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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

 

메트로베니아라는 장르는 닌텐도로 나온 메트로이드 시리즈와 코나미에서 나온 캐슬베니아(일본쪽 명칭으로는 악마성 드라큘라) 시리즈, 두 이름을 합쳐서 만들어진 조어다. 정확하게는 메트로이드가 먼저, 월하의 야상곡이 등장한 이후에는 메트로베니아라는 장르가 정착했다. 메트로베니아는 2D 플랫포머의 하위 장르지만 단방향적인 스테이지를 두고 달려나가는 거대한 스테이지를 설정해두고 플레이어가 스테이지 곳곳에 숨겨져있는 비밀과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던 메트로이드와, 여기에 RPG 요소들을 탑재한 월하의 야상곡을 통해서 장르적으로 성립되었다. 메트로베니아 시리즈는 이후 캐슬베니아 시리즈로 이어져내려오다가, 2D 플랫포머가 메인 스트림에서 내려온 2000년대 이후에는 인디게임이나 소규모 제작 게임들(블러드스테인드나 할로우 나이트 같은)에서 찾아볼 수 있다. 확실한 점은 메트로베니아라는 장르 자체는 여전히 현역이고, 많은 개수와 재해석이 이루어진 '살아있는 장르'라는 점이다.

 

하지만 아직도 살아있는 메트로베니아 장르의 원판이라 할 수 있는 메트로이드와 캐슬베니아는 아이러니하게도 생명력을 잃었다는 점일 것이다. 캐슬베니아의 경우, 코나미의 노선 변경과 프로듀서인 이가라시 코지의 이탈 등의 다양한 일들이 겹치면서 2010년 전후로 죽음을 맞이했다. 하지만 메트로이드는 조금 달랐다. GBA로 나온 메트로이드 퓨전 이후, 메트로이드는 프라임 시리즈를 내면서 기존 메트로이드의 노선과 다른 길을 걸었다. 엄밀하게 이야기하자면, 메트로베니아 혹은 메트로이드 장르에 속한 메트로이드 게임은 사실상 2002년 퓨전이 마지막이었다. 1인칭 액션 게임으로 새로운 방향성으로 나가고, 그것이 결말을 맺은 프라임 3부작이 07년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메트로이드 시리즈의 침묵은 어찌보면 캐슬베니아 시리즈보다도 더 오래되었다 할 수 있다.

 

메트로이드 드레드는 커럽션 이후 14년, 그리고 퓨전 이후 19년만에 등장한 2D 메트로베니아 게임이다. 메트로이드 프라임 4가 나오는데 기약이 없었다는 점 때문에 그 사이를 매꿔줄 작품이 필요했다는 것은 다들 아는 사실이었지만, 그것이 메트로이드 퓨전으로부터 정식으로 이어지는 속편이었다는 점은 팬들을 충격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제작사인 머큐리 스팀이 메트로이드 사무스 리턴즈를 만든 제작사라는 것을 생각하면, 이러한 선택이 그렇게 까지 놀랍지는 않을 것이다. 반가운 소식이긴 했지만, 동시에 근 20년만에 다시 2D 메트로이드 장르로 돌아온 것일까? 그것이 적절한 선택이었는가? 라는 질문들이 사람들 사이를 지나가긴 했을 것이다. 메트로베니아 시리즈는 메트로이드나 케슬베니아의 역사를 넘어서 장르 그 이상을 추구하기 시작했다. 단순히 드레드는 프라임 4이 나오지 않는 기대감을 채워줄 지 여부를 떠나서, 지금와서 메트로이드 시리즈가 다시 그 문법을 따르면서 재조명을 받을 가치가 있는지까지 대답해야 했었던 부담감을 지고 있는 게임인 셈이다.

 

드레드는 특이하게도 메트로이드 기본 시리즈 본연에 충실한 게임이다:플레이어는 게임을 진행하면서 능력들을 얻고, 스테이지를 풀어나간다. 놀라울 정도로 드레드는 이 구성에서 벗어나지 않는데, 19년 간의 공백동안 있었던 장르적 변주나 발전을 철저히 배제한 체 우직하게 기본 구성으로 승부를 본다. 게임은 3DS 버전 사무스 리턴즈에서 적용한 우 스틱으로 조준하는 시스템과 후술할 몇몇 부분을 빼면 이전 메트로이드와 거의 동일한 구조이고 그 차이를 제외한다면 19년전의 메트로이드와 동일하다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트로이드 드레드는 훌륭하게 작동한다. 기본적인 장르적 재미 자체는 이미 30년전부터 보장된 시리즈지만, 메트로이드 드레드는 그러한 시리즈의 본질에 충실하다. 플레이어는 끊임없이 뛰어다니고, 새로운 능력을 얻고, 더 나아가서 보스와 싸운다. 최근 게임들이 많은 부분 포기했다 할 수 있는 '짜임새 있는 구성'이나 '재미가 떨어질만한 구간에서 새로운 요소를 투입해 재미를 주는 진행 곡선'은 메트로이드 드레드에 적확한 표현이라 할 수 있다.

 

드레드는 메트로베니아, 아니 그보다도 더 이전의 메트로이드의 뼈대에 기반한 게임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베이스가 되는 게임 플레이는 이전 시리즈와 같이 상당히 깊이가 있다. 메트로베니아의 시작이라 할 수 있었던 월하의 야상곡이 능력의 구분에 따라서 맵을 구분하는 것이 상당히 거칠었던 것을 생각한다면 말이다:월하의 야상곡에서 스테이지들은 상당히 러프하고 분명하게 형태로 나뉘어져 있는데, 더블 점프가 있으면 통과할 수 있는 곳/박쥐 변화가 있으면 통과할 수 있는 곳 등등으로 얻는 능력에 따라서 도달할 수 있는 곳들이 분명하게 정해졌다. 하지만, 오래된 메트로이드 시리즈들의 경우에는 이러한 능력에 따른 스테이지 구분들을 다양한 테크닉 등을 통해서 뛰어넘을 수 있게끔 하는 것들이 가능했다. 요컨데, '그 능력을 해금하지 않고도 다음 구간으로 넘어갈 수 있는' 숨겨진 테크닉과 구간들이 존재한다. 이러한 깊이 때문에 드레드는 실제 플랫포밍 플레이를 진행할 때 더 다양한 선택지들이 존재하는 편이다.

 

메트로이드 드레드의 흐름은 동키콩 트로피컬 프리즈의 케이스 때와 유사하다:게임은 고전 2D 플랫포밍 게임을 그대로 따라가는 한 편, 그 속에 두 가지 트렉을 숨겨두는 것이다. 하나는 게임 스테이지를 그대로 따라갔을 때의 정석적인 흐름, 또다른 하나는 플레이어가 게임을 깊이 이해했을 때 색다른 흐름으로 경험하게끔 하는 것이다. 이 두 흐름이 상충되지 않고(강제적인 게임 플레이로 게임을 쉽게 만들지 않고, 동시에 게임 난이도를 억지로 끌어올리지 않는 등), 서로 상보적인 동시에 더 나아질 수 있는 가능성을 드러낸다는 점(동키콩 트로피컬 프리즈에서는 바나나 코인과 같은 요소가 그러하고, 메트로이드 드레드에서는 업그레이드 요소가 그러할 것이다)에서 드레드의 큰 흐름은 동키콩 프로즌 컨트리와 맞닿아 있다:2D 플랫포밍에서 스피드 러닝의 테크닉과 플랫포밍 게임에서의 테크닉을 자연스럽게 게임에 녹여냈다는 점에서 말이다.

 

여기에 드레드는 E.M.M.I라는 독특한 변주를 준다:E.M.M.I.는 특정 스테이지 구간에서만 등장하는 보스형 몹이며, E.M.M.I.는 죽일 수 없기 때문에 구간 내의 보스를 잡아 1회성 능력인 오메가 빔을 해금하기 전까지는 이들을 피해서 돌아다녀야 한다. 즉, 이 스테이지에서는 E.M.M.I.가 일종의 이동형 즉사 장애물로 등장하고, 플레이어는 최대한 이들을 피해서 E.M.M.I가 없는 스테이지 밖으로 피신해야 한다. 이동형 즉사 장애물이 나오는 게임들이 최초는 아니지만, E.M.M.I.는 상당히 넓은 구간에서 지독하게 플레이어를 쫒아온다. 그걸 떨쳐내기 위해서는 스테이지 내에 있는 다양한 요소(자력 벽이나 카트, 작은 통풍구 등)들이나 플레이어의 능력(투명해지는 능력 등등)들을 최대한 쥐어짜야 한다. 이러한 E.M.M.I.가 등장하는 구간이 플레이어가 계속 진행하는 방향에 등장하기 때문에, 게임에 긴장감을 계속해서 더 해주는 요소라 할 수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은 게임 자체가 상당히 일방향적이라는 것이다. 물론 메트로이드 시리즈가 하나 하나 따져보면 진행 방향이 분명히 정해져있는 게임이긴 한데, 그래도 최근의 메트로베니아 시리즈들처럼 맵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면서 탐색하거나 하는 여지가 그렇게 많지 않다. 그나마 중반 이후에 맵을 탐색할 수 있게끔 풀어주기는 하는데, 그 타이밍이 좀 늦다는 느낌이 강한 기분이다. 더 넓은 맵에서 자유롭게 탐색하는 진행 구간을 늘려줬으면 더 재밌을 수 있는 부분이긴 한데, 아마도 전통적인 메트로이드 시리즈에 익숙하지 않은 플레이어들을 배려하기 위해 제작사가 넣은 부분이라 판단된다. 다만, 너무 배려하지 않았나 싶은 아쉬움도 들긴 한다.

