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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게임 리뷰




*스포일러 있습니다.


*스토리 분석은 여기로.


*GTA 온라인의 리뷰는 여기서 다루지 않겠습니다. 현재 나오지 않아서...




GTA 시리즈와 락스타가 지난 10년 동안 게임업계에 끼친 영향은 지대하다고 할 수 있다. 락스타의 GTA3는 3D 그래픽으로 정교하게 만들어진 리버티 시티를 구현함으로서 동원한 스테이지 형식이 아닌 오픈월드/샌드박스 게임이라는 장르를 대중화 시키는데 성공하였으며[각주:1], 수많은 게이머에게 문화적 충격을 안겨다 주었다. 그리고 GTA3에서 파생된 외전인 바이스 시티와 산 안드레아스는 다양한 탈 것의 추가와 커스터마이즈 요소의 도입[각주:2]하였다. GTA4의 경우, 기존의 GTA 시리즈와는 다른 '현실적인'[각주:3] 소재와 이야기의 전개, 그리고 아메리칸 드림의 몰락이라는 '다소 식상한'[각주:4] 주제를 게임에 잘 녹여내어서 높은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GTA4의 경우에는 스토리와 연출의 보강에도 불구하고 정작 게임적인 재미는 퇴색하였다는 평가[각주:5]를 듣거나 GTA4의 최대 단점은 게임적 재미가 없다는 것이다 라고 하는 등 다소 안습한 평가를 받기도 하였다.


그리고 영광의 GTA5. 이미 일주일만에 1조원의 경이적인 매출을 기록한 GTA5는 이 리뷰가 작성되고 있는 지금 이 시점에서도 게임 산업의 역사를 쓰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GTA5 게임 자체도 그에 걸맞게 경이적이다. 현세대(엑박 360, 플3) 게임이 과연 어디까지 도달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에 대답이라도 하듯이 압도적인 규모와 분량, 디테일로 무장하였다. 오픈월드라는 장르적 특징과 '한계'를 감안하면 GTA5의 그래픽은 경이로운 수준이며, 시리즈 최대의 크기의 맵과 시리즈 최대의 할거리 등등을 자랑한다. 그리고 GTA5는, 감히 이야기컨데, 시리즈와 오픈월드 액션 장르 게임의 역사의 한페이지를 완성했다고 말할 수 있다.


GTA5가 다른 오픈월드 게임과 다른 점은, 그리고 시리즈 중에서 가장 높은 경지에 도달할 수 있는 부분은 바로 로스 산토스와 산 안드레아스라는 공간의 '디테일', 그리고 그 디테일들과 상호작용할 수 있다는 부분이다. GTA5는 문화적으로 본다면 심슨가족이나 사우스 파크와 같은 궤를 달린다:GTA5의 세계는 현실의 탈을 쓰고 있지만, 동시에 현실과는 백만광년정도의 거리에 위치한다. GTA5의 세계는 전적으로 미국인(또는 미국 외부의 사람들)이 미국에 대해서 갖고 있는 편견에 기초한다. 라디오 뉴스에서는 온갖 쓰래기 같은 가십성 기사를 난발하면서 마지막 클로징 멘트에서 '당신의 편견을 확인해드립니다!'라고 외치며, 싸가지 없는 애들을 채찍으로 가르치는 내용을 광고하며, TV에서는 부패한 FIB 요원이 나와서 범죄조직을 고발하는 프로를 찍고, 애플 컨퍼런스를 패러디한 부분에서는 애플적 '혁신'과 그 혁신에 미친 광신도들을 비꼰다. GTA5는 이런 비꼬기들로 가득한 게임이며, 게임 내내 플레이어에게 쉴세없이 웃게 만드는 매력을 보여준다.


기존의 GTA 시리즈 역시 이러한 편견이나 문화적 패러디에 기초하고 있었으며 다른 오픈월드 게임들의 배경이자 게임 플래이 공간도 각각의 개성과 특색을 갖고 있었다.[각주:6] 하지만 GTA5가 지금까지 나온 기존의 시리즈나 다른 오픈월드 게임들보다 더 높은 경지에 도달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그 공간의 '디테일'과 '분량'이다. 산 안드레아스와 로스 산토스는 게이머가 다 따라오지 못할 정도로 다양한 이야기와 사이드미션들, 그리고 기존 문화의 작은 클론들로 구성되어 있다. 누군가는 이렇게 이야기하기도 했다:"GTA5로 TV를 틀어넣고 현실에서 감자칩을 까먹으면서 시간을 보내는게 가능하다. 이 게임은 전적으로 미쳤다." 기존의 게임들이 세계의 몇몇 특색들만 게임 속으로 갖고 들어와서 두드러지게 강조하는 쪽이었다면, GTA5는 기존의 세계를 통째로 왜곡하고 축소하여 게임속으로 들고 들어온다. 라디오, TV, 영화에서부터 인터넷, 주식, 스마트폰, 트위터와 페이스북(의 패러디들) 등등 게임이 구현하고 있는 현실의 요소들은 게임적인 메카니즘을 뒷받침하기 위한 '시스템'이 아닌 플래이어가 현재 살고 있는 '문화'로써 게임 속에서 재현된다.


물론 이러한 GTA5에서 문화적 요소는 단순히 게임 플래이의 '외부적'인 것으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게임 플래이와 밀접하게 상호작용하면서, '게임 플래이와 함꼐 변화하는 세계'를 구축한다. 이를 대표하는 시스템이 바로 스마트폰 UI의 도입과 주식 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GTA4 이후로 5년이 지났고, 2013년 현재 스마트폰은 우리 일상생활에 자연스럽게 자리잡고 있다. GTA5의 인터페이스 중에서 가장 혁명적으로 변화한 부분이라 할 수 있는 스마트폰은 우리가 실생활에서 쓰는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사용된다:사람들과 문자를 주고 받고, 이메일을 받으며, 인터넷을 보고, 사진을 찍어서 실제 '인터넷'에 올릴 수 있다[각주:7]. 기존의 GTA4에서도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었지만, 넷카페 등의 제한적인 장소에서만 가능했었다면 이제 GTA5에서는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스마트폰을 통해서 우리가 세상과 상호작용하는 것과 '똑같이'[각주:8] 상호작용할 수 있게 됨으로서 플래이어의 몰입도를 올린다. 또한 주식 시스템은 단순한 투기를 넘어서 플래이어에게 적극적으로 '주가조작을 하게' 만든다. 가령 레스터가 주는 암살미션의 경우, 회사를 사보타주 함으로서 라이벌 회사 주식 값을 올리는 행위를 할 수 있으며, 플레이어는 서로 라이벌인 두 회사 중 하나의 기물을 파손해서 주가를 컨트롤할 수 있다.[각주:9] 그외에도 뉴스를 틀면 플래이어의 행적이 사실과 다르게 묘사된다는 점 등등 플래이어는 게임속의 세계와 다양한 방식으로 상호작용 할 수 있다.


GTA5는 게임 플래이는 기존의 시리즈와 다른 독특한 부분이 많다. 일단 먼저, 시리즈 최초로(그리고 아마 오픈월드 게임 사상 최초로...?) 3명의 주인공들(마이클, 트레버, 프랭클린)을 바꿔가면서 동시에 조작할 수 있다. 미션 중에는 주인공을 바꾸는 것이 어느정도 제한되지만, 미션을 하고 있는 중이 아니면 자유롭게 이 주인공에서 저 주인공으로 넘어갈 수 있다. 그리고 이 과정이 별다른 로딩없이 아주 자연스러운 화면전환[각주:10]을 보여주기에 플래이어는 부담없이 이 케릭터를 했다가 저 케릭터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미션 중에서는 미션의 상황에 따라 플래이 할 수 있는 케릭터가 변화한다. 하지만 모던 워페어 2같이 개연성없는 전환이 아닌 부드럽고 개연성 있는 전환이 게임 내에서 이루어지는데, 가령 플래이어가 강도질 성공후 오토바이로 탈주하는 과정에서 경찰의 추격이 붙자 자연스럽게 케릭터가 전환되면서 추적하는 경찰차량을 트럭으로 전복시킬 수 있다던가, 한명이 폭탄을 설치하기 위해서 배에 잠입을 하면 다른 한명을 스나이퍼 라이플로 지원을 해주는 미션에서 이 둘을 번갈아가면서 서로에게 도움을 주는 등 새로운 기능을 과시하기 위해서 억지로 무리하게 이리저리 케릭터를 전환하는 것이 아닌 상황에 맞고 자연스러운 모습을 연출하는데 초점을 맞춘다.


또한 기존의 시리즈와 다르게 이제 플래이어는 한정적으로 미션 진행 과정을 '계획'할 수 있다. 강도 미션의 경우, 플랜 A와 B를 통해서 게임 진행 방식을 자신의 입맛에 맞게 조작할 수 있는데, 예를 들어 첫번째 강도 미션의 경우 보석상을 털 때 신경가스를 이용해서 보석상 내부의 인원을 제압하고 돈을 챙길 것인가, 아니면 전통적인 방법에 기반해서 보석상을 털 것인가, 이렇게 두가지 방법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3명의 주인공 이외의 조직원을 고용해서 일을 처리할 수 있는데, 비싼 조직원을 고용하면 일이 부드럽게 풀리지만 돈이 많이 들어가는 문제가 생기고, 싼 조직원을 고용하면 비용이 싸게 들지만 미션중 이벤트로 사고가 발생하는 등의 문제가 생긴다. 물론 100% 자신만의 계획을 기획하는 재미가 아닌, 기존의 계획에서 선택을 하고 그 내부의 변수(조직원들의 실력)에 따라서 미션 내용이 결정되는 다소 제한적인 형식이긴 하지만, 플래이어에게 재량을 줬다는 점에서 GTA5의 시도는 훌륭했다고 할 수 있다.


GTA5는 기본 미션과 사이드 미션 이외에도 다양한 할거리를 제공한다. 테니스, 골프, 요가, 사냥, 다트 등등 다양한 미니 게임들을 게임 내에서 즐길 수 있다. 그리고 기존의 부동산 구입이 사이드 미션을 해금하는 형태로 바뀌어서 플래이어가 부동산을 구입하면 이를 즐기는 형태로 바뀌었다.[각주:11] GTA5는 메인 미션 이외에도 엄청나게 많은 즐길 요소들을 제공하고 있기에 엔딩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게임을 붙잡을 수 있는 매력을 게이머에게 선사한다. 심지어 메인 미션 자체도 그렇게 짧지 않기 때문에[각주:12] GTA5의 볼륨은 대단하다고 할 수 있다.


그래픽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GTA5는 현세대 기기의 최대한을 뽑아내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오픈월드라는 한계 때문에 그래픽 디테일이나 먼 거리의 그래픽들은 뭉그러져 보일 수 밖에 없지만, 전반적인 그래픽 부분에 있어서 GTA5가 보여주는 안정성과 오픈월드라는 특성을 감안하고 봤을 때 높게 평가할 수 있는 그래픽 디테일 등등에서 락스타의 놀라운 기술적 경지에 감탄할 수 밖에 없다. 


GTA5는 결론적으로 PS3와 엑박 360의 마지막에 나올 수 있는 최고의 게임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물론 GTA5가 완벽한 게임이라고 주장할 수는 없다. 여러가지 버그 문제나, 혹은 아직 뚜껑조차 안열린 GTA 온라인[각주:13], 그리고 차세대로 나왔으면 더 멋진 게임이 되었을 수 있었을거라는 아쉬움 등등이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GTA5는 게이머들에게 재미와 감동을 주었을 뿐만 아니라 게임업계 모든 사람들에게 하나의 표준이자 지표, 그리고 장벽을 제시하였다. 이제 수많은 게임들은 GTA5를 뛰어넘기 위해서 고뇌하고 좌절하며 그리고 결국에는 GTA5보다 더 대단한 게임을 만들게 될 것이다. 하지만, GTA5는 그러한 과정 속에서, 그리고 GTA5보다 더 뛰어난 게임이 나오더라도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불멸의 게임이 될 것이다. 그리고 GTA5는 그만한 자격이 있다.








  1. 엘더스크롤 2:데거폴 같은 게임이 있었다는 걸 잊으면 안된다. 거대한 세계의 구현은 과거 게임에도 존재했었던 테마이기도 하다. [본문으로]
  2. 산 안드레아스의 경우, 운동과 음식을 통해서 CJ의 체형을 조절할 수 있었다. [본문으로]
  3. 3편과 3편의 외전들이 대부분 어딘가 극화되고 만화풍의 질감에 기초하고 있었다면, 4편은 그러한 질감을 최대한 빼고 현대적인 도시를 만들어내는데 초점을 맞추려 한다. [본문으로]
  4. 사실, 식상하다면 식상할 수 밖에 없는것이 아메리칸 트림의 몰락에 대한 이야기는 대중문화에 있어서 끝없이 반복되고 재생산되고 곁가지를 쳐나가는 소재이기 때문이다. [본문으로]
  5. 그도 그럴것이 GTA:VC나 SA에서 게임적이고 비현실적인 색체를 최대한 빼낸 것이 GTA4 였기 때문이었다. 한떄 GTA3와 그 외전을 상징했던 탱크와 전투기 등의 깽판 요소는 GTA4에서 삭제되었다. [본문으로]
  6. GTA4에서 범죄예방을 위해 싸우는 범죄투사나 그를 촬영하는 TV 프로그램, ULP의 존재 등등이라던가, SA에서는 갱스터 힙합을 패러디하는 부분이 나오는 등등...어쌔신 크리드의 경우에는 역사적 격변기의 도시들을 탐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였다. [본문으로]
  7. 락스타 소셜 클럽 계정과 연동이 되는데, 문제는 현재 이 기능은 수많은 사진 업로드로 인해 폭주해서 제대로 작동이 안된다는 이야기가 있다(......) [본문으로]
  8. 물론 '완벽하게' 똑같다고는 할 수 없다. 이메일 답장은 언제나 정해져있으며 많은 부분은 정해진 경로를 따라 돌아가는 스크립트에 가깝기 때문이다. [본문으로]
  9. 참고로, BAWSAQ의 경우 소셜 클럽과 연동된다고 하나, 현재는 어떤식으로 연동이 되는지 매카니즘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이다. [본문으로]
  10. 카메라가 허공으로 올랐다가, 전환하려는 주인공이 있는 위치로 이동하고 아주 약간의 로딩을 거친 뒤에 그 케릭터가 뭘하고 있는지를 보여준 뒤 조작이 가능해진다. [본문으로]
  11. 부동산에서 수익이 나긴 하지만, 수익이 너무 적고 그 텀이 너무 긴 관계로 사이드 미션을 해금하는데 의의를 두어야 한다. [본문으로]
  12. 클리어까지 30시간 가량 걸렸다. [본문으로]
  13. 제작자들도 이런저런 당부(겸 변명)를 하는걸 보면 불안불안한 감이 있다... [본문으로]
게임 이야기/게임 리뷰




*스포일러 있습니다.



