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0'에 해당되는 글 4건

게임 이야기



*이전 글을 참조해주시길 바랍니다(http://leviathan.tistory.com/1996)

스마트 토이(위키피디아에서는 Toy-to-life라는 용어를 쓴다)는 게임과 직접적으로 상호작용하는 실물 피규어 등을 지칭한다. 장난감 산업과 게임 산업을 한데 아우른다는 측면에서 본다면, 스마트 토이는 분명 매력적인 개념이며 실물과 디지털 사이의 화학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여지도 충분히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게임 플레이어들에게 스마트 토이란, 쉽게 이야기해서 실물로 구매하는 DLC 개념이었다:플레이어는 인터넷 마켓에서 디지털 DLC를 구매하는 대신, 실물 피규어를 구매하고 별도의 장치를 통해서 연동하면 게임이 이를 인식, 콘텐츠를 해금하는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현재 가동중인 스마트 토이 라인업들인 스카이랜더스와 닌텐도의 아미보가 이런식의 상호작용 방식을 지니고 있었다.

필자는 이전에 스마트 토이가 새로운 형태의 산업이 되었을 것이라 보았다. 실제 디즈니 인피니트가 이 시장에 뛰어들 당시만 하더라도 그러한 낙관론을 펼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디즈니 인피니트는 2013년부터 2016년까지 3년간만 라인업을 운영 후, 사업을 철수하였으며 레고 디멘션즈의 경우에는 2015년부터 2017년까지 2년간 운영 후 사업에서 손을 땠다. 가장 충격적인 부분은 디즈니 인피니트의 실패일 것이다:디즈니 인피니트는 시즌 3까지 디즈니와 픽사 애니메이션, 마블, 더 나아가 스타워즈까지 투입된 그야말로 거대한 프로젝트였다. 하지만 스타워즈 게임 부분에서 배틀프론트에 비해서 적은 돈을 벌어들였다(관련 기사)라는 분석이 나오고 3개월이 지난 후 디즈니 인피니트 프로젝트는 순식간에 폐쇄당하게 되었다.(관련기사

디즈니 인피니트의 실패에는 이유는 그들이 거둔 성공이 기대치에 못미친 점이 클 것이다. 여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다. 예를 들어, 수요 공급 예측의 실패와 악성재고의 발생이라던가(첫 런칭 당시에는 공급이 수요를 따라오지 못해서 고생하였더니, 2.0 런칭 후에는 공급이 수요를 압도하는 문제가 발생하였다:예를 들어 헐크의 경우, 200만개의 피규어를 제작하였는데 실제로는 100만개만 팔렸다. 즉 100만개의 '악성재고'가 발생한 것이다), 브랜드 간의 콜라보레이션의 미미했다던가, 혹은 내부적인 이슈들이 게임에 강제되는 등 잦은 악재가 있었던걸로 보여진다(관련기사) 하지만 무엇보다도 그 기저에는 디즈니 경영진도 인정하였듯이, 스마트 토이 시장의 성장세가 한풀 꺾이고, 소프트웨어 제작 이외에 실제 피규어도 제작해야하는 원가 부담이 가장 큰 원인일 것이다.(관련기사)

스마트 토이 시장이 주춤하게 된 것은 실제 스마트 토이 자체가 게임 관점에서 DLC를 번거롭게 물리적으로 구매하는 것 그 이상이 되지 못했다는 점이 클 것이다:디즈니 인피니티는 분명 엄청난 잠재력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게임을 즐기는 방법에서 혁신적이지 못하고 구태의연하였으며, 실물을 팔아야 한다는 리스크를 관리하지 못했기 때문에 실패하였던 걸로 보여진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상 스마토 토이 라인업 중 살아남은 건 아미보 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스카이랜더스는 2016년 이후로 신작이 나오고 있지 않음으로...살아있다고 표현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아미보 라인업은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2016년까지 3900만개의 아미보와 3000만개의 아미보 카드가 출하되었고(위키피디아), 회계년도 2017년 3월에서 2018년 3월까지 결산 시에는 약 1030만개의 아미보와 580만개의 아미보 카드가 출하되었다고 밝혔다.(관련기사) 물론 때에 따라서 아미보 라인업이 어느정도 부침을 겪은 것은 사실이지만, 적어도 다른 경쟁자들과 달리 사업 자체를 접는 것을 고려해야할 정도는 아닌 것으로 보여진다.(2017년 관련기사)

