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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박스 매거진 7월호에 기고한 글입니다(링크)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게임 프랜차이즈를 꼽는다면 당연 콜 오브 듀티가 될 것이다. 매년 북미 최대의 게임 판매고를 올리는 게임, 매년 나오는데도 1000만 장 넘게 팔리는 게임, 2차 대전에서 시작해서 현대전 미래전을 오가는 게임, 전통적인 팀 데스매치류의 게임에서 워존이라는 배틀로얄 양식의 게임까지 모두 가지고 있는 콜옵은 이미 그 자체만으로 거대한 왕국이다.   
 
그러나 여타 트리플 A 게임들과 조금 다르게 판매량만큼이나 수많은 사람들의 애증을 한몸에 받는 프랜차이즈이며, '가장 많이 팔리면서 가장 싸게 만들어지는 트리플 A 게임'이기도 했다. 이를 증명하는 유명한 사례는 블옵 1편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할 것이다. 블옵 1편에 대한 포스트 모템(개발 이후에 개발 뒷 이야기를 회고하는 자리)에서 개발자들은 첫 미션인 쿠바 미션에서 발생한 치명적인 버그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다. 개발자들은 NPC들이 특정 경로로 이동한 경우 계속해서 게임이 튕기는 치명적인 버그를 발견하였는데, 여기서 제시된 해결책은 버그를 해결하는 것이 아닌 '버그가 발생하는 경로에 NPC가 지나가지 못하도록 탁자를 놓아서 버그 발생 조건을 원천적으로 막는 것'이었다. 이러한 방법론은 언뜻 보기에는 문제를 원천적으로 막는 참신한 방법처럼 보이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란 점에서 단지 '눈속임'에 불과한 부분이었다. 
 
하지만 이 문제를 임시방편으로 때워버리는 방법론이야말로 콜옵 시리즈의 본질을 드러내는 근본적인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콜옵 시리즈는 2007년 전설적인 모던 워페어 1편의 등장과 함께 시작되었고, '아직도' 2007년의 망령에 사로잡혀 있다. 빠른 TTK, 자극적인 연출과 장면에만 집중하는 시나리오, 킬스트릭과 같이 승자가 모든걸 취하는 구조의 멀티 플레이 구조, 바뀌지 않는 게임 플레이 등등은 07년도 모던 워페어에서 21년 뱅가드까지 모두 비슷하다. 심지어 중간에 미래전을 다뤘던 외도기에도 이러한 구조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일반적인 트리플 A 게임이 잘 팔리는 이유와 콜옵 시리즈가 잘 팔리는 이유는 구분해서 봐야 한다. 게임 소비자들은 일반적으로 ‘잘 만든 게임이 잘 팔린다’는 명제를 믿는다. 그러나 콜옵은 잘 만들었기 때문에 팔리는 게임이 절대 아니다. 가장 엉망이었던 콜옵인 고스트나 인피닛 워페어의 요소들(거대하고 복잡한 맵 등)은 계속해서 모던 워페어 리부트를 통해 콜옵에 숨쉬고 있고, 모던 워페어 리부트의 총기 업그레이드 시스템이나 무기 판매 BM 등 역시도 콜드 워와 뱅가드에 계속해서 살아 있다. 콜옵 프랜차이즈의 성공과 실패는 각각 작품들의 성공과 실패가 아닌 프랜차이즈 전체의 것이었다. 
 
그리고 콜옵 프랜차이즈 전체로 놓고 보았을 때 콜옵이 팔리는 핵심은 '모든 것은 콜옵이 된다'이다. 한 때 현대전에 사로잡혀 있을 때, 콜옵은 새로운 트랜드를 받아들이기 위해서 미래전을 받아들이고, 배틀로얄 장르가 흥행하고 있었을 때는 배틀로얄 장르를 도입하며, 배틀로얄 장르에 배틀 패스를 도입하고, 싱글플레이를 없애는 실험과 좀비 코옵 모드를 넣는 등의 다양한 요소들을 테스트했다. 심지어는 타르코프 스타일의 멀티플레이가 나올 수 있다는 루머도 있다. 콜옵은 장르를 리딩하진 않지만, 장르의 성실한 팔로워로써 베낄 수 있는 것들을 성실하게 베끼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콜옵은 하드코어한 게임 소비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는 프랜차이즈다. 이미 콜옵의 대체제들은 수도 없이 많다. 콜옵을 만들었던 제작자들의 타이탄폴은 콜옵식 킬스트릭 중심의 데스매치를 완벽하게 재창조시켰다. 워존이 콜옵식으로 재해석한 뛰어난 배틀로얄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다양한 장르적 분화를 거치고 있는 배틀로얄들을 생각한다면 유일무이한 배틀로얄 게임이라고 이야기하기도 무리가 있다. 분명 콜옵 좀비 모드는 적당히 즐길만한 게임이긴 하지만, 동시에 단독으로 구성된 코옵 멀티플레이 게임만하진 않다. 뭐 하나만을 놓고 구매하기에는 콜옵은 확실히 부족하다. 
 
그러나 하드코어한 게임 소비자가 아닌 일반적인 대중들을 상대로 한다면, 콜옵은 분명 매력적인 장르다. 이런 소비자들은 적극적으로 게임 정보를 찾으러 돌아다니지도 않고, 1년에 게임을 여러개 구매하지도 않는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자극적이며 익숙하며, 적당히 작동하고 다양한 것처럼 보이는 무언가이다. 이는 동시에 콜옵이 매년 동일한 구매 고객들을 상대로 판매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사람들의 게임 구매 템포는 그렇게 짧지 않다. 이들은 한달에 두 세개 이상의 게임을 구매하며 게임을 서로 갈아치우면서 게임을 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하나의 게임을 질릴 때까지 플레이하면서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타입이기 때문이다. 
 
