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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나 바쁜 월말 월초가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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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게 플레이하는 중 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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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이런저런 정보들이 공개되서...땜빵...(사실 옛날 트레일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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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펜슈타인 뉴 오더 리뷰(http://leviathan.tistory.com/1870)에서도 언급하였듯이, 잔인하게 이야기하자면 둠과 울펜슈타인 같은 현대적 FPS의 시조들에게 더이상 있을 자리는 존재하지 않는다:이들이 발매된 이후 근 20년 동안, 시장의 트랜드는 계속해서 바뀌어 왔으며 게임 업계의 패러다임을 바꾸었던 id 소프트도 주도권을 잃고 점점 지는 태양이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퀘이크 3의 하드코어한 게임 플레이를 정점으로 FPS의 트렌드는 점점 대중이 쉽게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으로 향해가고 있으며, 둠의 매력적인 싱글플레이(무지막지하게 많은 적과 무지막지하게 강력한 무기들, 넓은 맵에서 모조리 쓸어담는 것)를 훌륭하게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한 작품들(시리어스 샘이나 페인 킬러 같은)도 많았었다. 더이상 둠과 퀘이크 같은 게임들은 유일한 게임들이 아니게 된 것이다. 하지만 둠과 울펜슈타인 같은 '시작점'들이 갖는 의미는 고유하다. 이는 단지 게임 자체의 평가만은 때문은 아니다:오래되었지만 새로운 것을 요구하는 시대에 하나의 이정표를 남길 수 있는 것은 때로는 역사적인 맥락을 가진 특별한 작품들에 의해서만 가능하다는 것을 우리는 다양한 사례를 통해서 보아왔기 때문이다. 특히 요즘같이 과거의 게임들을 벤치마킹해서 새로운 게임들을 만들어내는 것이 하나의 트랜드처럼 되어가는(콜옵이 점점 2000년대 근방 소위 하이퍼 FPS스러운 움직임을 보여주었다는 점에 주목해보자) 흐름에서 오래된 게임 프렌차이즈의 신작은 더더욱 눈여겨 볼만한 것이다.


오픈 베타를 통해 보았을 때, 둠 2016는 그런 의미에서 진정으로 의미있는 작품이다. 물론 그것이 긍정적인 의미만을 내포하지 않는다:둠 2016은 20년 전의 퀘이크 3를 기억하고 둠 오리지널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과거 게임에 최신 트렌드를 '타협'한 작품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게임은 전성기 퀘이크 3의 절반으로 속도가 줄었으며(심지어 패드로 게임을 플래이해도 문제가 없을 정도로), 콜옵식의 로드아웃(콜옵식이라기 보다는 헤일로 4에서 실패를 한 로드아웃 시스템에 가까운 형태지만)과 데몬룬 같은 일종의 파워플레이 시스템도 탑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퀘이크나 둠 순혈주의자에게 있어서 둠 2016은 거의 악마적 이단에 가까울 정도라 할 수 있다. 코어하지도 않고, 소프트하지도 않고 둠스럽다기 보다는 이미 우리가 20년간 보아왔던 수많은 게임들의 짬뽕이 바로 둠 2016의 정체다.


하지만 잠시 냉정을 되찾고 바라보자면, 둠 2016의 변화는 오히려 트렌드와 자신의 유산을 정확하게 이해한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콘솔 게임 시장이 PC 게임 시장과 함께 코어 게임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이 상황에서 과연 콘솔을 배제한 게임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이전과 같이 키보드 1부터 0까지 단축키에 지정된 모든 무기들을 사용하면서 굳이 싸울 필요가 있을까? 혹은 마우스를 움직이며 점프를 하면 이동속도가 가속되었던 '버그성 테크닉'까지 다시 게임에 살려놔야 하는 것일까? 팬들은 너무나 쉽게, 그리고 너무나 잔인하게도 변화한 게임에 대해서 '이건 내가 좋아했던 게임이 아니야'라고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문제는 지난 20년 동안 팬들이 사랑했던 그 게임의 유전자들은 다른 게임들에 의해서 더 정교하게 다듬어지고 계승되어 왔다. 그렇기에 둠의 잡탕스러움은 엄밀한 의미에서 자신이 흩뿌려놓은 유전자를 '회수'하는 과정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아마도 둠과 퀘이크의 멀티플레이의 적장자라 할 수 있는 트리플 A 게임은 바로 '헤일로' 시리즈라 할 수 있을 것이다(페인킬러나 시리어스 샘이나 그외 기타의 다양한 게임들에 대해서는 넘어가기로 하자. 그렇게 된다면 너무나 많은 흐름을 우리는 다루어야 할 것이다):그당시의 게임들의 움직임이나 맵을 돌아다니면서 무기를 주워먹는다던가의 흐름을 유지했었던 게임은 이제 헤일로 정도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헤일로와 둠 2016은 많은 부분 흥미로운 공통점들이 있다:수류탄과 다양한 장비들을 추가한 점이나, 헤일로 4의 로드아웃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차용한 점 등이 그러하다. 하지만 헤일로와 둠 2016은 중요한 부분에서 다른 게임이라 할 수 있다:4편의 로드아웃 시스템을 실패로 규정하고 다시 맵 상의 무기를 주워먹으러 돌아다니는 형태로 바꾼 헤일로 5 가디언즈의 멀티플레이는 얼마나 상대방의 머리를 노려서 헤드샷을 빠르게 따내는가라는 점을 두고 서로의 실력을 겨룬다는 측면에서 하나의 양식화된 스포츠처럼 느껴질만한 요소들이 많다. 이러한 부분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것이 바로 헤일로 5의 기본 부무장 매그넘이라 할 수 있다:매그넘의 한 발당 데미지는 막강하며 머리에 사격을 집중할 수 있다면, 그 어떤 주무기들에도 꿀리지 않는(물론 상황에 따라서 강력한 무기를 써야지만) 화력을 보여준다. 그렇기에 때로는 헤일로 5의 멀티는 서부의 무법자 같이 서로 권총을 뽑고 서로의 머리를 노리며 사이드 스텝을 밟는 양태를 보여주기도 하며, 이러한 모습을 통해서 서로의 기술과 피지컬이 얼마나 뛰어난지를 겨루는 스포츠를 연상케한다.


