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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



*스테이지 구성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http://leviathan.tistory.com/1655 1편 리뷰입니다.


디스아너드 1편이 거둔 성공은 결코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씨프 시리즈를 연상케 하는 1인칭 잠입 액션이라는 개념과 함께, 수평적으로 넓은 스테이지와 수직적으로 복층화된 스테이지의 결합, 이를 유연하게 연결시켜주는 순간이동과 파쿠르 개념을 도입함으로써 여지껏 찾아보기 힘들었던 독특한 게임 플레이를 플레이어들에게 선사하였다. 사실 그렇기에 디스아너드 2의 등장은 그렇게 놀랍지 않았다. 이제 뛰어난 작품의 속편이 나오는 것은 흔한 일이며, 디스아너드 1의 성공은 분명 콜옵 스타일의 빠르고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이 아닌 진득하게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의 수요를 증명하였기 때문이다.


디스아너드 2는 훌륭한 2편의 표본이라 할 수 있다:1편이 기본적인 게임의 컨셉을 잡는데 주력한다면, 2편은 이를 양적/횡적으로 확장시키는데 주력한다. 2편은 플레이 가능한 케릭터를 코르보/에밀리로 늘리고 그에 따라 능력도 차별화시켰다. 또한 룬/설계도 계승 등을 다회차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매 미션 클리어마다 플레이어의 성향을 분석해서 보여주는 그래프 등을 추가하여 게이머가 자신의 플레이 스타일을 곱씹어볼 수 있게끔 만들었다. 물론 이러한 변화들은 어디까지나 게임 플레이의 양념이다:디스아너드 2편의 게임 플레이는 여전히 디스아너드 1편에 근거하고 있으며, 게임 플레이 자체에 큰 변주는 없다. 물론 후술할 내용에서 다루겠지만, 2편은 스테이지 구성 측면에서 1편보다 좀 더 심도있는 '속임수'를 쓰기도 하지만 말이다. 전반적으로 디스아너드 2는 플레이어에게 안정적인 재미와 함께 약간의 놀라움을 가져다 주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디스아너드 2의 가장 큰 변화는 코르보/에밀리 2인 주인공 체제와 스킬 트리 2원화이다. 코르보는 이미 1편에서 경험하였던 스킬 셋(점멸, 빙의, 쥐 부르기 등등)을 그대로 들고 있으며, 에밀리는 코르보의 스킬 셋과는 완전히 다른 스킬들(점멸과 같은 역할을 하지만 스파이더맨의 웹 슬링을 연상케 하는 파 리치, 일부 상대방에게 최면을 거는 매스머라이즈 등)을 사용한다. 흥미로운 점은 두명의 스킬 셋은 서로 비슷한 역할을 공유하지만, 동시에 몇몇 부분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점멸과 파 리치의 공통점과 차이점이 이러한 사례의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는데, 점멸이 순간이동이기 때문에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포인터를 대고 움직여도 움직이는데 큰 문제가 없다면, 파 리치는 웹 슬링 처럼 촉수를 뻗어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주기에 상대적으로 벽이나 문턱 등의 촉수가 닿을 수 있어야 하며 움직임이 포물선을 그리는 등의 제약이 있다. 하지만 점멸과 다르게 파 리치는 스파이더맨의 웹 슬링 같은 '관성'을 움직임에 응용하여 멀리 날아갈 수 있다. 그리고 패시브 스킬을 해금하면 촉수를 뻗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적이나 물건을 내쪽으로 당겨올 수 있기도 하다. 


위와 같이 게임 내에서는 비슷한 역할을 수행하는 두 스킬이지만 응용을 하기 시작하면 완전히 다른 느낌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은 특기할만하며, 이러한 스킬 간의 차이점은 하나의 스테이지를 케릭터 마다 다른 느낌으로 플레이할 수 있게 만든다. 그렇기에 코르보/에밀리 2인 주인공 체제는 게임의 다회차 요소(서로 다른 케릭터와 스킬셋으로 스테이지를 돌파해 나가는 것)를 강화하는데, 1편이 다회차 플레이와 관련해서 그 어떤 것도 지원하지 않았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이는 장족의 발전이다. 또한 2회차부터는 에밀리/코르보가 모든 스킬을 찍을 수 있기 때문에 2회차 이상의 플레이는 더욱 의미가 있다.  


