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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소울 2의 성공은 어떤 의미에서 위태위태한 성공이었다고도 평할 수 있다:다크소울 1편과 2편의 차이는 사실상 게임 시스템 근간을 흔드는 변화가 아닌 세밀한 것들의 구성을 효율적으로 재배치해서 얻어낸 성과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떻게 본다면 소울 시리즈가 갖고 있는 특징들, 세밀한 스테이지와 적의 구성, 그리고 게이머가 게임을 천천히 진행하면서 게임의 템포를 몸에 새겨나가는 게임 시스템 덕분에 혁명적인 변화를 꾀할 수 없다는 문제도 존재했을 것이다. 그렇기에, 다크소울 2는 게임 자체의 재미와 별개로 벼랑 끝에 선 작품이었다. 여기서 더 뛰어난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새로운 무언가를 도입해야 하는데, 이것이 소울 시리즈라는 섬세한 게임의 근간을 자칫 뒤흔들 수도 있다는 것이 문제였다.

하지만 블러드본의 등장으로 소울 시리즈의 종말(?)은 뒤로 늦춰지게 된다. 빼앗지 않으면 뺏긴다라는 극단적인 컨셉을 기반으로 춤추듯이 싸운다가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보여준 블러드본은 분명 소울 시리즈의 시스템를 베이스로 하고 있는 작품(멀티플레이 시스템 등)이었다. 그러나 단순히 소울 시리즈를 계승한 것이 아니라, 그것을 뒤틀어서 완전히 다른 게임처럼 느끼게 만든 것, 죽음을 통해서 반복 학습하는 게임에서 죽음이 가볍게 느껴지는 게임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블러드본은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였다:즉 새로운 시도를 넘어서, 소울 시리즈가 갖고 있었던 다양한 시스템을 뒤틀어 새로운 게임을 만드는데 성공하였다는 점에서 블러드본은 소울 시리즈가 새로운 형태로 나아갈 수 있는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주었다. 그리고 블러드본의 성공적인 변이에 힘입어 다크소울 3 역시 새로운 형태의 변화를 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여기에 덧붙여서 봐야하는 점은 다크소울 3의 트레일러가 케릭터를 묘사하는 양태이다:다크소울 시리즈의 트레일러는 전통적으로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죽을 준비를 해라, 죽음을 넘어서라 라는 캐치프레이즈를 통해서 게이머가 자연스럽게 죽음을 통한 학습 과정을 받아들이고, 더 나아가 역경을 극복하여 얻는 성취감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분위기를 구축하는 것이다. 하지만 다크소울 3에서는 자기 자신의 어둠을 받아들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과거 목이나 씻고 죽을 준비를 하라는 다소 가학적인(?) 캐치프레이즈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라 할 수 있다. 왜 어둠을 받아들여라Embrace the Darkness라고 이야기하는 것일까? 이는 최근 다크소울 3 트레일러가 이전 트레일러와 다른 행보를 보여주는 것은 더이상 게임 속의 케릭터들이 죽음이란 가혹한 상황에 일방적으로 당하는 인물상으로 그려지지 않는다는 점이다:이제 게임은 적극적으로 반격하고 피하고 이를 통해 승리를 거두는 것을 트레일러의 일부로 삽입한다. 즉, 다크소울 3는 게임에 명백하게 존재했지만 드러내지 않았던 승리와 성취의 기쁨을 게임에 적극적으로 반영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것은 다크소울 3가 이전의 다크소울 시리즈와는 다른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주는 부분이다:게임이 자세 등의 게임 플레이 스타일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직접적인 변화를 시도한다. 즉, 다크소울 3를 통해서 프롬은 이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이 원숙하였음을 인정하고 이를 게임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동시에, 게임 플레이의 근간을 바꾸겠다는 포부와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물론 다크소울 3가 성공할 것인가, 아니면 실패로 끝날 것인가는 게임을 직접 해보기 전까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점은 다크소울 1이나 2에 비해서 3편이 갖고 있는 자신감과 야심은 분명 인상적인 수준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다크소울 3는 4월 12일 발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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땜빵 땜빵 땜빵 땜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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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티니의 성공 아닌 성공 이후로 MMO(Massively Multiplayer Online)의 문법을 콘솔 패키지 게임에 융합시키려는 시도는 큰 흐름이 되었다. 하지만, 데스티니의 핵심적 문제는 MMO의 문법을 적용시킨 것에 있다기 보다는 콘솔 게임의 속성과 MMO의 속성이 서로 부합하는가에 있었다:MMO는 서비스로서 지속적인 업데이트와 이벤트를 통해서 게이머의 관심을 끌어야 하고, 콘솔 게임은 하나의 패키지로써 완성된 상품을 게이머에게 제공해야 한다. 말하자면 데스티니는 이것도 저것도 아닌 어중간한 중간의 영역에 속했었다. 그런 어중간한 부분의 매력이 동시에 수백만의 게이머를 끌어들일 수 있었지만, 동시에 이 속성이 데스티니라는 게임이 더 나아갈 발목(DLC 정책이나 업데이트, 이야기의 문제 등등. 과연 어디에 스탠다드를 잡을 것인가?)을 잡았다고 본인은 판단한다. 그렇기에 데스티니가 우리에게 던져준 화두는 다음과 같다:과연 서비스로서의 MMO 게임과 상품으로서의 게임 사이에서 균형을 찾을 수 있는가?


