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야기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1편 리뷰는 다음(http://leviathan.tistory.com/1713)을 참고해주세요.


상당수 트리플 A 게임 프랜차이즈는 핵심이 되는 콘셉으로부터 출발하며, 시퀼들은 이 콘셉을 구축한 게임들로부터 장점은 복제하고 추가할 부분은 추가함으로써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 낸다. 그렇기 때문에 자기 복제와 확장은 프랜차이즈 게임에서 기본이다. 그러나 몇몇 작품들은 추가되는 내용 없이 전작의 안일한 복제만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다. 라이즈 오브 툼레이더가 바로 그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라이즈 오브 툼레이더는 기존 리부트 작품에 대한 소소한 변주로써, 게임의 큰 구성이나 이야기를 구성하는 테마가 이전작과 많은 부분 비슷한 게임이었다. 탐색이나 퀘스트 등의 부분은 분명 전작에 비교하여 개선되었긴 하지만, 게임의 근본적인 플레이(전투, 파쿠르, 퍼즐 같은)를 바꿀 정도로 인상적이진 않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이즈 오브 툼레이더는 잘 작동한 게임이었다. 이야기에 있어서 꼭 매듭지어야 하는 필수적인 부분을 매듭지었고, 전작보다 더 뛰어난 그래픽으로 눈호강을 시켜주었다. 적어도 구매한 돈값 정도는 하는 게임이었다. 하지만 본인 입장에서 냉정하게 이야기하자면 글로 써서 남길 가치는 없는 게임이었다.


그렇다면 쉐도우 오브 툼레이더는 어떠한가? 쉐도우 오브 툼레이더는 툼레이더 리부트 시리즈의 완결작이며, 라이즈 오브 툼레이더와 달리 무언가 생각하고 기록해서 남길만한 거리를 제공하는 게임이다. 하지만 이것은 절대 좋은 의미가 아니다:쉐도우 오브 툼레이더는 트리플 A급 재앙을 의미한다. 이는 언차티드 4나 폴아웃 4가 경험한 '프랜차이즈의 정체성에서 벗어날 때 발생한 문제들'과 다르다. 쉐도우 오브 툼레이더는 프랜차이즈가 갖고 있는 내재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할 때, 게임이 어떻게 초라하게 끝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물론, 트리플 A 게임 답게 어느정도의 품질을 보장해주고 있지만, 쉐도우 오브 툼레이더는 실망스럽기 짝이 없는 게임이다.


시리즈를 마무리 짓는 게임들은 항상 고질적인 문제점들을 갖고 있었다. 이는 프랜차이즈를 종료시키면서, 동시에 프랜차이즈를 이어나가야하는 모순된 상황에 봉착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점들이다. 매스 이펙트 3와 그 전후에 발매된 게임들은 이러한 문제점들을 강하게 겪었었고, 이런 문제점에 대응해 게임 업계는 주기적인 리부트와 프리퀼 등의 확장을 통해서 프랜차이즈를 관리하는 방법을 만들어냈다. 어세신 크리드 시리즈의 사례를 보자:어크 1편에서 신디케이트까지, 프랜차이즈는 끊임없이 시스템을 확장하고 다듬었지만 결국 1편이 갖고 있었던 내재적 한계에 봉착할 수 밖에 없었다. 이에 UBI 소프트가 선택한 것은 과거로 돌아가는 프리퀼에 RPG의 문법을 적용한 것이었다. 그 결과가 바로 오리진과 오딧세이이며, 이 둘은 여전히 어크 프랜차이즈가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였다. 


어크 시리즈나 여타 프랜차이즈들의 관리법을 보았을 때, 이들의 방법론은 일종의 보수적인 변증법에 가깝다:기존의 프랜차이즈가 있고, 여기에 검증된 요소들(어크 오리진과 오딧세이의 경우에는 RPG의 문법이)을 섞어서 프랜차이즈에 '색다르지 않은 변화'를 주는 것이 이 보수적인 변증법의 주요 골자다. 물론 최근에 들어서는 '덜어내고 다듬는 변화'(배틀필드 1이나 콜옵 WW2 같은) 방법론도 등장하였지만, 이들의 수는 상당히 적은 편이다. 이와 같이 보수적인 변증법의 방법론은 새롭지 않고 때로는 지겹긴 하지만, 대부분 실패하지 않고 잘 작동하는 편이다.