킬존 시리즈는 '플스 진영을 대표하는 대표 FPS 프랜차이즈'다. 인썸니악의 레지스탕스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걸 생각하면, 킬존 시리즈는 이제 유일하게 플스 진영의 독점 FPS라고 할 수 있지만, 게이머들 사이에 있어서 킬존의 입지는 기묘하다. 자기들도 모르는 사이에 헤일로 킬러가 되어버렸던 킬존 1[각주:1], 너무 오랫동안 만든데다가 그래픽과 마케팅으로 낚시한다는 낚존이라는 오명까지 뒤집어쓴 킬존 2, 소리없이 나와서 소리없이 묻힌 킬존 3까지. 킬존 시리즈는 기본적으로 다른 플스 독점 프랜차이즈 중에서는 왔다갔다하는 다소 애매하고 위험한 포지션에 있는 프랜차이즈다. 물론 소니 진영에서 킬존 프랜차이즈의 위치란, 일종의 '우리 기기로는 이정도를 뽑아낼 수 있다' 라는 레퍼런스적인 의미가 강한데, 그런 의미에서 킬존 프랜차이즈가 비타로 신작을 낸다고 했을 때 수많은 사람들이 열광한 이유가 '드디어 비타의 성능을 제대로 뽑아내는 레퍼런스 타이틀이 나오겠구나'라는 것이었다.




뭐, 머서너리가 기기 성능을 극한으로 뽑아낸건 맞지만.




비타의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일단 '기기가 안팔린다', '기기가 고장이 잘난다'[각주:2], '메모리스틱이 비싸다' 등등의 다양한 자잘한 문제들이 아니라 '이걸로 할 것(특히 게임)이 없다'라는 문제였다. 특히 3DS와 다르게 콘솔과 가장 유사한 조작 시스템[각주:3]과 강력한 성능을 바탕으로 액션 게임이 나오기를 비타 유저들은 강력하게 희망했으며, 특히 현재 콘솔 게임의 대세라고 할 수 있는 FPS를 훌륭하게 구현할 수 있기를 바랬다. 머서너리가 나오기 전, 비타의 FPS 복은 거의 제로에 가까워서 그 유명한 니힐리스틱 2연타, '레지스탕스:버닝 스카이-블랙 옵스2:디클래시파이드'라는, 성능을 풀로 이끌어내기는 커녕 이도저도 아닌 망작들의 향연에 비타 보유자들은 좌절의 도가니에 휩싸였다. 블옵:디클래시파이드는 직접 해본적이 없어 뭐라 할 수 없지만, 특히 버닝 스카이는 게임 완성도가 떨어지는걸 제외하더라도 조작이나 인터페이스가 '비타의 특수성'[각주:4]에 집착해서 망했다고도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킬존 머서너리는 이러한 기존의 FPS 게임들과 다르게 철저하게 기존 콘솔의 조작과 기존 FPS의 재미를 비타로 그대로 들고오려는 시도를 한다. 근접전을 전면 터치스크린을 사용하는 것을 제외하면, 머서너리의 조작과 진행은 전적으로 기존 콘솔의 FPS를 그대로 재현한다. 왼쪽 트리거 버튼으로 조준하고, 오른쪽 트리거 버튼으로 쏘며, 네모 버튼으로 재장전, X버튼으로 점프, O버튼으로 달리는 등등 기존의 FPS에 비교해봤을 때 그다지 특별할 것 없는 구성들이다. 그리고 기존의 콘솔 FPS의 형식을 비타로 옮기는데 있어서 조작상 불가능한 부분들은 비타의 기능을 활용하는 모습[각주:5]을 보여준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렇기에 킬존 머서너리는 기존의 퍼스트 파티 게임들과 다르게 비타를 가장 적게 이용하면서도 비타를 가장 잘 이용한 케이스라고 볼 수 있다. 비타의 기능에 매몰되지 않으면서 동시에 비타의 기능들을 편리를 위해서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각주:6]


싱글플레이의 구조는 기존의 레일로드 슈팅의 변용에 기묘한 스코어링 시스템을 도입한 모습을 보여준다. 킬존 머서너리의 스테이지들은 콜옵과도 같은 일직선 구조의 레일로드 슈팅 스테이지라고 이야기하기에는 살짝 크고, 다양한 경로를 이용해서 다양한 방식으로 게임을 풀어나가는 오픈월드 혹은 복합적인 스테이지라고 판단하기에는 스테이지가 너무 작다. 싱글 플래이에 있어서 가장 어이없는 부분은 이런 어중간한 스테이지 구조에도 불구하고 킬존 머서너리는 게이머에게 마치 다양한 선택지가 있는 것처럼 게이머를 기만한다, 아니 더 나쁘게도 게이머에게 강요를 한다:특히 은신 플래이 부분이 그렇다. 머서너리의 기본적인 틀은 FPS인데, 커스터마이즈를 이용해서 다양한 플래이, 특히 '은신 플래이'가 가능한 것처럼 게이머들을 속이고 강요한다.[각주:7] 하지만 이 게임에 있어서 은신 메카니즘은 벵가드(콜옵식으로 이야기하면 킬스트릭) 중 하나인 고스트 클로킹 장치를 이용해서 움직이는 것 말고는 일정한 법칙을 찾을 수 없다. 적들의 시야가 어디까지인지, 클로킹 장치가 아니면 다른 방식의 은신을 이용해서 게임을 풀어나갈 수 있는지, 그러한 설명이나 대안은 전무한체 그저 '은신을 하고 지나가면 돈을 더 주는' 중구난방의 보상 체제를 이용하며 플래이어를 혼란에 빠뜨리기 딱 좋게(이 부분은 은신해서 플래이할 수 있나?) 만들어놓았다.


하지만, 굳이 은신 플래이라는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게임 하는 것을 포기하면, 킬존 머서너리는 평균적인 FPS의 재미-쏘고 죽이고 달리고-를 훌륭하게 재현한다. 게임은 상당히 기묘한 스코어링 방식을 도입하는데, 게임 내에서 게이머가 하는 모든 행위를 '돈'으로 환산하는 것이다. 적을 죽이면 50불[각주:8], 헤드샷하면 75불, 연속킬하면 보너스로 적 하나당 25불씩, 근접전은 100불 등등 게이머의 모든 행위는 돈으로 환산되서 즉각 게이머의 계좌(스코어보드)로 이체된다. 그리고 게이머는 이 모은 돈을 이용해서 무기와 장비를 사고 다음 미션에 돌입하기 위한 자신의 장비를 커스터마이즈한다. 킬존 머서너리는 각각의 미션에 있어서 장비를 콜옵의 클래스 시스템과 유사한 형태로 접근하는데, 퍽의 개념을 제외하고 직관적으로 방탄복+벵가드+무기의 형식으로 오로지 다양한 느낌으로 쏘고 달리는데 커스터마이즈의 초점을 맞춘다(그렇기에 은신은 더더욱이나 이 게임에 어울리지 않게 된다.) 게임을 풀어나가는데 있어서 무기나 장비의 제한은 거의 없지만(즉 어떤 장비로든 클리어는 가능하지만), 장비 구성에 따라 플래이 느낌이 확 달라지기 때문에 다양한 장비조합으로 게임을 풀어보는 시도와 재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단, 게임에서 모든 장비를 해금한 이후에는 돈의 의미가 완벽하게 사라지기 때문에, 최종 컨텐츠에 있어서 제작진들이 신경을 제대로 안쓴 것이 아닌가 라는 아쉬움이 남는다.[각주:9]


여기까지만 본다면, 킬존 머서너리는 모두가 원했던 비타의 FPS 레퍼런스 타이틀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아주 중요한 문제가 생긴다:과연 비타라는 휴대용 기기로 즐길만큼 킬존 머서너리는 매력적인 타이틀인가? 사실, 위에서 지적한 몇몇 단점을 제외하면, 킬존 머서너리의 게임 시스템은 전적으로 콘솔 FPS의 훌륭한 '이식'에 불과하다. 역설적이게도, 킬존 머서너리는 비타의 기능을 효율적으로 취사선택하여 콘솔 FPS를 구축한 나머지 이걸 굳이 비타라는 휴대용 기기로 즐겨야 하는가? 라는 모순적인 지점에 도달해버린다. 솔직히, 머서너리는 FPS 업계 표준을 너무 충실하게 따른 나머지, 게임이 전반적으로 몰개성함 그 자체다. 머서너리 자체의 독특한 시스템들(독특한 스코어링, 이도저도 아닌 어중간한 스테이지 구성 등등)은 오히려 미완성이거나 게임의 완성도를 깎아먹는 모습을 보여주며, 그외의 것은 훌륭하긴 하지만 굳이 이걸 들고다니면서 해야하는가 라는 의문이 들 수 밖에 없다.


이런 몰개성한 부분들이 결국 게임이 '들고다니면서 갖고 놀기에 적당한 구조를 보여주는가?'라는 질문에 대답해야하며, 이는 게임의 스테이지 구조와 반복 플레이의 측면에서 집중하여 볼 수 밖에 없다. 지하철에서 들고 20분 정도 플레이하기 적합한가, 라는 질문에 대해서 머서너리는 충분하다, 라고 평가할 수 있다. 하나 하나의 미션들은 클리어하는데 20분~30분 전후의 짧은 템포를 보여주며, 체크포인트 시스템 등등은 휴대용에서 즐기기에 부담없는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문제는 그러한 짧은 미션 구조에도 불구하고, 게임의 미션 수는 너무나 적다. 총 합쳐서 9개의 미션과 1회차 클리어 시간이 4~5시간 수준이라는 것은 싱글이 짧아지는게 대세인 요즘 FPS라고 해도 너무나 짧은 모습을 보여준다. 심지어 하드 난이도로 2회차 클리어하는데 5시간 남짓 걸렸다는 것을 상기하면, 머서너리의 분량은 너무나 짧다. 그걸 제작자들도 인지하였는지, 게이머에게 '임무 계약'이라는 싱글플레이 미션에 조건을 걸고 클리어하는 시스템을 추가한다. 하지만 이는 게이머에게 있어 하나의 도전이라기 보다는 하나의 '짜증'에 가깝다고 할 수 있는데, 특히 '은신' 계약의 경우에는 위에서도 지적하였듯이 은신 메카니즘은 개판 5분후에 가까우며, 은신 플레이의 기본은 그냥 적이 보이는 족족 머리통에 총알을 꽂아주는 것이 그나마 스트레스를 덜받는 FPS 게임에서 총을 쏘지말라고 강제하는 쪽에 가깝기 때문이다. 또한 계약 자체의 수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틈틈이 움직이면서 오랜 시간을 투자할 수 있는 휴대용 게임 특성에는 어울리지 않는다.[각주:10]


그리고 스토리는 거대한 재앙이다. 킬존 1과 2의 시점을 다루고 있는 킬존 머서너리는 'ISA나 헬가스트나 둘다 나쁜놈'이라는 어쩡쩡한 양비론에 기초한 허접한 스토리를 자랑한다. 킬존 시리즈 자체가 지구와 벡타 행성, 그리고 헬간으로 쫒겨난 벡타 난민들의 이야기를 이용해서 우주 나치들의 장엄한 몰락과 SF 내에서 클리셰처럼 쓰이고 있는 테라포밍 제국주의(동생이 만들어낸 단어인데, 왜 모든 것이 지구 중심으로 돌아가야하는가?에 대한 의문이다.)를 비꼴 수 있는 훌륭한 스토리 잠재력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뇌까지 스테로이드에 쩔어있을거 같은 ISA 마초놈들이 방독면을 뒤집어 쓴 영혼없는 인형들을 총으로 쿡쿡 쑤시는 허접한 스토리로 귀결하는 킬존 시리즈의 전통(?)을 그대로 따라간다. '나는 돈에 살고 돈에 죽는 용병, 하지만 임무중에 만난 꼬마아이에게는 따뜻하겠지'라는 진부하다 못해 허접해보이기까지 하는 이야기 개요에 케릭터 조형은 없고 오로지 자신의 케릭터 스테레오 타입에 따라 움직이는 인물들까지 킬존 머서너리의 스토리는 점점 평균최저치가 상승하고 있는 게임업계 표준 스토리에 대하여 어떻게든 평균을 낮춰보고자 발악을 하는, 평균화되고 균질화된 산업 표준에 대한 똥싸개 인간들의 장엄한 발악으로마저 느껴질 지경이다.


그래도 킬존 머서너리에서 아주 높게 평가할만한 부분들이 있다면 그래픽 부분과 멀티플래이 부분이다. 킬존 머서너리의 그래픽은 대단히 인상적이다. 물론 휴대용 기기라는 한계 때문에 텍스처 디테일은 뭉개지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지난 6개월 동안 다양하게 질렀던 비타 타이틀 중에서 킬존 머서너리는 가장 뛰어난 그래픽을 보여준다. PS3판 킬존 특유의 색 배치 등등을 비타로 높은 완성도로 옮긴 부분은 높게 평가할만하며, 비타는 원래 이정도 기기였고 이렇게 쓸 수 있다는 것을 여지없이 드러낸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멀티플래이는 FPS 데스매치의 구조를 어떻게든 비타에 최대한 맞춰서 즐길 수 있게 만들려는 시도를 했고, 그 시도가 성공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머서너리의 멀티는 기본적으로 4:4의 소규모 접전을 지향하는데, 맵을 구불구불하고 복잡하게 만들어서 캠핑 자체가 불가능하게 만들고, 동시에 끊임없이 치고받을 수 있게 맵을 구성해놓는데 성공한다. 게임은 시종일관 소규모 접전을 제공하며, 무작위의 벵가드를 탑재한 벵가드 캡슐이 여기저기 떨어져서 한 곳에서 전투가 고착화 되는 것을 막고 패배하는 쪽에도 일종의 보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등, 게임 플래이에 있어서 이런저런 고심을 한 것이 눈에 보인다고 할 수 있다. 킬존 머서너리의 멀티는 충분히 오래붙잡고 즐길만하다. 문제는 3G 모델이 없는 한국에서는 와이파이로 접속해야하는 문제가 있는데, 집의 와이파이는 상당히 깔끔하게 접속이 되면서도 와이브로 에그로 접속하는데는 여러 에로사항이 꽃핀다는 것이다. 물론 멀티를 들고다니면서 굳이 할 필요성은 못느끼겠지만, 문제는 휴대용 기기라면 그런 접속이 부자유한 곳에서도 할 수 있는 신선한 멀티 기믹을 만들 수도 있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들기도 한다.


결론적으로 킬존 머서너리는 싱글에 보다 더 초점을 맞출수 밖에 없는데, 기본적인 재미는 하지만 설사똥 뺨을 치는 스토리에 더럽게 짧은 플탐을 가진 게임이라는 걸 생각하면 킬존 머서너리는 아무에게나 추천할 수 없는 물건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멀티는 재밌다. 문제는 안정적인 와이파이 접속 환경을 찾아야한다는 것인데, 그건 요즘 같이 와이파이가 발에 차이는 시대라 해도 무리가 어느정도 있다고 본다. 뭐, 비타로 FPS를 하는데 목마른 분이라면 추천할만 하지만 차라리 비타라는 게임기를 이해하고 있는 수준으로 따진다면 그라비티 데이즈, 심지어는 프로젝트 디바만도 못한 게임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덧.구매하실 분들에게 경고:용량 때문에 패치로 2기가 상당을 떄워버리는 만행을 저지르기도 했다. 

메모리 카드 용량을 확인하고 구입하시길.