디비전은 데스티니가 가졌던 어중간한 속성을 다른 방향으로 풀어내고자 한 것처럼 보인다. 디비전 게임 자체만 놓고 본다면 게임은 전형적인 RPG를 베이스로하고 엄폐-사격의 TPS를 섞어넣은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두 개의 스킬을 선택하고 동료들과 함께, 혹은 게이머 혼자서 미션을 진행한다:이미 매스 이펙트 2부터 내려져 온 유구한 전통의 게임 플레이 스타일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매스 이펙트 등과 다르게 디비전의 공간은 현실의 뉴욕을 게임으로 이식한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익히 경험했던 게임의 스테이지와는 조금 다른 형태를 띈다. 현실 세계의 뉴욕이 대로와 거리로 구성되어 있는 선과 블록의 세계인 것처럼, 디비전 속의 뉴욕도 선의 공간이라 칭할 수 있다. 오픈월드 특유의 '면'의 개념과는 다르게 디비전의 공간은 대로가 대로 서로 교차하며, 이 대로가 하나의 스테이지와 권역(권장 레벨에 따른 접근 지역)을 구축한다. 이 선형적인 공간은 트리플 A 게임에서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세밀한 디테일로 구성되어 있다:버려진 자동차들로 이루어진 엄폐물들, 정교하게 배치된 오브젝트, 아이템들이 리스폰되는 건물, 폐허가 된 뉴욕을 구성하는 폭도들과 난민들까지. 디비전의 공간은 전형적인 오픈월드 액션 게임의 공간을 대로라는 형태로 재구성하였다. 어떤 의미로는 새롭긴 하지만(현대적 도시 공간의 재해석) 동시에 현실의 뉴욕을 게임속에 이식하는데 집중하여 어딘가 어색하고 불편한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디비전이라는 게임에 있어서 주목해야 하는 부분은 다크존이라는 공간이다:다크존 자체만 본다면 MMORPG의 사냥터에 모든 게이머가 똑같은 게임에 동기화되어 들어가는 완벽한 동기화 멀티플레이가 아닌 다크소울식로부터 강하게 영향을 받은 선별적인 동기화 멀티플레이를 보여주는 디비전의 다크존은 어떤 의미에서는 '사회적' 실험이라 칭할 수 있을 정도로 독특한 흐름을 보여준다. 설정상 디비전의 요원이 사실 모두 디비전 요원이 아니라 디비전 요원의 장비를 훔친 가짜가 숨어있을 수 있고, 서로의 얼굴이나 정체를 모르는 디비전 기관의 특성상, 디비전 장비를 지닌 요원이나 같은 그룹내의 아군이 사실은 가짜고 적일 수 있다라는 설정을 반영한 다크존이란 공간은 플레이어들이 서로 믿을 수 없는 불신의 공간을 만들어낸다. 예를 들어서 다크존에서 얻는 아이템들은 좋은 것들이 많으며, 추출이라는 특별한 과정을 통해서만 이 아이템을 게이머가 회수할 수 있게 되어 있다. 하지만 이 과정은 같은 지역내의 모든 게임 플레이어에게 고지되며, 이 순간은 게이머는 모든 타인들에게 표적이 된다. 중요한 점은 디비전이 이러한 과정에서 게이머에게 어떤 성향을 강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무엇을 선택하든 게이머의 자유다. 그러나 게임은 은근슬쩍 게이머의 옆구리를 찌르면서 한번 배신해보라고, 옆에서 평화롭게 사냥하고 있는 동료 디비전 요원을 쏴보라고 유혹한다. 


디비전의 경험은 어떤 의미에서는 데이Z 등의 각종 서바이벌 MMOFPS에서 찾아볼 수 있었던 게이머와 게이머의 신뢰의 문제를 대규모 자본이 들어간 트리플 A 게임의 형태로 풀어낸 것처럼 보인다. DAYZ의 경우처럼 유튜브에서 초보를 사냥하는 유저나 벤딧을 사냥하는 유저나 혹은 초보를 도와주는 유저처럼 이들 게임은 자신의 행위가 자신을 결정한다. 이는 바이오웨어나 베데즈다 RPG 등에서 볼 수 있는 시스템으로서의 가치 체계, 카르마 체계와는 다르다. 디비전이 다크존에서 만들어내고자 하는 재미는 경제적인 딜레마(효율적인 아이템 획득을 위한 신뢰의 파괴)와 도덕적인 딜레마(공격도 하지 않는 사람을 먼저 쏴서 내 개인의 이득을 챙겨도 되는가?)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균형을 통해서 긴장감과 재미를 추구한다고 볼 수 있다. 단지 베타만이긴 하지만, 디비전의 다크존은 보상(아이템)과 처벌(로그 에이전트 사냥)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잘 수행하여 매력적인 게임을 만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MMO만이 갖는 소셜 미디어로서의 게임의 속성(타인과 나의 관계)와 하나의 완결된 상품으로서의 게임(싱글 컨텐츠나 혼자 즐길 수 있는 요소 등) 사이에서 디비전은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 어떤 게임도 실제 나와보기 전까지는 그 완성도를 평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디비전은 한번쯤은 시도해볼만한 가치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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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포함되어 있습니다.


전설적인 게임 개발자 존 카멕은 "게임의 스토리는 포르노의 스토리 같다. 있어야 하겠지만, 중요하진 않다."고 이야기했다:어쩌면 게임에 있어서 스토리의 위치를 잘 설명하는 말이라고 할 수 있다. 게임은 하는 매체지, 이야기를 듣거나 보는 매체가 아니다. 하지만 간과하지 말아야하는 점은 포르노에서도 서사는 여전히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는 것이다. 페티쉬나 성적 환상들을 뒷받침하기 위한 느슨하지만 확고한 기본골격들이 포르노에서도 종종 발견된다. 즉, 뒤집어서 본다면 게임에서도 여전히 이야기는 중요한 위치를 점한다는 이야기로도 읽힐 수 있다는 것이다. 하는 매체인 게임에서도, 자신의 행위와 몰입을 정당화시켜줄 기제로써 플룻과 게임 서사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점한다고 주장할 수 있다. 물론 모든 게임 장르에서 스토리라 할 수 있는 메인 플룻이란 요소가 항상 중요한 취급을 받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게임 서사(메인 플룻, 시나리오를 떠나 게임을 묘사하는 다양한 기법과 환경들)를 통해서 통일감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것은 게임에 있어서 중요하다. 특히, 이러한 게임 서사는 RPG 장르에서 두드러지게 드러진다.