툼레이더 시리즈는 게임 프랜차이즈에 있어서 대선배격이라 할 수 있는 프랜차이즈였다:트리플 A 게임이라는 개념이 정립되기 전부터 이미 툼레이더는 판매량과 콜라보레이션 등으로 게임 및 문화산업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으며, 3차원 액션 어드벤처 게임 장르와 파쿠르를 이용한 플랫포밍 등의 개념을 정립하였다. 언차티드라는 프랜차이즈가 인디아나 존스의 연출 등을 이어받으며 영화적 게임의 정통 후계자를 자처하지만, 언차티드가 존재하기도 전에 툼레이더는 이미 인디아나 존스의 경험을 게임에 옮기고자 했던 것이다. 그러나 PS1 시절을 풍미하였던 프랜차이즈인 툼레이더 시리즈는 PS2 시절 엔젤 오브 다크니스로 인해 프랜차이즈 전체가 망할뻔한 위기를 겪었다. 물론 크리스탈 다이나믹스가 레전드와 언더월드로 프랜차이즈 자체를 수렁의 구렁텅이에서 꺼냈지만, 기존 프랜차이즈의 시스템을 유지보수 하는 것만으로는 시대를 따라가기 힘든 모습을 보였다. 이미 레전드와 언더월드가 나올 당시, 언차티드 2와 같은 영화적 연출과 손쉬운 파쿠르를 섞은 게임들이 득세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툼레이더 프랜차이즈를 이어받은 크리스탈 다이내믹스는 머리를 굴릴 수 밖에 없었다:이미 언더월드와 같은 기존 프랜차이즈의 유지 보수만으로는 툼레이더는 살아남을 수 없었다. 게다가 툼레이더에게는 분위기가 겹치는 언차티드와 같은 쟁쟁한 후속작들이 존재하고 있다는 문제도 있었다. 그야말로 진퇴양난의 상황이었다. 하지만 크리스탈 다이내믹스는 이러한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성공적으로 프랜차이즈를 리부트 시켰다. 툼레이더 리부트는 기존 시리즈에서 발견할 수 있는 색다른 테마에 초점을 맞추었다:툼레이더 리부트는 문명에서 벗어난 야만과 호전적 환경, 그리고 그 속에 숨겨진 비밀을 벗겨내고 살아남는 생존자라는 콘셉트를 부각한다. 이는 비일상과 과거의 유적으로 모험을 떠난다는 기존 프랜차이즈의 정체성을 계승하며, 언차티드와 같은 경쟁자들과도 차별화된 모습으로 소비자에게 다가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툼레이더 리부트 성공의 핵심은 콘셉트의 승리에 기반하고 있었다:게임은 언차티드식의 전투와 파쿠르, 배트맨 아캄 어사일럼의 스테이지 구성(일자형 진행, 백트래킹이 가능한 스테이지, 스테이지에 숨겨진 요소 등등)을 적절하게 섞은 혼종이었으며, 동시에 트리플 A 게임 특유의 안전함으로 가득찬 시스템을 보여주었다. 게임 시스템 요소들은 하나 하나 잘 작동하였지만, 동시에 대단히 얕고 단순하였다. 이 단순함을 완성시키는 것이 바로 게임의 야만과 생존이라는 콘셉트였다:플레이어는 살아남기 위해서 자원을 모으고 장비를 임시방편으로 수선하고, 네 발로 기어다니면서 암벽등반용 도끼로 적에게 대항하여야 한다. 


