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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


워프레임 스위치 버전이 11월 21일 기준으로 스위치 서비스를 시작했다. 처음 패닉버튼이 알려지지 않은 트리플 A 게임을 스위치로 포팅한다고 공개하였을 때(대략 E3가 끝나고 난 7월쯤), 사람들이 기대한 것은 적어도 워프레임은 아니었다. 모탈컴뱃, 폴아웃 뉴베가스 등등 다양한 게임들이 후보로 거론되었지만, 워프레임이 거론되지 않은 것은 스위치 트리플 A 게임에 대한 수요도 있었겠지만, 5년간 수많은 업데이트를 통해서 콘텐츠가 쌓인 온라인 코옵 게임을 스위치가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생각해보면 워프레임 자체는 이미 5년전 게임으로 처음 등장할 때의 베이스 게임은 현재 시점에서는 그렇게 무겁지는 않은 편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와서 결과론으로 이야기하자면, '불가능하지 않았던' 것이다.


스위치 버전 워프레임의 핵심은 엄청난 업데이트와 분량을 가진 게임도 스위치로 이식될 수 있다라는 것을 증명했다는 부분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패닉버튼이 있다. 패닉버튼은 일찍이 둠의 포팅과 로켓리그의 포팅을 담당하였고, 최근에는 울펜슈타인 2를 스위치로 포팅하였다. 분명 이들의 초창기 이식은 '그럭저럭 납득할만하지만 여전히 부족하였던' 이식이었다. 그러나 둠과 로켓리그의 퍼포먼스 개선으로 스위치라는 기기의 한계에 도전하는 회사로 발돋움하게 되었다. 최근에는 스위치버전 울펜슈타인 2의 퍼포먼스를 상당수 개선하여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보여주었다.


흥미로운 점은 패닉버튼의 포팅들은 절대 스위치에서 불가능한 수준의 그래픽을 뽑아내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디지털 파운드리에서 분석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패닉버튼은 말도 안되는 가변해상도에 갖가지 속임수를 사용한 것으로 보여진다(디지털 파운드리 분석) 그리고 분명 포팅되기전 엑스박스나 플스에서 돌아가던 수준을 생각한다면 스위치 버전의 울펜슈타인 2나 둠은 열화된 부분이 눈에 띌수 밖에 없다. 그러나 패닉버튼의 포팅이 여타 게임들의 포팅과 다르게 놀라운 점은 분명 열화된 부분들이 눈에 띄지만, 게임 플레이 자체는 기존 원본 게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특히 둠의 사례를 보면 이는 뚜렷하다:둠 신작은 60프레임 기반으로 부드러운 애니메이션과 빠른 폭력, 전투가 난무하는 강렬한 게임이었다. 게임 플레이에 있어서 둠 특유의 강렬한 고어 연출은 게임 플레이를 구성하는 주요한 요인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스위치 버전에서 패닉 버튼은 이를 30프레임으로 반토막 내고, 그래픽을 열화시키기까지 하였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분명 스위치 버전의 둠은 무언가 빠져있는 결격품처럼 느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스위치 버전 둠은 이러한 다운그레이드된 그래픽에도 불구하고 연출이나 게임 플레이에 있어서 거치적 거리는 부분이 없다는 것이다. 즉, 열화되기는 하였지만 스위치 버전 둠은 여전히 둠의 연장선상에서 보고 플레이할 수 있는 것이다.


패닉버튼이 스위치로 트리플 A 게임들을 이식하면서 우리에게 증명한 것은 게임에서 그래픽의 본질이란 눈속임이라는 점이다. 분명 게임에 있어서 그래픽과 안정된 프레임은 게임 플레이와 경험을 구성하는 주요한 요소들이다. 하지만 최근 트리플 A 게임들은 이러한 눈속임을 더욱 많은 예산과 더욱 많은 기술력을 투입하여 저변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나아갔고, 그 결과 예산은 더 많이 들어가고 작품의 실패 리스크는 점점 더 커지는 양태로 바뀌었다. 패닉버튼의 포팅은 오히려 다양한 눈속임을 통해서 디테일을 죽이고, 게임 플레이에 중요한 안정적인 프레임과 애니메이션을 사양에 맞게 잘라내면서 기존 트리플 A 게임들이 나가던 방향성과 정 반대의 방향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패닉버튼은 포팅을 통해 상당히 만족스러운 결과를 보여주었다.


패닉버튼의 성공적인 포팅은 워프레임에서도 이어졌다:이 게임은 이미 놀라운 최적화로도 유명했고, 5년전에 나올 당시 플포와 엑스박스 원의 초창기 부분유료화 게임이었다. 하지만 패닉버튼은 휴대모드에서도 안정적인 30프레임과 그래픽 디테일을 보여주면서 마치 처음부터 워프레임이 스위치로 나온 게임인것 같이 게임을 구성하였다. 또한 상당수의 디테일을 처냈지만(뭉게지는 텍스처라던가) 게임이 진행되는 중에는 큰 차이를 못느끼게끔 그래픽 수준을 조정한 점은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물론 워프레임이 실제 스위치로 나왔을 때 얼마나 안정적으로 수익을 창출하고 꾸준히 유지가 될지는 미지수인 부분들이 있지만, 워프레임의 존재와 패닉버튼의 포팅은 스위치라는 게임기의 저변을 확대하고 더 나아가 그래픽이라는 눈속임을 구성하는 방법에 대해서 생각해볼만한 여지를 던져준다.



게임 이야기


*대악마판 - 영혼을 거두는자 리뷰 : http://leviathan.tistory.com/1916 , 디아블로 3 원본 리뷰 - http://leviathan.tistory.com/1587


디아블로 이모탈의 공개 이후, 디아블로 프랜차이즈는 나락으로 추락하였다. 물론 현재 시장 트렌드에서는 중국과 모바일 시장을 모두 고려해야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상황이 그러할지라도 프랜차이즈에 오랫동안 충성하였던 팬들이 실시간으로 참여하고 관람하던 현장에서 기대감을 저버릴 수는 없었다. 심지어 프랜차이즈를 이용해서 카피게임을 만들고, 소비자들을 우롱한 회사와 협업한 점은 그 어떤 상황에서도 용인될 수 없는 망발이었다. 그리고 디아블로 이모탈의 선택은 프랜차이즈의 연명을 위한 단기 수혈로서는 적절하겠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프랜차이즈를 망가뜨리는 일이었다:이미 중국권에서는 디아블로나 MMO의 문법을 복제하고 그 위에 나름대로의 연출과 시스템적 개선사항을 덧입히고 있었다. 오히려 오랫동안 PC를 통해서 전통을 쌓아올린 디아블로는 이모탈을 통해 자신의 어드벤티지를 버리고 자신의 장점을 받아들이고 발전한 카피겜들과 싸워야 하는 멍청한 선택을 하고 만 것이다.