그런 의미에서 폴아웃 4는 재앙으로 평가되어야 한다:이보다 더 끔찍한 게임들도 있었고, 앞으로도 있을 것이며, 폴아웃 4의 스토리가 실제로 그렇게까지 나쁘지 않다고 느낄만한 구석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RPG 장르에 있어서 하나의 획을 그었다 평가받고 일가를 이루었다고 모든 이에게 인정받는 프랜차이즈가, 감히 '이 지경까지 떨어지다니'라는 소리를 들었다는 시점에서 폴아웃 4의 문제는 이미 심각하다. 그것도 천문학적인 단위의 예산, 기록적인 단위의 시간과 인력, 그리고 그 무엇보다도 이 분야의 전문가들이 노력해서 만들어낸 결과물이 단지 게임 서사와 이야기의 실패만으로 망쳐질 수 있다는 점에서 말이다.


폴아웃 4의 문제를 다루기 위해서는 먼저 포스트 아포칼립스라는 장르에 대해 고찰할 필요가 있다:포스트 아포칼립스Post Apocalypse의 특징은 '종말 또는 멸망'Apocalypse이라는 파국적인 사건 이후를 다루고 있다는 것이 있다. 우리가 알고 있던 세계가 무너진다면 그 이후에 이 세계는 어떻게 되는가? 이런 측면에서 포스트 아포칼립스 장르의 특징은 사람들이 우리가 갖고 있었던 가치와 믿음, 구조와 시스템에 대한 일종의 반성이자 재고, 회고라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매드 맥스:분노의 도로 같은 경우에는 멸망 이후에도 유지되는 질서정연한 사회와 시스템을 배치하고, 여기에 오래되었지만 여전히 통용되는(슬프게도) 페미니즘 담론을 적용시키면서 종말이란 모든 가치와 시스템이 끝나는 것이 아닌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라는 테마를 기저에 깔고 이를 우직하게 정면으로 돌파하는 이야기를 구성하면서 포스트 아포칼립스 장르의 훌륭한 표본으로 자리매김 하였다. 이와 같이 '종말'이라는 사건의 핵심이 무엇인가, 그리고 그 종말이라는 핵심적인 사건이 갖고 있는 의미와 그 이후의 세계를 어떻게 볼 것인가가 포스트 아포칼립스 장르의 핵심이자 주요한 매력이라 칭할 수 있는 것이다.


폴아웃 시리즈가 단순히 CRPG의 고전이 아닌 '포스트 아포칼립스 CRPG'의 고전으로 자리매김하였던 것은 이러한 포스트 아포칼립스 장르의 테이스트를 제대로 살려냈기 때문이다(물론 좀 더 하드코어한 사람들은 폴아웃 보다 웨이스트랜드 쪽을 더 상징적인 작품으로 꼽겠지만):전쟁, 전쟁은 변하지 않는다War Never Changes의 유명한 격언으로 시작하는 폴아웃 시리즈는 전쟁 이후 도덕이나 가치관 자체가 파괴된 세계를 그려낸다. 마치 전쟁이라는 것이 변하지 않았듯이, 인간이란 존재도 멸망이라는 파국적인 사건 이후에도 변하지 않았다지만 이러한 인간이라는 존재를 컨트롤할 수 있는 외부적인 사회나 제도, 가치가 무너져서 사라졌다. 그렇기에 폴아웃 시리즈의 핵심은 자기 자신을 어떻게 규율할 것인가에 있다:구세대의 도덕과 가치를 지킬 것인가, 아니면 본능에 충실하게 자신의 이익만 챙길 것인가, 아니면 그보다도 사악하게 자신의 기쁨을 위해서 타인을 마음대로 이용할 것인가. 폴아웃 시리즈의 핵심은 인간이 갖고 있는 본능적인 부분을 펼쳐낼 수 있는, 게이머들을 매혹시킬만한 충분히 매력적인 공간을 만들어냈다는데 있다. 그렇기에 수많은 게이머들은 클래식 폴아웃 시리즈가 시스템적으로 '자유도'가 높은 게임이라고 칭송하지만, 그 자유도의 이면에는 플레이어가 그 어떤 행동을 하더라도 게임 내에서 납득할 수 있는 충분한 배경과 이야기 및 시스템이 있었기에 폴아웃 시리즈의 재미는 가능한 것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폴아웃 3는 이러한 강점을 제대로 살려내지 못한 작품이었다:아버지의 존재와 멸망한 세상을 더 좋게 만들려는 아버지의 노력, 그리고 선행을 하든 악행을 하든 그 무엇을 하든 아버지의 사랑이라는 경계에 묶여서 코 꿰이듯이 끌려다니는 듯한 폴아웃 3의 스토리는 전형적인 영웅서사(비범한 출신성분을 가진 영웅이 세상을 구한다)에는 어울리는 내용이지만, 세상이 대충 멸망해버린 포스트 아포칼립스 장르에서는 어울리지 않는 이야기였다. 또한 아버지라는 절대선과 구세대의 가치와 질서가 게임의 시스템에 삽입되어 카르마 시스템을 구축하고, 게이머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서 이 카르마가 오르락 내리락 한다는 점에서 게임은 마치 시시콜콜 잔소리하는 시어머니 마냥 게이머의 행동을 평가하고 은연중에 게이머가 아버지의 유지를 이어받도록 강제하고 있다. 그렇기에 마지막 엔딩 직전의 이벤트에서 게이머는 어처구니 없는 사태를 경험한다:내가 어떠한 길을 걸었든, 아버지가 남겨놓은 과업을 내가 해야만 한다. 물론 ZAX의 이야기를 받아들여서 오염된 물을 뿌릴 수도 있고, 게이머는 메인 플룻 외적/내적으로 악한 행동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게이머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악한 행동이 전체 플룻 상에서 보았을 때 위화감이 느껴지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애시당초에 아버지의 유지를 잇지 않는 방향도 있지 않을까? 이미 게임은 정답을 정해놓고(구세대의 정의와 도덕), 게이머에게 선택지라는 거짓말과 속임수로 게이머의 선택을 보장해주는 것 처럼 보인다. 그렇기에 폴아웃 3는 메인 플롯 외부에서는 흥미롭고 재밌는 게임이지만, 정작 메인 플롯 내부에서는 게이머에게 사기를 치는 게임이라 악평해도 변명의 여지가 없었던 게임이었다.