이런 점에서 리부트는 혁신을 꾀한것 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대단히 보수적이고 안전한 작품이었다. 게임 시스템의 많은 요소들은 이미 검증된 게임으로부터 따오고 있었고, 가장 신선해보이는 게임 테마 역시도 기존 툼레이더 프랜차이즈의 재발굴이었다. 또한 이전 게임들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연출 부분에서의 과격함은 이미 아포칼립토나 최근 호러영화 특유의 고어 연출에서 강한 영향을 받았다고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기존에 검증된 요소들의 조합이었더라도, 툼레이더 리부트는 콘셉트 측면에서 플레이어에게 변화된 매력을 어필하고 납득시킬 수 있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


그러나 여기에 숨은 문제가 하나 있었다. 툼레이더 리부트는 툼레이더 프랜차이즈의 시작으로서는 좋은 게임이었지만, 어디까지나 시작으로써만 뛰어났다는 점이다. 게임은 테마와 배경을 분명하게 제시하였지만, 이 테마와 배경은 여기저기 구멍이 뚫려있는 미완성이었다. 혹자는 이를 '되다만 코스믹 호러'라고 표현하였다:라라가 생존자라면, 그녀는 대체 무엇으로부터 살아남았단 말인가? 게임은 이를 위해서 설명이 도저히 불가능한 초자연적인 미지의 존재(히미코 여왕과 스톰가드 같은)와 야만의 존재를 설정한다. 


하지만 툼레이더 리부트는 게임의 끝까지 이것들에 대해서 명확하게 설명을 하지 않는다. 사실, 코스믹 호러 장르의 전통에서 본다면 공포의 원인에 대한 설명은 장르 특유의 공포와 절망을 반감시킬 수 있다. 왜냐면 그것이 '어찌할 수 없는 우주의 질서'이기 때문이다. 툼레이더 리부트에서도 이러한 어찌할 수 없는 공포로서의 초자연적 존재와 야만을 설정하고, 플레이 타임 내내 플레이어가 이것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해서 발악하는 것을 다루었다. 하지만 라라는 초자연적인 재앙의 근원과 대면하고 5분도 채 지나지 않아 근원의 면상을 쌍권총으로 박살내면서 재앙과 게임을 다 함께 끝내버린다. 


물론 이러한 접근법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꺠어난 포스에서 레이에게 아나킨 스카이워커의 광선검을 주고는 마지막 제다이에서는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30초만에 그 광선검을 집어던지면서 '이건 중요하지 않아!'라고 외치며 기원을 무시했었던 것처럼 말이다. 물론 마지막 제다이가 전통의 파괴와 콘셉트의 변환이라는 목표를 위해서 의도적으로 중요한 복선들을 맥거핀으로 만들었다면, 툼레이더 리부트 시리즈의 문제는 그 맥거핀이 맥거핀이라는 사실을 드러내지 않고 설명을 뒤로 미루고 감추려 했다는 것이 더 큰 문제였다.


라이즈 오브 툼레이더 역시도 결국 테마와 게임 플레이의 재탕이자 반복이었다. 분명 라라는 파묻힌 고대 도시 키테즈와 아버지가 남긴 유산을 찾으러 러시아의 설원으로 모험을 떠난다. 하지만 라라가 밝혀낸 것은 아버지와 관련된 과거, 그리고 트리니티라는 존재뿐이었다. 라라는 전편과 같이 또다시 모든 문제의 근원을 바닥에 내팽겨쳐버리면서 이야기를 허무하게 끝내버린다. 라이즈 오브 툼레이더는 리부트의 구조와 테마를 재탕함으로(물론 게임 자체는 어느정도 보완되었지만) 이 테마와 콘셉트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라라 크로프트라는 개인의 생존과 드라마지 세계의 비밀을 밝히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고 역설한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라이즈 오브 툼레이더는 납득할만한 게임이었다:시리즈는 언젠가 아버지의 죽음을 다뤄내고 그것을 극복하는 라라의 이야기를 다뤄낼 필요가 있었고, 라이즈 오브 툼레이더는 그에 대해서 납득할만한 결말(아버지에 대해 집착하는 것을 포기하고 미래로 나아가는 라라)을 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테마가 갖고 있는 근원적인 문제(라라 크로프트의 개인적인 드라마, 그리고 설명되지 않는 고대의 존재들)를 후속작으로 보내버린 채, 시리즈는 여전히 언제 터질지 모르는 조마조마한 폭탄 돌리기를 시도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폭탄 돌리기가 실패로 끝난 결과물이 바로 쉐도우 오브 툼레이더다. 이미 툼레이더 리부트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이라 알려진 쉐도우 오브 툼레이더(이하 쉐오툼)는 리부트와 라이즈 오브 툼레이더가 이뤄낸 것을 끝내려하였다. 게임은 야만스러운 정글을 배경으로 라라가 갖고 있는 어두운 면모를 다루면서 시리즈가 다뤄내지 못했던 가장 깊숙한 이야기를 하고자 하였다:초반 시퀸스처럼 라라가 단검을 들어 세상의 종말을 시작하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쉐오툼의 문제는 프랜차이즈가 갖고 있었던 여러가지 테마를 뒤섞어서 테마를 구성하던 중, 앞서 언급하였던 리부트 시리즈의 문제점들을 그대로 노출시켜버렸다. 


