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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개인적인 이야기




날씨가 무더워서


글을 안썼습니다. 8월부터는 책읽고 글쓰는데 집중하는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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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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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




너무 더워서 글 안써짐...




게임 이야기


즐기고 리뷰를 하는 것이 아니라

리뷰를 쓰기 위해 즐긴다...미쳐감...중얼중얼...


게임 이야기




*중요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이전에 썼던 글을 인용 편집하여 게재합니다.



우리가 사는 곳은 국가가 아니라 언어다. 모국어야 말로 우리의 진정한 조국이다. -에밀 시오랑


메탈기어 솔리드 V:팬텀패인 2015년 트레일러는 이전의 복수라는 키워드 이외에 '언어'라는 소재를 들고 나왔다. 하지만 엄밀하게 본다면 이러한 팬텀패인의 경향성과 키워드 선정이 '이상한' 것은 아니다. 똑같은 시나리오를 통해서 똑같은 인간을 만들어낼 수 있는가(메탈기어 솔리드 2), 국가와 충성에 대한 이야기나(메탈기어 솔리드 3), 전쟁 경제에 의해서 세상이 어떻게 바뀌는가(메탈기어 솔리드 4), 핵억지력과 평화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메탈기어 솔리드:피스워커) 등등을 통해서 코지마 히데오는 자기 자신의 명제인 '게임이 성인지향적인 내용을 다룰 수 있는가'라는 부분에 대해서 끊임없이 도전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물론 영화감독을 꿈꾼 자의 자기 만족적인 실험적 성격도 강하지만, 메탈기어 솔리드 시리즈는 모두 게임사에 독특한 족적을 남긴 작품들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에 팬텀패인의 시도가 뜬금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궁금증이 생기긴 한다:국가와 군대의 이야기를 주요하게 다루는 시리즈에서 어째서 '언어'라는 소재를 들고 나온 것일까?


이를 설명하기 위해선 니콜라스 에반스의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죽다 라는 책이 있다. 이 책은 아주 극소수의 사용자만이 사용하는 언어를 다루는데, 팬텀패인과 연결시켜서 볼 수 있는 상당히 흥미로운 부분들이 존재한다. 책은 현생 인류가 처음으로 지구상에 등장하고 농경을 시작하였을 때, 1500만명 가량이 지구상에 존재했었고 1만명 단위의 집단이 하나의 언어를 썼다고 한다. 그렇기에 그 당시에는 넉넉잡아 1~1.5만개 정도의 언어가 있다고 보았다. 하지만 현재는 60억 인구가 지구상에 존재하는데도 17개 국가가 사용하는 언어가 전체 언어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적어도 50만년 정도 되는 인류의 역사 중에서 기원전 2000년 전이라는 비교적 가까운 과거에 겨우 100만명 단위의 집단이 사용하는 언어가 등장했다는 걸 고려하면 흥미로운 수치다. 


그렇기에 니콜라스 에반스는 다소 흥미로운 주장을 펼친다:우리가 현재 바라보고 있는 언어의 세계는 자연적이지 않은 세계가 아닐까, 라는 것이다. 언어는 끊임없이 분화하고 변화하며, 인간은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언어를 접하고 더 많은 언어로 생각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일례로 카메룬의 특정 지역에는 8가지 언어로 이야기할 수 있는 멀티링귀얼이 일반적이다. 소수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3~4개의 언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지금 이 시간에도 한국어라는 언어 자체는 분화되고 있으며, 우리는 그 현장을 인터넷이라는 공간을 통해서 도처에서 확인할 수 있다. 스스로 타인과 구별짓기 위해, 환경적 지리적 요인에 의해, 언어는 계속해서 분화된다. 그리고 언어가 자연스럽게 분화되고자한다면, 역으로 그것을 하나의 언어로 '통일' 시키려는 인공적인 흐름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국가가 공용언어를 정하고 이것으로 소통하려는 것은 그것이 국가라는 시스템을 유지하는데 있어서 가장 기본적인 전제조건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하나의 언어로 소통하는 것은 인간의 사유를 통제하는데 있어서 가장 효율적이고도 효과적인 수단이라는 것이다. 인간의 사유는 언어라는 수단과 항상 함께한다. 그렇기에 언어를 통제하는 것은 인간의 생각을 통제하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조지 오웰의 대표적인 디스토피아 소설 1984에서는 단어들을 단순화시키고 삭제함으로서 인간의 생각을 통제하고자 하였다. 또 멀리갈 필요도 없이 북한이 내부의 정치 권력 관계가 변화하면서 언어가 그에 맞춰서 따라가는 모습을 찾아볼 수도 있다. 언어의 통일과 통제는 근대국가의 성립과 밀접한 관련을 맺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스컬페이스가 언어가 바뀔 때마다 자신 또한 바뀌어 갔다고 표현한 것은 팬텀패인의 테마를 관통하는 부분이다:0이라는 기준점, 그리고 그 0을 구축하고 표현하는 언어가 바뀌어갈 때마다 인간은 바뀐다. 그렇다면 언어는(좀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국가를 구성하는 언어) 인간에게 있어서 하나의 족쇄가 아닐까? 국가라는 공동체에 사로잡힌 인간들은 과연 자기 자신의 언어로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그저 국가가 만들어낸 언어에 사로잡혀 있는 것일까? 스컬페이스가 부수고자 했었던 것은 바로 미국과 강대국의 헤게모니로부터 시작되는 통치와 이를 구성하는 영어 그 자체였다. 그의 계획에서 모두가 평등한 무력을 갖고 스스로 생각하는 세계를 만들기 위해 전제로 했던 거대한 계획 중 전세계인의 핵무장과 함께 가장 중요한 축을 차지했었던 것은 바로 영어의 말살이었다.