디스아너드 2의 플레이에서 눈여겨 보아야하는 점은 게임 스테이지들이 1편보다도 더욱 심화 발전하였다는 사실이다. 물론 여전히 디스아너드 2편은 1편의 스테이지 구조을 그대로 차용하고 있다:플레이어는 목표가 있는 곳까지 잠입하기 위해서 일종의 '간주' 스테이지를 거쳐야 하며, 간주 스테이지를 통해서 다양한 루트를 통해 본 스테이지에 잠입, 목표를 달성한 이후 다시 간주 스테이지를 거쳐서 나오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많은 게이머들이 일찍이 1편의 게임 플레이에 오픈월드 방식의 게임 구조를 취했으면 하는 소망을 가졌지만, 디스아너드 시리즈와 같이 각각의 요소들이 정밀하게 구성되어 있는 스테이지 설계에서는 오픈월드를 차용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대신 디스아너드 2는 1편이 갖고 있었던 스테이지 기믹을 심화 발전시켜서 플레이어들의 뒤통수를 후려치고 게임에 신선함과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예를 들어서 진도쉬의 시계태엽 저택 스테이지를 보자:대부분의 게이머는 이 스테이지에 들어서자 마자 보이는 첫 레버를 무의식적으로 당길 것이다. 레버를 당긴 후, 방과 저택의 구조가 변화하는 기믹을 갖고 있는 이 스테이지의 가장 큰 속임수는 바로 '첫번째 레버를 당기는 순간 진도쉬가 플레이어의 존재를 알아차린다'라는 것이다. 처음 플레이할 때는 알아차리기 힘든 부분이지만(실제 저택은 레버를 움직이지 않으면 정상적인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진행하기 힘들다), 처음 현관에서 레버를 당기지 않고도 벽 뒤의 공간을 활용해 잠입 플레이를 진행할 수 있다. 또한 모든 스킬이 봉인되는 상태에서 진행하는 스틸튼 저택의 스테이지 기믹도 매우 뛰어나다:여기서 플레이어는 능력이 봉인되는 대신에 시간대를 바꿔가면서 게임을 진행하게 되는데, 플레이어가 과거에 영향을 주어 스테이지를 변화시키거나 역사를 개변시키는 등의 기믹을 제대로 살린다. 능력을 봉인한 대신에 시열대를 바꾼다는 기믹과 함께 맨몸으로 잠입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스테이지 구성으로 보여주는 훌륭한 스테이지라 할 수 있다.


물론 1편의 레이디 보일의 저택 같은 좀 더 '사교적인'(다른 의미에서는 히트맨 스러운) 스테이지가 없다는 것은 좀 아쉬운 부분이기는 하다. 하지만 제작자들은 2편의 스테이지들을 통해서 디스아너드 1편과 2편의 핵심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 디스아너드 시리즈는 다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 스킬들과 함께, 여타 게임에서 찾아볼 수 없는 비전형적인 스테이지 구성을 통해 게임을 흥미롭게 구성을 한다. 이런 부분에 있어서는 디스아너드 시리즈는 매력적인 게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아쉬운 점은 게임이 훌륭하고 매력적인 배경을 갖고 있음에도 이야기 자체는 너무나 단순하다는 점이다. 


결론적으로 디스아너드 2는 1편을 즐겼던 사람들이라면 충분히 즐길만하며, 1편 보다는 좀더 진득하게 즐길만한 게임이다. 물론 1편 만큼의 충격은 2편에 존재하진 않는다. 그러나 1편의 재미를 양적인 측면에서 확장하고 질적인 측면에서 보존하였다는 점에서 디스아너드 2는 가치있는 게임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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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


비디오 게임의 역사를 하나의 키워드로 축약할 수 없겠지만, 근 10년을 비디오 게임 역사를 요약하는 핵심 키워드가 FPS라는 사실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콜옵과 콜옵의 아성에 도전하는 작품들의 흐름들, 그리고 콜옵의 권위가 무너지고 새로운 조류가 시작되는 2016 ~ 2017년의 흐름은 비디오 게임의 역사에 있어서 중요한 전환 국면에 접어들었다. 이제 더이상 콜옵은 비디오 게임 업계를 지배하지 않는다:오히려 이제 게임들은 콜옵으로부터 탈출하기 시작했다. FPS와 총이 지배하는 비디오 게임은 이제 이전과 다른 형태로 변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시장과 게이머 모두가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포 아너는 그러한 흐름의 가운데 있는 작품이다.