쉐도우 오브 툼레이더는 말그래도 툼레이더의 그림자, 즉 라라의 어두운 부분을 다루는 게임이다. 라라의 어두운 면모(거침 없이 살인을 한다던가, 목표를 향해 앞뒤 안가리고 돌진한다던가 등)는 리부트에서 뿐만 아니라 기존 프랜차이즈에서도 갖고 있었던 부분이며, 팬들 사이에서도 여러번 회자된 유명한 소재였다. 물론 라라 크로프트가 시리즈 내내 거침없이 사람을 죽이는 묘사를 통해 보았을 때, 살인광이니 사이코패스니 하는 논쟁이 나오는 것은 당연한 부분이기는 하다. 그러나 언차티드 시리즈의 네이트 같은 쾌활한 광대 사이코패스와 다르게, 라라가 살인을 즐긴다는 것은 다소 억울한 부분이 있다. 오히려 자신이 목표하는 바로 나아갈 때는 그것이 가져다주는 결과에 대해서 고민하지 않는 불도저 같은 케릭터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쉐도우 오브 툼레이더는 이러한 라라의 불도저 같은 성격이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키는 것이 아닌가? 라는 물음에서부터 테마를 구성한다:첫 단검을 뽑는 시퀸스처럼 세상이 종말할 수도 있는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자신의 탐구심과 트리니티를 향한 증오로 행동하는 것이 바로 라라 크로프트라는 것이다. 게임은 이외에도 이러한 라라의 불도저 같은 성격으로 상황이 악화되는 시퀸스를 여럿 넣어서 '실제 라라 크로프트라는 인물은 선한 인물이 아닌 위험한 인물이 아닌가?'라는 위태로운 상황을 여럿 만들어낸다.


이렇게 원래 존재하던 소재를 이용해 작품을 만드는 것은 좋은 시도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쉐오툼의 문제는 그 테마를 구성하는데 있어서 설득력 있는 구성을 보여주지 못하는데 있다. 이는 게임이 여지껏 다루지 않았던 소재를 다루면서도, 이전 리부트 시리즈의 연출과 방향성을 그대로 따랐기 때문이었다. 시리즈가 갖고 있는 어두운 소재를 다루면서, 정작 이전작에서나 쓰일법한 동일한 전략과 연출을 사용하고 있었기에 쉐오툼은 실패할 수 밖에 없었다.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보기 위해서 다시 첫번째 시퀸스로 돌아와보자:라라가 단검을 뽑는 것으로 세상의 종말이 시작된다. 즉, 라라가 세상의 종말의 방아쇠를 당겼기 때문에 이 게임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사건들에 대한 도덕적 비난이 돌아가게끔 서사를 구성한 것이다. 하지만 라라가 단검을 뽑지 않았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당연하게도 곧바로 따라오고 있던 도밍게스 박사가 단검을 뽑고 다시 세상의 종말이 시작되게 된다. 즉, 라라가 단검을 뽑던 뽑지않던 세상의 종말은 시작될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인 것이다. 물론, 결과 여부와 관계없이 행위를 했느냐 안했느냐로 도덕적인 책임은 갈려질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라라가 단검을 뽑은 것에 대해서 도덕적으로 비난을 하는 사람이 바로 '곧 단검을 뽑을 사람인' 도밍게스 박사였다는 점에서 게임의 작위적인 구도가 그대로 드러난다.