그리고 여기서 상당히 흥미로운 은유를 접합시킬 수 있다:성경 창세기에 나오는 바벨탑의 이야기는 모든 인류가 하나의 언어로 소통하며 신의 권위에 저항하기에 하늘에 닿는 바벨탑을 쌓으려 하다가 신이 언어를 흩뿌림으로써 실패하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하였듯이, 하나의 언어로 인간이 공통된 사유를 하는 것이 '인공적'인 행위라면 역으로 하나의 언어와 하나의 사고, 하나의 체계를 무너뜨려 원래 그 각자의 인간들에게 신이 오롯이 돌려준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역으로 빅 보스 역시도 신이 바벨탑을 무너뜨려 언어를 인류 개개인에게 돌려주었던 것처럼 국가라는 바벨탑을 무너뜨리려는 것이 아닐까? 국가의 붕괴를 통해서 인류는 오롯이 자신의 의지로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는 인간이 될 수 있을까? 그 결과가 어찌되든 간에, 바벨탑을 붕괴시킴으로써 인류는 말을 서로 이해할 수 없어서 갈등하게 되었고 흩어지게 되었다는 창세기의 이야기를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국가의 붕괴를 통해서 만들어지는 혼돈과 파괴는 현대 인류 사회를 완전히 뿌리채부터 박살내버리는 행위가 될 수 있다. 그렇기에 세계를, 체제를 증오한 남자(스컬 페이스)가 언어를 붕괴시키는데 집중한 것도 이해가 되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팬텀페인에서 언어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지만, 이전의 작품들에서도 언어는 은근히 중요한 표현 요소로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메탈기어 솔리드 시리즈에서 각국 언어로의 더빙 및 로컬라이징은 판본에 따라 미세한 흐름의 차이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가령 직계가 아닌 방계라 할 수 있는 메탈기어 솔리드 리벤전스의 사례를 보자:게임의 클라이맥스에서 라이덴이 '그리고 이 검은 내 검이 아니다'라고 이야기하는 장면이 일본어 더빙에서는 망설임과 포기의 뉘앙스가 풍겼다면, 영어 더빙에서는 광기와 말장난이 묻어나온다. 물론 라이덴이 자신이 행해왔던 것들에 대한 회의감을 느낀다는 점에서 이 두 장면은 동일하다 할 수 있지만, 그것을 표현하는 방법 자체에서 영어와 일어는 완전히 다른 뉘앙스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또한 영어 더빙을 할 때, 각국의 영어 억양을 표현함으로써 '원어는 아니되 그 언어의 존재를 인지하게 만드는' 방법을 게임에서 쓰기도 하였다. 피스워커에서는 중남미 영어의 억양을 살리는 등, 게임은 정갈한 표준 미국 영어로 이야기하는 러시아 악당 같은 것들의 클리셰를 부수려고 시도하기도 하였다(물론 초기작인 메기솔 1이나 2에서는 그런 흐름이 미약했다고 할 수 있다. 게임이 본궤도에 오른 3이나 4편부터는 이러한 경향성이 강해지게 된다)