 

결론을 내리자면, 메트로이드 드레드는 여전히 지금도 전통적인 메트로이드 시리즈가 매력적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게임이다. 숙련된 플레이어면 5~7시간을 하면 클리어하긴 하겠지만, 그 5~7시간을 매우 만족하면서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다음번 작품에서는 좀 더 플레이어를 풀어주고 좀 더 몰아붙여도 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게임 이야기

 

데스 루프는 아케인 스튜디오에서 만든 액션 게임이다. 플레이어는 영원히 반복되는 하루 속에서 콜트를 플레이하며 섬에 존재하는 8명의 선지자를 단 하루만에 모두 다 죽어야 한다. 이머시브 심 게임이라는 점과 암살 타겟들을 차례대로 처리해야한다는 점에서  게임은 아케인 스튜디오에서 만든 이전 작들인 디스아너드 시리즈와 유사하게 흘러간다. 하지만 데스 루프에 이전작들과 차별화된 점이 있다면 게임의 흐름 자체가 하나의 스테이지를 여러번 플레이하게끔 짜여있다는 것이다.

 

데스루프의 핵심은 가벼움과 반복되는 게임 플레이다:디스아너드 시리즈와 비교해보면 이 게임의 특이한 부분들이 여지없이 드러나는 편인데. 기존의 디스아너드 시리즈들이 플레이어의 행동에 따라 게임 속 다양한 요소들과 반응하고 변화하는 세계를 지향하는 이머시브 심을 지향했었기 때문에 게임 자체가 상당히 복잡하고 세밀하게 짜여졌으며, 동시에 '플레이하기 무거운 형태'를 지향했다. 가령, 플레이어가 블링크를 이용해서 고저차를 이용한 은신을 하는 게임 플레이를 지향한다고 하자. 이렇게 은신 형태의 게임을 플레이할 때, 플레이어는 자연스럽게 다른 형태의 게임 플레이를 포기할 수 밖에 없는데 여기에 들어가는 재화나 스킬에 필요한 포인트 등이 결국은 '제한된 재화 내에서 플레이어가 플레이를 선택해서 나가는 것'을 지향하였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번 선택한 플레이 스타일은 쉽게 다시 돌아가기 힘든 그런 부분이 있다. 모든 자원과 게임 플레이의 지향성은 쉽게 되돌릴 수 없다. 

 

하지만 데스루프의 게임 플레이는 디스아너드와는 사뭇 다르다. 충분한 시간을 들인다면 플레이어는 대부분의 무장과 스킬들을 쉽게 맞출 수 있고, 스킬을 쓰는데 이용되는 에너지도 자동으로 회복되며, 잠입의 실패에 대한 처벌도 관대하다. 게임은 이전 디스아너드나 다른 이머시브 심 게임들에 비하면 대단히 관대하다는 인상인데, 이는 게임의 전반적인 구조 때문에 그러하다.

 

데스루프의 게임 플레이는 빠르고, 시원스러우며, 플레이어로 하게끔 다양한 게임 플레이를 시도하게끔 만든다. 데스루프는 이전 이머시브 심 게임들에 비해서 아드레날린을 한껏 들이킨 모습을 보여준다:플레이어는 원없이 달리고, 원없이 특수능력을 쓰며, 강력한 초능력들로 적들을 농락할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다른 이머시브 심 게임들과 비교할 때, 전면전과 잠입 플레이가 동시에 공존할 수 있다는 점인데, 잠입을 하다 실패했을 시 빠르게 전면전으로 이행하는 것이 가능하고, 전면전에서 밀리면 빠르게 이탈하고 적들에게서 한숨 돌리는 것도 쉽다. 적들 AI의 반응성이나 경보 시스템이 정교하지 않고, 체력을 제외한다면 플레이어의 화력이나 능력이 다른 게임보다 더 강하게 책정되었다.

 

데스루프의 게임 플레이 핵심은 기본적으로 게임 스테이지들을 여러 각도에서 반복해서 바라보는 것이다. 이전 게임들과 다르게, 데스루프에서는 기본적으로 4개의 스테이지로 구성되어 있다. 이머시브 심답게 각각의 맵들은 다양한 요소들이 존재하지만, 전체의 맵 크기만 놓고 본다면 데스루프의 맵 크기와 다양성은 그렇게 다양하지 않는 편이다. 또한 전반적으로 게임 진행 속도가 빨라졌다는 점도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체감되는 게임 스테이지의 크기는 더 적은 편이다.

 

대신 게임은 맵을 줄여놓은 대신에 다양한 방향성을 부여한다:각 스테이지에 대해서 4개의 시간대를 쪼게놓은 뒤, 8개의 타겟과 다양한 이벤트들을 배분하는 방식이다. 스테이지 각각은 분명 기존의 디스아너드의 맵들 크기거나 혹은 그거보다 작은 편이지만, 시간대를 각 스테이지에 바리에이션을 두고, 각기 다른 이벤트들을 시간대별로 배치하여 마치 서로 다른 스테이지를 플레이하는 기분을 들게 만든다. 

 

분명한 점은 데스루프의 게임은 겉보기와 다르게 '로그라이크'는 아니다. 게임 내 모든 요소들은 정확하게 동일한 위치에 존재하고, 동일한 시간에 동일한 이벤트들이 일어난다. 그렇기 때문에 스테이지를 외워서 게임을 진행하는 것이 가능하고, 게임에 영향을 주는 것은 플레이어의 행동으로 인해서 그 다음 시간대 스테이지가 바뀌는 것 뿐이다. 대신 하루가 지나면 플레이어가 들고 있는 소지품과 모든 게임 진행 상태가 리셋된다는 점에서 로그라이크 같이 생기는 부분이 있긴 하다. 하지만, 스킬이나 장비 등을 쉽게 전승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게임의 핵심은 '전체 구조를 익히고, 필요한 이벤트를 진행하여 스테이지에 변화를 유발해 게임을 진행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데스루프의 구조는 본질적으로 '선형적'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대신에 그 선형의 게임 플레이를 계속해서 반복해서 더 잘하게 되고, 강해지는 것이 게임 경험의 핵심이다. 선지자를 암살하는 방법은 다양할 수 있지만, 선지자를 암살하는 순서와 처리하는 시점은 고정이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그 단 하나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게임은 이러한 과정을 UI/UX 적으로 잘 정리하고 있기 때문에, UI/UX가 가르키는 방향으로만 잘 진행해도 큰 막힘없이 게임을 진행할 수 있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데스 루프의 게임 스타일은 이전 디스아너드 게임들과 비교해보면 그 깊이가 얕게 느껴지는 부분들이 있다. 이 부분들은 전적으로 적 AI들 때문이다:AI들의 감지나 반응 속도, 움직임들은 상당히 딱딱하고 느리며 단순하다. 이 덕분에 소음기 달린 권총들을 구하기 시작하면, 게임의 난이도가 너무나 쉬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대부분 소음기 권총 헤드 한방에 적을 끝낼 수 있고, 다른 초능력들을 사용하면 더 게임이 쉬워진다. 기존 디스아너드 시리즈를 플레이 해본 사람들이라면 너무나 쉽게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게임의 플레이 구성이 '하나의 스테이지를 탐색하며 천천히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다음 루프로 넘어가서 탐색한 정보를 토대로 이벤트를 진행하고 스테이지를 변화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게임에서 스테이지를 탐색하고 다음 시간으로 넘어갈 때, 망설임 없이 넘어가길 바라는데 중간 중간 나오는 AI 적들이 너무 똑똑하거나 게임 플레이에 발목을 잡았다면 루프를 빠르게 넘어가는 것이 힘들었을 것이다. 기존 이머시브 심에 비해서 '이머시브 심이되 플레이어의 파워 판타지를 충족시킬 수 있는' 가벼움을 추구하는 것이 데스 루프다.

 

대신 게임은 줄리아니라는 독립 변수를 부여한다:줄리아니는 고정되어있는 선지자들의 행적이나 스테이지 구성과 다르게 플레이어를 능동적으로 사냥하는 적인데, 좋은 총기와 능력으로 무장하고 있어서 게임 내에서는 일종의 '보스'나 '문지기' 역할을 맡고 있다. 그러나 싱글플레이에서 줄리아니는 플레이어의 위치만 알 뿐 여전히 둔감한 AI를 이용하고 있기 때문에, 싱글플레이의 줄리아니는 플레이어가 쉽게 농락가능하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 줄리아니가 사람이 잡아서 플레이하는 멀티플레이도 가능하다. 일종의 다크소울처럼 '암령 플레이'를 하는 것이라 할 수 있는데, 이렇게 진행했을 때 게임 플레이의 질이 많이 높아진다고 평가하는 사람들도 있다. 다만 문제는 게임을 플레이 했을 당시에는 멀티플레이가 잘 잡히지 않다는 문제가 있었다. 만약에 플레이를 원한다면 사람들을 잡아 같이하길 추천하는 편이다.