역설적이게도 이러한 부분들 때문에 하드코어 게임 소비자들에게도 어필할만한 부분들이 생긴다. 상당수의 멀티플레이 게임들은 게임 발매 후 한달에서 두달 사이에 상당수의 활성 유저들이 빠져나가고 그 게임에 절대적으로 충성하는 소위 고인물들의 게임들이 되어버린다. 이렇게 되면 게임 매칭 텀은 점점 길어지고 매칭의 질은 점점 극단적으로 변하게 된다. 게임의 완성도와 별개로 게임의 매칭 환경은 더 나빠지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콜옵의 경우, 유저 풀들이 넓어서 매칭의 질이 금방 떨어지지 않고, 매칭도 빠르게 잡히기 때문에 가볍게 즐기기에 괜찮다. 아무리 리스폰 구조가 엉망이고, 맵이 복잡해서 장거리 저격에 당하기 쉽고, TTK가 짧아서 파리목숨마냥 픽픽 죽어나가도, 여전히 콜옵은 자극적이고 재밌는 멀티플레이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결론을 놓고 이야기하자면, 콜옵을 구매하는 이유는 그저 '잘 만든 게임'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다. 콜옵은 잘 만든 게임이 아니다. 그저 그럭저럭 잘 작동하는 것처럼 보이게끔 게임을 구성한 과거의 게임이다. 액티비전은 이미 존재하는 트렌드를 섞어서 마치 새로운 것을 제공하는 것처럼 마케팅하는 데 뛰어난 재능이 있으며, 콜옵은 그것을 소비하는 대중에게 잘 포장되어 내어지는 상품에 불과한 것이다. 하지만 그 마케팅과 포장 방법론들은 현대 게임 산업에 있어서 무너지지 않는 절대 강자를 만들어내었으며, 결과적으로 캐주얼 게이머에게는 물론이고 하드코어 게이머에게도 어느 정도 매력적인 게임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하였다. 이것들이 콜옵을 구매하는 이유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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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엑스박스 매거진 7월호에 실린 글입니다.(링크)

노동과 게임의 차이가 무엇일까. 쉬운 대답은 '재미'의 영역이 있는가 없는가의 여부일 것이다. 게임은 재밌고, 노동은 재미가 없다. 어떻게 보면 단순 명쾌한 답일 수 있다. 하지만 재미라는 것의 개념은 무엇일까? 게임학이나 유희를 다루는 철학에서 유희에 대한 논의를 다양하게 진행하였지만, 몇몇 관점에서는 재미를 '학습'의 영역에서 접근하기도 한다. 이 관점에 따르면 플레이어들은 학습을 통해서 점차 더 나은 성취를 이루게 되고, 그것을 통해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이 관점에서 본다면 노동과 게임에서 큰 차이는 없어 보인다. 노동이나 게임이나 학습을 통해서 더 나은 수준과 경지로 나아가는 과정이 수반되고 충분히 학습의 성취를 통한 재미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습이란 관점에서 둘 간의 본질적인 차이를 찾아본다면 배움을 통해서 얻는 재미의 곡선의 짜임새가 각각 짜임새가 다르다는 점, 그리고 노동은 보통 단조롭고 단순하기 때문에 쉽게 지루해진다는 특징이 있다. 
 
하드스페이스 : 쉽브레이커는 어떻게 보면 게임보다는 '노동'에 가까운 게임이다. 플레이어는 게임 내에서 폐선된 배를 해체하는 해체자가 되어서 배를 각각 파츠로 잘게 쪼게서 분류하고, 보내야할 곳으로 분리수거해야 한다. 일종의 '케이크 자르기'의 양식을 갖고 있는 게임인데, 즉 '적은 절단으로 효율적으로 조각을 나누는 것’ 이 핵심인 게임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본 게임은 여기에 로그라이크 요소를 접목시켜서 배를 무작위로 생성하는 시스템을 넣고 게임 플레이 콘탠츠를 늘렸다. 
 
하드스페이스:쉽브레이커가 여타 게임들과 다른 부분들이 있다면 플레이어에게 정직한 플레이를 요구한다는 점이다. 본 게임은 기본적으로 분리수거 게임이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배를 용광로/처리기/폐품 그물로 나눠서 수납해야 돈을 받을 수 있다. 때문에 하나의 배를 큰 덩어리로 잘라 나누기 보다는 최대한 부품 단위로 잘게 자르고, 그 부품들을 한 데 모아서 각 분리수거 장소로 보내야 한다. 전반적으로 게임의 템포는 느린 편인데, 파츠를 최대한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분리수거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예외적으로, 테더 기능을 얻을 때는 템포가 일시적으로 빨라지긴 한다.  
 
앞서 하드스페이스:쉽브레이커에서 로그라이크 요소가 접목된 무작위 생성 시스템에 대해 언급하였다. 배마다 급이 있어서 각 급에 맞는 위험 요소들(전기 배터리, 반응로, 연료 탱크 등등)이 존재하는데, 본 게임에서는 이 위험 요소들이 무작위로 배치되어 있다. 때문에 같은 급의 배를 분해하더라도 경험 자체가 달라진다. 또한 모드에 따라서는 퍼머데스(영구적 죽음) 요소도 들어간다. 플레이어는 회사에 막대한 빚을 지고 있는 상태로 게임을 시작하게 되며, 플레이어가 쓰는 장비나 여러 요소들은 모두 비용 및 이자로 청구된다. 이 빚이 너무 쌓이게 되면 게임 오버가 되기 때문에 매번 게임 플레이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수익을 꾸준히 내는 것이 중요하다. 퍼머데스 모드의 경우, 몸을 적당히 사리면서 빚을 적당한 수준으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드스페이스 쉽브레이커는 기본적으로 일반적인 게임보다는 '노동'에 가까운 게임이다. 게임 플레이 시간이 늘어나도 플레이어의 능력이 드라마틱하게 달라지거나 강해지지 않고, 플레이어의 실력이 늘어난다 하더라도 정직하게 배를 분해해야 한다. 대충 배를 분해하려 했다가는 스코어(=돈)이 되는 부품을 상하게 할 수 있으며, 더 나아가서 배 전체를 파괴하는 위험 요소들을 건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시간에 비례하여 꾸준하고 신중하게 배를 분해하는 정직함이 요구된다. 대체로 일반적인 게임들은 플레이어가 빠르게 학습하고 강해지도록 하며, 극적인 게임 템포를 가지는 반면, 본 게임은 그와 반대이기에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본 게임은 플레이어를 매우 집중하게 한다. 게임 내에 자주 등장하는 대사 중 '두 번 재고, 한 번에 잘라라' 라는 대사가  있다. 플레이어가 자르기 전 최대한 효율적으로 자를 수 있게끔 먼저 측정하고, 자를 때는 과감하게 한번에 자르라는 의미인데, 플레이어의 영혼의 단짝이라 할 수 있는 레이저 절단기의 두 가지 절단 모드에서 이 대사의 진가가 드러난다. 레이저 절단기의 절단 기능은 선을 한번에 자를 수 있는 절단 모드와 절단 부위만 핀 포인트로 가열해서 녹이는 가열 모드로 나뉘어진다. 절단 모드의 경우, 넓은 범위를 한번에 절단할 수 있지만 판정에 따라서는 부품에 손상을 입히거나 심지어 위혐요소를 터뜨릴 수 있는 등의 위험성이 있다. 반면 가열 모드의 경우, 자신이 자르고 싶은 요소만 핀 포인트로 잘라낼 수 있지만, 가열해서 녹이는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린다. 그렇기 때문에 절단 전에 최대한 재서 절단 모드로 한번에 부품 손상 없이 깔끔하게 부품을 절단하고 안전하게 분해해야하는 부품은 가열 모드로 잘라내는 것이 핵심이다.  
 