하지만 팬텀패인은 언어 너머의 무언가를 바라보기도 한다:스컬페이스가 죽은 뒤에 베놈 스네이크는 메탈기어 사헬란트로푸스와 함께 스컬페이스의 환영을 본다. 그것은 바로 언어 너머의 세계,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악의와 분노의 무저갱에 대한 이야기다. 팬텀페인에서 우리가 주목해야할 점은 이 작품이 메탈기어 솔리드의 역사에 있어서 끝이 아니라는 것이다:이후 아우터 헤븐 봉기와 잔지바랜드 봉기로 이어지는 메탈기어 솔리드의 시작이 바로 팬텀패인인 것이다. 하지만 팬텀패인에서 스네이크는 여전히 영웅으로 남아있다. 악의와 광기(스컬페이스의 환영)에 사로잡히고 스스로 행했던 가치(빅보스의 배신)로부터 배신당하긴 하였어도 베놈 스네이크는 여전히 만신창이인채 영웅으로 남아있다. 게임의 개발에 있어서 코나미와 코지마 사이의 큰 불화가 이와같은 미완의 스토리를 만들어내기는 하였지만, 우리가 주목해야할 점은 바로 이 미완의 스토리에서 차후 어떻게 진행될지를 보여주는 몇몇 단서를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계승'이라는 테마다. 인간의 언어를 받아들임으로써 인간의 지식은 개체에 한정되지 않고 후대로 이어질 수 있게 되었다. 메탈기어 솔리드의 주인공는 빅 보스가 아닌 솔리드 스네이크며 메기솔 4를 통해서 현대의 전쟁을 거친 그가 현대전의 끄트머리에서 새로운 세상이 오기를 꿈꾸는 것으로 메탈기어 솔리드의 이야기는 종지부를 맞이한다. 하지만 이미 빅 보스가 고민했던 것들, 빅 보스가 느꼈던 것들은 어째서 솔리드 스네이크에게로 이어지지 않는 것일까? 그리고 그의 또다른 아들인 리퀴드 스네이크는? 여기서 팬텀패인의 숨겨진 테마가 드러난다. 그것은 바로 '단절'이다. 자신의 유전자와 밈을 타고난 자식인 리퀴드 스네이크와 만나지만 자식은 아버지를 증오하며 아버지는 자식에게 그 어떤 것도 전달하지 못한다. 전쟁에서 생겨나 상처받은 소년병들에게 늙은 영웅이 이야기하는 것은 '이들은 언젠가 쓸만해질지도 모른다, 그들은 이런걸 자연스럽게 배우니까'라고 이야기할 뿐이다. 그는 훌륭한 병사였고 영웅이었고 군인들을 이끄는 리더였지만 정작 사회와 사람들에게 더 나은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다. 파즈의 환영과 스컬페이스의 환영처럼, 빅보스(혹은 베놈 스네이크)는 자신의 고통에 갇혀있을 뿐이며 같이 고통받는 자들의 고통에 공진할 뿐이다.


미공개 에피소드인 파리대왕은 이런 점에서 우리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다고 본다:코지마가 의도했었던 것은 아들과 아버지의 관계가 파국을 맞이하고, 영웅이 자신을 배신하고, 더 나아가 자기가 믿었고 지키고자 했었던 신념과 가치조차 스스로 배신해나가는 영웅의 몰락에 대한 이야기였을 것이다. 하지만 게임은 어디선가 틀어져서 이 몰락의 이야기들 중 일부만을 담아낼 수 있었다. 물론 이러한 데에는 코지마의 책임도 일정 정도 있다:좋은 창작자는 이야기를 폭주하게 내버려두는 것이 아니라 어느정도 맺고 끊음을 만들어내어서 감상자가 집중할 수 있게끔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팬텀패인은 이미 몰락의 일부만을 다루어냈는데도 그 분량이 여타 게임의 1.5배에서 2배 가까이 되니 이는 하나의 창작물로써는 너무 거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하지만 그 미완의 이야기로부터 팬텀패인이 보여준 가능성은 역사에 길이남을 프랜차이즈의 순환(완결에서부터 역순으로 되짚어내려오는)이었다. 그것이 코지마 식의 장광설(물론 이번 팬텀 패인에서는 그 장광설을 카세트 테이프의 형태로 빼내었지만)로 구성되었지만, 그것이 완성되었을 때의 가치는 게임 역사에 길이 남을 것이었다. 그렇기에 지금의 팬텀패인은 아쉬운 부분이 참으로 많은 작품이다.