흥미로운 점은 포 아너가 다크소울의 영향을 받은 것이 명백함에도 포 아너 이전에도 이러한 게임의 수요는 항상 존재했었고, 이를 충족시키는 게임은 항상 존재했었다는 것이다:스타워즈 제다이 아웃캐스트 2나 블레이드 앤 다크니스, 룬 같은 게임들은 슈팅적인 요소를 완전히 배제하고 순수하게 근접전 격투를 재현하는데 집중하였다. 냉병기와 정정당당하게 싸운다는 결투의 개념은 항상 게이머를 매료시켰던 것이다. 그렇다면 어째서 지금까지 포 아너 같은 게임이 나오지 않았던 것일까? 답은 단순하게도 시장과 게이머 문화가 그만큼 성장하지 못했기 때문이다:제한된 플랫폼, 부족한 노하우, 매니악한 성향 등등. 이와 같은 문제들이 이러한 선지자적인 작품들이 있었음에도 성공을 크게 하지 못했었던 요인이 되었다. 하지만 시장이 거대해지고, 게이머도 다양한 게임들을 접하면서 문화와 경험을 축적해나가기 시작하자, 기존의 작품들로는 충당할 수 없는 새로운 요구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포 아너는 그러한 요구와 흐름을 반영하는 조류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포 아너가 다크소울의 영향(스테미너 자원의 사용, 근접전 ONLY 등)은 부정할 수 없겠지만, 흥미롭게도 포 아너의 핵심적인 게임 디자인은 격투게임에 근거하고 있다:이지선다, 방어 방향, 심리전 등등 기존의 다크소울류의 액션 게임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1:1 혹은 1:多 기반의 전투 시스템은 포 아너의 계보가 격투게임의 계보를 충실하게 이어가는 쪽이라 할 수 있다. 즉, 포 아너는 격투 게임의 장르적 문법을 다크소울과 같은 3인칭 액션의 형태로 바꾸어 둔 것이다. 이러한 이질적인 두 장르의 접합은 포 아너라는 게임의 컨텐츠를 횡적으로 늘린다:기존의 격투 게임은 오로지 한명과 한명이 진검 승부를 하는 형태를 띌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포 아너는 기존의 3인칭 액션 게임의 문법을 결합함으로써, 게임 콘텐츠에 다양성을 부여한다. 가장 흥미로운 것은 점령전이라는 독특한 컨셉의 게임 플레이일 것이다:2개의 거점과 1개의 라인을 컨트롤하는 점령전은 AOS의 문법과 격투의 기이한 혼종이라 할 수 있다. 1:多 상황이 자주 발생하는 포 아너의 점령전은 게이머에게 단순하게 격투게임 특유의 심리전을 넘어서 전략적으로 사고하게끔 만든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점령전의 구성은 직관적이기 때문에 해매기 보다는 이것저것 다양한 것을 시도할 수 있게 만든다.


또 하나 눈여겨 볼 점은 포 아너의 게임 운영 모델이다:게임은 출시 이후 지속적인 업데이트와 이벤트를 통해서 관리를 하는 하나의 서비스이자 플랫폼이 되어가고 있다. 닌텐도의 스플레툰이나 UBI 의 레인보우 식스 시즈는 이러한 운영적인 측면에서 큰 성공을 거둔 작품(성공이 아니라 리커버리 측면에서 보자면 디비전도 여기에 들어갈 것이다)이라 할 수 있는데, 지속적인 피드백과 업데이트, 이벤트 등을 통해서 지속적으로 플레이어를 게임에 묶어두고 신규 유저를 끌어들이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포 아너는 게임의 구조에서부터 '장기적인 운영과 업데이트'을 전제로 한 게임이라는 것이 눈에 보인다:전 플랫폼이 참여하는 세력전은 단순히 데스매치/점령전에 국한되지 않고 거대한 싸움에 참여하고 보상을 얻는다는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게이머의 지속적인 참여를 유도한다. 그리고 장기적으로 세력전의 라운드/시즌 별 결과에 따라서 세력전에 참여한 게이머들에게 보상을 차등적으로 지급하고 그에 맞춰서 게임 시스템도 업데이트를 하는 업데이트 계획은 매우 구체적인 로드맵을 보여준다. UBI는 이런 점에서 플렛폼으로서의 게임 운영에 많은 노하우를 갖고 있고, 관심을 많이 갖는 회사로 보여진다.


물론 포 아너가 가야할 길은 멀다:스플래툰이나 시즈도 발매 초기에는 많은 문제(업데이트, 벨런스, 콘텐츠 부족 등등)를 갖고 있었고, 그들의 판매방식은 여전히 완성된 제품의 형태인 패키지였기 때문에 많은 반발을 살만 했었다. 그러나 그들이 그러한 우려를 훌륭하게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운영이나 업데이트에서 게이머를 만족시켰기 때문이다. 정식 리뷰에서 봐야겠지만 포 아너는 서버 문제, 새로운 게임을 받아들이는 게이머의 문화/태도의 문제, 체감 벨런스 문제 등등에서 많은 이슈를 갖고 있는 게임이다. 하지만 그것을 훌륭하게 극복할 수만 있다면, 포 아너는 그 어떤 게임도 대체할 수 없는 자신만의 독자적인 포지션을 점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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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



