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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





로그라이크는 하나의 대세가 되어가고 있다(참조):그 원인에는 다양한 요인들이 있겠지만, 로그라이크의 컨탠츠 재생산 및 게임 플래이가 지속 가능하다는 특징이 가장 근원적인 요인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최근 트랜드인 트리플 A 게임의 오픈월드류의 게임 같이 오밀조밀한 세계를 구성하고 그 속에서 다양한 놀 거리를 찾아나가는 시스템을 인디 게임 제작자들은 구축할 수 없기에, '일정한 규칙에 의해서 세계를 만들고, 플레이어가 반복적으로 이를 플레이할 수 있게 만드는' 로그라이크의 강점은 그들이 주목할만한 장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로그라이크류의 게임들은 세계와 스테이지가 일정한 규칙에 의해서 만들어지기에 섬세하게 다듬어지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다:대략적인 규칙은 존재하지만 만들어진 결과값에 따라서 초반 시작이 불리할 수도, 더 나을 수도 있는 결과의 편차가 존재하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로그라이크 게임들은 한 번 죽으면 다시 살아나기 힘들다는 치명적인 특징을 갖고 있다. 그렇기에 로그라이크 류 게임의 또다른 핵심은 '반복과 죽음'이라는 테마를 어떻게 다뤄내냐는 것이다.


뉴클리어 쓰론은 그런 점에서 흥미롭고 재밌는 게임이다:핫라인 마이애미 같이 아드레날린이 용솟음 치는 빠르고 강렬한 액션을 기반으로 한 뉴클리어 쓰론은 로그라이크 처럼 스테이지를 랜덤 생성하고 스테이지 내에 있는 모든 적을 섬멸하고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가는 단순한 방식을 보여준다. 또한 게임은 기본적으로 가혹하다:회복할 수 있는 수단은 거의 없으며, 적들은 케이브 슈팅 게임에서 나온것 마냥 무지막지하게 총알을 쏴재끼며 게다가 잘 죽지도 않는다. 강력한 총들은 탄약 소비가 크기 때문에 막 쓰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으며, 케릭터의 성장은 랜덤한 변이에 의해서 결정되기에 게이머가 컨트롤할 수 있는 변수가 적은 편이다. 뉴클리어 쓰론은 게임 자체가 가혹한데다가 게임에 어떤 보험장치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그 어려운 과정을 뚫고 나가다가 실수로 허무하게 중간에 죽어버리면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한다. 겉보기에 뉴클리어 쓰론은 단순하고 하드코어할 뿐인 게임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뉴클리어 쓰론은 단순히 하드코어한 게임만은 아니다:뉴클리어 쓰론은 계속해서 사람이 도전욕을 자극하는 무언가가 있다. 죽고,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고, 단순하게 재생성된 스테이지 플레이의 반복이지만 게이머는 그 속에서 자신의 실력이 점점 더 나아진다고 느끼고, 플레이의 반복에 의한 지루함이 아닌 도전욕과 성취감을 느낀다. 그렇기에 뉴클리어 쓰론의 재미는 단순하기는 하지만, 흥미로운 부분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어째서 반복되는 게임 플레이와 자칫 불공정하게 느껴질 수 있는 시스템에도 불구하고 게이머는 계속해서 게임을 플레이하는 매력을 느끼는 것일까? 이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뉴클리어 쓰론이 취하고 있는 게임의 플레이 구조를 주목해야 한다:게임은 중간 세이브 같은 친절한 보험 장치 일체를 배제하고 있지만, 게임의 한 스테이지, 그리고 엔딩 클리어까지의 시간을 대단히 짧고 각 스테이지 및 적 구성, 패턴 등이 단순하다. 그리고 유튜브에서 히든 엔딩까지 플레이한 영상들이 대략적으로 30분 전후인 것을 감안할 때, 게임의 한 사이클은 매우 짧다고 할 수 있다.(이런 면에서는 오락실 아케이드 게임을 연상케 하기도 한다:한 사이클을 돌리는 것이 대단히짧은 시간동안 이루어지지만, 그만큼 그 시간 동안 대단히 집중된 게임 플레이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말이다.) 다만 그 한 사이클을 돌리기 위해서 투자해야하는 시간들, 자신의 기술을 갈고 닦기 위해서 노력해야 하는 시간이 그것의 곱절 이상으로 들어간다는 것이 뉴클리어 쓰론의 핵심이다.


