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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



아크 시스템 웍스가 만드는 격투게임들은 하나같이 매니악한 무언가를 자랑하였다. 길티기어 시리즈나 블레이블루 시리즈, 페르소나 격투 게임이나 좀 더 매니악하게 가자면 북두의 권 격투 게임 같은 것을 꼽아볼 수 있다. 기본적으로 빠른 페이스로 치고받는 것을 전제로 깔면서 독창적인 시스템(포트리스 가드나 로망 캔슬 등)에 개성이 넘치다 못해 폭발하는 케릭터들까지 아크 시스템 격투 게임의 특징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안그래도 높은 편인 격투 게임의 입문 허들을 아크 시스템 웍스 게임들은 몇배로 더 높게 잡아버리는 문제가 있었다. 최근 격투 게임들이 화려한 콤보 위주보다도 공방에서 오는 심리전에 초점을 맞추고 초보자들도 거기에 집중할 수 있게끔 시스템을 구성하고 있다는 흐름을 생각한다면, 아크 시스템 웍스는 그야말로 구시대의 격투게임의 적폐 그 자체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드래곤볼 파이터즈의 등장과 함께 상황은 급격하게 바뀌게 된다. 처음 드래곤볼 파이터즈가 공개되었을 때, 사람들이 주목하였던 것은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을 그대로 옮긴 것 같은 미려한 그래픽과 연출이었다. 이는 길티기어 익서드 사인을 통해서 다져진 아크 시스템의 그래픽 연출 노하우 및 무지막지한 노가다 작업 덕분에 가능한 것이었다. 하지만 드볼파의 실제 게임 플레이는 아크 시스템 격게를 알고 있었던 사람들을 당혹시키기에 충분한 것이었다:복잡한 커멘드도 없고, 대다수의 콤보는 원버튼으로 이어지며, 게임은 빠르고 쉽고 쾌적하기 때문이었다. 이전의 아크시스템 게임들을 생각하면 드볼파는 완전히 달라진 게임 양상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드볼파가 화려한 연출과 조작의 단순화/간략화 등을 이루었다고 해서, 아크 시스템 격게 특유의 깊이가 얕아진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제작자들은 이러한 문제를 태그팀 매치라는 독특한 형태로 해결하였다. 기존에도 태그팀 매치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철권 태그 토너먼트 같은), 드볼파의 태그팀 매치는 단순하지만 흐름이 정교하게 짜여져 있다. 플레이어는 콤보를 이어가는 와중에 팀 동료를 자유롭게 불러서 콤보를 이어나갈 수 있다. 드볼파에서 콤보의 흐름은 정해진 루트를 정확한 타이밍에 이어나가는 것보다(물론 그것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지만) 공격을 꾸준하게 이어서 상대의 낙법 회복 시간을 줄이는 쪽에 가깝기 때문이다. 즉, 낙법 및 무적시간이 생기기 전까지는 어떤식으로든 공격을 이어나가면 상관이 없다는 점에서 게임의 콤보 난이도는 대폭 하락하였다. 하지만 동시에 무적시간을 둘러싼 공방과 함께 콤보 효율을 최대로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과 연구, 연습이 필요하다는 점은 드볼파의 시스템이 깊이가 없다는 것에 대한 반례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대신 드볼파는 기존의 공방 시스템(중단에서 오는 이지선다)을 독특한 방식으로 추가한다:여타 게임들과 다르게, 드볼파는 대부분의 케릭터들이 장풍이라 할 수 있는 원거리 견제 수단인 기탄 러쉬를 갖고 있으며, 기탄 러쉬는 돌격으로 상쇄하는 등의 기존 격투 게임과 다른 공방의 흐름을 추가하였다. 드볼파는 각각의 시스템은 단순하지만 서로 조합을 통해서 시스템의 깊이를 더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고, 게임 페이스를 올리되 태그 교대를 통해서 체력 안배를 할 수 있게끔 설정하여 큰 페이스의 게임 흐름을 플레이어가 조절하게끔 만들었다.


블레이블루 크로스 태그 배틀은 드볼파의 모델을 블레이블루 시리즈에 접합한 것으로 보여진다:게임 자체를 간략화시키는 동시에, 태그 배틀을 강조하는 점이 그러하다. 하지만 드볼파와 크로스 태그 배틀의 차이점은 속도감이다:드볼파가 3명으로 태그 매치를 하는데 비해서, 크로스 태그 배틀은 두명으로 게임을 진행하며 동시에 게임 플레이 속도는 드볼파에 비해서 배로 더 빠르다는 느낌이다. 특히 두명을 KO 시키는데 30~50초 남짓밖에 안걸린다는 점은 눈여겨 볼만하다. 게임 자체가 빠른 건지, 아니면 아직까지는 운영이나 이런 부분에서 좀 더 노하우가 발견되어야 할 지 모르겠지만 블레이블루 크로스 태그 배틀은 드볼파에 비해선 좀 더 난이도가 있는 게임으로 보여지긴 한다. 하지만 두작품 모두 전반적으로 게임의 난이도를 낮추고 태그라는 새로운 변주를 추가하여 공방과 게임 흐름의 완급을 조절하려 했다는 점에서 아크 시스템이 자신들의 정체성을 유지하며 새로운 형태의 격투 게임을 만들려는 시도를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게임 이야기



일본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자라난 세대들에게는 향수를 자극하는 공통적인 이야기가 있다:평범한 삶을 살던 소년이 특이한 소녀를 만나고, 사건에 휘말린다. 사건에 휘말리면서 소년은 소녀와 가까워지고 새로운 동료들과 만나고 웃고 울고 떠들며, 종국에는 세계를 구하고 소녀와 함께 행복하게 살게 된다. 이제는 이런식의 이야기를 찾아보기 힘들다. 세상이 바뀐 것도 있지만, 한때 이것들을 즐겼던 사람들이 어느새 훌쩍 커버린 이유도 클 것이다. 그래도 이런 이야기들은 지금이라도 보면 어딘가 향수를 자극하고 가슴을 설래게 만드는 묘한 매력들이 있다. 그렇기에 그러한 설레임 때문에 세월이 흘러 과거의 작품들을 리메이크 하려는 움직임들이 있는 걸지도 모른다.


제노블레이드 2는 모노리스 소프트가 만든 닌텐도 RPG 프랜차이즈의 최신작이다. 스퀘어 에닉스의 제노기어, 반다이 남코의 제노사가를 만들던 제작진들이 독립하여 만든 모노리스 소프트는 제노블레이드 프랜차이즈를 통해서 거대한 스케일의 세계와 무지막지한 분량을 지닌 JRPG 프랜차이즈를 선보였다. 제노블레이드 1편은 스카이림과 비교되며 JRPG가 죽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기도 하였고, 제노블레이드 크로스는 돌을 이용해서 필드를 자유자재로 날아다니는 기믹을 선보이며 사람들을 매료시켰다. 제노블레이드 2는 닌텐도 스위치 런칭과 함께 공개된 강력한 독점 RPG였고, 전작을 경험한 팬들에게는 기대할 수 밖에 없는 초 기대작이었다. 물론, 실제 나온 제노블레이드 2는 충분히 재밌고 오래 즐길만한 작품이었다. 하지만 제노블레이드 2의 문제는 게임의 재미가 아닌, 게임이 구시대적이고 미완성되었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이것이 제노블레이드 2를 뭔가 재밌긴 하지만 나사가 잔뜩 빠졌다는 느낌을 주는 게임으로 만들어버렸다.