하지만 디아블로 3는 처음 나올때부터 삐걱거리는 게임이었다:현금 경매장을 기억하는가? 디아 2 시절부터 조던링을 이용한 물물 교환이나, 현금을 이용해서 게임 아이템을 사고 파는 거래는 흔한 개념이었다. 지금은 상대적으로 덜해졌지만, 게임 내 화폐를 구매해서 파밍 단계를 넘어서는 것은 당시 흔한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디아블로 3는 이러한 현금 거래를 게임의 일부로 통합하고자 하였다:여기에는 분명 다양한 법적 이슈가 있었겠지만, 현금 경매장에 있어서 가장 큰 문제는 디아블로 3가 구작에 비해서도 아이템 비중이 더 올라간 게임이었다는 점이었다. 스킬 세팅과 스텟 세팅으로부터 게임이 자유로워지면서 상대적으로 아이템의 중요성은 올라갈 수 밖에 없었는데, 아이템 나올 확률은 극악하고 난이도도 극악하며 게임 구조는 반복적이다 보니 수많은 사람들이 지칠 수 밖에 없었다. 스킬 셋 구성과 스텟 구성을 제거하여 플레이어가 케릭터 육성에 들일 시간을 최소화시킨 것도 좋았고, 처음 클리어까지는 좋았지만 어디까지나 '거기까지만' 이었던 것이었다.


결국 게임을 되살린 것은 파밍의 속도를 올리고 로그라이크 요소를 적극적으로 도입하여 게임을 반복 플레이할 수 있게끔 만든 대균열과 모험모드가 추가된 영혼을 거두는 자는 디아블로 3라는 게임의 잠재력을 끌어올리는데 성공하였다. 시즌제의 도입과 정벌 등의 요소는 주기적으로 새 케릭터를 키우고 도전하는 재미를 주는데까지 성공한 것이다. 그러나 영혼을 거두는 자는 디아블로 3를 한계까지 끌어올린 게임이 갖고 있는 근원적인 문제를 투명하게 만들어버리고 말았다. 


디아블로 3는 전작들과 다르게 스텟치의 분배와 스킬 포인트의 분배로 케릭터의 정체성을 결정짓는 것이 아닌, 6가지 스킬의 선택과 룬의 선택, 그리고 그 선택을 뒷받침하는 아이템으로 구성하여 케릭터를 만들어나갔다. 그러나 스킬셋 자체는 그 누구라도 쉽게 구성할 수 있는 간단한 것이었고, 아이템 역시도 착용하는데 제한이 없었다. 그렇기에 케릭터를 구성하는 근원적인 정체성은 스킬셋의 구성이나 육성이 아닌 '그 케릭터가 어떤 장비를 입고있느냐'라는 장비 파밍의 개념으로 귀결된 것이었다. 게임은 기존 패시브 스킬이 갖고 있었던 스킬 증폭이나 보조 효과를 유니크 아이템에 붙어있는 옵션의 형태로 옮겼기 때문에, 결국은 자신이 원하는 스킬셋과 시너지를 내기 위해서는 거기에 맞는 아이템을 얻기 위해 뺑뺑이를 게임이 된 것이다.


특히 이는 세트 아이템 파밍으로 넘어가면서 더욱 두드러진다. 세트 아이템은 유니크 아이템을 넘어서 각 케릭터마다 특정 스킬들의 성능을 엄청나게 강화시키기 때문에 엔드 콘텐츠에 들어서는 세팅 자체를 고정시킨다는 문제를 만들었다. 특히 엔드 콘텐츠인 대균열이 정해진 시간에 빠르게 클리어를 해야하는 콘텐츠이다보니 극한의 효율을 추구할 수 밖에 없는 구조고, 이로 인해서 세트 아이템에 유니크 몇개를 섞고 스킬 셋도 거기 맞춘 고정된 형태의 세팅이 지배하게 되었다. 역설적이게도 스텟 배분과 스킬 포인트 배분으로부터 자유로워졌더니 게임이 아이템에 종속되어버리고 만 것이다. 물론 게임은 다양한 방법을 통해 파밍 속도를 올리고 수단을 다양하게 만드는 등 보험 장치를 마련하였지만, 그것이 고착화된 세팅을 무너뜨리지는 못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패스 오브 엑자일이나 그림 던 같은 작품은 디아블로 3가 갖고 있는 딜레마(고정된 세팅)를 벗어난 게임이라 할 수 있다. 특히 그림 던의 사례를 보자:그림 던은 기본적인 엑티브-패시브 스킬 구조를 넘어서 별자리 시스템을 통해 엑티브 스킬 효과에 또다른 효과를 부여하거나 게임 플레이에 영향을 주는 다양한 패시브 효과를 부여할 수 있다. 또한 타이탄 퀘스트 때부터 나왔던 두개의 직업 스킬트리를 조합해서 자신만의 직업 조합을 만들 수 있는 구조도 많은 각광을 받은 부분이기도 하다. 물론 크루시블 모드나 육성에 편리한 세팅과 스킬트리가 있긴 있지만, 여전히 플레이어들이 새로운 스킬트리와 육성 방법을 계속해서 만들어내는 만큼 게임은 플레이어에게 많은 선택지를 제공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그림 던은 디아블로 3보다 더 뛰어난 게임일까? 물론 그림 던은 정말로 훌륭한 게임이긴 하다. 오래 즐길만하고, 플레이어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주며, 클리어 이후에도 꾸준히 즐길거리를 제공한다. 하지만 그림 던은 기본적으로 디아블로 2의 변종이며 동시에 불친절하고 많은 시간을 요구한다:어떤 아이템을 입기 위해서 얼마만큼의 스텟 포인트를 소비해야하는지, 별자리 포인트를 획득하기 위해서 재단을 뚫어야 하고, 스킬을 마스터하기 보다는 시너지를 주는 스킬을 딱 필요한 만큼만 배분해야 하는 등 육성에 있어서 상당히 세밀한 조정이 필요한 게임이다. 이런 섬세한 덕분에 게임은 선택지가 많지만, 플레이어에게 독자적인 연구를 사실상 반강제한다는 문제가 있다. 그만큼 게임에 들이는 시간이 많은 플레이어들에게는 좋은 게임이지만, 일반적인 플레이어들에게는 어필하기 힘든 게임이기도 하다.


디아블로 3의 성공과 실패, 복고적인 그림 던이 보여준 성취와 한계는 그라인딩(반복적인 게임 플레이가 핵심인 게임) 게임이 갖는 가능성과 한계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육성의 폭을 줄이는 대신 아이템을 통해 케릭터의 개성과 정체성을 결정 지으면 아이템 중심의 게임이 되다 보니 육성이 정형화된다는 문제가 있고, 모든 요소들을 세부적으로 조정하게 하면 플레이어가 쉽게 나가떨어질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그러나 눈여겨 봐야하는 점은 디아블로 3와 '같은 장르'로 게임이 나오는 것이 대신에 '디아블로 3의 문법'을 차용한 게임은 엄청나게 늘어났다는 것이다. 즉, 게임 플레이 시간을 늘리면서 게임 인구를 유지해야하는 MMO 형태의 게임에서 이러한 장르 문법을 차용하는 것이 두드러진 것이다. 보더랜드 시리즈와 같은 실험작의 성공 이후, 데스티니 시리즈나 디비전 같은 게임들이 플레이타임을 늘리고 플레이어의 개성을 보장하기 위해서 파밍을 강조하기 시작한 것이다. 


