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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



요괴 워치를 아는가? 레벨 파이브가 만든 요괴 워치는 애니메이션과 장난감, 게임 등으로 한때 일본, 한국 등의 동아시아권을 강타하면서 닌텐도의 포켓몬과 비교될 정도로 몸집과 세를 불려나갔다. 하지만 지금은 어떠한가. 이 프렌차이즈들이 지금 어떤 게임이 나오고, 어떤 애니메이션이 나왔는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얼마나 주 타겟 소비층에게 어필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가. 한 때 포켓몬에 비유되던 요괴 워치는 급작스럽게 모습을 감추고 쪼그라들었다. 그리고 레벨 파이브가 만든 미디어 믹스 프랜차이즈 대부분은 센세이셔널한 성공과 함께 극단적으로 사드라드는 패턴을 보여주고 있다. 이렇게 성공을 거두는 동시에 쉽게 잊혀지는 패턴을 주기적으로 보여주는 프랜차이즈는 찾기 힘들고, 그것이 모두 한 회사 소속의 프랜차이즈라는 사례는 더더욱 찾기 힘들 것이다. 이런 점에서 레벨 파이브는 전세계적으로 동일 사례를 찾아보기 힘든 희안한 회사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러한 패턴이 레벨 파이브가 게임을 못만든다는 사실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98년에 세워진 레벨 파이브는 근 20년 동안 드래곤 퀘스트 8, 다크 클라우드 시리즈 등을 통해서 이름을 남겼고, 최근에는 요괴워치나 이나즈마 일레븐 등으로 더 유명한 게임 회사다. 과거 외주작들에서 공통점을 찾기 힘들지만, 최근 레벨 파이브 게임에는 '이것이 레벨 파이브 게임이다'라고 할 수 있는 특징들이 있다. 우선, 레벨 파이브 게임들은 기본적으로 단순하다. 요괴 워치의 경우, 전투는 자동 전투에 케릭터의 배열을 바꾸는 것이 핵심인 게임이었고, 스낵 월드의 경우 복잡한 조작없이 방향키와 2버튼 공격/1버튼 회피 만으로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었다. 레벨 파이브는 이러한 단순함의 모티브를 과거 게임 장르 문법에 두고 있다:일찍이 히노 에이지는 판타지 라이프가 나오게 된 계기를 울티마 온라인 식의 생활감 있는 게임에 기반하였다고 이야기하기도 했으며, 요괴 워치의 경우는 포켓몬스터 등을 통해서 검증된 게임 플레이 구조를 들고 왔다.


이러한 단순한 구조에 레벨 파이브는 몇가지 특별한 조미료를 첨가한다. 레벨 파이브 게임들의 대부분은 단순한 골격 위에 게임의 컨셉에 맞는 다양한 할거리를 집어넣는 형태를 보여준다. 가령 요괴워치의 경우, 전투 이외에도 낚시나 숨바꼭질의 문법을 차용한 컨텐츠, 뽑기 등의 다양한 요소들을 탑재했다. 혹자는 어린이 용 GTA에 비유할 정도로 요괴워치의 할 거리는 다양한 편인데, 이러한 컨텐츠들을 현실 시간에 맞게 배치를 하여 반복 도전을 하되 컨텐츠 소모가 빨리 일어나지 않게 만드는 완급 조절을 보여준다. 스낵월드의 경우는 몬헌식의 4인 코옵 플레이에 재료를 모아 브랜드 장비를 만드는 크래프팅 요소를 적극 차용하여, 자신만의 옷과 장비를 맞춘다는 독특한 느낌을 제공한다. 이런 부분 덕분에 레벨 파이브 게임들은 검증된 구조와 질리지 않게끔 오래할 수 있는 컨텐츠를 제공한다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특징들은 코어 게이머 뿐만 아니라 다양한 플레이어 층을 소화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흥행이 잘되는 원인을 설명한다.


하지만 이러한 강점에도 불구하고, 레벨 파이브는 프랜차이즈를 확장하고 관리하는 부분에서 치명적인 오판을 일삼는다. 우선은 기본 업데이트 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컨텐츠의 추가를 새로운 패키지로 내는 고질적인 악습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한때 이 분야에서 악명 높았던 몬헌이 확장팩이라 할 수 있는 G급을 최소 1년 정도 냈지만, 요괴워치의 경우 1년은 커녕 3~6개월 만에 완전판을 파는 모습까지 보여준적이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레벨 파이브 프랜차이즈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게임 컨텐츠의 모티브를 매니악한 서브 컬처로부터 끌어온다는 것이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레벨 파이브 게임들의 가장 큰 강점은 단순한 게임 플레이 구조에 다양한 컨텐츠를 덧대 올려서 게임을 오랫동안 즐길 수 있게끔 만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레벨 파이브는 프랜차이즈를 확장하면서 폭넓은 플레이어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요소보다도 몇몇 플레이어들만 웃고 즐길 수 있는 컨텐츠를 자주 끌어다 쓴다. 요괴 워치 3가 실패를 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게임은 AKB에 모티브를 둔 일본 아이돌 문화에 엑소시스트 같은 미국 고전 호러 영화를 끌어오더니 톰소여의 모험이나 미국 히어로 코믹까지 섞어버린다. 하지만 이러한 흐름은 유기적이지 못하기 때문에, 게임을 즐기는 플레이어로 하여금 당혹감을 느끼게끔 만든다. 