 

결론을 내리자면, 데스루프는 빠르고 가벼워졌고 그 바운더리 내에서는 훌륭한 게임이다. 달리면서 적들을 빠르게 처리하고, 초능력을 마음대로 쓰며, 막히지 않고 빠르게 플레이하기를 원한다면 데스루프는 훌륭한 게임이다. 다만 알아둬야 하는 점이 있다면, 이 게임은 기존의 이머시브 심 게임들과 비교하면 상당히 가볍고 다른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그것이 꼭 나쁜 것은 아니지만, 기존의 이머시브 심 게임들을 해봤다면 당혹스럽게 느껴질 부분들이 꽤 있다. 멀티까지 포함해서 보았을 때는 훌륭할 수 있지만, 같이 할 사람을 고정적으로 구했을 때의 이야기라 모두에게 해당되는 부분은 아닐 것이다. 구매를 할 때, 꼭 호평만 보고 구매하지 말고, 양쪽 장단점을 모두 비교하고 구매할지 여부를 스스로 판단해야 할 것이다.

게임 이야기

 

포르자 호라이즌 5는 엑스박스 독점 오픈월드 레이싱 게임이다. 구엑박 시절부터 함께한 유서 깊은 레이싱 시리즈였던 포르자 시리즈는 일반적인 레이싱 시리즈였던 모터스포츠, 그리고 오픈월드 시리즈였던 호라이즌으로 나뉘게 된다. 호라이즌에서 플레이어는 축제의 슈퍼스타로, 맥시코 지역을 배경으로 한 자동차 레이싱 페스티벌에 참여해서 서킷 레이싱,  스트리트 레이싱, 차량 스턴트 등의 활동을 즐기게 된다. 이런 레이싱 장르의 게임들이 보통은 한 두개의 활동에 집중하는걸 생각한다면, 포르자 호라이즌 시리즈의 야심은 대단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포르자 호라이즌 5는 달리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게임이다. 레이싱 게임에서 자동차를 운전하고 빠르게 달리는 것이 핵심적인 재미라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지만, 역으로 생각하보면 레이싱 장르가 입문 난이도가 높은 것도 이 '빠르게 달리는 것이 힘들기 때문'이었다:어느 속도로 코너로 감속해야 하는지, 자동차는 어떤 것을 골라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가장 빨리 갈 수 있는지 등에 대해 경험과 지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레이싱 장르에는 '완벽한 주행'이 존재한다:모든 서킷과 코스에는 정답이 존재하고, 플레이어는 그것을 정확히 구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레이싱 장르의 게임이 점점 시뮬레이션에 가까워질 수록 게임의 입문 난이도를 높이는 원인이 되었고, 레이싱 게임에서 많은 요소들을 단순화 시키고 플레이어에게 가이드라인을 주는 레이싱 아케이드 류의 장르(니드 포 스피드 같은)가 등장하는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포르자 호라이즌 5은 시뮬레이션과 양쪽 모두의 방법론을 취하고 있다:다루고 있는 활동의 범위가 매우 넓고 다양한 종류의 자동차(클래식 세단 ~ 슈퍼카까지)들을 다루고 있긴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심케이드(시뮬레이션+아케이드) 레이싱이라 할 수 있는 작품이다. 다양한 자동차들과 특징들을 세밀하게 구현하고는 있긴 하지만, 기존 시뮬레이션 레이싱에서 나오지 않는 요소들도 존재하고 게임의 주요한 축을 구성한다. 예를 들어 시간을 되돌려서 과거 주행 시점으로 돌아가는 되감기 버튼, 레이싱 중 최적의 주행경로와 속도를 보여주는 인터페이스, 주행 이외에도 드리프트나 기물 파손 등을 점수화 하고 경험치를 얻는 구조, 외관만 부서지고 실제 주행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 요소 등이 그러하다. 

 

이러한 포르자 호라이즌 5의 아케이드 요소들은 게임을 단순화시키는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닌, 게임에 빠르게 적응하고 계속할 수 있는 동력을 제공하게 만드는 요소라 할 수 있다. 실제로 이러한 부분들은 뛰어난 그래픽이나 음향, 음악들과 잘 어울러져서 플레이어에게 주행의 쾌감을 전달하는데 반복 플레이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로 이어진다. 또한 후술할 시뮬레이션 요소들과 오픈월드 요소들로 인하여 단순한 반복이 아닌 게임을 끊임없이 파고드는 콘탠츠 소비 구조가 구축된다.

 

포르자 호라이즌 5의 시뮬레이션 요소들은 다양한 차들과 튜닝 요소다:포르자 호라이즌 5에는 수많은 차들이 존재하고, 이 차들은 튜닝을 통해서 더 정교하게 성능을 조정할 수 있다. 게임은 다양한 상황(로드, 서킷, 스트릿 레이싱, 스턴트, 오프로드, 크로스 컨트리 등등)에서 레이싱을 제공하기 때문에, 각각의 상황에 맞춰서 차와 튜닝을 준비하는 것이 필수이다. 튜닝으로 성능을 조정하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시가 처음 초반에 제공해주는 3개의 차들이다:이들은 튜닝에 따라서 거의 상당수의 상황에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튜닝을 통해서 상황에 맞게 차를 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필요에 따라서는 등급도 자유자재로 조절가능하기 때문에 게임에서 튜닝이라는 요소는 게임의 폭과 다양성을 넓혀주는 요소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게임에서 맨땅에 헤딩하듯이 튜닝하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 차에 대해서 전혀 모르거나, 혹은 일상생활에서 차를 타는 정도로만 차를 아는 사람에게 엔진이나 타이어, 심지어는 타이어 공기압까지 조정을 해야하는데 이러한 부분은 심한 허들로 다가올 수 있다. 특히 순정 차량으로 레이싱을 하다보면 도달하게 되는 일종의 한계치가 있는데, 그 한계치를 돌파하기 위해서 튜닝이 필수적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더더욱 진입장벽으로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이는 포르자 호라이즌의 가장 독특한 점이자 강점으로 쉽게 극복할 수 있는 부분이다.

 

포르자 호라이즌 5는 주행의 편의성을 아케이드 레이싱의 방법론으로, 주행의 깊이와 다양성을 시뮬레이션의 방법론으로 구성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방법론 자체는 이전 레이싱 게임에서도 자주까지는 아니더라도 간간이 찾아볼 수 있었던 부분들이었다. 포르자 호라이즌 5가 다른 레이싱 게임보다 높게 비상하는 것은 이러한 방법론들을 오픈월드와 커뮤니티라는 거대한 횡적 다양성으로 묶고 있는 부분에 있다:기존의 게임들이 다양한 방법론들을 한데 묶어서 하나의 축으로 깊이있게 들어가는 방향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깊이 파고드는 과정에서 처음 콘탠츠들은 쉽게 버려지는 경향성도 있었다:레이싱 게임은 보통 처음 언락되는 자동차들이나 트랙들, 난이도들은 이후 게임에서 플레이되지 않는다. 게임에 익숙해질수록 초반 콘탠츠의 리플레이 가치는 점점 떨어질 수 밖에 없다.

 

포르자 호라이즌 5의 핵심적인 매력과 재미는 '레이싱 서킷에 정답은 있다, 하지만 그 정답은 자동차의 수와 종류만큼 존재한다'에 존재한다. 포르자 호라이즌 5에서는 낮은 등급(B~A등급)의 자동차들이나 트랙들이 자주 다시 플레이된다. 튜닝의 깊이도 있지만, 트랙에 다양한 차량들을 가지고 와서 게임을 플레이하는 재미가 있다. 그것은 게임이 횡적으로 엄청나게 다양하고 풍부한 콘탠츠들과 서킷을 제공하고, 튜닝이나 다양한 차량들로 매번 달리는 재미를 다르게 한다. 어떻게 보면 트리플 A 게임이 도달한 궁극의 이상향이라 할 수 있는데, 깊이와 콘탠츠의 다양성과 풍부함을 모두 사로잡아 플레이어를 만족시킨 게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포르자 호라이즌 5는 게임 내에 플레이어들의 커뮤니티를 만들어서 하나의 생태계를 구축하고, 플레이어들이 함께 달리는 감각을 제공한다. 자신의 튜닝 설정을 제공해서 다른 사람들이 쉽게 튜닝을 할 수 있게 하든가, 서킷 이벤트를 만든다든가, 길거리 1대1 레이싱을 즐긴다든가, 데칼을 공유한다든가 등의 다양한 콘탠츠들을 유저가 만들고 공유하고 그리고 함께 즐긴다. 다른 게임들과 비교해 보았을 때 포르자 호라이즌의 커뮤니티 공유 구조는 편리하며, 게임의 오픈월드 구조와 콘탠츠 재생산에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낸다.

 

결론을 내리자면, 포르자 호라이즌 5는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거대한 축제라 할 수 있다. 달리는 것도 재밌고, 달리는 과정에서 점점 더 능숙해지는 과정도 재밌고, 사람들과 게임을 같이하는 것도 재밌다. 레이싱 게임들이 보통 매니악한 유저층을 대상으로 판매되는 것을 생각한다면, 포르자 호라이즌 5는 그 한계를 가볍게 뛰어넘은 게임이며, 많은 사람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훌륭한 게임이다. 게임 패스를 구독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꼭 플레이해보기를 추천하며, 게임패스가 없더라도 구매해도 아깝지 않은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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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

 

광기란 무엇인가? 우리는 흔히 정상에서 벗어난 사람들을 광인이라 부른다. 하지만 단순히 정상에서 벗어난 사람들을 광인이라 부르기에는 이 정의는 너무나 무딘 정의라 할 수 있다:고대에서 광인들은 때때로 미래를 예지하거나 놀라운 통찰력을 가진 사람으로 인정되어 중요한 직책을 맞기도 했기 때문이다. 환각과 광기에 기반한 통찰력은 근대 이전의 사회에서는 현대 사회가 인정하는 광인과 광기의 정의와 범주 그 이상의 의미를 가졌다. 이는 광기의 특징에 기반한다:광기는 종종 일반적인 논리의 단계를 뛰어넘어, 서로 연결되지 않는 요소들을 유연하게 연결한다. 그것은 때때로 일반적인 논리로 통찰할 수 없는 새로운 가능성의 영역을 개척하는데, 그 광기의 유연함과 논리를 벗어난 자유로움이야말로 광기의 핵심이다.

