, 에어브러시를 이용한 도색 등등)이 영상을 통해서 공유되고 있으며, 멋진 작례들을 통해서 더 높은 단계의 도색에 대한 욕구를 자극한다. 또한 다양한 키트들의 부품들을 모아서 새로운 모델로 재창조하는 컨버전도 커뮤니티를 활발하게 돌아가게 만드는 요소이기도 하다. 이와 같이 커뮤니티는 Games Workshop의 공식 도색 튜토리얼이나 지원보다도 더 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단순히 게임이 아닌, 도색이라는 측면에서 인터넷 커뮤니티가 워해머 40K에 끼치는 영향력은 상당히 흥미롭다. 영미권의 미니어처 커뮤니티가 '게임장'이라는 물리적 공간에 기반하고 있다는 것은 익히 잘 알려진 사실이며, 당연한 부분이기도 하다. 기본적으로 보드게임은 물리적인 공간(게임 테이블)과 요소들(모델이나 보드 같은)이 개입하기 때문에 결국은 물리적인 지역과 분명한 인맥 중심으로 돌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인터넷의 발달과 모바일 환경의 구축으로 이러한 물리적 공간들은 독특한 방식으로 확장되기 시작되었다.

 

물론 보드 게임이나 워해머 40K가 완전히 물리적인 공간과 요소들로부터 벗어났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게임에 대한 정보, 도색에 대한 정보, 방법론들이 인터넷을 통해서 공유되기 시작하면서 지역과 인맥이라는 한계를 넘어서 입문과 더 깊은 탐구에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 또한 커뮤니티를 통해 자신의 결과물을 공유하고, 칭찬 받고, 개선점을 찾고, 교류하는 것도 이 취미의 중요한 한 부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도색과 조립, 컨버전 등에 대한 커뮤니티의 접근이 상당히 '초보 친화적'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취미들이 진입장벽이 높다는 것에 대해서 커뮤니티는 오랫동안 잘 알고 있었고, 초보들이 접근해서 더 높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게끔 자연스럽게 이끄는 방법론에 대해 나름의 노하우를 갖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유튜브나 모바일 환경, 온라인 커뮤니티의 도래는 이러한 정보들의 흐름을 좀 더 원활하게 흐르게 만드는 촉매에 불과했을지도 모른다.

 

커뮤니티가 게임이라는 문화에 끼치는 영향은 어쩌면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부분일수도 있다:어떻게 게임을 플레이하고 소비하는지를 두고 정보를 교류하거나, 즐기는 방법을 공유하거나 하는 등의 요소들은 분명 게임이라는 콘탠츠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런 부분을 눈여겨 보면서 도색과 조립을 즐긴다면, 충분히 워해머 40K도 쉽고 재밌게 즐길 수 있는 취미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요소들이 결합되면서 워해머 40K의 도색은 상당히 매력적인 재미를 가진 취미가 된다. 단순히 게임을 위한 노동 작업이 아닌, 자신이 무언가를 만들고 완성해가는 과정을 즐기는 요소가 있고, 무언가 배우고 적용하는 재미가 분명하게 있기 때문이다. 물론 많은 시간과 장비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때로 실패할 때도 있고, 원하는 모습이 안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도색은 단순히 게임을 위한 요소를 만드는 것이 아닌 그 자체로 완결된 취미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것들을 커뮤니티가 뒷받침하고 재미를 확장시켜주기도 한다. 단순히 도색과 콜렉팅을 위해서 모델을 사는 사람이 상당수의 매출을 차지한다는 점은 이러한 재미 요소를 증명하는 부분이다.

