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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



유명 IP를 바탕으로 수집형 카드 게임Collectible Card Game; CCG들이 유행처럼 등장하고 있다:하스스톤에 이어서 엘더스크롤 프랜차이즈를 활용한 엘더스크롤 레전드, 위처의 미니게임 궨트를 손을 봐서 게임으로 옮긴 쓰론 브레이커와 궨트, 도타를 카드 게임으로 옮긴 아티펙트와 심지어 원조 TCG인 메직 더 게더링도 아레나라는 작품을 냈다. CCG는 비디오 게임에 있어서 메인 스트림이라 할 수는 없지만, 꾸준한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다. 하스스톤이 아시안 게임에서 비디오 게임 부분 시범 종목으로 채택된 점이나 트위치 방송에서 시청자수 10위권 내에 하스스톤이 들어가는 점은 CCG 장르가 나름대로 탄탄한 소비자 층을 갖고 있음을 증명한다.


하지만 무언가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CCG는 여타 비디오 게임 장르에 비해서 화려하지도 않으며, 여타 비디오 게임에서 찾아볼 수 없는 고질적인 문제들도 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손패가 꼬이는 문제일 것이다:대부분의 카드 게임은 플레이어가 자신의 전략을 위한 덱을 구성하고, 덱에서 카드를 드로우하고 카드를 손패에서 발동시킴으로 게임 플레이 사이클을 완성한다. 그러나 덱에서 자신이 원하는 카드가 나오지 않으면, 그때부터 게임은 플레이어에게 심각하게 스트레스를 유발하게 된다. 하스스톤이 게임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카드가 나오길 신에게 빌어야 하는 '종교'라는 비아냥을 듣는 것도 이러한 이유가 크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들은 비디오 게임에 있어서 치명적인 하자사항이다. 게임은 플레이어가 생각한대로 움직이고 통제되고 그에 맞춰서 도전적인 과제를 부여할 때 재밌어 진다. 하지만 자신이 통제하지 못하는 부분에서 계속해서 문제가 발생한다면, 게임으로써 재미는 떨어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러한 치명적인 하자 사항에도 불구하고 CCG는 꾸준하게 플레이어층을 끌어들이고 있다. 어째서일까? 이 이유를 찾기 위해서는 먼저 보드게임과 TCG의 사례들을 살펴봐야 할 것이다.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많은 CCG들은 매직 더 게더링의 규칙을 조금 뒤틀거나 강한 영향을 받았다. TCG라는 보드게임 장르를 확립한 매직 더 게더링은 자신만의 덱을 구축하고, 랜드를 지속적으로 필드에 깔아 자원을 확보하여 몬스터와 마법을 사용하고, 종국에는 상대를 제압하는 형태의 카드 게임이다. 매직 더 게더링의 핵심은 자신만의 덱을 구축한다는데 있다:플레이어는 제각기 다른 효과를 지닌 카드를 이용해 덱을 구성하고, 섞은 뒤, 드로우함으로써 자신의 손패를 구성한다. 그리고 이 손패를 이용해서 플레이어는 자신의 전략을 구체화시킨다.


하지만 손패는 뒤섞인(셔플된) 덱으로부터 구성되기 때문에 자신이 원하는 구성을 한번에 구하기는 힘들다. 이게 보통 이야기하는 '손패가 꼬인다'라는 상황일 것이다. 그렇기에 덱 구성에서 중요한 점은 그 어떤 상황에서도 사용할 수 있게끔 카드의 구성과 비율을 조정하고 손패가 꼬였을 때의 백업 플랜을 갖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TCG는 자신만의 전략을 구성하는 점, 그리고 끌려나오는 무작위성을 어떻게 전술적으로 통제하고 승리를 쟁취할지의 양측면을 갖는다고 할 수 있다. 전략과 전술 양측면을 통제하는 것이야말로 TCG의 게임으로서의 매력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자신이 원하는 카드를 항상 적시에 끌어올 수 있는 능력은 TCG 에 있어서 가장 강력한 능력이었다:덱의 구성을 통한 통제(적절한 랜드 수, 정해진 비율의 1-2랩 위니 카드의 사용 등) 불구하고 손패가 꼬이는 사고는 TCG에서 흔하게 일어나는 현상이며, 드로우와 덱서칭을 통해 원하는 카드를 뽑아내고 자신이 원하는 전략을 빠르게 발동시키는 플레이어가 게임을 거머쥘 수 있었다. 메더게 판에 내려오는 '진남불용청'(진짜 남자는 청덱을 쓰지 않는다)이라는 말이 왜 있는지를 생각해보면 당연한 부분일 것이다:청덱은 오랫동안 드로우와 서고 등 카드와 관련된 규칙을 조작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녔었고, 그 결과 때에 따라서는 파괴적인 결과를 불러일으키기도 하였다. 또한 유희왕에서 대대로 악명을 떨쳤던 카드들이 대대로 빠른 덱서칭과 드로우로 필드를 지배하고 게임을 폭파시키는 카드들이었다는 것도 이러한 특징의 연장선상에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몇몇 카드 게임들은 드로우와 관련된 능력보다는 덱 이외의 보조덱을 활용하는 방법 등을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려 하기도 하였다:FFG에서 만든 LCG의 사례를 예로 들어보자. 먼저 왕좌의 게임 LCG의 경우, 셔플되는 카드 덱과 플레이어가 임의로 설정하여 사용할 수 있는 플롯 덱으로 이중으로 구성되어 있다. 카드 덱은 말그대로 전통적인 LCG에서 사용되는 게임 플레이용 덱이지만, 플롯 덱의 경우에는 다소 특이하다:플롯은 한 라운드에만 영향을 끼치며, 그 라운드 동안 다양한 영향들(자원 수급이나, 카드 제거 등)을 끼치는 일종의 버프/디버프 형태의 카드다. 또한 플롯의 수치에 따라서 선공/후공의 턴순서를 정하기 때문에 상당히 역동적인 게임 플레이가 이루어진다. 이와 같이 덱과 드로우에만 의존하지 않고, 다양한 안전장치를 마련해두는 것이 TCG 에 있어서 일종의 트랜드라고도 할 수 있다.