하드스페이스 쉽브레이커는 이러한 정직한 구조 덕에 단조로운 노동과 성과의 즐거움을 알려주는 게임이다. 드라마틱하게 강해지거나 빠르게 문제를 해결하거나 하는 화끈한 모습은 적지만, 정직하게 관찰하고 잘라내고 최적의 분해 순서를 고민할수록 게임은 플레이어의 노력에 화답해서 정직하게 성과(스코어)를 제공하는 형태다. 비록 최근 게임 트렌드와는 많이 다른 흐름이긴 하지만, 이런 단순한 부분 때문에 여타 게임에서 찾아볼 수 없는 정직한 재미를 준다. 
 
하드스페이스:쉽브레이커는 여타 게임에서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게임 서사를 보여준다. 게임은 미국 블루칼라 노동계의 삶을 이야기로 구성하는데, 먼 미래에 기업이 국가를 넘어서 노동자를 착취하는 시대를 살고 있는 주인공들이 먼 과거의 유물인 '노조'를 부활시킨다는 것이 주요 스토리다. 이러한 흐름이다 보니 게임 전반이 거대한 블랙코미디로 구성되어 있는데, 시작부터 몇억 달러의 빚을 지고 게임을 시작하는 것이나, 안전 보험이라 하면서 클로닝 시스템에 플레이어를 등록시킬 때 물리적으로 죽여버리고 클론을 만들어버리는 등 실소가 터져나오는 장면들이 많이 등장한다. 물론 적은 예산으로 만들어진 게임이다 보니 컷씬이 모두 대사창이나 일러스트, 이메일 등으로 되어 있어 몰입감이 떨어지긴 하지만 하나 하나 잘 뜯어보면 재밌는 것들이 많다. 
 
결론을 내리자면 하드스페이스:쉽브레이커는 분명 재밌는 게임이지만, 이 게임의 재미는 최근 게임들의 재미와는 많이 다른 부분들이 있다. 추천할만한 작품이지만, 이 게임의 특징을 인지한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바이다. 

게임 이야기

 

최근 포트나이트 시즌 3에서는 건설 요소를 제외한 '빌드 제로' 모드가 출시되었다. 흥미롭고 포인트가 있지만 뭔가 이상한 모드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포트나이트는 지난 5년 동안 배틀로얄에 건설이라는 요소를 집어넣어서 나름의 영역을 구축하고 있었고, 빠르게 요새를 짓거나 자원을 수집하거나 하는 등의 다양한 테크닉들이 그에 따라서 개발되었다. 다양한 요소들이 늘어났음에도 '건설이 완전히 제외된 포트나이트'라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건설은 포트나이트에 있어서 게임의 근간을 이루는 정체성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그 정체성이 사람들에게 역으로 장벽으로 적용되기도 했다. 원래부터 배틀로얄을 위해서 만들어진 조작 체제도 아니었고, 포트나이트 자체가 원래부터 코옵 게임을 전제로 해서 만들어진 게임이기 때문에 이 '건설'이라는 요소가 개성을 형성하는 동시에 전체 게임과 겉돌게 되는 이슈는 항상 있었다. 포트나이트의 역사는 이 건설이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결합하고 테크닉으로 승화시키는 것이었다. 지난 5년간 포트나이트의 개발자와 플레이어 양쪽 모두 이 건설라는 요소에서 많은 노력과 헌신을 기울였다.

하지만 2년만에 복귀해서 플레이해본 포트나이트 빌드 제로는 생각보다 할 것이 많고 재밌는 게임이었다. 건설이라는 요소가 빠졌지만, 포트나이트에는 무수히 많은 요소들이 생겼고, 더 나아가서 게임 플레이 스타일을 다양하게 구성하고 있다. 그래플러 글러브를 이용해서 빠르게 이동한다던가, 다스베이다를 잡아서 좋은 무기를 파밍한다던가, 다양한 차량 타고 이동한다든가의 다양한 선택지가 생겼다. 또한 현실의 꽃이나 금괴를 이용해 게임과 게임을 넘어서 쓸 수 있는 자원 요소를 추가했다. 빌드 제로는 어떻게 보면 일종의 '자신감'이라 할 수 있는데, 이제 더이상 포트나이트는 건설에 기반한 배틀로얄이 아닌 다른 '무언가'가 되었다는 것이다.

시즌 3로 넘어오면서 포트나이트는 일종의 '거대한 테마파크'이 되었다. 포트나이트 시즌 3에서 찾아볼 수 있는 다양한 요소들, 탈 것이나 그래플링 훅, 순간 이동이나 비행, 사냥 가능한 NPC, 이용할 수 있는 식생의 존재 등등은 이미 다른 게임들에서 찾아볼 수 있는 것들이고, 그렇게까지 놀랍거나 새로운 것들이 없다. 하지만 핵심은 포트나이트에 이 모든 것들이 다 들어있다는 것이다. 놀라울 정도로 포트나이트에 삽입된 다양한 요소들은 큰 문제없이 잘 작동한다고 할 수 있는데(물론 높은 수준의 게임 플레이로 올라가면 달라질 수 있는 인상이다), 포트나이트의 개발자들이 포트나이트라는 게임을 다양한 게임 요소들을 올릴 수 있는 일종의 '플랫폼'화 시킨 셈이다.