디아블로와 다르게 이들 게임은 좀더 다양한 형태의 게임 플레이를 인용할 수 있게 되었다. 디비전은 엄폐 슈팅을, 데스티니는 트리플 A FPS의 문법을 도입함으로써 디아블로와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주었다. 디아블로가 쿼터뷰 RPG라는 한계에 부딪히고 있을 때, 디아블로의 문법을 따르는 경쟁자들은 디아블로 시리즈의 장점을 취합하면서 자신만의 독특한 개성을 공고히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기에 어떤 의미에서 디아블로 형태의 쿼터뷰 액션 RPG는 자신이 갖고 있는 미덕들을 여타 장르에 이양함으로써 조용히 쇠퇴하고 있는 중이다. 디아 3는 그저 그 역사의 끄트머리에 있을 뿐인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본다면 디아블로 이모탈의 존재가 이해가 되지 않는 것만은 아니다:다만 그것이 오랫동안 장르를 이끌어온 프랜차이즈의 추한 종말이 되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겠지만 말이다.





게임 이야기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1편 리뷰는 다음(http://leviathan.tistory.com/1713)을 참고해주세요.


상당수 트리플 A 게임 프랜차이즈는 핵심이 되는 콘셉으로부터 출발하며, 시퀼들은 이 콘셉을 구축한 게임들로부터 장점은 복제하고 추가할 부분은 추가함으로써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 낸다. 그렇기 때문에 자기 복제와 확장은 프랜차이즈 게임에서 기본이다. 그러나 몇몇 작품들은 추가되는 내용 없이 전작의 안일한 복제만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다. 라이즈 오브 툼레이더가 바로 그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라이즈 오브 툼레이더는 기존 리부트 작품에 대한 소소한 변주로써, 게임의 큰 구성이나 이야기를 구성하는 테마가 이전작과 많은 부분 비슷한 게임이었다. 탐색이나 퀘스트 등의 부분은 분명 전작에 비교하여 개선되었긴 하지만, 게임의 근본적인 플레이(전투, 파쿠르, 퍼즐 같은)를 바꿀 정도로 인상적이진 않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이즈 오브 툼레이더는 잘 작동한 게임이었다. 이야기에 있어서 꼭 매듭지어야 하는 필수적인 부분을 매듭지었고, 전작보다 더 뛰어난 그래픽으로 눈호강을 시켜주었다. 적어도 구매한 돈값 정도는 하는 게임이었다. 하지만 본인 입장에서 냉정하게 이야기하자면 글로 써서 남길 가치는 없는 게임이었다.


그렇다면 쉐도우 오브 툼레이더는 어떠한가? 쉐도우 오브 툼레이더는 툼레이더 리부트 시리즈의 완결작이며, 라이즈 오브 툼레이더와 달리 무언가 생각하고 기록해서 남길만한 거리를 제공하는 게임이다. 하지만 이것은 절대 좋은 의미가 아니다:쉐도우 오브 툼레이더는 트리플 A급 재앙을 의미한다. 이는 언차티드 4나 폴아웃 4가 경험한 '프랜차이즈의 정체성에서 벗어날 때 발생한 문제들'과 다르다. 쉐도우 오브 툼레이더는 프랜차이즈가 갖고 있는 내재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할 때, 게임이 어떻게 초라하게 끝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물론, 트리플 A 게임 답게 어느정도의 품질을 보장해주고 있지만, 쉐도우 오브 툼레이더는 실망스럽기 짝이 없는 게임이다.


시리즈를 마무리 짓는 게임들은 항상 고질적인 문제점들을 갖고 있었다. 이는 프랜차이즈를 종료시키면서, 동시에 프랜차이즈를 이어나가야하는 모순된 상황에 봉착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점들이다. 매스 이펙트 3와 그 전후에 발매된 게임들은 이러한 문제점들을 강하게 겪었었고, 이런 문제점에 대응해 게임 업계는 주기적인 리부트와 프리퀼 등의 확장을 통해서 프랜차이즈를 관리하는 방법을 만들어냈다. 어세신 크리드 시리즈의 사례를 보자:어크 1편에서 신디케이트까지, 프랜차이즈는 끊임없이 시스템을 확장하고 다듬었지만 결국 1편이 갖고 있었던 내재적 한계에 봉착할 수 밖에 없었다. 이에 UBI 소프트가 선택한 것은 과거로 돌아가는 프리퀼에 RPG의 문법을 적용한 것이었다. 그 결과가 바로 오리진과 오딧세이이며, 이 둘은 여전히 어크 프랜차이즈가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였다. 


어크 시리즈나 여타 프랜차이즈들의 관리법을 보았을 때, 이들의 방법론은 일종의 보수적인 변증법에 가깝다:기존의 프랜차이즈가 있고, 여기에 검증된 요소들(어크 오리진과 오딧세이의 경우에는 RPG의 문법이)을 섞어서 프랜차이즈에 '색다르지 않은 변화'를 주는 것이 이 보수적인 변증법의 주요 골자다. 물론 최근에 들어서는 '덜어내고 다듬는 변화'(배틀필드 1이나 콜옵 WW2 같은) 방법론도 등장하였지만, 이들의 수는 상당히 적은 편이다. 이와 같이 보수적인 변증법의 방법론은 새롭지 않고 때로는 지겹긴 하지만, 대부분 실패하지 않고 잘 작동하는 편이다.


툼레이더 시리즈는 게임 프랜차이즈에 있어서 대선배격이라 할 수 있는 프랜차이즈였다:트리플 A 게임이라는 개념이 정립되기 전부터 이미 툼레이더는 판매량과 콜라보레이션 등으로 게임 및 문화산업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으며, 3차원 액션 어드벤처 게임 장르와 파쿠르를 이용한 플랫포밍 등의 개념을 정립하였다. 언차티드라는 프랜차이즈가 인디아나 존스의 연출 등을 이어받으며 영화적 게임의 정통 후계자를 자처하지만, 언차티드가 존재하기도 전에 툼레이더는 이미 인디아나 존스의 경험을 게임에 옮기고자 했던 것이다. 그러나 PS1 시절을 풍미하였던 프랜차이즈인 툼레이더 시리즈는 PS2 시절 엔젤 오브 다크니스로 인해 프랜차이즈 전체가 망할뻔한 위기를 겪었다. 물론 크리스탈 다이나믹스가 레전드와 언더월드로 프랜차이즈 자체를 수렁의 구렁텅이에서 꺼냈지만, 기존 프랜차이즈의 시스템을 유지보수 하는 것만으로는 시대를 따라가기 힘든 모습을 보였다. 이미 레전드와 언더월드가 나올 당시, 언차티드 2와 같은 영화적 연출과 손쉬운 파쿠르를 섞은 게임들이 득세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툼레이더 프랜차이즈를 이어받은 크리스탈 다이내믹스는 머리를 굴릴 수 밖에 없었다:이미 언더월드와 같은 기존 프랜차이즈의 유지 보수만으로는 툼레이더는 살아남을 수 없었다. 게다가 툼레이더에게는 분위기가 겹치는 언차티드와 같은 쟁쟁한 후속작들이 존재하고 있다는 문제도 있었다. 그야말로 진퇴양난의 상황이었다. 하지만 크리스탈 다이내믹스는 이러한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성공적으로 프랜차이즈를 리부트 시켰다. 툼레이더 리부트는 기존 시리즈에서 발견할 수 있는 색다른 테마에 초점을 맞추었다:툼레이더 리부트는 문명에서 벗어난 야만과 호전적 환경, 그리고 그 속에 숨겨진 비밀을 벗겨내고 살아남는 생존자라는 콘셉트를 부각한다. 이는 비일상과 과거의 유적으로 모험을 떠난다는 기존 프랜차이즈의 정체성을 계승하며, 언차티드와 같은 경쟁자들과도 차별화된 모습으로 소비자에게 다가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툼레이더 리부트 성공의 핵심은 콘셉트의 승리에 기반하고 있었다:게임은 언차티드식의 전투와 파쿠르, 배트맨 아캄 어사일럼의 스테이지 구성(일자형 진행, 백트래킹이 가능한 스테이지, 스테이지에 숨겨진 요소 등등)을 적절하게 섞은 혼종이었으며, 동시에 트리플 A 게임 특유의 안전함으로 가득찬 시스템을 보여주었다. 게임 시스템 요소들은 하나 하나 잘 작동하였지만, 동시에 대단히 얕고 단순하였다. 이 단순함을 완성시키는 것이 바로 게임의 야만과 생존이라는 콘셉트였다:플레이어는 살아남기 위해서 자원을 모으고 장비를 임시방편으로 수선하고, 네 발로 기어다니면서 암벽등반용 도끼로 적에게 대항하여야 한다. 