하지만 둠 2016은 헤일로와 다르게 여전히 과거의 둠이나 퀘이크 시리즈를 연상케하는 피튀기는 혈투의 양태를 띈다:퀘이크 3를 연상케하는 수직적인 움직임을 발판이나 텔레포트 패드를 통해 재현하면서도, 헤일로 5의 난간 잡기 플랫포밍을 도입하고, 여전히 다른 게임들에 비해서 더 빠른 움직임을 보여주는 등 차별화된 모습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점은 헤일로 4에서 실패했다고 판단된 로드아웃 시스템이 둠 2016에서는 정말로 이 게임에 알맞는 시스템이란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 이는 둠 2016의 로드아웃 시스템이 퀘이크 3 멀티에서 자주 찾아볼 수 있는 플레이 스타일이기 때문이다:로켓런처를 쏘면서 스플레시 데미지를 주어 적의 체력을 깎아두고 근접하여 샷건으로 마무리 짓는다던가 등의 전법은 이미 과거에도 찾아볼 수 있었다. 즉, 과거의 게임에서도 두개의 무기를 하나의 세트처럼 묶어서 쓰는 전법은 이미 존재했었던 것이다. 둠 2016의 무기들은 하나같이 '극단적'이기 때문에 로드아웃 시스템은 각 무기의 극단적인 부분을 보완하는 시스템이자 초보가 좋은 무기를 찾아서 맵을 해메다가 고수에게 학살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일종의 공정한 경기장을 만드는 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즉, 둠 2016은 단순하게 자기보다 앞선 자신의 후계자들을 그대로 배끼는데 치중하는 것이 아닌, 자신이 과거에 어떠했는가를 파악하고 그것을 현대적으로 재해석 하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오픈베타를 통해서 본 둠 2016은 나름대로의 고민과 노력을 기울인 작품이다. 물론 둠 2016이 수많은 올드 게이머들이 싫어할만한 요소를 갖추었고 이러한 조합이 정말로 괜찮은 건지는 진짜 게임이 나오기 전까지는 알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둠 2016은 기대해볼만한 작품이고, 과거의 FPS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있는 게임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요즘 같은 트렌드에서 눈여겨 봐야할 작품이란 점은 변함이 없을 것이다.


둠 2016은 5월 13일 발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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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팀으로 지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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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려...피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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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가 무너질 때, 우리가 일어선다. When Society Falls, We Rise."



데스티니의 성공과 이를 둘러싼 논란은 게이머들과 게임 시장, 게임 산업에 중요한 변화를 불러일으켰다. 그것은 바로 서비스로서의 게임인 MMORPG와 상품으로서의 게임인 콘솔 패키지 게임의 융합이었다. 전통적인 매치 기반의 멀티플레이가 아닌 수많은 플레이어들이 하나의 게임에 접속해서 상호작용하고 함께 목적을 향해 나아가거나 서로 반목하는 등의 다양한 상호작용을 한다. 컨셉 자체는 사람들을 현혹시키기에 충분하였지만, 정작 데스티니의 현실은 그저 좀 더 많은 사람들이 게임 로비에 접속해있고, 필드 위에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뛰어다니는 전형적인 MMOFPS였다. 이러한 데스티니의 결과물에 수많은 사람들이 데스티니에 대해서 실망감을 느끼거나 혹은 게임 그 자체에 대해서 매료되기도 하는 등 각양각색의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데스티니의 등장으로 게임은 이제 더이상 이전같지 않아졌다는 것이다. 데스티니의 등장은 새로운 시대의 시작을 의미했다:항시 서버에 접속되어 있는 게임, 하나의 세계를 공유하는 게임, 그리고 더 나아가 지속적으로 업데이트 되는 서비스로서의 게임의 도래를 말이다.