어째서 아미보는 여전히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여러가지 원인이 있을 것이다. 애시당초에 닌텐도 하드웨어(NFC를 인식할 수 있는)에서부터 소프트웨어까지 아미보를 인식하고 게임을 만든 부분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몇몇 경우 아미보라는 스마트 토이의 콘텐츠가 여타 스마트 토이 라인업보다 독특한 방법으로 콘텐츠를 즐기게끔 만들어준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예를 들어 스플래툰 2의 경우, 스플래툰 보이나 걸 아미보를 연동시키면 특전 기어를 주는 것과 함께 플레이어의 복장을 입고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게끔 만들어준다. 야생의 숨결에서 황혼의 공주 아미보를 연동하면, 그림자 늑대가 나와서 아이템을 찾아주거나 하는 등의 소소한 이점을 제공하기도 한다. 

아미보는 단지 콘텐츠를 양적인 방향에서 늘리는 것이 아닌, 질적인 부분들(콘텐츠를 바라보거나 즐길 수 있는 새로운 각도)을 늘려주며, 게임들을 넘어서 서로 대응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물론, 대부분의 아미보 대응 게임들은 양적인 콘텐츠를 늘려주는데 집중한다는 것도 간과할 수 없지만 말이다. 그러나 여타 스마트 토이 라인업이 하나의 게임 = 하나의 스마트 토이 라인업만 1대1로 대응되는데 비해서, 아미보는 1대다 대응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부분도 있다:일례로 플레이어는 하나의 아미보를 파이어 엠블렘 무쌍와 대난투, 심지어는 디아블로 3 스위치 버전에도 쓸 수 있다. 적절한 조형과 가격, 닌텐도 차원에서의 전폭적 지원, 더 나아가 여러 게임에서 범용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아미보는 여타 스마트 토이가 갖지 못하는 매력을 지녔다.

하지만 닌텐도의 아미보 운영의 화룡점정은 대난투다:아미보를 통해서 대응되는 케릭터를 성장시키고, 플레이어의 분신처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인상적인 경험이었다. 여타 아미보 기믹들이 복장을 추가하거나, 게임 콘텐츠에 새롭지만 소소한 추가 요소를 늘려주는 방식이었다면 대난투는 '게임이 피규어를 통해서 물화된다'라는 양방향적인 교류를 보여주었다. 어떻게 본다면, 스마트 토이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최대한으로 보여준 셈이었다.

그런 점에서 스타링크의 등장은 다소간 뜬금없고, 위험해보인다:심지어 디즈니 인피니트가 디즈니 프랜차이즈를 등에 업고도 거꾸러지는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신생 IP가 대담하게 스마트 토이 제품을 들고 시장에 도전한 것이다. 심지어 게임은 컨트롤러 위에 엄청나게 거대하고 무식해 보이는 추가 컨트롤러를 얹기까지 하였다. 누가봐도 무모한 도전이지만, 스타링크에는 나름대로 포인트들이 있다:우선, 게임 자체의 콘텐츠를 양적으로 늘려주는 방향이 아니라 질적(게임 플레이 스타일 같은)으로 늘려주는 방향을 선택했다던가, 노맨즈 스카이의 플레이 콘셉트(행성 탐험, 전투, 행성간 이동 등)를 가진 캐주얼한 오픈월드라는 점 등에서 기본적인 게임으로써의 요소를 갖추려고 했다던가 말이다. 심지어 실물 피규어 없이 DLC로 피규어 콘텐츠를 언락하게끔 한다던가 등의 방법은 스마트 토이 게임들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새로운 시도였다. 또한 장난감에 조립식 모듈형 기믹을 더해준 점도 상당히 독특한 부분이었다.