 

결론적으로 워해머 40K에서 도색은 게임을 구성하는 요소를 넘어서 독립적인 재미를 주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만드는 것도 재밌고, 칠하는 것도 재밌다. 커뮤니티는 오랫동안 새로운 사람들이 어떻게 입문하고 더 잘하게끔 유도하는지를 잘 알고 있고, 실제로 도움을 많이 받을 수 있다. 만약에 워해머40K에 관심이 있었지만, 도색 때문에 망설였던 사람들이라면 기본적인 입문 셋(매 판본마다 페인트+모델 셋을 함께 파는 상품이 있다)을 사서 시도해보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게임 이야기

 

기어스 5는 2019년에 나온 기어스 오브 워 프랜차이즈의 최신작이다. 하지만, 기어스 5는 발매 당시에는 크게 리뷰를 할 필요가 없는 게임이었다:기어스 오브 워 4가 성공적인 3부작을 '그럭저럭' 이어나갈 수 있을 정도로 게임을 만들었고, 기어스 5도 큰 틀에서 별 차이가 없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물론 새로운 게임인만큼 새로운 요소들도 추가되었다. 싱글플레이에서 오픈월드에 비슷한 스테이지를 선보였고, 호드 모드는 변화하였고, 새로운 멀티플레이 모드인 탈출이 추가되었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게임이 변한 것은 아니었다. 여전히 게임은 기어즈 오브 워에 근거하고 있는 게임이다:엄폐 위주의 TPS 슈팅, 과격한 폭력 묘사와 공격적인 게임 플레이, 이에 기반한 PvP, PvE 모드까지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게임에 대해서 뭔가 새로운 포인트를 짚어내기는 힘들었다. 

하지만 게임패스와 엑스박스 시리즈 엑스의 발매와 함께, 기어스 5를 재발굴할 기회를 갖게 되었다. 엑스박스 시리즈 엑스가 발매하면서 기어스 5는 대형 업데이트인 오퍼레이션 할로우 스톰와 그래픽 업그레이드를 했다. 물론 기본적인 게임 플레이는 여전히 처음 나왔던 기어스 5지만, 몇몇 요소들은 발매 당시보다 강화된 부분이 있다.

일단 호드 모드에 집중해서 보자:호드 모드는 기어즈 오브 워 2편에 처음 등장한 PvE 모드로, 매 라운드마다 몰려드는 적들을 격파하고 살아남는 것이 목표다. 호드 모드는 나오고 나서 상당한 유행을 불려일으켰는데, 호드 모드 자체가 싱글플레이보다 기어즈 오브 워 시리즈의 본질을 잘 담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기어즈 오브 워 시리즈의 싱글플레이는 기본적으로 적의 등장 - 엄폐 - 전투 -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감의 형태를 띈다. 하지만 싱글플레이에서 엄폐-전투는 일방향적인 경향성을 가질 수 밖에 없는데, 기본적으로 싱글플레이 스테이지는 선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물론 스테이지 구성에 따라서 측면을 공격당하거나 뒤에서 적이 등장하거나 한 곳에 엄폐하면 불리하게 만드는 적들(붐샷 사이언 같은)이 있지만, 대부분 기어즈 오브 워의 싱글플레이 게임 경험은 한 곳에 잘 박혀 있으면서 적들을 죽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는 기어스 5에서도 그대로 이어지는데, 오픈월드를 어느정도 구축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도, 안에서 일어나는 스테이지들 역시 기본적으로 선형적이다.

하지만 호드 모드는 다르다:기어스의 싱글플레이가 선형적인 엄폐-진격의 구조라면, 호드 모드는 공성전이다. 적들은 플레이어들을 포위 섬멸하기 위해서 플레이어를 전 방향으로 압박한다. 싱글플레이에서 선형적으로 밀고 들어오는 적들을 상대하는 것과 다르게, 어느 방향에서 어떤 적들이 밀려들지 모르고, 싱글플레이에서 플레이어가 하나의 엄폐물에서 모든 적들을 상대하는게 가능한 것과 달리 호드 모드에서는 플레이어가 넓은 범위의 스테이지를 커버하지 못한다면 측면을 잡혀 전멸당하기 십상이기 때문에 항상 긴장감이 넘친다.

