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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 만화, 영화 이야기




로베르 브레송은 자신의 저작들을 영화라는 시네마라고 부르기보다는 시네마토그래프라는 표현을 쓰기를 고집하였다. 시네마토그래프는 로베르 브레송이 창안한 단어로써, 적절한 번역을 찾기는 어렵지만 영화에 있어서 영상보다는 기록적 측면에 무게를 실어주는 단어라 할 수 있다. 그렇기에 브레송의 일지가 보여주는 '기록'에 대한 강조와 '연극'에 대한 극단적인 혐오가 동시에 공전하는 것은 납득되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영화를 찍을 때, 브레송은 배우의 연기에 대한 어떠한 지시도 없이 기계적으로 반복하게 만든 후, 그것을 촬영하여 편집하여 작품을 만들었다. 그렇기에 브레송 영화는 관객의 감정을 고양하기 보다는 관객이 배우와 영화를 관조하게 만드는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그렇기에 브레송의 스타일은 지금까지도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스타일을 만들어내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브레송의 미학은 벤야민이 영화라는 예술에 대해서 논평하였던 내용들을 공유하고 있다:벤야민은 영화가 예술이 되는 것을 논하기보다 예술이 영화로 인해 무엇이 바뀌었는지를 이야기해야 한다고 하였다. 기술이라는 형식은 우리가 알고 있는 예술의 내용을 변화시킨다. 그렇다면 벤야민이 영화라는 매체이자 기술의 특징이 무엇이라고 정의내렸을까? 벤야민은 영화의 다양한 부분에 주목하였지만, 그 중 핵심으로 꼽는 것은 '아우라'의 제거였다. 아우라의 특징은 바로 진품성이다:어떤 예술 작품이든 감상자가 진품을 마주할 때만 갖는 독특한 느낌이 있다. 그 진품성인 아우라를 대량생산을 통해 제거하는 것이 기술복제 시대의 예술작품이다. 


연극과 영화의 차이는 이러한 아우라 유/무를 더욱 뚜렷하게 드러낸다. 브레히트는 뛰어난 연극은 하나의 '스포츠 경기'와도 같다고 이야기하였다. 그 어떤 연극도 동일하게 상연되지 않는다. 연기자의 컨디션, 느낌, 관객의 반응 등등 연극의 모든 부분들은 하나 하나 재현 불가능한 역동성을 띄고 있으며 뛰어난 연극 감상자는 그러한 배우의 근육, 움직임, 눈빛, 그날 무대의 분위기 등을 모두 감상한다고 보았다. 하지만 영화는 다르다. 영화는 대량복제를 통해 만들어지기 때문에 진품성이 없으며, 또한 편집/촬영 프로세스로 인해 연극 배우가 몰입하여 만들어낼 수 있는 단 한번의 신비로운 연기는 성립될 수 없다. 벤야민은 이러한 아우라의 거세가 영화라는 예술이 대중예술로 거듭날 수 있는 중요한 요인이라고 보았다. 더이상 예술은 특수한 환경과 공간, 시간 내에서만 성립되지 않는다. 영화를 통해서 예술은 수많은 대중에게 배급되고 보급된다. 그렇기에 만들어지는 과정에서부터 소비되는 과정까지 영화는 하나의 산업이 된다.


그렇다면 브레송과 벤야민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 벤야민은 영화 산업에 있어서 스타 시스템과 거짓된 아우라가 갖는 허구성을 비판하였다. 스타 시스템은 배우의 연기-방향성의 부여-감정의 고양-고양된 감정을 실제의 스타에 덧입혀 착각하는 것으로 성립되며 벤야민은 이것이 거짓된 아우라라 지적하였다. 흥미롭게도 이는 브레송의 연극과 영화 스타에 대한 혐오와도 일맥상통한다. 브레송에게 있어서 배우는 어떤 극적인 감정(연극과도 같은)을 이끌어내기 위한 연기를 하는 존재가 아니었다. 배우에게 대본을 읽게 하고, 그 어떤 연기지도 없이 여러번의 연기를 한 것을 촬영/편집하는 브레송의 영화 스타일은 관객에게 감정을 고취시키는 일정한 방향성을 부여하고자 하지 않는다. 브레송에게 있어서 모든 영화는 어떤 의미에서는 다큐멘터리였던 것이다. 그것은 사실의 기록이며, 관객들이 보는 것은 극적으로 고양되는 감정이 아닌 카메라 앞에서 담담하게 표현되는 삶 그 자체이다. 그렇기에 브레송은 벤야민이 이야기했던 영화 개념에 가장 부합하는 감독이라 칭할 수 있으며, 삶을 묘사하는 것이 아닌 삶을 기록하는 영화로써 영화만이 갖고 있는 특징을 잘 포착해낸 거장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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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

http://leviathan.tistory.com/2020 1편 리뷰를 참조하면서 봐주세요.