포트나이트가 전방위적이고 다양한 콜라보레이션을 통해서 게임의 플랫폼화를 성공적으로 이루긴 했지만, 이들이 첫번째라고 할 수는 없다. 트리플 A에서 가장 오래된 시도는 콜 오브 듀티 시리즈다:콜옵은 근 10년간 경쟁, 코옵, 싱글 게임을 오랫동안 서비스해왔고, 여기에 배틀로얄을 섞었다. 심지어 콜옵은 매년 게임이 발매되는 사이클로 인해서 이전에 진행했던 게임 요소들이 금방 사라지는 단점조차도 워존의 등장 이후 통합 계정화를 통해서 유지시켜주는 부분까지 보여줬다. 어떤 의미에서 콜옵은 느리지만 지난 15년 동안 수많은 게임 트렌드를 꾸준하게 자기 시스템 내로 통합시키고, 단순히 개별 작품 시리즈를 넘어서서 콜옵이란 거대한 프랜차이즈에 계정을 저장하는 방식까지 취했다. 

좀 다른 방법론이긴 하지만 유저가 게임을 일종의 플랫폼으로 승화시킨 케이스들도 있다. 마인크래프트나 로블록스 같이 태생부터 그런 것들도 존재하지만, 우리가 기억하는 가장 오래되고 가장 강력했던 플랫폼화된 게임들은 바로 스타크래프트와 워크래프트 같은 게임들이었다. 이 게임들에서 성공한 장르인 AOS 장르(롤이나 도타 같은)가 분화되어 나왔고, 굳이 AOS가 아니더라도 다양한 콘탠츠들이 분화되어 나왔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게임의 요소들을 재활용하되 코드 단위에서 새로운 게임 구성하는 모딩도 있었다. 위대한 성공작인 카운터 스트라이크도 하프라이프로부터 분리되어 나온 게임이었다.

그리고 포트나이트와 같은 경우에는 모든 것이 포트나이트가 된다, 라는 명제에 부합하지만, 흥미롭게도 모딩의 경우에는 어떤 것은 AOS가 된다 라는 개념에 가깝다. 모딩의 경우, 성공적일 경우 기존 플랫폼이 된 게임으로부터 분화되는 것이 흔하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수익 구조에 대한 수요 때문일 수 있다. 하지만 수익구조 보다도 중요한 것은 플랫폼으로부터 분리될 때 좀 더 독특한 자신만의 개성을 찾아나서는 부분들일 것이다. LOL은 워크3 모드 시절의 AOS와 분명히 다른 게임이 되었고, 워크 시절의 DOTA의 정식 계승자를 이야기하는 DOTA2 역시도 과거의 워크 3 시절과 다른 게임이 되었다. 플랫폼의 보편적인 시스템은 역으로 '어디에 특화되지 못하다'라는 이슈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위와 같은 사례를 본다면 회사든 플레이어든, 플랫폼화된 게임에 많은 관심이 있다. 이는 기존 게임의 골격이 훌륭한 경우, '이러한 경험을 연장시킨다면 얼마나 좋을까?'(수익적 측면, 재미적 측면에서)라는 관점에서 접근한 것이다. 물론 이러한 시도가 항상 성공적인 것은 아니었지만, 중요한 것은 플랫폼이 되는 게임이 가장 기초적인 재미를 제공해주는 베이스를 구성해야 하고, 그것이 서로 납득 되는 방법으로 확장이 가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플랫폼화 된 게임은 회사와 플레이어 양측에 독특한 화두를 던지는 요소라 할 수 있다.

게임 이야기

 

메타버스만큼 모호한 용어는 없을 것이다. 범람하는 마케팅들과 트렌드 세터들의 과대 포장으로 인해서 메타버스란 것에 대한 구체적인 정의를 내리는 것은 많이 어렵지만, 메타버스라는 조어 자체에 집중해서 본다면 상위의("Meta") 세계(Uni + "Verse")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무엇에 대한 '상위의' 개념일까? 메타버스라는 단어가 처음 나온 닐 스티븐슨의 스노 크래시에서 가상 현실을 지칭하는 단어로 등장했다(아바타라는 개념도 이 때 등장했다) 소설을 직접적으로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닐 스티븐슨이 가상 세계를 여러 개념들의 상위의 개념을 지칭하는 '메타'라는 단어로 표현하고자 한 것은 메타버스가 현실과 가상을 조합하는 개념에 가깝다는 것을 지칭하고자 했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즉, 우리가 게임이나 VR 등등을 통해서 접하고 있는 메타버스의 개념들은 가상 자체를 강조한다기 보다는 '현실과 가상, 이 둘이 합쳐지는 상위의 공간 개념'에 가깝다.

그러나 다시 돌이켜 생각해보자:전자 네트워크로 구성된 공간은 애시당초에 물리적인 현실에 기반하고 있고, 거기에 접속하는 사람들도 결국 현실에 베이스를 두고 있다. 기존 가상 세계 담론들이 새로운 가능성에 집중한 것은 맞지만, 동시에 그것이 '여전히 물리적 공간의 확장이라는 것'을 부정하지 않았다. 즉, 가상 세계 담론에 있어서 현실과 가상은 분리된 것이 아닌 통합된 개념으로 접근한 이야기들이 가상 세계라는 담론과 대중문화의 기조였던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메타버스 담론들은 이런 과거의 역사들을 모두 없었던 것으로 취급한다. 그들이 메타버스를 통해서 논하고자 하는 것은 '새로운 가능성'(주로 돈에 관한)인데, 이러한 새로운 가능성(혹은 위험성이든)이 이미 오래된 미래의 형태로 담론으로 구현되었다는 점에서 이미 구현된 낡은 담론이자 현상인 셈이다. 이러한 메타버스 담론의 핵심은 결국은 새로운 산업이 등장한 것처럼 꾸며서 시장에서의 상품성을 확보하려는 '마케터'들의 값 싼 전략에 불과한데, 비대면 접촉이 점점 더 흔해지고 있는 코로나 시대에 관련 산업을 묶기 위해서 일부러 단어를 마케팅하는 것이라 접근하는 것이다. 엄밀히 메타버스의 성공과 담론은 메타버스 자체가 발견되거나 논의된 것이 아닌 코로나 시대라는 특수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을 뿐이다.