TCG가 흥미로운 점은 게임 규모가 손에 닿을 정도로 '스케일링'되었다는 점일 것이다:가령 비디오 게임이나 여타 게임에서는 숫자들의 연산은 컴퓨터가 대신해주기 때문에 연산의 규모는 거대화되고 복잡화되는 특징이 있다. 디스가이아 시리즈의 예를 들어보자:이 SRPG 시리즈는 오랫동안 노가다로 케릭터와 장비의 규모를 증폭시키는 것을 핵심으로 삼아온 게임이었다. 단지 숫자의 규모만으로 게임을 구성할 수 있다는 것은 이미 클리커류의 게임에서도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보드 게임이나 카드 게임의 경우, 사람이 컴퓨터의 역할을 대신해 연산을 하기 때문에 연산의 규모를 늘릴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보드게임이나 카드 게임에서 토큰과 수치, 계산 등은 항상 플레이어가 직관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규모로 조정되었다. 대신 보드 게임과 카드 게임은 규모를 늘리는 것이 아닌 규칙과 게임 요소들(카드나 토큰들)이 직간접적으로 상호작용하는 부분을 통해서 재미를 추구하였다. 이런 점에서 카드 게임들을 일종의 단어와 단어를 연결하는 말싸움의 형태로 이해하는 것도 장르를 이해하는데 있어서 도움이 될 것이다:플레이어는 자신만의 전략을 구현하기 위한 단어 풀을 카드 덱으로 구성하고, 자신이 갖고 있는 단어들의 한도 내에서 최대한 순서에 맞게 단어를 조합해서 문장을 만들어야 한다. 단어는 각각 의미를 지니기도 하지만, 단어와 단어, 그리고 게임 전체를 구성하는 문법을 통해서 각각의 단어 이상의 의미를 지니기도 한다. 


비디오 게임의 장르로 옮겨간 CCG들은 이러한 TCG만의 매력을 살리는데 집중한다:자신만의 단어 사전(덱)을 구성하고, 단어(카드)와 단어를 연결하여 문장(카드 콤보 등)울 만들어 상대를 압도한다. 하지만 비디오 게임으로 옮겨간 CCG에는 TCG에서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특징이 있다:이는 규칙이나 카드 상호작용의 편의성이 증대되어 기존 TCG에서 할 수 없었던 것들이 가능해졌다는 점이다. 매직 더 게더링의 예로 돌아와 보자:플레이어는 자신이 얼마만큼의 마나 자원을 갖고 있고 얼마나 사용했는지를 랜드를 탭하는(90도 방향으로 꺾는) 형태로 표현하였다. 하지만 하스스톤은 랜드 카드를 사용하지 않고, 컴퓨터가 알아서 계산해주는 마나 개념을 사용하여 실제 얼마나 자원을 사용하였는지를 직관적으로 인지/관리할 수 있게끔 하였다. 그리고 하수인 카드별로 체력을 별도로 설정하여서 데미지를 입었을 때마다 개별 체력을 트래킹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기존의 카드 게임이었다면 수많은 양의 토큰과 숫자를 추적하느라 관리가 물리적으로 불가능 했을텐데 말이다. 또한 카드 간의 상호작용을 분명하게 하여 에러 플레이를 원천적으로 방지하였다. 이런 부분들에서 비디오 게임으로 옮겨진 CCG들은 보드게임 TCG와 다른 나름대로의 특징을 갖는다.


또한 카드 크래프팅 기능도 눈여겨 볼만하다:기존 TCG들이 카드가 무작위로 들어간 부스터 팩을 구매함으로써 카드 풀을 늘려나갔다면, 비디오 게임 기반 CCG는 플레이어가 필요없는 카드를 분해하고 나온 자원으로 새로운 카드를 만들 수 있는 크래프팅 기능을 도입하였다. 기존의 TCG들이 트레이딩을 통해서 실제 카드를 구매하게끔 하였다면, CCG는 무의미한 구매를 막고 플레이어가 덱을 자유롭게 구성할 수 있게끔 장벽을 낮춰준 셈이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컴퓨터로 만들어진 CCG들은 여전히 카드와 덱의 포멧에 기반하여 게임을 구성하였고, 카드와 카드 간의 상호작용이 중요하다. 대신 비디오 게임으로 옮겨간 CCG들은 기존 TCG에 있어서 필요하지만 지루한 부분을 제거하는데 초점을 맞추었다. 이런 점에서 보았을 때, TCG의 매력은 단순히 그래픽이나 연출, 혹은 액션 등의 동적인 부분에서 오는 것이 아닌 플레이어가 스스로 덱을 구성하고 생각하고 판단하게끔 하는 부분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게임 이야기


*블랙 아웃 리뷰 및 블옵 4가 갖는 의미에 대한 글은 별도로 뺍니다.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의 등장 이후로, 콜옵에 있어서 멀티플레이는 핵심적인 요소로 자리잡았다:빠른 페이스의 전투와 자동회복, 킬스트릭 등등은 시리즈 멀티플레이 뿐만 아니라 여타 게임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하지만 시리즈가 오래되면서, 콜 오브 듀티 시리즈는 팬들의 상충된 요구에 부딪힐 수 밖에 없었다:하나는 새로운 것을 보여달라는 요구, 또다른 하나는 그러면서도 여전히 콜 오브 듀티였으면 한다는 요구였다. 특히나 매년 발매되는 게임인 만큼 프랜차이즈가 짊어지는 부담은 매우 컸었고, 때로는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서 실패히가도 했었다(고스트, 인피닛 워페어) 하지만, 지난 10년 동안 망한 프랜차이즈들의 리스트를 복기하여본다면, 콜 오브 듀티는 매우 잘 버티는 편이라 할 수 있다.


블랙옵스 4는 여지껏 프랜차이즈가 시도해본적이 없었던 담대한 시도를 행한다. 월드 앳 워 이후로 싱글플레이와 경쟁 멀티플레이, 코옵 모드(스펙 옵스나 여러가지가 있었지만, 대체로는 좀비모드였다)라는 콜옵 시리즈 전통의 구성 요소를 탈피하여 싱글플레이를 버리고 여기에 PUBG 등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배틀로얄 모드를 삽입한 것이었다. 물론 싱글플레이의 부재에 대해서 팬들은 부정적으로 반응할 수 밖에 없었다:싱글플레이를 클리어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아무리 적다 하더라도, 모던 워페어 이후로 콜옵 프랜차이즈가 오랫동안 새워놓은 정체성을 무너뜨리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블옵 4의 런칭 실적과 흥행은 이러한 트레이아크의 무모한 도전이 근거없는 것만은 아니었음을 증명하였다. 그리고 동시에 이제 더이상 모던워페어 식의 멀티플레이의 틀에서 탈피하는 새로운 콜옵의 세대로 이행하는 게임이기도 하다.


콜옵 시리즈의 멀티플레이는 기본 개념을 유지하면서 약간의 게임 플레이 요소들을 손을 보는 형태 였었다. 이러한 공식이 유지되지 않았던 것은 어드벤스드 워페어가 거의 처음이었을 것이다:엑소 수츠의 과격한 움직임과 점프/부스터의 개념은 콜 오브 듀티식 데스매치가 아닌 공중전과 아머드 코어를 연상케하는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외의 콜옵 게임들은 다양한 변화점에도 불구하고 '콜옵'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게임이었다:벽타고 달리기 개념을 넣은 블옵 3의 경우, 첫인상은 파쿠르 요소를 적극적으로 도입하여 입체적인 사격과 전투를 강조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벽타고 달리기 속도가 느린 점 등의 제약조건으로 입체적인 기동보다 '기존 맵에 새로운 루트를 추가하는 방식'으로 게임을 확장시켰다. 콜옵 신작들은 매번 무언가 새로운 것들을 추가하였지만, 프랜차이즈의 경계(빠르게 치고 받는 데스매치, 퍽/부착물 시스템, 킬스트릭)에 게임을 안착시키는데 집중하였다.