리스폰 스튜디오와 타이탄폴 1편의 야심은 엄청난 것이다. 인피닛 워드 그 자체였던 그들은 콜옵이라는 걸출한 작품을 통해서, 현대적인 멀티플레이 게임의 근간을 만들었다:빠른 페이스의 전투, 킬스트릭으로 이어지는 하이 리스크-하이 리턴의 보상체제, 킬캠, 퍼크와 로드아웃 등등. 하지만 인피닛 워드가 리스폰 스튜디오로 탈바꿈하고 타이탄폴을 만들었을 때, 그들은 그들이 만들었던 것의 그 이상을 만들려 하였다. 단순히 빠른 페이스의 전투와 킬스트릭의 체제를 넘어서고 게임 내에 두개의 템포(파일럿-타이탄)를 섞어서 여지껏 보지 못한 새로운 것, 그것이 바로 타이탄폴 1편이었다. 그리고 타이탄폴 1은 데스티니와 이볼브 같은 게임들과 함께 새로운 FPS의 조류로 분류되며 게임 역사에 새로운 시대가 올 것을 예고하였다. 물론, 타이탄폴 1의 등장은 새로운 시대의 도래를 곧바로 의미하지 않았다. 여전히 배필이나 콜옵으로 대표되는 프랜차이즈들은 굳건하게 자신의 스타일을 고수하고 있었고, 타이탄폴이 만들어낸 조류가 큰 반향을 불러오기까지는 좀 더 시간이 걸렸어야 했었다.

타이탄폴 2는 정석적이고 모범적인 속편이다. 이미 큰 흐름의 게임 플레이는 전작에서 완성되었기 때문에 2편의 경우 의례 많은 프랜차이즈들이 보여준 1편에서의 장르/개념 정립 - 2편에서의 콘텐츠 양을 늘리는 종적 확장에 착수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콘텐츠의 종적 확장도 마냥 쉬운 것은 아니다. 타이탄폴 2가 훌륭한 이유는 게임의 종적 확장을 넘어서서, 몇몇 게임 요소들에 '양념'을 침으로써 전작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던 고양감을 느끼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리뷰는 기본적으로 전작 리뷰에 근거하고 있기에, 위 링크에 걸려있는 1편 리뷰를 먼저 읽고 2편 리뷰를 읽기를 추천드린다.