  1. 자기들은 평범하게 게임 만들고 있다가, 소니가 뜬금포로 헤일로 킬러 킬존을 터뜨리는 바람에 허겁지겁 퀄리티 업하다가 망해서 지금도 까이는 킬존 1.... [본문으로]
  2. 필자는 현재 시점에서 리퍼를 두번 받았다. 반면 중고로산 일판 작다수 1년이 지난 지금도 잔고장은 커녕 크레쉬나 다운없이 잘만 쓰고 있다. [본문으로]
  3. 특히 듀얼 아날로그 스틱. [본문으로]
  4. 가령, 터치조작을 이용해서 수류탄을 던진다던가 무기의 2차발사를 발동한다던가, 장전한다던가 등등... [본문으로]
  5. 전면 터치스크린을 이용한 무기/수류탄 스왑, 후면 터치스크린을 이용한 스나이퍼 줌인-줌아웃, 정밀 조준을 위한 자이로 센서 ON/OFF 기능 등등... [본문으로]
  6. 이나후네 케이지는 '비타의 기능은 전적으로 취사선택의 문제다'라는 말을 던짐으로서, 비타의 모든 기능을 사용하여 게임을 만드는 것이 게임을 망칠수도 있음을 시사히가도 했다. [본문으로]
  7. '강요'라는 어감이 너무 강할지도 모르겠지만, 실제 '계약 임무' 같은 요소에서는 그러한 은신 플래이를 플레이어에게 강요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심지어 계약의 카테고리도 '은신'이다! [본문으로]
  8. 정확하게는 벡터 달러. [본문으로]
  9. DLC 돈 2배 버프 받고 모든 장비 해금하는데 20시간이 채 안걸린 것은 어찌보면 그냥 제작진이 생각이 없었던건지도 모르겠다. [본문으로]
  10. 휴대용 게임의 특징은, 대부분 엄청난 시간(몇십시간, 몇백시간)을 쏟아부을 수 있고, 그에 걸맞게 다양한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데 있다. 물론 그라비티 데이즈 처럼 그렇지 않은 게임도 있지만, 그라비티 데이즈는 그 짧은 시간동안 다른 게임들이 제공하지 못한 독특한 감각을 제공하기라도 했다. 하지만 킬존 머서너리는? 계약까지 합하면 20-30시간이 한계일 것이다. 만약 이게 일반 콘솔 FPS라면 합격점이었겠지만, 휴대용이라는 특성을 감안하면 별로 훌륭하지 못하다고 할 수 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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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게임 리뷰



*스포일러 있습니다.



스펙 옵스:더 라인의 이야기 모티브는 조셉 콘라드의 소설 암흑의 핵심(Heart of Darkness)과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의 지옥의 묵시룩(Appocalypse Now)에 기초한다. 자기 집을 찾아서 머나먼 여행을 떠나는 오딧세우스의 이야기 오딧세이와 정반대로, 조셉 콘라드의 소설이나 지옥의 묵시록은 편안한 집을 떠나서 인간의 가장 어두운 광기 속으로 떠난다. 아도르노식으로 이야기하자면, 오딧세이가 영웅이 광기와 신화적 괴물과 싸워서 이기고 질서를 구축하는 이야기[각주:1]였다면, 이들(암흑의 핵심과 지옥의 묵시록, 그리고 스펙 옵스)은 질서로부터 떠나서 괴물에게 잡아먹히거나 괴물 그 자체가 되버린 몰락한 영웅들의 이야기이다.[각주:2] 그들이 여정 중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들은 광기와 폭력의 소용돌이이며, 그 소용돌이 속에서 진실을 찾기 위해 소용돌이의 근원으로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그들은 무너지며 박살나며 미쳐간다.


스펙 옵스:더 라인 역시 그 연장선상이다. 자신의 원형을 여기저기 오마주의 방식으로 인용하고 있는 스펙 옵스:더 라인은[각주:3] 투입된 주인공들이 결국은 광기가 만연한 두바이의 폐허와 함께 다같이 미쳐버린다는 수라장의 결론을 취하고 있으며 게임의 이야기는 '선배'들이 쌓아놓은 왕도의 정석을 따라서 게이머들을 포스트 아포칼립스[각주:4]의 세계로 인도한다. 하지만, 스펙 옵스는 지옥의 묵시록이나 암흑의 핵심을 게임에 그대로 옮겨놓지 않는다:오히려 '게임만'이 할 수 있는 독특한 서사 구조를 이용해서 게이머를 충격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는다. 조금 과장을 보태서 이야기를 하자면, 스펙 옵스가 이루어낸 성과는 현세대(Xbox 360, PS3) 게임들 중에서는 특출난 무언가라고 평할 수 있을 것이다.


현세대 게임들의 특징들을 한 두문장으로 축약할 수는 없겠지만, 콜 오브 듀티:모던 워페어로 대표되는 '밀리터리 슈팅'이 게임이라는 대중문화 내에서 거대한 '조류'가 되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그리고 콜옵 덕분에, 밀리터리 FPS 게임[각주:5]은 하나의 표준서사를 갖기 시작한다:상대할 적이 있고, 그리고 이들은 엄청난 무기[각주:6]를 이용해서 세계평화를 위협하거나 세계질서를 흔드는 음모를 꾸민다. 그리고 주인공들은 특수부대의 일원으로서 온갖 특수장비와 고가의 장비들을 동원해서 문자의미 그대로 쑥대밭을 만든다. 그리고 주인공들은 이것들을 이용해서 건물 몇개 날려먹고, 비행기, 배 기타 등등을 때려부수고, 이 임무에서 저 임무로 건너뛰다가 이야기의 마지막에는 세계를(하지만 대부분은 '미국'을) 구한다. 영웅들이 세계를 위협하는 적을 쓰러뜨리고, 질서를 보호하며 재구축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게임이 게이머들에게 제공하는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영웅과 자신의 동일시 또는 이입'이다. 게이머들이 조작하는 인물들은 영웅이며, 세계를 구하는 강력한 행위자이다. 그리고 이야기들과 스크립트들은 이 영웅이자 게이머의 '행위와 폭력'을 정당화시키기 위해서 재구축된다. 왜 모던 워페어 2에서 프레데터 미사일로 러시아 군인들을 쓸어야 했는가? 그게 이야기 진행에 있어서 꼭 필요했나?[각주:7] 배틀필드 3에서 항모에서 전투기 몰고 비행장을 폭격하는 초반 미션은? 대부분의 밀리터리 FPS에서 이런 대량 살상 병기를 조작할 수 있는 것은 이야기 상에서 '그게 꼭 필요한가'의 문제가 아니라, '이걸 넣으면 재밌겠지'라는 명제를 정당화 하기 위한 인과관계가 역전된 형태를 취한다. 좀 극단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이런 게임들에 있어서 이야기란 행위자인 게이머를 위해서 만들어진 동기인 것이다.


스펙 옵스:더 라인이 시작하는 지점은 바로 이 지점이다:스펙 옵스의 이야기는 게이머가 영웅이 되고 싶어하는 심리를 이용해서 주인공(=게이머)을 점점 끔찍한 광기의 구렁텅이로 몰아넣는다. 분명 게임이 시작할 때는 콘라드 대령의 무전을 확인하고 두바이에 갇힌 사람들을 구하기 위한 임무였는데, 게임 종반쯤 가면 그런 임무는 게이머들의 안중에도 없다. 그리고 임무에서 점점 엇나가고 점점 폭력적으로 변해가는 이야기는 게이머에게 방아쇠를 당길 수 있게끔 달콤하고 악랄한 변명을 계속 제공한다. 게이머가 33연대와 첫 조우를 하고 전투를 했을 때를 보자. 흔히 다른 게임에서는 정의의 편이자 아군으로 나오는 미군의 머리통을 총으로 따버린 이후에 케릭터들은 '이게 과연 옳은 일인가'라는 자괴감에 빠진다. 하지만 주인공은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이것은 정당방위이며 33연대는 국가와 임무를 포기한 집단이다'라고 정당화한다. 하지만 게임 종반부쯤 '정당방위'라는 핑계로 33연대 거의 전부를 몰살시킨 그들의 행위가 정당화될 수 있을까? 도대체 어떤 사람이 그들에게 그런 권한을 주었단 말인가? 게임은 이런식으로 영웅이 되고 싶어하는 게이머에게 어떤 끔찍한 짓을 하더라도 이를 회피하고 무시할 수 있는 달콤한 변명거리를 던져준다. 아니, 게임 속에서 끔찍한 짓을 하면서 점점 구렁텅이로 빠져드는 게이머들에게 거기서 빠져나올 수 있는 유일한 동앗줄('다른 선택지가 없었어' 등등)을 내려준다. 하지만, 이 변명이란 썩은 동앗줄이라서 게이머가 잠시나마 게임을 멈추고 이에 대해 생각을 하면 이 변명들이 얼마나 위태위태한지를 금방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다른 게임들과 마찬가지로 스펙 옵스에서 주인공들은 가장 강력한 행위자들이다. 그들이 도착하자마자 두바이를 둘러싼 CIA와 33연대 사이의 세력 판도가 바뀌기 시작하며, 두바이의 피난민들의 생존 역시 주인공들의 손에 달려있다. 하지만, 게임은 이러한 강력한 행위자의 행위를 변명에 의존하며 광기에 빠져가는 인간의 행위로 묘사함으로서 모두 파국으로 치닫는 모습으로 보여준다. 게임 마지막 콘라드 대령의 환상이 이야기를 하듯이, 주인공들의 임무는 어디까지나 '통신 내용을 확인하고 빠져나오는 것'이었다. 하지만 주인공은 임무를 무시하고 두바이에 남아서 진실을 찾고 33연대와 맞서 싸우는 것을 선택했으며, 하는 행위마다 족족 끔찍한 결과를 불러일으켜서 두바이에 있는 모두가 주인공의 행위 때문에 죽을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빠지고 만다. 그리고 이러한 이야기의 정점은 백린탄 이벤트이다.


스펙 옵스:더 라인을 대표하는 '백린탄'[각주:8] 이벤트는 바로 주인공의 행위가 불러올 수 있는 참담한 결과의 가능성과 밀리터리 게임들이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있었던 '게이머의 행위로 인한 폭력의 잔악함'을 여실히 보여주는 장면이다. 게이트를 지키는 33연대를 제거하기 위해서 백린 박격포를 쓰는 이 장면에서 주인공들은 민간인을 지키는 33연대 죄다 태워죽였을 뿐만 아니라 민간인까지 학살해버리는 게임 역사에 길이 남을 짓을 저지르며, 심지어 이 모든 과정을 게이머가 직접 하게 만든다. 그리고 주인공은 항변한다: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하지만, 이벤트 시작 부분에서 동료가 '언제나 다른 선택지는 존재합니다.'라고 항변하는 부분이나, 이벤트가 끝난 뒤에 '살인마들!'이라고 적들이 울부짖는 부분에서 제작자들은 게이머를 '네가 아무리 뭐라고 항변하려한들, 그건 다 변명에 불과해' 조롱한다. 백린탄 이벤트는 게이머의 선택과 행위가 불러온 끔찍한 폭력을 새하얀 섬광과 빛나는 연기 속에서 만천하에 드러내며, 게이머가 더이상 이를 감당할 수 없게 만들어낸다. 


그리고 이를 감당할 수 없는 주인공과 게이머는 점점 더 절박해지며, 결국은 이미 망가진 무전기와 죽어있는 콘라드 대령을 작동하고 살아있는것처럼 만들어내서 책임을 전가시키고 미쳐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렇게 점점 절박해지고 미쳐가는 부분 있어서 스펙 옵스:더 라인은 왠만한 호러 게임의 장면보다 더 무서운 상황을 종종 연출해낸다.[각주:9] 그리고 주인공은 폭력으로 상황을 해결하는게 아니라 폭력 그 자체를 추구하기 시작한다. 라디오 타워에서 헬기를 탈취한 후에, 라디오 타워를 개틀링으로 박살내는 장면을 보자. 여기서 주인공은 그럴 이유가 전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헬기를 타워쪽에 붙여서 선회하라고 명령을 내린리며, 타워가 박살나는 장면을 보면서 환호한다. 또한 쓰러진 적들을 처형하는 처형 액션 역시 점점 과격해지면서, 이들의 정신상태가 점점 미쳐가고 있음을 묘사한다.


이렇게 게임 내부의 케릭터들과 게이머들까지 점점 미쳐가게 만드는 스펙 옵스:더 라인의 화룡점정은 바로 '이 모든 것이 네녀석의 영웅이 되고 싶어해서 만들어낸 비극'이라고 비난하는 콘라드 대령의 환상(=주인공의 내면)과 함께 모든 변명과 정당화를 무너뜨려버리며, 게이머는 이로 인해서 자신이 했던 모든 행위들을 되돌아 보게 된다. 주인공은 모든 일을 해결할 수 있다고 믿었고, 행위자로서 모든 것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 강력함을 지니기는 했지만 그는 모두를 구하긴 커녕 모두를 파멸의 구렁텅이로 집어넣어버렸다. 그리고 게임은 게임의 말미에 모든 가식을 집어던져버리고 게이머를 정면으로 조롱한다:아직 영웅이 된 기분이 안 드셨습니까? 이게 다 당신 잘못입니다 등등.[각주:10] 


기존의 게임들이 게이머가 영웅이 되기 위한 과정과 게이머가 폭력을 통해서 세계의 질서를 구원하게 하는 이야기를 정당화하기 위한 기제(프레데터 미사일이나 무인 드론 조종이나)로 가득찼다면, 스펙 옵스:더 라인는 이를 뒤집어서 영웅이 되고 싶어하는 주인공(=게이머)으로 인해서 모두가 파멸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폭력과 광기에 물들어가는 과정을 단계적으로 드러냄으로서 기존의 게임들을 비꼬고 전쟁의 광기를 비판하는데 성공한다. 물론 이런식으로 사태를 더 악화시키는 오만한 행위자를 조롱하는 이야기들은 존재했지만, 스펙 옵스처럼 게임의 형식을 훌륭하게 이용하면서 게이머를 변명으로 유혹하고, 끔찍한 행위를 저질러서 절박하게 만들며, 동시에 마지막 진실에 절망하게 만드는 이야기는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스펙 옵스:더 라인은 마지막 진엔딩[각주:11]에서 과거 콘라드 대령이 주인공에게 언급하듯이 "우리는 집에 갈 수 없어. 우리같은 남자들의 인생에서는 반드시 넘는 선이 하나 있거든."라는 선언으로 축약할 수 있다. 스펙 옵스:더 라인은 전쟁의 광기에 사로잡힌 인간들의 이야기며, 집(=질서)에서 벗어나서 점점 광기에 타락하는 몰락한 영웅들이자 전쟁과 폭력에 대해서 훌륭하게 다룬 이야기이다. 하지만 스펙 옵스:더 라인이 대단한 것은 게임이 이런 무거운 주제를 다루었다는 것이 아니라 이를 게임의 형식으로 훌륭하게 풀어냈고 기존의 게임들의 구조와 이야기를 훌륭하게 비꼬는데 성공하였기 때문이다. 자신이 게이머라면 스펙 옵스:더 라인은 꼭 해보시길. 