그리고 공성전에는 방어용 시설들이 필요하기 마련이다:기어즈 오브 워 3에서 추가된 방어용 시설들은 적들이 몰려오는 것을 느리게 만들거나, 적들에게 압도적인 화력을 선사하는 포탑 등등을 설치하는 요소를 추가했다. 하지만 3편의 방어용 시설들은 지정된 위치에만 설치가 가능했다는 한계가 있었다. 4편은 제조기라는 요소를 도입하고, 건설과 방어 시설들을 자유롭게 배치할 수 있게 했다. 방어물의 건설과 유지 등은 4편 이후로 매우 중요해졌는데, 이 때부터 퍽 시스템이라 할 수 있는 카드와 RPG 형태의 게임 플레이(역할의 구분, 강해지는 성장 요소 등)의 기반을 다졌다고 할 수 있다.

기어스 5의 호드 모드는 오퍼레이션 할로우 스톰(시리즈 엑스 발매 당시의 업데이트) 이전과 이후를 구분해서 봐야한다:할로우 스톰 이전의 호드 모드는 '케릭터=직업'의 등식을 세우고, 케릭터 마다 다양한 카드를 활용해서 게임을 풀어나가야 했다. 하지만 할로우 스톰은 케릭터=직업 이라는 등식을 무너뜨리고, 직업 구분을 나누었다. 그리고 카드들도 발매 당시의 호드와 비교해보면 선택지가 늘어나서 카드 조합을 다양하게 할 수 있다.

종합하자면, 기어스 5의 호드 모드는 일종의 공성전 간이 RPG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게임은 분명 이전의 게임보다 더 쉬워진 부분이 있는데, 시설물들의 적절한 배치와 각 직업 간의 협업으로 게임을 쉽게 풀어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하지만 게임이 마냥 쉬워지진 않았는데, 난이도 옵션에서 게임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디버프들이 나오고 난이도가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직업간 협업, 디버프 파해법 숙지 뿐만 아니라 카드 업그레이드를 통한 레벨업도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그래도 게임을 익히는 구간이라 할 수 있는 직업 1렙 ~ 9렙까지는 레벨링이 쉬운 편이고 다른 고레벨 직군에게서 캐리를 받아서 카드 세팅을 빠르게 할 수 있다는 점도 입문 난이도를 많이 낮아진 편이며, 입문 ~ 파고들기 까지 모두 재밌는 구성을 보인다.

탈출 모드는 상당히 흥미로운 도전다:빠른 시간에 조합된 스테이지들을 클리어하는 탈출 모드는 기존의 기어즈 시리즈 멀티플레이 중에서도 호드 모드와 같이 싱글플레이 및 게임 메카니즘을 잘 살려낸 케이스라 할 수 있다. 시작할 때, 권총 하나만으로 시작해서 각 직업간의 능력과 패시브 조합을 통해서 스테이지를 클리어하고 무기를 빠르게 챙긴 뒤 도망쳐야 한다. 빠른 진행, 엄폐와 임기응변, 무기 확보, 협동 등의 요소들은 확실한 재미를 보장한다.

기본적으로 탈출 모드의 베이스는 스피드런 문화에 기반하고 있다:스피드런에서 플레이어들은 더 빨리 게임을 클리어하기 위해서 맵을 숙지하고, 공략을 외우고, 문제가 될 부분들을 사전에 차단하는 흐름을 보여준다. 즉, 공략대로 게임 플레이를 풀어나가고, 더 빨리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과정 자체를 익히는 과정이 재밌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기어스 5의 가장 문제점은 매칭이 쉽게 잡히는 게임이 아니란 것이다:본인도 이번 게임을 정확하게 평가하기 위해서 충분한 탈출과 호드 모드를 플레이했었어야 했는데, 공개 매칭으로는 게임을 제대로 잡을 수 없기 때문에 싱글 플레이 중심으로 플레이 해서 '별로 새로울 것이 없는 게임'이라는 인상이 강하게 박힌 상황이었다. 그러나 파티를 맺고 공개방 설정을 한 후에 매칭을 하기 시작하면서 게임 경험이 훨씬 더 달라진 부분이 있다. 게임 패스에 기본적으로 포함이 되어있는 게임인 만큼, 사람을 모으기는 쉬워서 기어즈 5를 하려 한다면 게임을 하기를 권장한다.