타이탄폴 2 리뷰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야기는 바로 타이탄폴 2의 공개 베타가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는 점이다:게이머들은 타이탄 건조 시간이 매우 느리다는 점, 타이탄이 너무 쉽게 부서진다는 점 등을 꼽으며 게임 자체가 타이탄이 중심이 아니라 '파일럿' 중심이 되었다는 평을 남겼다. 그 이후로 출시되는 게임에 많은 변경이 가해졌고, 결과물이 흡족스러웠기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은 악평 일색이었던 베타를 금새 잊어버렸지만 이러한 해프닝은 타이탄폴 2의 지향점을 분명하게 드러내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실제로 타이탄폴 2의 타이탄 건조 시간은 체감상 전작에 비해서 길어졌다는 인상을 준다(리뷰어는 베타를 하지 않고 곧바로 2편을 진행하였다) 하지만 이것은 단순히 타이탄 건조 시간이 늘어났다는 것을 의미하진 않는다. 게임이 진행되면 될수록 타이탄 건조 속도는 점점 빨라지며, 심지어 탈출 시퀸스에 들어갈 때 쯤이면 1분도 안되는 시간에 타이탄 하나를 뚝딱 뽑아내는 것도 예사로 생긴다. 타이탄폴 2의 가장 큰 특징은 전작의 시간에 '완급'을 부여하였다는 점이다:이제 게임은 모두 똑같은 리듬으로 진행되지 않는다. 게임이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위기감도 고조되고 스폰되는 NPC들(어트리션, 바운티 헌트 기준)의 종류도 달라지고 타이탄의 건조 속도도 빨라진다. 많은 사람들이 초기 베타 때 악평을 했었던 이유도 2편의 템포가 기존의 게임 템포와 이질적으로 느껴지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또한 타이탄폴 2에서 타이탄은 '강력하지만 결국은 소모되서 사라질 수 밖에 없는 존재'로 변화하였다. 전작에서는 타이탄에 기본적으로 재생되는 쉴드가 달려있었지만, 2편에서 타이탄은 쉴드 등의 체력회복 수단은 국한되며 약점이 생기는 등 전반적으로 약해졌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게임이 파일럿 중심의 게임으로 탈바꿈하려는 것을 의미하진 않는다. 1편의 타이탄은 힘이 대등한 플레이어들 사이에서는 쉽게 먹잇감으로 전락하는 존재였지만, 힘이 대등하지 못한 플레이어들 사이에서는 체력 회복 등을 이용해 진득하게 전장에 붙어있으면서 일방적으로 상대방을 압살하는 도구였었다. 2편은 이러한 불평등함을 바로잡고, 게이머들에게 타이탄은 게임 플레이의 정점이 아닌 게임 플레이에 있어서 지나가는 변곡점으로 변화시켰다.

이러한 템포의 조절은 게임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는 '소소한' 변화점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 소소한 변화로 인해서 게임은 전작과 완벽하게 다른 형태로 변모하게 되었다. 전작의 게임 플레이가 완만한 흐름을 보이다가 타이탄을 불러낼 때 급격한 변화를 보여주었다면, 2편의 플레이는 클라이맥스를 향해 부침(타이탄의 건조-파괴)을 거듭하며 고조되는 형태를 띈다. 처음에는 파일럿이 파일럿을 잡고, 미니언들은 크게 적수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게임이 진행될수록 타이탄들이 빠르게 건조되고 파괴되며, 스토커와 리퍼 미니언들이 나오면서 게임은 겉잡을 수 없을 정도로 규모가 커지기 시작한다. 게이머는 이 커지는 전장을 휘젓는 영웅이자 주인공이며, 전황을 뒤집는 존재다. 기본적으로 팀 데스매치를 기반에 두고 있지만, 타이탄폴 2가 계속해도 물리지 않는 이유는 바로 이 고양감 덕분이라 할 수 있다.

바운티 헌트 모드는 타이탄폴 2의 게임 디자인을 짧은 시간에 응축해낸 정수라 할 수 있다:플레이어들은 두 팀으로 나뉘어서 맵 상에 스폰되는 미니언들을 사냥한다. 가장 많은 미니언을 사냥하여 상금을 많이 획득한 팀이 게임에서 승리하는데, 중요한 점은 상대 파일럿을 죽일 때 상대 파일럿이 갖고 있는 현상금의 절반을 가로챌 수 있다는 것이다. 플레이어들은 미니언들을 사냥하되 상대 파일럿들을 견제하거나 죽여서 상금을 강탈해야 한다. 이러한 긴장감이 고조되는 가장 정점은 바로 현상금을 더이상 뺏기지 않도록 ATM에 입금하는 페이즈일 것이다:플레이어들은 자신이 갖고 있는 많은 것들을 단순간에 잃어버릴 수 있다. 하지만 돈이 입금될 때의 성취감/상대가 입금하는 동안 뒤치기로 현상금을 강탈할 때의 쾌감은 이루어 말할 수 없다. 또한 게임은 진행될수록 점점 생성되는 미니언들의 난이도가 높아지며, 현상금을 입금하는 순간의 위험도, 전투도 점점 더 격렬해진다. 이처럼 타이탄폴 2는 게임에 리듬을 부여함으로써 플레이어들이 중간에 이탈되지 않고 게임에 집중할 수 있게끔 만든다.