제노블레이드 2는 구세대적인 JRPG의 전개를 따른다. 게임은 분기나 다양한 상호작용을 강조하기 보다는 이야기의 진행에 따라서 필드와 컨텐츠들이 순차적으로 개방된다. 기본적인 얼개는 구세대적이지만, 제노블레이드 2는 프랜차이즈 특유의 변형된 MMORPG 필드 구조을 계승한다:제노블레이드 2의 필드는 광활하게 펼쳐져 있는 평야 위에 다양한 레벨을 가진 몹들이 로밍하는 단순한 형태다. 이는 와우나 여타 MMORPG에서 보이는 '사냥터'의 개념을 싱글플레이 RPG로 옮긴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제노블레이드 프랜차이즈는 단순히 MMORPG 사냥터 필드를 구현하는 것을 넘어서 규모를 통해 컨텐츠를 완성시킨다. 게임은 분명 일직선으로만 진행되지만, 필드를 거대하게 늘려놓고 곳곳에 옆길로 셀 수 수 있는 서브 컨텐츠들을 배치해놓은 것이다.


그리고 제노블레이드 시리즈의 매력은 단지 필드를 서브 컨텐츠가 산재해있는 공간으로만 묘사하지 않았다는 점이다:이미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에도 도입되었던 것처럼, 제노블레이드 시리즈에는 단순하지만 시원스럽고 거대하게 펼쳐져있는 풍광으로 플레이어의 감성을 자극한다. 제노블레이드 2의 음악 사용은 크로스와 1편을 연상케 하는데, 몰아칠 때는 몰아치면서 때로는 사람의 감상을 자극하는 음악을 쓰는 등 전반적으로 음악의 완급 조절은 매우 훌륭한 편이다. 





제노블레이드 2의 핵심 컨텐츠는 전투다:기존 제노블레이드 프랜차이즈와 유사하게, 게임은 자동 평타에 아츠를 섞고, 동료와 아츠를 조합하여 파생되는 상태이상들을 쌓아나가면서 적을 착실하게 공략해나가는 구조다. 또한 게임은 탱킹과 딜링, 힐링의 역할을 구분함으로써 간단하게나마 체력과 어그로 관리 개념을 넣어두었다. 겉보기엔 지루해보이지만 전작들의 전투들은 실제 플레이할 시에는 상당히 손이 많이 가고 머리를 굴려야했었다.(디버프 리필이나 자세 무너뜨리기 등) 제노블레이드 2도 기본적인 골격은 전작에서 갖고 왔기 때문에 전투중 손이 많이 가는 게임이다.


하지만, 제노블레이드 2는 기존 프랜차이즈와 크게 다른 점이 있다:전작들이 동료와 동료를 통해 구현하는 아츠가 중심이라면, 본작은 동료의 아츠와 더불어서 장비하는 케릭터 겸 무기인 '블레이드'의 속성을 추가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게임 내에서의 전투의 흐름은 동료인 드라이버와 무기인 블레이드로 서로 다른 흐름으로 구성되었다. 우선은 동료가 발동하는 드라이버 아츠다:드라이버 아츠는 전작에도 있었던 개념으로 일종의 콤보 메즈 시스템이다. 드라이버 아츠는 평타를 통해서 충전되며 평타를 타이밍 좋게 캔슬할 때는 더 빨리 드라이버 아츠 게이지를 얻는다. 드라이버 아츠들은 하나의 상태이상 속성만 부여할 수 있으며, 플레이어 케릭터 혼자서 드라이버 아츠로 상태이상을 발동시키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드라이버 아츠 조합을 고려하여 동료 및 블레이드의 조합을 고려해야 한다. 


물론 플레이어가 전작들처럼 동료를 직접 조작하는 것은 아니지만, AI 설정이 드라이버 아츠를 우선적으로 추격하게끔 구성되어 있어서 플레이어가 1차적으로 드라이버 콤보를 시동하고 동료가 팔로우 업 하게끔 구성하면 게임 자체는 무리없이 운영이 가능하다. 드라이브 아츠 자체로도 스메시까지 이어줄 수 있다면 강력한 데미지를 뽑아내고, 무엇보다 쓰러짐 단계부터는 적 하나를 본격적으로 메즈하기 때문에 상당히 유용하다. 그러나 드라이버 콤보는 본작부터 새로 추가된 블레이드 콤보의 존재로 인해서 더 흥미로운 시스템으로 변화하였다.


블레이드 콤보는 드라이버 아츠를 통해서 쌓인 게이지를 각 레벨별 블레이드 아츠로 이어줄 때 발동되게 된다. 블레이드 아츠가 발동되면 그 순간부터 상대에게 1단계 속성상태 이상 게이지가 뜨면서 도트 데미지가 들어가기 시작한다. 이 때, 이 게이지가 종료되기 전 콤보 루트에 따른 다음 레벨의 블레이드 아츠를 이어주면 2단계 상태 이상 상태로 넘어간다. 이런식으로 3단계까지 블레이드 아츠를 이어주면 강력한 데미지와 함께 적이 플레이어를 상대로 디버프나 강력한 일격을 걸지 못하게끔 하는 봉인을 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블레이드 콤보의 데미지는 막강하며, 콤보 피니쉬에 따라서 주변 잡몹들까지도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는 강력한 성능으로 플레이 내내 자주 사용하게 될 것이다. 또한 블레이드 콤보를 피니쉬까지 이어줄 경우, 후술할 체인어택을 연장시키기 위한 속성 오브를 부여하기 때문에 더 막대한 데미지를 입히기 위한 초석을 다지는 용도도 갖고 있다.


그러나 블레이드 콤보는 강력하며 쓸모가 많지만, 다음 단계의 상태이상으로 넘어가기 위해서 들어가는 블레이드 아츠의 요구 레벨이 점진적으로 늘어나는 구조이기 때문에 짧은 시간동안 다음 콤보로 이어주는 것은 힘든 편이다. 대신에 게임은 속성 상태 이상의 지속시간을 증가시키는 퓨전 콤보를 도입한다. 퓨전 콤보는 블레이드 콤보를 시동한 후, 드라이버 콤보로 메즈를 발동시키게 되면 자동적으로 부여받는 버프(파티 게이지 업, 지속시간 증가, 공격력/방어력 증가 등)를 의미한다. 이 퓨전 콤보의 존재로 인해서 블레이드 콤보 피니쉬까지 쉽게 이어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장기 전투에 유용한 버프 등을 받을 수 있어서 플레이어는 블레이드 콤보 중 드라이브 콤보를 적극적으로 이용해야 한다.


그리고 블레이드 콤보는 마지막으로 체인어택으로 이어지게 된다:전작부터 존재하였던 체인어택은 전투 중 동료와의 협동을 통해서 쌓이는 파티 게이지를 끝까지 올렸을 때 발동되는 최종 콤비네이션이다. 체인어택이 지속되는 중에는 중에는 시간이 멈춘 상태가 되며, 플레이어는 블레이드 아츠를 계속해서 이어주기 때문에 대상에게 막대한 데미지를 가하는 것이 가능하다. 체인어택은 그 자체로도 정지된 시간 동안 적에게 막대한 데미지를 퍼붓기 때문에 매력적인 시스템이긴 하지만, 블레이드 콤보 피니쉬로 쌓은 속성 오브를 깨뜨릴 때마다 체인어택 회수가 늘어나기 때문에 데미지는 더더욱 뻥튀기 된다. 또한 8개 속성의 오브를 모두 다 모았을 때 발동하는 체인어택 풀 버스트는 그야말로 그 어떠한 100+ 레벨인 히든 보스에게조차 무지막지한 데미지를 박아넣기 때문에 그야말로 일격 필살의 느낌을 살리고 있다.