덧.그래픽적으로 훌륭하지는 않지만, 인공적 아름다움의 극치인 두바이를 

모래와 광기가 넘쳐나는 도시로 묘사한 부분은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덧2.게임적으로 스펙 옵스:더 라인은 정말 할말이 없는 평범한 TPS의 극치이다. 게임적인 측면에서 기대하지 말기를.



덧3.덜 알려져있는 이야기지만, 더 라인은 과거 90년대 후반 2000년대 초에 나온 스펙 옵스라는 FPS 프랜차이즈에 속해있다.










  1. 그리고 신화가 질서와 계몽이 되며, 동시에 질서와 계몽이 신화가 될 여지를 남겨놓는. [본문으로]
  2. 질서와 계몽이 신화에 의해서 해체되는. [본문으로]
  3. 암흑의 핵심의 작가 조셉 콘라드=콘라드 대령, 지옥의 묵시록에서 커츠를 광신했던 미친 종군기자=라디오맨 등등... [본문으로]
  4. 물론 세상이 멸망한 것은 아니나, 두바이의 멸망한 풍경은 그야말로 끔찍한 대재앙 이후의 악몽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본문으로]
  5. 굳이 FPS라는 장르가 아니더라도 다양한 장르에서 콜옵의 서사는 변주 인용되고 있다. 에이스 컴뱃:어썰트 호라이즌을 보라. [본문으로]
  6. 보통은 ABC 무기(Atomic, Bio, Chemical, 핵-생물-화학무기)가 대부분이며, 혹은 핵무기 처럼 보이지만 핵무기는 아닌 이상한 물건을 들고 오기도 한다(에컴:어썰트 호라이즌) [본문으로]
  7. 모던 워페어 2의 이야기해서 말인데, 모던 워페어 2의 이야기란 플레이어의 행동을 정당화 하기 위한 최소한의 기제 정도로만 작용한다. [본문으로]
  8. 백린탄이 어떤 무기인가는 이쪽을 참조하시길. http://mirror.enha.kr/wiki/%EC%88%98%EB%A5%98%ED%83%84#s-3.6.1 [본문으로]
  9. 천장의 불이 깜빡거리면서 다가오는 적이나, 죽은 동료의 얼굴을 하고 다 네녀석 때문이야! 를 외치면서 공격하는 적의 등장. 환영 등등... [본문으로]
  10. 게임 로딩 창에서 나오는 멘트들이다. [본문으로]
  11. 게임은 멀티 엔딩이다. 물론 멀티 엔딩이라고 해서 해피 엔딩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http://mirror.enha.kr/wiki/%EC%8A%A4%ED%8E%99%20%EC%98%B5%EC%8A%A4:%20%EB%8D%94%20%EB%9D%BC%EC%9D%B8#s-5.1)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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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게임 리뷰




캐릭터 게임는 무엇인가? 보통은 배트맨 아캄 시리즈 같은 게임들에서부터 하츠네 미쿠 프로젝트 디바까지, 기존의 캐릭터나 작품이 있고 이를 바탕으로 파생된 게임들을 캐릭터 게임으로 지칭한다.[각주:1] 그렇기에 캐릭터 게임은 기존 상품의 연장선상에서 봐야할 것이다. 그렇다면 잘 만든 캐릭터 게임이 무엇일까? 캐릭터 게임은 캐릭터의 팬들을 만족시키면서 캐릭터 팬들을 새롭게 끌어들이는 계기로 작용하는 게임이다. 하지만 이런 캐릭터 게임을 만들 때, 기존의 상품 특징과 성격을 살리면서 게임의 재미 둘을 같이 잡는 것이란 상당히 어렵다, 아니 상당히 간과되는 부분이다. 보통 이런 게임들을 만들 때의 개발방향은 최소 비용으로 최대한의 이윤을 내는 형태의 게임을 많이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쉽게 이야기하면 퀄리티가 어찌되든 구입을 하는 팬들에게서 돈을 뜯어내기 위한 수단이 되기 쉬운 것이 캐릭터 게임이라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하츠네 미쿠 프로젝트 f는 잘 만든 작품이다. 물론 프로젝트 디바 f 자체는 그렇게 훌륭한 게임은 아니다. 리듬 게임이라고 이야기하면서 총 수록곡은 30여곡 남짓에 불과하며[각주:2], 그래픽은 비타의 최선을 뽑아냈다고 하기에는 어렵다. 하지만 프로젝트 디바 f는 보컬로이드에 대해서 크게 거부감이 없다면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이다. 리듬 게임으로서 내용도 충분하지만 기존의 보컬로이드[각주:3]팬들이라면 즐길 수 있는 보컬로이드와의 상호작용도 준비되어 있기에 일반 게이머와 기존의 팬 양측 모두를 사로잡을 수 있는 매력을 갖고 있다.


프로젝트 디바 f의 플래이 구조는 전형적인 리듬 게임의 구조를 따르고 있다. 게이머는 PV를 배경으로 생겨나는 노트에 맞춰서 버튼을 누르거나 전면터치 패널을 터치해서 음악을 연주해야 한다. 라인을 따라서 노트가 내려오는 기존의 리듬 게임과 다르게 화면 저편에서 노트가 등장해서 노트끼리 서로 만나는 순간에 연주할 것을 요구하는 구조를 보여주는데, 노트에 초침이 붙어있어서 세밀한 박자를 잡는데는 크게 어려움이 없다. 그러나 기존의 라인을 따라서 음표가 만들어지는 리듬 게임과 다르게, 프로젝트 디바는 노트가 생겨나는 방식이 일정하지 않다. 노트는 음악에 따라서 다양한 방식으로 등장하는데, 노트 등장 방식은 호를 그리거나 직선을 그리는 등의 '규칙성'에 기반하고 있다. 하지만 하드 난이도 이상에서는 이런 규칙성을 깨거나 어떤 노트가 먼저인지 구분이 안되는 다소 교묘한 구조를 보여주기도 한다.


기본 연주 구조 외에도 프로젝트 디바에는 독특한 시스템이 있다. 연주 중에 두번의 테크니컬 존과 한번의 찬스 타임이 존재하는데, 테크니컬 존의 경우 모든 노트를 쿨/파인으로 연주할 경우 점수를 얻으며, 찬스 타임의 경우에는 모든 노트에 추가 점수가 생기고 연주에 성공할 경우 추가연출이 나온다. 이러한 시스템 때문에 연주 자체에 있어서 특정 구간의 비중이 엄청나게 올라가며, 고득점을 위해서는 이 구간의 연주를 실패해서는 안된다. 아쉬운 것은 중간 간주 부분이나 전주부분을 잘 연주해도 그렇게까지 큰 메리트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부분을 제외하면 리듬 게임 자체의 재미는 준수하다.


게임은 리듬 게임에서 디바 포인트를 벌고, 디바 룸이나 보컬로이드에게 주기 위한 코스튬을 위해서 소모하는 구조를 취한다. 캐릭터 게임 답게 코스튬의 양이 상당한데(.....), 음악 하나당 코스튬 하나에 머리나 등, 목에 달 수 있는 코스튬까지 수가 상당하다. 또한 디바 룸에서는 보컬로이드와 선물을 줘서 친밀도를 쌓고 선물마다 특수한 이벤트를 볼 수 있다. 물론 이것들 덕분에 벌어들인 돈이 죄다 들어가는 신묘한 상황이 자주 일어난다.


프로젝트 디바 f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바로 PV 에디트 기능이다. 배경과 미쿠의 포즈, 카메라의 움직임, 노트들을 배치해서 자신만의 PV를 만들어내는 PV 에디트 기능과 에디트 플레이 기능은 30여곡의 제한된 수록곡이라는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놀라운 기능이다. 그러나 에디트 기능 자체가 대단히 복잡한 기능이기에[각주:4],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은 PV 에디트를 사용해서 자신만의 PV를 만들기 보다는 다른 유저들이 만들어낸 PV를 인터넷에서 구해서 사용하는 쪽에 더 집중할 것이다. 문제는, PV 다운로드 데이터베이스나 접근성에 있어서 프로젝트 디바는 시대에 한참 뒤쳐진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최대 3개의 업로드 제한과 사용자명으로만 검색할 수 있다는 점 등 대단히 불편한 구조를 보여주는 PV 공유시스템은 아주 강력한 툴을 플레이어들에게 제시했으면서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기에 정말 아쉽다.


결론적으로 프로젝트 디바 f는 캐릭터 게임이지만, '캐릭터' 요소를 제외하더라도 그럭저럭 즐길만한 요소들이 충분히 많은 게임이다. 물론 게임 구조가 혁신적이라던가, 해결해야할 문제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편하게 즐길 수 있다는 점이나 앞으로 발전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는 점에서 프로젝트 디바 f는 매력적인 작품이다. 물론 어디까지나 보컬로이드 라는 일본 서브컬처에 대해서 큰 거부감이 없다는 전제를 깔아야 하지만, 프로젝트 디바는 리듬 게임을 즐기면서 비타를 갖고 있는 게이머라면 구입해서 즐길만한 가치가 있는 게임이다.




덧.비타 후면 터치를 쓰는 연주 파트가 없어서 너무 좋았다.




  1. 이에 대한 정의가 없었기 때문에 나름대로 내릴수 밖에 없었다.... [본문으로]
  2. 테크니카 튠은 67곡이 수록되었다. [본문으로]
  3. 프로젝트 디바 f에는 미쿠, 린, 렌, 카이토, 루카, 메이코의 음악이 수록되어 있다. [본문으로]
  4. 대단히 세세한 기능을 지정할 수 있다. [본문으로]
게임 이야기/게임 리뷰




*스포일러 있습니다.



텔테일이 만든 게임 워킹 데드[각주:1]는 작년 GOTY(Game of the Year, 올해의 게임)을 휩쓸다시피한 게임이었다.[각주:2] 하지만 2012년 4월 25일 첫 에피소드가 공개될 당시에는 평단이나 게이머들 사이에서의 반응은 이렇게 까지 열광적이지 않았었다.[각주:3] 그리고 실제 게임 자체도 놀라울 것이 없는 어드벤처 게임의 연속이다. 플레이어는 이런저런 간단한 퍼즐을 풀고, NPC들과 대화를 하며, 때때로는 순발력을 요하는 버튼 액션을 벌이기도 한다. 심지어 워킹 데드에서 가장 호평받는 요소인 스토리와 선택이란 요소 역시 엄밀하게 이야기하자면, 기존의 게임이 보여주었던 별 다를 것이 없다.[각주:4] 게임의 구성 자체는 평이하다 못해서 진부하기까지 한 워킹 데드가 호평을 듣게 된 이유는, 지금까지의 게임이 보여주지 못한[각주:5] '선택'이라는 요소를 게이머의 감성을 극대화시키는 모습을 보여준다. 


기존의 게임들[각주:6]에 있어서 '선택'이란, 일종의 '옵션'에 불과하였다. 선택에 있어서 가장 하이엔드(?)를 달렸던 매스 이펙트 시리즈를 예로 들어보자. 매스 이펙트 시리즈는 1편에서부터 3편까지, 자신이 선택했던 요소들과 성향들이 쌓여서 다음 작품으로 넘어가는 등, 선택에 따라서 (조금 과장을 보태자면)은하계 모든 사람들의 운명이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은하계에서 가장 강력한 '행위자'임에도 불구하고 쉐퍼드 대위의 행위들과 그 결과는 게이머에게 직접 와닿는 선택이 아닌, 지나가는 풍경을 구성하는 것에 불과하다. 가령, 쉐퍼드가 한 케릭터를 구했다고 가정해보자. 쉐퍼드가 이 케릭터의 인생에 개입을 함으로서, 이 케릭터의 인생은 크게 바뀌었다. 하지만, 쉐퍼드(그리고 게이머)에게 있어서는 그는 여태까지 구했던 NPC 1, 2, 3...중에 하나에 불과할 것이다. 또한 선택을 통해서 쌓인 성향의 결과물인 레니게이드-파라곤 수치의 경우, 어디까지나 개개인의 취향이 구체적인 수치로 드러난 것에 불과하다.


즉, 워킹 데드 이전의 선택을 강조하는 게임들[각주:7][각주:8]은 '강력한 행위자로서의 플레이어와 그 행위의 결과이자 플레이어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지 않는 풍경으로서의 선택의 결과'를 강조한다. 하지만, 이러한 '선택'의 개념이 나쁘다는 것을 지적하는 것은 아니다. 여러분은 우주를(또는 세계를, 전 시간대를, 뭐 기타등등) 구할 영웅인데, 일일이 구했던 인간들의 인생이 어떻게 변하였는가를 두고 시간을 허비할 수는 없지 않은가? 하지만, 동시에 케릭터들과 이야기들이 '거대한' 이야기 속에서 너무나 쉽게 '소모'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데, 이 덕분에 플레이어의 선택은 플레이어의 감정에 큰 영향을 줄 수 없다고도 볼 수 있다. 아니, 정확하게 이야기하자면 플레이어의 선택을 느끼기에는 플레이어와 선택의 결과물 사이의 거리가 너무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워킹 데드가 만들어내는 지점은 정반대이다. 게임의 이야기는 영웅이 아니라 평범한 인간인 리 에버트라는 케릭터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그의 모험은 세계를 구한다던가의 거창한 것이 아니라 클레멘타인이라는 소녀와 자기 목숨을 지키기 위한 생존의 문제이다. 물론 다른 게임과 마찬가지로 워킹 데드에서도 게이머는 가장 강력한 행위자이며, 어떤식으로 게임을 선택을 하든 게임의 엔딩은 단 하나뿐이다. 하지만, 워킹 데드가 초점을 맞추는 부분은 그 과정이며, 각각의 개별 선택이 플레이어를 어떻게 뒤흔드는지에 집중한다. 


워킹 데드에서의 '선택'은 1)리는 초인이 아니며, 2)게임이 끝날때까지 게이머를 따라다니고 3)NPC들은 이를 기억하고 끊임없이 케릭터를 갈굴 것이며, 4)그리고 뭘 선택하든 기분은 좆같을 것이다 정도로 축약할 수 있다. 워킹 데드에서의 선택은 매스 이펙트의 파라곤-레니게이드[각주:9]의 문제나, D&D에서 볼 수 있는 질서와 선악의 문제로 뚜렷하게 구분되는 것이 아니다. 워킹 데드의 선택은 에피소드 1에서 보여줬던 것처럼, 칼리를 구할건가 더그를 구할건가[각주:10]처럼 둘중에 하나밖에 할 수 없는 '딜레마'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워킹 데드는 플레이어에게 무엇이 옳고 그른지의 기준을 제시하고 이를 테스트하지 않는다. 대신에 워킹 데드는 플레이어가 했던 선택에 대해 '책임'을 질 것을 요구한다.


이러한 책임은 다른 케릭터(리가 속한 생존자 그룹)들과의 대화나 그들의 행동(선택으로 인해서 변화하는)을 통해서 드러난다. 게임은 평범한 인간인 리의 선택에 어떻게 주변 사람들의 관계가 변화하는가 혹은 그가 속한 그룹의 생존에 영향을 미치는가라는 연극적 또는 멜로 드라마적인 요소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에 주인공 이외의 케릭터의 비중이 다른 게임들[각주:11]에 비해서 대단히 높다고 할 수 있다. 텔테일 게임즈는 이 점에서 각 케릭터들에게 이야기와 감정을 불어넣는데 성공하였으며, 그 덕택에 단 한명의 케릭터도 무의미하게 소모되는 일이 없다. 