결론적으로 기어스 5는 그럭저럭 잘만들어진 싱글 플레이 게임에 계속해서 업데이트 하여 재밌어진 멀티플레이가 합쳐진 게임이라 할 수 있다. 게임 패스를 구독하면 기본적으로 딸려오는 게임이고 피씨-엑박 크로스 플레이를 기본적으로 지원하는 만큼, 게임 입문 허들도 이전보다 낮아졌다. 친구를 모아서 게임을 한다고 하면 꼭 추천하는 게임이라 할 수 있다.

 

게임 이야기

 

콜옵이란 무엇인가? 어떤 게임을 하나의 문장으로 축약하는 것은 힘든 일이지만 모던 워페어 이후 지난 13년 간 콜옵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확고한 자기 이미지를 구축하였다:좋은 의미로나, 나쁜 의미로나, 트리플 A 게임의 가장 밑바닥. 달라지는 건 없고, 싱글은 레일로드 슈터를 넘어서 아방가르드 수준에 이를 정도로 단순해지고 QTE, 이벤트 성 스테이지에 의지하고 있으며, 재작년에 했었던 것을 전년에 하지 않은 것이 변화고, 작년에 했었던 것을 올해 바꾸는 것이 변화고 혁신이라 불리는 게임. 하지만 이를 기분 나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콜옵은 원래 그랬던 게임이고, 그런 보수성과 얄팍함에도 13년 동안 살아남아서 수많은 게임 프랜차이즈들을 재껴버렸으니까 말이다.

 

그런 점에서 모던 19의 등장은 '위대했던 모던 워페어 시절의 콜옵을 다시 한번'이었다. 모던 워페어 2007은 당시로는 대단히 충격적인 게임이었다:밀리터리 판타지와 영화적 연출의 결합, 독특한 미니 게임들, 지금의 FPS 장르 전형을 만들어낸 멀티플레이들, 킬스트릭 시스템 등등. 지금은 아니지만, 모던 워페어 2007은 그야말로 트리플 A 게임의 시조였다. 거기서 변화가 없었기 때문에, 점점 오르는 트리플 A 게임의 기준의 밑바닥을 차지한 게 콜옵이지만 말이다. 그렇기에 '모던 워페어의 영광을 다시 한번'이라는 캐치프레이즈는 겉보기에는 야심차 보였다:위대한 시절로의 회귀.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새로운 길을 찾기보다 '그 시절'에 집착하는 모습이야 말로, 모던 19의 모양새는 콜옵이라는 프랜차이즈에 얽메일 수 밖에 없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여전히 콜옵다운 싱글플레이, 대체 왜 넣은지 모르는 그라운드 워페어, 낮아진 TTK(Time to Kill, 죽이는데 들어간 시간)와 무의미하게 넓어지고 복잡해진 맵들 등등. 모던 19는 모던 워페어 1이 보여주었던 충격과 신선함이 아닌, 망가진 밸런스의 모던 워페어 2와 최악의 콜옵 타이틀을 보유중인 고스트가 만들어낸 잡종에 가까웠다. 