하지만 이번 블옵 4는 다르다. 오히려, 어떤 의미에서는 어드벤스드 워페어의 과격한 비틀기를 넘어서 '근본적으로 게임 플레이의 공식을 뒤바꿨다'라는 평가를 내려도 될 정도로 본질적인 부분에서 변화가 발생하였다. 이러한 요소들은 크게 체력 및 회복 시스템의 변화, 점수 시스템의 변경, 스코어스트릭 및 능력/장비 시스템의 재편이라는 3가지 측면에서의 변화가 발생하였다.


첫번째는 체력 회복 시스템의 변화다:기존 콜옵 시리즈에서 체력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 회복되는 구조를 지니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멀티플레이 중에 피해를 입으면 엄폐를 하고 숨을 고르면서 체력이 회복되기까지를 기다려야 했었다. 하지만 이번 블랙옵스 4에서는 체력을 수동으로 회복하게끔 만들었다:플레이어는 L1 버튼(PS4 기준)을 눌러서 수동으로 주사를 놓아서 체력을 회복해야 한다. 또한 한번 주사를 놓은 뒤에는 회복 주사가 재충전되기까지 시간이 걸리게 됨으로 신중하게 회복을 결정할 필요가 있다. 또한 기본 체력이 100이었던 콜옵과 달리 체력을 150으로 늘려줌으로써 TTK(Time to Kill, 사살까지 걸리는 시간)도 함께 늘어났다.


체력을 수동으로 회복하는 부분과 체력이 늘어난 부분은 콜옵 게임 플레이에 많은 변화를 준 부분이다. 우선 플레이어는 교전 후에 체력을 수동으로 회복해야하는 '리스크'를 져야만 한다. 플레이어가 주사를 놓는 순간에는 총을 쏘거나 하는 등의 행동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플레이어가 체력 회복 탬포를 조절해야하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 어떻게 회복할 것인지에 대한 판단을 플레이어가 내려줘야만 한다. 전작들에 비해서 플레이어가 능동적으로 위험을 감수하고 판단해야 하는 요소를 추가한 것이다. 그리고 동시에 전투를 진행할 때, 팀단위로 뭉쳐서 다니는 것이 중요해졌다:상대의 체력이 늘어났기 때문에 화력을 집중시킬 필요도 있고, 더 나아가서 자신이 피해를 입었을 경우, 체력을 회복하기 위해서 엄호해줄 팀원의 존재는 더욱 중요해졌다.


두번째는 점수 시스템의 변경이다. 다양한 변경점이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변화는 어시스트를 킬과 동일한 점수를 주는 것으로 변경한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변경 점은 프랜차이즈의 큰 흐름을 거스르는 부분이다. 상대를 죽여서 전장을 제압하는 강력한 장비를 부르는 킬스트릭 시스템은 모던 워페어 이후 콜 오브 듀티 프랜차이즈의 멀티플레이를 대표하는 시스템이었다. 하지만 킬스트릭 덕분에 팀 데스매치 이외의 다양한 모드들(깃발 뺏기나 지역 점령 등)에서 조차도 게임 모드의 본래 목적보다 킬스트릭을 부르는게 더 중요해지는 모순된 상황이 자주 발생하기도 하였다. 이를 위해 도입된 스코어 스트릭 개념은 다양한 게임 모드의 목적에 맞는 행동들(지역 점령, 군번줄 회수 등등)을 했을 때 부여되는 점수로 장비를 부르는 방식이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상대를 죽였을 때 얻는 스코어가 가장 안정적이라는 측면에서 스코어 스트릭은 킬스트릭의 큰 흐름을 거스르지는 못했다.


이 때문에 콜옵 멀티플레이는 스코어 스트릭 시스템을 따르든 킬스트릭 시스템을 따르든 결국은 모든 멀티플레이 모드에서 목적을 수행하는 것보다 상대를 데미지를 입혀서 마무리를 가하는게 더 중요해지는 흐름을 보여주었다. 즉, 기존 콜옵 시리즈는 협업해서 상대를 제압하는 것이 아닌 나 개인이 얼마나 상대를 압도하고 킬스트릭을 챙기는 것이 중요한 게임이었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콜옵 멀티플레이가 오랫동안 다양한 게임 플레이 모드를 지원했음에도 불구하고 팀 데스매치 모드의 인구수가 가장 많았던 건 이 때문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블옵 4는 킬스트릭과 게임플레이의 근간을 뒤집어버린다:이제 플레이어는 상대에게 데미지를 입히고 마무리를 짓지 않아도, 팀원과 함께 동일한 스코어를 획득한다. 과거에는 어시스트 판정으로 1/2 차감되어서 스코어가 들어오던 것이 이제는 킬로 인정된다. 물론 플레이어가 복귀 메달(3번 연속 죽은 뒤, 적을 죽여서 마무리지었을 때 주어지는 메달) 등을 통해서 보았을 때, 완전히 상대를 마무리 지은 경우와 이렇게 어시스트로 킬이 인정되는 경우를 게임은 구분하기는 한다. 하지만 모던 워페어 1편 이후 근 10년 이상 '킬=상대를 마무리 지었을 때 인정되는 것'이라는 시리즈의 핵심 공식을 블옵 4는 뒤집은 것이다. 또한 게임 모드와 상황에 따라서 점수를 매기는 방식을 더 세부적으로 잘게 쪼개고, 모드의 목표에 맞는 게임 플레이를 유도하는 등 블옵 4는 이전작에 비해서 더 잘게 게임 플레이 점수 시스템을 쪼개고 죽이는 것 이외에(물론 죽이는 것 역시 매우 중요하지만) 플레이어가 목적에 맞는 행위를 하게끔 유도한다.


마지막으로 스코어스트릭 및 능력/장비 시스템의 개편이다. 블옵 4는 블옵 3의 스페셜리스트 개념을 계승 발전시킨다:스페셜리스트들은 시간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자신만의 장비들이 있으며, 킬스트릭과 달리 일정한 시간이 흘렀을 때 무조건 사용을 보장해주는 기믹을 지니고 있었다. 즉, 블옵 3에서 스페셜리스트의 존재는 '킬스트릭 외에도 전장을 지배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를 플레이어에게 보장해줌으로써 킬스트릭에 매몰되어 게임이 일방향적으로 흐르지 않게하는 안전장치이자 플레이어에게 게임을 지배할 수 있는 또다른 수단을 준 것이다.  하지만 블옵 3는 스페셜리스트의 능력의 선을 분명하게 그어두었다:스페셜리스트 능력은  프로펫의 템페스트나 리퍼의 사이드 같이 플레이어가 직접 조작하는 무기의 형태로 구현됨으로써 킬스트릭의 하위호환이자 플레이어가 능숙하게 조작하였을 때 최고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게끔 설계되었다.