스낵 월드의 경우는 레벨 파이브가 자신들이 만드는 컨텐츠에 대해 어떠한 깊은 고민도 하지 않는다는 훌륭한 사례다:케주얼 판타지를 지향하며 스마트폰과 브랜드 명품과 편의점이 공존하는 설정을 만들어놓은 스낵 월드는 때로는 이것이 실제 주 소비 계층인 아동 계층에 적합한 내용의 물건인지를 의심스럽다. 게다가 명품을 구해달라며 딸 자식이 대머리 아버지의 머리를 툭툭 치는 이벤트 장면이나, 소녀와 광기에 찬 전사 사이를 오가는 이중인격 케릭터 등등은 온갖 서브컬처로 단련된 사람 기준에서도 헛웃음이 나올 정도다. 


위에서 언급한 모든 것들은 소비하는 주 소비 계층(아동층, 좀 더 넓게 본다면 일반적인 플레이어 계층까지)을 고려하지 않았다. 그 덕분에 검증되고 안전한 게임 기본 구조에도 불구하고, 구조위에 쌓아 올려진 다양한 컨텐츠들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매니악한 모티브 덕분에 원천 봉쇄하는 문제를 갖고 있다. 포켓몬스터나 유명 프랜차이즈들이 오랜 기간동안 자신만의 정체성을 쌓아올라가고, 가지치기를 해왔던 과정을 생각한다면 레벨 파이브의 프랜차이즈들은 컨텐츠들의 확장은 모두 급작스럽고 서브컬처 중심에 공감을 이끌어내기 힘들다는 문제를 갖고 있다. 하지만 레벨 파이브의 프랜차이즈가 이러한 실패를 반복함에도 불구하고 서브컬처로부터 모티브를 얻는데 천착하는 것은 레벨 파이브 자신이 이러한 서브컬처로부터 모티브를 얻고 무언가를 만들어내는게 재밌다고 느끼고, 따라서 소비자들도 여기에 재미를 느낄거라고 착각하기 때문이라고 보여진다.


이런 점에서 요괴워치의 새로운 극장판 애니메이션 쉐도우사이드는 이런 문제를 모두 내포한 물건이다:이 극장판에서 요괴워치 프랜차이즈의 시열대는 갑자기 30년을 훌쩍 넘어서며, 초등학생 주인공에서 고등학생 주인공으로 넘어가는데다가, 화풍과 분위기는 그로테스크한 형태로 뜯어고쳤다. 마치 자신의 소비자들도 나이를 먹어서 변화한다는 듯이 말이다. 하지만 요괴워치의 강점은 아동층의 눈높이에 맞춘 컨텐츠와 이야기였지, 고교생 이상의 청소년이 즐길만한 이야기인지는 검증되지 않았다. 쉐도우 사이드의 등장은 자신의 주소비 계층에 맞춰서 컨텐츠를 제작하기 보다는 창작자 관점에서 멋진 것을 찾기 때문에 생겨난 결과로 보여진다. 그리고 극장판의 기획이 단발로 끝나는게 아니라 애니메이션, 더 나아가 게임 4편으로 이어진다는데서 이러한 우려는 이미 현실이 된 것처럼 보인다.


물론, 3편의 기획 자체가 난잡하였기 때문에 오히려 좀 더 성숙한 소비계층이 즐기는 괴담류의 쉐도우 사이드나 4편이 더 나을 수 있다는 희망을 가져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근원적으로 소비 계층보다는 자신들의 재미를 더 찾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프랜차이즈를 키우고 유기적으로 엮어나가기 보다는 단발성 밈과 코드들을 때려박아 넣는 레벨 파이브의 프랜차이즈/게임 컨텐츠 개발 양태는 지속적으로 프랜차이즈를 위태롭게 만들 것이다.



게임 이야기


*PC, 스위치 모두 플레이한 내용을 토대로 쓰여진 리뷰입니다.


크로스 플렛폼 멀티플레이는 계륵과도 같은 존재라 할 수 있다. 다양한 플랫폼이 공존하는 현세대의 게임 플레이 환경 상, 멀티플레이를 즐기는 사람의 인원을 확보하기 위해 플랫폼 간의 멀티를 가능하게 만든다는 발상 자체는 이전부터 존재해왔다. 그리고 이는 기술적으로도 어려운 일이 아니다:포트나이트의 경우처럼, PC 유저와 콘솔 유저가 '사고'로 인해서 플레이를 했다는 이력도 있으니까 말이다. 이론적으로 크로스 플랫폼은 클라이언트의 문제가 아닌 실제 정보를 주고 받는 서버 환경의 문제이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어려운 것은 아니다. 하지만 문제는 크로스 플랫폼의 당위성이다:플랫폼 간의 멀티플레이에 있어서 많은 장애를 주는 것은 게임을 플레이하는 조작 방법과 콘솔 멀티플레이 플랫폼 간의 정책 문제가 크다. 특히 조작 체계의 문제는 이미 크로스 플랫폼을 가로막는 가장 큰 문제다:PS4의 경우, 콘솔 자체가 키보드+마우스의 조합을 지원하는 덕분에 패드 조작을 하는 플레이어들보다 우위를 점하여 공정성 문제가 자주 거론 되었다. 