원래부터 툼레이더 시리즈는 악역이 라라가 겪는 고난과 드라마보다 중요도가 떨어지는 게임이었다. 그러나 쉐오툼은 도밍게스 박사라는 악역에게 라라의 도덕적 결함을 고발하는 역할을 맡겼다. 하지만 앞서 서술하였듯이, 게임은 그의 고발에 당위성을 부여하기 보다는 작위적인 상황에서 궤변을 늘어놓는 방향으로 케릭터를 구성하고 말았다. 도밍게스 박사라는 인물을 살펴보면, 사실 그가 라라의 그림자shadow와 같은 존재임을 알 수 있다:그는 문명과 야만의 숨겨진 중재자이며, 이전의 목소리만 내리깔고 협박만 하던 악역들과 다르게 신념을 갖고 세상이 멸망할 위험을 감수해서라도 신의 힘을 이용하려는 존재다. 그렇기에 그 그림자가 라라를 고발하는 것은 라라 크로프트라는 케릭터의 어둠을 드러내고자하는 의도 때문이었다.


그러나 쉐오툼은 큰 그림만 좋게 잡아두고, 이전작들의 연출을 그대로 인용하는 나태한 모습을 보이며 자멸의 구렁텅이로 빠져든다. 그 결과, 게임은 플레이어에게 납득이 될만한 동인을 제공해주지 못하고 '라라 크로프트가 다 잘못했다'라는 작위적인 연출과 전개로 게임을 이끌어나간다. 그리고 그 작위적 연출을 전작으로부터 인용함으로써 게임은 더더욱 엉망진창이 된다. 


이런 문제들이 대표적으로 발현되는 시퀸스가 바로 조나가 죽은 줄 알고 폭주하는 라라가 정유소와 헬기를 격추시키는 시퀸스일 것이다. 이미 리부트에서 솔라리에게 당할대로 당하다가 결국 훼까닥 하고 유탄발사기로 솔라리를 작살내놓던 장면을 재탕한 이 시퀸스는 시종일관 무전기로 연락을 하던 라라의 잘못이라 이죽거리고 비난하는 루크를 삽입하면서 '이 모든 것이 라라(=플레이어)의 잘못이다'라는 논조를 만들려 한다. 하지만 그 논조를 만들기 위해서 쉐오툼은 라라가 겪는 좌절이나 상실, 혹은 죄책감의 내면의 드라마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리부트의 통쾌한 복수를 찝찝한 형태로 재구성한 것이다. 심지어 정유소와 헬기를 박살낸 뒤 뻘줌하게 조나를 등장시키면서 게임 프랜차이즈가 갖고 있는 어두운 부분을 끝까지 밀어붙이지도 못하는 어정쩡함까지 보여준다. 


어째서 이런 문제들이 발생하였을까. 물론 크리스탈 다이내믹스가 현재 알려지지 않은 어벤저스 게임을 만들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제작자들이 해매는 문제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나 본질적인 이유는 이것은 트리플 A 특유의 보수적인 게임 개발론과 안일함이 불러온 재앙이다:게임 프랜차이즈는 크게 변할 수 없고, 천문학적인 예산이 들어가는 프로젝트를 불확실한 가능성에 걸 수 없다. 그렇기에 그들은 전작의 성공만을 바라본 채, 자신들이 무엇을 만드는지도 모르는 채로 서로 섞일 수 없는 것들을 뒤섞어버렸다. 