 

사이코너츠 2는 구 엑박 시절 광기넘치는 플랫포밍 게임인 사이코너츠 1편의 정식 후속작이다:구엑박에서 엑박 360, 엑박 원을 넘어서 엑박 시리즈 엑스까지 콘솔 3대를 뛰어넘는 근 20년만의 신작인 셈이다. 1편은 컬트 게임의 명작이었지만, 상업적으로는 처참한 실패를 경험했기 때문에, 근 20년만에 정식 신작이 나온 것은 놀라운 일인 동시에 걱정되는 일이었다. 더블파인 스튜디오가 오랫동안 게임을 만들어오긴 했지만, 사이코너츠와 같은 플랫폼 게임은 만든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이코너츠 2는 그러한 불안을 떨쳐내고 20년만의 기대감을 충족시켜주는 게임이었다.

 

사이코너츠는 기본적으로 사람의 머릿속을 탐험하는 플랫포밍 게임이다. 플레이어는 주인공인 라즈를 조작해 사이코너츠에서 사람의 정신세계를 탐험하면서 머릿속의 문제를 해결하며, 더 나아가서 그 사람이 갖고 있는 정신 깊숙한 곳의 문제를 대면하고 해결해야만 한다. 사이코너츠가 거의 20년 전의 게임 치고 놀라웠던 부분은 현대적인 3D 플랫포밍 게임과 비견해도 낡지 않은 게임 플레이와 스테이지, 그리고 유연한 스테이지 구성에 있다:사람의 머릿속 처럼 광기 넘치게 구성되어 있지만, 동시에 나아갈 길이 뚜렷하게 제시되고 나아가게끔 유도하는 점 등은 최근 게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미덕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광기라는 측면에서 사이코너츠는 정말로 훌륭하다:스테이지의 다양한 요소들은 등장인물의 정신 세계들이 뒤죽박죽으로 섞여있는 모습들인데, 마치 말도 안되는 요소들이 등장인물들 머릿속의 내적 논리에 의해서 하나의 스테이지를 구성하는 광경은 장관이다. 정갈하게 정리된 샤샤의 머릿속에 점점 카오스가 펼쳐지는 장면이나, 생선의 머릿속에 고질라와 같은 스테이지가 만들어진다 하는 등의 장면들은 '말이 전혀 안되는데 묘하게 말이 되는' 모습들이다. 전반적으로 사이코너츠가 컬트적인 인기를 끌었던 것은 이러한 정신나간 것들이 실제 말이 되게끔 구성했다는 점에 있을 것이다.

 

사이코너츠 2는 사이코너츠 1의 미덕을 제대로 이어받고 있다. 사람의 머릿속을 게임 스테이지로 풀어내는 듯한 게임 스테이지 구조는 여전히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 첫번째 게임 스테이지인 닥터 로보토의 스테이지를 보자:인셉션을 패러디한 구조인 이 스테이지는 전작의 악역이었던 닥터 로보토로부터 흑막의 정보를 빼내기 위한 심문 작업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닥터 로보토가 저항하면서 원래 설계되었던 스테이지는 점점 로보토의 치과처럼 자연스럽게 변화한다. 두가지 컨셉의 스테이지(의도적으로 로보토를 속이기 위한 스테이지 + 로보토의 내면이 형상화된 치과 스테이지)가 점점 섞이면서 스테이지의 구성이 바뀌는 것이 일품인 스테이지인데, 사이코너츠 2의 모든 스테이지들은 이런식으로 게임의 플롯과 컨셉, 게임 내의 플랫폼 컨셉들이 함께 어우러져있어 게임을 흥미롭게 만든다.

 

사이코너츠가 훌륭한 점은 뭔가 대단히 난잡한것처럼 보이더라도 실제 진행하는 과정은 직관적이라는 것이다:사람의 머릿속처럼 혼란스럽고 복잡하더라도, 나아갈 길이 어딘지를 직관적으로 제시하고 있으며, 플레이어는 자연스럽게 그 길을 따라간다는 것이다. 이는 게임의 스테이지 디자인 뿐만 아니라 게임의 스토리라인이 이러한 가이드를 정확하게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이코너츠 2가 1편보다 더 나아진 부분은 이러한 스테이지들이 단순히 일직선으로 진행하는 것이 아닌, 다양한 형태와 목적을 가진 스테이지들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콜튼 부울의 스테이지를 예로 들어보자:콤튼은 주변인으로부터 정신적으로 많은 부담감을 느끼는 인물인데, 플레이어인 라즈는 그의 부담감을 줄여주기 위해서 그의 정신세계를 탐험해야 한다. 이 때 콤튼의 정신세계는 음식 만들기 버라이어티 쇼로 재구성되는데, 주변인(포드 크롤러, 포사이스, 제나토)의 손인형들이 쇼 게스트로 나와 음식을 요구하며 콤튼을 압박하고, 라즈는 그들의 요구에 따라 음식을 만들면서 그의 중압감을 해소하고자 한다. 인상적인 장면은 인형탈과 보스전을 치루고 난 뒤에 그 인형탈들을 조작하던 손이 사실은 콤튼의 손이라는 점을 통해 '그러한 부담감이 스스로 만들어낸 것이었다'라는 것을 인상적으로 묘사한다. 그 외에도 밥 자나토의 정신세계나, 감각을 찾아 떠나는 헬무트 풀베어의 여정 같은 장면에서 단순히 출발지 ~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는 플랫포밍 스테이지와 달리 다양한 컨셉과 흥미로운 설정들, 스테이지 기믹들을 붙여서 구성을 한다.

 

사이코너츠 2에는 다양한 초능력들이 등장하고, 이 초능력들을 이용해서 전투와 플랫포밍 양쪽을 다 이끌어나가야 한다. 예를 들어서 파이로키네시스 능력은 막혀있는 벽을 불로 뚫을 수도 있고, 적들에게 불을 붙여서 도트 데미지를 입히는 능력으로 활용할 수 있다. 8개의 초능력이 등장하고, 여기에 뱃지를 추가해서 전투나 플랫포밍에 유리한 능력을 해금하는 것이 초능력의 능력이긴 한데, 플랫포밍 쪽에 비해서 전투쪽의 초능력은 쓰이는 것만 쓰이는 느낌이라 좀 애매한 느낌이 있다.

 

전투는 전작과 유사하게 근거리/원거리를 자유롭게 섞어가면서 싸우는 전투 방식을 취한다. 평타 콤보와 원거리을 전담하는 초능력들을 이용해서 적들과 싸우게 되는데, 단순히 적들을 두드려 패는 것 외에도 몇몇 몹들은 상당히 독특한 기믹을 선보인다. 예를 들어 배드 무드의 경우, 몹을 무적으로 만들어내는 근원을 해결하기 전까지는 죽일 수 없는데 정신적으로 기분 나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 원인을 찾아서 해결해야한다는 점에서 상당히 신선한 기믹이라 할 수 있었다. 게임은 이와 같이 정신적으로 부정적인 감정과 상황을 적으로 형상화하였는데, 이것들이 상당히 게임의 컨셉과 명확하게 맞닿아있기 때문에 재밌게 느껴진다. 다만, 몇몇 보스들은 기믹보다 좀 억지로 들어갔다는 느낌(밥 자나토 보스전 같은)이 있어서 아쉬운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다.

 

결론을 내리자면, 사이코너츠 2는 요즘 트리플 A에서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센스와 완성도 높은 스테이지를 자랑하는 플랫포밍 게임이라 할 수 있다. 게임패스에 기본으로 들어있기 때문에, 시간과 기회가 된다면 꼭 플레이하기를 추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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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

 

워해머 프랜차이즈의 본류는 미니어처 워 게임이지만, 이 프랜차이즈를 베이스로 한 다양한 방계 게임들이 존재하기도 한다. 코옵 레이드물이라 할 수 있는 워해머 퀘스트(블랙 포트리스나 커스드 시티 같은), PC게임으로도 나온 적이 있는 블러드 보울이나 스커미셔 게임인 워크라이, 킬팀 같은 게임들이 대표적일 것이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아마 가장 성공적이고, 미니어처 워 게이머가 아닌 일반적인 보드게임 플레이어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은 것은 언더월드일 것이다.

언더월드는 전용 6면체 주사위(공격, 방어, 마법)를 이용하며 2명 이상의 플레이어(최대 4명)가 각자의 워밴드와 덱을 구성하여 전장에서 싸운다. 플레이어들은 워벤드를 움직이고 싸우며, 승점을 주는 목표 카드를 통해 승점을 얻고 게임에 이로운 효과를 주는 갬빗 카드를 뽑아서 게임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끌어가야 한다. 총 3턴이 지난 뒤, 가장 높은 승점을 득점한 플레이어가 승리한다.