여기에 스타링크는 스타폭스를 콜라보레이션 하였다. 상당히 충격적인 콜라보레이션이지만, 스타링크는 스타폭스 인원들의 전용대사와 상호작용 대사, 전용 미션 등을 투입하여서 본격적인 콜라보를 구성하였다. 우습게도, 스타폭스의 존재로 인해서 스타링크의 모든 콘텐츠를 온전하게 즐길 수 있는 것은 닌텐도 스위치 버전이 되었으며 '스타폭스 프랜차이즈가 아니지만 모든 스타폭스 팬들이 원하는 그 게임'이 되어버린 측면도 있다. 그러나 스타폭스 콜라보레이션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였다. 신생 스마트 토이 프랜차이즈가 스타폭스라는 기존 거대 프랜차이즈와 높은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주목을 끈 덕분에, 오래된 닌텐도 커뮤니티 측에서는 한번씩 스타링크를 언급하면서 기대감을 증폭시켰기 때문이다.

물론 스타링크에 대한 걱정과 기대는 반반이라 할 수 있다. 우선 스마트 토이를 연동시키는 방법이 겉보기에도 대단히 거추장스러울 뿐만 아니라, 게임 내부의 오픈월드를 즐길 수 있는 콘텐츠 분량이나 스마트 토이를 실제 구매했을 때의 이점들 등이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실제 뚜껑을 열어보기 전까지는 판단을 유보하는 쪽이 현명할 것이다. 그러나 스타링크는 스마트 토이 시장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본격적인 오픈월드 슈터 장르 게임이기 때문에 성패의 귀추에 따라서 침체된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어 줄 수도 있을지 모른다.



스타링크는 10월 16일 발매 예정이며,
한국판은 발매 예정이지만 자세한 일정은 알려지지 않았다.




0 0
잡담/개인적인 이야기


부산내려가는 동안 글 초안이랑 이런것 저런것 좀 해야...

'잡담 > 개인적인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181006  (0) 2018.10.06
181004  (0) 2018.10.04
180920  (0) 2018.09.20
180916  (0) 2018.09.16
180911  (0) 2018.09.11
180821  (0) 2018.08.21
0 0
애니, 만화, 영화 이야기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끔찍한 유년기와 전쟁 트라우마로 늘 자살을 꿈꾸는 청부업자 ‘조’. 유력 인사들의 비밀스러운 뒷일을 해결해주며 고통으로 얼룩진 하루하루를 버텨내던 어느 날, 상원 의원의 딸 ‘니나’를 찾아 달라는 의뢰를 받고 소녀를 찾아내지만 납치사건에 연루된 거물들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다. 그렇게 다시 사라진 소녀를 구하기 위해 나서는데… (영화 시놉시스)


린 램지의 영화 모번 켈러는 인상적인 시퀸스를 지니고 있다:집에 돌아온 주인공 모번 켈러는 집에 돌아오자 자살한 남자친구의 시신을 발견한다. 그의 유서와 소설을 확인한 주인공은 일상생활을 하다 불현듯 남자친구의 시신을 욕조에 넣고 톱으로 절단한다. 이때 '나는 당신에게 과하게 집착하고 있어요', 라는 내용의 가사가 나오면서 영화는 관객을 심란함과 혼란속으로 몰아넣는다. 왜 모번 켈러는 남자친구의 시신을 토막내는가. 그리고 이 뜬금없는 기괴한 음악 인용과 장면의 인용은 대체 어떤 의미인가. 이러한 모번 켈러의 도입 시퀸스는 린 램지의 영화 모두를 대표한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여기서 다루고자 하는 너는 여기에 없었다의 미학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단초를 제공한다.


너는 여기에 없었다는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린 램지 감독의 신작이다. 위의 시놉시스에 적힌대로, 큰 이야기는 한때 유행하였던 테이큰이나 아저씨와 같은 액션 장르 영화 공식을 따르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너는 여기에 없었다의 실제 구성은 장르 영화적이지도 않고, 심지어는 영화에는 기승전결을 구성하는 최소한의 요건만을 남겨둔 채로 서사를 구성한다. 90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 동안 영화는 크게 일곱 가지의 사건(조의 등장 - 상원의원의 의뢰 - 니나와의 만남과 구출 - 니나의 납치 - 주변 인물들의 죽음 - 주지사의 추격 - 니나의 재구출과 엔딩)으로 전개된다. 그리고 이 일곱가지의 사건들은 서사로써 밀접하게 이어져서 이야기를 구성하기 보다는 주인공인 조의 환영과 심리상태를 묘사하기 위한 일종의 방아쇠 역할을 한다. 또한 이는 린 램지가 모번 켈러 첫 시퀸스에서 보여주었던 장면과 상황을 구성하는 미학과 밀접하게 맞물린다.


