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야기



닌텐도 스위치가 젤다의 전설:야생의 숨결과 함께 좋은 실적으로 팔리면서 위유보다는 서드파티를 더 끌어모을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게이머들에게 심어주고 있다. 특히 4월 중에 있었던 닌텐도 다이렉트는 밤이 없는 나라 2, 페이트 엑스텔라 등 플레이스테이션 및 비타쪽 서드파티 진영을 끌어오는데 성공하였으며, 페이데이 2 같은 작품도 스위치로 나올 수 있다는걸 보여주었다. 아직까지는 속단할 수 없지만, 위유 런칭과 다르게 스위치의 런칭은 예정했던것과 다른 '급격한' 반응을 일으키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물론 위유 당시에 서드파티 런칭작은 많은 편이긴 했다:다크사이더스 2나 어새신 크리드 같은 작품들도 위유 런칭 타이틀에 포함되어 있었으니까. 하지만 이식작들의 실적 부진과 번거롭기만 한 위유 패드의 존재, 플4와 엑원 발매 직전에 나온 이른바 끼어있는 세대의 애매한 포지션 등등은 위유 서드 파티의 부진 및 실패로 이어지게 되었다. 그렇기에 스위치의 런칭에 대해서 서드 파티의 반응은 열렬하기 보다는 눈여겨 보며 립서비스 수준이긴 하다. 


그러나 이번 스위치의 런칭 이후 다이렉트에 등장한 페이트 엑스텔라나 밤이 없는 나라 2 등은 정말로 예상 외의 물건(심지어 엑스텔라의 경우 7월 발매로 빠른 이식이 이루어진 편이다)들이라 할 수 있다:이들은 PS4와 PS VITA 멀티플랫폼을 발매로 소위 '오덕 게임' 수요층을 만족시키는 게임들이었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고성능 휴대기기라는 점에서 스위치와 비타는 공통점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렇게나 빨리 비타의 게임들이 닌텐도 스위치로 넘어올 줄은, 그리고 더 나아가서 이렇게 빨리 이식될 줄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즉, 스위치는 빠르게 비타의 포지션을(적어도 일본 내에서라도) 승계하고 있는 것이다.


비타의 야심(PS4의 서브 기기이자, 독립된 기기로써도 매력적인 기기, 강력한 성능, 비타/PS4 크로스 플랫폼 및 타이틀 판매, 1세대 HDMI TV OUT 기능과 취소, 비타 TV로 이어지는 삽질 등등)은 컨셉 자체로는 훌륭했지만 아주 큰 문제점을 갖고 있는 플랫폼이었다. 그리고 그 문제점은 바로 '콘텐츠'와 '플랫폼 특수성'이었다:소니는 비타를 통해서 많은 것이 나올 것을 약속했다. 하지만 그 약속은 아무것도 지켜지지 않았다. 강력한 퍼스트 파티의 지원 없는 비타는 출시 직후 바르게 이빨 빠진 호랑이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비타의 실패에는 무엇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 게임보이로 이어지는 휴대용 콘솔의 계보는 일본을 제외하고는 모바일에 자리를 빼앗겨 그 위상을 점점 일어가는 중이다. 아니,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위상을 잃어가기 보다는 '특수한 시장'으로 좁혀지는 중이다. 그렇기에 비타의 실패는 비타의 소프트 라인업이 부실한 점과 함께 휴대용 플랫폼 자체의 입지가 좁아진 점이 복합적으로 적용하였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도 볼 수 있다:스위치가 비타와 같은 포지션(강력한 성능의 휴대용 기기, 휴대용과 거치기의 하이브리드 등)을 점하고 있다면 스위치의 실패도 불보듯 뻔한거 아닐까? 하지만 일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일단 먼지, 스위치는 거치용 콘솔을 흡수하기 위해서 디자인된 기기다. 이 부분은 비타와 뚜렷하게 구분되는 부분이라 할 수 있는데, 비타가 휴대용 기기로의 포지션을 고수한 나머지 조작이 완벽하게 별개 체제로 간 점은 치명적이었다. 특히 왜 있었는지 모르는 후면 터치의 존재나, PSP의 조작을 계승하는데 집중하여 PS4와 비타 사이의 유기적인 경험이 이어지지 못하였다(이런 부분은 비타의 설계 및 기획 자체가 통합적인 과정을 통해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원래 있던 기획에 좋은 아이디어를 덧붙이고 덧붙이고 만들어낸 프랑켄슈타인과 같은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휴대용 기기가 거치용 콘솔을 흡수하기 하는 것'과 '애시당초에 거치기와 휴대기 양 측면 모두를 겸하는 콘솔'에는 큰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스위치가 비타처럼 쉽게 사라지지 않을 이유는 바로 닌텐도의 콘텐츠 때문이다:아무리 휴대용 콘솔이 점점 그 설 자리가 줄어들고 있더라도, 닌텐도의 휴대용 플랫폼인 3DS의 포켓몬스터는 몇백만 장 단위로 게임을 팔고 있으며, 3DS 슈퍼마리오 시리즈도 단일 플랫폼으로 100만 장 단위로 판매한다. 닌텐도가 모바일이라는 플렛폼에 적응하지 못한다면서 사람들은 비웃지만, 역대 모바일 게임 매출 순위권에 들어가고 사회적 현상까지 만든 포켓몬스터 고를 만든 것도 닌텐도(엄밀하겐 나이언틱이지만)였다. 플랫폼과 소비 구조가 변화한다고 해서 게임이 콘텐츠 중심의 산업인 것 자체가 변화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 점에서 닌텐도는 확실한 강점과 철학이 있는 회사고, 스플래툰과 같은 게임을 통해서 그 감각을 잃지 않았다는 것을 훌륭하게 증명하기도 하였다. 


핵심은 닌텐도 독점의 콘텐츠와 컨셉부터 분명하게 잡혀있는 기기라는 점, 이 두 개가 스위치라는 플랫폼을 매력적으로 만드는 주요한 동력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소니조차 관심을 갖지 않고 적은 제작사에 의해서 산소호흡기를 달고 있는 비타에서 닌텐도 라인업과 함께 창창한 스위치로 갈아타고, 더 나아가 트리플 A 서드파티가 아니지만 그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독특한 게임들의 라인업을 확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미 닌텐도는 영 제로나 베요네타, 제노블레이드 같이 독특하고 훌륭하지만 판매량이 확보되지 않는 물건들을 위유 시절 대거 자신의 라인업으로 끌어들인 전례가 있다. 특히 인왕과 니어 오토마타의 예상치 못한 성공을 거둔 작금의 시장 상황에서 이런 라인업을 분명하게 끌고 올 수 있는 것은 닌텐도와 스위치에 있어서 호재라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