결국 쉐오툼은 라라의 가장 어두운 이야기를 다룬다고 하면서, 그에 걸맞는 악역이나 사건을 제시하지 못했다. 도밍게스 박사와 루크의 설정이 나쁜 것이 아니다. 하지만 이들의 존재를 납득시키려 했다면, 게임은 여기에 충분히 많은 시간을 들였어야 했다. 그 대신 게임은 전작에 있었던 시퀸스들과 장면들을 죄다 한번씩 재탕하고(조난당하는 장면이나 초반에 살아남기 위해서 물자를 모으는 장면이나 좁은 틈에 끼어서 고통받는 장면이나) 플레이어가 고통받고 남는 시간에 플레이어가 잘못했다고 고발하고 앉은 것이다. 파크라이 5가 그러했었던 것처럼, 플레이어가 경험하는 것과 서사가 이야기하는 것이 불일치하기 때문에 게임은 플레이어에게 괴리감만을 안겨줄 뿐이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머릿속에서는 하늘을 날아다닐 생각을 하면서 정작 뛸 생각조차도 하지 않은 안일한 결과물이 바로 쉐오툼이다.





쉐오툼은 여기에 한술 더뜬다:테마와 방향성이 일치하지 않으니, 게임 내의 씬과 시퀸스들은 목적성을 잃고 어지러이 흩어진다. 은상자를 빼앗기는 시퀸스를 예로 들어보자:은상자의 발견과 함께 산사태와 화산이 폭발하고, 라라는 은상자를 되찾기 위해서 도밍게스의 헬기를 추격한다. 마을은 산사태로 무너지고, 플레이어는 무너지는 마을을 발판삼아서 헬기를 뒤쫒아야 한다. 하지만 이 산만한 추격씬은 결국 실패로 돌아간다. 애시당초에 이 시퀸스 자체를 통채로 덜어내고 곧바로 파이티티로 돌아가서 게임을 진행하는 전개로 갔어도, 사실 별상관이 없었을 것이다. 또한 마지막 클라이맥스 시퀸스를 예로 들어보자:시리즈 내내 크로프트 일가를 괴롭히고 세계를 해집어놓았던 트리니티 교단 수뇌부는 무전으로 도착했다라는 이야기를 한지 10분도 지나지 않아서 아군이 된 식인종 야만인들 무리에 전멸당한다. 라오툼 이후 크로프트 일가를 수십년동안 괴롭혀온 악역 집단의 수괴들이 등장한지 10분도 지나지 않아서 야만인 무리에 갈가리 찢겨진 것이다. 이와 같이 중요하다고 생각되었던 것들이 너무나 쉽게 의미가 없어지고 엉망진창이 된다. 마치 이들의 존재는 스펙타클을 위한 땔감 정도 수준에 불과하였듯이 말이다.


리부트에서 라이즈 오브 툼레이더, 쉐도우 오브 툼레이더로 이어지는 잔혹한 고어 연출의 전통은 여전히 쉐오툼에서도 등장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전작들에 비교해서 본다면 매너리즘의 그 자체다. 리부트부터 전매특허였던 좁은 곳에 시체와 바위를 끼워놓고 폐소 공포증을 유발하는 연출은 이제는 시도 때도 없이 등장한다. 심지어 가끔씩은 대체 왜 저기에 저렇게 많은 시체들이 존재할 수 있는지 의구심이 들 때도 있다. 전작들은 다양한 시대들이 엇갈리고 수많은 시체가 나오는 나름의 정당한 이유를 제공하기도 하였다:리부트는 야마타이 시대부터 2차세계대전, 현대까지 끊임없이 배가 좌초하는 마의 구역이라는 설정을 넣었고, 라오툼은 키테즈의 설립과 몽골의 침략, 소련의 강제노동 수용소 등으로 이어지는 역사의 계보를 가지고 있었다. 리부트 시르즈의 고어 연출에는 나름의 설정과 설명이 있었던 셈이다.