하지만 원작자들(옵시디언)의 손으로 돌아온 폴아웃 뉴 베가스는 달랐다. 그들은 폴아웃 3가 보여주었던 실망스러운 부분을 훌륭하게 커버하는데 성공한다. 뉴 베가스는 핵전쟁 이후에 다양한 가치를 가진 사람들이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기 위해서 부딪히는 것, 그리고 더 나아가 이 와중에 절대악도 절대선을 표상하는 인물이 아닌 '배달부'라는 독특한 케릭터를 집어넣고, DLC의 연작 끝에 '전쟁이 바뀌지 않는다면 인간이 바뀌어야 한다'라는 폴아웃 시리즈에 대한 나름대로의 결말을 내렸다. 게임 자체가 버그가 많고 폴아웃 3 베이스이기 때문에 폴아웃 3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폴아웃 뉴 베가스는 클래식 폴아웃 시리즈의 본질을 정확하게 꿰뚫고 있는 작품이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폴아웃 뉴 베가스의 성공은 폴아웃 4의 주요한 딜레마를 형성하는데 깊이 관여하였다.











폴아웃 4의 가장 큰 변화는 워크샵이나 UCC 지향적인 게임 시스템보다도 '주인공에게 목소리가 생긴 것'이다. 사실상 전자는 모딩 커뮤니티의 개념과 마인크래프트에 관심이 많았었던 베데즈다의 성향(스카이림 하스파이어에서 찾아볼 수 있었듯이)을 감안하자면 그리 놀라웠던 변화는 아니었다. 하지만 후자는 상당히 충격적인 부분이었다:목소리가 없는 주인공과 있는 주인공의 차이는 게이머가 그 케릭터에 얼마나 이입을 할 수 있는가에 영향을 미친다. 폴아웃 시리즈가 이전까지 게이머의 분신으로써 몰개성한 케릭터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면, 폴아웃 4에서는 자식을 되찾고자 하는 구세대의 아버지/어머니의 케릭터를 설정한 것이다. 시나리오 라이터는 이를 통해서 강렬한 모티브를 설정하고자 했던 것으로 보여진다. 그러나 문제는, 이로 인해서 폴아웃 3가 만들어낸 거대한 실수처럼, 아버지와 자식이라는 강렬한 연결고리로 묶인 메인 플룻이 포스트 아포칼립스 장르적 특성을 죽이는 문제가 있다:이미 폴아웃 4는 선택해야 하는 가치가 정해져 있다. 게임은 게이머에게 어떤 가치를 선택할 것인가에 대해 선택지를 던져놓고 관망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답을 정해놓고 게임을 진행한다. 그렇기에 트레일러가 공개되는 시점에서부터 폴아웃 4는 폴아웃 3가 겪었던 문제를 고스란히 들고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게임의 메인 반전까지 고려해보자:엄밀하게 이야기해서 본인은 폴아웃 4의 메인 반전이 황당하고 뜬금 없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제작진은 이러한 반전의 핵심을 어떤 도덕적인 딜레마(아들을 따라서 뭔가 구린 인스티튜트를 지원할 것인가, 그나마 도덕적으로 깔끔한 다른 집단을 도와 세상을 구할 수 있는 구세대의 기술과 함께 덤으로 아들까지 싸그리 날려버릴 것인가)를 제공하려고 이런 선택의 기로를 제공하고자 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게이머의 입장에서는 대략 몇십시간 정도 황무지 탐사를 끝마치고 메인 퀘스트를 진행할 때, 무슨 난장이 똥자루 처럼 늙어버린 노친네가 갑자기 튀어나와서는 '내가 당신의 아들이오'라고 이야기할 때 느끼는 것은 어떤 센티멘탈이나 충격이 아닌 황당함이다. 심지어 텔레포트 같은 최첨단 기술을 쓰는 집단의 수장이 치유불가능한 암에 걸려서 죽어가고 있다고 이야기할 때, 본인은 '사실 암세포도 생명이니까 그대로 있으려고'라고 이야기했던 모 한국 드라마가 생각날 정도로 작위적이며 편의적이라고 생각하였다. 이러한 작위적인 설정에도 기반하여 게임은 후술할 팩션의 가치와 맞물려서 아들을 따를지 버릴지에 대한 선택을 강요한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플레이어가 무엇을 느낄 수 있을거라 생각하는가? 이런 점에서는 차라리 폴아웃 3가 나은 편이었다:망나니 자식을 플레이하든 착한 자식을 플레이하든 아버지가 눈 앞에서 죽는 것을 지켜보는 시퀸스는 게이머에게 섬세하지는 못하지만 분명한 감정을 전달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1살짜리 아들이 납치되서 산전수전 하면서 겨우 아들을 찾았더니, 1)아들은 자기보다 나이 5갑자는 더 먹은 면상을 하고 2)보스턴 지하에 제 3 신동경도시 뺨치는 구조물을 만드는 기관의 수장이 되서 3)사실은 텔레포트도 할 수 있는 과학기술로도 해결하지 못하는 불치의 암에 걸려서 죽어가고 있다고? 적어도 폴아웃 3 같은 효과를 내고 싶었다면, 적어도 1~3번 중에서 두가지 정도는 뺐었어야 했었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뉴베가스의 팩션 서사, 어떤 가치를 대변하는 세력을 게이머가 선택하고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형태를 폴아웃 4는 취한다. 하지만 문제는 폴아웃 4의 각 세력들이 대변하고 있는 가치는 전적으로 가치가 포스트 아포칼립스 장르에 어울리지 않은 것들 뿐이라는 것이다. 폴아웃 4에는 크게 4가지의 팩션이 등장한다:신스 노예 해방을 추구하는 레일로드, 전통적인 미국의 가치를 내거는 민병대 미닛맨, 폴아웃 시리즈 전통의 브라더후드 오브 스틸, 그리고 마지막으로 전쟁 전 기술 집단이었던 인스티튜트까지, 겉보기엔 각기 개성 넘치는 팩션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풀어나갈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들 실상은 게임의 배경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집단들이 뭘 위해서 싸우는지도 모르는 바보 짓거리의 연속이라 할 수 있다:미국의 새로운 건국을 상징하는 미닛맨의 경우, 우리는 우리가 스스로 지킨다라는 미국 전통의 민병대의 전통을 다루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미닛맨이 보스턴을 침공하는 외부 세력인 브라더후드 오브 스틸과 대치한다는 점에서, 그리고 보스턴이 미국 독립에 있어 매우 중요한 장소라는 점에서 미국 건국세력을 연상시키는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다. 하지만 레일로드라는 조직은 19세기 중반의 흑인 노예를 빼돌려서 자유민으로 만들던 실제 역사상의 조직을 모티브로 두고 있다. 이 둘이 하나의 공간에 있다는 것은 상당히 기묘한 상황이다:한 쪽은 외부의 적들과 싸우고, 다른 한 쪽은 내부의 도덕적 딜레마와 투쟁한다. 이들이 게임 내의 보스턴이라는 하나의 공간을 점유하면서 서로 영향을 미치면서 어떤 이야기가 진행될 여지가 있는가? 게임 내의 이야기 전개에서도 볼 수 있듯이, 여기에는 어떠한 여지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기술로써 구시대의 세계를 다시 만들려는 인스티튜트와 미닛맨의 관계는? 사실 세력들이 서로 지향하는 가치와 이해관계가 브라더후드 오브 스틸과 인스티튜트, 레일로드와 인스티튜트를 제외하면 직접적으로 부딪힌다고 평할 수 없을 정도로 느슨한 관계다.