하지만 블옵 4의 스페셜리스트 능력은 블옵 3와 유사하긴 하지만, 완전히 다른 양태를 보여준다:우선, 장비와 능력 중 하나만 선택할 수 있었던 블옵 3와 달리 블옵 4는 기본적으로 고유 무기와 고유 장비 양쪽을 모두 사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블옵 4의 스페셜리스트 에이젝스의 경우 9연발 섬광탄을 고유 장비로, 방탄 방패와 연발 권총을 고유 무기로 사용한다. 고유 장비의 경우, 고유 무기에 비해서 더 빠르게 재충전되고 자주 사용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도 이전작들의 수류탄이나 전술 장비를 넘어서는 무지막지한 화력을 보여준다. 하지만 고유 장비보다 한술 더 뜨는 것은 고유 무기일 것이다:에이젝스의 방탄 방패와 연발 권총은 모던 워페어 3에서 나온 저거너트 리콘과 비교될 정도로 강력한 탱킹 능력을 보여준다. 하지만 10여 킬 이상의 킬스트릭을 쌓아야 얻을 수 있는 저거너트 리콘과 달리 에이젝스의 방탄 방패는 시간만 지나면 자연스럽게 얻을 수 있다. 블옵 4의 고유 무기는 킬스트릭에 필적할 정도로 강력하며, 심지어 몇몇 고유 무기(에이젝스의 방탄 방패나 노마드의 군견 소환 등등)는 이전작들의 킬스트릭에서 편입되기도 하였다. 


또한 장비 시스템도 일신되었다. 블옵 4에서는 1회 한정으로 탄환에 의한 피해를 경감시키는 방탄 갑옷이나, 고유 장비를 더 빠르게 사용할 수 있는 장비나 체력회복 주사를 더 빠른 텀으로 사용할 수 있는 스팀팩 장비 등등 이전작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장비들도 등장하였다. 또한 공용 부착물을 무기 레벨에 따라 해금해서 싸우던 전작들과 달리, 이제 무기는 각자 고유의 부착물 테크트리를 지니며 더 나아가서 무기의 운영 방식을 다르게 설정할 수 있는 오퍼레이터 모드를 설정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블옵 4의 장비 시스템의 변화는 기존 시리즈의 퍽과 장비 시스템의 원칙을 깨부수는 것이다:기존 콜옵 멀티플레이의 퍽과 장비 시스템의 대원칙은 플레이어가 가하는 데미지의 총량이나 받아내는 데미지의 총량 등에 영향을 크게 주지 않았다. 하지만 플레이어는 제한적이지만 추가 체력을 가질 수도 있고, 무기에 따라서는 가슴 위로 데미지를 더 줄 수 있는 추가 대구경 부착물을 부착할 수 있는 등 기존 장비 시스템에서는 미쳐 상상하지 못한 요소들이 추가가 된 것이다.


종합하여 본다면, 블옵 4의 변화점은 전반적으로 이전작들의 개인 플레이보다도 뭉쳐서 함께 협력하는 팀플레이와 게임 모드에 맞게 행동하는 플레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물론 게임의 핵심적인 기조(빠른 페이스의 전투, 킬스트릭, 퍽과 장비의 커스터마이즈 등)는 여전하나, 플레이어가 팀을 의식하고 뭉쳐서 다니면서 서로 시너지를 내게끔 하며, 맵 리딩을 더 철저하게 하는 등의 협업이 중요한 요소로 부각된 것이다. 이전의 콜옵들의 변화가 어떻게든 콜옵의 게임 플레이 내에서 최대한 뒤틀어보는 방향이었다면, 블옵 4는 콜옵 프랜차이즈를 벗어나서 여타 다른 무언가를 받아들인 게임이다:실제 블옵4가 개발될 당시, 오버워치 등의 협동 게임을 너무 의식하고 만들어진 나머지 콜옵 스럽지 않아서 내부적으로 논란이 있었다는 루머가 있었다. 이 루머가 사실이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실제 만들어진 블옵4는 콜옵을 받아들이기 보다는 콜옵의 유전자에 다른 무언가를 뒤섞은 혼종에 가깝다고 해야할 것이다.


하지만 블옵 4의 이러한 변화는 콜옵을 계승하는 동시에, 오히려 상대를 죽이는 자가 모든 것을 독식하는 콜옵 멀티플레이의 한계를 최대한 비껴나가보고자 하는 시도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기존 콜옵에서는 다양한 모드가 추가되었어도 결국은 팀 데스매치나 확인 사살 모드로 귀결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블옵 4에서는 강탈 모드(리스폰 없이 현금을 확보하게 상대를 제압하는 모드)나 지역 장악(티켓을 소비하며 빠르게 공수 교대를 하면서 지역을 장악하는 모드) 등의 팀 협동을 강조하는 모드들을 대거 추가하였다. 오히려 블옵 4는 콜옵이 의례 그랬듯이 '팀 데스매치'로 회귀하는 것을 피하고, 최대한 다양한 모드들이 플레이되게끔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물론 이러한 시도의 결과가 과연 성공적일지 여부는 시간만이 알려주겠지만 말이다.


결론적으로 블랙옵스 4는 콜 오브 듀티 프랜차이즈가 새로운 시대로 들어가는 시작이라 할 수 있는 게임이다. 물론, 이 게임에 들어간 요소들은 전혀 새롭지 않다:이미 오버워치나 협동이 중요한 경쟁 멀티 게임들, 심지어는 카운터 스트라이크(강탈 모드)나 PUBG 같은 게임의 요소들을 적극적으로 차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게임은 뭔가 새로운 비전을 제공하는 게임은 아니다. 하지만 콜 오브 듀티라는 정체성을 버리지 않으면서도, 어떻게든 새로운 것들을 받아들여서 자신의 것으로 승화시키고 있는 게임이기도 하다. 블랙옵스 4의 모험은 콜 오브 듀티 프랜차이즈가 아직도 유지될 수 있는지에 대한 나름대로의 해답이라 할 수 있다. 물론 모던 워페어 1편의 혁신이나 충격을 없었지만, 여기에는 트레이아크의 노련함과 콜 오브 듀티가 무엇인지에 대한 진중한 고민, 그리고 앞으로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방향성이 함께 있다.




게임 이야기


*정식 리뷰 전 메모입니다.


*스위치 버전을 기반으로 쓰여졌습니다.