에피소드 1에서부터 에피소드 5까지 함께한 케니를 예로 들어보겠다. 케니의 경우, 플레이어는 이 남자가 가족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는 평범한 가장이라는 것을 에피소드 1에서부터 쉽게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평범한 케니는 가족을 위해서 생존에 집착하고 점점 극단적으로 변해간다. 물론 여기까지라면 좀비 대재앙 물에서 볼 수 있는 흔한 케릭터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워킹 데드가 다른 점은 바로 그 케니라는 인물이 자신의 옆에 있다는 것이며, 자신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서 케니의 행동이나 성격이 바뀌며 이를 세세하게 관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워킹 데드의 선택은 플레이어가 선택을 하면 그 선택의 결과물을 면밀하게 관찰하고 상호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의 주류 게임과는 다르다고 할 수 있다.


다른 좀비 소재의 게임들이 좀비 대재앙이 만들어내는 카오스와 스펙타클에 초점을 맞춘 경향[각주:12] 때문에 좀비 대재앙이 우리 인간을 어떤식으로 바꿔놓는가라는 부분에 대해서는 다소 미흡한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워킹 데드는 이야기에 많은 무게를 실고 생존자들 사이의 드라마를 다루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게임은 플레이어가 선택을 하고 그 선택의 결과를 감당하게 만들며, 그 선택의 결과가 어떠한지 관찰할 수 있게 충분히 작고 정교한 이야기와 스크립트를 짜놓는데 성공한다.[각주:13] 물론 이런 점에 있어서 워킹 데드를 감정을 자극하는 신파물이라고 비판할 수도 있겠지만, 하지만 게임 내의 복잡미묘한 그 감정은 플레이어의 '선택'으로 인해서 생겨나기에 이를 신파물이라고 비판할 수는 없을 것이다. 


텔테일 게임즈의 워킹 데드는 어찌보면 그렇게까지 놀라울 것 없는 게임이라고 볼 수도 있다. 감동적인 게임 스토리나 눈물샘을 자극하는 게임 스토리는 여지껏 존재해왔으며, 워킹 데드가 보여주는 선택의 문제도 누군가 과거에 시도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점들을 재껴두더라도 워킹 데드는 훌륭한 게임이며 플레이어를 감정적으로 뒤흔드는 놀라운 게임이다. 기회가 된다면 꼭 플레이 하시길.






  1. 주의하자, 워킹 데드:서바이벌 인스팅스가 아니다. [본문으로]
  2. 총 74개의 게임 웹진들이 GOTY로 선정했다. 참고로 2위인 저니는 57개의 웹진에게서 GOTY를 받았다. [본문으로]
  3. 에피소드 1의 메타크리틱이 82점, 합본의 메타크리틱은 89~93점(기종마다 살짝 다름) [본문으로]
  4. 워킹 데드의 게임 진행 방식은 전형적인 '선형' 진행이다. [본문으로]
  5. 시도하지 못한, 시도하지 않았다 등등...좀 이상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과연 워킹 데드 이전에 워킹 데드 같은 선택의 문제로 집요하게 게이머를 괴롭힌 게임이 있었을까?(일단 스펙옵스는 제외하고) 다소 극단적인 결론(워킹 데드가 감성을 자극하고 플레이어에게 선택을 할때 무게감을 느끼게 만드는 선택과 스토리 개념을 처음으로 제시하였다)을 내리고 싶지는 않으나 이 부분에 있어서 이런저런 의구심(과연 워킹 데드 이전에 그런 게임이 무엇이 있었을까?)도 든다. 좀더 생각해볼 부분이기도 하다. [본문으로]
  6. 흔히 대작들, 이라 칭해지는 대자본이 들아건 게임들. [본문으로]
  7. 특히 바이오웨어 게임들. [본문으로]
  8. 물론 비겁하게 각주로 변명을 달자면, 아마도 워킹 데드 이전에도 워킹 데드 같은 시도를 한 게임들이 있었을 것이다. [본문으로]
  9. 질서를 지키면서 임무를 수행하느냐, 아니면 질서따위 생까고 가장 빠른 방법으로 임무를 수행할 것이냐. [본문으로]
  10. 하지만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은 흑심을 품고 칼리를 선택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에피소드 클리어마다 나오는 통계도 이를 증명한다(......) [본문으로]
  11. 소위 이야기하는 세계를 구하는 영웅이 등장하는 게임 같은. [본문으로]
  12. 라스트 오브 어스처럼, 인류가 대충 망했는데 총을 든 생존자 적들은 개때처럼 몰려나오고, 이들을 죄다 때려죽이는 그 미묘하고도 아이러니한 지점처럼 말이다. 좀비 대재앙을 다룬 게임에 있어서 얼마 남지 않은 생존자들이 극내에서 너무 쉽게 소비되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고 본인은 본다. [본문으로]
  13. 중대한 누설이기는 하지만, 에피소드 5에서 플레이어가 이 모든 것을 다시 되돌아보게 되는 계기가 생긴다. 스포일러 주의라고 써놓았지만, 이 부분의 스포일러는 어찌보면 너무나 치명적이기 때문에 따로 기재하지는 않는다. 기회가 되신다면 직접해보시길. [본문으로]
게임 이야기/게임 리뷰


*스포일러 있습니다.


스다 51은 언제나 소수자들의 친구였다. 아니, 정정하자면 소수만이 언제나 스다 51의 친구였다. 그의 게임들은 전적으로 요즘 게임에서는 인용되지도 않는 싸구려와 B급 미학으로 가득차 있으며, 불가해한 스토리에, 성인을 위한 컨텐츠들[각주:1]로 가득차있다. 금발 트윈테일 치어리더(덤으로 머리도 텅빈것처럼 보이는)가 고교 좀비들을 학살한다는 롤리팝 체인소우나, 미녀하고 섹스하기 위해서 전미 암살자 랭킹 1위를 노린다는 노 모어 히어로즈 등등 정리해놓고 보면 이런걸 용케도 시장에 내놓고 파는구나 싶은 물건들이 대부분이다. 킬러 이즈 데드 역시 그러한 스다 51 게임의 연장선상에 있으며, 여전히 정신나간 연출 센스와 불가해한 스토리, 그리고 살짝이나마 아쉬운 게임 플레이를 보여준다.


스다 51의 센스를 정의하는 핵심은 '제멋대로'이다. 도대체 왜 여기서 이런 장면이 나오는가? 왜 이 게임의 이야기는 이런 식으로 진행되는가? 라는 게이머 머릿속 가장 깊숙하고도 원초적인 질문에 대해서 스다 51은 빅엿을 날린다. 스다 51의 게임은 전적으로 내가 꼴리니까(혹은 내가 재밌으니까) 집어넣는다에 기초하고 있으며, 내가 너의 숨겨진 쌍둥이 형인 이유는 플레이어들이 너와 나 사이의 충격적인 설정을 원할거 같아서 라고 대답하는 노모어 히어로즈[각주:2]처럼 애시당초에 그에게 정합성이 있는 이야기와 세계관을 요구하는 것이란 무리한듯 하다. 킬러 이즈 데드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는데, 보스전에 뜬금없이 네녀석은 라스트 보스니까, 라던가 요즘 같은 시대에 액션 게임에서 세계정복 같은건 유행도 안된다는 이야기를 툭툭 던진다. 소수만이 좋아할 수 있는 스다 51의 독특한 센스는 변함없다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덕분에 킬러 이즈 데드의 이야기는 우주로 날아간다. 몬도와 데이빗이 사실은 형제였는데, 몬도가 데이빗을 죽이고 흑화해서 달(=광기)의 지배자가 된다, 라고 요약할 수 있는 스토리는 막상 플레이 해보면 전혀 와닿지 않는 카오틱한 스토리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메인 스토리보다는 중간중간에 어른들의 동화를 만들려는 게임의 산만한 시도들[각주:3]은 플레이어의 머릿속을 더욱 심란하게 만든다. 스토리를 못썼다기 보다는 그냥 손놓고 자기 꼴리는 것만 집어넣었고 덕분에 그냥 이야기에 대해서 아무 생각을 갖지 않는게 오히려 더 마음 편해지는 게임이 바로 킬러 이즈 데드라고 본인은 결론을 내리고 싶다. 또한 게임 내내 가장 많이 듣는 대사이자 플레이어의 심정을 대변하는 대사 '그런가...네녀석은 아무것도 모르는건가?'로 요약할 수 있는데, 아마도 이건 스다 51 본인이 스토리에 대해서 갖는 생각과 유사할 것이다. 그렇기에 앞으로 그가 스토리에 대해서 뭐라 코멘트 한다면 본인은 그 밑에 '그런가...네녀석은 아무것도 모르는건가?' 라고 댓글을 달고 싶다. 이런 점에서 킬러 이즈 데드는 이야기에 있어서 그냥 대놓고 웃겨보겠다는 개그 센스로 무장한 롤리팝 체인소우보다는 못하다고 할 수 있다. 킬러 이즈 데드 이야기의 대부분은 스다 51의 머릿속에 둥둥 떠다니는 멋에 대한 브레인(=쉿) 스토밍의 결정체로, 통일되기 보다는 이리튀고 저리튀어서 종잡을 수 없는 무언가이기 때문이다.


킬러 이즈 데드의 기본 플레이 구조는 데빌 메이 크라이 형식이 아니라 배트맨:아캄 시리즈의 그것에 가깝다. 다양한 기술로 화려한 공격을 끝없이 이어가는 것이 아니라, 기본 평타 위주로 평타가 끊기지 않게 운영을 하는 것이 기본이기 때문이다.[각주:4] 또한 적의 공격에 맞춰서 저스트 가드에서 발생하는 카운터나 아슬아슬한 회피에서 발생하는 난무 공격으로 더 큰 데미지를 노리는 시스템은 게이머에게 상당한 쾌감을 제공한다. 적을 일격에 죽이는 처형 모드의 경우, 너무 강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게임은 처형 모드를 가드하는 적이나, 일정 체력 이하로 떨어졌을 경우에만 처형모드로 처리할 수 있는 적을 집어넣는 등 이런저런 벨런스 유지 장치들을 삽입해놓았다. 물론 이 모든 것이 '완벽'하게 작동하는 것은 아니지만[각주:5], 게임 자체는 그럭저럭 벨런스가 유지되는 그런 느낌을 준다.


물론 게임 자체가 갖는 한계(예산의 문제라던가...)가 분명하기 때문에 다양한 패턴을 보여주지 못한 것은 상당히 아쉬운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다른 트리플 A급 게임들이 다양한 콤보, 다양한 공격 루트, 자유로운 공격, 어려운 공격을 성공시켰을 때의 보상이나 짜릿함 등등의 응용적인 부분을 보장한다면, 킬러 이즈 데드의 문제는 아주 기초적인 부분만 잘 다듬어 놓고는 거기서 더이상 발전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작인 롤리팝 체인소우와 비교해보면 게임 자체만으로도 상당히 재밌는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킬러 이즈 데드의 그래픽과 게임 내 연출은 저예산의 티가 나는 것을 제외하면[각주:6] 독창적이다 못해서 개성이 폭발한다. 화려한 원색과 과격한 음영의 대비는 아주 독특한 형태이지만, 동시에 몇몇 부분에서는 그 독창적인 연출과 그래픽이 눈알을 파괴하는 것 같은 기분마저도 든다. 특히 프리미엄 에디션 특전인 미션 51의 지하실 파트의 경우, 어두운 부분이 번져보여서 주변 지형이 제대로 파악이 안될 정도로 끔찍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리고 처형 모드의 처형 장면의 경우, 카메라가 이상한 형태로 돌아가서 머리가 아플 지경이다. 하지만, 킬러 이즈 데드가 보여주는 그래픽이란 상당히 독특한 것이기 때문에, 사람에 따라서는 이러한 단점들을 커버할 수 있는 매력을 찾아낼 수도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킬러 이즈 데드는 여전한 스다 51의 게임이다. 독특한 센스와 이미지, 표현 등에 있어서 게이머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 있긴 하지만, 동시에 그로 인해서 희생한 것 역시 크다고 할 수 있다. 아마도 롤리팝 체인소우의 예외적인 성공[각주:7]과 다르게 킬러 이즈 데드가 위치하고 있는 이 지점이야말로 스다 51 게임의 표준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본인은 그럭저럭 재밌게 즐겼지만, 모든 사람들이 다같이 즐길만한 그런 게임은 분명하게 아니라고 못박을 수 있다.




덧.지골로 미션의 경우, 스다 51의 센스+개그가 빛나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1. 폭력이든, 성적이든. [본문으로]
  2. 그에 대한 주인공의 대답이 걸작이다:내가 들어본 소리 중에서 가장 미친 개소리군. [본문으로]
  3. 솔직히, 몬도-데이빗의 스토리가 메인인지, 아니면 동화가 메인인지, 그리고 동화 컨셉은 왜이리 산만한건지, 이야기하자면 끝도 없다. [본문으로]
  4. 평타가 일정 이상 쌓이면 처형으로 아이템을 모은다던가, 공격이 더 강해지는등의 인센티브가 있다. [본문으로]
  5. 무엇보다 혈액 게이지가 차오르는 속도가 엄청나기 때문에 아무떄나 처형 모드를 막질러줄 수 있다. 물론, 혈액 게이지가 처형 모드 말고도 서브 웨폰이나 체력 회복 등 다양한 부분에서 쓰이긴 하지만... [본문으로]
  6. 모션의 어색함, 음성과 맞지 않는 입 등등... [본문으로]
  7. 월드와이드로 50만장 이상 팔았다는 이야기가 있음... [본문으로]
게임 이야기/게임 리뷰




노르웨이의 요한 갈퉁(Johan Galtung)은 1969년의 <폭력, 평화, 평화연구>라는 논문에서 폭력과 평화를 다시 정의했다. 갈퉁에 의하면 폭력이란 “폭력으로 인해 인간존재가 어떤 영향을 받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신체적, 정신적 실현이 잠재적 실현 이하에 있는 것과 같은 때이다.” 쉽게 말하면, 인간의 생명, 건강, 행복미, 지성 등에서 폭력으로 인해 자기실현이 방해받는다는 것이다. .....그는 단지 전쟁이 없다는 의미의 평화를 '소극적 평화(negative peace)'라고 하고, 이에 반해 행복, 복지, 번영이 보장되어 있다는 의미의 평화를 '적극적 평화(positive peace)'라고 정의했다.[각주:1]


*스포일러 있습니다.