하지만 쉐오툼은 대체 이렇게 많은 시체들이 라라와 같이 처박히게 설명조차 하지 않는다. 마치 분리수거날 아파트 쓰레기장에 차곡차곡 쌓이게 된 폐지 덩어리들 같이, 의미없고 지저분하며 그냥 의무적으로 거기에 놓여있을 뿐이다. 가장 심각한 케이스는 지하 비밀 성당 시퀸스일 것이다. 폐허가 된 평온한 수도원 밑에 시체로 성당 전체를 리모델링과 데코레이션을 해놓은 이 스테이지는 정리 안된 지저분함과 엉망진창인 미적 조감에 대한 분노를 넘어서 대체 어떻게 이 좁은 공간에 뉴욕 브로드웨이 길거리를 뺨치는 시체 인구 밀도를 구성할 수 있는지에 대한 압도적인 의구심이 들 뿐이다.


그리고 리부트 시리즈의 끝이라고 해서 모든 것을 설명하지 않는다. 게임에서 초자연적인 존재는 여전히 맥거핀에 불과하다. 하지만 쉐오툼의 경우, 라라로 인해서 세상이 멸망하고 모든 일이 꼬인다는 연출 등으로 인해서 이 맥거핀이 더 이상하고 낯설고 작위적으로 느껴진다. 단검을 뽑아서 대체 무슨일이 발생하는건가. 해일과 지진과 화산 폭발과 태풍이 몰아치고 있지만, 실제로 이게 전세계가 멸망하는건지 아니면 남아메리카 주변만 대충 망하는건지 알수 없다. 그리고 쿠쿨칸은 대체 뭐였고 은상자와 단검은 뭐하는 용도의 물건이었을까. 게임은 그저 '무언가 일어나고 있다'라고만 이야기할 뿐, 이 모든 것들에 대한 최소한의 내적 논리조차 설명하지 않는다. 전작들이 최소한의 인과관계(대체 어째서 이런일이 초자연적 존재와 법칙과 맞물려서 벌어지게 되었는가, 예를 들어 태풍과 히미코의 관계 같은 리부트의 내적 논리라던가)를 설명했던것을 생각한다면 매우 작위적이고 이해하기 힘든 형태이다.


게임플레이는 전작에 비해서 크게 달라진 점이 없다. 스테이지 구조가 일직선으로 바뀌어 백트레킹이 아닌 다회차 요소로 바뀐 점은 눈여겨 볼만하지만, 탐색의 재미가 줄어들고 가뜩이나 심란한 스토리를 여러번 보게끔 한다는 점에서는 감점 요인이 되었다. 전투 부분은 언차티드 4와 같이 잠입과 전투를 어떻게든 한데 엮으려 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전투 자체가 전작과 비교해서 크게 달라진 점도 없고 스테이지 수도 줄어들고 규모도 작아졌으며, 이전과 같이 인상적인 부분은 거의 없어졌다. 몇몇 추가요소들(진흙변장의 추가라던가)이 있지만, 보통 난이도에서는 실제 어떤 효과를 갖고 있는지 체감되는 부분이 적다.


결론적으로 쉐도우 오브 툼레이더는 툼레이더 리부트 프랜차이즈가 갖고 있었던 문제점들이 순식간에 터져나온 게임이라 할 수 있다. 물론, 품질검수 조차 되지 않아 플레이가 불가능할 정도로 엉망이란 이야기는 아니다. 게임은 처음부터 끝까지 플레이 가능하며, 게임 플레이 개별은 나름 재밌는 편이기도 하다. 어쨌든 리부트가 설정해놓은 게임 시스템은 그럭저럭 잘 작동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쉐오툼은 추구하는 포인트도 없고,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다. 게임은 플레이어를 그저 기계적으로 몰아붙이고, 전작들의 연출들을 덕지덕지 발랐을 분이다. 다행인 점은 이게 엔젤 오브 다크니스와 같은 게임과 비교하여 보았을 때, 프랜차이즈 자체를 끝낼 정도의 치명타는 아니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쉐오툼을 해보고 나서 툼레이더 프랜차이즈를 다시 하고 싶다라는 마음은 전혀 들지 않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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