하지만 메타버스 시대로 들어오면서 눈여겨 볼 만한 점들이 있다. VR, 메타버스형 비지니스나 운동 프로그램 등등의 존재를 통해서 이전보다 더 옅고 얇은 형태로 게임의 영역이 넓어지게 되었다. 필자가 최근 자취하면서 운동의 일부로 활용하고 있는 원랩 프로맥스 자전거의 사례를 예로 들어보겠다. 소위 메타버스형 자전거 홈 트래이닝 앱인 원랩은 쉽게 이야기해서 여러 센서가 달려있는 자전거와 핸드폰 어플을 연결하여서 자전거 회전속도, 부하 등의 다양한 수치들을 모니터링하고 얼마나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프로그램에 맞게 운동을 하는지를 보여준다. 원랩의 트레이닝 어플은 게임적인 요소들(같은 코스를 달리는 다른 사람들, 점수화된 운동, 그리고 사람들끼리의 경쟁)로 치환해서 구성한다는 점에서 소위 메타버스의 특징들도 존재한다. 몇년전에 유행하였던 게임화Gamification가 좀 더 구체적으로 이루어진 케이스라 할 수 있는데, 보통 체육관에서 트레이너를 통해서 이루어지던 운동들이 수치화 되고 측정되면서 앱의 기능으로 구성 가능해진 부분이라 할 수 있다.

메타버스의 세대의 여러 비즈니스들이 보여주는 흥미로운 변화들은 '입력 장치의 다양화'와 '수치의 측정과 데이터화'의 영역이라 할 수 있다. 일반적인 게임 영역에서 입력은 게이밍 패드의 형태로 이루어졌다면, 메타버스 비즈니스에 있어서 입력 방식은 더이상 패드라는 제한적인 수단으로 한정되지 않는다. 전자식 자전거의 센서, VR의 HMD와 센서들, 핸드폰의 자이로스코프 등등의 다양한 센서들이 게이밍 패드라는 인터페이스를 뛰어넘는 요소가 되었다. 이 새로운 입력 요소들은 기존의 게임과 다른 형태의 장르적 생태를 구성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이러한 메타버스의 새로운 입력 방식은 지속적인 장르를 구성하는 것이 아닌, 어디까지나 일시적인 무언가라 할 수 있다. 메타버스 흐름에 있어서 독특한 점은 어디까지나 다양한 센서들을 통해서 수집된 데이터들을 재구성해서 서비스의 형태로 엮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데이터를 수집하는 방법들은 '전체적'이지 않다. 어디까지나 자전거의 센서처럼, HMD나 폰의 자이로 센서처럼 어디까지나 일부의 데이터를 시각 디스플레이에 띄워주는 방식에 불과하다. 그렇기에 메타버스 시대의 비즈니스들은 그런 점에서 상당히 게임 산업의 어설픈 연장선이라 할 수 있는데, 기존 게임 산업이 쌓아올린 노하우보다 더 깊지 않고 입력과 데이터를 처리하는 방식은 아직까지는 '통합적'이라 할 수 있지 않기 때문이다:자전거는 어디까지나 자전거에서, 트레드밀은 트레드밀에서, VR은 VR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결국은 가상의 세계를 구현하는 것이 메타버스의 최종 목표라고 한다면, 현재의 입출력 인터페이스를 근본적으로 뛰어넘는 인터페이스가 등장해야 한다. 쉽게 이야기한다면 여러 SF 소설이나 담론에서 다뤄지듯이 신경계에 직결로 연결해서 인풋/아웃풋을 통합적으로 처리하는 방법론이 되어야 한다. 가상의 세계를 현실의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그정도의 새로운 방법을 통해 기존 게임 산업의 노하우를 결합함으로 가상의 세계를 소비자가 경험을 시각적인 경험에서 벗어나 '전체'로 즐길 수 있게끔 만드는 것이다. 즉, 메타버스 산업의 상당수들은 기나긴 산업의 발전 이정표 상에서 결국 사라지게 될 흐름이다. 그것이 얼마나 짧을지, 길지는 모르겠지만 결국 게임이나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추구하는 '가상의 구현'이라는 최종적인 결과에 비추어본다면 점차 조금씩 자신의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넘겨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메타버스의 흥망에 너무 과열된 관심을 갖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

잡담/개인적인 이야기

 

 

이사 후 집 정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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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까지 앞으로 일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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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

 

최근 흥행하고 있는 뱀파이어 서바이버라는 게임이 있다. 코나미의 고전 명작인 악마성 드라큘라의 도트나 디자인, 컨셉 등을 트레이싱한 걸로 논쟁을 일으킨 이 게임은 당연하게도 최근 몇년간 불고 있는 복고풍 인디게임의 트렌드를 따른다. 하지만 재밌는 점은 뱀파이어 서바이버의 복고는 '과거의 완벽한 재현'이 아니라는 것이다:분명 도트풍 그래픽이나 단순한 게임 플레이 등등은 언뜻 보기에는 과거의 게임 트랜드를 재현하는데 집중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게임에서 보여주는 적들의 규모는 이전 게임에서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많다. 도트 그래픽임에도 불구하고 데미지 계산 등으로 인해서 때때로 고사양 컴퓨터에서조차 60프레임을 방어하지 못할 때도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뱀파이어 서바이버의 게임 플레이는 분명 '복고인척 하지만 현재의 기기 스펙에 기반을 둔 현대적인 게임'이라 할 수 있다.

뱀파이어 서바이버는 게임 플레이 측면에서도 복고적이지 않고 현대적인 부분들이 있다. 뱀파이어 서바이버에서 플레이어의 공격은 별도의 버튼 입력없이 자동으로 진행이 되는데, 이 게임이 베이스로 삼고 있던 시절(패미콤 ~ 슈퍼 패미콤 시절, 80년대 말 ~ 90년대 초)의 게임들이 '플레이어가 직접 조작해서 게임을 플레이하는 방식'을 지향했던 것을 생각하면 다소 이질적인 부분이다. 오히려 장르적으로는 공격 조작을 제외하고 거기에 공격마다 특징들(예를 들어 채찍은 좌우 공격만 가능하다든가)을 부여함으로 플레이어가 위치와 공격 타이밍을 고려하면서 움직이는 '선택과 집중' 구조를 취하고 있다. 뱀파이어 서바이버는 단순한 조작으로 플레이어가 강해지는 클리커 류를 생각나게 하고, 무작위로 얻는 아이템들의 테크 트리를 통해서 플레이어가 플레이 스타일을 임기응변식의 게임 플레이는 로그라이크 장르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다. 보이는 것과 반대로 게임은 최근의 게임 장르 전통을 따르고 있는 셈이다.