동료 시스템은 그나마 다른 요소들에 비해 문제는 덜한 편이지만 여전히 고개를 갸우뚱 거리게 만드는 요소를 갖고 있다. 폴아웃 4는카르마 시스템이 사라지고 동료별 호감도 시스템으로 대체되었다. 이제 개성이 뚜렷한 동료들과 함께 다니면서 동료들이 좋아할법한 특정 행동을 주로 하는 것으로 게이머가 평가받게 된다. 어떤 절대적인 기준(카르마 시스템)을 삭제하고 상대적인 기준(동료마다의 평가)으로 돌아선 것은 나름대로의 참신한 시도라고 할 수 있지만, 문제는 여기 헛점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게이머는 악한 짓을 좋아하는 동료와 다니면서 악한 짓을 밥먹듯이 하다가도, 그 동료를 돌려보내고는 착한 짓을 좋아하는 동료와 함께 다니면서 착한 짓을 하고 다닐 수 있다. 이런 식으로 동료에 맞춰서 플레이를 하면 모든 동료와의 호감도를 최대로 끌어올릴 수 있는데, 문제는 이렇게 될 경우 과연 '주인공은 어떤 사람인가?'라는 측면에서 혼란이 올 수 밖에 없다. 플레이하는 사람에 따라서는 주인공이 사람들 안보는데서는 식인이나 도둑질을 밥먹듯이 하다가도 남들 보는 앞에서는 천사처럼 구는, 그야말로 위선자의 표본이자 이중인격자로 보이게 된다는 문제가 생긴다.


하지만 폴아웃 4 메인 플롯 문제의 정점은 '신스'라는 인조인간의 존재다:원래 폴아웃 3에서도 서브 퀘스트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등장하였던 신스가 폴아웃 4에서는 보스턴의 주민들을 바디 스내칭하고, 과연 인간과 신스 사이의 차이가 무엇인가? 라는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는 이야기의 주된 소재가 되었다. 하지만 포스트 아포칼립스 장르의 이야기에 이러한 요소가 필요했는가? 포스트 아포칼립스란 우리가 알고 있던 제도, 시스템, 인프라, 그 모든 것이 붕괴한 세계를 지칭한다. 하지만 폴아웃 4에서 등장하는 인스티튜트와 신스의 무지막지한 물량은 멸망한 세상에 부적합할 정도로 어울리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 물론, 어디까지나 게임적인 수사로 받아들일 수도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게임은 포스트 아포칼립스의 세계라기 보다는 SF의 세계마냥 온갖 휘황찬란한 기술들이 폴아웃 4의 시대에 만들어지고 굴러다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게임의 메인 플룻에서부터 후술할 빌리징, 크래프팅 등의 게임 플레이에까지 적용되는 이야기이며, 게이머에게 보스턴이라는 공간은 핵전쟁 이후의 멸망한 세계가 아니라 납 대신 방사능이 들어간 수돗물을 마시고 사람들 머리가 죄다 훼까닥 돌아버려서 완벽하게 망하지도 못하고 정말로 대충 망해버린 현실의 플린트 시를 보는 듯한 느낌이다. 





그 결과 맞지 않는 옷을 입은듯한 폴아웃 4의 게임서사는 그냥 '재밌어 보일만한 것들을 다 때려넣은' 수준의 잡탕에 지나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게임은 빌리징과 크래프팅의 개념을 게임에 적극적으로 도입한다. 특히 빌리징의 경우에 있어서 폴아웃 4는 게임 내에서 편리하게 빌리징에 접근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데, 건물과 인프라를 만들고 자신만의 마을을 꾸며서 여러 지원(물자에서부터 심지어는 포격 지원까지)을 받을 수 있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베데즈다가 생각하는 게임의 이상향을 엿볼 수 있다. 그리고 크래프팅의 경우, 베이스가 되는 무기에 업그레이드 파츠를 조합해서 무기 자체가 다양한 속성을 지닐 수 있게끔 만들었다. 실제로 이러한 플레이를 게임은 장려하고 있고, 또한 게임의 많은 재밌는 부분을 차지한다.