  인왕은 팀닌자가 머나먼 길을 돌아온 결과라 할 수 있다. 소울 시리즈가 새로운 틈새 시장을 비집고 열면서 '어려운 게임에 대한 수요'는 증대되었고, 이는 역사의 어둠속에 묻어있었던 닌자 가이덴 시리즈를 다시 깨우고 말았다. 인왕은 소울 시리즈의 모양새를 띄고 있지만, 실제 게임의 기반은 닌자 가이덴 류에 가깝다:잔심을 이용한 스태미너 회복 시스템은 절기를 연상케 하며, 스태미너가 떨어졌을 때의 추가타와 무적시간은 멸각을 연상케하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업템포의 게임플레이와 공격에 올인한 칼부림 액션, 나를 죽이려고 미친듯이 달려드는 적들 등등은 일찍이 닌자 가이덴 시리즈에서 찾아볼 수 있었던 것들이었다. 하지만 우리가 이들을 잊어버리고 있었던 것은 하야시의 닌자 가이덴 3의 실패가 매우 컸었다(프랜차이즈의 존재 자체를 지워버릴 정도로. 물론 하야시의 에고만으로 거둔 실패라고는 볼 수 없다) 소울 시리즈 이전에도 어려운 게임의 수요가 있었다는 것을 이타가키는 일찍이 증명하고 있었던 것이다.


 인왕은 전반적으로 소울 시리즈에 닌자가이덴 특유의 잔혹함과 빠른 템포를 섞었지만, 일찍이 소울 시리즈의 파생인 블러드본이 이러한 빠른 전투를 추구한 적이 있기에 계보상으로는 소울 시리즈 - 블러드본 - 인왕으로 이어지는 계보를 상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블러드본과 인왕은 템포나 컨셉 자체는 몇몇 공통점을 공유하지만 근원적인 측면에서 큰 차이를 갖고 있다. 블러드본은 피라는 테마 아래서 체력을 빼앗기고/빼앗는 것을 가장 핵심적인 매커니즘으로 삼는다. 적들에게 체력을 잃어도 두려워하지 않고 적을 내려치는 것, 피에 취하고 피에 사는 사냥의 묘미를 블러드본은 살리고자 하였다. 하지만 인왕의 게임 매커니즘은 빼앗고/빼았는 것이 아니다:인왕이 가장 초점을 맞추는 것은 춤추듯이 적들과 싸우는 것이고, 이를 위해서 스테미너를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철저하게 관리해야 한다. 잔심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하지만 잔심이 손에 익는 그 순간부터 게임은 완전히 새로운 형태로 변화한다. 공격과 회피는 물흐르듯이 이루어지며, 나를 죽일듯이 달려드는 적들의 공격을 섬광과도 같이 재빠르게 피하고 제거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블러드본과 닌자가이덴은 그렇기에 비슷한 템포를 지녔지만 완벽하게 다른 게임이라 할 수 있다.


 다소 뜬금없게 느껴질지도 모르겠지만 인왕에 지대한 영향을 준 또다른 게임 프랜차이즈가 있다면 그건 바로 무쌍 시리즈다. 하지만 이는 무쌍의 게임 플레이 스타일(한번에 여러 적들을 쓸어내버린다)이 인왕에 영향을 줬다는 것이 아니다. 인왕은 무쌍 시리즈가 컨텐츠의 양적 확장을 이뤄냈던 방식을 체택하고 있다:게임의 개별 스테이지들은 다크소울이나 블러드본 처럼 숏컷으로 이어져있는 구간 별 구성이 되어 있지만, 한번 클리어한 이후에는 일부 구간을 활용하거나 전체 스테이지를 반복하는 형태의 서브퀘스트를 추가하였다. 게임은 구간 반복 플레이에 특화되어있는 구성을 보여주고 있으며, 이러한 부분은 소울 시리즈나 블러드본, 닌자가이덴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코에이 테크모 특유의 무쌍 시리즈의 컨텐츠 구성이라 볼 수 있다. 물론 덕분에 무쌍 시리즈 특유의 구린 감성의 오프닝 CG도 같이 보여지게 되었지만 말이다.


 약 1/4 정도 플레이한 감상으로, 인왕은 잘만들어진 게임이며 이는 부정할 수 없다. 물론 게임의 핵심을 짚어내기 위해서는 좀 더 깊이 파고들어 정식 리뷰로 써야하지만 말이다. 하지만 인왕의 성공은 분명한것처럼 보이며, 또한 단지 인왕만의 성공에서 끝날 것이라 보여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소울 시리즈는 단순한 짝퉁이 아닌, 제 3의 회사가 영향을 받아 자기만의 색체로 재해석한(물론 그 이전의 맥락이 분명하지만) 작품이 만들어지고 성공을 거뒀다는 점은 더이상 소울 시리즈의 유산이 프롬 소프트만의 전유물이 아님을 증명하기 때문이다. 이제 소울 시리즈의 짝퉁 및 유사품이 아닌 '소울 라이크'라는 용어가 정착하고, 더나아가 다양한 방식으로 소울 시리즈의 계보가 계승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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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