그런 점에서 로켓 리그의 크로스 플랫폼 전략과 성공은 다소 특이한 경우로 보여진다:PC, PS4, 엑스박스 원, 심지어는 닌텐도 스위치까지 이어지는 로켓 리그의 크로스 플랫폼 전략은 매우 유효하게 먹혀들어간다고 볼 수 있다. 플랫폼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오는 조작 환경 등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로켓 리그는 그 어떤 플랫폼으로 할 때나 동일한 경험을 보장해주기 때문에 로켓 리그의 크로스 플랫폼 전략은 성공적이었다. 또한 단순한 규칙임에도 불구하고 깊이 있는 게임 플레이는 수많은 게이머들을 매료시켰다.


로켓 리그는 기본적으로 레이싱과 축구를 섞어놓은 게임이다. 플레이어는 자동차를 조작하여 공을 드리블하고, 상대방의 골대에 공을 집어넣어야 한다. 로켓리그의 게임 규칙은 간단하고, 특별할 것이 없다. 그러나 그 간단함에서부터 다른 게임들에서부터 찾아볼 수 없는 새로운 것들이 생겨났다:플레이어가 조작하는 것은 자동차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게임 플레이와 조작 방식은 레이싱 게임 장르로 빌려온 것들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로켓리그는 축구 게임의 규칙을 따르면서, 축구 게임 장르의 특유의 3인칭 조감뷰에서 벗어난 모습을 보인다. 게임은 레이싱 게임답게 플레이어가 조작하는 자동차의 뒷면에 카메라가 위치하며, 플레이어는 가속/후진/부스트 등의 조작을 통해 차를 조작하고 공을 드리블 한다. 그리고 로켓 리그가 여타 레이싱 장르에서 찾아볼 수 없는 점프라는 독특한 조작 요소가 있다:이는 축구에서 공을 발로 차내는 동작과 맞닿아있다고 생각하면 편하며, 부스터와 조합하여 입체적인 움직임을 가능하게 만들어주기도 한다.


이런 기본적인 발상의 전환(자동차를 이용해 축구를 한다, 레이싱 게임 장르의 문법을 접목시킨 것)만으로 로켓 리그는 여타 게임에서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플레이를 제공한다. 처음 로켓 리그를 플레이할 때 플레이어는 공을 드리블 하는 것만으로도 벅찰 것이다. 게임은 드리블이나 슈팅에 있어서 특별한 어시스트를 제공하지 않으며, 오로지 플레이어의 감으로만 공을 조작하기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게임의 조작에 익숙해질수록 로켓 리그는 플레이어에게 다양한 가능성을 제공한다. 애시당초에 물리엔진과 레이싱 장르의 조작 방법론을 사용하는 것 외에는 게임 내에 게임 플레이를 제한하는 이렇다할 규칙이 없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로켓 리그는 직관적이고 단순하지만 파고 들수록 재미가 있는 게임이 되었다.


로켓 리그가 크로스 플랫폼 전략으로 이득을 보는 것도 이러한 게임의 플레이 방식과 많이 맞닿아있다고 볼 수 있다:게임은 패드로 하든, 마우스+키보드 조합으로 하든 플레이 경험 자체가 크게 나뉘어지지 않는다. 이 덕분에 로켓 리그는 언제 접속하더라도 다양한 플랫폼의 사람들 덕분에 일정한 동접자 수와 플레이를 보장받을 수 있다. 여타 인디 게임, 심지어 트리플 A 게임이 발매 후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동접자 수가 유지되지 않고, 자연스럽게 게임이 묻히는 루트를 타는 것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로켓 리그가 발매 후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상당수의 동접자 수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은 멀티 플랫폼 전략과 함께 주기적으로 세일 등을 통해 신규 유저를 끌어들이기 때문이다. 또한 꾸준한 업데이트 역시도 높게 평가할 부분이다:로켓 리그 자체는 이미 게임 발매 당시부터 완성된 게임 플레이를 보였지만, 게임의 규칙 같은 핵심적인 부분외에 다양한 차량 스킨이나 토너먼트 업데이트, 럼블 모드와 같은 가볍게 즐길 모드까지 주기적으로 추가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로켓 리그는 그 가격(2만원 대 전후)에 비하면 단순하지만 탄탄한 게임 플레이와 넓은 게임 플레이어 층 덕분에 오랫동안 즐길 수 있는 멀티플레이 게임이라 할 수 있다. 보통 인디 게임으로 분류되는 게임들이 멀티플레이가 흥하기 어렵다는 사실과 크로스 플랫폼이 유효한 전략이 되기 힘들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로켓 리그는 여러가지 측면에서 예외적인 게임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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