하지만 이러한 빌리징과 크래프팅이 재밌다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 원래 이러한 요소들은 과거 폴아웃 3과 뉴 베가스의 모딩의 전통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것이며, 이 자체가 매우 혁신적인 게임 메카니즘을 갖고 있다고 할 수는 없다. 원래 게임의 문화로써 있었던 부분을 게임 내 시스템으로 통합시킨 것에 불가하니까. 그러나 문제는 이것이 게임 내로 들어오면서 게임이 정말로 요상한 모양새를 지니기 시작한다는 것이다:게이머는 이제 황룡사지 9층 목탑이나 피사의 사탑을 뺨치는 거대한 구조물들을 만들 수 있는데, 문제는 폴아웃 4의 배경이 핵전쟁으로 대충 망한 세계라는 점이다. 이게 재밌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실제 본 리뷰어도 이 컨텐츠에 수십시간을 투자했으니 말이다. 그러나 진정, 이것이 폴아웃 4라는 게임에 필요했었단 말인가? 게이머는 핵전쟁으로 대충 망한 세계 속에서 리어카 끌고 다니는 고물상 할아버지 마냥 폐품을 열심히 주워야 한다.(이런 점에선 오리지널 디아 3가 연상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 내에선 엄청나게 많은 자원이 필요한데, 그럴 때는 상인들로부터 수십 kg의 재료들을 날이면 날마다 무한정으로 병뚜껑을 내고 살 수 있다. 이 병뚜껑을 모으기 위해서는 마을 주민들이 주는 퀘스트를 해결해야 하는데, 거의 게임 속 시간 내 3일의 한번 꼴로 생기는 납치, 습격 등을 막아내고(심지어 버그였는지 본인은 거의 모든 납치 습격 방어 퀘스트가 마을 한 곳에서만 생겼다, 이쯤되면 아방가르드한 재미까지 생긴다) 주민들에게서 병뚜껑을 갈취하여 또다시 마을을 꾸미기 위한 재료를 사야한다. 그리고 보통 우리는 이러한 게임의 흐름을 MMORPG에서 볼 수 있는 반복 노가다 퀘스트의 흐름이라 한다. 이렇게 본다면 폴아웃 4의 지향점은 스토리가 끝나도 계속 할 수 있는 게임이었을 것이다. 실제로도 DLC 내용 자체가 크래프팅과 빌리징에 내용을 추가하는 쪽으로 가는 것을 보면 말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것이 폴아웃 4에 어울리는 내용이었는지, 그리고 게임이 이러한 변화를 게이머에게 납득시키고 있는지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폴아웃 4는 이미 상술한 내용면에 근거하여 충분히 낙제점 이하의 점수를 받았다.


결론을 내리기 위해서는 다시 존 카멕이 했었던 말로 돌아와야 한다:"게임의 스토리는 포르노의 스토리 같다. 있어야 하겠지만, 중요하진 않다." 핵심은 폴아웃 4의 스토리와 게임서사는 포르노가 갖고 있는 그것만도 못하다는 것이다. 이는 풍요 속의 빈곤이다:모든 것을 갖추고 있지만, 정작 갖추기 전보다 더 엉망이다. 폴아웃4는 폴아웃 3가 갖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는 커녕, 그걸 확대 발전 재생산시켜 버렸다. 그나마 위안인 것은 게임이 어느정도의 재미를 보장한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것이다:그렇다면 폴아웃 4를 클리어하고 남았을 때, 게이머에게 무엇이 남는가? 자기보다 더 늙은 면상을 한 아들을 죽인 죄책감? 세상이 대충 멸망하고 난 뒤에 황룡사지 9층 목탑을 만들어낸 성취감? 식인과 선행을 반복하면서 얻은 동료와의 관계? 폴아웃 4에는 남는 것이 없다:차라리 무언가 남는 게임을 하고 싶다면, 폴아웃 뉴 베가스나 폴아웃 3를 사서 모드를 깔고 플레이를 하는 것이 더 현명한 처사라고 본인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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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랑 핸즈온 쓰고 있는데 잘 안써지는...쓰라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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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이크 3와 언리얼 토너먼트가 오래된 코어 게이머 사이에서 계속 회자되는 것은, 소위 하이퍼 FPS(혹은 아레나 FPS)로 분류되는 게임 장르에 있어서 이 둘이 장르적으로든 게임을 즐기는 당시의 분위기로든 완성형이었기 때문이었다:멀티플레이 서버에는 사람들이 넘쳐났고, 요즘 FPS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물론, 최근에는 다시 돌아오는 추세기는 하다) 빠르고 경파한 움직임과 공방전, 그리고 무지막지한 화력으로 상대와 싸우는 쾌감까지. 하지만, 언리얼 토너먼트와 퀘이크 3를 정점으로 하이퍼 FPS 장르는 역사의 뒤안길로 차츰 사라져가기 시작했다. 트렌드가 시간에 따라서 지고 뜨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지만, 하이퍼 FPS가 빠른 속도로 퇴색하는 장르가 되었던 데는 높은 입문 장벽이 한몫한 것도 있다. 퀘이크 3를 예로 들어보자:이 악명 높은(?) 게임은 거의 경공술과 축지법을 방불케하는 속도로 이동하며, 커서는 시선보다 더 빠르게, 방아쇠는 상대보다 더 먼저 당겨버리는, 그야말로 서부극과 무협물에서 현란한 부분만을 떼어서 합쳐놓은 듯한 게임 플레이를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런 게임들은 보는 사람은 즐겁지만 당하는 사람은 전혀 즐겁지 않다는 문제가 있다. 하지만 하이퍼 FPS들은 다시 돌아오고 있다:2016년도 둠이 보여주는 통쾌한 움직임과 적을 박살내는 킬링 무브, 무식한 무기셋이 사람들에게서 호평을 듣는 것부터 해서 타이탄폴 이나 심지어는 콜옵 최신작의 독특한 게임 움직임들까지 과거 하이퍼 FPS라 불렸던 게임들의 흐름이 다시 살아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여기서 리뷰하고자 하는 코발트 역시도 어떻게 보면 그러한 흐름의 연장선에 놓여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코발트는 2D 플랫포머 게임이지만,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메카니즘(구르기, 슬로 모션, 공격 반사, 짧은 시간 및 슬로 모션 동안 오가는 치열한 공방 등)을 보여준다. 그렇기에 사실 이 게임이 장르 계보로써 어떤 게임의 영역에 들어있는가를 설명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 할 수 있으며, 오히려 이 게임이 이전 게임들로부터 취하고 있는 장르적 문법이 아닌 이 게임이 게이머에게 보여주고자 한 경험의 영역에 초점을 맞추어 접근해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코발트는 퀘이크 3나 언리얼 토너먼트가 보여주었던 하이퍼 FPS의 장르를 2D 플랫포머의 형태로 재해석 하였으며, 여기에 슬로모션과 히트박스, 투사체 튕겨내기 등의 시스템을 차용하면서 여타 게임에서 경험할 수 없는 독특한 흐름을 만들어낸다.