메탈기어 솔리드 시리즈는 4편으로 끝났다. 이건 자명한 사실이다.[각주:2] 하지만 코지마는 메기솔 2편부터 시작된 이 거대한 사족을 4편으로 훌륭하게 마무리 짓지만, 더이상 사족을 달려는 시도를 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는 깔끔하게(동시에 영악하게) 이 모든 일의 발단이자 시초인 빅 보스라는 인물을 재발굴하면서 시리즈의 이야기를 풍부하게 만드는데 성공한다. 더 보스와 빅 보스, 시대의 비극이 만들어낸 두 영웅의 싸움을 그린 3편은 2편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덕분에 신비주의적으로 보였던 애국자와 현자들의 유산에 대한 스토리 연결고리를 제공한 3편은 게임 시스템이나 스토리적인 측면에서나 양측 모두를 만족시킨 작품이었다. 하지만 아직도 3편의 네이키드 스네이크와 메탈기어 1,2편의 빅보스 사이에는 여전히 엄청난 간극이 남아있으며, 과연 이 사이의 간극을 어떻게 채워넣는가는 메기솔 시리즈의 가장 어렵고 중요한 과제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런 점에서 피스워커는 정말 훌륭한 작품이다. 게임은 상당히 '밝은 분위기'[각주:3]를 지향하고 있으나, 이런 밝은 분위기 속에 감춰진 내용들을 통해 메기솔 시리즈는 왜 빅 보스란 인물이 아우터 헤븐-잔지바랜드 봉기를 일으킨 악역이 될 수 밖에 없는가 라는 운명적인 결말을 향한 한발을 내딛는다. 그렇기에 게임의 다소나마 밝은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게임의 스토리 라인은 악의가 넘쳐나는 블랙유머 같다.


게임 내에 역사나 현실의 이야기를 넣는 것을 좋아하는 코지마의 메타 픽션적인 성향은 피스워커의 '평화'와 '억지력' 개념에서 잘 드러난다. ICBM과 핵무장 경쟁으로 요약할 수 있는 냉전시대의 평화는 평화라는 껍질을 뒤집어쓰고 있었던 암묵적인 폭력 상태였다. '전면적 전쟁'이 곧바로 인류 전체의 멸망을 의미했기에 전면전은 일어나지 않는다, 라는 이 웃기지도 않는 상황을 억지력이자 평화라 불렀던 것이다.[각주:4] 그리고 서로가 서로에게 핵을 쓰지 않을 것이라는 정신나갈 정도로 '안일한' 정신상태 속에서 냉전의 갈등은 대리전이자 국지전의 형태로 지속적인 긴장관계를 유지하였다.


피스워커의 메인 악역인 핫 콜드맨의 억지력 이론은 바로 여기서부터 시작한다:인간은 인류를 종말을 걸고 도박을 하지 않는다. 핵전쟁의 상황을 가정할 경우, 핵전쟁은 철저하게 안전하고 보수적인 선인 '보복적'인 상황에서 이루어진다. 가령 소련이 뉴욕에 핵을 쏘면, 미국은 보복차원에서 모스크바에 핵을 쏘고, 소련이 다시 보복으로 워싱턴과 디트로이트 쯤에 핵을 쏘고...이런식으로 핵 보복핑퐁의 끝에는 인류의 종말만이 남게 된다. 그렇기에 핫 콜드맨의 억지력 이론은, 초기에 핵전쟁을 위협을 감지한 경우, 인간이 아닌 기계가 이 위협을 인지-판단하여서 적의 핵타격을 무력화하기 위해서 전면적인 핵공격으로 돌입한다는 것이다. 인간의 핵전쟁은 느슨한 보복의 연쇄고리에서 서로를 완전한 파국으로 이끈다면, 피스워커 계획은 엄정하고 차가운 AI의 논리와 상황판단에 의거하여 어느쪽이든 방아쇠를 당긴 쪽의 완벽한 파국을 보장하기 때문에 상대방은 절대 핵을 쏘지 않을 것이라는 완벽한 억지력의 개념을 주창한다.[각주:5]


그리고 이러한 핵 억지력의 이야기를 베이스에 깔아둔 상태에서 피스워커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피스워커의 스토리는 메기솔 3의 변주이자 반복이며 동시에 메기솔 3에서 보여주지 못했던 빅보스의 케릭터가 완성되는 지점이다. 메기솔 3 이후 1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더 보스의 망령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빅보스는 조국과 이념을 등지고 국경 없는 군인회(MSF)[각주:6]를 운영하면서 방황한다. 하지만, 일련의 사건을 통해서 빅보스는 전장에서 엄정하고 냉철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더 보스를 모델로 한 AI를 통해서 더 보스의 진심과 재회하게 된다. 그리고 10년 간의 방황 끝에 빅보스는 피스워커 AI와 마주하면서 더 보스가 자신에게 무엇을 전하려고 했는지를 깨닫게 된다.


기존의 메기솔 3에서 더 보스의 케릭터가 완벽한 병사이자 스승의 이미지였다면, 피스워커에서 더 보스는 그야말로 국가에 의해 희생당하고 오명을 뒤집어 쓰고 죽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믿고 봉사한 이념'을 위해서 똑같은 선택(자살)을 반복하는, 그야말로 시대의 성녀이자 세계의 수호자의 경지까지 올라간다.[각주:7] 전면적 핵전쟁에 위기에도 인류는 모두 공멸하는 핵전쟁을 일으킬 의지가 없다고 한 핫 콜드맨의 억지력 이론은 결국은 인류 전체를 상대로 위험한 불장난을 벌인다. 하지만 피스워커의 미국 본토에 대한 전면적 핵공격 거짓 데이터 발산이 '내가 당하느니 다같이 죽고 말겠다'라는 인류의 자기파괴적이자 자포자기적 선택으로 인해 전면적인 핵전쟁의 위기로 치닫자, 피스워커(=더 보스)는 스스로 호수속으로 가라앉기를 선택함으로써 인류를 핵전쟁의 위협으로부터 구원한다. 스스로 먼저 총을 버림으로써 더이상 폭력이 없는 상황으로 인도하는 더 보스의 이미지는 그야말로 시대가 가장 이상적으로 추구하는 '정'의 명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크레딧이 올라간 뒤에 빅 보스는 '보스가 자신을 배신했다'라고 선언하면서 스스로를 빅보스라고 칭한다. 두번에 걸쳐서 똑같은 선택을 한 더 보스에 대한 빅보스의 배신감은, 철저하게 그가 '인간적'이기 때문에 나온 표현이다. 왜 빅보스는 더 보스에 대해서 틀렸다라는 표현을 쓰지 않고 (자신을)배신했다는 표현을 썼을까? 이는 빅보스가 인간적이었기 때문이다. 보스는 스스로를 희생해서 세계를 두번씩이나 구했지만, 빅보스는 덕택에 자신의 스승을 두번이나 죽여버렸다. 더 보스는 시스템의 모순을 인지하고도 세계를 감싸는 포용력을 보여주었지만, 빅 보스는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보스의 가르침을 받는다. 그렇기에 그는 '더이상 병사가 잊혀지지 않는 병사들의 낙원' 아우터 헤븐을 만들고 더 보스의 이상을 거부하면서 스스로 더 보스에 반하는 '반'명제를 취한다.


빅 보스의 이 인간적인 폭주와 광기는 이야기 전반에 깔려있다. 소년병에게 손을 건네며 그 목숨 나를 위해 받쳐라 라는 간지넘치면서 어딘가 꺼림칙한 발언을 서슴없이 하며, 부상병이 힘든 몸을 이끌고 일을 거들어도 사기진작을 위해 묵과하라는 명령을 내리고, 심지어는 게임의 진엔딩(메탈기어 지크 전)에서는 평화를 위해 스스로 총을 버린 더 보스와 반대로 '나는 총이다'라고 선언[각주:8]을 해버리고 만다. 피스워커의 이야기는 메기솔 3 이후 엇나가기 시작하는 빅보스의 이미지를 언뜻언뜻 내보인다. 하지만 빅보스의 변화들은 빅보스의 의지와는 무관하다. 게임의 튜토리얼 말미에 빅보스가 빅보스의 칭호를 거부하며 스스로를 스네이크라 불러달라고 이야기하고, MSF에는 승리의 개념이 없다는 이야기[각주:9]를 했었던 것을 기억하자. 니카과라 미군 기지에서 자도르노프가 '게릴라들을 교육하고 그들에게 영원히 영감을 불어넣는 존재, 체 게바라 같은 존재로써 빅보스를!'이라고 비꼬는 순간, 빅보스가 가르친 MSF 병사들이 들이닥치면서 순식간에 상황을 제압하고 'Vic Boss!'를 외치는 장면처럼, 애시당초에 빅보스에게 선택지는 존재하지 않았다:그가 스스로 변명하고 설명하고 받아들이기도 전에, 세상은 그를 빅보스로 만들어버린다. 그리고 게임의 엔딩에서 그는 이 빅보스라는 영광이자 굴레를 받아들인다.


그렇기에 더 보스의 이상적인 모습과 반대로 빅보스는 살아남아서 모든걸 짊어질 수 밖에 없는 자가 갖는 인간적인 분노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그의 분노는 세상이 그를 한걸음 몰아붙이면 두걸음 앞으로 나가는 과격함으로 이어졌고[각주:10], 결국은 그의 제자(솔리드 스네이크)에 의해서 파괴될 수 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하지만 빅보스의 몰락 이후, 솔리드 스네이크와 라이덴은 빅보스와 다르게 더 보스의 입장도, 빅보스의 입장도 아닌 그 사이 어디선가에서 해매는 포지션을 취한다. 그렇기에 그들은 정(더 보스)과 반(빅보스)이 합쳐져서 새로운 명제 '합'으로 승화된다.


피스워커는 그렇기에 참으로 어두운 이야기다. 왜냐면 메기솔 3편 이후 10년 동안 방황했던 빅보스가 자신의 소명을 깨닫고 자신의 제자에 의해 파멸하는 아우터 헤븐이라는 운명으로 도달하기 위한 길고도 어두운 여정의 시작이 피스워커에서부터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피스워커의 밝은 분위기를 비웃듯이, 코지마는 메탈기어 솔리드 5 팬텀패인을 그가 스스로 내놓은 명제[각주:11]에 맞게 어둡고 잔혹하며 그로테스크한 세계로 묘사한다. 그렇기에 피스워커는 정말로 악의가 넘쳐나는 농담이다.



  1. http://cafe.daum.net/guellilapeaceproject/9QF0/2?docid=1OWPo9QF0220110918173005 [본문으로]
  2. 물론 라이덴이 주인공인 라이징 같은 물건도 있지만 이건 철저하게 외전이며, 메기솔 시리즈와 궤를 달리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본문으로]
  3. 코지마의 표현을 빌리자면 휴대용 기기로 내야했기 때문에 스토리라인을 소년만화 스럽게 다듬어야했었다 라고.... [본문으로]
  4. 하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냉전이 한창 진행되던 30년 동안 있어서 우발적 핵전쟁이 일어날뻔한 적이 150번이나 있었다. 즉, 30년 동안 인류는 150번의 핵전쟁 위협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겪었다는 것이다. [본문으로]
  5. 이건 하나의 알레고리가 아니다. 피스워커 같은 초현실적인 병기가 아니더라도, 지구 최후의 날 기계(혹은 메카니즘)은 상호확증파괴라는 개념에 의거하여 이 억지력 개념을 구현하고 있다. 링크는 http://rigvedawiki.net/r1/wiki.php/%EC%A7%80%EA%B5%AC%20%EC%B5%9C%ED%9B%84%EC%9D%98%20%EB%82%A0%20%EA%B8%B0%EA%B3%84 [본문으로]
  6. 국경없는 의사회의 페러디이다. [본문으로]
  7. 엔딩뿐만 아니라 후일담에서 더 보스 관련 자료들에서 밝혀지는 이야기들은 더 보스를 인간을 뛰어넘은 초월적인 존재로 묘사한다는 느낌을 준다. [본문으로]
  8. 크레딧 이후에 나오는 멘트는 더 어둡다:...만약 시대가 그러길 원한다면, 우리는 혁명가가 될 수도 있고, 범죄자가, 또한 테러리스트가 될 수도 있다. 그래, 우리 모두가 지옥행 티켓을 끊게 될 것이다... [본문으로]
  9. 훈련병이 Vic(tory) Boss 라고 빅보스를 불렀다. [본문으로]
  10. 아마도 빅보스가 완벽하게 폭주하는 그 지점이 팬텀페인이 될 것이다. [본문으로]
  11.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게임의 컨텐츠들은 아이러니하게도 성인들이 수용할 수 있을 만큼 성숙한 주제의식을 갖지 못하고 있다" [본문으로]
게임 이야기/게임 리뷰



*스포일러 있습니다.

*리뷰는 HD 콜렉션 기반으로 쓰여졌습니다.



메탈기어 솔리드 4 이후로, 메탈기어 솔리드 시리즈의 운명은 그야말로 '풍전등화'였다. 물론 시기적으로나 게임의 완성도로나 메기솔 4는 흔히들 이야기하는 '3의 저주'를 비켜나간 모습을 보여주기는 했지만[각주:1] 여전히 많은 문제점을 갖고 있는 작품이기는 했다. 게임의 흐름을 방해하는 컷씬 문제와 참신하기는 했지만 너무나 많은 기믹들을 때려박은 나머지 하나를 제대로 즐기지도 못한체 다음으로 넘어가는 게임 구조 등등...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프렌차이즈들이 보여주는 맥빠지는 모습에 비하면 메기솔 4은 '살아서 할 수도 있는 실수' 축에 들어간다고 할 수 있다.[각주:2] 문제는 과연 4편 이후로 끝나버린 스토리와 게임 구조를 확장할 수 있을까? 라는 큰 문제가 남아있었다. 그렇기에, 4편의 등장 이후로 메탈기어 솔리드 시리즈는 그대로 종지부를 맞이하는 것처럼 보였다.[각주:3] 하지만, 코지마는 2010년 PSP용 타이틀인 피스워커를 발매함으로서 여전히 이 시리즈가 할 수 있는 이야기, 새로운 형식의 게임 구조, 마지막으로 자신이 퇴물이 아니라는 사실을 훌륭하게 입증해냈다.


리뷰에 앞서서 유념해야할 점은, 피스워커는 어디까지나 '휴대용 게임'이라는 것이다. 이미 코지마는 PSP으로 포터블 옵스를 만든적이 있으며[각주:4], 포터블 옵스를 통해서 이런저런 시행착오를 거친 상태였다.[각주:5] 피스워커는 그러한 실수를 토대로 만들어진 작품이며, 휴대용 기기의 본질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만들어진 작품이기도 하다. 문제는, 이것을 '거치용' 콘솔로 즐길 때, 과연 기존의 메기솔 시리즈와 1:1로 놓고 비교할 수 있느냐? 라는 것이다. 게임 자체가 휴대용에 맞춰져서 이런저런 칼질을 당한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며, 게임을 플레이하실 분들은 이 점을 유념해야할 것이다.


피스워커는 시리즈 특유의 잠입액션의 기믹을 들고 오고는 있으나, 포터블 기기(PSP)라는 한계에 맞게 게임을 재구성한다. 기본적으로 게임은 기존의 시리즈와 다르게 전체 게임을 4~5분 내로 클리어할 수 있는 미션 단위로 잘게 쪼개며, 각각의 미션은 몇개의 작은 스테이지로 구성되어 있다. 대부분의 스테이지는 시작 지점에서 도착 지점까지 도달하는 일직선 구조를 취하고 있으나, 게임은 미션의 단순반복을 피하기 위해서 다양한 소품적 기믹들을 집어넣는다. 예를 들자면, 카드키를 갖고 있는 적을 잡아서 카드키를 회수하고 침입해야하는 미션이 있는데, 플레이어는 이 특정 적을 잡기 위해서 몇몇 힌트[각주:6]를 토대로 적을 찾아내서 카드키를 회수해야한다. 하지만, 게임은 이러한 기믹을 아주 어려운 수준으로 끌고가지 않고, 기본 게임을 지루하게 하지 않을 정도의 양념 수준에서 마무리한다. 