 

하지만 워존은 달랐다:최근 유행하고 있는 배틀로얄 장르에 콜옵식 킬-포인트 스트릭 개념을 어떻게든 탑재해보려는 노력, 에이펙스 레전드 이후로 이어지는 공격적인 배틀로얄 흐름, 무료 플레이를 통해서 게임 플레이 폭을 어떻게든 늘려보려는 노력까지. 배틀로얄 장르가 PUBG나 포트나이트 이후로 이들을 배끼려는 시도를 해왔다면, 에이펙스 레전드나 워존은 독자적인 자신만의 흐름을 개척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했고, 소기의 성공을 거둔 케이스였다. 

 

콜드 워는 모던 19가 거둔 성공(워존)과 실패(그라운드 워페어 등등)를 이어받아서 자신만의 무언가를 만들려 한 게임이다. 흥미로운 점은 보조 제작사였던 레이븐이 슬렛지해머를 재끼고 트레이아크와 함께 최초의 콜옵 신작을 공동제작한 것이 이번 콜드 워라는 점이다:레이븐은 이미 최근에는 싱귤레리티, 아주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헥센 같은 게임을 만들었던 베테랑 게임 제작자들이었다. 그런 그들이 트레이아크와 함께 블랙옵스 프랜차이즈의 신작을 만든 것은 놀라운 부분이긴 하였지만, 예견된 수순이었다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콜드 워는 기본적으로 콜옵이다. 이 뜻은 반복적이긴 하지만, 나름의 의미가 있다:모던 19는 콜옵이 되고 싶어하지 않았던 콜옵이었다. 맵 내의 상호작용 요소나, 그라운드 워페어나, 현실에서 차용한 싱글 플레이와 이미지들은 충분히 논쟁적이었다. 모던 19는 모던 07을 부활시켜서, 콜옵이 아닌 새로운 무언가가 되고자 하는 시도였다. 하지만 그 시도는 놀랍지도 않고 그렇게 썩 재밌지도 않았다. 물론 최악의 콜옵(고스트)이라 부를 수 없지만, 최악의 콜옵이 되기에도 미적지근한 것이 모던 19였다. 블랙 옵스 1~4편이 각자 자신만의 포인트를 가지고(1편:냉전과 음모론의 재발견, 2편:미래 전쟁의 시작, 분기가 있는 싱글 등등, 3편:날아다니는 게임 플레이와 맵구성 등, 4편:멀티플레이 전용, 배틀로얄 장르의 인수) 있었고, 그것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였던 것을 생각한다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콜드 워는 블랙옵스 시리즈 같은 시도는 하지 않았지만, 적어도 모던 19처럼 이것도 저것도 아닌 미적지근한 게임이 되진 않았다.

 

 

싱글플레이는 블랙 옵스 1편의 거울상 같은 게임이다. 스포일러가 되기 때문에 자세하게 언급할 수는 없겠지만, 기존 콜옵의 미국과 반공 위주의 분위기를 뒤집는 묘한 반전이 있는 게임이다. 그것이 블랙옵스 1편이나 2편 정도 수준의 무게감을 가지는 서사는 아니지만, 짧고 즐겁게 즐기기에는 충분한 작품이다. 

 