이를 위해서 게임은 단순하지만 중요한 시스템 기제들을 게임에 깔아둔다:게이머는 게임을 처음 시작할 때, 각각의 케릭터를 선택할 수 있다. 이 케릭터들은 패시브 스킬과 엑티브 스킬 한 개씩을 갖고 있는데, 이 스킬들은 게임을 풀어나가는데 있어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는다. 가령 피쉬의 경우에는 다른 케릭터들에 비해서 초반에 더 많은 탄약을 갖고 있기 때문에 탄약 관리가 쉽고 액티브 스킬인 구르기로 회피가 쉽다는 강점이 있다. 크리스탈의 경우, 다른 케릭터들 보다 체력 점수가 더 높고, 액티브 스킬로 총알을 반사하는 쉴드를 만들 수 있다. 각각 케릭터들이 갖고 있는 스킬들은 게임을 풀어나가는데 있어서 핵심적인 요소가 된다. 하지만 이러한 케릭터들의 개성 외에도 눈여겨 봐야하는 부분은 바로 레벨업 및 퍼크 시스템이라 할 수 있는 '변이'다:게이머는 레벨업을 할 때마다 4개의 무작위의 변이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되어 있다. 일견 자신이 원하는 변이를 선택할 수 없다는 점 및 후에 어떤 스테이지 구조와 상황이 기다리고 있을지 알 수 없다는 점에서 이 변이 시스템은 게이머를 짜증나게 만드는 요인처럼 비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변이들은 모두가 게임 플레이에 엄청난 영향을 끼치며 하나 하나가 게임 플래이 스타일을 뒤집어 엎을 정도로 강력하다. 예를 들어서 접촉하는 적에게 데미지를 입히는 퍼크의 경우 왠만한 적들을 비벼서 2~3초 만에 죽일 정도이며, 총알을 재생성 하거나 체력을 회복하는 등의 기능을 가진 변이도 있으며, 심지어는 벽을 뚫는 등의 새로운 능력을 부여하는 변이도 있다.