하지만 스토리라인의 미션들이 그렇게까지 어렵지 않은 수준이라면, 엑스트라 옵스의 추가 미션들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 엑스트라 옵스의 구성은 기존의 미션 스테이지들을 하나씩 때어놓은 형태이며 '미션을 즐기기에는 시간이 부족한 상황에서 즐길 수 있는' 컨텐츠'라고 할 수 있다. 엑스트라 옵스는 기본적으로 시간 제한이 있고 참여하는 케릭터가 스네이크가 아니기 때문[각주:7]에 기존의 미션보다는 이런저런 제한이 많은 편이며, 특히 vs 탱크, 헬기 등등의 보스 미션의 경우 본편에 비해서 도전적이다. 하지만 엑스트라 옵스는 단순한 도전이 아니라 후술할 포터블 옵스에서 피스워커가 계승한 요소들 때문에 플레이어에게 주는 이득이 상당하다.


피스워커는 기존의 시리즈들처럼 전작들의 특징을 발전 심화시킨다. 가령 3편의 카모 시스템을 4편은 능동 카모 시스템으로 변경했다면, 피스워커에서는 미션 스테이지에 따라서 바꿔끼는 일종의 '장비' 개념으로 바꾸었다. 물론 상황에 따라서 군복을 갈아입어야 하는 3편이라던가, 포복 후에 주위 환경에 카모플라주를 맞췄던 4편에 비하면 제약이 많다고는 할 수 있으나 피스워커에서 카모플라주도 여전히 중요하다. 또한 게임은 4편에서 처음 등장한 TPS 시점 같은 총기 조준 시점을 제공하는데, 정밀한 조준이 힘든 휴대용 기기의 문제를 게임은 오토 에임을 기본적으로 제공하고, 부위를 노릴 때 부위 근처에 크로스헤어가 있을 경우 자동적으로 크로스헤어가 그 부위를 조준하는 편의를 제공한다. 특히 잠입 위주의 플레이를 지향한다면, 머리에 마취총을 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한데, 이 시스템 덕분에 적당한 긴장감과 편의성을 동시에 잡았다고 평할 수 있다.


피스워커의 게임 시스템은 전작인 포터블 옵스에 기반하고 있다. 병사를 납치(?)해서 동료로 만든다, 그리고 이렇게 모은 동료들을 토대로 미션에 직간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일들(조를 짜서 별개의 임무에 투입한다던가, 기술진이나 의료진으로 배치한다던가 등등)에 투입시킨다. 이렇게 동료를 모은다(?)라는 기믹을 포터블 옵스는 사실성을 강조[각주:8]하다가 상당히 빡센 형태로 빚어낸데 반해서, 피스워커는 이 모든 것을 그냥 마법(?)의 풀톤회수 시스템으로 통일시킨다. 


이렇게 병사들을 포획하고 미션을 끝마친 뒤, 피스워커는 간단한 경영시뮬레이션이 된다. 포획해온 병사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병사를 전장에 보내서 육성하거나 무기나 아이템 등을 업그레이드 하는 등등의 다양한 행동을 취할 수 있다. 피스워커에서의 MSF[각주:9] 경영은 어렵지는 않지만 쉽지도 않다. 특히 병사들을 전장에 내보내는 아우터 옵스의 경우, 병사와 장비 소모[각주:10]가 심하지만 동시에 병사가 빠르게 레벨업 할 수 있는 기회이자 일반적인 스토리 미션 진행으로는 구할 수 없는 귀한 물자들을 구할 수 있는 몇안되는 방법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플레이어는 아우터 옵스를 통해서 병사들을 레벨업을 시키고, 소모된 자원이나 장비들을 엑스트라 옵스나 본 미션에서  벌충하게 되며, 게임은 이런 점에서 순환구조를 지니고 있으며, 반복 플레이에 특화된 모습을 보여준다.


게임의 그래픽은 HD 컬렉션 기준으로 60프레임에 상당히 깔끔하게 뽑혔으나, 여전히 PSP 기반의 게임이라는 티를 팍팍내고 있다. 하지만, HD 컬렉션의 가장 큰 혜택은 바로 기존의 PSP 조작 시스템[각주:11]에서 완벽하게 듀얼쇼크 3 패드 기반의 조작 시스템으로 이식을 했다는 점이며, 콘솔로 플레이를 해도 조작에 있어서 큰 무리가 없다고 평하고 싶다.


결론적으로 피스워커는 휴대용 기기라는 기기의 특징을 잘 살린 작품이며, 코지마 히데오의 기량이 잘 드러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아마도 피스워커의 최대 단점이란 이걸 하기 위해서는 PSP을 사야했던(+그리고 프레임 드랍 등의 문제) 것이라고 할 수 있으며[각주:12], HD 콜렉션의 경우 휴대용 멀티와 보관함 등의 PSP 전용 기능들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점에 대해서 아쉽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피스워커는 게임적 재미로는 미적지근 할 수 밖에 없었던 4편에 비해서는 훨씬 재밌는 작품이며, 스토리적으로도 시리즈 중 가장 어두워보이는 5편 팬텀 패인과 점점 미쳐가는 빅 보스라는 단초를 제공하는 중요한 연결고리이다. 팬텀패인을 기대하시는 분이나 혹은 메기솔 시리즈를 즐기신 분이라면 꼭 추천하는 작품이다.



덧.스토리와 관련된 이야기는 하편에 쓰도록 하겠습니다.





  1. 스토리의 붕괴, 이도저도 아닌 게임 구조 등등... [본문으로]
  2. 참고:살면서 하면 안되는 실수=데드 스페이스 3 [본문으로]
  3. 물론 팬들은 3편과 빅보스의 이야기, 그 중간연결고리가 남아있음을 알고 있긴 했었다. 하지만 과연 그 사이의 이야기가 게임으로 만들어질 것인가? 라는 문제는 좀 별개가 아니었을까 라고 생각해본다... [본문으로]
  4. 애시드 같은 머나먼 외전은 제외하고. [본문으로]
  5. 포터블 옵스가 나름 즐길만한 작품이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저런 구멍이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또한 게임의 스토리 역시 이런저런 무리수들과 함께 게임 자체가 묻혀버리는 안습함을 보여주기도 했다. [본문으로]
  6. 특정 새 소리가 들리는 스테이지, 적의 복장 등등... [본문으로]
  7. 스네이크가 매인 미션을 진행하는 동안 생기는 일이라는 설정인듯. 그렇기에 스네이크보다 능력이 떨어지는 병사로 미션을 수행하게 된다. [본문으로]
  8. 기절한 병사를 상자로 둔갑시켜서 지정된 포인트에 갖다놓으면 동료들이 회수를 하러 온다던가, 풀톤 회수 시스템에 제약이 걸려있다던가 등등 [본문으로]
  9. 국경 없는 군인, 본작품에서 빅 보스가 이끄는 사설 군대. [본문으로]
  10. 보스전 중에 장비를 파괴하지 않으면 탱크나 장비를 회수해서 쓸 수 있다. [본문으로]
  11. PSP는 슬라이드 스틱이 하나밖에 없다... [본문으로]
  12. 일본이나 한국에서는 별 문제가 없을지는 모르겠지만, 미국에서는 PSP과 비타는 정말로 인기가 없는 게임기종이다... [본문으로]
게임 이야기/게임 리뷰



*스포일러 있습니다.



진여신전생 3 녹턴 이후로 10년이 흘렀다. 여신전생 프랜차이즈는 그 10년 동안 다양한 시도와 가지치기를 통해서 프랜차이즈 자체는 꾸준히 유지되어 왔지만 정작 프랜차이즈의 메인이라 할 수 있는 '진여신전생'의 정식 후속작은 지난 10년동안 등장하지 않았었다.[각주:1] 하지만 불현듯 아틀라스가 3DS로 진여신전생 4를 개발한다고 발표를 하면서, 10년만의 긴 공백을 깨게 된다. 하지만 그 10년만의 정식 넘버링 타이틀에도 불구하고, 진여신전생 4는 이런저런 상당한 논란을 불러일으켰는데, 옛날 게임을 보는듯한 둥둥 떠다니는 2D 일러스트 형식의 전투와 닌텐도 기기에서 진여신전생 정식 넘버링 타이틀이 나왔다는 점이 맞물려서 게이머들 사이에서는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결론만 놓고 본다면, 진여신전생 4는 모두가 기대했던 명작, 또는 10년 만에 돌아온 전설적인 프랜차이즈의 당당한 넘버링 타이틀은 아니다. 진여신전생 4에는 이런저런 결점들이 존재하며, 10년 동안 새로운 것을 기대해온 팬들에게 있어서는 상당한 실망을 줄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하지만, 진여신전생 4가 '객관적'으로 못만들었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10년만에 돌아온 정식 넘버링 타이틀에게 걸었던 팬들의 기대와 진여신전생 4가 나아간 방향은 크게 어긋났으며 이는 팬들에게 부정적으로 다가올 수 있다. 전체적으로 진여신전생 4는 이런저런 팬들을 실망시킬 요소들과 결점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즐길만한 양작이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진여신전생 4는 여신전생 특유의 '악마를 동료로 삼고, 악마들을 합체시켜서 새로운 악마를 만들어낸다.'라는 컨셉에 충실하며, 3편의 프레스턴 기반의 전투[각주:2]를 가져온다. 신 시스템인 '히죽'의 경우, 약점을 찌르거나 적의 공격을 내성으로 방어하면[각주:3] 능력치가 대폭 상승하면서 약점 공격을 피하는 등 공수 양면으로 뛰어난 버프를 제공한다. 또한 게임은 방어력 개념을 삭제하고 데미지 한방 한방을 크게 키움으로서 상대적으로 '나도 큰 피해를 입지만 적에게도 큰 피해를 입히는' 형태의 전투가 일어나며 극공격적인 성향의 전투를 구성한다. 하지만 게임의 극공격적인 전투에도 불구하고, 게임이 방어 메카니즘이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기술의 피해량과 방어도가 삭제된 대신에 기존에 존재하던 '내성'개념이 다른 작품들에 비해 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는데, 기존작들과 다르게 속성 무효/반사/흡수가 상대방의 프레스턴을 끊거나 아예 순서 자체를 상대방쪽으로 돌려버리기 때문이다.[각주:4]


그렇기에 진여신전생 4의 방어는 '전략적'인 단계에서 이루어진다고 볼 수 있다. 여기서는 어떤 적이 나오는가, 혹은 보스는 어떤 공격을 주로 쓰느냐에 따라 파티의 조합을 그때그때 다르게 하는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는 게임에 있어서 악마 만들기 라는 요소를 더욱 힘을 더해주는 부분이라 할 수 있는데, 악마 육성+합체가 대단히 간편해졌기 때문이다. 합체 인터페이스나 검색 합체, 추천 합체 등의 합체 자체가 편해졌으며, 던전 어디에서라도 어플리케이션을 띄우고 악마를 조합 가능에, 스킬 전승도 자유로워졌으며, 스톡 내에 존재하는 악마들도 경험치를 나누어 받고, 심지어는 전투중에서 합체가 가능[각주:5]한 진여신전생 4는 이 프랜차이즈의 중요한 아이덴티티를 잘 살렸다고 평가할 수 있다. 다만 악마회화의 경우, 악마회화 라는 거대한 시스템을 여러개로  쪼개는 모습을 보여주는데[각주:6], 플레이어의 스타일에 따라서 악마회화를 전략적으로 사용하라는 제작진의 배려로 보이나 대부분의 플레이어가 스카우트 또는 펀드[각주:7]만 쓴다는걸 생각하면 악마회화의 수가 상당수 줄었다고 보일 수 있다.


전반적으로 게임은 커맨드 배틀의 최대 숙제인 '자코전은 빠르게 상쾌하게, 보스전은 긴장감 있게'라는 명제를 초공격적인 패턴을 차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잘 풀어내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방어는 거의 하지 않는 화력전이긴 하지만, 프레스턴이라는 시스템이 요구하는 전략적 사고의 요구와 '히죽'이라는 요소와 적들의 화력 역시 얄짤없어서 자코전에서조차 약점이 찔리면 레벨 10 차이에도 쉽게 전멸할 수 있다는 점[각주:8] 등은 게임이 그냥 레벨 노가다로 밀어붙이는 것이 아닌, 전략적으로 생각하며 악마를 만들 것을 요구한다. 그리고 이 둘이 시너지를 일으켜서 상당히 흡입력 있는 게임 플레이를 보여준다. 


하지만, 게임은 전투 난이도에 있어서는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초반의 나락~도쿄 입성 전까지는 게임의 튜토리얼적인 성격이면서 일종의 통과의례 같이 엄청나게 하드한 난이도로 플레이어들을 맞이한다.[각주:9] 하지만, 도쿄 입성 이후부터는 난이도가 대폭 하락하는데, 플레이어가 자신의 악마를 자유롭게 합체할 수 있고, 다양한 상황에 맞는 다양한 악마들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후, 무효/반사/흡수스킬[각주:10]이 나오고 주력 악마들에게 스킬을 달아줄 때부터 난이도 하락곡선이 가장 바닥을 찍기 시작하는데, 보스고 자코고 간에 스킬 배분만 잘하면 8개의 속성 중에서 무효/반사/흡수 내성만 무려 6~7개 달아줘서 뭔 공격을 하더라도 씹어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각주:11] 하지만 후반으로 갈 수록 보스급 악마들이 고유 만능 속성 기술과 디버프 해제, 버프 걸기 등의 다양한 패턴을 보여줌으로서 난이도가 다시 상승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난이도 하락곡선이 가장 바닥일 때부터 그리고 만능속성 공격+디버프 해제+버프 걸기 패턴이 나오는 보스[각주:12]가 나와서 난이도가 상승하기까지, 그 사이의 난이도가 상당히 애매모호하며 맥이 빠지는 전투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이번작에서의 던전 단순화+월드맵의 복잡화는 들쭉날쭉한 난이도보다 더 심각하다. 던전 구조는 도저히 어떻게 좋게 평가해줄수 없을 정도이며, 던전 하나 하나의 그래픽적 디테일은 둘째치더라도 크기나 기믹이 무슨 동네 슈퍼마냥 조그마한 공간을 뱅뱅 돌게 구성을 해놓았다는 것이다. 물론 그것이 휴대용 기기 이기 떄문에 크게 해매지 않는 적당한 크기로 구성하자 라는 그런 의도였을지는 모르겠으나, 문제는 미니맵은 기본에 어디서나 세이브가 가능하고 부활이 가능해진[각주:13] 이번작에서 던전조차 쉬워짐으로서 던전에서조차 전혀 긴장되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다. 반면 월드맵의 경우에는 정신이 나갔다 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필드를 베베 꼬아놨는데 가뜩이나 도쿄 지리에 대해서 잘 모르는 외국인의 입장에서는 이게 도대체 뭐하는 짓거리인지 알수 없을 정도로 카오틱하다는 느낌을 심어준다.