종합적으로 본다면 제노블레이드 2의 전투 시스템은 그야말로 전작들의 시스템을 진일보 시킨 물건이라 할 수 있다. 모든 콤보 시스템들(드라이버 콤보 - 블레이드 콤보 - 퓨전 콤보 - 체인 어택)은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있으며, 서로 시스템적으로 보조하는 양태를 띄고 있다. 이 게임을 잘하기 위해서는 모든 시스템을 꿰뚫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하나 하나 시스템만 뜯어놓고 본다면 어렵지 않고(대부분 버튼을 누르면 발동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하나의 시스템에서 다른 시스템으로 주고 받는 개념만 익힌다면 누구나 쉽게 다룰 수 있다. 하지만 한번 익혀놓으면 제노블레이드 2의 전투 시스템은 플레이어가 전략적/전술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가 방대한 편이다:블레이드 콤보는 블레이드 속성에 따라 좌우되기 때문에 어떤 블레이드를 장비하고 어떤 속성으로 콤보를 이어줄 것인지, 그리고 어떤 아츠를 쓸 것인지에 대한 큰 얼개를 플레이어가 결정해야 한다. 또한 블레이드 아츠들도 단순한 필살기가 아닌 고유 특성들이 있고, 장비품이나 세팅에 따라서 성능이 천차만별로 달라지기 때문에 전투 뿐만 아니라 전투를 준비하고 계획하는 단계도 매우 재밌다.




제노블레이드 2의 컨텐츠 근간을 이루는 또다른 것은 바로 블레이드다:블레이드는 랜덤으로 스킬셋과 모습이 결정되어 있는 커먼 등급과 고유한 음성/스킬셋을 갖고 있는 레어 등급로 구성되어 있다. 커먼 등급의 블레이드는 몰개성하지만, 레어 등급의 블레이드는 개성과 스토리, 성능을 두루 갖추고 있기 때문에 모든 플레이어들이 원하는 블레이드라 할 수 있다. 몇몇 블레이드의 경우에는 서브 퀘스트나 스토리의 진행에 따라서 얻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블레이드들(커먼이든 레어든)은 코어 크리스탈 동조라는 가챠를 통해서 구하게 될 것이다.


레어 블레이드는 당연하게도 더 높은 등급의 코어 크리스탈(레어나 레전더리 같은)를 동조시킬 때 확률적으로 더 높게 나오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이 높은 등급의 크리스탈을 얻기 위해서 눈에 불을 켜고 돌아다닐 것이다. 대부분은 필드 상에 돌아다니는 유니크 몬스터들을 토벌할 때 나올 가능성이 높으며, 이들은 크리스탈과 함께 쓸만한 장비를 함께 드롭하기 때문에 제 1 사냥 대상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크리스탈 파밍과 동조를 통해 레어 블레이드를 얻으면, 더 좋은 장비(코어 칩과 보조 칩)를 블레이드에게 맞춰주어야 한다. 특히 보조 칩의 경우, 필드 상에 흩뿌려져 있는 소재들을 모아서 마을 상점에서 정련하는 것으로 보조 칩을 활성화 시킬 수 있기 때문에 소재를 모으는 것도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 물론, 채집 같은 경우 단순히 포인트에서 버튼을 눌러서 활성화시키는 것만으로 구할 수 있게 때문에 필드를 돌아다니는 것만으로도 빠르고 쉽게 채집할 수 있다. 


또한 블레이드는 장비만으로 강해지는 것이 아니다:게임은 블레이드와 드라이버 사이의 인연도를 높여야만 블레이드가 갖고 있는 잠재능력을 십분 끌어낼 수 있다. 보통은 전투를 통해서 이 인연 레벨을 올릴 수 있지만, 플레이어는 파우치에 상점에서 구매할 수 있는 기호품을 장착함으로써 버프와 함께 인연도가 상승하는 버프를 부여할 수 도 있다. 그리고 이런식으로 게임을 진행을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쓰지 않는 블레이드들(특히 커먼 블레이드)이 생기기 마련이다. 게임은 이러한 블레이드들을 활용하기 위해 용병단이란 시스템을 마련하였다. 플레이어는 게임 내 세계에 자신이 가진 블레이드를 파견하여 여러가지 임무를 수행하고, 일정량의 돈과 경험치를 받게끔 받을 수 있다. 무엇보다도 전투중 쓰지 않는 블레이드의 인연도도 자연스럽게 올릴 수 있기 때문에 게임 내내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좋다.


전반적으로 제노블레이드 2는 전작들과 같이 복잡한 인물의 관계도나 자원/컨텐츠 소비구조가 있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기본적이고도 간단한 것들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반복적이긴 하지만 게임을 계속해서 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무엇보다 전투가 매력적이고, 게임의 전반적인 흐름이 일자형이라기 보다는 일종의 도돌이 표 형태로 반복해서 돌아다니는 형태를 띄고 있다.





하지만 제노블레이드 2는 근본적인 결함이 있는 작품이다. 먼저 모바일 소셜 게임에서 영향을 강하게 받은 구조들이 게임 전체의 흐름을 갉아먹고 있다는 점이다. 분명 제노블레이드 2의 기초는 탄탄한 게임이다. 그러나 그러한 기초를 돌리기 위한 전제로 레어블레이드를 뽑기 위한 가챠 시스템을 도입한 것은 치명적인 실수 였다. 플레이어가 게임을 진행하는 강력한 동력 중 하나를 순전한 확률에 의존하여 진행하게끔 만든 것은 치명적인 판단미스였다. 플레이어도 처음 몇번 코어 크리스탈을 동조시킬 때는 나름 기대를 할 수 있다. 그러나 몇몇 레어블레이드들은 정말로, 진짜 정말이지 혀가 내둘릴만큼 나오지 않는다. 본 리뷰를 쓰는 필자는 140시간 동안 플레이를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동조 씬에서 코스모스의 그림자를 단 한번도 본적이 없다. 이쯤이면 이게 실제 나오는건지 싶을 정도로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가챠보다도 더 문제가 되는 것은 가챠로 인해 영향을 받는 게임의 구조다:기본적으로 게임 컨텐츠의 근간을 이루는 블레이드가 확률에 기반하고 있다보니, 전투를 진행할 때 파티의 구성이 확률에 따라서 달라진다는 문제가 있다. 물론, 랜덤으로 생성되는 커먼 블레이드도 쓰기에 따라서는 쓸만한 것들이 있고, 일정 수준까지는 레어블레이드가 잘 뽑히는 편이긴 하다. 문제는 '그 블레이드가 어느 드라이버와 동조되느냐'다:코어 크리스탈은 설정상 하나의 드라이버하고만 동조될 수 있기 때문에, 만약 뽑기운이 꼬여서 힐러 블레이드가 탱커 드라이버에게 가거나 탱커 블레이드가 딜러 드라이버에게 가는 불상사가 발생하면 이를 물릴 수가 없다. 제작진들도 이것이 문제라고 판단했는지 오버드라이브라는 소유권 이전 아이템을 만들어주긴 하였지만, 웃기게도 이 아이템은 한 회차당 모을 수 있는 한계치가 있어서 자유로운 소유권 이전도 불가능하다. 결국, 플레이어는 레어블레이드의 분포를 보고 코어 크리스탈을 어느 드라이버에게 몰아줄 것인가를 결정해야 하는데 이것은 매우 짜증나고 불편한 작업이라 할 수 있다.