게임 이야기



최근 넥슨의 서든어택 2의 서비스 시작과 함께, '시체의 선정성'을 두고 논란이 되고 있다. 서든어택 2에서 섹스 어필을 강조하는 케릭터 모델링이 시체가 된 뒤  시체의 물리 효과인 렉돌을 통해 다양한 포즈로 죽은 모습들을 사진을 찍고, 이에 대해 입에 차마 담을 수 없는 다양한 외설적인 말들을 쏟아내고 있다. 그리고 이 부분에 대해서 게임의 선정성 논란이 대두된 것이다. 물론 서든 2는 시작부터 너무나 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 게임이며, 그 이야기들을 모두 다루기에는 이 페이지의 분량이 부족하다. 하지만 서든 2의 시체 선정성 논란은 넥슨이 의도하고 만들었다고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창작자가 텍스트에 담아내고자 한 의도들은 소비자가 접하는 텍스트와 완벽하게 일치하지 않으며, 소비자들이 갖고 있는 컨텍스트와 텍스트의 결합으로 인해 받아들여지는 컨텐츠의 내용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논란은 이것을 받아들이는 게이머들의 문화와 자세에 기반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 글에서는 짧게나마 FPS 게임에서의 렉돌에 대해 짚어보고, 서든 어택 2가 갖고 있는 문제와 함께 종합하여서 살펴보고자 한다.


랙돌의 시작은 사실 '살아있는' 케릭터가 죽음을 맞이하면서 오브젝트화 되는 것에 대한 처리를 구현하는 것이었다. 즉, 케릭터가 아닌 '환경이자 사물로써' 시체를 구현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렉돌이란 개념은 게임 내의 물리 엔진 및 법칙 구현과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으며, 렉돌이라는 개념이 대중에게 알려지고 가장 인상적으로 다가온 첫 사례는 바로 하프라이프 2였다. 그 유명한 폭발 드럼통이 자연스럽게 무너지면서 폭발하는 시연을 통해서 하프라이프 2는 게임 내의 세계를 구현하는 방식 자체를 근원적으로 뒤집었다. 그전에는 세계를 구현하는 가장 근원적인 물리 법칙은 대단히 어설프거나 간략하게 생략되는 것이었는데, 하프라이프 2가 중력건 기믹과 함께 세계를 표현하는 방식으로 물리법칙을 들고 나오면서 일상에서 접하는 중력과 물리법칙이 즐길 수 있는 컨텐츠가 된다는 것을 입증한 것이다.


하지만 죽은 시체는 어디까지나 하나의 오브제에 불과하다:적의 시체와 물리엔진, 혹은 렉돌이 주요한 게임 기제로 나오는 경우가 얼마 없는 건 사실 적이 시체가 되는 순간 하나의 사물화 되기 때문이다. 그 후에 시체가 살아움직인다면 그건 사물이 아니라 또 다시 적이겠지. 물론 예외는 있다. 데드 스페이스 시리즈는 네크로모프가 사물이 되는 순간이 대단히 중요한데, 워낙 죽었다 일어났다 시체인척 했다가 하는 적들이 많다보니 게이머들이 '죽은척하는 살아있는 적은 물리 엔진과 렉돌의 영향 밖이다'라는 점에 착안해서 적을 들어올리거나 하는 등의 바디 체킹을 하는 테크닉이 있다. 그리고 기본적인 슬레셔의 어깨 발톱을 뽑아 던지면 그 화력이 절륜해서 일부러 죽은 슬레셔 어깨 발톱 뽑아 던져서 탄약 아끼는 테크닉도 있으며, 자폭 네크로모프의 폭발 낭포를 뽑아서 던지기도 한다. 이런 데드 스페이스 시리즈의 경우는 시체라는 환경을 유기적으로 사용하겠다는 게임 콘텐츠 개발상의 아이디어 보다는 데드 스페이스가 근원을 두고 있는 설정들(죽어도 살아나는 네크로모프 같은)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것으로 보인다.