격투 게임이 입문 허들이 높은 이유는 여타 게임 장르에서 찾아볼 수 없는 고유 문법이 지배하고 있다는 점, 플레이어가 인지하는 것과 다르게 게임 내 메카니즘이 작동하는 점, 마지막으로 프레임 단위로 이루어지는 공방 등에서 비롯된다. 이러한 특징들로 인해서 격투 게임 장르는 화려함과 아케이드 문화를 지배했던 전성기에 대비해서 많이 쇠퇴하였다. 하지만 인터넷 방송과 온라인 대전 환경의 조성 등으로 인해서 격투게임은 나름대로의 활로를 찾았고, 게임 장르 역시도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서 게임을 재구성하기 시작하였다:콘솔 중심으로 돌아가는 플랫폼, 시리즈 전통을 살리면서 신규유저도 끌어올 수 있는 시스템 구축 등은 이러한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한 결과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아크 시스템이 길티기어와 블레이블루 이후, 드래곤볼 파이터즈와 블레이블루 크로스 태그 배틀을 만들면서 보인 고민도 이러한 연장선상에 놓여있을 것이다. 단순화된 기본기 콤보 루트, 콘솔 환경에 맞게끔 레버 입력을 1/4 파동권 입력만 넣고 버튼 조작도 이를 염두에 두었다는 점은  그러나 블레이블루 크로스 태그 배틀이 태그 교체와 어시스트의 조합, 크로스 콤보 등을 통해 플레이어에게 너무나 많은 선택지를 주었고, 그 결과는 너무나 복잡한 게임이 되어버렸다. 반면, 태그 배틀보다 먼저나온 드래곤볼 파이터즈는 태그 배틀과 비슷한 기믹(태그 배틀, 오토 콤보와 1/4 파동권 필살기, 단순한 기본기 콤보 루트 등등)에 기반해서 만들어졌더라도 게임 자체는 태그 배틀과는 완전히 다른 무언가가 되었다.


드래곤볼 파이터즈는아크 시스템 게임 다운 속도감에 공격쪽에 유리한 게임 시스템을 쓰고 있다:상당수의 격투 게임들이 공격 시스템과 함께 방어 시스템을 함께 조화롭게 배치하였고, 능동적인 방어 기제를 던져주었다. 예를 들어 블블 태그에서는 리젝트 가드, 모탈 컴벳 시리즈에서는 콤보 브레이크, 길티기어에서는 포트리스 가드 등 방어자가 능동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들이 있었다. 드볼파도 능동적인 방어 시스템이 존재하긴 하지만(가드 캔슬이나 튕겨내기), 문제는 초대시(빠른 딜레이 캐치)와 배니시 무브(공격 캔슬+역가드 유발)에서 오는 공격적 운영의 이점이 더 압도적이기 때문에 방어적 플레이는 불리하게 구성되었다는 점이다. 대신 태그 배틀 답게 주기적으로 케릭터를 교체하면서 체력을 관리하는 것이 이 게임 공방의 핵심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점 때문에 드래곤볼 파이터즈는 한 번의 공방에서 얼마나 상대 피를 효율적으로 빼는가(혹은 교체전에 최대한 피해를 주는가) 라는 콤보에 무게가 실리게 된다. 게임은 콤보의 최적화를 위해서 플레이어가 모든 시스템을 사용하게끔 만들었으며, 플레이어의 숙련도는 이 시스템과 콤보 루트를 꿰는 것으로 나뉘어진다. 물론 초보자를 위해서 편리한 오토 콤보가 존재하며, 게임은 얼마나 빠르게 입력하느냐 보다는 정확한 타이밍에 입력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할 수 있다.


정식 리뷰까지 어느정도 걸리겠지만, 블블 태그배틀보다는 즐기기 편하고 공격 중심이다 보니 상당히 속도감 있게 게임이 전개되는 점도 있다. 스위치 버전 이식도 매우 훌륭해서 가변 60프레임이긴 하지만 게임 플레이에 전혀 지장이 없을 정도라고 할 수 있다. 



게임 이야기



*이전 글을 참조해주시길 바랍니다(http://leviathan.tistory.com/1996)

스마트 토이(위키피디아에서는 Toy-to-life라는 용어를 쓴다)는 게임과 직접적으로 상호작용하는 실물 피규어 등을 지칭한다. 장난감 산업과 게임 산업을 한데 아우른다는 측면에서 본다면, 스마트 토이는 분명 매력적인 개념이며 실물과 디지털 사이의 화학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여지도 충분히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게임 플레이어들에게 스마트 토이란, 쉽게 이야기해서 실물로 구매하는 DLC 개념이었다:플레이어는 인터넷 마켓에서 디지털 DLC를 구매하는 대신, 실물 피규어를 구매하고 별도의 장치를 통해서 연동하면 게임이 이를 인식, 콘텐츠를 해금하는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현재 가동중인 스마트 토이 라인업들인 스카이랜더스와 닌텐도의 아미보가 이런식의 상호작용 방식을 지니고 있었다.

필자는 이전에 스마트 토이가 새로운 형태의 산업이 되었을 것이라 보았다. 실제 디즈니 인피니트가 이 시장에 뛰어들 당시만 하더라도 그러한 낙관론을 펼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디즈니 인피니트는 2013년부터 2016년까지 3년간만 라인업을 운영 후, 사업을 철수하였으며 레고 디멘션즈의 경우에는 2015년부터 2017년까지 2년간 운영 후 사업에서 손을 땠다. 가장 충격적인 부분은 디즈니 인피니트의 실패일 것이다:디즈니 인피니트는 시즌 3까지 디즈니와 픽사 애니메이션, 마블, 더 나아가 스타워즈까지 투입된 그야말로 거대한 프로젝트였다. 하지만 스타워즈 게임 부분에서 배틀프론트에 비해서 적은 돈을 벌어들였다(관련 기사)라는 분석이 나오고 3개월이 지난 후 디즈니 인피니트 프로젝트는 순식간에 폐쇄당하게 되었다.(관련기사

디즈니 인피니트의 실패에는 이유는 그들이 거둔 성공이 기대치에 못미친 점이 클 것이다. 여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다. 예를 들어, 수요 공급 예측의 실패와 악성재고의 발생이라던가(첫 런칭 당시에는 공급이 수요를 따라오지 못해서 고생하였더니, 2.0 런칭 후에는 공급이 수요를 압도하는 문제가 발생하였다:예를 들어 헐크의 경우, 200만개의 피규어를 제작하였는데 실제로는 100만개만 팔렸다. 즉 100만개의 '악성재고'가 발생한 것이다), 브랜드 간의 콜라보레이션의 미미했다던가, 혹은 내부적인 이슈들이 게임에 강제되는 등 잦은 악재가 있었던걸로 보여진다(관련기사) 하지만 무엇보다도 그 기저에는 디즈니 경영진도 인정하였듯이, 스마트 토이 시장의 성장세가 한풀 꺾이고, 소프트웨어 제작 이외에 실제 피규어도 제작해야하는 원가 부담이 가장 큰 원인일 것이다.(관련기사)