멀티플레이 측면에서 눈여겨 봐야하는 점은 콜드 워가 모던 19의 많은 부분을 차용하고 있다는 점, 그러면서도 큰 틀에서는 블랙옵스 시리즈의 느낌을 따른다는 점이다. 모던 19가 이전 콜옵과 다른 점들, 혹은 모던 2와 고스트로부터 차용한 점은 넓어진 맵과 낮아진 TTK, 니가와 전술의 유리함 등등일 것이다. 기본적으로 이 둘이 모던 2와 고스트를 상당히 공정하지 못한 게임으로 만든 경향이 큰데, 1)맵이 넓어져서 적을 찾기 어렵다, 2)TTK가 낮아서 스나이퍼 라이플 같이 한 발 데미지가 큰 무기들은 먼 거리에서도 한 방에 상대를 죽일 수 있고, 3)소음기 낀 무기들도 충분히 먼 거리에서 적들을 잡을 수 있다, 라는 요소들이 문제였다. 모던 2 FFA 게임에서 모든 사람들이 길리수트 입고 꼼짝도 하지 않고 상대가 움직이길 먼저 기다렸다던가, 모던 2-고스트-모던19 모두 킬캠 보기전까지는 왜 죽었는지도 모르는 소위 의문사가 횡횡 했다는 점은 이러한 문제를 정확하게 드러내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콜드 워에서는 모던 19 방식의 넓은 맵(맵의 복잡도와 넓이를 늘리는)을 고수하면서도 이러한 경향성이 상당수 줄어든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는 두 가지 요소 때문이다. 첫번째는 전반적으로 소요되는 TTK를 올린 점이다. 덕분에 적을 상대하거나 공격을 받을 때, 확실하게 적을 잡지 못하면 역습을 당해 죽을 수 있다. 또한 TTK가 올라가면서 저격총+소음기로 헤드샷을 노리는 패턴도 사실상 봉쇄되었는데, 맵이 넓어짐과 동시에 소음기 거리별 데미지 감소가 겹치면서 '헤드를 맞춰도 한번에 죽이지 못하는' 문제가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다. 물론 현재 근거리 원거리 모두 커버하는 OP총(2020년 12월 기준)들인 AUG나 M16가 있긴 하지만, 맵 리딩만 잘하면 손도 써보지 못할 정도로 당할 수준도 아니고 너프될 가능성도 높기 때문에 마냥 총기 벨런스가 무너졌다고 이야기하기에는 애매하다.

 

두번째는 맵의 구성이다. 기본적으로 콜드 워의 맵 구성은 모던 19의 영향을 받아 커지고 복잡해졌지만, 흥미로운 점은 생각보다 스나이핑을 하거나 캠핑을 하거나 등의 게임 흐름을 느리게 만드는 요소들은 많이 없다는 점이다. 보통 콜옵에서 게임 흐름을 방해하는 요소는 한 곳에 오랫동안 머무르면서 스나이퍼 라이플 같은 한 발 고화력 무장으로 킬을 확보하고 킬스트릭을 뽑는 캠핑 플레이라 할 수 있는데, 모던19는 캠핑이나 이런 요소에서 다소 감점을 받을 수 밖에 없는 구조였다. 맵의 시인성, 적의 인지 등의 측면에서 모던 19의 맵은 너무나 복잡했고, 스나이핑과 같은 장거리 공격을 당할 때 '어디에 숨으면 되는가'라는 부분이 다소 모호한 부분들이 많았다.

 

모던 19의 논쟁적 맵 디자인의 대표적 예는 피카딜리일 것이다:맵은 거대하지만, 큰 흐름이나 전개가 보이지 않고, 플레이어가 전방을 주시할 때, 체크해야하는 공간들이 너무 많아서(2창의 창문, 버스 사이, 지하철 출입구 등등) 출입구를 주시하다가 어디서 날아왔는지 모르는 총알을 맞고 죽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리고 심지어 몇몇 스팟들(상점 2층 같은) 같은 경우에는 클레이모어를 설치하고 2층 스나이핑 포인트에서 농성하면 역 스나이핑이나 한계까지 쿠킹한 수류탄 말고는 도저히 상대를 제압할 방법이 없는 공간들도 각 맵마다 곳곳에 존재했다.

 

콜드 워의 경우, 이전 콜옵들에 비해서 스나이핑이나 장거리 싸움 비중이 늘어나기는 했지만, 모던 19나 모던 2, 고스트 같은 수준까지는 떨어지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맵은 넓지만, 플레이어가 신경써야하는 것은 전방, 후방, 그리고 좌우 방향이다. 보통 콜옵에서 중요한 능력은 적이 어느 방향에 존재하고 어느 방향으로 진격할 것인지에 대한 맵 리딩 능력이다. 콜드 워의 경우, 플레이어가 움직이는 경로에 자잘한 엄폐물들을 배치해두고, 탁 트인 복도나 거리에서 상대가 장거리 교전을 시도하면 빠르게 은엄폐를 할 수 있는 구조로 짜여있다. 그렇기 때문에 맵 리딩과 플레이어들끼리 뭉쳐 다니는 기본적인 것들만 잘 지킨다면 갑자기 날아오는 총알에 목숨을 잃는 일은 없다고 봐도 된다. 