언더월드의 가장 큰 특징은 게임 자체이 상당히 '제한적'이라는 것이라 할 수 있다:게임에 등장하는 유닛의 수(3~5개 정도)도 적을 뿐더러, 한 턴에 한 유닛당 이동은 단 한번뿐이고, 차지(이동과 공격을 함께 했을 때)를 했을 시에는 이외의 공격이나 다른 액션이 불가능하게 된다. 언더월드의 기본적인 룰은 제한적이고, 쉽게 예측이 가능하다. 이동 거리, 공격에 대한 기대값 등도 예측 가능하기 때문에 쉽게 배우고 쉽게 적용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 갬빗 카드와 오브젝트 카드가 끼게 되면서 수많은 변수들이 생겨난다. 총 20장의 갬빗 카드 덱(1회성 효과인 플로이와 유닛 버프 카드인 장비 카드로 구성된다)과 12장의 오브젝트 카드 덱을 이용해서 플레이어는 게임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끌어나가야 한다. 우선 오브젝트 카드부터 살펴보자:오브젝트 카드는 플레이어가 특정 조건을 달성했을 시에 카드를 제시하고 달성을 선언하여 승점을 가져간다. 승점은 게임을 이기기 위해서 필요하지만, 동시에 이후에 이야기할 갬빗 카드 중 장비 카드를 발동하기 위한 중요한 자원으로써도 쓰이기도 한다.

갬빗 카드(플로이와 장비 카드)는 어떻게 보면 게임 운영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상대에게 데미지를 주거나, 반영구적인 버프를 주거나, 추가적인 이동을 하거나 하는 등의 다양한 요소들로 활용이 가능한데 갬빗 카드는 기존 게임의 '제한적인 게임 플레이를 넓혀 준다'라는 측면에서 대단히 귀중한 자원이라 할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장비 카드를 제외하면 플로이 카드의 발동 조건은 생각보다 널럴하다는 것이다:까다로운 조건을 요구하거나, 한 턴에 이용할 수 있는 플로이 카드 수가 제한되어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빠르게 카드를 소비하고, 액티베이션 시에 카드를 수급하면서 추가적인 흐름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 언더월드는 갬빗 카드나 오브젝트 카드가 소비되지 않으면 상당히 답답한 흐름을 보여준다.

역으로 상대의 파워 스텝(플로이나 장비 카드를 붙일 수 있는 순간)에 자신의 카드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게임 플레이와 전략의 역동성을 늘려주는 부분이다. 상대가 발동하는 카드를 보고, 그에 맞게 자신의 카드를 발동하는 것이 중요하고, 상대 턴에 멍하게 손놓고 있게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게임의 매력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언더월드는 반쯤은 '카드게임'이라 불리기도 한다. 농담으로 넘기기 어려운 것이, 게임에 역동적인 흐름을 더해주는 것이 갬빗 카드와 오브젝트 카드인데, 이것을 자신의 워벤드와 얼마나 잘 조합해서 들고 오느냐에 따라서 게임의 흐름이 완전히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제품을 샀을 때 딸려오는 기본덱(대부분 워벤드 전용 카드로만 채워져 있는)의 경우에는 전용 카드들로만 채워져있는데, 이 전용 카드들 덱만으로는 어딘가 모르게 상당히 답답한 흐름을 보여주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각 확장팩에 포함되어 있는 공용 카드들을 잘 섞어서 덱을 잘 짜고 게임을 유리하게 풀어가는것이 핵심이다. 

워벤드들의 운영의 경우, 기본적인 워벤드의 개성과 맞물려서 운영하는 덱의 성향에 따라 달라진다:크게 오브젝트 점령과 그 점령에서 오는 이점으로 게임을 끌어나가는 점령덱, 상대를 화력으로 제압하고 거기서 승점을 얻는 킬덱으로 나뉘진다. 하지만 워벤드에 따라서 명확하게 킬 중심이냐, 점령 중심이냐가 구분되어있지 않은 점, 각 워벤드의 특성을 고려해 덱을 구성하면 그에 따라서 운영하고 상대 운영을 카운터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은 게임의 전략적 선택지가 늘어난다.

결론을 내리자면 단순하고 제한적이지만 쉽게 배울 수 있는 기본 게임 룰 위에 갬빗과 오브젝트 카드라는 변칙성을 부여하여 다양성을 늘린 것이 워해머 언더월드라 할 수 있다. 많은 것들이 플레이어의 실제 계산하고 복잡한 판정을 따라야 하는 미니어처 게임이나 확장성이 제한될 수 밖에 없는 보드게임과 달리, 워해머 언더월드는 상당히 유연하고 파고들수록 더 많은 가능성을 볼 수 있고, 빠르고 배우기 쉬우며, 무엇보다 재밌다. 실제 튜토리얼 게임이나 처음해보는 사람들이 게임 플레이하면서 막힘 없이 진행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게임이 잘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보드게임을 좋아한다면 한번쯤은 시도해볼만한 가치가 있는 게임이라 생각한다.

게임 이야기

 



미니어처 게임에는 생각보다 놀라운 트랜드가 있다:게임 원작을 기반으로 한 미니어처나 보드 게임이 생각보다 많다는 점이다. 다키스트 던전이나 둠의 보드 게임, 폴아웃 시리즈 기반의 미니어처 게임 등이 그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어째서 비디오 게임이나 컴퓨터 게임이라는 원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더 복잡하면서 번거롭고, 시간은 오래걸리는 복잡한 형태의 게임이 수요가 있을 수 있을까? 그것은 어떻게 보면 기존의 게임에서 충족하지 못하는 특수한 수요들을 미니어처 게임이나 보드 게임들이 충족시켜주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사람들과의 대화, 그리고 직접 수치를 계산하고 룰을 적용하여 생각하는 것들 등등 단순히 게임 뿐만 아니라 이 모든 불편한 부분들이나 귀찮은 부분들, 사람과 직접 물어보면서 커뮤니케이션 하고, 미니어처를 준비하고 도색하는 이 모든 과정들이 미니어처 게임을 아우르는 거대한 과정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임과 게임 문화, 그 이상으로 장르적 양식으로서 이런 스커미셔 미니어처 게임들 중 몇몇의 좀 더 흥미로운 점들은 기존 게임에서 찾아볼 수 없는 일종의 '비대칭'일 것이다. 인피티니 게임의 예를 들어본다면, 카모플라주나 배치 위치를 숨기는 히든 디플로이먼트의 존재, 분신 등의 다양한 트릭 요소들이 있다. 포인트와 규칙 측면에서 플레이어는 서로 동등한 위치에 서있지만, 동시에 게임의 보이지 않는 부분(보이지 않는 배치, 상대의 진짜 목적 등)까지 고려하여 상대와 게임을 이해하고 판단해야하는 점에서 플레이어는 거대한 관점에서 게임을 바라봐야 한다.

배트맨 미니어처 게임(통칭 BMG)은 스페인 미니어처 게임 제작사인 나이트 모델에서 만든 게임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DC 코믹스에서 유명한 케릭터 중 하나인 배트맨과 그의 조력자들, 그리고 고담시의 악당들이 서로 목적을 갖고 싸우게 되는 내용으로 게임이 구성되어 있다. 게임의 규모로 따지면 소규모 워밴드(리더 한명, 사이드 킥 한명, 그 외의 몇몇 프리 에이전트들과 헨치맨들)들이 치고 받고 싸운다는 점에서 소규모 접전을 전제로 하는 스커미셔 게임으로 분류된다. 

기본적으로 배트맨 미니어처 게임은 6면체 주사위를 이용하며, 두 명의 플레이어가 가장 많은 승점을 획득하는 사람이 이기는 게임이다. 처음 유닛 배치와 특별한 상황(불이 났다던가, 비가 내린다던가 등)을 설정한 뒤, 플레이어들은 최대 5턴까지 게임을 진행하여 게임을 플레이 한다. 승점은 오브젝트 카드에 적혀있는 조건을 달성할 때 얻을 수 있는데, 특이하게도 오브젝트 카드에 미션 목표 외에도 카드를 이용해서 효과를 발동할 수 있다.

스커미셔 게임이고, 총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배트맨 미니어처 게임은 엄페를 끼고 총격전을 전적으로 벌이는 게임으로 보일 수 있지만, 게임은 몇몇 특수 룰을 통해서 총을 이용한 원거리 전에 좀더 '신중한' 태도를, 그리고 근접하여 서로 치고 받는 형태의 게임으로 재구성한다. 게임은 전투가 '밤'에 일어난다는 것 때문에 특정 거리 바깥에서 총을 쏠 때 상당한 패널티를 부여하고, 탄창을 제한되게 주어서 플레이어가 총을 생각없이 쏘지 못하게 만든다. 하지만 동시에 총의 데미지 포텐셜이 높은 점 덕분에 총 자체를 무시할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총을 정확하게 쏠 수 있으며 근접 전투가 가능해질 정도로 가까이 접근해서 싸우는 것이 배트맨 미니어처 게임의 기본이라 할 수 있다. 또한 특정 거리 바깥에서는 총을 쏠 때 패널티가 심하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최대한 빨리 치고 들어가야 하며, 이런 점 덕분에 게임 자체가 상당히 시원시원하게 진행된다는 인상이 있다.