스마트 토이 시장이 주춤하게 된 것은 실제 스마트 토이 자체가 게임 관점에서 DLC를 번거롭게 물리적으로 구매하는 것 그 이상이 되지 못했다는 점이 클 것이다:디즈니 인피니티는 분명 엄청난 잠재력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게임을 즐기는 방법에서 혁신적이지 못하고 구태의연하였으며, 실물을 팔아야 한다는 리스크를 관리하지 못했기 때문에 실패하였던 걸로 보여진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상 스마토 토이 라인업 중 살아남은 건 아미보 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스카이랜더스는 2016년 이후로 신작이 나오고 있지 않음으로...살아있다고 표현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아미보 라인업은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2016년까지 3900만개의 아미보와 3000만개의 아미보 카드가 출하되었고(위키피디아), 회계년도 2017년 3월에서 2018년 3월까지 결산 시에는 약 1030만개의 아미보와 580만개의 아미보 카드가 출하되었다고 밝혔다.(관련기사) 물론 때에 따라서 아미보 라인업이 어느정도 부침을 겪은 것은 사실이지만, 적어도 다른 경쟁자들과 달리 사업 자체를 접는 것을 고려해야할 정도는 아닌 것으로 보여진다.(2017년 관련기사)

어째서 아미보는 여전히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여러가지 원인이 있을 것이다. 애시당초에 닌텐도 하드웨어(NFC를 인식할 수 있는)에서부터 소프트웨어까지 아미보를 인식하고 게임을 만든 부분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몇몇 경우 아미보라는 스마트 토이의 콘텐츠가 여타 스마트 토이 라인업보다 독특한 방법으로 콘텐츠를 즐기게끔 만들어준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예를 들어 스플래툰 2의 경우, 스플래툰 보이나 걸 아미보를 연동시키면 특전 기어를 주는 것과 함께 플레이어의 복장을 입고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게끔 만들어준다. 야생의 숨결에서 황혼의 공주 아미보를 연동하면, 그림자 늑대가 나와서 아이템을 찾아주거나 하는 등의 소소한 이점을 제공하기도 한다. 

아미보는 단지 콘텐츠를 양적인 방향에서 늘리는 것이 아닌, 질적인 부분들(콘텐츠를 바라보거나 즐길 수 있는 새로운 각도)을 늘려주며, 게임들을 넘어서 서로 대응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물론, 대부분의 아미보 대응 게임들은 양적인 콘텐츠를 늘려주는데 집중한다는 것도 간과할 수 없지만 말이다. 그러나 여타 스마트 토이 라인업이 하나의 게임 = 하나의 스마트 토이 라인업만 1대1로 대응되는데 비해서, 아미보는 1대다 대응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부분도 있다:일례로 플레이어는 하나의 아미보를 파이어 엠블렘 무쌍와 대난투, 심지어는 디아블로 3 스위치 버전에도 쓸 수 있다. 적절한 조형과 가격, 닌텐도 차원에서의 전폭적 지원, 더 나아가 여러 게임에서 범용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아미보는 여타 스마트 토이가 갖지 못하는 매력을 지녔다.

하지만 닌텐도의 아미보 운영의 화룡점정은 대난투다:아미보를 통해서 대응되는 케릭터를 성장시키고, 플레이어의 분신처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인상적인 경험이었다. 여타 아미보 기믹들이 복장을 추가하거나, 게임 콘텐츠에 새롭지만 소소한 추가 요소를 늘려주는 방식이었다면 대난투는 '게임이 피규어를 통해서 물화된다'라는 양방향적인 교류를 보여주었다. 어떻게 본다면, 스마트 토이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최대한으로 보여준 셈이었다.

그런 점에서 스타링크의 등장은 다소간 뜬금없고, 위험해보인다:심지어 디즈니 인피니트가 디즈니 프랜차이즈를 등에 업고도 거꾸러지는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신생 IP가 대담하게 스마트 토이 제품을 들고 시장에 도전한 것이다. 심지어 게임은 컨트롤러 위에 엄청나게 거대하고 무식해 보이는 추가 컨트롤러를 얹기까지 하였다. 누가봐도 무모한 도전이지만, 스타링크에는 나름대로 포인트들이 있다:우선, 게임 자체의 콘텐츠를 양적으로 늘려주는 방향이 아니라 질적(게임 플레이 스타일 같은)으로 늘려주는 방향을 선택했다던가, 노맨즈 스카이의 플레이 콘셉트(행성 탐험, 전투, 행성간 이동 등)를 가진 캐주얼한 오픈월드라는 점 등에서 기본적인 게임으로써의 요소를 갖추려고 했다던가 말이다. 심지어 실물 피규어 없이 DLC로 피규어 콘텐츠를 언락하게끔 한다던가 등의 방법은 스마트 토이 게임들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새로운 시도였다. 또한 장난감에 조립식 모듈형 기믹을 더해준 점도 상당히 독특한 부분이었다.

여기에 스타링크는 스타폭스를 콜라보레이션 하였다. 상당히 충격적인 콜라보레이션이지만, 스타링크는 스타폭스 인원들의 전용대사와 상호작용 대사, 전용 미션 등을 투입하여서 본격적인 콜라보를 구성하였다. 우습게도, 스타폭스의 존재로 인해서 스타링크의 모든 콘텐츠를 온전하게 즐길 수 있는 것은 닌텐도 스위치 버전이 되었으며 '스타폭스 프랜차이즈가 아니지만 모든 스타폭스 팬들이 원하는 그 게임'이 되어버린 측면도 있다. 그러나 스타폭스 콜라보레이션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였다. 신생 스마트 토이 프랜차이즈가 스타폭스라는 기존 거대 프랜차이즈와 높은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주목을 끈 덕분에, 오래된 닌텐도 커뮤니티 측에서는 한번씩 스타링크를 언급하면서 기대감을 증폭시켰기 때문이다.

물론 스타링크에 대한 걱정과 기대는 반반이라 할 수 있다. 우선 스마트 토이를 연동시키는 방법이 겉보기에도 대단히 거추장스러울 뿐만 아니라, 게임 내부의 오픈월드를 즐길 수 있는 콘텐츠 분량이나 스마트 토이를 실제 구매했을 때의 이점들 등이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실제 뚜껑을 열어보기 전까지는 판단을 유보하는 쪽이 현명할 것이다. 그러나 스타링크는 스마트 토이 시장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본격적인 오픈월드 슈터 장르 게임이기 때문에 성패의 귀추에 따라서 침체된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어 줄 수도 있을지 모른다.



스타링크는 10월 16일 발매 예정이며,
한국판은 발매 예정이지만 자세한 일정은 알려지지 않았다.