타이탄폴 2의 싱글플레이는 많은 사람들이 극찬을 한 부분이지만, 본 리뷰어 관점에서는 그렇게까지 색다를 것이 없는 게임이었다:타이탄폴 2의 싱글은 모던 워페어 1이나 2의 충격보다는 어디선가 본듯한 소품들의 향연에 가깝다. 그것이 분명 재밌기도 하고, BT와 잭 쿠퍼 사이의 유대감에 초점을 맞춰서 본다면 드라마도 나쁘지 않은 편이라 할 수 있지만 타이탄폴 2의 싱글플레이는 전반적으로 의무적으로 포함된 콘텐츠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작에 있었는지 없었는지도 몰랐던 싱글플레이에 비교한다면 타이탄폴 2의 싱글플레이는 정석적이고도 소품적이지만 재밌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타이탄폴 2는 1편의 훌륭한 확장이자 변주를 더한 작품이다. 그리고 이것은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이제 더이상 타이탄폴 1이나 이볼브 같은 작품들이 나와서 '무엇이 이후의 FPS인가'를 두고 실험을 하는 시대는 끝났다. 배틀필드 1, 둠 2016, 타이탄폴 2 등등의 등장은 실험은 끝났으며 이제 실험을 통해 얻은 결과물들을 바탕으로 새로운 시대가 도래하였음을 증명한다. 이제 우리가 앞으로 볼 FPS들은 진정 이전과 동일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면 타이탄폴 2의 등장은 좋든 싫든 이젠 모든 것이 바뀌어야 할 때를 알렸기 때문이다.

덧. 물론 게임과 별개로 EA의 이해할 수 없는 발매정책으로 타이탄폴 2는 정말이지 엄청난 피박을 뒤집어쓰긴 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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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



보드게임과 컴퓨터의 결합은 사실 놀라운 것은 아니다:생각외로 많은 보드게임들이 테블릿으로 이식되었으며, PC에서 보드게임을 하는 테이블탑 시뮬레이터 같은 게임들이 은근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이 둘의 결합에 대해서 의외의 수요가 있음을 증명하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컴퓨터 게임과 보드 게임이 결합하는 경우는 찾기 힘들었다:컴퓨터는 보드게임에 있어서 주사위, 카드 등의 컴포넌트를 대체하는 편리성을 보장하는 역할을 맡지만, 본격적으로 '컴퓨터 없이는 게임 플레이가 불가능한' 보드게임은 역설적으로 구곳울 보드게임이라 부르기 힘들다는 장르적 모순에 봉착하기 때문이다. 컴퓨터가 보드게임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면 과연 컴퓨터와 보드게임 사이의 차이는 무엇이고, 무엇이 컴퓨터 게임이 된단 말인가? 혹시 이것이 보드게임의 종말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아닐까? 


광기의 저택 2판은 그러한 경계를 적극적으로 허문 게임이라 할 수 있다. 광기의 저택 1판은 FFG에서 만든 아캄호러 프랜차이즈의 작품이자 비대칭형 대전 게임으로, 게이머 한명이 신화적 존재를 플레이하면서 조사자 플레이어들의 조사를 방해해야 한다. 조사자들은 서로 협력해나가면서 퍼즐을 풀고 괴물들과 싸워야 하는데, 이미 비슷한 컨셉의 비대칭 협동 게임인 이볼브를 통해서 증명되었듯이 신화적 존재를 플레이하는 플레이어가 얼마나 숙력되었고 게임의 완급을 조절하는가에 달려 있다 할 수 있으며, 흥미로운 게임 진행에도 불구하고 광기의 저택 1판이 다소나마 하드코어한 게임으로 자리매김한 큰 이유라 할 수 있다. 하지만 2판에서는 신화적 존재의 역할을 전적으로 컴퓨터가 맡도록 게임을 재구성하였다. 그렇기에 전반적으로 광기의 저택 2판의 룰은 간소화되었다:게이머가 신경써야 하는 것은 케릭터이 갖고 있는 전투나 퍼즐 풀기 등의 게임에 있어 가장 재밌는 부분들 뿐이며, 게임을 굴러가게 만드는 자잘한 룰들이나 규칙들의 진행을 컴퓨터가 도맡아 하기에 게이머들은 룰에 신경쓰기보단 적극적으로 의견을 교환하며 협동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이러한 게임의 구성은 '아캄 호러'라는 판타지 플라이트 게임의 프랜차이즈의 정체성을 궤뚫는 구성이라 할 수 있다. 아캄 호러라는 게임의 핵심은 '데미지 컨트롤'이라 할 수 있다. 아캄 호러 프랜차이즈에서 조사자들은 툭하면 미치고, 툭하면 데미지를 받아 뻗어버리고, 잘못 굴러간 주사위나 잘못 뽑은 카드 하나에 게임이 완벽하게 박살나는 일이 부지기수다. 그렇기에 때로는 헛웃음이 나오는 '우주적인 부조리'(그렇다, 아캄 호러 프랜차이즈의 핵심은 공포가 아니라 부조리 그 자체다)에 맞서 싸워나가는 것, 어떻게든 가진 수를 쥐어짜나가며 싸우는 것이 아캄 호러 시리즈의 정체성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아캄 호러는 단순하게 부조리함만을 강조하지 않는다. 게이머에게 게임이 클리어 불가능하게 느껴지는 순간에서 게임의 매력은 반토막 난다. 하지만 아캄호러는 조사자들을 매우 유능하게 설정해두고, 어떤 한 분야에 있어서는 범우주적 부조리에 당당히 맞서싸울 수 있도록 게임을 구성한다. 하지만 혼자는 이 거대한 부조리에 맞서싸울 수 없다. 그렇기에 아캄 호러는 서로의 단점을 보완하고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협동의 양식을 갖추었을 때, 가장 재밌는 보드게임 프랜차이즈라 할 수 있는 것이다.