뱀파이어 서바이버가 과거의 모습을 취하는 것은 단순하게 모티브를 취하는 것 이상이다. 과거 게임과 다른 방식으로 단순화된 게임 방식이나 도트에 대한 접근 등은 과거를 재현하되 과거를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 아닌 과거를 재해석해서 재현하는 방식을 취한다. 이러한 방법론을 취하는 이유는 게임을 제작하고 소비하는 계층이 추억하는 시기와 밀접하게 맞닿아 있다. 좋았던 과거를 좋은 방식으로 재현하기 위해서 여지껏 산업이 걸어왔던 역사를 거기에 대입하는 것이다.

최근의 레트로/복고 서브컬처 콘탠츠들이 이러한 방법론의 결과물들이다. 분명 과거의 모습을 취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안에 들어있는 것들을 하나씩 때어내놓고 보면 여지껏 걸어왔던 산업의 역사가 응축되어 본질적으로 과거의 것과 동일선상에 놓일 수 없는 물건들이 대다수다. 이러한 레트로/복고/리바이벌이라 불리는 작품들의 핵심은 상대적으로 젊은 세대보다 나이든 세대의 소비력이 높은 점, 제작자들이 자신의 추억을 재해석하여 창작을 하고 있는 점이 밀접하게 결합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만들어진 과거는 단순하게 퇴행으로 단정짓기에 어려운 부분들이 있다.

흥미로운 점은 순수하게 과거로 돌아가서 본다면 미래의 게임들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것들이 항상 존재했다는 점이다. 예를 세가 새턴의 게임 중에는 유명 성우를 기용하여 다양한 일러스트레이터를 고용해서 일종의 성우 케릭터 게임을 만든 적이 있었다. 지금 보자면 케릭터 가챠 게임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구조이긴 하지만, 그 당시의 트렌드는 사쿠라 대전 처럼 한 명의 유명 일러스트레이터가 모든 케릭터 디자인을 전담하는 구조였기 때문에 이러한 흐름은 당시의 대중으로부터 외면을 받았었다. 이런 식으로 항상 과거는 미래의 맹아를 품고 있었지만, 이런 미래들은 항상 사람들이 기억하는 좋았던 과거의 형태와는 동떨어져있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과거로 회귀하는 것은 일종의 회귀인 동시에 현재 도래한 미래에 대한 부정을 내포한다. 과거의 게임들이나 작품들이 과거에서 미래로 향하는 실험과 가능성들을 품고 만들었던 것들은 성공하든 실패하든 새로운 것을 갈망하는 몸부림을 내포하고 있다. 물론 여기에서 잠시 언급한 뱀파이어 서바이버 역시 어떻게 보면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가능성들(별도의 공격 조작 없이, 자동공격의 구조만으로 게임을 구성할 수 있는)을 내포하고 있지만, 뱀파이어 서바이버가 기반하는 바라보는 지향점은 저 너머의 미래(자동공격의 구조로 어디까지 밀어붙일 수 있는가?)라기 보다는 악마성 드라큘라와 좋았던 옛날이라는 과거이기 때문에 그 가능성을 밀어붙이는 저력이나 통찰력이 날카롭다고 할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게임들이 재미가 있는 것과 별개로, 어딘가 아쉽게 느껴지는 부분은 바라보는 지향성의 문제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애니, 만화, 영화 이야기

 

범죄도시 2편은 흔히들 마동석 영화와 장르 영화의 전형이라 부를 수 있는 작품이다. 기존의 장르 영화들과 비교하였을 때 특출나게 뛰어난 부분이나 새로운 부분들은 없지만, 그렇다고 흠잡을 부분들도 없는 모범적인 장르 영화의 표본이기 때문이다. 언뜻 보기에는 '전지전능한 마동석이 나와서 모든 것을 정리한다'라는 단순한 플롯을 따라갈 것 같은 범죄도시 2는 의외로 플롯이 탄탄하여 긴장감을 부여하는데, '나쁜놈들이 얼마나 나쁜가?'와 '나쁜놈들이 어떻게 개연성 있게 데우스 엑스 마키나인 마동석을 피해가는가?' 라는 부분을 깔끔하게 잘 정리하여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기 때문에 더 설득력있게 다가온다. 사악한 악이 나름 유능하게 정의를 피해가다가 피할 수 없는 정의를 만났을 때의 카타르시스를 범죄도시 2는 잘 정리하고 있기 때문에 충분히 재밌는 영화라 할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비단 범죄도시 2뿐만이 아니라, 최근 한국식 장르영화라 할 수 있는 다른 영화들에서도 보여지는 특징들이다. 각자 영화가 추구하는 장르 개념들을 충실하게 재현하고, 거기에 자신의 색체라고 할 수 있는 조미료들을 섞어서 장르의 소재를 더 두드러지게 만드는 것이다. 한국식 케이퍼물이라 할 수 있는 도둑들이나 꾼 같은 작품을 보면 도둑질이나 사기의 계획, 그 밑에 깔려있는 인물들의 복잡한 관계, 그리고 그것이 어떻게 마지막 결론으로 이어지는지들에 대한 분명한 공식들이 정해져 있다. 여기에 꾼은 믿을 수 없는 주인공과 사악한 검사 조력자, 그리고 유명했던 사기 사건에 모티브를 두고 이야기를 전개했고, 도둑들은 중화 문화권과 한국을 오가면서 '국제적인 스케일'로 이야기를 넓혔다. 각각 개성들이 있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장르 영화에서 기대할만한 재밌는 요소들이 있었기 때문에 이들 영화들은 성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장르적인 특성들과 개성에도 불구하고, 이들 영화에는 다른 세계 장르 영화에서 찾아볼 수 없는 '끈적함'이 존재한다. 한국식 좀비 장르 영화의 한 획을 그은 부산행의 예를 보자:열차 칸을 통과하기 위해서 주인공 일행이 트로트 음악을 배경으로 좀비와 몸싸움을 벌이며 싸우는 장면은 여타 좀비 영화에서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장면이라 할 수 있다. 좀비 영화에서 고어의 질척거리는 끈적함이나 축축함과 다른 부산행의 질감은 마치 습기찬 곳에서 살과 물체가 쩍쩍 들러붙는듯한 불쾌함에 가깝다. 마치 살과 물체가 하나가 되는 듯한 묘한 끈적함과 페이소스가 한국식 장르 영화의 질감에 묻어나오는데, 이러한 장르적 특수성 때문에 한국 장르 영화들은 세계 영화계에서 독특한 위치를 점하였다. 