대부분의 게임 프랜차이즈들은 혁신적인 첫 시도(1편), 첫 작품의 종적 확장(2편)을 거쳐서 자가 반복의 완성(3편 이후)을 거치게 된다. 이러한 게임 프랜차이즈 공식의 완성되자 게임 프랜차이즈는 시장에 안정적인 수요를 충족시키며 게임 산업이 움직이게 만드는 핵심 동력이 되었다. 사람들은 이제 개개의 작품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프랜차이즈를 소비하는 시대에 진입하였으며, 프랜차이즈는 개별 작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사이의 수많은 DLC와 이벤트, 축제 등의 할 거리를 채워놓았다. 하지만 프랜차이즈가 거대해질수록 프랜차이즈의 자가 반복은 신규 팬 유입을 막고 기존의 틀에 안주하게 된다. 이는 게임 프랜차이즈의 역설이다:종적인 확장을 하자니 게임이 더 산만해지고, 횡적인 확장을 시도하자니 프랜차이즈의 정체성을 뒤흔들 위험이 생긴다.


하지만 배틀필드 1은 거대 프랜차이즈 치고 파격적인 시도를 꾀했다:물론 1차 세계대전으로 돌아가겠다고 선언한 것이나 역사 참교육 운운한 점(물론 위대한 전쟁의 숨겨진 면모들에 주목했다는 PC적인 측면은 인정해야 한다)은 게임 마케팅으로써 참으로 시끄럽고 의미없는 소모전에 가깝다. 핵심은 배틀필드 1이 어째서 1의 타이틀을 달았는가 이다. 배틀필드 프랜차이즈에는 1편이 없으며, 2차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하는 1942가 최초의 작품이다. 그러면서 베트남전, 현대전을 거쳐서 미래로까지 게임은 이어지게 되었고 게임은 다양한 형태로 변주되고 발전되었다. 하지만 갑자기 과거 1차세계대전으로 돌아간 이유는 무엇인가. 그리고 어째서 1편이란 상징적인 타이틀을 단 것일까. 배틀필드 1라는 게임의 이해는 바로 여기서부터 출발하여야 한다.


배틀필드 1은 단순히 1차 세계대전으로의 회귀를 의미하진 않는다. 배틀필드 1이 1이란 넘버링을 체택한 이유는 바로 1이 원류를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배틀필드 1이 여타 게임 프랜차이즈의 정식 넘버링 타이틀 중에서 갖는 가장 독특한 부분은 바로 기존의 게임 시스템의 종적, 횡적 확장이 아닌 게임의 컨텐츠를 적극적으로 '가지치기'하고 배틀필드의 원류로 돌아가는데 주력했다는 점이다. 배경이 1차세계대전인 만큼 게임은 화려한 광학장비나 다양한 총기도 없으며, 심지어 많은 수의 총들이 자동 사격 조차 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기존의 배틀필드 시리즈들이 시리즈가 진행될 수록 도구와 무기의 수를 압도적으로 늘려주었던 것을 생각하면 이는 매우 이례적이고 대조적인 흐름이라 할 수 있다. 플레이어가 선택할 수 있는 가능성의 폭을 축소함으로써 게이머는 총기류 세팅이나 장비 언락 같은 기나긴 반복의 과정을 떠나 배틀필드 프랜차이즈가 갖고 있는 본질인 분대 단위의 협력에 주력하게 만든다.


일찍히 배틀필드 시리즈가 여타 FPS와 비교해서 차별성을 갖고 있는 부분은 32 대 32라는 64인 멀티를 최초로 구현한 게임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인원의 숫자가 배틀필드라는 게임의 재미를 정의내리진 않는다:MAG는 128 대 128 이라는 256인 대전 멀티를 구현하였지만, 별다른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한 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우리가 배틀필드 시리즈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FPS 역사상 최초로 대규모 전장을 어떻게 구현하였는가다:배틀필드 시리즈들은 분대 내의 다양한 클래스들이 서로 협력하여서 하나의 목표를 향해 좌충우돌 움직이는 재미가 핵심이었다. 좀 더 거슬러 올라가면 팀포트리스 같은 게임들이 있었고, 배틀필드는 그 협력의 규모를 확장하였다. 배틀필드 1이 돌아가고 싶고 플레이어들에게 제공하고 싶은 재미는 바로 이 '협력'이다.


기존 배틀필드 시리즈들도 협력 플레이는 중요한 요소였지만, 배틀필드 1은 클래스 간의 협력이 기존보다도 더욱 긴밀해졌다. 이는 클래스간 총기 벨런스 및 역할 분담 덕분이다:기존의 배틀필드 시리즈는, 특히 3편과 4편의 경우에는, 병과 간의 역할 분담(돌격병 - 치료, 보급병 - 탄약보급, 공병 - 차량 수리, 정찰병 - 저격)이 분명하기는 했지만 카빈과 DMR 같은 공용화기의 존재와 제각기 갖고 있는 공격용 기술들 덕분에 병과 간의 역할 분담과 협력보다는 플레이에 따라 원맨쇼가 될 여지가 더 많았다. 하지만 배틀필드 1은 1차세계대전의 제한적인 총기들을 사용함으로써 병과 간의 상성을 조정하고 '협력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구조'를 만들어내었다. 