더 심각한 것은 필드스킬의 배분이다:제노블레이드 2에는 블레이드마다 필드상의 장애물을 제거하거나 특정 이벤트를 발동시키기 위한 필드 스킬이 존재한다. 문제는 이러한 필드 스킬로 뚫어야 하는 장애물들이 예측 불가능하게 놓여있다는 점과 해당 필드스킬을 발동하기 위한 조건을 플레이어가 이미 충족하고 있는지 여부를 파악하기 힘든 점, 필드스킬 발동을 위해서 블레이드를 장착해야하니 불필요한 블레이드 교체가 자주 일어나는 점, 마지막으로 레어블레이드만 갖고 있는 필드스킬들이 있어 레어블레이드가 없을 때는 아예 해당 장애물을 돌파못하는 일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특히 몇몇 구간에서는 필드 스킬 충족 조건을 약간 달성 못한 덕분에 플레이어가 장애물 앞에서 코어 크리스탈 가챠 돌리며 제발 원하는 블레이드 하나만 나오게 해주세요 라고 기도하는 웃기지도 않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한다.


위의 경우는 제노블레이드 2에서 볼 수 있는 큼직한 문제의 덩어리다. 전반적으로 제노블레이드 2는 마지막 마감 작업에서 크게 실패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용병단은 레벨 업하는데 쓸데없이 어마무지한 분량의 용병단 포인트를 요구하며(본 리뷰어의 경우, 140시간이 지났는데도 아직까지도 레벨 4 끄트머리다), 하나 업그레이드를 위한 타이거 타이거는 쓸데없이 어렵고, 그라 령이나 스펠비아에서 볼 수 있었던 간조/만조 기믹은 어째 다른 아르스에는 구현되지 않았으며, 심지어 미학적 완성도와 별개로 전반적인 퍼포먼스는 지나칠 정도로 들쭉날쭉하다. 물론 2회차 요소 등을 추가하는 패치를 통해서 현재는 많은 부분 보완되었기는 하지만, 제노블레이드 2는 전반적으로 일본식 RPG의 좋았던 부분과 함께 엉망이었던 부분을 한꺼번에 갖고 있는 게임이 되었다. 


또다른 문제는 제노블레이드 2가 갖고 있는 지나친 복고 코드다. 제노블레이드 1편이 인기를 끌었던 것은 JRPG의 이야기를 그대로 따르는 척하면서 그 속에 강력한 뒤틈을 넣어두었다는 점이었다:제노블레이드 1편은 처음에는 나와 너, 적과 아군의 대결과 복수의 구도로 이야기를 구성하였지만, 정작 이야기의 마지막에는 그 대결을 뛰어넘어 공존으로 이어지는, 과거 JRPG식 용사물의 이야기에 독특한 변주를 주어 매력적인 이야기를 만들었다. 그러나 제노블레이드 2는 20~30년 전의 좋았던 과거에 얽메여서 이야기를 더이상 발전시키지 못한다. 특히 이는 호무라와 히카리의 관계에서 뚜렷하게 드러난다:세계를 구한 영웅은 스스로의 힘에 두려움을 느껴서 자신의 인격을 두개로 쪼게고 봉인하였다. 설정상으로는 호무라와 히카리의 관계는 PTSD와 힘에 대한 책임감으로 이루어진 무거운 주제의식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그러나 게임은 일본 대중 문화 코드에 얽메여서 이 둘의 관계를 데레 모드 / 츤 모드 정도의 수준으로 떨어뜨린다.


분명 제노블레이드 2의 이야기는 소년(=렉스)이 소녀(=호무라/히카리)를 만나서 함께하는 전형적인 과거 일본 대중문화 서사에 기반하고 있다. 하지만 소녀의 성장이 소년으로부터만 비롯된다는 것과 개성적인 주변 인물들은 이들 관계의 성장에 큰 영향을 못 미치는 점은 스토리를 아쉽게 만들어버리고 말았다. 게임은 소년이 소녀를 만나고 웃고 우는 모든 이야기의 과정을 주로 소년의 눈높이에서 다루기 때문에, 더 깊어질 수도 있는 소재들(전쟁과 고통, 세상을 구하는 것 등등)이 희석되어버리는 느낌이다. 과거 일본 대중 문화에서 이런 코드들을 능숙하게 다뤘던 물건들이 있었다는 점(최근이라면 반지의 기사라던가)을 생각하면 더더욱 아쉽다. 제노블레이드 2의 대부분 순간들은 추억에 잠기게끔 만들지만, 그 추억을 더 깊이있게 승화시키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게임은 재밌는 순간에도 때때로 과거의 망령에 사로잡혔다는 인상을 지우기 힘들다.


스토리가 왕도를 따르면서도 아쉬운 수준이 된 계기에는 제작진들이 '자기가 하고 싶은 것'에 대해서 폭주한 부분이 크리라 판단된다. 몇몇 개그 씬들은 정말이지 지금 관점에서 웃을 사람이 몇 있겠나 싶을정도로 과거의 개그 코드를 들고 오며, 스토리 상 몇몇 이벤트들(스포일러라서 자세하게 이야기하진 않겠지만, 마징가 Z 같은 슈퍼 로봇을 인용하는 부분이 있기도 하다)은 이마 짚고 한숨 쉴 수 밖에 없을 정도로 한심하다. 이러한 코드들이 한때 자신이 즐겼던 것을 그대로 옮기면 그대로 재밌을거라는 착각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그대로 보여지기 때문에 더더욱이나 짜증날 뿐이다. 


결론적으로 제노블레이드 2는 크로스나 1편에 비해서 대약진한 부분도 있지만, 몇몇 부분은 오히려 눈에 띄게 후퇴하기도 하였다. 그렇다고 이 게임이 재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추억에 잠기게끔 만들고, 때로는 감동이 느껴지는 부분들도 있다. 그러나 슬프게도 제노블레이드 2가 우리에게 더 깊이 던져주는 교훈은 우리가 20~30년 전의 컨텐츠를 보고 자라던 그 나이에서 더 성장했다는 점, 더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점을 상기시킨다는 점이다. 분명 재밌는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이 더 밀려오는 이유는 이 때문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게임 이야기