잡담/개인적인 이야기


부산내려가는 동안 글 초안이랑 이런것 저런것 좀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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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 만화, 영화 이야기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끔찍한 유년기와 전쟁 트라우마로 늘 자살을 꿈꾸는 청부업자 ‘조’. 유력 인사들의 비밀스러운 뒷일을 해결해주며 고통으로 얼룩진 하루하루를 버텨내던 어느 날, 상원 의원의 딸 ‘니나’를 찾아 달라는 의뢰를 받고 소녀를 찾아내지만 납치사건에 연루된 거물들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다. 그렇게 다시 사라진 소녀를 구하기 위해 나서는데… (영화 시놉시스)


린 램지의 영화 모번 켈러는 인상적인 시퀸스를 지니고 있다:집에 돌아온 주인공 모번 켈러는 집에 돌아오자 자살한 남자친구의 시신을 발견한다. 그의 유서와 소설을 확인한 주인공은 일상생활을 하다 불현듯 남자친구의 시신을 욕조에 넣고 톱으로 절단한다. 이때 '나는 당신에게 과하게 집착하고 있어요', 라는 내용의 가사가 나오면서 영화는 관객을 심란함과 혼란속으로 몰아넣는다. 왜 모번 켈러는 남자친구의 시신을 토막내는가. 그리고 이 뜬금없는 기괴한 음악 인용과 장면의 인용은 대체 어떤 의미인가. 이러한 모번 켈러의 도입 시퀸스는 린 램지의 영화 모두를 대표한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여기서 다루고자 하는 너는 여기에 없었다의 미학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단초를 제공한다.


너는 여기에 없었다는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린 램지 감독의 신작이다. 위의 시놉시스에 적힌대로, 큰 이야기는 한때 유행하였던 테이큰이나 아저씨와 같은 액션 장르 영화 공식을 따르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너는 여기에 없었다의 실제 구성은 장르 영화적이지도 않고, 심지어는 영화에는 기승전결을 구성하는 최소한의 요건만을 남겨둔 채로 서사를 구성한다. 90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 동안 영화는 크게 일곱 가지의 사건(조의 등장 - 상원의원의 의뢰 - 니나와의 만남과 구출 - 니나의 납치 - 주변 인물들의 죽음 - 주지사의 추격 - 니나의 재구출과 엔딩)으로 전개된다. 그리고 이 일곱가지의 사건들은 서사로써 밀접하게 이어져서 이야기를 구성하기 보다는 주인공인 조의 환영과 심리상태를 묘사하기 위한 일종의 방아쇠 역할을 한다. 또한 이는 린 램지가 모번 켈러 첫 시퀸스에서 보여주었던 장면과 상황을 구성하는 미학과 밀접하게 맞물린다.


너는 여기에 없었다를 구성하는 미학의 핵심은 영화적이다:산업화된 매체인 영화는 음악과 영상, 배우의 연기가 재조립을 통해서 구성된다. 벤야민이 예로 들었듯이, 몸싸움을 벌이다가 창문을 통해 도망가는 액션 시퀸스의 장면이 몸싸움-창문으로 뛰어내림이라는 시간적 순서에 따라서 촬영을 진행하는 것이 아닌 먼저 창문으로 뛰어내리는 장면을 촬영한 후, 몸싸움 장면을 촬영한 후 이를 편집작업을 통해서 마치 '하나의 장면'처럼 연결시키는 작업을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영화라는 매체의 특징이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속에서 이미지와 장면들은 꼭 같은 시공간에 얽메여있을 필요가 없다:때로는 편집 작업과 쇼트, 앵글 등을 통해 서사의 흐름이나 논리적 흐름을 뛰어넘어서 창작자의 맥락과 의도에 따라서 자유롭게 재조합될 수 있다. 그렇기에 영화 속에서 시공간은 서사라는 하나의 방향성을 따라가는 것이 아닌, 컷의 편집과 삽입, 쇼트의 분절 등을 통해서 새로운 시공간으로 변화한다. 


다시 모번 켈러의 장면으로 돌아와보자:어째서 주인공은 영화의 중반 뜬금없이 자살한 남자 친구의 시체를 욕조에서 토막내었을까. 이 장면은 서사라는 일방향적인 시공간의 흐름에서 접근한다면 불가해한 장면이다. 하지만 이 장면은 꼭 그래야한다는 당위성은 없지만, 동시에 모번 켈러라는 개인이 서사를 넘어서(남자친구의 죽음이라는 사건을 넘어서) 영화의 장면을 지배하는 강렬한 기괴함을 선사한다. 즉, 이 장면은 서사라는 흐름에서 벗어나면서 사건에 대한 개인의 인상/사건을 대하는 인물의 태도를 강력하게 드러낸다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장면에서 인물은 서사를 넘어서 영화 작품 전체를 지배하는 강렬한 무언가가 된다.  


너는 여기에 없었다 역시도 동일한 미학이 적용된다. 이는 조의 어머니가 킬러들의 손에 죽은 뒤, 자신 나름대로 장례를 지내러 호수로 떠나 자살을 시도하는 조의 모습을 통해서 살펴볼 수 있다:일반적인 서사 구조였다면, 이러한 장례의 과정 자체가 극의 긴장감을 떨어뜨리는 요소라 할 수 있을 것이었다. 하지만 영화는 서사라는 시공간의 흐름을 거부하고 개인의 이야기로 침잠하는 구조를 보여줌으로써, 이미지가 작품을 지배하는 구조를 구축한다. 즉, 이 작품에서 서사는 개인의 심리와 행동을 전개하기 위한 최소 당위에 불과하다. 모번 켈러가 그러했고, 이 작품이 그러했듯이 가장 중요하게 눈여겨 봐야할 점은 바로 조라는 인물의 심리 상태가 전체 영화의 미학을 어떻게 구성하는가이다.


너는 여기에 없었다는 폭력의 피해자들에 대한 영화다. 조는 영화 내내 어린 나이에 아버지로부터 학대받았은 기억과 군인으로 복무했을 때의 경험들의 플래시백(컨테이너에 쌓인 시체들, 초코바 하나 떄문에 총맞고 죽은 어린아이가 일으키는 다리의 사후경직)으로 고통받는다. 그리고 영화는 이러한 플래시백을 환청과 환몽의 형태로 재구성한다. 그리고 환몽과 환청은 자기파괴의 이미지, 특히 질식의 이미지와 밀접하게 맞닿아있다:영화의 첫 시퀸스에서 조는 의뢰를 해결한 후, 침대에 누워서 비닐봉지를 뒤집어쓰고 자신을 스스로 질식시킨다. 질식 특유의 내부에서부터 타들어가는 고통은 어떻게 본다면 그가 겪고 있는 트라우마의 성질을 드러내는 부분이자, 동시에 '숨을 쉬고 싶다'라는 원초적인 욕망을 드러낸다. 그리고 환청과 환몽은 조가 숨을 쉬지 못하게끔 만드는 '물'과 같은 존재다:그는 스스로의 머릿속의 이미지속에 갇혀있는 존재이며, 끊임없이 자기를 파괴하고자 하는 충동에 질식당한다. 