그렇기에 뉴클리어 쓰론의 변이는 어떤 정형화되고 전략적인 트리의 개념보다는 그때 그때 변이가 나오는 것을 보고 임기응변으로 어떻게 게임을 풀어나갈지를 선택하는 전술적인 개념에 가깝다. 게이머는 스테이지를 클리어하고 레벨업을 하는 순간 마다 변이들을 보면서 앞으로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를 짧은 순간이지만 고민해야 한다. 이러한 고민과 임기응변이 모여서 게임을 구성하기에, 뉴클리어 쓰론은 예측불가능한 게임 플레이를 보여주며 게이머를 빠져들게 만든다. 물론 때에 따라서는 완전히 망한 변이나 무기 조합들이 나오기도 하나, 위에서 언급한 짧은 게임 플레이 사이클은 게이머가 부담없이 재도전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준다. 뉴클리어 쓰론에서 죽음은 분명한 패널티이며 모든 것을 리셋시키는 개념이다:하지만, 게임이 짧기에 도전이 쉽고, 무엇보다 변이의 존재가 게임 매 순간 순간을 활동적으로 만들기에 계속해서 생각하게 만들고, 이러한 과정 속에서 게이머가 각 스테이지 별 적들이나 스테이지의 구조 패턴 등을 학습하게 만들면서 '점점 나아지는 느낌'을 게이머에게 제공한다. 그렇기에 뉴클리어 쓰론은 단순히 가혹한 게임이 아닌 게이머에게 도전적인 게임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뿐만이 아니라 게임의 연출과 구성, 사운드트렉 등도 게임의 재미에 한 몫을 더해준다:전형적인 레트로 스타일의 그래픽인 뉴클리어 쓰론은 묵직한 총기음과 함께 총을 쏠 때의 이펙트와 총알 오브젝트의 크기, 그리고 쏠때 화면이 흔들리는 연출 등을 통해서 무지막지한 화력을 투사하고 있다는 느낌을 게이머에게 보여주며, 강렬한 음악을 통해서 게임을 신나게 만든다. 또한 적들 역시 게이머를 진짜로 죽일듯이 덤벼들며, 몇몇 스테이지의 경우에는 아예 게이머 보고 죽으라고 기원하는 것 마냥 무자비한 스테이지 구성(특히 스테이지 2 폐차장에서 긴 복도와 스나이퍼 적을 계속 배치해놓는 조합이 나왔을 때 그 빡셈이란...)을 보여주기도 한다. 즉, 이러한 연출과 스테이지 구조 등은 게이머에게 게임이 대단히 거칠고 힘들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게 만든다. 하지만 동시에 이러한 힘든 구성과 강렬한 연출들이 게이머에게 게임이 과격하고 파괴적이며, 동시에 엄청난 도전처럼 느껴지게 만든다. 그렇기에 게이머는 게임에 게속해서 도전을 하고 클리어를 했을 시 그러한 도전에 대한 성취감을 느끼게 된다.


결론적으로 뉴클리어 쓰론은 매우 단순한 구조에 운에도 어느정도 의존하는 모습을 띄고 있는, 로그라이크의 특성을 가진 탑다운 슈터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뉴클리어 쓰론은 운에 완전히 의지하지 않는다:오히려, 반복되는 플레이가 반복되는 것처럼 느껴지지 않게 무작위적인 변수를 집어넣으면서도 그것이 절묘하게 도전욕을 자극해서 게임을 도전하게 만들고, 그 과정 속에서 더 나은 실력을 자연스럽게 갖추게 만드는 잘 짜여진 게임이라 할 수 있다. 게임 불감증을 해소해 줄 단순하고 강렬한 게임을 찾는 사람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추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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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게 플래이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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땜방 때앰빵 때애애앰빵(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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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발매 예정인 파크라이 프라이멀은 아인슈타인의 오랜 격언을 상기시키고 있다:나는 세계 3차대전에 쓰일 무기가 무엇인지 모른다, 하지만 4차대전에는 분명 돌과 나무 막대기가 무기로 쓰일 것이다. 핵폭탄과 전쟁의 파괴성, 문명 붕괴의 위험을 경고하는 아인슈타인의 이 오래된 격언은 아이러니하게도 현재 게임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트렌드에도 빗대어 볼 수 있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로 대변되는 2차세계대전 일변도의 FPS에서 현대전쟁으로, 그리고 미래전쟁으로 넘어가는 콜오브듀티 프랜차이즈의 흐름은 일반적인 게임들에서도 자주 찾아볼 수 있는 흐름이기도 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미래전 마저도 식상하다고 생각한 나머지, 아예 과거로 돌아가버리는 선택을 하기도 한다. 생존 게임류(마인크래프트에서 러스트 등의 다양한 서바이벌 온라인 게임들)에서부터 아예 앞서 인용한 아인슈타인의 말을 그대로 체화해버린 짱돌과 막대기의 FPS 파크라이 프라이멀까지. 게임은 갑자기 최첨단 장난감들의 향연에서 짱돌과 생존의 영역으로 퇴보(?)해버렸다.

