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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


*어드벤스드 건전 앤 드레건 업데이트가 적용된 버전으로 쓰여진 리뷰입니다.


*뉴클리어 쓰론 리뷰(http://leviathan.tistory.com/2043)를 참조해주시길 바랍니다.


망하는 로그라이크 게임들은 모두 엇비슷하지만, 흥하는 로그라이크 게임들은 제각기 이유가 있다:뉴클리어 쓰론은 과격한 총격전의 경험을, 아이작의 번제는 독특한 스토리 텔링과 설정을, 신테틱은 전술적인 총격전의 경험(총을 정확하게 쏘고, 리로드 하고, 걸린 탄을 빼내는)을 선사하였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 즉, 로그라이크 류의 게임에 있어서 핵심은 무한이 재생산되는 컨텐츠가 아니라 그 컨텐츠를 넘어설 수 있는 고유의 메카니즘과 개성이다. 기본적으로 로그라이크는 확률과 성긴 법칙에 근거한, 인디 개발사들의 얕은 속임수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정교한 생성 규칙을 따른다 할지라도, 클리어 불가능하거나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합이 생겨날 수 밖에 없으며, 공을 들여 설계한 스테이지와 게임 학습 곡선을 따라갈 수 없다. 다만, 게임의 분량과 무한한 리플레이를 가능하게 만들기 때문에 규칙에 근거한 무작위 생성이라는 로그라이크의 공식을 많은 개발사가 게임에 차용한다. 그리고 이러한 속임수를 덮기 위해서는 게임이 궁극적으로 추구해야하는 방향성이란 것이 있어야 로그라이크 게임은 성공할 수 있다.


엔터 더 건전은 2016년에 발매된 트윈 스틱 로그라이크 슈터 게임이다. 플레이어는 총굴을 탐험하는 탐험가로써 총굴에서 자신의 과거를 되돌릴 수 있는 막강한 무기를 찾아야한다. 로그라이크 슈터 답게 엔터 더 건전에서 모든 스테이지들은 매번 진행될 때마다 새로운 형태로 변화하며, 트레일러에서도 밀어주듯이 엄청나게 다양하고 개성넘치는 무기들을 총굴에서 찾을 수 있다. 트윈 스틱 슈터 게임 답게, 엔터 더 건전 자체는 기본적 이상의 재미를 보장하며, 다양한 총을 찾는 재미도 출중한 편이다. 그러나 엔터 더 건전은 경쟁자들이라 할 수 있는 게임들과 비교해본다면 어딘가 부족한 게임이다. 물론 16,000원 정도 가격에 간간이 꺼내서 즐길만한 재미 정도는 보장하지만, 그 이상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엔터 더 건전의 기본 뼈대는 트윈스틱 슈터다:트윈 스틱 슈터란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점의 아케이드 장르 게임을 기반으로 이동과 조준을 별도 스틱(컴퓨터의 경우에는 키보드와 마우스)으로 나누어놓은 게임 장르를 통칭한다. 과거 크림슨랜드나 에일리언 슈터 류의 게임에서부터 최근에는 신테틱 같은 게임까지, 이런 트윈 스틱 슈터 게임은 트리플 A 게임으로 내기에는 조금 부족하지만(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시점의 고정 때문에 영화적 연출이나 이런 부분은 어려운 부분이 있다), 고전적인 아케이드 게임의 경험을 살린다는 측면에서 인디 게임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장르다. 엔터 더 건전 역시도 좌 스틱은 이동, 우 스틱은 조준이라는 전형적인 트윈 슈터 장르의 공식을 따르고 있다. 다만 게임은 여기에 테이블 뒤엎기로 임시 엄폐물을 만들거나, 굴러서 피하는 회피와 화면상의 탄막을 지우는 공포탄 개념을 추가하였다.