대신 게임은 모든 유닛들이 액션을 쉽게 할 수 있지 않다:플레이어는 각각 4개의 매니퓰레이션 마커를 갖게 되는데, 이 매니퓰레이션 마커를 가진 유닛만이 공격, 액션 등의 행위를 할 수 있다. 게임의 매 턴마다 플레이어들이 누구에게 이 마커를 부여하느냐에 따라서 누가 행동하는지 등을 예측할 수 있다. 따라서 상대의 특정 유닛을 잘라먹던가 하는 등의 대응도 가능하지만, 동시에 턴 시작할 때 자유롭게 배치하는 등의 규칙 밖에 존재하는 능력도 존재하기 때문에 게임에 예측 불가능한 면모도 존재한다 할 수 있다.

배트맨 미니어처 게임은 자신의 목표가 상대방에게 숨겨진 게임이다:플레이어가 승리하기 위해서는 오란브젝트 카드들을 달성해야 한다. 이러한 카드들은 플레이어의 손에 들어와있는 4장의 패들 중에서 게임 중에 플레이어가 행한 것들만 달성할 수 있는 것들인데, 플레이어가 달성을 선언하기 전까지는 상대 플레이어는 플레이어의 행동을 보고 목표 달성 상황 등을 추리하고 행동 할 수 밖에 없다.

물론 게임의 양상을 모두 숨기는 것은 아니다:플레이어들은 유닛을 조작할 때, '서스펙트' 마커를 설치할 수 있다. 이는 '상대방이 봤을 때 수상한 행동'을 표시한 것이라 할 수 있는데, 플레이어들이 서스펙트 마커들을 까는 것을 통해서 각 팩션들이 '서로의 목적과 아젠다를 숨기고 무언가 하는 행위'를 보여준다. 물론 오브젝트 카드에서 서스펙트 마커를 이용하지 않고 곧바로 달성 가능한 카드들도 있지만, 서스펙트 마커를 이용하는 카드들이 상당히 많고 서스펙트 마커를 이용해서 오브젝트 카드의 목표와 별개로 이면 효과를 발동할 수 있기 때문에 서스펙트 마커를 적절한 위치에 까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배트맨 미니어처 게임이 케릭터 게임으로 훌륭하다 할 수 있는 부분이 바로 플레이어의 목적과 게임 플레이 방식이 플레이어가 운영하는 진영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다는 것이다. 물론 플레이어의 손에 들려있는 오브젝트 카드의 목표는 여전히 숨겨져있기는 하지만, 각 진영의 목표는 그 진영의 행동양태와 맞닿아있다:예를 들어 조커의 경우, 서스펙트 마커를 폭탄이나 독극물 컨테이너 등으로 이용하며, 자신이나 상대방에게 데미지를 입혀도 목표를 달성하여 승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조커다운 공격적이고 혼돈의 화신다운 게임 플레이 방식을 보여준다. 다른 플레이어 진영들도 원작 케릭터들의 특징들을 잘 따라가고 있다. 역으로 플레이어의 행동들을 플레이어가 운영하는 진영으로 큰 흐름을 추리할 수 있다는 점도 완전한 비대칭이 아닌, 상대의 행동을 추리하는 재미를 선사한다고 할 수 있다.

다만, 큰 전개나 룰 측면에서는 쉽지만, 게임의 입문이 쉽다고 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각 유닛별로 게임에 영향을 주는 키워드들이 많이 달려있는데, 이것들이 케릭터 운영 전체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모두 숙지하는 것은 필수적인 부분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리더급만 되도 키워드가 거의 16개 가까이 달리기 때문에 플레이어가 사전에 준비해야 하는 부분들이 꽤 있다. 또한 몇몇 진영의 옵젝 카드의 경우, 게임과 진영에 대한 이해도가 필수이기 때문에 원활한 게임을 원한다면 먼저 카드를 읽고 숙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결론을 내리자면, 배트맨 미니어처 게임은 상당히 잘 만들어진 케릭터 게임이고, 전개나 룰 자체가 시원시원한 부분이 있으며 특유의 목표 달성 시스템과 매력적인 게임 시스템 등은 상당히 매력적이다. 다만, 입문 시에 어느정도 케릭터에 관련된 키워드들이나 카드 조건 등을 숙지하고 외워야 게임 자체가 스무스하게 진행할 수 있는 점은 유념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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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

 

 

-백 4 블러드는 레프트 4 데드와 이볼브의 제작자들(터틀락 스튜디오)이 이름도 비슷하게 만든 작품이다. 현재 엑박 시리즈 엑스 기반으로 오픈 베타를 진행 중인데, 해당 오븐베타를 기반으로 감상을 정리하였다.

 

-레프드 4 데드 1편과 2편이 지금 게임 장르에 큰 영향을 준 점은 1) 4인 코옵이라는 구조를 구축한 것, 2) 좀비 장르를 게임에 훌륭하게 접합시켰다는 점 덕분이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레프트 4 데드 시리즈는 10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도 상당히 잘 짜여져 있는 게임 구조라고 할 수 있는데, 게임에서 복잡한 부분을 빼고 최대한 단순하게 구성하였으며 게임을 진행할 때마다 달라지는 구조를 통해서 최대한 반복되는 느낌을 지우게 만들려고 하였다. 사실 지금 와서도 사람들이 꾸준하게 레프트 4 데드 2를 계속 하는 것은 그런 단순하지만 탄탄한 게임 플레이에 매료되어서 계속해서 게임을 하는 것이다. 

 

-백 4 블러드는 전반적으로 레프트 4 데드를 너무 의식해서 게임을 만든 느낌이 강하다. 하지만 이 의식하는 것이 그대로 배끼겠다, 혹은 좋은 점에 집중하겠다 이런 쪽이라기 보다는 '의도적으로 원작으로부터 멀어지고자' 하는 모습으로 구성되어 있다. 즉, 원작이라 할 수 있는 게임에서 단순함이 가지던 미덕을 의도적으로 배제하고, 최대한 게임을 복잡다단하게 구성하기 위해서 이것저것 추가한 부분들이 있다. 이런 부분들이 결국 상당히 원작의 미덕들에 대치되어 백 4 블러드와 레프트 4 데드를 비교하게 만들 수 밖에 없는 부분이 있다.

 

- 그러나 그런 새로운 부분들이 딱히 잘 작동하는 부분이란 느낌이 전혀 없다.

 

- 가장 큰 부분은 덱 시스템. 카드를 뽑아서 자기에게 유리한 효과를 적용하거나, 게임 중에 각 라운드 별로 주는 특수효과하는 등의 시스템이 있다. 레프트 4 데드 시리즈는 AI 감독이라 하여 플레이어의 상황과 진행 상황에 따라서 좀비 호드를 불러오거나 특수 좀비를 배치하거나, 아이템을 배치하는 등의 무작위 생성 시스템을 갖고 있다. 지금으로 따지면 로그라이트 류의 선조격이라 할 수 있는 요소인데, 백 4 블러드의 경우에는 이걸 야심차게 더 복잡한 형태로 구성하였다:플레이어도 AI 감독이 게임 전체에 영향을 주는 변수를 추가하는 대신, 역으로 플레이어도 덱을 구성하고 등장하는 변수에 대응하여 카드를 뽑아 대응하는 형태가 된다. 즉, 게임 자체의 변형이 늘어나고 거기에 맞춰서 플레이어가 선택을 자유롭게 하는 유연성을 갖고자 한 것이다.

 

- 추가적으로 게임 플레이에서 협동을 '의무적'으로 강제하는 부분들이 생겼다. 레프트 4 데드에 비해서 백 4 블러드의 경우 탄약을 더 사용하는 경향이 있는데(적 체력이 상대적으로 올라갔고, 권총이 무한 탄약이 아니게 되었으며, 근접전 제한이 걸리게 되었다), 그 결과 산탄총/저격총/돌격소총 등의 총 구분을 각자 정해놓고 무기를 필수적으로 나눠 써야 탄약을 아끼면서 싸울 수 있다. 

 

- 위와 같은 두가지 특징(1. 스스로 통제하는 변수들, 2. 반강제적인 코옵)이 결합하면서 백 4 블러드 자체는 게임을 레프트 4 데드의 아케이드 같이 빠르고 호쾌한 흐름을 가지면서 플레이어가 생각하고 정교한 전략을 가진 게임이 되고자 하는데, 문제는 이 두가지 상반된 특징이 같이 결합한다고 해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단, 플레이어가 갖고 있는 자원이 제한되어 있고 플레이어들이 다양한 전략을 이용할 수 있도록 좀더 신중한 플레이를 게임이 강제하는 부분이 있는데 레프트 4 데드가 갖고 있는 빠르고 호쾌한 플레이와는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 

 

비단 전작의 미덕과 비교하지 않더라도 백 4 블러드의 게임 플레이는 그렇게까지 썩 괜찮지 않다는 인상을 주는데, 기본적으로 레프트 4 데드와 같이 큰 복도+성긴 스테이지 구조를 보이면서도 플레이어가 게임을 클리어하기 위해서는 맵 구석구석을 탐사해야 해서 전반적으로 게임 플레이가 느리고 답답하다는 인상을 심어주기 때문이다. 차라리 협력을 중요하게 여기면서 최대한 플레이어를 옥죄는 듯한 게임 플레이를 만들고 싶었다면 GTFO를 참조하면 되었을 건데, 전작이라는 후광을 어떻게든 얻어보려고 전작을 무리하게 끌고 오려다가 서로 어울리지 않은 것을 섞은 느낌이다.