광기의 저택 2판은 아캄 호러에 있어서 가장 '인스턴스한 재미'를 가져다주는 게임이라 할 수 있다. 게임은 컴퓨터/스마트 기기를 이용해 시나리오를 선택하고, 컴퓨터가 게임 마스터 역할을 수행하되 게이머들은 조사자를 움직여 시나리오에 따라 정해져있는 목표를 완수해야 한다. 시나리오를 선택하여 게임을 진행할수록 게이머에게 무작위적으로 불리한 일들이 일어나면서 정신적 육체적 데미지가 누적되기에 게이머들은 처음 플레이할 때는 게임을 클리어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여러번 플레이 하다보면 게이머들은 광기의 저택 2판에는 게임 내에 설정되어 있는 타임라인에 따른 이벤트와 아이템, 적들이 등장하는 일련의 규칙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게이머가 시나리오를 꿰고 있다면 광기의 저택은 클리어하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다. 문제는 컴퓨터가 만들어낸 랜덤으로 발생하는 이벤트들과 스폰되는 적들, 무작위로 생성되는 보드맵(맵은 몇몇 정해져있는 맵 구성에서 로테이션 된다)은 플레이어가 계획했던대로 일이 풀려나가게 만들지 않는다. 그렇기에 게이머들은 게임 시나리오 외적으로 그때 그때 임기응변과 협동을 통해서 게임을 풀어나가야만 한다.


게임을 클리어하기 위한 큰 계획을 세우고 컴퓨터가 만들어내는 변칙적인 고비를 임기응변으로 풀어나간다는 발상 자체는 광기의 저택 2판 자체를 매우 흥미로운 게임으로 만든다. 보드게임에 스토리가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스토리를 알고 있는 것이 게임의 재미를 줄이는 것이 아닌 게임 클리어에 있어서 중요한 전략이자 단서가 된다는 점은 게임의 리플레이성을 높이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컴퓨터가 게임 마스터 역할을 하기 때문에, 게이머들이 오로지 협동의 경험에만 초점을 맞추게 되었다는 점도 눈여겨 볼 부분이다:수많은 게임들이 컴퓨터의 도움없이 스스로 움직이는 '게임 논리'(AI 보다는 원시적이지만 분명히 게이머가 필요없는 자율적인 규칙)를 만들고 완벽한 협동 게임을 만들고자 노력한 점을 생각해보면, 광기의 저택 2판은 역으로 '컴퓨터가 아예 게임 마스터이자 무작위로 게임 논리를 생성해내는 역을 맡는다면?'이라는 발상을 하였기 때문이다. 또한 컴퓨터가 게임 마스터 역할을 함으로써 기존의 보드게임에서는 보일 수 없었던 독특한 시도와 게이머와 컴포넌트 사이의 새로운 형태의 상호작용을 꾀하였다는 부분도 눈여겨 볼만하다. 특히 NPC 토큰의 존재와 NPC와의 대화, 나래이션, 효과음 등의 존재는 기존의 협동 보드게임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요소다. 그렇기에 게임은, 흥미롭게도 작은 TRPG처럼 느껴지기도 한다:게임은 게이머에게 여유를 제공함으로써 시나리오에 집중하고, 자신의 케릭터와 다른 게이머 사이의 상호작용에 집중할 수 있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광기의 저택 2판은 이렇게 보면 매우 매력적인 게임이긴 하지만, 보드게이머들의 입장에서 본다면 그 단점도 치명적인 게임이라 할 수 있다. 우선, 게임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무작위 이벤트의 해결은 주사위 굴림에 기반하고 있다. 그렇기에 광기의 저택 2판의 이벤트들은 다소간 기계적이고도 질리는 부분이 많다고 할 수 있다. 맛깔나는 플레이버 텍스트를 보여주긴 하지만, 본질적으로 핵심은 '주사위 몇개를 굴려라'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보드게이머 입장에서는 이 게임이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게임이라기 보다는 주사위를 굴리는 게임처럼 느껴질 소지가 다분히 있다. 게임의 리플레이 가치 대부분이 무작위로 생성되는 난관을 게이머가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를 쥐어짜내는 부분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고려해본다면, 여타 플레이어 말이나 적들 말, 토큰 같은 여타 다양한 컴포넌트와 상호작용하는 보드게임 특유의 강점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것으로도 보인다.