이런 점에서 리부트는 혁신을 꾀한것 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대단히 보수적이고 안전한 작품이었다. 게임 시스템의 많은 요소들은 이미 검증된 게임으로부터 따오고 있었고, 가장 신선해보이는 게임 테마 역시도 기존 툼레이더 프랜차이즈의 재발굴이었다. 또한 이전 게임들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연출 부분에서의 과격함은 이미 아포칼립토나 최근 호러영화 특유의 고어 연출에서 강한 영향을 받았다고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기존에 검증된 요소들의 조합이었더라도, 툼레이더 리부트는 콘셉트 측면에서 플레이어에게 변화된 매력을 어필하고 납득시킬 수 있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


그러나 여기에 숨은 문제가 하나 있었다. 툼레이더 리부트는 툼레이더 프랜차이즈의 시작으로서는 좋은 게임이었지만, 어디까지나 시작으로써만 뛰어났다는 점이다. 게임은 테마와 배경을 분명하게 제시하였지만, 이 테마와 배경은 여기저기 구멍이 뚫려있는 미완성이었다. 혹자는 이를 '되다만 코스믹 호러'라고 표현하였다:라라가 생존자라면, 그녀는 대체 무엇으로부터 살아남았단 말인가? 게임은 이를 위해서 설명이 도저히 불가능한 초자연적인 미지의 존재(히미코 여왕과 스톰가드 같은)와 야만의 존재를 설정한다. 


하지만 툼레이더 리부트는 게임의 끝까지 이것들에 대해서 명확하게 설명을 하지 않는다. 사실, 코스믹 호러 장르의 전통에서 본다면 공포의 원인에 대한 설명은 장르 특유의 공포와 절망을 반감시킬 수 있다. 왜냐면 그것이 '어찌할 수 없는 우주의 질서'이기 때문이다. 툼레이더 리부트에서도 이러한 어찌할 수 없는 공포로서의 초자연적 존재와 야만을 설정하고, 플레이 타임 내내 플레이어가 이것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해서 발악하는 것을 다루었다. 하지만 라라는 초자연적인 재앙의 근원과 대면하고 5분도 채 지나지 않아 근원의 면상을 쌍권총으로 박살내면서 재앙과 게임을 다 함께 끝내버린다. 


물론 이러한 접근법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꺠어난 포스에서 레이에게 아나킨 스카이워커의 광선검을 주고는 마지막 제다이에서는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30초만에 그 광선검을 집어던지면서 '이건 중요하지 않아!'라고 외치며 기원을 무시했었던 것처럼 말이다. 물론 마지막 제다이가 전통의 파괴와 콘셉트의 변환이라는 목표를 위해서 의도적으로 중요한 복선들을 맥거핀으로 만들었다면, 툼레이더 리부트 시리즈의 문제는 그 맥거핀이 맥거핀이라는 사실을 드러내지 않고 설명을 뒤로 미루고 감추려 했다는 것이 더 큰 문제였다.


라이즈 오브 툼레이더 역시도 결국 테마와 게임 플레이의 재탕이자 반복이었다. 분명 라라는 파묻힌 고대 도시 키테즈와 아버지가 남긴 유산을 찾으러 러시아의 설원으로 모험을 떠난다. 하지만 라라가 밝혀낸 것은 아버지와 관련된 과거, 그리고 트리니티라는 존재뿐이었다. 라라는 전편과 같이 또다시 모든 문제의 근원을 바닥에 내팽겨쳐버리면서 이야기를 허무하게 끝내버린다. 라이즈 오브 툼레이더는 리부트의 구조와 테마를 재탕함으로(물론 게임 자체는 어느정도 보완되었지만) 이 테마와 콘셉트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라라 크로프트라는 개인의 생존과 드라마지 세계의 비밀을 밝히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고 역설한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라이즈 오브 툼레이더는 납득할만한 게임이었다:시리즈는 언젠가 아버지의 죽음을 다뤄내고 그것을 극복하는 라라의 이야기를 다뤄낼 필요가 있었고, 라이즈 오브 툼레이더는 그에 대해서 납득할만한 결말(아버지에 대해 집착하는 것을 포기하고 미래로 나아가는 라라)을 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테마가 갖고 있는 근원적인 문제(라라 크로프트의 개인적인 드라마, 그리고 설명되지 않는 고대의 존재들)를 후속작으로 보내버린 채, 시리즈는 여전히 언제 터질지 모르는 조마조마한 폭탄 돌리기를 시도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폭탄 돌리기가 실패로 끝난 결과물이 바로 쉐도우 오브 툼레이더다. 이미 툼레이더 리부트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이라 알려진 쉐도우 오브 툼레이더(이하 쉐오툼)는 리부트와 라이즈 오브 툼레이더가 이뤄낸 것을 끝내려하였다. 게임은 야만스러운 정글을 배경으로 라라가 갖고 있는 어두운 면모를 다루면서 시리즈가 다뤄내지 못했던 가장 깊숙한 이야기를 하고자 하였다:초반 시퀸스처럼 라라가 단검을 들어 세상의 종말을 시작하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쉐오툼의 문제는 프랜차이즈가 갖고 있었던 여러가지 테마를 뒤섞어서 테마를 구성하던 중, 앞서 언급하였던 리부트 시리즈의 문제점들을 그대로 노출시켜버렸다. 