또한 시체는 잠입 액션 게임에서 중요한 오브젝트로 등장한다. 기본적으로 스테이지의 환경적인 요소를 통제하거나 간파하는 것이 중요한 잠입 액션 게임에 있어서 시체는 스테이지를 침입하는 외부자인 플레이어의 존재를 드러내는 중요한 사물이다. 그렇기에 게이머가 섣불리 방아쇠를 당기지 못하게끔 하고, 적을 피해서 가거나 설사 적을 죽이더라도 그 시체를 어딘가에 숨겨놓아야 하는 치밀함을 강제하기도 한다. 메탈기어 솔리드 시리즈에서 게이머가 적병을 락커 등에 숨겨넣는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좀 더 발전된 형태의 잠입 액션 게임에서는 적을 죽이는 과정에서 생긴 징표들(혈흔 같은)도 플레이어의 존재를 인지하게 만드는 주요한 척도가 되기도 한다. 그렇기에 렉돌은 이러한 환경으로서의 시체를 구현하기 위한 중요한 법칙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이와 같은 사례들이 있지만, 랙돌의 가장 일반적인 사용례들은 오픈월드 게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세계 그 자체가 즐길 거리인 게임 장르에서 물리엔진은 세계를 구현하는 중요한 표현 방법이자 게임의 놀잇거리이기 떄문이다. 젤다의 전설 신작 브레스 오브 더 와일즈가 발매가 연기 된 것이 미야모토 시게루가 게임의 물리 엔진을 다시 구현하라고 하면서 그 유명한 밥상 뒤엎기를 시전한 것은 그만큼 오픈월드 게임에서 물리엔진이 중요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부분이다. 


그렇기에 서든 2의 렉돌 논란은 제작사가 그냥 생각이 없이 넣어서 생긴 결과물이라 보여진다. 애시당초에 서든 2에서 렉돌이 있을 의미 자체가 없다:요즘 멀티 fps에서는 대부분 사물화된 케릭터와 물리환경 사이의 상호작용보다는 이 케릭터가 어디서 죽었느니 이 주위에 적이 있다고 표지해주는 일종의 경고 표지판 역할이 강하다. 그래서 대부분은 사물화된 시체에 대한 물리 구현보다는 UI 상에서 크고 빨간 위험해보이는 해골표시를 붙여서 주의를 기울이라고 하는 쪽이다. 즉, 어디까지나 시체를 하나의 환경 코드이자 시스템으로서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서든 어택 2에서는 시체가 그렇게까지 다양한 포즈로 죽을 필요가 없었다:이는 분명한 자원 낭비이며 자신이 만들고자 하는 게임에서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이 불필요한지에 대한 고민이 전무했기 때문에 생긴 문제다.



게임 이야기





야 야 으아아아 야 으아아아아아 야아아아 으아아아아



게임 이야기



*주의, 심각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유령이란 무엇일까? 영원히 저주받은 존재? 어쩌면 순간의 고통...

죽은 것도 어떤건 산 것처럼 보인다. 조만간 감정이 정지된다. 

빛바랜 사진처럼. 호박 안의 벌레처럼.


-악마의 등뼈(2001), 기예모로 델 토로


팬텀 페인의 이야기는 전적으로 '환영' 또는 '유령'의 이야기라 할 수 있다. 게임은 지속적으로 환지통Phantom Pain이나 환영, 유령 등의 이미지를 차용하며, 팬텀 페인의 주요한 스포일러나 이야깃거리들 역시 환영이라는 코드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째서 팬텀 페인은 환영과 유령을 주요한 테마로 삼은 것일까? 메탈기어 솔리드 시리즈의 이야기들은 국가와 군대, 그리고 통제(생물학적인 통제, 정보전적인 통제, 핵이라는 슈퍼파워에 의한 통제 등등)에 기반하고 있다.(이에 대한 본인의 분석은 여기를 참조시라) 그리고 팬텀 페인은 메탈기어 솔리드 3와 피스워커에서 메탈기어 솔리드 1편으로 이행하는 미싱링크를 다루는 작품이며, 게임은 핵(3편과 피스워커)에서 생물학적, 정보전적인 통제(1편과 2편, 4편)로 이어지는 일종의 '연결고리'를 제공하는 역할을 맡는다. 그리고 팬텀패인은 환영과 죽음을 통해서 위대했었던(혹은 위대하도록 만들어졌었던 가련한) 영웅의 파멸과 현대 국가와 군대, 그리고 통제사회로 이어지는 당위성을 완성한다.