너는 여기에 없었다를 구성하는 미학의 핵심은 영화적이다:산업화된 매체인 영화는 음악과 영상, 배우의 연기가 재조립을 통해서 구성된다. 벤야민이 예로 들었듯이, 몸싸움을 벌이다가 창문을 통해 도망가는 액션 시퀸스의 장면이 몸싸움-창문으로 뛰어내림이라는 시간적 순서에 따라서 촬영을 진행하는 것이 아닌 먼저 창문으로 뛰어내리는 장면을 촬영한 후, 몸싸움 장면을 촬영한 후 이를 편집작업을 통해서 마치 '하나의 장면'처럼 연결시키는 작업을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영화라는 매체의 특징이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속에서 이미지와 장면들은 꼭 같은 시공간에 얽메여있을 필요가 없다:때로는 편집 작업과 쇼트, 앵글 등을 통해 서사의 흐름이나 논리적 흐름을 뛰어넘어서 창작자의 맥락과 의도에 따라서 자유롭게 재조합될 수 있다. 그렇기에 영화 속에서 시공간은 서사라는 하나의 방향성을 따라가는 것이 아닌, 컷의 편집과 삽입, 쇼트의 분절 등을 통해서 새로운 시공간으로 변화한다. 


다시 모번 켈러의 장면으로 돌아와보자:어째서 주인공은 영화의 중반 뜬금없이 자살한 남자 친구의 시체를 욕조에서 토막내었을까. 이 장면은 서사라는 일방향적인 시공간의 흐름에서 접근한다면 불가해한 장면이다. 하지만 이 장면은 꼭 그래야한다는 당위성은 없지만, 동시에 모번 켈러라는 개인이 서사를 넘어서(남자친구의 죽음이라는 사건을 넘어서) 영화의 장면을 지배하는 강렬한 기괴함을 선사한다. 즉, 이 장면은 서사라는 흐름에서 벗어나면서 사건에 대한 개인의 인상/사건을 대하는 인물의 태도를 강력하게 드러낸다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장면에서 인물은 서사를 넘어서 영화 작품 전체를 지배하는 강렬한 무언가가 된다.  


너는 여기에 없었다 역시도 동일한 미학이 적용된다. 이는 조의 어머니가 킬러들의 손에 죽은 뒤, 자신 나름대로 장례를 지내러 호수로 떠나 자살을 시도하는 조의 모습을 통해서 살펴볼 수 있다:일반적인 서사 구조였다면, 이러한 장례의 과정 자체가 극의 긴장감을 떨어뜨리는 요소라 할 수 있을 것이었다. 하지만 영화는 서사라는 시공간의 흐름을 거부하고 개인의 이야기로 침잠하는 구조를 보여줌으로써, 이미지가 작품을 지배하는 구조를 구축한다. 즉, 이 작품에서 서사는 개인의 심리와 행동을 전개하기 위한 최소 당위에 불과하다. 모번 켈러가 그러했고, 이 작품이 그러했듯이 가장 중요하게 눈여겨 봐야할 점은 바로 조라는 인물의 심리 상태가 전체 영화의 미학을 어떻게 구성하는가이다.


너는 여기에 없었다는 폭력의 피해자들에 대한 영화다. 조는 영화 내내 어린 나이에 아버지로부터 학대받았은 기억과 군인으로 복무했을 때의 경험들의 플래시백(컨테이너에 쌓인 시체들, 초코바 하나 떄문에 총맞고 죽은 어린아이가 일으키는 다리의 사후경직)으로 고통받는다. 그리고 영화는 이러한 플래시백을 환청과 환몽의 형태로 재구성한다. 그리고 환몽과 환청은 자기파괴의 이미지, 특히 질식의 이미지와 밀접하게 맞닿아있다:영화의 첫 시퀸스에서 조는 의뢰를 해결한 후, 침대에 누워서 비닐봉지를 뒤집어쓰고 자신을 스스로 질식시킨다. 질식 특유의 내부에서부터 타들어가는 고통은 어떻게 본다면 그가 겪고 있는 트라우마의 성질을 드러내는 부분이자, 동시에 '숨을 쉬고 싶다'라는 원초적인 욕망을 드러낸다. 그리고 환청과 환몽은 조가 숨을 쉬지 못하게끔 만드는 '물'과 같은 존재다:그는 스스로의 머릿속의 이미지속에 갇혀있는 존재이며, 끊임없이 자기를 파괴하고자 하는 충동에 질식당한다. 