쉐도우 오브 툼레이더는 말그래도 툼레이더의 그림자, 즉 라라의 어두운 부분을 다루는 게임이다. 라라의 어두운 면모(거침 없이 살인을 한다던가, 목표를 향해 앞뒤 안가리고 돌진한다던가 등)는 리부트에서 뿐만 아니라 기존 프랜차이즈에서도 갖고 있었던 부분이며, 팬들 사이에서도 여러번 회자된 유명한 소재였다. 물론 라라 크로프트가 시리즈 내내 거침없이 사람을 죽이는 묘사를 통해 보았을 때, 살인광이니 사이코패스니 하는 논쟁이 나오는 것은 당연한 부분이기는 하다. 그러나 언차티드 시리즈의 네이트 같은 쾌활한 광대 사이코패스와 다르게, 라라가 살인을 즐긴다는 것은 다소 억울한 부분이 있다. 오히려 자신이 목표하는 바로 나아갈 때는 그것이 가져다주는 결과에 대해서 고민하지 않는 불도저 같은 케릭터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쉐도우 오브 툼레이더는 이러한 라라의 불도저 같은 성격이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키는 것이 아닌가? 라는 물음에서부터 테마를 구성한다:첫 단검을 뽑는 시퀸스처럼 세상이 종말할 수도 있는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자신의 탐구심과 트리니티를 향한 증오로 행동하는 것이 바로 라라 크로프트라는 것이다. 게임은 이외에도 이러한 라라의 불도저 같은 성격으로 상황이 악화되는 시퀸스를 여럿 넣어서 '실제 라라 크로프트라는 인물은 선한 인물이 아닌 위험한 인물이 아닌가?'라는 위태로운 상황을 여럿 만들어낸다.


이렇게 원래 존재하던 소재를 이용해 작품을 만드는 것은 좋은 시도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쉐오툼의 문제는 그 테마를 구성하는데 있어서 설득력 있는 구성을 보여주지 못하는데 있다. 이는 게임이 여지껏 다루지 않았던 소재를 다루면서도, 이전 리부트 시리즈의 연출과 방향성을 그대로 따랐기 때문이었다. 시리즈가 갖고 있는 어두운 소재를 다루면서, 정작 이전작에서나 쓰일법한 동일한 전략과 연출을 사용하고 있었기에 쉐오툼은 실패할 수 밖에 없었다.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보기 위해서 다시 첫번째 시퀸스로 돌아와보자:라라가 단검을 뽑는 것으로 세상의 종말이 시작된다. 즉, 라라가 세상의 종말의 방아쇠를 당겼기 때문에 이 게임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사건들에 대한 도덕적 비난이 돌아가게끔 서사를 구성한 것이다. 하지만 라라가 단검을 뽑지 않았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당연하게도 곧바로 따라오고 있던 도밍게스 박사가 단검을 뽑고 다시 세상의 종말이 시작되게 된다. 즉, 라라가 단검을 뽑던 뽑지않던 세상의 종말은 시작될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인 것이다. 물론, 결과 여부와 관계없이 행위를 했느냐 안했느냐로 도덕적인 책임은 갈려질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라라가 단검을 뽑은 것에 대해서 도덕적으로 비난을 하는 사람이 바로 '곧 단검을 뽑을 사람인' 도밍게스 박사였다는 점에서 게임의 작위적인 구도가 그대로 드러난다.


원래부터 툼레이더 시리즈는 악역이 라라가 겪는 고난과 드라마보다 중요도가 떨어지는 게임이었다. 그러나 쉐오툼은 도밍게스 박사라는 악역에게 라라의 도덕적 결함을 고발하는 역할을 맡겼다. 하지만 앞서 서술하였듯이, 게임은 그의 고발에 당위성을 부여하기 보다는 작위적인 상황에서 궤변을 늘어놓는 방향으로 케릭터를 구성하고 말았다. 도밍게스 박사라는 인물을 살펴보면, 사실 그가 라라의 그림자shadow와 같은 존재임을 알 수 있다:그는 문명과 야만의 숨겨진 중재자이며, 이전의 목소리만 내리깔고 협박만 하던 악역들과 다르게 신념을 갖고 세상이 멸망할 위험을 감수해서라도 신의 힘을 이용하려는 존재다. 그렇기에 그 그림자가 라라를 고발하는 것은 라라 크로프트라는 케릭터의 어둠을 드러내고자하는 의도 때문이었다.


그러나 쉐오툼은 큰 그림만 좋게 잡아두고, 이전작들의 연출을 그대로 인용하는 나태한 모습을 보이며 자멸의 구렁텅이로 빠져든다. 그 결과, 게임은 플레이어에게 납득이 될만한 동인을 제공해주지 못하고 '라라 크로프트가 다 잘못했다'라는 작위적인 연출과 전개로 게임을 이끌어나간다. 그리고 그 작위적 연출을 전작으로부터 인용함으로써 게임은 더더욱 엉망진창이 된다. 


이런 문제들이 대표적으로 발현되는 시퀸스가 바로 조나가 죽은 줄 알고 폭주하는 라라가 정유소와 헬기를 격추시키는 시퀸스일 것이다. 이미 리부트에서 솔라리에게 당할대로 당하다가 결국 훼까닥 하고 유탄발사기로 솔라리를 작살내놓던 장면을 재탕한 이 시퀸스는 시종일관 무전기로 연락을 하던 라라의 잘못이라 이죽거리고 비난하는 루크를 삽입하면서 '이 모든 것이 라라(=플레이어)의 잘못이다'라는 논조를 만들려 한다. 하지만 그 논조를 만들기 위해서 쉐오툼은 라라가 겪는 좌절이나 상실, 혹은 죄책감의 내면의 드라마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리부트의 통쾌한 복수를 찝찝한 형태로 재구성한 것이다. 심지어 정유소와 헬기를 박살낸 뒤 뻘줌하게 조나를 등장시키면서 게임 프랜차이즈가 갖고 있는 어두운 부분을 끝까지 밀어붙이지도 못하는 어정쩡함까지 보여준다. 


어째서 이런 문제들이 발생하였을까. 물론 크리스탈 다이내믹스가 현재 알려지지 않은 어벤저스 게임을 만들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제작자들이 해매는 문제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나 본질적인 이유는 이것은 트리플 A 특유의 보수적인 게임 개발론과 안일함이 불러온 재앙이다:게임 프랜차이즈는 크게 변할 수 없고, 천문학적인 예산이 들어가는 프로젝트를 불확실한 가능성에 걸 수 없다. 그렇기에 그들은 전작의 성공만을 바라본 채, 자신들이 무엇을 만드는지도 모르는 채로 서로 섞일 수 없는 것들을 뒤섞어버렸다. 


결국 쉐오툼은 라라의 가장 어두운 이야기를 다룬다고 하면서, 그에 걸맞는 악역이나 사건을 제시하지 못했다. 도밍게스 박사와 루크의 설정이 나쁜 것이 아니다. 하지만 이들의 존재를 납득시키려 했다면, 게임은 여기에 충분히 많은 시간을 들였어야 했다. 그 대신 게임은 전작에 있었던 시퀸스들과 장면들을 죄다 한번씩 재탕하고(조난당하는 장면이나 초반에 살아남기 위해서 물자를 모으는 장면이나 좁은 틈에 끼어서 고통받는 장면이나) 플레이어가 고통받고 남는 시간에 플레이어가 잘못했다고 고발하고 앉은 것이다. 파크라이 5가 그러했었던 것처럼, 플레이어가 경험하는 것과 서사가 이야기하는 것이 불일치하기 때문에 게임은 플레이어에게 괴리감만을 안겨줄 뿐이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머릿속에서는 하늘을 날아다닐 생각을 하면서 정작 뛸 생각조차도 하지 않은 안일한 결과물이 바로 쉐오툼이다.