코발트는 매우 빠른 페이스로 진행이 된다:적들은 아주 빠른 움직임을 보여주며, 게이머 역시도 빠른 움직임으로 적을 섬멸할 수 있다. 하지만 일반적인 트윈 스틱 슈터(콘솔 플랫포밍 게임처럼 왼쪽 스틱으로는 이동, 오른쪽 스틱으로는 조준을 하는)와 다르게 코발트는 움직이는 4키에 조준과 이동을 통합시켜 놨다:좌우 스틱은 이동을, 윗 스틱과 아래 스틱으로 자동 조준을 하되, 아랫 스틱은 적을 조준, 윗 스틱은 투사채를 조준하는 등으로 세분화시켜놓았다. 하지만 조작 자체를 단순화시킨 것은 게임 자체의 접근성을 높이려는 시도라기 보다는, 일종의 '고육지책'이라고 느껴진다:후술할 구르기와 슬로 모션, 구르기 중에 파생되는 멀리던지기나 멀리 뛰기 등의 고난이도의 테크닉을 잔뜩 집어넣은 것을 고려한다면 이는 게임의 접근성을 높이고자 한 시도라기 보다는 '이거까지 트윈 스틱으로 만들어놓으면 제대로 활용할 사람이 없다'라는 제작진의 판단이라 보여진다. 물론 게임에서 위와 같은 고난이도 테크닉을 모두 활용할 필요는 없고, 모르는 상태에서도 즐겁게 플레이할 수 있다. 핵심은 조준과 조작의 간소화 및 구르기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응용 테크닉을 추가함으로써, 게이머가 상대와 싸울 때 다양한 선택지를 고르면서 전술적으로 움직이게 만들게 하는 것이다.


위에서 언급하였듯이 코발트에서 전투는 빠르고 격렬하며, 게임 내의 케릭터들의 움직임이 예측 불가능하다 할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하고 복잡하기 때문에 엄청난 고수가 아닌 이상 게임 플레이 자체가 힘들다는 문제가 있다(싱글플레이만 봐도 그런데, 게이머는 순식간에 문을 박차고 들어가서 순식간에 적 NPC의 총을 맞아 죽기 십상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어떤 적이 있었는지 어떤 공격이 이루어졌는지를 전혀 알 수 없다. 모든 전투는 후술할 슬로모션과 구르기를 사용하지 않는다면 너무 순식간에 이루어진다.) 하지만, 게임은 전혀 생각지도 못한 두 시스템을 결합함으로써 이 문제를 극복한다:게임 내에서 각각의 공격은 케릭터의 일정 영역에 들어오는 순간 그 공격이 판정을 갖는 히트박스를 보여주며 슬로모션을 유발시킨다. 이 순간 게이머는 거리를 벌리거나 구르기를 이용해서 공격을 상대에게 고스란히 튕겨서 돌려줄 수 있다. 즉, 코발트는 빠른 페이스의 전투를 보여주지만, 가장 정교한 컨트롤과 집중력을 요구하는 순간에 게이머가 정확하게 보고 판단하며 움직일 수 있는 여유를 준 것이다. 흥미롭게도 슬로모션과 구르기 반격이 핵심적인 시스템임에도 불구하고. 게임은 슬로모션이 만사형통이라고 주장하지는 않는다:수류탄 류의 공격은 구르기로 튕겨낼 수 없으며 접촉하는 순간 곧바로 폭발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수류탄 같은 투척 공격의 경우에는 게이머는 원거리 공격으로 공격을 튕겨내야 한다. 이처럼 게임은 공격의 형태를 근접, 원거리, 투척의 형태로 3분화 시켜놓고 상황에 따라서 적절한 공격을 선택하게 만든다. 먼저 수류탄을 던져서 견제를 한 후에, 상대의 선택을 강요하게 만드는 등 코발트 내에서의 공격과 방어의 흐름은 격투 게임을 방불케할 정도로 정교하고 스릴넘친다. 


그 결과 게임은 다양한 옵션과 가능성을 열어둔다:기본적으로 빠른 페이스의 전투를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에, 싱글플레이의 경우 게이머는 마치 특수부대원이 테러리스트를 제압하는 것 마냥 신속하게 움직여서 적을 제압할 수 있으며, 스테이지 도전 중에서는 잠입 컨셉으로 진행할 수 있는 스테이지도 존재한다. 물론, 정교한 잠입 시스템이나 테크닉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상대가 알람을 울리기 전에 모두 제거하라!), 빠른 페이스로 이루어지는 전투는 충분히 이러한 '잠입' 컨셉의 스테이지도 납득할만한 수준으로 만든다. 싱글플레이 외에도 데스매치, 서바이벌, 코옵 모드 등의 다양한 할 거리를 넣어둠으로써 코발트는 즐길 수만 있다면 값어치 이상은 충분히 하는 게임이라 할 수 있다.


코발트의 문제는 게임이 갖고 있는 잠재력보다 게임의 잠재력을 십분발휘하게 만들기 위한 학습의 과정에 있다. 게임은 복잡하고 정교하며, 때로는 엄청나게 야심찬 프로젝트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게임 내의 메카니즘을 게이머에게 제대로 설명하고 이해시키려는 시도 자체가 게임에서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다:일례로 구르기로 상대의 공격을 튕겨낼 때, 튕겨낼 당시의 '타이밍'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게임은 튜토리얼이 아닌 옵션의 게임 설명란에 기재한다. 또한 싱글플레이의 경우에는 열쇠따기나 금고따기 같은 미니 게임에 대한 설명은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원거리 탄환과 다르게 수류탄은 굴러서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게이머에게 설명해주지 않는다. 이러한 개개의 상황에 대해서 게이머는 직접 부딪히고 익혀야 한다. 물론 코발트를 돈주고 구매할 정도의 게이머라면 충분히 그런 불편함 정도는 감내할 것이며, 이러한 것들을 스스로 알아가는 과정이 재밌다고도 평할 수 있다. 하지만 코발트라는 게임 자체가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독특한 게임인 만큼 이런 부분에 있어서 충분히 대비가 되어 있어야 했었다.