하지만 조라는 인물을 피해자가 가해자가 된다는 단순한 역할의 클리셰로 이어지진 않는다. 우선 너는 여기에 없었다는 폭력 영화의 테마를 취하면서도,장르 영화의 문법을 전혀 따르지 않는다:예를 들어, 조가 처음으로 니나를 매춘굴에서 구해내는 시퀸스를 보자. 이 시퀸스에서 린 램지는 CCTV의 화면들로 쇼트들로 구성하였고, 조가 경비원과 아동성애자를 죽이는 폭력의 과정을 삭제한 채 오로지 결과(쓰려져있는 사람들)만을 무미건조하게 담아내며, 카메라 역시 조를 따라가는 것이 아닌 조를 무미건조하게 관찰하듯이 쇼트에서 쇼트로 이동하는(cctv에서 cctv로) 이어내어 마치 시공간 자체가 끊기고 날아가는 듯한 인상을 준다. 이런식으로 영화에서 폭력은 때로는 과정 없이 결과만(집에서 어머니를 살해한 두명의 암살자를 총으로 제압하는 과정이라던가), 혹은 그 결과조차도 삭제되어있는 경우(예를 들어 약속시간에 늦은 조력자를 조가 구타하는 장면)들이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영화에서의 폭력이라는 테마가 중요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오히려 영화에서 집중하는 것은 폭력의 원인과 과정이 아닌 '결과와 여진'이다.





조는 자신의 폭력의 주인이 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호텔방에서 부패경찰을 목졸라 죽일 장면에서도 그의 살인은 천장에 달린 거울에 비춰진 이미지 형태로 묘사되며, 마지막 클라이맥스에서 별장의 인물들을 하나씩 제압할 때조차 폭력의 과정 묘사없이 분절된 컷들이 연결되고 반복되며 어지러이 흩어진다. 오히려 흥미로운 점은 폭력이 끝나고 난 뒤에 조가 취하는 태도일 것이다:예를 들어, 자신의 집에 침입한 암살자 중 한명에게 치명상을 입힌 조는 암살자에게 약을 먹이고 옆에 누워서 함께 노래를 흥얼거린다. 이 기괴한 장면에서 조는 이상하게도 암살자가 어머니를 죽였다는 사실보다도 폭력의 피해자로 죽어가는 암살자에게 감정을 이입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 기괴한 장면이 뜬금없다던가 어색하게 느껴지는 것이 아닌, 영화 전체의 미학에 맞물려 들어간다는 점은 인상적이다.


그렇다면 이미지화 되거나(CCTV나 거울상) 쇼트에서 잘려나간(클라이맥스에서 저택의 경호원들을 제거하는 시퀸스) 조의 폭력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것은 그의 직업과 깊은 연관을 갖는다:그는 소아성애자들로부터 피해자들을 구하는 청부업자다. 그의 행위는 피해자를 구하는 동시에 자기 자신을 스스로 구하려는(어린 시절 무력하게 당했었던) 행위인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구원을 위해 휘두르는 폭력이 이미지화 되었다는 점은 그가 경험하는 환몽과 환청의 연장선상에서 보아야할 것이다. 즉, 그가 휘두르는 폭력은 그를 구원하는 것(피해자를 구하는 것)이 아닌 그의 환청과 환몽과 같이 그를 질식시키는 요인이 된다. 역설적이게도 그가 구원을 향해서 더 노력하면 노력할수록 그는 더 끔찍한 악순환의 고리로 빠져들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불현듯 폭력을 멈추고 자신이 죽인 피해자 옆에서 누워서 함께 노래를 부르고 손을 잡는 것은 어떻게 보면 조라는 인물의 동인(피해자를 구하고자 하는 것)을 설명하는 핵심적인 장면이다.


조가 니나를 구하려 하는 것 역시 자신의 트라우마로부터 스스로를 해방하고 구원을 추구하는 행위라 할 수 있다. 그리고 흥미로운 점은 그의 환청과 환시에서 뚜렷하게 얼굴을 가진 인물로 등장하는 사람들(어린 시절 조, 어머니, 그리고 니나)은 모두 폭력의 피해자라는 것이다. 하지만 영화의 마지막에 그는 피해자인 니나를 구하는데 실패한다:니나는 이미 모든 일의 원흉인 주지사의 목을 면도날로 그어 죽였으며, 그녀 역시도 조와 같이 폭력이 남긴 트라우마에 갇혀버린 피해자가 되었다. 흥미로운 점은 조가 니나에게 괜찮다고 이야기한 것이 아닌, 니나가 조에게 괜찮다고 이야기를 한 점이다:그녀 역시도 조가 어째서 그렇게 필사적으로 자신을 따라왔는지 알고 있었다. 이 장면에서 폭력의 피해자로써 그들은 기묘한 유대감을 갖는다.


하지만 정작 주지사를 죽이고 폭력으로부터 해방되었음에도 그들이 가야할 목표는 없었으며, 니나는 조와 같은 인물(트라우마와 폭력의 순환)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그들의 고통에 무관심한 세계는 폭력의 피해자들을 없는 존재인냥 취급하며 행복하게 흘러갈 뿐이었다. 너는 여기에 없었다라는 제목의 선언은 폭력의 피해자들이 폭력의 경험에 갇혀서 살아갈 뿐이다. 그리고 조는 니나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식당에서 권총으로 자살하는 환상을 보게 된다:불현듯 터져나오는 총성과 흘러나오는 뇌수에도 불구하고 모든 것은 행복하고 밝을 뿐이다. 이 순간 폭력의 피해자들은 스스로를 트라우마로부터 구해내는데 실패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니나가 자리로 돌아오고, 조에게 말을 건다:밖은 아름다우니, 어디론가 떠나자고. 그 순간 그들은 이 세상에서 사라져버린다. 카메라에서 순식간에 사라짐으로써 피해자들은 그들 자신을 드디어 질식할 것 같은 세계와 트라우마의 이미지로부터 자유로워진다.


너는 여기에 없었다는 폭력이라는 테마를 피해자의 관점에 맞추어 훌륭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여기에는 어떤 장르적 클리셰(폭력에 물든 순정 마초 같은)도 없고, 미화도 없다. 하지만 세부적인 디테일들과 쇼트의 구성, 개인화된 이미지들을 배치해둠으로써 영화는 피해자의 경험을 개인적이고 내밀한 것으로 만들되 동시에 관객 모두에게까지 전달하게끔 만든다. 너는 여기에 없었다는 영화 매체의 경험을 잘 다뤄낸 작품이며, 영화관에서 볼 기회가 있다면 꼭 보기를 추천한다.




덧. 번역이 매우 훌륭하다. 모번 켈러도 그러하고, 린 램지의 영화에서는 흘러나오는 노래의 가사가 

장면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는데, 번역가는 그런 부분들을 캐치해서 자막을 구성하였다. 


덧2. 흥미롭게도 폭력의 가해자이자 원흉의 이미지를 상당히 추상적이지만 분명하게 구성하기도 하였다.

니나를 납치할 때 보여지는 부패 경찰의 뱃지, 암살자의 성조기 버튼, 그리고 노래 가사나 인형의 집을 건드리는 손의 존재까지.




잡담/개인적인 이야기



쉐오툼 리뷰 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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