쉐오툼은 여기에 한술 더뜬다:테마와 방향성이 일치하지 않으니, 게임 내의 씬과 시퀸스들은 목적성을 잃고 어지러이 흩어진다. 은상자를 빼앗기는 시퀸스를 예로 들어보자:은상자의 발견과 함께 산사태와 화산이 폭발하고, 라라는 은상자를 되찾기 위해서 도밍게스의 헬기를 추격한다. 마을은 산사태로 무너지고, 플레이어는 무너지는 마을을 발판삼아서 헬기를 뒤쫒아야 한다. 하지만 이 산만한 추격씬은 결국 실패로 돌아간다. 애시당초에 이 시퀸스 자체를 통채로 덜어내고 곧바로 파이티티로 돌아가서 게임을 진행하는 전개로 갔어도, 사실 별상관이 없었을 것이다. 또한 마지막 클라이맥스 시퀸스를 예로 들어보자:시리즈 내내 크로프트 일가를 괴롭히고 세계를 해집어놓았던 트리니티 교단 수뇌부는 무전으로 도착했다라는 이야기를 한지 10분도 지나지 않아서 아군이 된 식인종 야만인들 무리에 전멸당한다. 라오툼 이후 크로프트 일가를 수십년동안 괴롭혀온 악역 집단의 수괴들이 등장한지 10분도 지나지 않아서 야만인 무리에 갈가리 찢겨진 것이다. 이와 같이 중요하다고 생각되었던 것들이 너무나 쉽게 의미가 없어지고 엉망진창이 된다. 마치 이들의 존재는 스펙타클을 위한 땔감 정도 수준에 불과하였듯이 말이다.


리부트에서 라이즈 오브 툼레이더, 쉐도우 오브 툼레이더로 이어지는 잔혹한 고어 연출의 전통은 여전히 쉐오툼에서도 등장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전작들에 비교해서 본다면 매너리즘의 그 자체다. 리부트부터 전매특허였던 좁은 곳에 시체와 바위를 끼워놓고 폐소 공포증을 유발하는 연출은 이제는 시도 때도 없이 등장한다. 심지어 가끔씩은 대체 왜 저기에 저렇게 많은 시체들이 존재할 수 있는지 의구심이 들 때도 있다. 전작들은 다양한 시대들이 엇갈리고 수많은 시체가 나오는 나름의 정당한 이유를 제공하기도 하였다:리부트는 야마타이 시대부터 2차세계대전, 현대까지 끊임없이 배가 좌초하는 마의 구역이라는 설정을 넣었고, 라오툼은 키테즈의 설립과 몽골의 침략, 소련의 강제노동 수용소 등으로 이어지는 역사의 계보를 가지고 있었다. 리부트 시르즈의 고어 연출에는 나름의 설정과 설명이 있었던 셈이다.


하지만 쉐오툼은 대체 이렇게 많은 시체들이 라라와 같이 처박히게 설명조차 하지 않는다. 마치 분리수거날 아파트 쓰레기장에 차곡차곡 쌓이게 된 폐지 덩어리들 같이, 의미없고 지저분하며 그냥 의무적으로 거기에 놓여있을 뿐이다. 가장 심각한 케이스는 지하 비밀 성당 시퀸스일 것이다. 폐허가 된 평온한 수도원 밑에 시체로 성당 전체를 리모델링과 데코레이션을 해놓은 이 스테이지는 정리 안된 지저분함과 엉망진창인 미적 조감에 대한 분노를 넘어서 대체 어떻게 이 좁은 공간에 뉴욕 브로드웨이 길거리를 뺨치는 시체 인구 밀도를 구성할 수 있는지에 대한 압도적인 의구심이 들 뿐이다.


그리고 리부트 시리즈의 끝이라고 해서 모든 것을 설명하지 않는다. 게임에서 초자연적인 존재는 여전히 맥거핀에 불과하다. 하지만 쉐오툼의 경우, 라라로 인해서 세상이 멸망하고 모든 일이 꼬인다는 연출 등으로 인해서 이 맥거핀이 더 이상하고 낯설고 작위적으로 느껴진다. 단검을 뽑아서 대체 무슨일이 발생하는건가. 해일과 지진과 화산 폭발과 태풍이 몰아치고 있지만, 실제로 이게 전세계가 멸망하는건지 아니면 남아메리카 주변만 대충 망하는건지 알수 없다. 그리고 쿠쿨칸은 대체 뭐였고 은상자와 단검은 뭐하는 용도의 물건이었을까. 게임은 그저 '무언가 일어나고 있다'라고만 이야기할 뿐, 이 모든 것들에 대한 최소한의 내적 논리조차 설명하지 않는다. 전작들이 최소한의 인과관계(대체 어째서 이런일이 초자연적 존재와 법칙과 맞물려서 벌어지게 되었는가, 예를 들어 태풍과 히미코의 관계 같은 리부트의 내적 논리라던가)를 설명했던것을 생각한다면 매우 작위적이고 이해하기 힘든 형태이다.


게임플레이는 전작에 비해서 크게 달라진 점이 없다. 스테이지 구조가 일직선으로 바뀌어 백트레킹이 아닌 다회차 요소로 바뀐 점은 눈여겨 볼만하지만, 탐색의 재미가 줄어들고 가뜩이나 심란한 스토리를 여러번 보게끔 한다는 점에서는 감점 요인이 되었다. 전투 부분은 언차티드 4와 같이 잠입과 전투를 어떻게든 한데 엮으려 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전투 자체가 전작과 비교해서 크게 달라진 점도 없고 스테이지 수도 줄어들고 규모도 작아졌으며, 이전과 같이 인상적인 부분은 거의 없어졌다. 몇몇 추가요소들(진흙변장의 추가라던가)이 있지만, 보통 난이도에서는 실제 어떤 효과를 갖고 있는지 체감되는 부분이 적다.


결론적으로 쉐도우 오브 툼레이더는 툼레이더 리부트 프랜차이즈가 갖고 있었던 문제점들이 순식간에 터져나온 게임이라 할 수 있다. 물론, 품질검수 조차 되지 않아 플레이가 불가능할 정도로 엉망이란 이야기는 아니다. 게임은 처음부터 끝까지 플레이 가능하며, 게임 플레이 개별은 나름 재밌는 편이기도 하다. 어쨌든 리부트가 설정해놓은 게임 시스템은 그럭저럭 잘 작동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쉐오툼은 추구하는 포인트도 없고,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다. 게임은 플레이어를 그저 기계적으로 몰아붙이고, 전작들의 연출들을 덕지덕지 발랐을 분이다. 다행인 점은 이게 엔젤 오브 다크니스와 같은 게임과 비교하여 보았을 때, 프랜차이즈 자체를 끝낼 정도의 치명타는 아니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쉐오툼을 해보고 나서 툼레이더 프랜차이즈를 다시 하고 싶다라는 마음은 전혀 들지 않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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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


* 관련된 내용은 이 글(http://leviathan.tistory.com/2375)을 참조해주시길 바랍니다.


* 스위치 버전을 토대로 쓰여졌습니다.