한국 영화의 장르적 특수성들은 2000년대 초반의 장르 영화를 만들던 거장들의 영향력이 크다:박찬욱, 봉준호, 나홍진 등과 같은 지금은 세계 영화계에 이름을 떨치고 있는 감독들이 2000년대 초반 감독 특성과 대중성이 같이 섞인 영화를 만들었다. 그 중에 가장 큰 획을 그은 것은 봉준호의 살인의 추억이다:과거로의 회귀, 사회를 꿰뚫어 보는 통찰, 장르적 긴장감, 한국 사회의 독특한 분위기들이 그 영화에 묻어있었다. 한국형 블록버스터 100만 관객 시대를 열었던 쉬리와 같은 영화들이 몇년전에 나왔던 것을 생각한다면, 그 궤가 다르다고 볼 수 있다. 이는 CJ나 대기업들이 기존 충무로 자본과 다른 길을 걷기 위해서 새로운 감독들과 소재에 기회를 준 것에 큰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

요약하자면, 한국 영화의 장르적 완숙도는 2000년대 초반의 거장 감독들의 실험과 성공, 그 실험을 베이스로 하여서 어떻게 하면 장르적인 재미를 줄 수 있는가에 대한 탐구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한 소재의 자가복제(물론 이런 영화들도 있지만)에서 끝이 나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새로운 변주를 진행할 수 있는 힘을 얻는 것이다.

 

잡담/개인적인 이야기

 

집 옮긴다고 상당히 바쁘게 살고 있네요

 

글 몇개 준비중인데, 천천히 써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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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


※ 엑박 메거진 4월호에 실린 글입니다(링크)

근 10년 간 부분 유료화 Free 2 Play의 게임의 숫자는 모바일 게임 장르의 발전과 함께 콘솔, 모바일 플랫폼을 가리지 않고 꾸준하게 늘어왔다. 하지만 엄밀하게 이야기한다면 무료 게임은 ‘무료’가 아니다. 기본적으로 플레이어가 플레이를 무료로 할 수 있지만, 게임을 열심히 할수록 유료 재화가 절실하게 필요해지는 순간들이 오기 때문이다. 이렇게 무료 게임들이 게임에서 수익을 내기 위해 돈을 소비하는 구조, 통칭 비즈니스 모델로 불려지는 소비 구조는 무료 게임이 대부분인 모바일 게임에서는 흔하게 보여지는 구조다. 하지만 모바일 게임과 콘솔 게임의 크로스 플랫포밍이 활성화 되고 모바일 게임의 높은 수익률에 눈독을 들인 기존 콘솔 게임 회사들이 부분 유료 게임을 개발하거나 기존 게임을 부분 유료로 돌리는 등 더 이상 기존 콘솔 게임에서도 부분 유료 게임의 비즈니스 모델이 낯설지 않게 되었다.

본 칼럼에서는 유희왕 마스터 듀얼의 비즈니스 모델을 간략하게 이해해 보고, ‘부분유료화 게임에서 어디서 어떻게 플레이어의 돈이 지출되는가?’ 라는 관점에서 게임을 분석해보도록 하겠다. 유희왕 마스터 듀얼 재화 소비 구조를 단순화시켜 보자면, 아래와 같은 그림이 될 것이다.

 

 

마스터 듀얼의 재화 소비구조의 핵심은 “어떻게 돈이 카드라는 재화가 되는가?”이다. 하지만 이 소비구조에는 중요한 전제가 깔려 있다. 돈이라는 실물 재화를 가상의 카드라는 가상 재화로 바꾸기 위해서는 일련의 ‘환전’ 과정이 필요하다. 이러한 환전 구조를 분석함으로써 게임이 어디서 어떻게 비용이 발생하는지를 자세하게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우선 유희왕 마스터 듀얼 게임 내에서 카드를 보충하는 전반적인 구조는 아래와 같다.

 

 

유희왕 마스터 듀얼은 블리자드에서 만든 비디오 CCG(Collectible Card Game) 인 하스스톤의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차용하고 있다. 하스스톤은 무작위의 카드 뽑기인 카드 팩 구매를 통해 카드를 구한다. 구매한 카드 팩은 무작위로 카드들이 들어 있어서 자기가 원하는 카드와 원하지 않는 카드들이 같이 들어있을 가능성이 있다. 그렇기에 하스스톤은 쓸모없는 카드들을 분해해서 재화를 얻고, 그 재화로 다시 카드를 만드는 제작 과정을 통해서 원하는 카드를 모아 덱을 만들게 하였다. 마스터 듀얼도 기본적인 구조는 동일하지만, 블록제 시스템을 취하고 있는 하스스톤과 다르게 1만장의 카드 풀을 갖고 있는 마스터 듀얼에서는 단 하나의 카드팩에서 원하는 모든 카드를 뽑는다는 것은 아무리 돈을 들인다 하더라도 확률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특이한 점은 유희왕 마스터 듀얼은 아래와 같은 2중 뽑기 구조를 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유희왕에서 카드 팩 구매는 모든 카드가 나오는 범용 카드 팩과 특정 테마가 나올 가능성이 높아지는 픽업 카드 팩(게임 내에서는 한정 카드 팩으로 불리는)으로 구성되어 있다. 픽업 카드 팩은 일본 모바일 게임에서 자주 보여지는 픽업 가챠의 개념과 유사한데, 픽업 가챠가 ‘특정 케릭터/재화를 뽑을 가능성이 올라가는 뽑기’ 시스템이란 것을 생각한다면 유희왕의 픽업 카드 팩도 그러한 개념과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다. 픽업 카드 팩에는 특정 카드 테마와 그 테마에 어울리는 범용 카드들이 들어있기 때문에, 특정 테마를 구성하려는 사람들에게는 상당히 유용하다.

유희왕 마스터 듀얼에서 흥미로운 점은 픽업 카드 팩이 ‘해금’되는 구조다. 우선 해당 테마의 ‘키 카드’라 할 수 있는 카드들을 얻으면 픽업 카드 팩이 24시간 동안 해금되는데, 이 카드를 얻는 것이 카드 제작(SR 등급 이상)을 해서 얻는 것과 카드 팩에서 해당 테마의 카드를 얻는 것으로 픽업 카드 팩을 구매할 수 있게끔 풀린다. 