하지만 이런 단점들은 코발트가 갖고 있는 매력에 비하자면 대단히 사소한 부분이라 할 수 있다:코발트는 한 때 하이퍼 FPS로 불렸던 게임 장르의 미덕을 2D 플랫포머로 이식하는데 성공하였다. 그것이 단순하게 게임 문법을 그대로 이식한 것이 아니라, 하이퍼 FPS가 갖고 있었던 매력을 2D의 형태로 재해석하면서 추후 게이머들이 더 파고들 수 있는 가능성을 깔아두었다. 코발트는 스팀에서 할인할 때 사는 것도 추천하고, 지금 정가에 사는 것도 추천한다. 적어도 2만원 이상의 값어치 그 이상은 작품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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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컴:에너미 언노운에 대한 본인의 평가는 좋지 않았다(링크):전투는 재밌지만, 그걸로 땡인 게임. 그렇기에 이번 엑스컴 2에 대해서 본인이 느꼈던 기대는 거의 제로에 수렴하였다. 전투가 분명 재밌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이상의 재미가 엑스컴 2에 있을까? 지금 사놓고 손도 못대고 있는 게임이 엄청 많은데? 그렇기에 엑스컴 2는 애시당초에 구매 대상도 아니었다. 그러나 새로운 피씨를 맞추면서, 피씨 성능 테스트 용도로 게임을 몇개 사보기로 결정하였고, 거기에 엑스컴 2가 포함되었다. 엑스컴 2의 구매는 어찌보면 단순히 기회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생각치 못한 구매에도 불구하고, 엑스컴 2는 전작에서 내가 느꼈던 실망감을 단숨에 뒤집어줄만큼 뛰어난 게임이었으며, 심지어는 추후 클리어 하고 난 뒤에도 다시 처음부터 게임을 되돌려서 해볼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엑스컴 2의 기본 골격은 엑스컴 에너미 언노운/위드인에 기반하고 있다:전작들은 승리를 향해서 나아가는 방향성은 여럿이 아니며 게임이 일정 궤도 이상에 오르게 되면 난이도가 급락한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하지만, 엑스컴 2는 전작들에서 찾아보기 힘든 '한정된 선택지'라는 개념을 부여한다. 엑스컴 에너미 언노운/위드인의 모드인 '롱 워'에 많은 충격을 받은 제작자들이 엑스컴 2에 롱 워의 기믹들을 많이 추가하고 모딩 개념을 메인으로 넣었고(참조하시라), 이는 어떤 식으로든 엑스컴 2의 전반적인 게임 설계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엑스컴 롱 워가 장기전을 상정하고 그 대신 전술/전략적인 옵션을 증대시키는데 초점을 맞추었다면, 액스컴 2는 짧은 시간 동안 제한된 자원을 통해서 어떻게 승리로 나아갈 것인지를 모색하는 쪽에 집중한다. 하지만 롱 워와 엑스컴 2가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핵심 컨셉은 바로 '어떤 선택을 하고 승리를 이끌어낼 것인가?'라는 것이다.


-엑스컴 2의 게임 흐름은 '최선을 선택할 수 없다면, 차악을 선택하라'라는 쪽에 가깝다. 전세계로부터 지원을 받던 전작의 상황과 달리, 엑스컴 2에서는 게이머는 어벤저라는 이동 전함을 타고 전세계를 상대로 싸워야 한다. 매달 꼬박꼬박 연금처럼 들어오던 지원금과 자원은 이제 게이머가 별도의 지역에 가서 시간을 들여 회수해야하며, 그로 인한 리스크도 발생한다. 지원자들은 이제 제발로 찾아오지 않으며, 게이머는 별도의 탐색과정을 통해서 지원자들을 발굴하고 영입해야 한다. 하지만 외계인들 역시 놀고 있는 것은 아니여서, 아바타 프로젝트라는 이벤트를 통해서 목적을 달성하면 외계인이 게임을 이겨버리는 사태가 발생한다. 즉, 엑스컴 2의 핵심적인 테마는 바로 '시간과의 싸움'이다:게이머는 이제 전세계를 앉아서 모니터링 하는 것이 아니라, 발에 불이 나도록 돌아다녀야 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게이머는 선택을 해야한다. 무엇을 포기하고,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선택에 따른 피해는 어떻게 복구할 것인가? 이전과 같은 일방향적인 게임 흐름에도 불구하고, 게임은 매순간 순간이 임기응변의 연속이라 할 수 있다.


게다가 전작들과 다르게 개별 전투에서 병사들이 1점의 데미지를 받는 순간 무조건 부상판정을 받게 되기에, 병사들의 인재 풀을 이전보다 더 늘려야 할 필요가 생기며 필연적으로 신병들을 얼마나 영입하느냐가 중요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미 이야기하였듯이, 엑스컴 2에서 신병을 영입하는 것은 전작에 비해서 훨씬 더 어려워졌고, 외계인들은 게이머를 죽이기 위해서 득달같이 달려들기 때문에 이는 쉽지 않다. 물량에서부터 시작해서 이제 적들 하나 하나 독특한 특수능력과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적을 먼저 처리를 할 것인가가 매번 전투에서 필요하며, 그리고 때로는 무엇을, 누군가를 희생할 것인가라는 선택지로 귀결되기도 한다. 이와 같이 게임은 매 전투에서 어떻게 싸우고 어떤 전략과 전술을 취할 것인가에 대한 선택이 필수적이기에, 잘 짜여진 퍼즐 게임을 하듯이 적을 하나 하나 처리하는데 집중하였던 전작과 다른 진정한 전술 전략 게임이 되었다고 평할 수 있다.


-물론 클리어까지 지켜봐야겠지만, 본인은 현재 15 시간 정도 플레이하였는데 두번이나 재시작을 한 상태다:게임을 하다가 전반적인 운영에서 말리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이러한 엑스컴 2의 가혹한 게임 흐름이란 특징이 게임이 끝날때까지 좋은 영향을 끼칠지, 아니면 게임 전체 인상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지는 끝까지 플레이해봐야 알 부분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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