스타링크:아틀라스를 위한 전투는 스마트 토이를 사용하는 게임이다. NFC 태그를 이용하는 스마트 토이는 국내에서는 생소하지만 해외에서는 이미 아미보와 스카이랜더스, 디즈니 인피니티, 레고 디멘션 등의 다양한 작품들과 라인업이 등장하였다. 하지만 스타링크가 지금 이 시점에 스마트 토이 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매우 무모해보인다:왜냐면 이제 과거 몇년 전과 다르게 스마트 토이라는 게임 시장이 아예 사라진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5000만개 이상을 판매한 아미보를 제외하면, 스마트 토이 라인업은 모두 절멸하였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터닝포인트는 디즈니 인피니티 라인업 개발과 지원의 중단이었을 것이다. 그 이후 레고 디멘션 라인업의 종료, 스카이랜더스 프랜차이즈의 침묵 등은 한 때 스마트 토이라는 새로운 상품에 대한 열기를 한순간에 죽이기에 충분하였다.


그러나 일견 이는 예견된 실패이기도 하였다:성향이 매니악하냐 대중적이냐 여부를 떠나서 스마트 토이 게임들은 대부분 피규어라는 요소에 초점이 맞춰져서 게임이 개발되고 있었다. 예를 들어 디즈니 인피니티는 게임 자체로는 상당히 단순하고 반복적이었으며, 게임 내의 콘텐츠를 해금하기 위해서 실물 피규어를 구매해야한다는 문제가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는 디즈니 인피니티를 넘어서 다양한 게임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문제였다. 즉, 스마트 토이 라인업 게임들은 일반적인 게임보다 비용은 배로 들면서, 콘텐츠 자체는 반복적이고, 피규어의 범용성이 떨어진다는 점 때문에 게임으로서 많이 부족하였다. 그리고 아미보는 이러한 문제를 닌텐도의 모든 게임에 적용되는 유료 DLC 개념으로 시장에 정착함으로써 스마트 토이 게임들의 문제들을 빗겨나가고, 피규어로써의 가치를 더 강조함으로써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 


흥미롭게도, 아미보의 성공과 여타 스마트 토이 라인업의 실패는 스마트 토이 게임이 살아남기 위한 명제를 던져주었다고 할 수 있다:게임으로 충분한 완성도를 보여주면서, 피규어 구매 동기를 부여하는 것. 이 두가지 동기를 한꺼번에 사로잡아야지만 스마트 토이 게임은 일반적인 게임들과 경쟁하고 살아남을 수 있다. 스타링크는 이런 점에서 무엇이 문제인지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우선 스마트 토이 게임이 아닌 일반적인 게임으로써 스타링크를 본다면 일반적인 오픈월드 게임에 노 맨즈 스카이의 특징을 섞었다. 플레이어는 아틀라스 항성계 내에서 행성과 우주 공간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으며, 대기권으로 들어가서 행성 내에서 적들과 싸우거나 우주로 나가서 적들의 모함과 싸우는 등의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다.


눈여겨 봐야할 점은 스타링크의 맵 전환은 매우 부드럽다는 것이다:행성과 우주 맵을 전환할 때 그 어떤 로딩도 존재하지 않으며, 행성과 우주 맵을 오가는 진입 루트도 플레이어가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다. 행성의 경우, 작지만 완벽하게 구형의 오픈월드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각의 독특한 생태계를 구성하고 있다. 또한 행성과 행성 사이, 혹은 우주에 존재하는 적의 모함으로 이동할 때 별도의 로딩없이 고속이동만으로 부드럽게 모든 것을 로딩하여 구현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것이 현세대 기종인 PS4나 엑원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0.5세대 ~ 1세대 뒤쳐진 '스위치' 버전에서 작동한다는 점이다. 심지어 빠른 이동을 할 때 생기는 로딩도 매우 짧다는 점은 스위치의 성능에 비교하여 볼 때 상당히 충격적인 부분이다. 게임 내에서도 다수의 적들과 전투하거나 화면 가득 공격과 이펙트가 가득차더라도 프레임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며, 마지막 보스전이나 프라임과의 전투중 공중전 페이즈 같이 프레임이 떨어지더라도 게임이 가능할 정도로 프레임을 유지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스타링크에서 높게 평가할만한 부분은 콘텐츠가 쌓여나가는 구조가 상당히 잘 설계되었다는 점이다. 플레이어는 각 행성을 탐험하면서 전초기지들을 스타링크의 깃발 아래 끌어모아야하며, 각 전초기지들이 주는 퀘스트들을 클리어하거나 부품과 돈을 들여 업그레이드해서 행성에서의 지배력을 확보하여야 한다. 하지만 각 행성에는 프라임이라 불리는 중간 보스가 있고, 이 보스들이 플레이어가 행성의 지배력을 올리지 못하게끔 제동을 건다. 플레이어는 행성에 꽂혀 있는 리전의 추출기나 임프 소굴 등을 제거하면서 야금야금 지배력을 넓혀나가고, 마지막에는 프라임을 잡음으로써 행성을 리전의 손아귀로부터 탈환할 수 있다. 그러나 주기적으로 프라임을 행성에 투입하는 드레드노트가 존재하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행성을 완벽하게 탈환하기 위해서는 그 권역의 보스인 드레드노트를 제거해야 한다. 하지만 역으로 드레드노트들은 프라임으로부터 에너지를 받아 강해지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그 권역 내에 있는 행성의 프라임을 모두 제거하거나 프라임의 강화를 받은 드레드노트와 장기전을 준비해야 한다. 


스타링크의 모든 콘텐츠들은 유기적으로 서로에게 영향을 주며(전초기지 - 프라임 - 드레드노트), 플레이어애개 게임 내의 다양한 요소들과 상호작용한다는 인상을 강하게 준다. 이런 점에서 스타링크는 여지껏 나왔던 스마트 토이 게임들과 비교하였을 때, 그나마 주류 트리플 A 게임 플레이에 가까워졌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점은 분명 스타링크라는 게임이 지향하는 바, '단순한 게임에 피규어를 팔겠다'라는 기존 스마트 토이 게임 공식을 벗어났다는 평가를 내릴 수 있다.





그러나 스타링크의 미덕은 여기까지다. 분명 스마트 토이를 다루는 게임 치고는 가장 '게임다운 게임' 이라는 평가를 받을만 하지만, 실제 트리플 A 게임이나 여타 게임들과 비교하기 시작하면 아쉬운 부분이 한 둘이 아니다. 우선 콘텐츠의 다양성 문제다:분명 스타링크의 모든 콘텐츠들은 유기적으로 잘 설계되었다. 그러나 모든 콘텐츠들은 심각하게 반복적이다. 프라임과 드레드노트 보스전은 완벽하게 재탕에 재탕이며, 전초기지를 해금하는 것이나 전초기지에서 주는 퀘스트나 각 행성에서 일어나는 이벤트 등은 모두 반복적이다. 