요괴 워치를 아는가? 레벨 파이브가 만든 요괴 워치는 애니메이션과 장난감, 게임 등으로 한때 일본, 한국 등의 동아시아권을 강타하면서 닌텐도의 포켓몬과 비교될 정도로 몸집과 세를 불려나갔다. 하지만 지금은 어떠한가. 이 프렌차이즈들이 지금 어떤 게임이 나오고, 어떤 애니메이션이 나왔는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얼마나 주 타겟 소비층에게 어필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가. 한 때 포켓몬에 비유되던 요괴 워치는 급작스럽게 모습을 감추고 쪼그라들었다. 그리고 레벨 파이브가 만든 미디어 믹스 프랜차이즈 대부분은 센세이셔널한 성공과 함께 극단적으로 사드라드는 패턴을 보여주고 있다. 이렇게 성공을 거두는 동시에 쉽게 잊혀지는 패턴을 주기적으로 보여주는 프랜차이즈는 찾기 힘들고, 그것이 모두 한 회사 소속의 프랜차이즈라는 사례는 더더욱 찾기 힘들 것이다. 이런 점에서 레벨 파이브는 전세계적으로 동일 사례를 찾아보기 힘든 희안한 회사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러한 패턴이 레벨 파이브가 게임을 못만든다는 사실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98년에 세워진 레벨 파이브는 근 20년 동안 드래곤 퀘스트 8, 다크 클라우드 시리즈 등을 통해서 이름을 남겼고, 최근에는 요괴워치나 이나즈마 일레븐 등으로 더 유명한 게임 회사다. 과거 외주작들에서 공통점을 찾기 힘들지만, 최근 레벨 파이브 게임에는 '이것이 레벨 파이브 게임이다'라고 할 수 있는 특징들이 있다. 우선, 레벨 파이브 게임들은 기본적으로 단순하다. 요괴 워치의 경우, 전투는 자동 전투에 케릭터의 배열을 바꾸는 것이 핵심인 게임이었고, 스낵 월드의 경우 복잡한 조작없이 방향키와 2버튼 공격/1버튼 회피 만으로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었다. 레벨 파이브는 이러한 단순함의 모티브를 과거 게임 장르 문법에 두고 있다:일찍이 히노 에이지는 판타지 라이프가 나오게 된 계기를 울티마 온라인 식의 생활감 있는 게임에 기반하였다고 이야기하기도 했으며, 요괴 워치의 경우는 포켓몬스터 등을 통해서 검증된 게임 플레이 구조를 들고 왔다.


이러한 단순한 구조에 레벨 파이브는 몇가지 특별한 조미료를 첨가한다. 레벨 파이브 게임들의 대부분은 단순한 골격 위에 게임의 컨셉에 맞는 다양한 할거리를 집어넣는 형태를 보여준다. 가령 요괴워치의 경우, 전투 이외에도 낚시나 숨바꼭질의 문법을 차용한 컨텐츠, 뽑기 등의 다양한 요소들을 탑재했다. 혹자는 어린이 용 GTA에 비유할 정도로 요괴워치의 할 거리는 다양한 편인데, 이러한 컨텐츠들을 현실 시간에 맞게 배치를 하여 반복 도전을 하되 컨텐츠 소모가 빨리 일어나지 않게 만드는 완급 조절을 보여준다. 스낵월드의 경우는 몬헌식의 4인 코옵 플레이에 재료를 모아 브랜드 장비를 만드는 크래프팅 요소를 적극 차용하여, 자신만의 옷과 장비를 맞춘다는 독특한 느낌을 제공한다. 이런 부분 덕분에 레벨 파이브 게임들은 검증된 구조와 질리지 않게끔 오래할 수 있는 컨텐츠를 제공한다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특징들은 코어 게이머 뿐만 아니라 다양한 플레이어 층을 소화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흥행이 잘되는 원인을 설명한다.


하지만 이러한 강점에도 불구하고, 레벨 파이브는 프랜차이즈를 확장하고 관리하는 부분에서 치명적인 오판을 일삼는다. 우선은 기본 업데이트 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컨텐츠의 추가를 새로운 패키지로 내는 고질적인 악습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한때 이 분야에서 악명 높았던 몬헌이 확장팩이라 할 수 있는 G급을 최소 1년 정도 냈지만, 요괴워치의 경우 1년은 커녕 3~6개월 만에 완전판을 파는 모습까지 보여준적이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레벨 파이브 프랜차이즈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게임 컨텐츠의 모티브를 매니악한 서브 컬처로부터 끌어온다는 것이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레벨 파이브 게임들의 가장 큰 강점은 단순한 게임 플레이 구조에 다양한 컨텐츠를 덧대 올려서 게임을 오랫동안 즐길 수 있게끔 만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레벨 파이브는 프랜차이즈를 확장하면서 폭넓은 플레이어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요소보다도 몇몇 플레이어들만 웃고 즐길 수 있는 컨텐츠를 자주 끌어다 쓴다. 요괴 워치 3가 실패를 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게임은 AKB에 모티브를 둔 일본 아이돌 문화에 엑소시스트 같은 미국 고전 호러 영화를 끌어오더니 톰소여의 모험이나 미국 히어로 코믹까지 섞어버린다. 하지만 이러한 흐름은 유기적이지 못하기 때문에, 게임을 즐기는 플레이어로 하여금 당혹감을 느끼게끔 만든다. 


스낵 월드의 경우는 레벨 파이브가 자신들이 만드는 컨텐츠에 대해 어떠한 깊은 고민도 하지 않는다는 훌륭한 사례다:케주얼 판타지를 지향하며 스마트폰과 브랜드 명품과 편의점이 공존하는 설정을 만들어놓은 스낵 월드는 때로는 이것이 실제 주 소비 계층인 아동 계층에 적합한 내용의 물건인지를 의심스럽다. 게다가 명품을 구해달라며 딸 자식이 대머리 아버지의 머리를 툭툭 치는 이벤트 장면이나, 소녀와 광기에 찬 전사 사이를 오가는 이중인격 케릭터 등등은 온갖 서브컬처로 단련된 사람 기준에서도 헛웃음이 나올 정도다. 


위에서 언급한 모든 것들은 소비하는 주 소비 계층(아동층, 좀 더 넓게 본다면 일반적인 플레이어 계층까지)을 고려하지 않았다. 그 덕분에 검증되고 안전한 게임 기본 구조에도 불구하고, 구조위에 쌓아 올려진 다양한 컨텐츠들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매니악한 모티브 덕분에 원천 봉쇄하는 문제를 갖고 있다. 포켓몬스터나 유명 프랜차이즈들이 오랜 기간동안 자신만의 정체성을 쌓아올라가고, 가지치기를 해왔던 과정을 생각한다면 레벨 파이브의 프랜차이즈들은 컨텐츠들의 확장은 모두 급작스럽고 서브컬처 중심에 공감을 이끌어내기 힘들다는 문제를 갖고 있다. 하지만 레벨 파이브의 프랜차이즈가 이러한 실패를 반복함에도 불구하고 서브컬처로부터 모티브를 얻는데 천착하는 것은 레벨 파이브 자신이 이러한 서브컬처로부터 모티브를 얻고 무언가를 만들어내는게 재밌다고 느끼고, 따라서 소비자들도 여기에 재미를 느낄거라고 착각하기 때문이라고 보여진다.


이런 점에서 요괴워치의 새로운 극장판 애니메이션 쉐도우사이드는 이런 문제를 모두 내포한 물건이다:이 극장판에서 요괴워치 프랜차이즈의 시열대는 갑자기 30년을 훌쩍 넘어서며, 초등학생 주인공에서 고등학생 주인공으로 넘어가는데다가, 화풍과 분위기는 그로테스크한 형태로 뜯어고쳤다. 마치 자신의 소비자들도 나이를 먹어서 변화한다는 듯이 말이다. 하지만 요괴워치의 강점은 아동층의 눈높이에 맞춘 컨텐츠와 이야기였지, 고교생 이상의 청소년이 즐길만한 이야기인지는 검증되지 않았다. 쉐도우 사이드의 등장은 자신의 주소비 계층에 맞춰서 컨텐츠를 제작하기 보다는 창작자 관점에서 멋진 것을 찾기 때문에 생겨난 결과로 보여진다. 그리고 극장판의 기획이 단발로 끝나는게 아니라 애니메이션, 더 나아가 게임 4편으로 이어진다는데서 이러한 우려는 이미 현실이 된 것처럼 보인다.