위의 내용을 포함해서 전체 재화 소비를 다시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여기서 한 가지 더 눈 여겨 보아야할 부분이 있다. 그것은 바로 실재 돈이 카드 팩을 구매하기 위한 재화로 어떻게 변화하느냐? 의 부분이다. 대다수의 모바일 게임들이 그렇듯이, 유희왕 마스터 듀얼에서도 뽑기를 진행하기 위해서 돈으로 뽑기를 위한 재화를 구매해야 한다. 유희왕 마스터 듀얼에서는 그것이 ‘젬’이라는 재화가 된다. 여기서 그러면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어째서 플레이어는 돈을 이용해서 곧바로 카드 팩을 구매하지 않는 것일까? 

젬이라는 개념의 핵심은 바로 돈 이외에도 다양한 재화들을 카드 팩으로 이어주는 교환 가치라는 점이다. 플레이어는 돈 이외에도 다양한 활동들(게임 내 승리, 이벤트 달성 등등)을 통해서 젬을 획득할 수 있다. 즉, 돈 이외에도 플레이어에게 주어지는 보상이 카드 팩이라는 재화 구매로 이어지기 위해서 젬이라는 중간 매개체이자 교환 가치를 두었다는 것이다. 

구매 이외의 플레이를 통해서 젬을 구할 수 있는 프로세스는 아래와 같다.

 


 
이러한 구조는 유저의 접속 리텐션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다. 유저 리텐션이란 경영학 및마케팅에서 사용되는 용어로 ‘시간이 지날수록 얼마나 제품으로 돌아오는가’라는 개념을 통칭하는 개념이다. 부분 유료화의 게임 특성 상, 많은 사람들이 들어오고 동시에 빠져나간다. 가볍게 즐기는 만큼 쉽게 빠져 나가는 것인데, 플레이어가 게임을 플레이하는 동안 돈을 이용해 쉽게 게임에서 강해지는 것 이외에도 행동에 보상을 주어 게임에 좀 더 붙어 있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보상을 주고 플레이어들이 이탈하지 않고 계속해서 게임을 플레이한다면 전체 게임 플레이 생태계를 건강하게 만들기 때문에 리텐션을 유지하기 위해 플레이어의 행위에 보상을 주는 것(인 게임 재화 같은)은 매우 중요하다.

위 내용까지 종합해서 본 그림은 아래와 같다.

 


 
유희왕 마스터 듀얼의 재화 소비구조는 모바일 게임들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정석적인 구조다. 그렇기에 재화의 소비가 급격하게 일어나는, 소위 병목Bottle Neck도 존재한다. 병목이란 특정 수준 이상으로 올라가기 위해서 들이는 돈과 노력이 급격하게 늘어나는 구간을 뜻한다. 게임에서 병목은 단순하게 노력만으로는 돌파할 수 없기 때문에 노력과 함께 돈을 투자하는 것이 필수적으로 되는 시점이다. 이러한 병목은 단순히 돈을 쓰게끔 만드는 것을 넘어서 게임에 대한 플레이어의 애착도를 늘릴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에 단순히 ‘돈을 갈취하는’ 구조와는 좀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유희왕 마스터 듀얼에서는 플레이어가 보유하는 덱의 숫자가 늘어나는 시점이 병목이 발생하는 시점이다. 덱의 핵심 카드들 등급들은 대부분 SR과 UR인데, 이 SR/UR 등급의 카드들을 만들거나 구하는 것이 일정 시점 이후로는 대단히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아래 그림의 예시를 보자.

 


 
위 그림과 같이 SR/UR 카드를 덱의 핵심 엔진으로 채용하기 위해서 3장이 필요한데 3장을 구하기 위해서는 똑같은 등급의 카드 9장이 필요하다. 하지만 SR/UR 등급의 경우 카드를 잉여 카드 9장을 구하는 것이 힘들기 때문에, 픽업 카드 팩을 돌리면서 쓸모없는 카드들을 분해하고 더 나가서 듀얼패스에서 얻는 제작 재화까지 다 긁어서 맞춰야 한다. 결국 SR/UR급의 카드를 맞추기 위해서는 대량으로 카드를 구매할 수 있고 SR/UR급 카드를 높은 확률로 구할 수 있는 방법인 “돈 - 젬 - 픽업 카드 팩”에 의존하게 되므로 필연적으로 지출이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병목 구조는 플레이어가 덱을 3~4개 이상 맞추지 않으면 쉽게 접할 수 없다. 기본적으로 마스터 듀얼은 튜토리얼, 솔로 모드 등을 통한 초반 재화 펌핑이 있어서 병목 없이 부드럽게 덱을 한 두개 정도맞출 수 있다. 그러나 카드가 1만장이 된다는 점, 제작 재화가 환전이 안되는 점, 가챠가 그렇게까지 효율이 좋지 않다는 점에서 결국은 덱을 맞출수록 병목을 마주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를 요약한 전체 구조는 아래와 같다.

 


이러한 구조 상에서 플레이어가 취할 수 있는 현명한 구매 전략을 다음과 같이 제안할 수 있다.

1. 원하는 덱 테마와 목표 카드들을 확실하게 정한다.

초반에는 UR급 카드와 SR급 카드들이 자연스럽게 많이 쌓이고, 그걸 분해해서 원하는 카드들을 금방 맞출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재화가 여유로운 초반 시점에는 재화를 낭비하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2. 픽업에서 나오는 카드들은 픽업 카드 팩으로 뽑고, 그외의 카드들은 제작으로 만든다.

범용 카드들(ex. 하루 우라라, 증식의 G 같은)은 픽업 카드 팩에서 나오지 않기 때문에 범용 팩에서 뽑으려면 필연적으로 엄청나게 많은 재화가 들어갈 수 밖에 없다. 제작 재화는 듀얼 패스나 여타 다른 요소들을 통해서 구할 수 있고, 원하는 카드로 곧바로 제작할 수 있기 때문에 자원의 효율이 높다. 

픽업 카드들은 픽업 카드 팩에서 나올 꽤 가능성이 있고, 픽업 카드 팩에서 사용하는 카드가 나오면 최선이고 원하지 않는 SR/UR 카드들은 분해해서 다른 카드로 재투자하는 게 효율적이다.

 

위 글을 통해서 간략하게나마 유희왕 마스터 듀얼의 재화 소비 구조를 전반적으로 살펴봤다. 이러한 재화 소비 구조의 분석과 플레이어의 소비 전략 수립은 부분 유료화의 게임이 콘솔에서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인 것을 고려한다면 게임을 소비하는 소비자이자 플레이어로 꼭 갖춰야 하는 소양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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