물론 소재의 부족과 다른 게임과의 차별화 추구로 인한 것도 이유가 될 수 있고, 전세계적으로 문화가 생존이라는 테마에 주목하기 때문일 수도 있고, 아니면 단순하게 사람들이 짱돌과 죽창을 던지는 걸 좋아한다는 시장조사와 경영적 판단의 결과물일 수도 있다. 이것이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는 앞으로 오랫동안 지켜봐야 하는 문제이기는 하지만, 분명하고 중요한 사실은 이러한 흐름이 새로운 게임 문법을 만들어낼 것이란 것이다:일전의 게임들, 특히 FPS에서는 총을 쏘는 것을 게임의 주된 문법으로 삼았다. 물론 근접 무기나 냉병기를 다루는 게임들이 이전에도 없었다는 것은 아니나, 분명하게도 그것들은 뚜렷하게 메인스트림을 타지 못했었다. 하지만 파크라이 프라이멀 이전에도 최근 데드 아일랜드, 다잉라이트 등의 다양한 게임들이 근접무기를 사용하는 FPS라는 개념에 집중하였고 파크라이 프라이멀은 그러한 흐름을 알맞은 배경(석기시대)로 옮겨서 독특한 필치로 묘사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근접무기나 격투를 다루거나 총이 아닌 다른 무기를 다루는 FPS의 문법은 오래전부터 존재해왔었지만(제노 클래시를 기억해보자. 그 게임이 벌써 6년전 게임이다), 정작 그것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대해서 우리는 자세히 살피지 않았었다. 하지만 파크라이 시리즈에서 활을 당기는 것과 쏘는 것, 오픈월드가 결합하여서 이전까지 찾아볼 수 없었던 독특한 게임 플래이를 보여준 점을 파크라이 프라이멀이 확장 계승하고 있다면, 충분히 총을 쏘는 게임 메카니즘을 벗어나서 뛰고 달리고 찌르는 FPS의 출현, 근접전의 긴장감을 살리면서도 사람들이 쉽게 적응하고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만들 수 있다면 앞으로 흥미로운 게임들이 많이 나오게 될 것이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본인은 그러한 기대와 별개로 파크라이 프라이멀에 대한 우려도 갖고 있는데, 그것은 게임의 공개 과정이 너무 짧았다는 데 있다:약 3~4개월의 짧은 시간동안 게임이 큰 홍보도 없이 발매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마치 게임 자체가 준비되지 않았다는 인상을 심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파크라이 프라이멀은 2월 25일 발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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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대한민국에서 플래이스테이션 4가 열풍 아닌 열풍을 불러일으키는 중, SCEK의 카와우치 시로 사장은 SCEK를 떠나서 아시아 지역 총괄 책임자로 임명되었다. 한국 게이머들과 한국 콘솔 게임 시장에 대한 그의 공로를 제쳐두더라도, 그의 승진 행보에는 흥미로운 부분이 있다:카와우치 시로 사장은 예전부터 중국과 한국, 아시아 시장을 각각의 별도의 시장이 아닌 하나의 '권역'으로 보고 접근하자는 주장을 펼친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의 PS4의 공격적인 한국어화 전략은 게임 한국어화-중문화 병행 정책에 기반하였기에 가능하며 이러한 사례는 카와우치 시로가 생각하는 권역으로서의 시장 접근 전략이 구체화된 케이스라 할 수 있다. 이런 중에 SCE가 카와우치 시로를 아시아 지역 총괄 책임자로 지명한 것은, 이 전략이 실제 유효하든 유효하지 않든, 앞으로 유효하든 유효하지 않든, SCE가 진지하게 이 전략을 생각하기 때문에 그를 아시아 지역 총괄 책임자로 임명하였다라고 볼 수 있다. 소니의 전략이 맞다면 게임 시장은 이제 국가 단위에서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를 넘어서는 권역으로써 성립한다고 할 수 있다.