물론, 3편의 기획 자체가 난잡하였기 때문에 오히려 좀 더 성숙한 소비계층이 즐기는 괴담류의 쉐도우 사이드나 4편이 더 나을 수 있다는 희망을 가져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근원적으로 소비 계층보다는 자신들의 재미를 더 찾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프랜차이즈를 키우고 유기적으로 엮어나가기 보다는 단발성 밈과 코드들을 때려박아 넣는 레벨 파이브의 프랜차이즈/게임 컨텐츠 개발 양태는 지속적으로 프랜차이즈를 위태롭게 만들 것이다.



게임 이야기


*PC, 스위치 모두 플레이한 내용을 토대로 쓰여진 리뷰입니다.


크로스 플렛폼 멀티플레이는 계륵과도 같은 존재라 할 수 있다. 다양한 플랫폼이 공존하는 현세대의 게임 플레이 환경 상, 멀티플레이를 즐기는 사람의 인원을 확보하기 위해 플랫폼 간의 멀티를 가능하게 만든다는 발상 자체는 이전부터 존재해왔다. 그리고 이는 기술적으로도 어려운 일이 아니다:포트나이트의 경우처럼, PC 유저와 콘솔 유저가 '사고'로 인해서 플레이를 했다는 이력도 있으니까 말이다. 이론적으로 크로스 플랫폼은 클라이언트의 문제가 아닌 실제 정보를 주고 받는 서버 환경의 문제이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어려운 것은 아니다. 하지만 문제는 크로스 플랫폼의 당위성이다:플랫폼 간의 멀티플레이에 있어서 많은 장애를 주는 것은 게임을 플레이하는 조작 방법과 콘솔 멀티플레이 플랫폼 간의 정책 문제가 크다. 특히 조작 체계의 문제는 이미 크로스 플랫폼을 가로막는 가장 큰 문제다:PS4의 경우, 콘솔 자체가 키보드+마우스의 조합을 지원하는 덕분에 패드 조작을 하는 플레이어들보다 우위를 점하여 공정성 문제가 자주 거론 되었다. 


그런 점에서 로켓 리그의 크로스 플랫폼 전략과 성공은 다소 특이한 경우로 보여진다:PC, PS4, 엑스박스 원, 심지어는 닌텐도 스위치까지 이어지는 로켓 리그의 크로스 플랫폼 전략은 매우 유효하게 먹혀들어간다고 볼 수 있다. 플랫폼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오는 조작 환경 등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로켓 리그는 그 어떤 플랫폼으로 할 때나 동일한 경험을 보장해주기 때문에 로켓 리그의 크로스 플랫폼 전략은 성공적이었다. 또한 단순한 규칙임에도 불구하고 깊이 있는 게임 플레이는 수많은 게이머들을 매료시켰다.


로켓 리그는 기본적으로 레이싱과 축구를 섞어놓은 게임이다. 플레이어는 자동차를 조작하여 공을 드리블하고, 상대방의 골대에 공을 집어넣어야 한다. 로켓리그의 게임 규칙은 간단하고, 특별할 것이 없다. 그러나 그 간단함에서부터 다른 게임들에서부터 찾아볼 수 없는 새로운 것들이 생겨났다:플레이어가 조작하는 것은 자동차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게임 플레이와 조작 방식은 레이싱 게임 장르로 빌려온 것들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로켓리그는 축구 게임의 규칙을 따르면서, 축구 게임 장르의 특유의 3인칭 조감뷰에서 벗어난 모습을 보인다. 게임은 레이싱 게임답게 플레이어가 조작하는 자동차의 뒷면에 카메라가 위치하며, 플레이어는 가속/후진/부스트 등의 조작을 통해 차를 조작하고 공을 드리블 한다. 그리고 로켓 리그가 여타 레이싱 장르에서 찾아볼 수 없는 점프라는 독특한 조작 요소가 있다:이는 축구에서 공을 발로 차내는 동작과 맞닿아있다고 생각하면 편하며, 부스터와 조합하여 입체적인 움직임을 가능하게 만들어주기도 한다.


이런 기본적인 발상의 전환(자동차를 이용해 축구를 한다, 레이싱 게임 장르의 문법을 접목시킨 것)만으로 로켓 리그는 여타 게임에서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플레이를 제공한다. 처음 로켓 리그를 플레이할 때 플레이어는 공을 드리블 하는 것만으로도 벅찰 것이다. 게임은 드리블이나 슈팅에 있어서 특별한 어시스트를 제공하지 않으며, 오로지 플레이어의 감으로만 공을 조작하기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게임의 조작에 익숙해질수록 로켓 리그는 플레이어에게 다양한 가능성을 제공한다. 애시당초에 물리엔진과 레이싱 장르의 조작 방법론을 사용하는 것 외에는 게임 내에 게임 플레이를 제한하는 이렇다할 규칙이 없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로켓 리그는 직관적이고 단순하지만 파고 들수록 재미가 있는 게임이 되었다.


로켓 리그가 크로스 플랫폼 전략으로 이득을 보는 것도 이러한 게임의 플레이 방식과 많이 맞닿아있다고 볼 수 있다:게임은 패드로 하든, 마우스+키보드 조합으로 하든 플레이 경험 자체가 크게 나뉘어지지 않는다. 이 덕분에 로켓 리그는 언제 접속하더라도 다양한 플랫폼의 사람들 덕분에 일정한 동접자 수와 플레이를 보장받을 수 있다. 여타 인디 게임, 심지어 트리플 A 게임이 발매 후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동접자 수가 유지되지 않고, 자연스럽게 게임이 묻히는 루트를 타는 것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로켓 리그가 발매 후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상당수의 동접자 수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은 멀티 플랫폼 전략과 함께 주기적으로 세일 등을 통해 신규 유저를 끌어들이기 때문이다. 또한 꾸준한 업데이트 역시도 높게 평가할 부분이다:로켓 리그 자체는 이미 게임 발매 당시부터 완성된 게임 플레이를 보였지만, 게임의 규칙 같은 핵심적인 부분외에 다양한 차량 스킨이나 토너먼트 업데이트, 럼블 모드와 같은 가볍게 즐길 모드까지 주기적으로 추가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로켓 리그는 그 가격(2만원 대 전후)에 비하면 단순하지만 탄탄한 게임 플레이와 넓은 게임 플레이어 층 덕분에 오랫동안 즐길 수 있는 멀티플레이 게임이라 할 수 있다. 보통 인디 게임으로 분류되는 게임들이 멀티플레이가 흥하기 어렵다는 사실과 크로스 플랫폼이 유효한 전략이 되기 힘들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로켓 리그는 여러가지 측면에서 예외적인 게임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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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


*스포일러 있습니다.