이런 객관적인 문제도 문제지만, 팬들이 보았을 때 진여신전생 4는 그들의 기대를 저버리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여기에 약간의 첨언을 덧붙이자면 진여신전생 3 녹턴 이후로 페르소나 3,4의 제작의 경우 상당히 '저예산'[각주:14]인 감이 없지않아 있으며, 개발의 방향 자체가 '대규모가 아니라 최대한 있는 것을 사용해서 예산을 적게 잡고, 최대한 많이 뽑아내자'라는 쪽으로 기울었다고 할 수 있다. 진여신전생 4의 개발 방향도 이러한 최대한 아끼고 최대한 뽑아내자라는 명제에 기초하고 있으며 (극단적으로 이야기하자면-물론 상당히 공정하지 못한 표현이지만) 무슨 소셜 카드게임에서나 볼법한 2D 전투를 구현하였으니 10년을 기다려온 팬들의 입장에서는 불만이 상당할 수 밖에 없다. 


물론 게임은 그런 '저예산' 티를 적게 내보려고 나름대로 연출에 신경을 쓰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며 필드 그래픽 또한 3DS 화면으로 봤을 때는 상당히 깔끔하게 뽑아내었다. 하지만, 게임 자체가 지향하는 지향점은 대단히 '소품적'이라고 할 수 있다. 플레이어가 돌아다니는 도쿄라는 공간은 혼돈이 지배하는 거대한 아포칼립스의 공간이라기 보다는 음습하고 파괴된 지방 소도시처럼 보이며[각주:15][각주:16], 2D 연출과 전투, 그리고 진여신전생 1편을 오마주한 스토리[각주:17], 심지어는 발매 플랫폼을 '3DS'로 정한 것 등등은 팬들에게 새로운 명제와 새로운 작품, 10년간의 기다림을 보상해준 것이 아니라 진여신전생이라는 프랜차이즈의 저예산, 또는 'B급'스러움 부각한 쪽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소품스러움은 10년간 신작을 기대해 온 팬들에게는 상당한 분노, 그렇지 않더라도 최소한 '실망'하게 만들만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게임 자체의 재미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전투는 여전히 재밌으며, 악마 합체도 재밌다. 스토리는 로우-카오스 루트 엔딩의 불친절함[각주:18]을 제외하면 양호한 편이다. 게임 자체는 명작은 아니지만, 제값주고 사서 즐겁게 즐길만하다. 


결론적으로 진여신전생 4는 완벽한 작품은 아니다. 전투의 완성도나 몇몇 결점들은 게임 전반을 무너뜨릴정도로 치명적이진 않지만 여전히 거슬리며, 게임의 소품적인 분위기와 지향점은 진여신전생 3 녹턴 이후로 10년을 기다려온 팬들에게 안좋게 보일 소지도 다분하다. 하지만, 진여신전생 4는 누군가 재밌는 JRPG를 찾는다면(물론 녹턴을 즐겁게 하고 녹턴을 능가하는 후속작을 기다리신 분이 아니라면) 조심스럽게 추천을 할만한 작품이라 생각한다.




 



  1. 물론 스트레인지 저니라는 작품이 나오기는 했으나 넘버링 타이틀이 아닌 외전 취급을 받는 관계로... [본문으로]
  2. 약점 속성으로 공격하면 공격 기회가 늘어난다. 하지만 이는 나 뿐만이 아니라 적에게도 적용되는 시스템이기에 게임에 긴장감을 더해주기도 한다. [본문으로]
  3. 무효/흡수/반사 [본문으로]
  4. 무효와 회피는 두번의 프레스턴을, 흡수/반사는 아예 턴을 상대방에게로 넘겨버린다. [본문으로]
  5. 하지만 스킬 전승은 랜덤이다. [본문으로]
  6. 악마를 동료로 만드는 스카우트, 악마와 협상해서 도망가게 만드는 네고시에이션, 악마에게 삥을 뜯는(......) 펀드, 악마의 턴을 뺏아가는 헛소리 등이 있다. [본문으로]
  7. 펀드는 거의 필수적인데, 왜냐면 이번작에서는 전투에서 돈을 드롭하지 않으니까 적을 마비시키고 펀드로 돈을 뜯는것이 주된 돈벌이 수단이 된다. [본문으로]
  8. 동시에 우리도 약점만 줄창 찌르는게 가능하다면 레벨 10차이 정도는 쉽게 커버할 수 있다. [본문으로]
  9. 엄밀하게 이야기하자면 정답이 있는데 힌트는 하나도 안주고 헤딩해서 풀라는 쪽에 가깝다. [본문으로]
  10. 반사 흡수가 나오는 타이밍은 극후반으로 상당히 늦으나, 무효 스킬의 경우 중반부 접어들때부터 띄워줄수 있다. 본인의 경우 레벨 30~40대에서 운좋게 스킬 컨버터로 얻고 스킬 전승을 해서 주력악마에 물리/총무효를 기본으로 달아 놓을 수 있었다. [본문으로]
  11. 그리고 레벨이 일정 이상 되면 만들 수 있는 악마들이 약점 속성보다 무효/내성 속성이 더 많기 때문에 방어나 스킬 구성에 유리한 측면이 있다. [본문으로]
  12. 대충 플루토 전투 전까지라고 볼 수 있다. [본문으로]
  13. 부활의 경우. 돈이나 게임 코인이 충분해야 하지만. [본문으로]
  14. 여기서 아쉽게도 확실한 근거 자료를 제공할 수 없으나, 페르소나 4골든 같은 물건이나 케서린 같은 물건을 보면 과연 아틀라스가 PS3 정도의 기기에서 최대로 성능을 뽑아낼 능력과 예산이 있는것인지는 의심스럽다. [본문으로]
  15. 여기에 던전의 단순한 구조까지 추가하면 무슨 동네 아포칼립스 같은 느낌마저 난다. [본문으로]
  16. 각각의 공간은 거대한 도시의 스펙타클을 구현하기 보다는 작은 상점가 등을 구현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어찌보면 도쿄라는 공간과 진여신 4의 도쿄는 이름과 지명만 같을 뿐이 아닐까...라는 생각마저도 들기도 한다. [본문으로]
  17. 아쉽게도 1편을 클리어해본적은 없으나 시놉시스와 각종 네타를 종합하여 보았을 때 몇몇 부분은 오마주를 한것으로 보인다. [본문으로]
  18. 로우-카오스 각각의 엔딩이 2회차, 진실된 내용(뉴트럴)을 밝히기 위한 자극제로 작용되지 아니한다. 애시당초에 로우-카오스의 진행이 대칭 구조에 상당히 어설프다면 뉴트럴 엔딩으로 가기위한 막판 구조는 전개 자체가 다르다... [본문으로]
게임 이야기/게임 리뷰




리틀 빅 플래닛은 플레이스테이션 3로 발매된 플랫포밍 게임이다. 게임은 기본적으로 이제는 패키지 타이틀로 흔하게 볼 수 없는 2D 플랫포밍, 즉 슈퍼마리오와 비슷한 장르[각주:1]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리틀 빅 플래닛이 다른 2D 플랫포밍과 다르게 엄청난 반향을 불러 일으킨 부분은 바로 '컨텐츠의 제작'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슈퍼마리오 개조롬으로 만들어낸 '막장 마리오'의 유행이라던가, 스테이지를 만드는 기믹의 플랫포밍 게임은 항상 존재해왔었다. 하지만, 인터넷을 통해서 자신이 만든 스테이지와 남이 만든 스테이지를 쉽게 공유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강력한 스테이지 제작툴의 제공[각주:2]을 통해 리틀 빅 플래닛은 그야말로 UCC[각주:3] 시대를 상징하는 게임이 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리고 게임은 PS3로 2편, PSP로 한편, 마지막으로 여기서 리뷰하고자 하는 비타로 한편을 냈다.


사실, 여러모로 봤을 때 비타판이 완전판이라는 느낌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기본적으로 PS3로 나온 1편과 2편의 컨텐츠를 그대로 계승하면서 PSV 고유의 조작방식[각주:4]을 모두 도입하고 사용했다는 점에서 비타판은 가장 강력하고 전능한 리틀 빅 플래닛이 되는것 처럼 '보였다'. 아니 '되었어야 했었다'. 하지만 리틀 빅 플래닛 비타판은 게임의 결함이 아닌, 소니가 비타라는 기기에 대해서 사실상 디자인을 제대로 못한 점, 그리고 퍼스트 파티에 대해서 무리한 요구를 한 것이 드러나버린 크나큰 '결함'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기본적으로 게임은 크게 3가지 파트로 나뉘어진다. 첫번째는 싱글플레이, 두번째는 스테이지 제작과 남이 만든 스테이지를 즐기는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코옵 및 대결모드이다. 기본적으로 게임은 '스테이지 제작'이라는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렇기에 싱글플레이는 일종의 '예제'에 가깝다고 할 수 있는데, 싱글플레이는 성우 지원을 제외하면 '우리의 툴로 이런것도 만들 수 있어요!'를 강조하는 프레젠테이션이다. 즉, 제작툴을 제작자들이 잡으면 이런 스테이지가 나온다라는 의미인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제작툴 '자랑'으로만 보기에는 게임의 난이도가 상당하다. 게임은 마리오를 연상하면서 케주얼 게이머나 초보 게이머에게 던져주는게 꺼려질 정도로 어려운데[각주:5], 스테이지에서 장애물과 장애물 사이에 체크포인트를 설치하지 않았거나 목숨 시스템을 도입했었다면[각주:6] 체감 난이도는 상당히 살벌했을 것이다.


게임은 기본적인 점프와 매달리기 등등을 이용해서 장애물을 극복하는 플랫포밍 게임이다. 난이도가 살짝 어려운 것을 제외하면 기본적이라 할 수 있는 게임 구성에 비타판은 상당히 혁신적인 시도를 도입한다. 비타의 다양한 기능들[각주:7]을 이용하는 플랫포밍을 도입한 것이다. 가령 전면터치로 장애물을 '밀어서' 집어넣는다던가, 발판을 움직인다던가 등의 조작을 하거나, 자이로센싱 기능을 이용해서 마치 핀볼마냥 튕겨져 나오는 스테이지가 있는 등 게임은 소니 비타의 다양한 기능을 드러내는 혁신의 장으로서 야심차게 기획되었다는 느낌이다. 


하지만 문제는, 비타의 기능을 야심차게 사용한 이 다양한 플랫포밍 요소들이 게임 내에서 기본적인 점프-매달리기 플랫포밍과 다르게 겉돌고 있다는 것이다. 즉, 스틱+점프, 메달리기의 전통적인 조작 시스템과 새로 추가된 요소들이 아주 크게 괴리를 일으키고 있으며, 새로운 플랫포밍 요소를 스테이지 제작에 넣을 수 있다는 '프리젠테이션'적 성격이 강한 싱글 플레이와 맞물려 들어가면서 최악의 시너지를 이루어내고 만다. 물론 제작자들도 이러한 '겉도는' 플랫포밍 요소를 인식했는지 상당히 여유로운 템포나 전혀 서두를것 없는 퍼즐적인 요소로 비타의 기능을 이용한 플랫포밍 요소들을 집어넣었다. 하지만 몇몇 스테이지의 경우에는 이것을 너무 과도하게 사용한 나머지, 엉망진창이라고 밖에 볼 수 없는 부분들이 생겨나는데 특히 후면터치를 이용해서 슈팅 게임 비슷하게 진행되는 부분은 역사상 최악의 조작감을 자랑한다.[각주:8]


이는 아마도 소니에서 요구한 '비타의 기능을 최대한 사용해달라'라는, 즉 퍼스트 파티로서 모범을 보여달라는 것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소니의 요구에 따른 제작자들의 결과물은 비타의 멍청한[각주:9] 디자인을 까발리는 형태가 되버렸다. 물론 몇몇 요소들은 상당히 괜찮은데, 예를 들어서 지프라인에 매달린 상태에서 자이로 센서로 기울여서 이동하게 만드는 부분이라던가 등은 상당히 괜찮은 느낌이지만, 터치조작, 특히 후면 터치조작을 수행할 때의 그 병신같은 느낌[각주:10]은 이루어 말할 수 없는 수준이다. 


물론, 전면 터치를 이용한 스테이지 구성 등은 상당히 훌륭한 기믹이었으며, 리틀 빅 플래닛처럼 스테이지 제작이 중요한 게임에서는 필요한 기믹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새로운 플랫포밍 요소를 싱글플레이 전반에 도입해서 '광고'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반 요저들이 그 기믹을 사용하는 케이스는 상당히 드물며, 심지어 사용한다 하더라도 소수에 불과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그리고 비타판이 기본적으로 모든 리틀 빅 플래닛의 스테이지를 불러 올 수 있는 가장 최신 버전이자 완전판이기는 하지만, 동시에 각 버전별로 다른 '조작체계'로 인해서[각주:11] 몇몇 자작 스테이지는 진행이 불가능 했었다. 물론 진행이 가능한 스테이지가 더 많았지만, 몇몇 스테이지에 대한 진행불가 문제는 쉽게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라 생각한다.


결론적으로 리틀 빅 플래닛 비타판은 리틀 빅 플래닛이라는 좋은 소재를 두고, 퍼스트 파티가 해야하는 '기기 사용의 모범'을 보여주려다가 역으로 기기의 병신성을 설파해버린 케이스라고 생각한다. 물론 다른 제작사였으면 더 병신같을 수 있었겠지만, 그런 병신력을 억누르는데 성공한 게임이라고도 볼 수 있다. 사실 문제는 제작사 라기 보다는 비타라는 하드웨어 자체가 갖는 한계와 모순, 그 자체가 아닐까 라고 생각하지만.




  1. 엄밀하게는 완벽하게 2D는 아니고 스테이지에 깊이가 있는 2.5D라고 할 수 있다. [본문으로]
  2. 순수하게 제작툴에 있는 물건만을 이용해서 10진법 계산기를 만든 용자도 존재한다. [본문으로]
  3. User Create Contents [본문으로]
  4. 자이로센서, 후면터치, 전면터치 등등 [본문으로]
  5. 원래는 이 게임은 마리오같은 게임이 해보고 싶으시다던 부모님들께 드릴 예정이었다. 문제는 게임이 너무 어려워서 그냥 마리오를 사드릴까 생각중이지만(.... [본문으로]
  6. 게임은 기본적으로 '무한 목숨'이다. [본문으로]
  7. 자이로센서, 후면 터치, 전면 터치 등등 [본문으로]
  8. 그 스테이지에서 후면터치로 조작하는 것은 정말이지 악몽이라 할 수 있는데, 전통적인 게임기 파지법으로는 도저히 정상적인 조작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본문으로]
  9. 다시 한번 인용하지만, 비타는 모든 것을 가지고 있지만 그 기능을 알아서 취사선택하라고 이야기한 이나후네의 이야기처럼. [본문으로]
  10. 심지어는 사람에 따라서 기본 파지법에서 후면 터치가 항상되는 것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그런 경우 결국 상당히 불편한 파지법으로 게임을 할 수 밖에 없다. 본인처럼 말이다. [본문으로]
  11. 가장 다른 점이겠지만, 비타는 R2, L2가 없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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