국가 단위의 시장으로 게임 시장을 대표하는 컨셉은 바로 '국가코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국가코드의 존재는 국가 단위로 시장을 묶어둠으로써 환율이나 시장을 통제한다는 발상에 근거하고 있다. 이러한 발상은 생각외로 오래되지는 않았다:PC 게임에는 한 회사가 통제할 수 있는 플랫폼을 환경이 애시당초에 형성되지 않았으며, 인터넷이라는 기반을 통해서 발전한 판매 플랫폼들은 기본적으로 무국적성에 기반하고 있었기에 국가코드라는 개념이 자리잡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콘솔의 경우에는 사정이 달랐다.오프라인 유통망에 기반하고 있으며, 생산-판매의 프로세스가 전통적인 시장 프로세스(물류, 리테일 등)에 얽메여있었던 콘솔 게이밍의 경우에는 오프라인 시장 상에서의 다양한 변인들(예를 들어 각 시장마다의 환율 차이로 생기는 상품의 역수출 문제 같은)을 통제하기 위해서 국가코드의 개념을 도입하였다. 하지만 국가코드의 도입은 세계적인 물류 시스템의 구비로 물품들의 서로의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고, 각 시장에서의 제품 정보들이 쉽게 교류될 수 있는 정보 소통의 장인 인터넷이 도입되면서 중요한 이슈가 되었다. 즉, 국가코드의 존재는 역설적이게도 세계화의 산물(국가, 지역을 벗어난 상품/서비스의 판매)인 동시에, 세계화를 역행하는(국가라는 지역적 한계에 얽메이는) 다소 기이한 흐름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국가 단위의 시장은 이제 차츰 붕괴되고 있으며, 이는 일부 하드코어 게이머들(다른 국가 시장 권역에서 어떤 가격에 어떤 제품이 판매되고, 자신이 원하는 제품을 구하기 위해서 최첨단의 정보를 항상 구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사람들)의 지속적인 탄원과는 무관한 흐름이다. 안드로이드와 아이폰의 헤게모니 싸움과 같이, 이제는 제품을 파는 것이 아닌 플랫폼을 파는 것, 제품과 서비스를 넘어서 하나의 사고방식, 라이프 스타일, 문화를 파는 것이 세계적인 기업들이 시장에서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표가 된 것이다. 이것이 바로 플랫폼 사업이다. 그렇기에 세계적인 기업들은 국가라는 지역을 뛰어넘어서 플랫폼 내에서 고객이 생각하게 만드는 것, 국가라는 지역에 시장을 묶는 것이 아닌 플랫폼이라는 컨셉을 통해서 시장을 묶는 것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한다.


그렇다면 국가를 넘어선 권역은 어떻게 형성되는가? 흥미롭게도 국가를 넘어선 권역으로서의 시장 개념은 이전부터 존재하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언어'의 권역이다. 일례로 미국과 영국의 케이스를 보자:미국시장과 영국시장은 동일한 시장으로 보기에 물리적인 거리의 문제가 있지만, 흥미롭게도 영국시장과 북미시장의 경향성은 많은 부분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FPS 장르나 SF 장르의 게임들, 일부 스포츠 게임들의 강세는 영국 시장과 미국 시장에서 보여지는 뚜렷한 경향성이며, 이 둘은 일치하지는 않지만 하나의 '권역'으로 묶을 수 있는 뚜렷한 특징들을 갖고 있다. 어떻게 보면 이는 대단히 당연한 귀결이기도 하다:언어는 인간의 사고가 이루어지는 기본적인 단위의 '플랫폼'이며, 문화를 형성하는 가장 근원적인 베이스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많은 문화 컨텐츠들은 언어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문화 컨텐츠 시장은 많은 부분 언어의 권역 내에서 이루어진다:일례로 스타워즈의 전세계적인 성공이 아시아 권역에서는 크게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한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현재 아시아 권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 한국-중국-일본을 묶는 거대한 동북아시아 게임 시장 권역을 만들려는 시도는 이러한 언어의 권역으로서의 시장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흐름이라 할 수 있다:정확하게 이야기하자면 '한국'이라는 시장이 갖고 있는 특수성의 문제다. 한국은 한국어라는 독자적인 언어 권역을 형성하고 있고(한자 문화권하고 별개다:한자 문화는 엄밀하게 이야기해서 언어로서의 플랫폼이 아닌, 플랫폼 위에 올려져 있는 어플리케이션, 즉 지역화된 문화 개념에 가깝다. 그렇기에 우리는 한자를 하나의 언어가 아닌 언어로부터 파생된 문화로 접근해야 할 것이다), 시장 자체의 규모면에서 꼭 공략해야하는 대상으로서의 우선순위나 가치 면에서 떨어지는 시장이라 할 수 있다. 카와우치 시로 사장이 생각하는 권역으로서의 게임 시장은 엄밀하게 이야기해서 '한국이 없더라도 성립하는' 개념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중문화와 한국어화의 동시추진이라든가, 각종 게임쇼나 컨퍼런스 등을 통해서 '세계적인 위상을 갖는 시장은 아니지만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신경쓰는 시장으로서의 한국 시장'의 위치를 세워주는 SCE의 행보는 눈여겨 볼만하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SCE의 관점에서 한국 시장은 현재 전략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또한 닌텐도가 3DS를 통해서 지속적으로 한국 시장을 케어하고 관리하는 것도 이러한 연장선상에 볼 수 있기도 하다.