예를 들어 돌격병은 SMG로 근거리에서 높은 연사력과 함께 대전차 무기로 근거리 대보병전과 탱크 등의 차량을 잡는데 특화되었지만 탄약 소비가 심하고 교전거리 50미터 이상에서는 적을 맞추는건 불가능해졌기에 저격병이나 하다 못해 메딕의 도움이 절실하며, 지속적인 전투를 위해서는 보급병의 탄약 보급도 필수적이다. 반면, 메딕은 거의 모든 거리에서 무난하게 쓸 수 있는 라이플을 들지만, SMG나 정찰병의 저격 라이플과 비교하였을 때 뚜렷한 우위를 잡진 못한다. 그 대신 메딕은 다른 병과들을 되살리면서 전선을 유지하고, 다른 병과의 도움을 얻어서 상대방을 제압하는데 집중해야 한다. 이와 같이 게임은 병과가 서로를 필요하게 만듬으로써 서로가 서로를 엄호하여 전장을 지배하는 자연스러운 협력을 이끌어낸다. 이는 배틀필드 프랜차이즈의 본질을 정확하게 파악한 게임 디자인이며, 게임 프랜차이즈가 취할 수 있는 흥미로운 선택(확장이 아닌 제거를 통한 집중)이라 할 수 있다.


물론 배틀필드 1에는 제거를 통한 집중만이 있지는 않다. 이미 배틀필드 3를 통해서 검증된 지형 지물의 파괴라든가, 배틀필드 4를 통해서 입증된 큰 규모의 맵 변화(Levolution) 등도 게임 내에 포섭하고자 노력을 기울였다. 지형 파괴는 게임이 만들어진 프로스트바이트 엔진의 전매특허이긴 하지만, 배틀필드 1이 이전작들과 차별화되는 가장 큰 요인은 바로 베헤모스라는 거대 병기의 출현이다. 게임 진행 중 지고 있는 팀에게 일발 역전의 기회로 등장하는 베헤모스의 존재는 1차 세계 대전에서나 볼 수 있었던 무식한 무기들(장갑열차 같은)을 조종해서 이기고 있는 상대를 추격하거나 역전하는 방식으로 활용된다. 베헤모스의 존재는 이론적으로 판세를 뒤집을 수 있는 중요한 기회지만, 기존 FPS와 비교해보았을 때 이질적인 움직임들과 거대한 표적이 되기 쉽다는 점에서 역으로 쉽게 터지는 문제가 있다. 물론 베헤모스 자체를 지나치게 강하게 만들었다간 게임이 문자 의미 그대로 폭파당할 위험이 있기에, 게임 내에서의 베헤모스의 존재는 조금 미묘한 감이 있다.


배틀필드 1편의 싱글플레이는 이전의 엉망인 싱글플레이들과 비교하자면 매우 훌륭한 편이라 할 수 있다:문제는 비교대상이 사상 최악의 싱글플레이 타이틀을 받아 마땅한 3편의 싱글과 사상 최악의 존재감없는 싱글플레이 타이틀을 받아 마땅한 4편의 싱글과 비교하였을 때, 그렇다는 것이다. 물론 위대한 전쟁, 모든 전쟁을 끝내기 위한 전쟁인 1차 세계대전에 주목하고, 또 그 내에서 보이지 않았던 사람들의 이야기(아프리카 미국인 병사들, 베두인 족 여성 전사, 오스트레일리아 참전 용사 등등)를 다루고자 했었던 점은 높이 살만하다. 하지만 그런 시도와 별개로 게임은 다양한 이야기를 에피소드 형태의 싱글로 풀어내기 급급한 나머지 이야기가 산만하게 쪼게졌다는 인상을 지우기 힘들다. 그래도 배틀필드 최초로(배드 컴퍼니나 하드라인을 제외한) 할만한 싱글플레이가 나왔다는데 의의를 둔다면, 나쁘지 않은 결과물이다.