전투 시스템은 부드럽게 작동하지만 깊이가 얕다. 전투는 크게 공중전과 지상전으로 나뉘어져 있다. 지상전의 경우, 지상에서 호버링하는 상태로 상하좌우를 움직이며 적과 싸우는 형태고, 공중전의 경우 일반적인 플라이트 슈팅 게임에서 속도를 줄여놓은 형태다. 하지만 지상전이든 공중전이든 전투 시에 플레이어가 고려해야하는 것은 적의 약점 속성 뿐이다. 단지 상하좌우로 움직이면서 총알을 피해주는 것만으로 왠만한 전투는 클리어 가능하며, 난이도를 대폭 올렸을 경우에도 강해지는 것은 입는 데미지 정도만 신경쓰일 뿐이지 변화하는 점은 거의 없다(매우 높은 난이도 기준 클리어) 물론, 나름 파고들기 요소로 기체의 모드를 파밍할 수 있는 요소를 게임에 도입하였다. 예를 들어, 코어 모드의 경우 플레이 스타일 자체에 영향을 주는 부가 효과들(쉴드로 적의 공격을 반사할 시, 체력을 회복하는 탱커 모드나 지상전에서 더블점프가 가능하게 만든 워리어 모드 등등)이 부여되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모드들은 수치적인 증감만 존재하며, 코어 모드에 따른 스타일 다변화 요소는 상당히 떨어진다.


이는 UBI 소프트 게임 특유의 게임 개발 사이클과 맞물려 있다 판단된다. 즉, 초기에 완성된 시스템과 적당한 분량의 콘텐츠를 넣은 파일럿 형태의 게임을 만들고 이것이 성공하였을 시 후속작에서 전작의 단점을 보완하는 게임을 만드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스타링크는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전형적인 UBI 소프트의 파일럿 게임 작품이다.


하지만 스타링크에는 단순하며 반복적인 것보다 치명적인 문제가 있다. 이는 피규어를 구매하게 만드는 동력을 구성하는데 실패하였다는 점이다:우선, 게임의 피규어는 조립가능한 전투기와 전투기 날개, 그리고 무기와 파일럿의 형태로 구성되었다. 원래 기획 의도는 파일럿과 무기, 전투기, 전투기 날개를 자유롭게 구성하여서 자신만의 전투기를 구성하고 같이 성장하며 게임을 풀어나가게끔 하는 것이었을 것이다. 일단, 피규어의 퀄리티와 기믹 자체는 괜찮은 편이며 다른 전투기의 부품(날개 부분)을 뜯어서 자기만의 전투기를 만들 수 있는 기믹은 나쁘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스타링크는 전투기를 피규어로 내세운 요소 때문에 안그래도 반복적인 게임을 더 반복적이고 단조롭게 만드는 심각한 문제를 만들어버렸다. 우선 플레이어가 레벨업 할 수 있는 주된 방법은 각 전투기별로 숙련도 레벨을 올리는 것이다. 하지만 기체별 숙련도 레벨은 올라갈수록 무지막지한 경험치를 요구히기 때문에, 플레이어가 단순하게 전투기 한 대와 파일럿, 무기만 구매하였을 경우 레벨업에 들어가는 공수가 심각하게 늘어나버리게 된다. 또한 무기 세팅에 있어서도 약점 공격 및 속성 결합 공격이 주는 이점이 상당하며, 약점을 찌르지 못하는 경우 전투 시간이 배로 늘어나기 때문에 안그래도 단조로운 전투를 더 지루하고 단조롭게 만든다는 문제가 있다.


즉, 스타링크에 있어서 스마트 토이는 게임을 풀어나가는 주요한 수단이자 게임을 다채롭게 즐길 수 있는 '유일한 요소'며, 이 때문에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 하다못해 기체만 피규어로 팔고 무기만 해금 되는 형태로만 팔았어도 이렇게까지 게임 플레이를 단조롭게 만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기체는 전체 게임 플레이를 결정하는 피지컬적인 부분을, 무기는 플레이 스타일을 결정하는 부분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타링크는 굳이 무기까지 피규어의 형태로 팔아버림으로써 '스타터 팩만으로는 안그래도 지루한 게임을 더 지루하게 만드는' 심각한 문제를 단점을 만들었다. 심지어 피규어를 추가 구매하였다고 해서 게임의 '양적인 부분'이 증대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평가는 더욱 박해질 수 밖에 없다.


제작진들도 이러한 피규어 구입 모델에 문제가 있었다고 느꼈는지, 모든 콘텐츠를 시즌패스의 형태로 언락해서 해금할 수 있는 디지털 판매 개념을 도입하기도 하였다. 즉, 실물 피규어를 구매하지 않더라도 플레이어는 여전히 디지털로 모든 콘텐츠를 구매해서 해금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배려 역시도 뭔가 이상한 부분이 있다:약 2만원 상당의 비용을 들이면 플레이어는 거의 10~15만원 어치의 피규어를 구매하지 않고도 콘텐츠를 해금할 수 있는 것이다. 분명 여기에서 UBI 측의 계산이 들어갔으리라 보지만 이 덕분에 스타링크는 '굳이 더 싼 값으로 콘텐츠를 구매할 수 있는데 왜 피규어를 구매해서 콘텐츠를 해금해야하는가?' 라는 이상한 모순에 사로잡히게 되었다. 물론 피규어 하나 하나는 조형이 잘만들어진 편이며, 수집 가치가 있는 편이지만 이제 막 출범한 게임에 매력을 느끼고 게임을 구매할 사람은 적으리라 생각한다. 또한 '패드 위에 피규어를 올려놓는' 동기화 방식은 게임을 즐기는데 물리적인 불편함을 제공한다:날개와 무기의 자유로운 조합으로 자신만의 기체를 만드는게 중요한 게임에 '물리적으로 올려놓는게 불가능한' 조합이 있다면 실제 피규어를 구매하고 싶은 욕구가 들지 않을 것이다. 물론, 디지털로 구매할 경우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사항이지만 말이다.


이러한 상황 때문에 UBI는 스타폭스 프랜차이즈를 스타링크에 콜라보시키려 했었던 것처럼 보인다. 자기들이 봐도 스타링크는 파일럿 게임이라 할지라도 후속작으로 이어질 정도의 수익을 내기는 힘들어보였기 때문이다. 스타폭스 프랜차이즈는 전반적으로 게임에 잘 어울리는 편이며, UBI는 어떻게든 컷씬 등에 스타폭스 맴버들을 자연스럽게 녹여내려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또한 자신만의 퀘스트 라인을 가진 점도 괜찮은 추가 요소였다. 하지만 추가된 스타폭스 콘텐츠를 생각해보면 모든 파일럿+전투기들이 각자 '자신만의 콘텐츠'를 가졌어야 했다.


결론적으로 스타링크는 UBI 특유의 파일럿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근원적인 문제를 안고 있는 게임이다. 그리고 그것의 대부분은 스마트 토이라는 요소와 밀접하게 맞닿아있다. 아이러니 하게도, 스타링크는 UBI 게임 답게 시리즈가 가면 갈수록 자연스럽게 게임이 더 나아질 것이지만, 스마트 토이라는 물리적인 한계가 게임 프랜차이즈 전체의 발목을 잡을 수 밖에 없다는 문제가 있다. 물론, 스위치로 구매할 시 타 콘솔과 비슷한 형태로 트리플 A 오픈월드 게임을 휴대하면서 즐길 수 있다는 점과 그걸 스타폭스 케릭터들로 즐길 수 있다는 점은 엄청난 가점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 시리즈가 더 오랫동안 살아남고 싶다면, 그 이상의 무언가가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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