톰 클랜시의 디비전은, 발매과정과 게임의 마케팅 과정에 다소간의 우여곡절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데스티니와 유사한 MMOTPS 게임이다. 처음 3년전에 공개되었을 때 게임이 우리에게 약속한 것과 오픈 베타 등을 거치면서 우리에게 공개된 실 게임의 모습은 큰 차이를 보여주고 있지만, 디비전이 24시간 동안 가장 많이 팔린 UBI 소프트의 게임이라는 점에서 이 게임에 대해 게이머들이 걸었던 기대와 관심은 매우 컸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먼저 결론을 내리자면, 디비전은 데스티니가 만들었던 대규모 자본이 들어간 MMO 콘솔 게임의 완성형이라 칭할 수 있다. 데스티니가 발매 초기에 저질렀던 실수, 테이큰 킹을 통해서 만회했던 실수를 디비전은 1년간의 DLC 및 업데이트 로드맵을 통해서 커버하고 있으며, 더이상 '콘솔' 게임의 특성보다는 'MMO'의 특성에 가까워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톰 클랜시의 디비전은 정진정명 RPG를 기반으로 엄폐형 TPS를 섞어둔 게임이다. 그렇기에 보통 밀리터리 슈터 게임에 익숙한 게이머들은 헐렁한 후드티를 뒤집어쓴 동네 깡패가 수십발의 탄환을 온몸으로 맞으면서 어기적 어기적 기어다니는 모습을 보고 경악할 수 밖에 없다. 혹자는 이러한 TPS에 RPG를 섞어둔 것이 슈터류 장르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고 혹평하기도 하지만, 이런 평가에는 간과되는 부분이 하나 있다:이미 이전에 TPS와 슈터류가 결합하여서 훌륭한 시너지 효과를 내고, 멀티플레이 코옵의 형태로 수많은 사람들이 즐기기까지 한 작품이 있다는 것이다. 매스 이펙트 시리즈는 엄폐형 TPS에 RPG를 섞은 게임으로 2편의 시점에서 게임의 메카니즘 자체가 기어즈 오브 워 시리즈에 비견될 정도로 완성형이었다. 매스 이펙트 2와 디비전은 많은 부분에서 유사점을 띄는데, 엄폐형 TPS에 RPG를 섞은 것 이외에도 두 개의 스킬셋을 들고 실제 전투에 참여하는 것, 적들의 체력이 높기에 여러가지 스킬들을 통해서 적들의 움직임을 봉쇄하는 등 기본적인 게임 시스템을 공유한다 할 수 있다. 실제 두 게임의 코옵은 많은 부분에서 유사하다 할 수 있다. 적들의 체력은 무지막지하게 높기 때문에 플레이어들은 1점사를 통해서 위협적인 적들을 하나 하나 제거해나가야 하며, 동료들이 가진 스킬셋에 자신의 스킬셋을 합쳐서 적들을 묶어 두거나, 종종 엎어져서 기어다니는 동료들을 살라기 위해서 이리저리 뛰어다녀야 한다. 


그렇다고 톰 클랜시의 디비전은 과거의 선례를 그대로 답습하는 게임은 아니다. 디비전은 매스 이펙트의 전투 시스템을 베이스로 하고 있지만, 그 위에 디아블로 스타일의 파밍을 곁들인다:게이머는 보호장구 6개, 주 무기 2개(4개의 총기 악세사리), 보조무기 1개를 장비할 수 있으며, 아이템들은 4가지 등급으로 나뉘진다. 게이머들은 더 좋은 아이템을 구비하여서 더 높은 체력/화력/스킬 파워를 확보하고자 노력한다. 이를 위해서 플레이어들은 다양한 코옵 미션들과 다크존 등의 게임 컨텐츠에 도전하게 되고, 이 과정 중에 좋은 아이템을 얻지 못하더라도 피닉스 포인트 또는 다크존 화폐 등을 통해서 2차적으로 좋은 아이템을 구비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은 와우나 여타 MMORPG에서 찾아볼 수 있는 컨텐츠의 소진 과정과 유사하다 할 수 있다:메인으로 도전하는 컨텐츠 이외에도 부수적으로 모이는 자원을 통해서 더 좋은 장비를 획득할 수 있게 하는 MMORPG의 콘텐츠 소비 구조는 게임을 장기적으로 소비할 수 있게 하면서도, 긴 텀을 두고 보았을 때 모든 게이머게 결국은 엔드 컨텐츠에 도달할 수 있는 것을 확보하는 구조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디비전이 여타 다른 게임들과 비교되며 동시에 차별화되는 부분은 디비전이라는 게임의 시스템이나 컨텐츠 소비 과정보다도 오히려 좀 더 부차적인 부분에 있다:디비전은 실제 뉴욕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실제 뉴욕을 거의 1:1 축적으로 게임 내에 옮겨 놓은 것으로 유명하다. 디비전은 게임 내의 수많은 미션과 장소들을 뉴욕의 명소를 그대로 옮겨놓았으며, 1:1 축적으로 옮겨놓은 것도 모자라서 바이러스 사태로 엉망이 된 부분을 세밀한 디테일까지 잡아서 모든 스테이지에 우겨넣기까지 하였다. 초반부 미션인 메디슨 스퀘어 가든이나 링컨 터널의 경우, 처음 들어갈 시에 감탄을 자아낼 정도로 세밀하며 압도적인 스케일로 구성되어 있다. 디비전의 대부분의 스테이지들은 거대한 공간을 두고 다양한 엄폐물을 여기저기 배치해두는 전형적인 아레나 스타일의 교과서적인 스테이지 구성을 보여줌에도 불구하고, 처음 게임을 접하는 사람들에게 충격을 가져다 주는 것은 게임 내에서 보여주는 디테일과 현실 축적에 대응하는 스테이지의 크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스테이지 구성들은 경외감을 불러일으키긴 하지만, 역으로 '게임'으로써는 다소 묵과하기 힘든 문제점을 드러내기도 한다:몇몇 스테이지들은 종종 직관적이지 못한 경우가 있으며, 혼돈 그 자체를 옮겨놓기 위해서 배치해놓은 엄폐물들은 역으로 부조리한 상황을 종종 일으키기도 한다(살짝 삐져나온 손에 대고 총질을 해서 다운된다던가...이런 경우는 매우 어려움 난이도에서 비일비재하다) 주목해야 하는 부분은 어째서 이러한 스테이지를 디비전은 의도적으로 구성하고 있는가이다. 디비전이 만들고자 하는 세계는 정확하게 현실의 미니어처라고 할 수 있다. 수많은 게임들이 현실의 특정 장소를 모티브로하면서도 그것을 그대로 옮기는 것이 아닌 게임적인 재미나 플레이를 위해서 인위적인 가공을 하였다면, 디비전은 처음부터 이러한 것들을 2순위에 두고 현실의 세계를 어떻게하면 좀 더 게임 내에 디테일하게 녹여낼 수 있는가에 주목하고 있다. 그렇기에 게임은 오픈월드의 면적인 공간이 아닌 대로와 대로가 만나는 선적인 공간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이것은 게임적인 공간이라기 보다는 현실의 뉴욕이란 공간을 옮겨두는데 주력하고 있다는 걸 증명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또한 게임의 배경 시점도 흥미로운 부분이라 할 수 있다:게임은 대재앙이 몰아치고 난 뒤, 세계가 멸망하고 난 뒤 새롭게 시작한 세상을 다루고 있지 않다. 디비전의 세계는 멸망이 '현재진행형'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세계이며, 그렇기에 디비전의 세계는 플레이어들이 감정을 이입할 수 있는 지근 거리의 세계라고도 표현할 수 있다. 또한 사람들은 얼마 남지 않은 자원을 두고 서로를 물어뜯고 싸우는데 혈안이 되어 있는 상태며, 게임은 이를 어떠한 과장없이 현실적으로 묘사하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그 결과 게임은 멸망하는 사회 속에서 이 세계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를 두고 현실적으로 납득할 수 있는 다양한 세력들(라이커, 라이어터, LMB, 클리너)이 혼돈의 뉴욕 위에 군림하며, 그 와중에 법과 질서를 다시 세상에 세우기 위해서 고군분투하는 디비전의 요원들이 이들과 충돌하는 이야기를 다루게 된다. 디비전은 디테일한 스테이지와 함께, 게임을 플레이하는 사람들에게 현실적으로 이럴 수 있다 라는 적들의 설정, 그리고 수많은 배경 이야기들과 사이드 스토리, 이야깃거리들의 존재를 통해 게이머가 단순히 폴리곤이나 픽셀 덩어리와 싸우는 것이 아닌, 대재앙이 일어난다면 진짜 그럴 수도 있다는 암울함과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그렇기에 디비전이 높은 평가를 받아야하는 부분은 바로 게임 서사적인 부분이다:게임은 실제 일어날 수도 있는 세계를 플레이어들에게 납득시키고 있으며, 미국만의 도시가 아닌 전 세계의 도시라 할 수 있는 뉴욕이 바이러스에 의해서 무너지고 사람들이 망가지며 서로를 물어뜯기 시작하는 과정을 훌륭하게 묘사하고 있다. 그리고 무너지는 세계의 끝자락이라도 지키기 위해 수많은 요원들과 함께 협력하여 뉴욕을 되찾는 것, 모든 것을 지킬 수 없다면 남은 것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 라는 감각을 플레이어들에게 제대로 심어주고 있기에 게임에의 몰입감은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처음 미션을 진행하고, 사이드 스토리를 진행하는 과정 중에서는 이러한 감정이 강하게 느낄 수 있지만 게임이 본격적인 파밍 국면에 접어드는 순간 이러한 감정은 많은 부분 사그러 든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감각을 잘 살리고 있는 공간인 다크존의 존재가 게이머들을 반기게 된다.