결론적으로 배틀필드 1은 처음 인상과 다르게 흥미로운 게임이라 할 수 있다. 이 게임은 정진정명 배틀필드 프랜차이즈의, 배틀필드 게임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방식은 게임에 새로운 걸 더하거나 자가 복제를 하는 방식이 아닌 빼는 방식으로 구현했다는 점은 높은 평가를 받을만 하다. 프랜차이즈 게임들에게 있어서 이런 방식이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을 배틀필드 1은 잘 보여주었으며, 혁신은 본질에 집중하고 또 핵심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이해하는데 있다는 걸 훌륭하게 증명해냈다. 이러한 배틀필드 1의 모험은 타이탄폴 2와 함께 일찍이 FPS에 있어서 새로운 시대가 들어서고 있는 것을 반증하는 훌륭한 사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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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ight of Zealot 일부 게임 진행에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판타지 플라이트 게임즈의 아캄 호러 파일 프랜차이즈를 정의내리는 중요한 키워드는 '호러'가 아닌 '부조리'와의 싸움이다. 보드게임의 특성상, 아캄 호러 파일 프랜차이즈의 보드게임들은 컴퓨터 게임과 다르게 끔찍한 그래픽과 으스스한 사운드로 게이머를 사로잡을 수 없다. 그렇기에 아캄 호러 시리즈는 그 핵심을 코스믹 호러가 갖고 있는 부조리한 속성에 초점을 맞춘다:조사자들은 유능하지만 게임은 그보다 더 가혹하고 모든 것은 쉽게 부서져 내린다. 게이머는 자신이 갖고 있는 자원들과 피해들을 최대한 관리하고(데미지 컨트롤), 관리된 자원과 피해를 통해 게임의 목적을 달성해야 한다. 아캄 호러 시리즈가 여타 보드게임에 비해서 성공한 부분이 있다면 바로 이 부분일 것이다. 


아캄 호러 카드 게임은 아캄 호러 파일 프랜차이즈에 최신 작품이다. 엄밀하게는 보드게임의 범주라기 보다는, 자사의 LCG(Living Card Game, TCG와 다르게 제한적인 풀에서만 카드 업데이트가 이루어지는 게임) 포멧으로 아캄 호러 파일 프랜차이즈를 옮긴 작품이다. 기존 아캄 호러 시리즈들이 대부분 협동에 초점을 맞추었듯이, 이번 아캄 호러 카드 게임도 본격적인 협동 게임을 표방한다. 아캄 호러 카드 게임은 개발단계에서부터 카드게임과 TRPG의 결합을 목표로 하였으며, 게임이 진행되면서 덱이 강해지는 등의 덱빌딩 요소, 게임 진행에 따라 이야기가 달라지는 시나리오 요소 등을 적극적으로 탑재하였다.


아캄 호러 카드 게임의 기본적인 골격은 반지의 제왕 카드게임이다:실제 반지의 제왕 카드 게임 제작자들이 참여한 아캄 호러 카드게임은 퀘스트 덱과 유사한 액트 덱을 사용하고 있으며, 플레이어는 엑트 덱의 진행(주로 단서토큰 수집 및 사용을 통해)을 통해서 게임을 진전시키게 된다. 하지만 아캄 호러 카드게임에는 반지의 제왕 카드게임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새로운 아젠다 덱이 추가되었다. 아젠다 덱은 파멸 토큰이 쌓일수록 플레이어들에게 불리한 효과가 일어나며, 아캄 호러 프랜차이즈에서 찾아볼 수 있는 파멸 트랙의 존재와 유사하다. 하지만 단순하게 아젠다 덱과 엑트 덱의 진행은 단서/파멸 토큰이 올라감으로써 게임이 얼마나 진행되었는지를 드러내는 지표 이상을 의미하기도 한다. 각각의 덱들은 진행되기 위한 고유한 조건들을 갖고 있다. 예를 들어서 코어 시나리오 Night of Zealot의 두번째 시나리오의 경우, 게이머들은 아캄 도시를 전역을 조사하고 사교도들을 사냥해야 한다. 플레이어는 자신이 모은 단서 토큰을 사용해서 별도로 구성된 사교도 덱을 진전시키고, 이들을 사냥하는데 주력해야 한다. 


아캄 호러 카드 게임은 이전에 나왔었던 RPG 테마류의 카드게임들(패스파인더 ACG 같은) 중에서는 가장 유연한 게임 흐름을 보여준다. 패스파인더 ACG가 기본적으로 장소덱 탐색 후 빌런/핸치멘 카드 사냥이라는 원패턴 진행에 잔 규칙들을 섞어서 베리에이션을 만들었다면, 아캄 호러 카드 게임은 액트덱과 아젠다 덱이라는 상반된 큰 흐름들이 다양한 경우의 수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모든 시나리오는 각기 다른 목표와 흐름을 갖고 있으며 각각의 시나리오들의 개성은 매우 뚜렷하다. 이전에 진행한 시나리오의 내용에 따라서 이후의 시나리오 전개가 달라지기도 하는데, 위에서 언급한 두번째 시나리오의 경우 얼마나 많은 사교도를 사냥했는지, 그리고 언제 게임을 클리어했는지 여부에 따라서 마지막 시나리오에 큰 영향을 끼친다. 하지만 이러한 개성 있는 시나리오들이 게임의 난이도를 대폭 상승시키지는 않는다:오히려 게임은 TRPG의 불명료함/추상성에 비교하면 매우 분명하고 구체적인 흐름을 띄고 있는데, 이는 카드라는 컴포넌트와 게임의 규칙/시나리오 카드들이 게임이 진행되는 경계를 분명하게 정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TRPG와 카드게임의 강점을 모두 취하고 싶었다는 제작자들의 목표는 충분하게 달성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아캄 호러 카드게임에서 아캄 호러 프랜차이즈를 정의내리는 데미지 컨트롤 게임 플레이는 크게 3개의 영역(피해, 자원, 그리고 시간과 기회)에서 이루어진다. 게이머는 매턴이 시작될 때마다 조우 덱에서 괴물/계략 카드를 뽑아서 해결해야 하며, 게임이 진행될수록 이러한 피해의 누적은 플레이어를 쓰러뜨리거나 게임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등의 상황을 유발한다. 하지만 여타 아캄 호러 게임들이 그랬듯이, 플레이어는 '적절한 플레이 방식'으로 플레이한다면 매우 강력한 존재며, 이러한 플레이어의 능력은 때로는 누적되는 피해를 쉽사리 회복하게 만든다. 게임은 여기에 플레이어가 관리해야 하는 자원을 핸드 이외에도 자원 토큰을 추가함으로써, 플레이어가 신중하게 능력을 쓰고 게임 플레이를 진행하게끔 유도한다. 마지막으로 엑트 덱/아젠다 덱의 진행과 액션 등을 통해 시간과 기회를 제한을 게임에 부여하고 게임은 빠른 진행을 보여주되 하나 하나의 행동을 신중하게 판단하고 진행하게 만들었다. 이 세 요소가 맞물려들어감으로써 아캄 호러 카드 게임은 제한된 시간 내에 집중적으로 게임을 진행하게 만든다.