구르기 회피와 테이블 엄폐를 게임에 적용한 것은 엔터 더 건전의 총격전 메카니즘 때문이다:엔터 더 건전에서 적들은 느리지만 많은 탄환을 깔아두는 방식으로 플레이어를 공격한다. 뉴클리어 쓰론이나 신테틱 같은 게임에서는 총알이 빠르고 날카롭게 날아오는 전투 감각과 비교한다면, 일본 아케이드 게임에서 찾아볼 수 있는 비행기 슈팅류에 가깝다. 그렇기 때문에 난이도를 조절하기 위해서 무적 회피와 테이블을 엎는 엄폐물 개념, 총알을 지우는 공포탄 개념을 넣어둔 것이다. 도돈파치 같이 엄청나게 어려운 패턴이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로그라이크 답게 파훼불가능한 조합이 나오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이러한 메카니즘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엔터 더 건전의 가장 큰 매력은 정말로 많은 수의 총이 나온다는 점이다:각각의 총들은 다양한 대중문화에서 레퍼런스를 끌어오고 있으며, 각각의 총들은 단순히 파라메터만 다른 것이 아닌 다양한 발사형태와 개성을 갖고 있다. 또한 총과 아이템의 조합에 따라서 독특한 버프를 부여하는 경우들도 있는데, 이것들 역시 깨알같이 서브컬처에 대한 밈을 인용하고 있다. 개성 넘치는 총을 쏘고 다양한 아이템을 모아서 총굴을 돌파하는 재미는 여타 트윈 스틱 로그라이크 슈터에서 찾아보기 힘든 엔터 더 건전만의 독특한 매력이다. 


하지만 문제는 엔터 더 건전은 확률이라는 운 요소에 엄청나게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고, 이 운의 영향을 받는 정도가 여타 로그라이크 류 게임보다 더 높다는 것이다. 로그라이크는 무작위로 게임을 구성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클리어하기 쉬운 구조와 어려운 구조가 천차만별로 달라지는 문제가 있다. 하지만 성공한 많은 로그라이크 게임들은 이러한 운의 요소들을 뛰어넘어서 게임을 통제할 수 있는 요소를 두거나, 한판 한판 돌아갈 때 시간을 적게 잡거나, 재도전을 유도하게 만드는 등 보완하는 안전장치들을 마련하였다. 예를 들어 뉴클리어 쓰론과 같은 경우, 한 판 한 판의 인상이 짧고 강렬하기 때문에 계속에서 게임에 도전하게 만드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신테틱은 난이도를 구성하는 옵션을 플레이어가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어서, 운의 영향을 줄이고 게임을 즐길 수 있게끔 만들었다. 이와같이 확률을 최대한 통제하거나 이를 이겨내고 계속하게끔 만드는 것이 로그라이크 게임이 성공하는데 있어서 핵심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엔터 더 건전의 경우에는 이러한 안전장치들이 상당히 부족하다. 게임 자체가 탄막 형태로 플레이어를 압박하는 형태고, 이러한 상황에서 플레이어가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크게 두가지 밖에 없다:총알을 모두 피하거나, 아니면 압도적인 화력으로 탄막이 깔리기 전 최대한 빨리 방과 보스를 클리어하거나. 전자의 경우는 게임에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상당히 어려운 부분이기에 일반적인 게임 공략은 후자에 가깝다고 생각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엔터 더 건전에서 총은 상당히 얻기 어려운 도구다:대부분 총은 가끔씩 맵에서 찾아볼 수 있는 상자에 들어있는데, 이 상자를 열기 위해서는 열쇠라는 제한된 재화를 이용해서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 문제는 상자에서 총만 나오는게 아니라는 것이다. 게임에 영향을 주는 아이템도 상자에서 나오기 때문에 게임은 더더욱 어려워지는 부분들이 있다. 또한 총을 얻었다 손 치더라도 총에 따라서 탄약 보유량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탄약관리에 애로사항이 생기는 경우도 많다.


물론 모든 케릭터들은 기본적으로 무한 탄약의 총을 하나씩 갖고 있기 때문에, '총알/총이 없어서 클리어 불가능한'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러나 총과 상자, 열쇠를 모두 구하기 힘든 엔터 더 건전에서 게임은 묘하게 구질구질하게 흘러가는 경향성이 있다:플레이어는 총을 구하기 위해서 상자를 찾아 돌아다니고, 열쇠를 살수 있는지 상점을 왔다갔다 하며 한번 더 확인하고, 그래도 뭔가 아쉬워서 맵을 돌아다니면서 한번 더 점검하는 등 자발적 백트래킹이 종종 일어난다.