 

다크존은 무규칙 PVP 공간이라 할 수 있다:같은 파티원을 제외하면 적과 동료의 구분이 모호하며, 서로가 한정된 자원을 두고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을 벌이는 공간이다. 이는 데이Z 같은 게임에서 찾아볼 수 있었던 '게임 내 몹보다 예측할 수 없는 플레이어가 더 무서운 공간'이란 컨셉을 트리플 A 급 게임에 적용한 케이스라 할 수 있다. 다크존에선 같은 레벨 대에선 가장 강력한 등급의 적들만이 나오며, 몹 리젠이 빠르고 강력한 대신에 적을 처치할 시 좋은 아이템과 약간의 피닉스 크레딧을 획득할 수 있다. 또한 같은 팀이 아닌 플레이어가 아이템을 노리고 급습하는 경우도 있고, 죽을 시에 다크존에서 획득한 아이템을 떨어뜨리는 동시에 경험치 및 다크존 화폐 등등을 잃어버리기 때문에 다크존은 항상 긴장감이 도사리는 지역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발매 후 현재까지 한달 간의 다크존은 컨셉 그대로인 배신이 판을 치는 혼돈의 공간이라기 보다는 매우 어려움 난이도를 클리어하고 일정 수준 이상 파밍한 게이머들이 다크존 레벨을 높여 더 좋은 장비 도면을 구하기 위해 도는 사냥터의 느낌이 강했으며, PVP를 통해서 얻는 보상이 리스크에 비해서 크지 않기 때문에 PVP 보다는 서로 손을 대지 않는 노터치 공간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물론, 파밍이 끝난 게이머들이 심심풀이로 PVP를 거는 경우들도 있기 때문에 고레벨 다크존에서 PVP는 이제 그렇게까지 희귀한 경우는 아니라 할 수 있다.