갓 오브 워 2018이 처음 세상에 공개되었을 때, 필자의 반응은 미적지근할 수 밖에 없었다: 갓 오브 워 시리즈는 폭력과 섹스에 대해서 극단을 추구했던 작품이었고, 비디오 게임 고어 묘사의 등급을 한단계 올린 작품이었다. 그런 프랜차이즈가 아들이 생겼다고 얌전하게(?) 북구 신화를 탐험하면서 라스트 오브 어스마냥 드라마를 전개한다고 했을 때, 기대감보다는 라스트 오브 어스가 언차티드 4를 망치듯이 또다른 작품을 망치는구나 라는 싸늘한 생각만이 머리를 스쳐지나갔다. 하지만 갓 오브 워2018은 이야기 측면에서 그런 걱정들이 보기좋게 빗나가게 만든 작품이었다. 새로운 크레토스는 이전의 작품의 연장선상에 놓여있는 납득가능할만한 케릭터였으며, 아트레우스와 크레토스의 관계는 흥미로웠고, 북구 신화를 둘러싼 서사는 적절하게 비틀렸다. 하지만 동시에 몇몇 부분에서 갓 오브 워 2018의 이야기는 아쉽거나 그 한계점이 분명하기도 하다.


기본적으로 갓 오브 워가 섹스와 폭력으로 점철된 액션 게임의 대표주자로 꼽히긴 하지만 이야기의 기저에는 그리스 신화에 대한 독특한 뒤틀림이 숨어있다. 그리스 신화에서 영웅들은 비범한 혈통과 함께 신에게서 소명을 받은 영웅이 업적을 쌓거나 자신의 죄과를 씻기 위해 신에게서 위대한 과업을 받고 이를 수행한다. 그리고 이들은 신화적인 여정을 통해서 과업을 수행하고 위대한 영웅으로 올라서게 된다. 


헤라클레스의 12과업을 예로 들어보자:헤라의 미움을 받아 광기속에서 자신의 가족을 살해한 헤라클레스는 자신의 죄를 씻기 위해서 12과업을 수행하고 그리스 신화에 길이남을 전설적인 영웅이 된다. 헤라클레스의 신화는 그리스 영웅 특유의 비범한 혈통(보통은 신에게서 물려받은 핏줄), 불가능한 과업을 향한 집요한 집착(12과업 중 황금뿔 사슴 사냥처럼 1년 동안 사슴을 추적하여 지칠때까지 쫒는다던가)과 문제를 해결하는 극단적인 잔혹성, 그리고 비범한 광기(헤라클레스는 광증으로 인해 주기적으로 사람을 죽여서 자신이 쌓았던 명성을 잃었다)와 비극적이고 비참한 최후를 모두 다루는 모범적인 그리스 영웅담이라 할 수 있다. 


또한 그리스 영웅담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역설적인 자기 완성적인 예언이다:오이디푸스 신화를 예로 들어보자. 오이디푸스의 친부는 오이디푸스가 자신을 죽이고 어미를 범할 것이라는 예언을 듣고 오이디푸스의 뒷꿈치에 못을 박아 거꾸로 메달아 산에 버렸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러한 친부의 행위가 오이디푸스가 친부를 죽이고 어미를 범하게 된다는 예언의 발단이 되었음을 누가 알았겠는가. 이런식으로 그리스 영웅과 그리스 신화의 비극들은 비범한 인간들이 정해진 운명을 피하기 위해서 온갖 노력을 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노력에 의해 정해진 파멸을 맞이한다는 독특한 비극의 정서가 존재한다.


그리고 크레토스는 이러한 그리스 영웅을 180도 뒤집은 케릭터다:고대인다운 잔인함과 집요함, 스파르타인으로서의 자긍심은 신에게 소명받아 위대한 과업을 달성하는 방향이 아닌 신을 증오하고 질서를 파괴하는 방향으로 향한다. 신의 이름으로 무고한 자들을 학살하고, 동시에 신을 저주하며, 자신의 신성한 혈통(제우스의 피를 이어받은)을 부정하고, 더 나아가 신의 피를 이어받은 자신까지 증오하는 모습까지 크레토스는 모범적 그리스 영웅의 안티테제였다. 하지만 동시에 그 안티테제 속에서 고대인의 인간미가 언뜻언뜻 드러나는 것도 크레토스의 매력중 하나였다:자식과 가족, 모국 스파르타를 사랑한 점, 신에게 고통받는 자들에게 이입을 한 점, 마지막으로 신 이외의 인물들에게는 최소한의 기회라도 주려고 했던 점(물론 항상 좋지 않게 끝나지만) 등은 크레토스가 닥치는대로 처죽이는 악역같은 케릭터가 아니라는 점을 여실히 드러낸다.


하지만 그리스 영웅의 거울상인 크레토스가 고통받는 과정은 철저하게 그리스 비극적이라 할 수 있다. 1편의 엔딩처럼, 자신을 고통받게 만든 아레스를 죽이고, 신들의 속박에서 벗어나고자 자살을 하는 크레토스를 신으로 앉히는 장면은 그리스 비극의 아이러니를 정확하게 꿰뚫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또한 그리스 신화의 대단원을 장식하는 3편에서 제우스가 크레토스를 죽이려 한 것도, 예언과 함께 자신 역시 아비를 죽여 권력을 얻은 점에 대한 컴플렉스가 발현되었다는 점은 그리스 신화적이라 할 수 있다. 즉, 산타모니카는 갓 오브 워의 이야기를 구성할 때, 원전이 되는 신화 컨텐츠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이야기를 구성한다는 것이다.


갓 오브 워 2018의 크레토스는 바로 여기서부터 출발한다. 그가 원하듯이 신을 모두 처죽이고, 자신이 잃었던 가족을 다시 되찾았다면 그는 어떤 케릭터가 되었을까. 갓 오브 워 2018은 3편의 이야기로부터 긴 시간을 띄워놓고, 그에게 다시 가족을 줌으로써 그의 인간적인 면모를 부각시키고자 하였다. 그는 이제 수염이 자랐고, 아들이 있으며, 자신을 가로막는 적에게 기회를 주며, 심지어는 자신과 비슷한 고통을 경험했던 프레이야나 발두르에게 공감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현명하고 절제하는 케릭터가 되었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크레토스의 절제 사이에서 억눌려있는 분노와 폭력성이다. 게임은 그가 기존 갓 오브 워 시리즈를 부정하지 않는다. 그가 행했던 폭력은 이미 그의 일부이며, 크레토스는 그것이 자신을 지배하지 않게끔 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크레토스가 그의 분노와 폭력을 절제할수록 그는 현명한 케릭터가 되는 동시에 분노가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과거의 자신에게 가까워진다.


하지만 여기에 아트레우스가 끼게 되면서 상황은 복잡해진다. 아트레우스는 크레토스의 혈통을 이어받았은 신적 존재다. 하지만 크레토스는 이미 신들이 인간과 자신에게 어떤 짓을 했는지를 알고 있다. 또한 크레토스는 신을 증오하고 무엇보다도 신인 자기 자신을 증오하기 때문에 아들과 거리를 두며 아들이 그의 가족력을 몰랐으면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아트레우스는 그것이 아버지가 자신을 못마땅하게 여기고 미워한다는 것으로 받아들인다. 극 초반에서 중반까지의 이야기는 이러한 아들과 아버지의 서먹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케릭터 간의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는데 주력한다.