이는 뉴클리어 쓰론 같은 게임과 비교해보았을 때, 매우 극명하게 드러난다:뉴클리어 쓰론의 경우, 탄약이나 총을 구하는 것이 어려운 게임은 아니기에 빨리 총을 줍고 적들을 제압하게끔 게임이 설계되어 있다. 신테틱의 경우도 꼭 좋은 총을 구하지 않더라도 패시브와 플래시뱅을 잘 사용하면 게임 플레이를 무난하게 풀어나갈 수 있고 게임 내 퀘스트나 부품을 사용해서 안좋은 총도 쓸만한 총으로 업그레이드 해나갈 수 있다. 하지만 엔터 더 건전의 경우, 들고 있는 총에 따라서 게임의 벨런스가 천차만별로 느껴진다. 게임 자체가 다양한 총이 등장하는데 게임 디자인의 초점을 맞추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등장하는 총도 많은편이고, 강력한 총에서부터 쏘는 재미만 있지 실제 게임을 클리어하는데 도움이 안되는 함정 같은 총도 많이 등장한다. 이 덕분에 총과 아이템이 나오는 것에 따라서 게임 플레이가 상당히 답답하게 흘러가는 경우가 상당수 발생한다. 


엔터 더 건전을 플레이하는 사람들이 '이 게임은 실력을 너무 많이 탄다'라고 평한 것도 바로 이런 쓸만한 총과 아이템 조합이 잘 나오지 않아 기본 총으로 어떻게든 총알을 다 피해가면서 꾸역꾸역 클리어해야하는 상황 덕분이라 할 수 있다. 심지어 이것이 좀 완화되었다 할 수 있는 어드벤스드 건전 앤 드레건 업데이트조차도 이러한 고질적인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총의 등장에 따라서 게임 난이도가 천차만별로 변화한다는 점을 반증하는 부분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게임 개발자들이 의도한 것은 '다양한 총을 쏘면서 클리어하게끔 만드는 게임'이었다면 실제 엔터 더 건전은 '총이 잘 안나와서 기본총이나 성능 안좋은 총으로 구질구질하게 버티면서 싸우는 게임'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이러니하게도 엔터 더 건전은 다양한 총기 종류가 독이 된 게임이라 할 수 있다. 차라리 총과 아이템 풀에 덜 의존하는 매카니즘을 만들었다면, 게임은 지금보다 훨씬 나았을 것이다. 대신 엔터 더 건전은 이 부분에 하드코어한 탄막 패턴 암기류의 게임을 인용하고, 무적 회피와 테이블 뒤엎기, 공포탄 등을 사용해서 탄막을 지우는 쪽으로 게임 방향을 결정하였다. 이 덕분에 게임은 어떻게든 꾸역꾸역 진행될 수 있었지만, 게임이 '(탄막 회피와 암기)실력에 의존하는 게임'이라는 인상을 사람들에게 심어주었다. 엄밀하게 이야기하자면, 이 부분은 로그라이크 특유의 확률의존성을 넘어설 수 있는 게임 디자인을 엔터 더 건전이 만들지 못하였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다. 


물론 엔터 더 건전은 16,000원 ~ 20,000원 정도면 충분히 살만한 가치가 있는 게임이긴 하다:총을 쏘는 재미나 탄막을 회피하는 재미 자체는 기본적인 재미는 제공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뉴클리어 쓰론이나 신테틱 같은 게임에 비교하여 본다면, 엔터 더 건전은 정말로 많이 부족한 게임이다. 대체품이 있다면, 굳이 선택하지 않아도 되는 작품이라 할 수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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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



*생각난대로 짧게 적은 메모입니다. 죄송합니다.


PUBG는 배틀로얄 장르를 정의내렸고, 이는 아무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수십명이 떨어져서 단 한명만 살아남는다는 배틀로얄 장르의 공식은 컨셉 자체의 단순함과 파밍 및 서바이벌이 결합된 독특하고 깊이있는 게임 흐름은 데스매치 류 일변도였던 슈터 멀티플레이의 흐름을 바꿀 정도로 센세이셔널한 것이었다. 하지만 PUBG의 초창기 성공과 장르 개척자라는 명성에도 불구하고, 포트나이트라는 강력한 라이벌에게 많은 부분 포션을 빼앗긴 상황이다. 물론 PUBG 자체가 망했다고 이야기하기에는 아직은 시기상조일 것이다. 하지만 초창기 스팀 동접자수 신기록이나 가장 성공한 얼리억세스라는 칭호에 비해서 그 위세가 많이 후퇴한 것도 사실이다. 