현재의 다크존이 약속했던 것에 비해서 심심한 공간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다크존이 갖고 있는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주목해야할 점은 다크존이라는 스테이지가 보여주는 맵의 복잡성이다:다크존은 공정한 게임을 위한 공간이 아니다. 기존의 매치 기반의 게임들이 공정한 플레이를 위해서 대칭되는 구조를 지닌 맵을 보여주었다면, 다크존은 위에서도 언급한대로 재앙의 혼돈이 햘퀴고 지나간 공간이며 동시에 기습과 급습, 뒤치기 등의 배신에 용이하게 짜여져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만약 PVP에 대한 적절한 보상과 동기부여, 도전과제 등의 시스템적인 백업만 잘 갖춰진다면 다크존에서 이루어지는 디비전의 PVP는 여타 다른 게임에서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양상을 띄게 될 것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며, 동시에 다크존이라는 공간을 활기차게 만들 것이라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주목할만한 부분은 디비전이 1년여에 걸친 장기간의 업데이트 플랜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알려진대로 디비전은 뉴욕이라는 공간의 1/3만을 다루고 있으며, 게임 내의 각종 아티클에서 언급만 되고 있는 사상 최악의 다크존 센트럴 파크 같은 곳은 게임 내에 등장하지도 않고 있다. 또한 '습격' 컨텐츠의 경우에는 발매 직후 공개 된 것이 아닌 4월 12일에 업데이트 에정으로 나와 있으며, 메이저하거나 마이너한 업데이트들도 무료 DLC들을 통해서 주기적으로 업데이트될 예정이다. 디비전은 처음부터 약 1년간의 라이브 업데이트를 통해서 게임 접속자 수를 유지하고, 게임을 '살아있게' 만드는데 주력하는 그야말로 MMO 게임의 특성을 보여주고 있다. 스플래툰이나 자사의 게임인 레인보우 식스 시즈나, 혹은 곧 발매 예정인 배틀본 같은 게임에서 볼 수 있듯이, 이제 업데이트되고 유지되는 서비스로서의 게임이란 속성은 일반적인 것이 되어가고 있으며, 디비전은 업데이트 플랜을 통해서 이를 게이머에게 자세하게 약속하고 있다. 물론, 문제는 이것이 얼마나 '유지'가 되고 지켜질 것인가, 이다.


결론적으로 톰 클랜시의 디비전은 정말로 새롭거나 게임 역사를 뒤흔들 정도로 훌륭한 완성도를 지닌 게임은 아니다. 데스티니와 같이 디비전은 혁신적이라기 보다는 과거의 게임들의 속성을 많이 지니고 있으며, 패키지 게임과 서비스 게임의 운영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문제를 갖고 있기도 하다(특히 서버의 불안정성 문제나 불릿킹, 호넷런 같은 버그성 파밍의 문제) 하지만, 디비전은 데스티니가 저질렀던 실수(업데이트 주기가 너무 길었던 문제;서비스로서의 게임을 지향하면서 DLC 발매 주기가 너무 길었다)를 반복하지 않았으며(현재까지는, 말이다), 세계를 구성하는 방법론이나 다크존 같은 참신한 개념 등을 통해서 뭔가 다른 것을 만들고자 한 노력을 엿볼 수 있었다. 디비전은 지금으로써도 충분히 즐길만한 게임이다. 다만 이 게임이 얼마나 더 큰 그림을 갖고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선 좀더 시간을 두고 지켜볼 필요는 있다. 그러나 분명한 점은 하나 있다:디비전은 서비스로서의 게임과 상품으로서의 게임 사이의 과도기적인 게임으로써 데스티니와 함께 게임 역사에 중요한 이정표로 자리매김 할 것이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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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





왜 과거의 게임들은 도트 또는 픽셀 그래픽으로 나왔을까? 이야기할 필요도 없이 이유는 단순하다:픽셀 기반의 게임들은 그 당시 게임 내의 그래픽 구현이 그것만 가능했었기 때문에 그렇게 나온 것 뿐이었다. 그 당시엔 반짝거리는 쉐이더도, 폴리곤도, 물리를 구현할 수 있는 하복 엔진도 없었다. 하지만 흥미로운 점은 근래에 들어서 과거의 픽셀 형태의 그래픽을 재현하고 있는 게임들이 부쩍 늘고 있다는 것이다. 하이퍼 라이트 드리프터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하이퍼 라이트 드리프터의 경우, 게임이 고전 게임에서 찾아볼 수 있는 신비한 분위기의 픽셀 기반의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게임의 용량은 이전의 픽셀 기반의 1~2mb 단위의 패미콤 게임들과 다르게 하이퍼 라이트 드리프터는 무려 1기가에 육박하는 용량을 자랑한다. 그 뿐만이 아니다:엔터 더 건전 같은 경우도 용량이 1기가에 육박하며, 이스케이피스트 같은 게임도 400~500메가를 자랑한다. 심지어는 요즘 게임치고 용량이 작다고 할 수 있는 크로울 같은 게임도 수십메가 바이트로 과거의 게임들에 비교하면 용량이 수십배 단위로 증가하였다.


이러한 용량의 비약적인 변화는, 분명하게도 과거의 게임과 지금의 게임 사이에 쓰여진 '기술'에 있어서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이젠 과거와 달리 게임 개발에 있어서 도구와 방법론이 정형화 되었으며, 개발에 있어서 이전 게임들이 누리지 못했던 수많은 호사들을 누릴 수 있다. 이러한 기술의 차이는 얼핏 보면 비슷해보이는 이 두 게임들의 용량 차이를 분명하게 설명해준다. 그러나 문제의 핵심은 과거와 현재의 게임들의 용량 차이가 아니라, 어째서 이 둘이 비슷한 분위기를 갖고 있는가이다:우리는 과거에 비해서 더욱 발전된 기술과 세련된 표현 방식을 갖고 있다. 하지만 어째서 게임들은 다시 과거의 표현 양식을 빌려서 게임을 만드는가?