그리고 이 둘의 여정은 멸망하기 직전의 북구 유럽 신화를 배경으로 진행된다:여기서 산타모니카가 주목한 것은 북구유럽 신화 전반에 깔려있는 필연적인 종말론(라그나로크)과 종말을 둘러싸고 이를 미화하는 신화적 요소들(전사들이 죽으면 가는 발할라, 발키리, 명예로운 죽음, 종말과 위대한 순환 등)이었다. 그렇기에 크레토스와 아트레우스의 여정은 필연적으로 종말을 배경으로 하는 포스트 아포칼립스 로드 트립을 연상케한다. 세상의 균형은 깨졌고, 식인을 하는 노상강도들이 돌아다니며, 죽은 자들은 다시끔 현세로 돌아와 산자를 괴롭힌다. 그렇다면 이러한 세상에서 아버지가 아들에게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크레토스는 아들에게 생존의 방법을 가르친다. 분노를 억제하고 자신의 것으로 활용하는 것,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 등등 생존을 위해서 필요한 모든 것들을 말이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그리스와 올림푸스를 파멸시킨 자신이 갖지 못했었던 미덕들(폭력의 순환을 이해하는 현명함과 폭력의 절제, 저들과 다르다는 긍지)을 아트레우스가 갖기를 원하는 것이다. 


이러한 서사 전략은 이미 너티독의 라스트 오브 어스를 통해서 검증된 부분이다:아이는 어리지만 세상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차 있고, 어른은 세상이 녹록하지 않음을 알고 아이에게 교훈을 주고 세상을 해쳐나갈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려 한다. 다만, 라스트 오브 어스가 만남을 통해서 서로가 변모하는 과정을 보여주었다면, 갓 오브 워 2018은 고대인 특유의 무미건조함과 훈육으로 가득 차있다. 이는 게임 내 배경과 적절하게 맞아떨어질 뿐만 아니라 독특한 매력이 있다:멸망한 세상을 바라보는 현대인의 우수에 가득찬 시각과 달리, 고대인 크레토스의 시각에는 오로지 실용적이고 절제된 사고와 감정만이 들어있을 뿐이다. 이 절제된 사고와 감정은 극을 채우는 작은 이야기들은 다른 작품에서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흐름으로 진행되어 극의 신선함을 더해준다.


갓 오브 워 2018은 이야기의 반전으로서 아트레우스가 로키라고 설정하고 북구 유럽의 신들이 잔악하고 포악한 존재로 정함으로써 기존 북구 유럽 신화를 대칭시키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는 신선한 동시에 어느정도 현대의 상식에 부합하기도 한다:북구 유럽 신화의 교훈과 미덕이 모조리 다 명예롭게 죽여서 천국에 가자 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이렇게 폭력에 찌든 신화 속 신들이야말로 현대적 관점에서는 악신에 부합한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필연적으로 아버지로부터 미덕들을 이어받은 아트레우스(=로키)야말로 북구 유럽 신들의 대적자라 할 수 있는 존재인 것이다. 산타모니카는 전작 시리즈들의 미덕이었던 그리스 신화의 재해석을 똑같이 갓 오브 워 2018에서 북구유럽 신화의 형태로 이뤄냈다. 이는 본작에서 잘 작동할 뿐만 아니라, 앞으로 전개할 프랜차이즈의 기틀을 다지는 좋은 포석으로 보여진다.


전반적으로 갓 오브 워 2018의 이야기는 무난하고 좋은 흐름을 보여준다. 그러나 전통적인 가부장제에 이야기가 기반하고 있기 때문에, 몇몇 사람들에게는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는 구석이 충분히 있다. 그리고 갓 오브 워의 이야기는 아버지 크레토스의 성장보다는 훈육을 통한 자식의 성장에 초점을 맞췄다. 세상에 나온 아들에게 교육하면서 아들이 거친 세상에서도 살아갈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이야기의 큰 흐름이다. 그렇기에 이야기의 초점은 크레토스의 변화보다는 아트레우스의 변화에 초점을 맞추며, 아들에게 방향성을 제시하는 인격자로써의 크레토스를 강조한다: 이런 점에서 갓 오브 워 2018의 시간대에서 크레토스는 거의 완성된 케릭터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가장 흥미로운 부분인 '크레토스는 어떻게 해서 그런 인물이 되었는가?'라는 질문에는 본편 게임은 충분한 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이러한 완성된 케릭터로써 크레토스의 존재는 몇몇 부분에서 당혹스러운 몇몇 장면들을 만들어낸다. 예를 들어 아트레우스가 신의 피를 이어받은 존재라는 것을 알려줄 때, 크레토스는 전혀 준비가 되지 않은 아들에게 뜬금없이 아들이 신이고 자신 역시 신이라는 것을 선언한다. 또다른 예는 발두르를 죽이고 프레이야의 독설을 받아내던 크레토스가 갑자기 아트레우스에게 자신이 스파르타에서 왔고 많은 무고한 사람과 아버지를 죽인 자라고 선언하는 장면이다. 이 두 장면은 크레토스의 죄와 거기서 벗어나고자 하는 그의 노력을 보여주기 때문에 중요하다. 그러나 이 중요한 장면에서 게임 내내 능동적이고 자신을 표현하였던 아들은 갑자기 아버지의 선언에 밀려 배경이 되어버리고 만다. 크레토스의 자가 완결성을 위해서 아들의 존재가 이 두 장면에서 희생되고, 게임은 가족이란 공동체의 이야기가 아닌 가부장의 이야기가 된다. 물론 게임의 주인공이 아버지인 크레토스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지만, 이 순간만큼은 게임 내에서 배우고자 하는 아들과 가르치는 아버지의 교육의 구도가 무너지고 선언과 종속의 일방적인 관계가 되어버린다.


또다른 문제는 두 층위의 문제다:초반의 아트레우스는 거친 세상을 살아가기 위한 교육을 받는다. 사슴과 맷돼지를 사냥하거나, 정당방위로 사람을 죽이거나 하는 등의 과정은 분명 포스트 아포칼립스의 그것과 맞닿아있다. 어린아이는 세상을 동경하지만, 거친 세상을 살아가기에는 너무나 약하다. 그러나 게임은 아트레우스가 신이라고 선언 당하는 시점을 기점으로 이야기를 급격하게 끌어올려버린다. 이제 자신이 신이라는 것을 알게된 아트레우스는 오만해지기 시작하며, 활약도 급격하게 애스컬레이트 된다(발두르와의 최종 일전에서 같이 허공에서 활을 연사 한다던가) 게임은 분명 후반부 서사가 주가 되는 구조를 취하지만, 아트레우스가 신격을 깨닫기 전과 후의 이야기 결이 차이가 나는 부분은 아쉬운 부분이라 할 수 있다.


갓 오브 워 2018의 서사는 디렉터의 자식을 키우는 경험과 에고가 섞였기 때문에 이런 구조를 취한걸로 보여지기도 한다(어린 자식을 대하는 태도나 뭐 이런 것에서) 전반적인 모티브는 나쁘지 않지만, 그런 에고를 조금만 줄이고 작품을 통일성 있게 구성하는데 초점을 맞추었다면 지금보다도 훨씬 더 좋은 작품이 되었을 것이다. 전반적인 북구 신화에 대한 뒤틀기나, 크레토스의 케릭터를 완전히 뒤흔들지 않고 통일성을 유지하는 범위 내에서 새롭게 재해석한 점은 높게 평가할만한 게임이라 할 수 있다.


본편 게임 플레이에 대한 리뷰는 별도로 작성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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