 

- 문제는 이러한 경향성이 이볼브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특징이었는데, 게임 플레이와 시스템 자체가 이질적인 것들을 죄다 섞어서 불협화음을 일으키는 문제를 일으키는 패턴이 백 4 블러드에서도 동일하게 일어나고 있다. 이볼브에 이어서 백 4 블러드까지 보니 대체 어떻게 레프트 4 데드를 만들었는지 좀 의구심이 들 정도다.

 

- 게임 패스에 공짜로 들어있으니 하긴 하겠지만, 전반적으로 레프트 4 데드 보다는 끌리진 않는 게임이다. 재미가 없는 건 아니지만 뭔가 잘 만들어졌다는 느낌은 절대 들지 않는다.

게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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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색 취미가 생겨서 요즘 워해머 모델도 구매하고 이것저것 시도 중인데, 그중에 새롭게 시도중인 인피니티. 스페인 미니어처 게임 회사인 코르부스 벨리의 모델들인데, 워해머 같은 큰 게임은 아니지만 희안하게도 국내에서는 상당히 활발한 커뮤니티를 갖고 있고 게임도 꽤나 잘 돌아가는 편이라 입문을 결정했다. 주석 모델의 끝판왕이라고 하는 것도 상당히 끌리는 부분이었고, 스커미셔 게임이었다는 점도 상당히 끌리는 부분이었다. 그래서 구매를 결정.

 

- 모델이 작다. 기본적으로 25mm 베이스를 사용하고 있는데, 워해머 40K의 표준이라 할 수 있는 스페이스 마린이 32mm인걸 감안하면 약 75% 정도 크기다. 그 덕분에 칠할 때도 상당히 고생하기 했다. 정밀한 디테일들이 많아서 얇은 붓을 필요로 할 때도 많은데, 스페이스 마린 얼굴 칠할 때도 안쓴 콜리브리 세필을 써서 얼굴을 칠하기도 했다. 대신 모형이 작은 만큼 색 올리는 속도도 빨라서 겜퀄 기준으로는 하루에 여러 개 완성하는 것도 일이 아니다.

 

- 크기가 작아졌지만, 디테일이 상당히 오밀조밀하게 올라간 편. 색분할만 제대로 해서 올리기만 해도 상당히 만족스럽게 색을 올릴수가 있는데, 문제는 너무 작다 보니까 색분할을 할때 어떤 요소에 어떤 색을 올릴 것인지 좀 고민스러운 부분도 있다. 도색 했을 때의 만족도는 꽤 높은 편이긴 한데, 도색 시작을 이걸로 하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지 않나 싶은 느낌.

 

- 점점 희안한 포즈 덕분에 도색 난이도가 올라가고 워해머에 비해서 상당히 깔끔하고 안정적인 포즈를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고 동일한 포즈 일변도도 아니고, 모델 조형들이 같은 유닛이라도 서로 다른 조형을 갖고 있어서 상당히 개성 넘친다. 

 

- 하지만 작아진 모델, 디테일한 조형보다 더 난이도 높은게 있다면 '주석'이라는 것. 일단 탈크 벗기는 것부터 시작해서 키트 게이트 다듬기, 조립하기, 프라이밍, 구부러진 부품 펴기 등의 다양한 사전 작업들이 필요한데 플라스틱에 비해서 손이 많이 가고 까다롭다. 주석이라는 물건이 결국 재도색 난이도가 낮다는 점 빼고는 좋은 점이 딱히 없는데, 심지어 전처리 과정이 두개가 더 추가(탈크 제거, 피막 강화를 위한 메탈 프라이머 밑작업)되는게 상당히 까다롭다. 일단 인피니티 모델로 입문을 한다면 워해머 입문보다 더 준비를 철저히 해야할 것이다.

 

- 주석 최악의 단점은 피막 정착이 힘들다는 것. 그 때문에 도색이 진짜 잘 까진다는 것. 손이 쓸리는 부위들이 쉽게 까지는데 까질때 마다 마음이 꺾이는걸 경험할 수 있다. 메탈 프라이머를 쓰면 이런 문제를 좀 회피할 수 있다는데, 지금 도색한 분량에는 적용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마감재 부분만 신경쓰고 있는 중.

 

- 에폭시 퍼티가 준 필수인 모델. 베이스에 접착시키는데 일단 필요하고(몇몇 모델은 순접으로 세우기 너무 힘들다), 모델 조립 시 순접+자세 잡아주는 용도로 쓴다. 메탈 프라이머도 필수지만, 자세를 잡기 위해서 에폭시 퍼티는 함께 구매하는 것을 권장한다.

 

- 게임은 아직 못해봤지만, 수집을 위한 모델러들에게도 상당히 추천할만한 제품군. 모델들 자체가 전반적으로 예쁘고, 모델을 뒷받침하는 설정이나 일러스트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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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

 

 

포켓몬 유나이트는 텐센트에서 만든 포켓몬 기반의 AOS이다. 처음 공개되었을 때, 기대했던 것과 다른 게임(마지막 기대작이 본가 시작이 아닌 이것이었기 때문)이 나오면서 상당히 불만 여론이 들끓었는데, 당시 기대와 달리 객관적인 부분만 놓고 본다면 상당히 흥미로운 게임이었다. 중국은 내부 시장이긴 하지만 전세계에서 가장 큰 모바일 게임 시장을 갖고 있고, 내부의 개발 역량 역시 상당한 수준으로 올라간 상태였다. 모바일 AOS의 경우, 왕자영요 같은 것들이 대표적인데 이미 중국 내에서 모바일 게임으로서 상당한 포션을 차지하고 있다. 이미 모바일 AOS가 상품이나 서비스로써의 매력도는 입증되었고, 왕자영요 등을 성공시킨 텐센트가 개발을 전담한 부분이 있어서 포켓몬 유나이트는 '실패할 수 없는 게임'이라 할 수 있었다.

 

일단 포켓몬 유나이트는 상당히 흥미로운 작품이다. 분명 많은 부분 AOS 장르를 따르고 있지만, 몇몇 특이한 대원칙에 기반하였기 때문에 포켓몬 유나이트는 몰입도가 높은 게임라 할 수 있다. 물론 아직 벨런스나 이런 부분에 있어서 다양한 논쟁이 오고 가고 있긴 하지만, 현재의 게임만 놓고 보더라도 오래놓고 즐길만한 요소가 충분히 있는 기본기가 탄탄한 게임이다. 앞으로 운영의 문제가 있겠지만, 지금의 관점에서도 추천할만한 게임이다.

 

포켓몬 유나이트는 게임에서 몇몇 큰 대전제를 세워놓고, 그 안에서 게임을 만든 것이 눈에 보이는 게임이다:그 첫번째 대전제는 제한시간 10분이다. 게임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10분동안 진행된다. 다른 게임들이 10분 동안 진행된다고 한다면, '목표'에 따라서 게임이 더 빨리 끝나고, 더 늦게 끝나는 평균 플레이 타임을 보여주지만 포켓몬 유나이트는 정확히 10분 동안 진행된다. 이로 인해서 포켓몬 유나이트는 죽이되든 밥이되든 결국 10분 동안 모든 것이 끝난다. 그렇기 때문에 게임 플레이는 상당히 부담이 없다. 실패해도 쉽게 털어낼 수 있고, 성공해도 그 여세를 몰아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다.

 

그리고 10분의 제한시간과 함께 두번째 특징인 '타임라인식 게임 구조 '에 따라 게임 플레이는 집중도 있게 진행된다. 게임이 진행되는 동안, 레벨업을 위한 몹들이 점점 늘어나고, 갈가부기나 로토무 같이 라인전에 유리한 효과를 가진 특수 몹들도 생기며, 마지막에는 막판 2분의 게임의 핵심인 썬더가 등장한다. 이와 같이 게임은 게임에서 점점 진행될수록 게임의 변수가 되는 요소들을 툭툭 던져주면서 진행을 이끌어나간다. 10분이라는 짧은 시간에 진행되긴 하지만, 자칫 순간순간 놓칠 수 있는 집중의 흐름을 이러한 시간에 따른 게임 흐름이 보조하면서 플레이어를 몰입하게 만든다.

 

대신 게임은 짧은 10분의 게임 플레이와 타임라인식 게임 플레이를 유지하기 위해서 최대한 단순한 구성을 보여준다. 게임은 파밍이나 아이템 조합같은 요소 없이, 오로지 레벨업만이 상대와의 격차를 벌리는 요소가 된다. 상대와의 레벨 차이를 벌려주는 요소는 크게 두가지인데, 하나는 라인과 정글에 산재해있는 몹들, 그리고 두번째는 상대를 제압해서 얻는 경험치다. 흥미로운 점은 10분 동안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잡은 몹이 곧바로 리젠되지 않고 잠시 리젠을 멈추는 시간들이 오는데 분명히 '이 시간에 상대와 한번 간을 봐라'라고 느껴지는 부분이다. 