환영과 유령이란 무엇인가? 이들의 공통점은 존재하지 않는 것들이란 것이다:죽어서 떠도는 유령과 단 한명에게만 보이는 환영은 현실세계에서 존재하지 않는 것들이다. 하지만 그것이 정말로 존재하지 않을까? 환지통은 잘려진 사지로부터 느껴지는 고통이며 환영이다. 하지만 그걸 느끼는 사람에게 그것이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이야기할 수는 없을 것이다. 오히려 이 존재하지 않음이 환지통을 더욱 고통스럽게 만든다. 구원받을 수 없는 고통 속에서 인간은 점점 무기력하게 꺾여가며 잔불이 은은하게 퍼지듯이 광기와 분노로 자신의 육체와 정신을 불태운다. 팬텀패인의 이야기는 바로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우리는 이미 피스워커를 통해서 파멸의 전조를 보았다:자신이 믿었던 가치와 멘토를 스스로 죽여버린 죄책감에 몸부림치던 빅 보스가 자신의 멘토(더 보스)를 부정함(총을 버리는 군인, 죽어서도 국가와 인류에 충성하는 자)으로써 마주하는 것은 빠져나올 수 없는 고통이다. 그는 자신을 버린 세계와 가치를 버림으로써 구원받을 수 없는 고통과 광기 속에 자신을 던진다. 오히려 그라운드 제로의 사건들은 그가 모두의 믿음과 더 나아가 '자기 자신마저도' 배신하게 되는 외형적인 동기를 제공할 뿐이었다.


그와 반대로 빅 보스의 대적자인 제로 소령은 멘토의 죽음을 목격하면서 빅 보스와 다른 무언가를 보게 된다:그것은 가치에 복종하는 절대적인 시스템이다. 제로 소령이 만들고 싶었던 것은 방아쇠를 통제하는 사회였다. 메탈기어 솔리드 4에서 나오는 나노머신으로 통제당하는 군대와 전쟁으로 하나되는 세계처럼, 정보와 행동을 통제함으로써 세계가 더 보스의 유지 아래 하나되는 세계를 만들고자 한 것이다. 제로 소령은 자신의 이름 그대로 세계의 0을 만들고자 하였다:0은 단순히 공허가 아니다. 0은 바로 기준이다. 0의 존재로부터 현대 수학은 시작되었고, 모든 지표와 수치를 묘사할 수 있는 기준이 생기게 된다. 제로 소령(=사이퍼)이 만들고자 하였던 것은 바로 가치에 복종하는 시스템의 근원, 0이라는 존재 그 자체였던 것이다.


하지만 0은 단순한 상태가 아니다:수학적인 개념으로써 0과 달리, 시스템으로서의 0은 자신의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음과 양의 영역 사이에서 자신을 끊임없이 유지해야한다. 즉, 시스템으로서의 0은 바로 동사이다. 그리고 동사로써 0은 지속적으로 자신을 양수와 음수 사이에서 자신을 유지한다. 그 시스템으로서의 0 위에 올려져있는 양수의 세계와 달리, 0의 밑에 깔려있는 끔찍한 무저갱 음의 세계가 존재한다. 밀러가 이야기하였듯이, 스컬페이스는 바로 0 너머의 무한한 무저갱으로부터 왔다. 자신들을 이끌어주었던 구세대의 멘토를 지녔던 제로와 빅 보스와 달리, 스컬페이스는 철저하게 음지의 길을 걸었다. 그렇기에 그런 그가 시스템을 불태움으로써 세계를 구한다(인간은 시스템이 아닌 자기 자신의 언어와 무기에 갇힘으로써 진정으로 평등해지고 자유로워진다)는 발상을 한 것은 한 미치광이 악역의 궤변이라 할 수 없다. 0이라는 기준 아래 시스템에 포섭되는 세계와 포섭되지 않는 세계의 구분을 무너뜨리고, 모두를 구원하기 위해서는 이들을 구분하는 장벽을 무너뜨려야 한다. 그것이 바로 시스템이자 자신의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자신에 포섭되지 않는 세계를 부정하는 동사로써의 0이다. 음지를 경험한 자가 필요악으로 지옥을 만들어내는 시스템을 부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린 것은 전혀 이상하지 않다.