PUBG의 성공은 다른 게임들에 비해서 아이디어로 빠르게 승부하였기 때문이라는 점이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빠르게 승부를 본 지점이 게임에게 있어서 큰 패착을 안겨주었다. PUBG가 근 1년 동안 겪었던 핵심 문제는 최적화와 핵을 잡는 것이었다. 사실, 대부분의 게임에 있어서 기초적인 문제를 바로잡는데만 엄청난 시간을 소요한 것이다. 이렇게 버려진 시간들이 포트나이트라는 추격자가 따라붙을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게 되었다. PUBG의 포텐셜을 훌륭하게 구현하고 있는 것은 추격자인 포트나이트라 할 수 있다:지속적인 컨텐츠 제공과 맵 변경 등을 통해서 플레이어가 질리지 않게끔 게임을 구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러한 추격받는 과정에서 PUBG는 상당수 치명적인 실수를 하였다:우선 포트나이트에 대한 흑색선전(표절 문제와 법정 공방)을 시도하였다는 점이고, 그 다음은 업데이트의 방향성을 잘못 잡았다는 것이다. 포트나이트가 하나의 전장에 여러 자잘한 바리에이션을 두고 다양한 게임 내 이벤트와 맞물면서 게임을 살아있는 것으로 만들었다면, PUBG는 게임을 절대적인 양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업데이트 방향성을 잡고 상당히 느리게 게임을 확장하였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업데이트되는 간격에 대비해서 PUBG의 컨텐츠 확장 속도는 매우 더딘것처럼 보여졌다. 또한 얼리억세스와 패키지 판매라는 게임 판매 방식에서 스킨과 같은 부분유료화 요소를 도입하는데 있어서도 말바꾸기와 껄끄러운 접목 등 좌충우돌하는 모습도 보여주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보여준 것은 단순히 훌륭한 게임이라 해서, 그것을 뒷받침하는 기술이나 운영의 노하우가 없다면 게임의 장기적 성공을 보장할 수 없는 시대가 도래했다는 점이다. 이는 게임이 더이상 상품이 아닌 서비스의 속성을 강하게 띄기 시작했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이다. 분명, PUBG는 업데이트와 베리에이션. 벨런만 분명하게 잡았으면 더 롱런하고 저변을 확장할 수 있는 게임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더 강력한 후발주자들이 PUBG를 추적하고 있고, PUBG는 많은 부분 스타트 이점을 잃고 이들과 정면 격돌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이는 분명 PUBG에게 있어서는 엄청난 악재라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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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개인적인 이야기



너무 덥고 바빠...살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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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


*작년 E3 이야기에 대해서는 http://leviathan.tistory.com/2258 를 참조해주세요.


2018년의 E3는 총체적 난국이었다. EA의 C&C 부관참시로 시작해서 하멜른의 퉁소부는 사나이에, 대난투 25분 방송으로 마무리 지었던 E3는 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저버렸던 쇼였다. 물론, 건질만한 것들도 있었다:프롬 소프트의 신작인 척랑이 처음 공개되었고, 데빌 메이 크라이 V나 바이오하자드 2의 리메이크 역시 발매 일정과 함께 공개되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8년 E3에는 결정적인 무언가가 빠져있었다. 2017년이 VR과 4K에 대한 이야기가 오고 갔을 때, 그것이 설령 실패하였어도 하나의 '테마'를 구성하였다면 이번 E3에서는 그러한 테마의 부재가 가장 치명적이었다.