물론 거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트리플 A급 게임들과 다르게 작은 예산으로 운용되는 인디 게임들로써는 선택지의 폭이 적다는 사안도 있다. 하지만 근원적으로 픽셀이나 도트 그래픽으로 게임이 나오는 것은 그 부분에 대한 게이머들의 '향수'가 있기 때문이다. 하이퍼 라이트 드리프터를 보자:게임은 대사도 없으며, 전적으로 도트 그래픽만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게임이 만들어내고 있는 분위기는 어딘가 아련하고 추억을 자극하는 색감이나 음악 등의 게임 서사에 근거하고 있으며, 이러한 게임 서사는 멸망한 이후 다시 그 위에 세워진 세상이라는 게임 내의 세계를 신비롭게 풀어나간다. 주목할 점은 하이퍼 라이트 드리프터의 신비로움은 게임 자체의 신비로운 분위기에도 근거하고 있지만 젤다의 전설 같은 고전 RPG들의 전통에 기반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픽셀 그래픽틀 통해서 표현하고 싶었던 것은 옛날 게임들이 갖고 있는 분위기를 재현하는 것이며,  픽셀 그래픽은 이를 드러내기 위한 하나의 표현 방법이다. 그렇기에 게이머들은 게임 자체의 신비로움과 함께 이 게임을 어디선가 본 것 같은 기시감과 향수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픽셀 그래픽에 대해서 우리 같은 90년대를 기억하는 사람들이나 추억하는 지극히 한정된 문화라고 비판할 수 있는 여지도 충분히 있다. 그러나 주목해야하는 부분은 이러한 픽셀 그레픽이 베타적인 문화 향유자들을 위한 흐름이 아닌,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의 한 형태가 되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굳이 게임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이를 다양한 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스페이스 인베이더의 픽셀 아트를 전세계 도시 곳곳에 붙이고 돌아다니는 인베이더 아티스트나, 픽셀 그래픽 풍의 설치 미술들, 혹은 그런 것들을 연상케하는 광고나 대중문화에 등장하는 등 픽셀 그래픽은 분명하게도 자신만의 자리를 자리잡고 있다. 과거 게임이 몇몇 너드와 오타쿠를 위한 배타적인 서브 컬처의 위치를 점했었다면, 이젠 그것이 점점 광범위한 대중들이 즐길 수 있는 형태의 대중문화로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다시 하이퍼 라이트 드리프터로 돌아와보자:이 게임을 10년, 20년 동안 게임을 플레이해왔던 사람들 이외의 다른 사람들도 즐길 수 있는 그런 게임이라고 할 수 있을까? 글쓴이는 그렇다고 생각한다. 물론 하이퍼 라이트 드리프터라는 게임 자체가 매우 뛰어난 게임 서사를 갖고 있는 게임인 것도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픽셀 그래픽이라는 오래된 게임적 전통을 오랫동안 게임을 즐긴 게이머들 뿐만 아니라 좀 더 광범위한 대중들 역시도 즐길 수 있는 문화적 토양이 자리잡았기에 가능하다는 것을 우리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즉, 게임은 이전에 비해서 좀 더 대중적인 무언가가 되어가고 있다. 그것으로 인해 게임이라는 서브컬처가 잃어버리는 것도 생기겠지만, 이로 인해서 게임은 새로운 가능성도 갖게 되는 것이다.




애니, 만화, 영화 이야기





내일 글 하나 올라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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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



* 이 리뷰는 다크소울 2 리뷰(http://leviathan.tistory.com/1856)에 베이스를 두고 있습니다.


어디까지나 글쓴이의 개인적인 평가이지만, 현재의 게임업계의 큰 그림은 3개의 게임 프랜차이즈가 만들어 냈다고 생각한다:첫번째는 마인크래프트, 두번째는 콜 오브 듀티, 마지막 세번째는 소울 시리즈(다크소울, 데몬즈 소울, 그리고 블러드본)다. 특히 다크소울은 게임이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중요한 화두를 게임 업계 전반에 제시한 케이스다. 과연 어려운 게임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도전적인 게임이란 무엇인가, 소울 시리즈는 그것을 오래된 옛날에서 찾았다. 소울 시리즈는 불친절하고, 게임속에서 적들은 플레이어를 진짜로 죽일듯이 덤비며, 플레이어를 비웃는 듯한 수많은 함정들과 레벨구조, 게임 시스템까지 요즘 게이머들에게 '적대적'으로 비칠 수 있는 요소들을 잔뜩 탑재한 게임이다. 하지만 소울 시리즈는 어렵기 때문에 유명한 것이 아니라, 그 어려움 만큼 게이머에게 성취감을 심어주었기에 유명하였다. 어려운 도전과제일수록 달성할 때의 쾌감이 증대된다는 단순한 진리를 소울 시리즈는 증명하였다. 특히 요즘 같이 게이머에게 모든 것을 친절하게 설명하게 쉽게 해결하기를 추구하는(그것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흐름을 거스르는 것만으로도 소울 시리즈는 큰 가치가 있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소울 시리즈의 문제는 게임 자체가 섬세한 레벨 디자인에 근거하고 있다는 데 있다. 즉, 게임은 시스템적으로 발전할 여지가 매우 적기 때문에 시리즈가 지속될수록 새로운 변화를 꾀하기 힘들어지며, 다크소울 2는 그렇기에 어떤 의미에서는 매너리즘에 빠진 작품이라 평가할 수 있었다. 하지만 뒤집어서 본다면 소울 시리즈의 모든 것들은 제자리에 알맞게 딱 맞춰졌기 때문에(벨런스가 맞는가, 안 맞는가의 문제가 아닌 전체 시스템 간의 조화라는 측면에서) 그 어느 무엇이라도 섣불리 건드렸다간 게임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들이 무너질수도 있기에 극단적인 변화를 추구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그렇기에 소울 시리즈에 있어서 블러드본이 갖는 의미는 무엇보다 각별하다:블러드본은 소울 시리즈에 기반하고 있지만 전혀 소울 시리즈 답지 않은 무언가이다. 재밌는 점은 이미 이전에 소울 시리즈를 경험한 사람들은 블러드본이 소울 시리즈에 있어서 어떤 부분에 영향을 받았는지를 구체적으로 짚어낼 수 있을 것이지만, 그것이 어떻게 이런 모습이 되었고 최종적으로 게이머에게 어떻게 이런 느낌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해서 명확하게 설명하기 힘든 부분이 많다. 하지만 그렇기에 블러드본은 소울 시리즈가 단순히 하나의 테마에 갇혀서 자기 재생산적인 뒷방 늙은이가 아닌 진정으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수 있는 힘을 가진 프랜차이즈라는 것을 증명한 타이틀이기도 하다.