하지만 조라는 인물을 피해자가 가해자가 된다는 단순한 역할의 클리셰로 이어지진 않는다. 우선 너는 여기에 없었다는 폭력 영화의 테마를 취하면서도,장르 영화의 문법을 전혀 따르지 않는다:예를 들어, 조가 처음으로 니나를 매춘굴에서 구해내는 시퀸스를 보자. 이 시퀸스에서 린 램지는 CCTV의 화면들로 쇼트들로 구성하였고, 조가 경비원과 아동성애자를 죽이는 폭력의 과정을 삭제한 채 오로지 결과(쓰려져있는 사람들)만을 무미건조하게 담아내며, 카메라 역시 조를 따라가는 것이 아닌 조를 무미건조하게 관찰하듯이 쇼트에서 쇼트로 이동하는(cctv에서 cctv로) 이어내어 마치 시공간 자체가 끊기고 날아가는 듯한 인상을 준다. 이런식으로 영화에서 폭력은 때로는 과정 없이 결과만(집에서 어머니를 살해한 두명의 암살자를 총으로 제압하는 과정이라던가), 혹은 그 결과조차도 삭제되어있는 경우(예를 들어 약속시간에 늦은 조력자를 조가 구타하는 장면)들이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영화에서의 폭력이라는 테마가 중요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오히려 영화에서 집중하는 것은 폭력의 원인과 과정이 아닌 '결과와 여진'이다.





조는 자신의 폭력의 주인이 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호텔방에서 부패경찰을 목졸라 죽일 장면에서도 그의 살인은 천장에 달린 거울에 비춰진 이미지 형태로 묘사되며, 마지막 클라이맥스에서 별장의 인물들을 하나씩 제압할 때조차 폭력의 과정 묘사없이 분절된 컷들이 연결되고 반복되며 어지러이 흩어진다. 오히려 흥미로운 점은 폭력이 끝나고 난 뒤에 조가 취하는 태도일 것이다:예를 들어, 자신의 집에 침입한 암살자 중 한명에게 치명상을 입힌 조는 암살자에게 약을 먹이고 옆에 누워서 함께 노래를 흥얼거린다. 이 기괴한 장면에서 조는 이상하게도 암살자가 어머니를 죽였다는 사실보다도 폭력의 피해자로 죽어가는 암살자에게 감정을 이입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 기괴한 장면이 뜬금없다던가 어색하게 느껴지는 것이 아닌, 영화 전체의 미학에 맞물려 들어간다는 점은 인상적이다.


그렇다면 이미지화 되거나(CCTV나 거울상) 쇼트에서 잘려나간(클라이맥스에서 저택의 경호원들을 제거하는 시퀸스) 조의 폭력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것은 그의 직업과 깊은 연관을 갖는다:그는 소아성애자들로부터 피해자들을 구하는 청부업자다. 그의 행위는 피해자를 구하는 동시에 자기 자신을 스스로 구하려는(어린 시절 무력하게 당했었던) 행위인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구원을 위해 휘두르는 폭력이 이미지화 되었다는 점은 그가 경험하는 환몽과 환청의 연장선상에서 보아야할 것이다. 즉, 그가 휘두르는 폭력은 그를 구원하는 것(피해자를 구하는 것)이 아닌 그의 환청과 환몽과 같이 그를 질식시키는 요인이 된다. 역설적이게도 그가 구원을 향해서 더 노력하면 노력할수록 그는 더 끔찍한 악순환의 고리로 빠져들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불현듯 폭력을 멈추고 자신이 죽인 피해자 옆에서 누워서 함께 노래를 부르고 손을 잡는 것은 어떻게 보면 조라는 인물의 동인(피해자를 구하고자 하는 것)을 설명하는 핵심적인 장면이다.