흥미로운 점은 아캄 호러 카드게임은 주사위를 쓰지 않는다는 점이다:게임은 케릭터의 기본 능력치+카드 보정 수치(카드를 버려서 카드 아이콘 만큼의 값을 능력치에 더함)를 더한 값에 카오스 토큰이라는 보정 수치를 더해서 최종적인 성공/실패 여부를 판정한다. 기존의 아캄 호러 시리즈들이 케릭터 스텟 수치만큼 주사위를 굴리고, 성공 판정 수+단서 토큰을 사용하여 단서 판정을 성공 판정으로 변환 으로 성공/실패 여부를 판정한 것과는 달리 다소 이질적인 흐름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카오스 토큰 시스템의 핵심은 '능력치에 +값을 더하지 않는다'에 있다:거의 대부분의 카오스 토큰은 능력치에 부정적인 보정을 더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어떻게 보면 지극히 아캄 호러적인 시스템이라 할 수 있는데, 그렇기에 플레이어는 '얼마만큼의 마이너스 보정을 기대하고 보정을 해야 하는가'를 고민할 수 밖에 없다. 또한 카오스 토큰은 주사위에 비해서 토큰 풀의 변환과 구성이 용이하기 때문에 아캄 호러 카드게임에 다양한 난이도(쉬움에서부터 어려움까지)를 가능케 만드는 주요 요인이라고도 할 수 있다.


아캄 호러 카드 게임에 있어서 덱빌딩 요소는 게임을 시작하는 시점에 거의 결정된다고 할 수 있다. 패스파인더가 시나리오를 진행하면 할수록 게이머가 강해지는 것이 체감적으로 느껴진다면, 아캄 호러 카드게임에서는 카드를 업그레이드 하기 위한 경험치를 얻는 과정도 힘들고, 경험치도 많이 안벌리며, 무엇보다도 기본 카드 외의 높은 레벨의 카드들의 숫자가 적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부분들은 판타지 플라이트 게임 특유의 무한 확장을 통해 극복(?)될 부분이긴 하지만, 패스파인더 카드게임 같이 장소덱을 까뒤집어 내려가며 어떻게 성장할까 라는 재미를 부여한 부분과 비교하면 다소 아쉽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외의 덱빌딩 요소는 훌륭하다:플레이어의 직업에 따라서 역할은 극명하게 나뉘어지며, 케릭터와 카드의 조합에 따라서 플레이 스타일도 천차만별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게임이 하드코어하게 어려운 만큼 협력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기에 게이머들은 게임을 진행할 때 서로의 역할을 분담하고 플레이 스타일을 조율해나가고 협력을 통해 불가능한 과제에 도전하는 재미는 쏠쏠하다.


결론적으로 아캄 호러 카드게임은 TRPG와 카드게임의 중간 형태에 있는 게임으로, 패스파인더 ACG 보다 훨씬 더 발전한 형태라 할 수 있다. 물론 패스파인더 ACG가 갖고 있는 주사위 굴림 특유의 경파함이나 RPG적인 성장 요소는 다소 부족하더라도, 협력게임으로써 다양한 상황과 시나리오를 즐길 수 있는 게임은 아캄 호러 카드게임 정도 뿐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확장을 통해서 좀 더 다양한 덱빌딩 요소가 도입된다면 아캄 호러 카드 게임은 전작인 반지의 제왕 카드게임보다도 더 높은 자리에 도달할 수 있으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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