이는 광기의 저택 2판이 컴퓨터가 게임 마스터의 역할을 주재하되, 현실의 게임 컴포넌트들과 유리되어 움직이고 있다는 문제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컴퓨터는 어디에 게이머가 있는지 모른다. 게이머가 어떤 아이템을 갖고 있는지, 자신이 배치한 적이 어딨는지 등을 전혀 모르기에, 게임 마스터 역할을 하는 컴퓨터는 자신의 명령을 추상적으로 표현할 수 밖에 없다:가령 컴퓨터가 몬스터 1은 가장 가까이 있는/가장 지능이 높은 게이머를 골라 공격하라와 같은 추상적인 명령을 내리면, 게이머는 대신 그 몬스터 1을 옮기고 게임 마스터인 컴퓨터에게 그 결과를 입력한다(몬스터 1이 게이머에게 접근했다/게이머에게 접근하지 못했다) 마치 장님이 코끼리를 더듬듯이 추상적인 명령을 던지고 수행하고 주사위를 굴려서 성공/실패 여부를 판정하기 때문에, 게임은 세심하게 움직인다기 보다는 우격다짐으로 돌아가는 듯한 인상을 자주 준다. 물론 그 우격다짐으로 돌아가기에 게이머들은 게임을 쉽게 배우고 즐길 수 있지만, 점점 플레이 수준이 높아질 수록 게임에서 발견되는 아쉬움들은 눈감아주기 힘든 부분들이 있다. 엄밀하게 본다면, 광기의 저택 2판의 컴퓨터 게임 마스터는 이미 보드게임에서 자주보아왔던 자율적인 논리 규칙들을 컴퓨터가 수행하는 수준에 불과하다. 그렇기에 광기의 저택 2판은 기존의 보드게임에서 찾아볼 수 없는 게이머와 컴포넌트 사이의 새로운 형태의 상호작용을 컴퓨터를 이용해 보여주는 동시에, 초보적인 게임 마스터 컴퓨터의 한계에 게임을 가두어버리고 만다.


결론적으로 광기의 저택 2판은 보드게임의 경계를 조금 더 넓힌 과도기적인 작품이라 할 수 있다. 게임은 분명 재밌고, 오랫동안 다른 게이머들과 함께 즐기면서 플레이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만약, 게임 마스터 역할을 맡는 컴퓨터가 게임 컴포넌트들을 좀더 세밀하게 통제하고 지시하여 게임의 변수를 만들어내거나, 주사위 굴림 외의 다른 변수를 규칙으로 도입하였다면 게임은 지금보다 더 흥미롭고 재밌는 게임이 되었으리라 본다.







잡담/개인적인 이야기



새해가 밝았습니다(여지없는 땜빵 포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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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새해복 많이 받으시고, 원하시는 바 2017년엔 꼭 성취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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