조가 니나를 구하려 하는 것 역시 자신의 트라우마로부터 스스로를 해방하고 구원을 추구하는 행위라 할 수 있다. 그리고 흥미로운 점은 그의 환청과 환시에서 뚜렷하게 얼굴을 가진 인물로 등장하는 사람들(어린 시절 조, 어머니, 그리고 니나)은 모두 폭력의 피해자라는 것이다. 하지만 영화의 마지막에 그는 피해자인 니나를 구하는데 실패한다:니나는 이미 모든 일의 원흉인 주지사의 목을 면도날로 그어 죽였으며, 그녀 역시도 조와 같이 폭력이 남긴 트라우마에 갇혀버린 피해자가 되었다. 흥미로운 점은 조가 니나에게 괜찮다고 이야기한 것이 아닌, 니나가 조에게 괜찮다고 이야기를 한 점이다:그녀 역시도 조가 어째서 그렇게 필사적으로 자신을 따라왔는지 알고 있었다. 이 장면에서 폭력의 피해자로써 그들은 기묘한 유대감을 갖는다.


하지만 정작 주지사를 죽이고 폭력으로부터 해방되었음에도 그들이 가야할 목표는 없었으며, 니나는 조와 같은 인물(트라우마와 폭력의 순환)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그들의 고통에 무관심한 세계는 폭력의 피해자들을 없는 존재인냥 취급하며 행복하게 흘러갈 뿐이었다. 너는 여기에 없었다라는 제목의 선언은 폭력의 피해자들이 폭력의 경험에 갇혀서 살아갈 뿐이다. 그리고 조는 니나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식당에서 권총으로 자살하는 환상을 보게 된다:불현듯 터져나오는 총성과 흘러나오는 뇌수에도 불구하고 모든 것은 행복하고 밝을 뿐이다. 이 순간 폭력의 피해자들은 스스로를 트라우마로부터 구해내는데 실패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니나가 자리로 돌아오고, 조에게 말을 건다:밖은 아름다우니, 어디론가 떠나자고. 그 순간 그들은 이 세상에서 사라져버린다. 카메라에서 순식간에 사라짐으로써 피해자들은 그들 자신을 드디어 질식할 것 같은 세계와 트라우마의 이미지로부터 자유로워진다.


너는 여기에 없었다는 폭력이라는 테마를 피해자의 관점에 맞추어 훌륭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여기에는 어떤 장르적 클리셰(폭력에 물든 순정 마초 같은)도 없고, 미화도 없다. 하지만 세부적인 디테일들과 쇼트의 구성, 개인화된 이미지들을 배치해둠으로써 영화는 피해자의 경험을 개인적이고 내밀한 것으로 만들되 동시에 관객 모두에게까지 전달하게끔 만든다. 너는 여기에 없었다는 영화 매체의 경험을 잘 다뤄낸 작품이며, 영화관에서 볼 기회가 있다면 꼭 보기를 추천한다.




덧. 번역이 매우 훌륭하다. 모번 켈러도 그러하고, 린 램지의 영화에서는 흘러나오는 노래의 가사가 

장면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는데, 번역가는 그런 부분들을 캐치해서 자막을 구성하였다. 


덧2. 흥미롭게도 폭력의 가해자이자 원흉의 이미지를 상당히 추상적이지만 분명하게 구성하기도 하였다.

니나를 납치할 때 보여지는 부패 경찰의 뱃지, 암살자의 성조기 버튼, 그리고 노래 가사나 인형의 집을 건드리는 손의 존재까지.




0 0
잡담/개인적인 이야기



쉐오툼 리뷰 써야지...


'잡담 > 개인적인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181006  (0) 2018.10.06
181004  (0) 2018.10.04
180920  (0) 2018.09.20
180916  (0) 2018.09.16
180911  (0) 2018.09.11
180821  (0) 2018.08.21
0 0
1
블로그 이미지

IT'S BUSINESS TIME!-PUG PUG PUG

Leviath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