그렇기에 스컬페이스가 제로와 빅보스를 증오하는 것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제로와 빅 보스는 역사의 음지에서 싸웠지만 어찌되었든 그들은 세계를 구한 영웅이었다. 하지만 스컬페이스는 자신의 이름을 빼앗긴 채, 자신을 부정당했다.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제로와 빅 보스에 대한 스컬 페이스의 증오가 뜬금없다는 평가를 하였는데, 이름을 빼앗긴 자가 자신을 이용하며 어둠 속에서 양지를 꿈꾸는 위선자들(스컬페이스 입장에선)을 증오할만한 이유는 충분하다. 또한 세계를 불지르기 위해서 과거의 영웅들을 먼저 죽이는 것, 구시대 미덕의 잔재를 제거하는 것은 스컬페이스가 꿈꾸는 세계를 만들기 위한 기틀을 마련하는 행위다. 그라운드 제로의 괴멸적인 사건을 통해서 과거의 메기솔 시리즈가 어둠 속에서 빛을 꿈꾸는 영웅들의 이야기에서 벗어나 어둠 속에 파묻힌, 세계로부터 빼앗긴 자들의 이야기로 변화하게 된다. 자신의 정체를 빼앗긴 악인(스컬페이스), 목소리를 빼앗긴 저격수(콰이어트), 일생의 업적을 빼앗긴 참모(밀러), 미래를 빼앗긴 아이(일라이=리퀴드 스네이크),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기가 믿고 섬겼던 영웅으로부터 모든 것을 빼앗긴 베놈 스네이크까지 말이다.


빅보스가 자신의 죽음을 속이기 위해서 베놈 스네이크라는 바디 더블을 내세운 것은 빅보스라는 인물의 몰락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부분이다. 기존의 매기솔 시리즈에서 스네이크라는 존재가 상황과 음모에 따라서 '만들어진 영웅'이기는 하였지만, 그것을 행하는 것은 만들어진 영웅 스네이크들이었다. 즉, 메기솔 시리즈 전체를 놓고 보았을 때, 스네이크는 하나의 밈이자 바이러스 코드인 것이다:단독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 주변 환경과 의도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존재가 바로 메기솔의 영웅 스네이크다. 하지만 그럼에도 스네이크는 어둠과 빛의 어스름 사이에서 빛을 향해서 나아가길 꿈꾼다. 하지만 팬텀 패인에서 빅보스가 베놈 스네이크를 만들고 그의 업적을 찬탈함으로써 영웅은 나락으로 추락하게 된다:과연 빅보스가 사이퍼와 다른 것이 무엇이 있단 말인가? 베놈 스네이크가 겪었던 일들은, 그가 받았던 고통은 그럼 무엇이란 말인가? 세계로부터 버려진 멘토를 보고, 그 멘토와 달리 버려진 자들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겠다고 했었던(피스워커의 마지막 독백에서처럼) 빅 보스가 베놈 스네이크를 만들었던 것은 그가 더이상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것과 동일하다.


팬텀페인의 스토리는 그렇기에 위대했던 영웅의 몰락이자, 음수의 세계에서 벌어진 세계의 어둠에 대한 이야기다. 여기에 코지마는 기존 메탈기어 솔리드 시리즈가 갖고 있었던 빈틈을 채워넣는다. 잔지바랜드 봉기와 아우터 헤븐 봉기에서 두번 죽었던 빅보스가 사실은 각기 다른 인물이었다는 것, 베놈 스네이크와 빅 보스가 서로 분리되었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팬텀패인의 큰 문제는 어째서 빅 보스의 밈을 이어받았던 베놈 스네이크가 완벽하게 타락하는가를 설명하지 못한다는 점에 있다:빅보스는 베놈 스네이크를 배신하였다, 하지만 베놈은 어째서 자신 속에 남아있는 일말의 선함을 배신하는가? 그 과정은 팬텀패인은 다루지 않는다. 또한 下편에서 다룰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일라이와 베놈의 관계, 트랜치 레즈녹(=사이코 맨티스)의 존재, 콰이어트의 행방, 언어와 국가, 인간의 관계 등등에 대해서 너무나 많은 빈칸을 남겨두었다. 그것은 게임에 대한 외압(코나미의 콘솔 게임에 대한 태도 등)이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여진다.




언어와 어린이에 대한 이야기는 下편에서 계속하도록 하겠다.





게임 이야기



내일 글 올라옵니다(뻗음)




게임 이야기


내일부터 다시 집필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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