블러드본을 리뷰하기 위해서는 큰 그림을 보아야 한다. 블러드본의 게임 플레이는 회피 중심, 아니 회피 의존적이라 할 수 있다. 블러드본의 경우 소울 시리즈에서 찾아볼 수 있는 다양한 스타일을 회피 중심의 게임 플레이로 극단적인 가지치기를 하였다. 소울 시리즈가 초보라도 대방패와 창 등의 무기를 이용하는 일명 가드 콕콕이 전술을 통해 거의 대부분의 적들과 보스와 싸워나갈 수 있었으며, 이외에도 주술, 암술, 마법, 기적 등의 다양한 마법과 이도류, 양손 무기 등의 다양한 게임 플레이를 통해 게임을 풀어나갈 수 있었다. 하지만 블러드본은 소울 시리즈의 게임 플레이를 회피만 살려놓은체 나머지를 모조리 다 제거해버린다.(심지어 방어구 마저도 블러드본에서는 큰 의미가 없다:블러드본의 핵심 방어 기제, 아니 유일한 방어 기제는 '회피'다) 블러드본에서 게이머는 적을 락온을 걸어놓으면 빠른 스텝으로 회피를 하며, 락온을 걸지 않은 상태에서는 스텝보단 느리지만 좀 더 멀리 회피할 수 있는 구르기를 하게 된다. 대신 소울 시리즈의 구르기와 다르게, 블러드본의 회피는 더 많은 혜택이 주어진다:회피의 무적시간은 더욱 길며 회피 속도나 스테미너 회복 속도도 더 빠르다. 소울 시리즈와 다르게, 블러드본의 흐름은 전반적으로 '업템포'라고 할 수 있다. 대신 게임 내에서 적들의 공격은 더욱 빠르고 위력적이며, 이에 상응하듯 블러드본은 소울 시리즈와 비교하여 엄청나게 많은 회복 아이템을 게이머가 들고다닐 수 있게 만들었으며 적들이 지속적으로 회복 아이템을 드랍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 내에서 회복 아이템은 없어서 부족할 정도이며, 게임 내내 게이머는 엄청난 양의 회복 아이템을 사용한다.


하지만 블러드본의 빠른 템포와 방어가 없는 게임 플레이 시스템은 오히려 게이머를 수동적으로 만들 수도 있었다:방어 수단은 회피밖에 없는데 적들은 매섭게 공격해오고, 회복 아이템은 눈깜짝할 새에 모두 사라지는데 그렇다면 게이머가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안그래도 최근 게이머에게 가혹하다 평가받는 소울 시리즈에 기반하고 있는 블러드본인데, 자칫 잘못했다면 게임은 게이머에게 좌절감을 심어주기 딱 좋았다. 하지만, 게임은 리게인 시스템과 총 패링을 통한 소위 앞잡기(소울 시리즈에서 찾아볼 수 있었던 배후공격 또는 패링을 통한 자세 무너뜨리고 큰 한방을 집어넣는 시스템)로 불리는 내장공격을 통해서 게임을 '빼앗던가, 아니면 모든 것을 뺏기던가' 라는 극단적인 형태로 구축한다. 게임에서 플레이어는 공격을 받은 뒤, 잃어버린 체력을 상대방을 공격해서 다시 회복할 수 있다. 즉, 블러드본에서 적에게 맞는 것은 공격을 통해 회복할 수 있기 때문에 어느정도 '용인될 수 있는' 선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서 게임은 완전히 달라진다:적이 약한 공격을 한다면 나는 강공격을 통해서 적에게 더 큰 데미지를 주고 잃어버린 체력을 회복할 수 있다. 총 패링을 통해서 적의 큰 공격을 맞아주되 적의 자세를 무너뜨려 내장 공격으로 잃어버린 체력을 한번에 회복할 수도 있다. 하지만 유의해야할 점은 리게인의 핵심이 체력을 '회복'하는 수단이 아닌 잃어버린 것을 '되찾는' 행위에 가깝다는 것이다(시간이 지나면 리게인으로 회복할 수 있는 잃어버린 체력은 모두 그대로 사라지게 된다):그렇기에 플레이어는 잃어버린 것을 되찾기 위해서 점점 더 필사적으로 변하게 된다. 적에게서 빼앗느냐, 아니면 그대로 뺏기느냐, 블러드본은 리게인 시스템을 통해서 게임을 매우 극단적인 형태로 공격 중심으로 재편한다.