 

이러한 맵 구성의 대표적인 예가 앙골라라 할 수 있다:한쪽은 위성이 추락한 잔해로 되어있고, 다른 한쪽은 얕은 사구들과 탁트인 전경으로 구성되어 있다. 큰 맵의 구조로 보았을 때는 사구 쪽에서 사구 쪽으로 접근하는 플레이어와 잔해쪽 양쪽다 견제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잔해쪽에서 사구쪽의 저격이나 견제를 효과적으로 피할 수 있게끔 엄폐물이 산재하여 있어 저격이 말처럼 쉽지는 않은 상황이다. 또한 플레이어가 마음 먹으면 잔해쪽에서 사구쪽에서 저격하는 플레이어를 우회 공격하는 것도 가능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게임은 맵을 큰 흐름으로 쪼게서 흐름을 파악하게 만들고, 그 사이에서 은엄폐물을 배치해서 플레이어가 마냥 쉽게 당하지 않게 보호한다. 

 

포인트스트릭의 경우도 상당히 이전의 포인트 스트릭보다 과격한 형태로 발전하였다:이제는 내가 죽어도 쌓아올린 포인트는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에, 킬스트릭을 불러내는 것은 이전 콜옵들보다 장벽이 많이 내려갔다. 대신, 스트릭의 요구 점수가 이전 콜옵들에 대비해서 엄청나게 증가하였는데, UAV 역할을 하는 첩보기 같은 경우에는 1000포인트를 요구하고 있고, 보통 킬이 주는 포인트가 기본 50 정도인 것을 감안한다면 기본 첩보기만 불러내는데 무려 20킬(!)을 요구한다. 일반적인 콜옵에서 5킬 전후에서 첩보기를 불러냈던것을 감안한다면 이는 어마무지하게 높은 수치다. 

 

하지만 콜드 워의 포인트스트릭은 스트릭의 기반이 되는 포인트를 더 세부적인 행동으로 쪼갠다:기절 수류탄으로 적을 기절 시켰을 때 15점, 장비를 이용해서 적의 위치를 잡거나 적을 방해하였을 때 10점 등등. 여기에 '포인트'스트릭 답게 목표저향적인 추가점수도 부여하고 있다. 또한 기본적으로 연속 사살을 할 시에 추가적인 점수를 부여하여 기존의 콜옵과 템포가 비슷하게 만드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콜옵 콜드 워 멀티플레이의 게임 플레이는 위와 같은 변화점으로 인하여 모던 19보다 훨씬 더 콜옵스럽고, 공정한 형태의 게임 플레이를 보여준다. 눈 먼 총알에 맞아죽지 않고, 니가와 플레이하겠다고 문 닫아놓고 그 뒤에 클레이모어를 설치 하지 않으며, 게임 모드 별로 목표 지향적인 게임 플레이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이것은 10년 넘게 콜옵스러움을 유지하고 있는 프랜차이즈라는 한계에 잡혀있기 때문에, 무언가 혁신적인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여전히 재밌고, 아무 생각없이 즐길만하다.

 

결론적으로 콜옵 콜드 워는 매년 죽지도 않고 돌아오는 각설이 같은 게임이다. 게임의 완성도와 신선함으로 따지면 이미 이걸 능가하는 게임은 수도없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신선한 게임들 사이에서 계속해서 사람들에게 어필하고 게임을 구매하게끔 만드는 어필하는 매력을 콜옵 콜드 워는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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