 

그리고 마지막 세번째 주요한 요소는 바로 게임의 목표가 '골을 넣어 상대보다 더 많은 득점을 얻는 것'이다. 기존의 AOS가 라인전에서 우위를 가지고, 돈과 파밍을 성공하며, 그리고 마지막에는 상대방 본진을 제압하는 구조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포켓몬 유나이트의 목적은 다소 이질적이다. 이 말인 즉슨, 얼마나 상대를 제압하고 레벨링을 잘한다 하더라도, 몹이나 상대가 떨어뜨린 에너지를 득점으로 연결시키지 못한다면 게임에서 절대 승리할 수 없다. 파밍과 레벨링, 전투 등이 다른 AOS보다 단순화되기는 하였어도, '골을 넣는다'라는 분명한 행위를 하지 않는다면 승리할 수 없게 만들었다는 점 덕분에 항시 골을 넣는다라는 행위를 의식하면서 팀과 전략을 짜야한다. 

 

이러한 주요 요소들의 모든 것들이 합쳐진 결과가 바로 후반 2분 썬더 한타다. 후반 2분으로 넘어가면 골을 넣을 때 2배의 보너스가 주어지며, 썬더를 잡을 경우 전체 골대에 골을 부여+플레이어가 추가로 넣을 수 있는 20점의 골+골을 넣을 때 더 빠르게 넣는 버프를 한꺼번에 부여하기 때문에 어설프게 이기고 있다면 이 마지막 2분에 극적인 역전승을 거둘 수 있다. 썬더 한타 망겜이라고 플레이어들 사이에 놀림받기는 해도, 마지막까지 썬더를 놓고 썬더를 먹을지, 아니면 상대가 썬더를 먹을 때 상대를 기습해서 이점을 가져갈건지 등의 다양한 심리전 요소들이 개입하여 게임을 역동적으로 만든다. 그리고 썬더 한타는 이기는 순간 뿐만 아니라 지는 순간에도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노력하게 만드는 등 게임 전반의 흐름을 훌륭하게 만든다.

 

게임은 전반적으로 흥미롭고 재밌긴 하지만, 몇몇 이슈사항이 있다. 일단 벨런스 부분이 잘 맞는지에 대해서 플레이어들 사이의 설왕설래가 오고가고 있다. 하지만 더 논란이 되는 부분이 있다면 'Pay to Win'의 부분일 것이다:이러한 평가들은 게임에서 아이템을 업그레이드 하는 것이 게임 내 재화를 많이 필요로 하고, 이것이 결제를 유도한다는 본다. 좀 더 정확하게 본다면 과거 AOS(초창기 롤) 같은 아이템 업그레이드 방식이긴 한데, 과거의 구조를 현재의 재화 소비 구조(다양한 이벤트, 배틀패스, 게임 내 재화를 이용한 가챠 등을 통해 소비하는 것 등)하는 것 때문에 그렇게 느껴질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보여진다. 물론 대부분은 게임을 열심히 하면 이 모든 것을 모으고 업그레이드를 할 수 있긴 하지만, 게임의 본질이 타인과의 경쟁인 것을 생각한다면 이기기 위해서 결제해야 한다는 비판은 쉽게 사라지진 않을 것이다.

 

포켓몬 유나이트는 전반적으로 오랫동안 재밌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이며, 계속 업데이트가 이루어지면 더 오래 즐실 수 있는 게임이다. 물론 몇몇 요소들(벨런스나 pay to win 요소들)이 좀 걸리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게임 운영으로 풀어나갈 수 있는 부분이라 좀 더 지켜볼 필요는 있다. 10분이라는 시간 내에 가볍지만 집중력 있게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다는 점에서 포켓몬 유나이트는 좋은 게임이라 할 수 있다. 가볍게 시도해봐도 좋다고 생각한다.

게임 이야기

 

FPS 처럼 칼싸움을 하는 게임이 있다고 하면 믿겠는가? 시벌리 2는 9년전의 시벌리 1편, 좀 더 가깝게 본다면 모드하우와 비슷한 게임으로 독특하게 1인칭으로 칼부림과 전장을 경험하게 만드는 게임이다. 시벌리 2의 게임 플레이의 핵심은 특이하게도 'FPS'와 비슷하다:FPS에서 총기가 방아쇠를 당겨서 직선의 판정(발사 위치에서 착탄지점까지)을 만들어내는 것이라 한다면, 시벌리 2에서는 냉병기를 느리게 휘두르면서 무기가 닿는 부분을 호형태로 판정을 그리는데 이 판정을 '맞추는 것'이 게임의 기본적인 흐름이다.

 

흥미로운 점은 공격 판정을 맞추는 것이 직관적인 동시에 상당히 도전적이라는 것이다:무기를 휘두르기 시작한 곳에서 끝나는 곳까지 판정이 생긴다, 야구나 배팅을 해본 사람이라면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여기서 게임은 색다른 변주를 부여한다. 플레이어가 무기를 휘두르면서 무기를 휘두르기 시작하는 지점을 당겨서 빠르게 적을 맞출 수 있게 하거나(엑셀), 혹은 끝나는 점을 질질 끌어서 시간차 공격을 가할 수 있다(드래깅). 무기를 휘두를 때 팔 뿐만이 아니라 '허리 힘'을 이용해서 무기를 휘두르는 것과 동일한 개념이라 할 수 있는데, 직관적인 동시에 타이밍과 거리를 자신 마음대로 정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기본이자 핵심적인 테크닉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직관적인 동시에 '내 무기의 사거리가 얼마나 되나'를 쉽게 알 수 없기 때문에 최적의 거리를 맞추기 위해서 많은 노력과 시도를 해야 한다.

 

시벌리 2는 상당히 직관적인 공방 구조를 가지고 있다. 플레이어는 스테미너를 소비하면서 가드를 유지할 수 있는데, 가드하는 순간에 가드와 공격을 동시에 하는 대응 공격을 가할 수 있고, 정확한 타이밍에 튕겨내면 카운터를 칠 수 있는 시스템도 있다. 단순히 시벌리 2는 가드와 공격으로만 이루어진 공방이 아니라, 스탭을 통해서 거리를 유지하거나 깊게 찔러 들어오는 공격을 흘려내버릴 수 있다. 

 

이렇게 '호를 그려서 판정을 만든다'와 '이 판정을 상대에게 맞춘다'라는 개념, 그리고 공방 시스템이 함께 어우러지면서 시벌리 2는 직관적이고 단순하지만 흡입력있고 매력적인 게임 플레이를 만들어낸다. 1대1로 싸우면서도 상대방을 맞추면서 나는 안맞게끔 하기 위해서 서로 스텝을 밟으면서 간을 보고, 공격-가드-공격-....의 주거니 받거니 하다가 상대가 공격 하는 타이밍에 스텝을 밟아 공격을 헛치게 만들고, 그 헛치는 타이밍에 공격을 찔러넣는다. 게임은 단순하지만 서로 동일한 것을 들고 싸운다는 전제 아래서 치열하게 머리싸움을 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하지만, 시벌리 2의 진짜 진면목은 1대1에서 대규모 난전, 불리한 1대 다 전투, 목표를 방어하는 방어전이나 공격전까지 모두 단순한 게임 규칙으로 제대로 구현하고 있다는 점이다. 시벌리는 기본적으로 32대32, 20대20, 그리고 프리 포 올의 난전을 지원하고 있다. 32대32, 20대20의 경우에는 배틀필드 러쉬 모드 처럼 목표를 점점 밀어 달성하는 게임 플레이가 기본이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게임 플레이는 이상적인 1대1의 플레이가 아니라 다수의 팀원과 다수의 적들과 싸우는 게임 플레이로 이행하게 된다:하나의 적들을 여러 플레이어가 1점사하면서 스테미너를 고갈내어 버릴 수 있고, 한 명이 상대의 방어를 굳히게 만들고 다른 팀원이 등 뒤로 돌아가서 가드 자체를 무너뜨리는 등의 다양한 양상이 시벌리 2에는 존재한다. 게임의 시스템은 단순하긴 하지만, 상당히 다양한 상황에서 유연하게 작동하기에 플레이어는 시벌리 2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상황을 학습하고 경험하며 전투를 이끌어나간다.

 

그리고 여기에 시벌리 2는 배틀필드 식의 다양한 무기와 클래스를 부여한다:궁수는 장거리 저격, 뱅가드와 보병은 공격을, 기사는 전열 유지를 담당한다. 각각의 클래스는 체력이 더 높다던가, 장거리 공격을 할 수 있다던가, 좀 더 긴 사거리의 무기를 들 수 있다던가, 방패로 원거리 무기를 카운터 칠 수 있다던가 등의 특징들을 갖고 있다. 하지만 시벌리 2의 가장 핵심적인 협력 요소는 바로 '전열의 유지'다. 체력 회복 수단이 한정되어 있는 게임이기 때문에(붕대는 인당 한번 뿐이다) 각 팀원들은 체력을 회복하거나(붕대, 뿔피리, 깃발) 서로를 방호할 수 있는 수단(거치형 방패나 바리케이드, 덫 등) 등을 최대한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게임을 하다보면 단순히 때거리로 몰려다니면서 상대와 패싸움을 하는 것이 아닌, 전열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금방 느낄 수 있고, 그렇게 시벌리 2는 게임을 구성하였다.

 

결론적으로 시벌리 2는 멀티플레이 중심으로 게임을 플레이한다면, 한번쯤은 경험해볼만한 훌륭한 경험이라 할 수 있다. 지금 현재 PC 플랫폼은 에픽 게임즈로만 나온 상태라 접근하기 좀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전 콘솔 플랫폼과 크로스 플레이가 되기 때문에 어느 플랫폼으로 즐겁게 플레이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기회가 된다면 한번 꼭 플레이하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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