어째서 2018년 E3에서는 눈에 띄는 테마가 부재하였을까. PS4와 엑스박스 원으로 대표되는 콘솔이 런칭한지 4년이 되어가는 시점에서 전통적인 콘솔 라이프 사이클에 따라 게임 개발자들과 업계는 다음 콘솔을 준비할 수 밖다. 실제 금번 E3에서 마이크로소프트 측은 새로운 콘솔을 개발하고 있다는 사실을 공개하였으며, E3 전후로 새로운 콘솔에 대한 다양한 루머가 오고가는 중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무언가 기술적으로 새로운 테마를 이야기하기에는 어려웠을 것이다. 또한 VR은 아직까지 시기상조이며, 4K의 경우 영상매체 등의 인프라가 함께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들을 다시 한번 E3를 대표하는 정체성으로 꺼내는 것도 무리가 있었을 것이다. 즉, 거대한 흐름을 이야기하기에 2018년은 무언가 어중간한 시점이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뒤집어서도 생각해볼 수 있다:과연 2017년을 장식한 4K와 VR이 게임의 트렌드를 보여주는 거대한 흐름이었을까.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스마트폰 게임 등으로 대표되는 부분유료화 게임은 점점 늘어나고, 이들이 벌어들이는 매출 역시 엄청나게 늘어나고 있다. 그리고 게임에 들어가는 자본이 줄어드는 대신, 루트박스 등의 확률에 기반한 수익모델로 화수분 같은 수익 창출이 가능해진 시점에서 대규모 자본과 기술이 들어가는 트리플 A 게임의 존재는 점점 위험에 처하고 있다. 일례로 금년 5월에 발매된 갓 오브 워 신작을 보자:산타모니카는 금번 갓 오브 워가 실패했으면 스튜디오가 문을 닫았을지도 몰랐다고 고백한 적이 있었다. 소니 같이 퍼스트 파티에 강력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산타모니카 같이 양질의 트리플 A 게임을 만들어 온 베테랑 제작사조차 트리플 A 게임의 개발과 이윤 창출 구조는 리스크가 큰 행위가 되어간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E3를 통해서 '겉으로' 보이는 마케팅적인 트렌드는 오히려 게임 시장 전체를 대변하기 힘들어지고 있다. E3가 연말 대목을 전략적으로 노릴 수 있는 좋은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유명 프랜차이즈가 여기에 참석하지 않는다는 것은 많은 점을 시사한다. 대형 제작사들이나 큰 프랜차이즈들은 기술적인 퍼포먼스과 스펙타클을 보여주기 보다는 자체 컨퍼런스나 유튜브 체널, 체험회 등을 통해서 자기 자신에게 맞는 마케팅 전략을 취하기 시작하였다. 이런 점에서 올해 E3의 가장 충격적인 사실은 매년 컨퍼런스의 노잼 단골 이벤트를 차지하였던 콜 오브 듀티 신작이 컨퍼런스는 커녕 E3에 전혀 참석하지 않았다는 사실일 것이다:블랙옵스 4는 배틀로얄 모드인 블랙아웃이라는 전례없은 실험을 프랜차이즈에서 감행하고 있고, 발매일을 한달 앞당겨서 10월을 목표로 하고 있는 상황이다. 즉, 블랙옵스 4는 프랜차이즈 사상 유례없는 실험을 하면서 발매까지 약 3~4개월 남짓 밖에 안남은 빠듯한 일정 속에서 가장 큰 마케팅 기회인 E3를 포기하는 무리수를 감행한 것이다. 레드 데드 리뎀션 2의 불참과 함께, 이 사건은 이번 E3에서 눈여겨 봐야할 중요한 사건이었다. 그것은 더이상 E3는 필수 참석이 아닌 '선택지'가 되었다는 사실을 암시한 것이었다.


물론 이러한 이변(레드 데드 리뎀션 2과 블랙옵스 4의 불참) 속에서도 E3가 완전히 그 의의를 잃을 일은 없을 거라 본다:게임을 만드는데 있어서 중요한 제반 환경인 인프라(콘솔이나 PC 등)나 기술은 무시될 수 없는 근간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기술을 선도하는 E3가 완전히 그 의의를 잃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게임에 있어서 기술이 게임 전체를 대표하는 마케팅의 핵심이자 게임의 본질을 차지하는 시대는 이제 저물어 갈 것이다. 이미 이는 E3 2018 소니 컨퍼런스에서 명확하게 드러났다:데스 스트렌딩이나 스파이더맨, 라오어 파트 2 같은 굵직한 작품을 드러내며, 퍼스트 파티와 기술력의 PS 진영을 과시하였던 소니 컨퍼런스는 역설적으로 '작년에 했던 것'을 또다시 반복하면서 트리플 A 게임의 근본적인 문제인 '개발에 있어서 긴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는 것을 온몸으로 증명하였기 때문이다. 시간이 길어질수록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고, 개발 리스크도 무지막지해질 것이다. 이제 트리플 A 게임과 독점작으로 대표되는 게임 시장의 구도는 임계점을 맞이하고 있다.


결국은 변화는 E3 바깥에서 도래할 것이다. 닌텐도 스위치의 등장이나 모바일 게이밍, E 스포츠, 클라우드 콘솔 등의 다양한 주제들이 E3의 바깥에서 이야기되고 있다. 그렇기에 2018년은 흥미롭지만 조용한 한 해라 할 수 있다. 대중이 인지하지 못하는 물 밑에서 정말로 많은 일들이 일어났었고, 그것이 폭풍 전야의 고요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분명, 이후에 도래하는 콘솔과 게이밍 환경은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여지껏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형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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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꼭 글을 두개 쓰고 말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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