그리고 또 눈여겨 봐야할 점은 게임의 플레이 스타일이 무기에 따라서 극단적으로 변화한다는 점이다:소울 시리즈의 경우 무기 개별의 특성보다는 무기군의 특성이 더 확실한 게임이었다. 하지만 블러드본의 경우, DLC까지 포함하여 총 26종의 주 무기, 16종의 보조 무기, 그외 사냥용 보조 도구 12개 등이 있으며 이들 각각의 개성이 대단히 뚜렷하며, 특히 주무기의 경우 무기 변형을 통해 각기 다른 두가지 플레이 스타일로 구분되기까지 한다. 블러드본은 무기 변형은 대단히 중요한 요소이며, 한가지 스타일로만 풀어나갈 수 없는 상황을 해쳐나가기 위한 중요한 도구이자 변수이다. 게임은 공격 중에 부드럽게 변형공격을 통해서 다른 스타일로 이행한다. 예를 들어서 DLC 추가 무기인 무한궤도 톱의 경우, 공격속도가 빠르고 넓은 범위를 커버할 수 있으며 총기를 쓸 수 있는 한손 메이스 형태와 적에게 큰 경직을 주고 특수공격과 강공격을 통해 문자 의미 그대로 상대를 갈아버리는 양손 전기톱 형태로 나뉘어진다. 게이머는 스텝 중이나 공격 중에 변형 버튼을 눌러서 공격을 가하면서 무기를 변형할 수 있는데, 한손 메이스에서 양손 전기톱으로 이행하는 경우에 넓은 범위를 긁어 올리면서 적을 견제할 수 있으며 양손 전기톱에서 한손 메이스로 이행할 때는 좁은 범위에 강력한 전기톱 공격을 가하면서 상대에게 안전하게 경직을 입히며 변형을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블러드본의 무기 시스템은 분절적인 두 무기가 하나로 합쳐진 것이 아닌, 각기 맡은 역활과 개성이 뚜렷한 두 가지 게임 플레이 스타일이 하나의 무기 안에 통합되어 있고 변형을 통해서 유기적으로 풀어나가는데 초점을 맞춘다.


요약하자면 블러드본은 다크소울 시리즈에 기반하고 있으면서도(독특한 코옵/경쟁 매칭, 죽음을 통한 학습, 스테미너 기반의 게임 플레이, 스테미너의 소모 및 제한된 회복 자원으로 인해 매번 어떤 선택과 행동을 하느냐가 중요하단 점 등) 몇몇 요소들을 뒤튼 것만으로도 완벽하게 다르게 느껴지는 게임을 만들었다. 블러드본은 잔혹하고 파괴적이지만 동시에 전투의 매순간 순간마다 게이머가 섬세하고 아름답다고 느껴질만한 부분들이 있다. 거대한 보스가 플레이어를 죽이려고 덤벼들 때, 계속 스텝으로 뒤로 피하면서 어찌할줄 모르다가 스텝으로 뒤로 피하는 것이 답이 아닌 적의 품속으로 파고드는 것이 정답임을 깨달았을 때, 바로 그 순간 블러드본은 게이머의 머릿속에서 화학작용을 일으킨다. 이를 통해 블러드본은 바로 적의 모든 것을 빼앗는다는 것의 쾌감, 적의 피를 뒤집어쓰고 내가 잃어버린 체력과 모든 것을 되찾았을 때, 그야말로 피에 취한다는 감각을 재현한다. 다크소울 시리즈가 오래된 전통, 왕도 판타지 같이 전설을 하나 하나 정복한다는 감정을 플레이어에게 불러일으킨다면, 블러드본은 이것을 뒤틀어서 그야말로 플레이어가 모든 것을 빼앗는 찬탈자의 기분, 목숨을 건 사냥을 하는 야수의 긴장감과 쾌감을 만들어낸다. 같은 게임 베이스임에도 불구하고, 소울 시리즈와 블러드본은 정말로 다른 게임이라 할 수 있다.


스토리적인 측면에서 블러드본은 빅토리아 고딕의 분위기와 러브크래프트 특유의 코스믹 호러를 잘 섞었다는 분위기다. 게임 발매 초창기에는 이 둘의 결합이 대단히 이질적인 것으로 여겨졌지만, 빅토리아 시대가 갖는 그 시대의 분위기와 이성, 계몽, 상위의 세계, 그리고 광기라는 측면이 서로 잘 섞여들어간다는 점에서 이 둘의 결합은 전혀 이질적이지 않다고 글쓴이는 평가한다. 프롬 소프트 특유의 이야기하지 않는 스토리 텔링은 게임을 플레이하는 사람들에게 빈 연결고리를 계속해서 생각하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었다.


결론을 내리자면 블러드본은 소울 시리즈 베이스의 게임이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가, 그리고 그것을 성공적으로 비틀어내었다는 점에서 프롬 소프트가 갖고 있는 개발력을 여실히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중요한 것은 블러드본의 변화가 다크소울 3에도 영향을 끼쳐, 무기마다 무기 고유의 움직임을 추가한다던가 마케팅적인 부분에서 단순히 죽음을 넘어서라라는 죽음에 대한 마케팅이 아닌 '내면의 어둠을 받아들여라'라는 새로운 국면으로 이행하였다는 점은 눈여겨 볼만하다. 즉, 블러드본은 소울 시리즈가 변화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전환점이었으며, 앞으로도 이 시리즈가 새로운 변화를 통해 완전히 다른 게임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중요한 작품이라 평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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