물론 이러한 흐름의 가장 근원적인 베이스는 한국 시장에서 수익이 난다, 라는 아주 기초적인 자본주의적 사실이다. 하지만 한국이 아시아 권역 시장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흥미롭고 독특하다:한국 시장은 일본과 지리적으로 가까우며 일본 문화 개방 정책 전, 현재의 발달된 물류 시스템 이전에도 음성적으로 게임 콘솔이 수입되어 사람들이 게임들 즐기고 그러한 문화가 있다는 것을 인지하는 등 많은 영향을 받기도 하였다. 또한 여러 역사 정치적인 특수성으로 인해서 북미 문화의 영향과 특혜를 직간접적으로 받고 있으며, 이에 대한 거부감 역시도 다른 동북 아시아 문화권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그렇기에 논지를 확대시켜본다면, 한국이라는 문화권의 특수성은 중국-한국-일본을 이어주는 문화적 가교인 동시에 아시아-북미의 문화권 양측에게서 영향을 받는 중간 권역적인 특색을 갖는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한국시장은 콘솔 게임 회사의 입장에서는 단순히 계륵과도 같은 존재를 넘어서, 플랫폼 권역을 구축하기 위한 테스트 배드로서의 가치를 갖는다고도 이야기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본 글쓴이의 주장에는 많은 무리수와 변수가 내포되어 있으며, 이것이 일반적이라고 밀어붙이기에는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다. 하지만, 한국 문화 시장이 갖는 독특한 특징들은 국가-언어-플랫폼으로서의 시장 권역 형성으로 이어지는 현재의 자본주의 및 문화 시장에 있어서 많은 흥미로운 흐름을 만들어내지 않을까라고 본 글쓴이는 조심스럽게 추측해본다.






애니, 만화, 영화 이야기



새 컴퓨터에서 때우는 땜빵!


애니, 만화, 영화 이야기






*스포일러 있습니다.


하나의 작전, 서로 다른 목표 당신이 믿었던 정의가 파괴된다. 사상 최악의 마약 조직을 소탕하기 위해 미국 국경 무법지대에 모인 FBI요원 케이트(에밀리 블런트)와 CIA 소속의 작전 총 책임자 맷(조슈 브롤린), 그리고 작전의 컨설턴트로 투입된 정체불명의 남자 알레한드로(베니치오 델 토로). 누구도 믿을 수 없는 극한 상황 속, 세 명의 요원들은 서로 다른 목표를 향해 움직인다. 숨쉬는 모든 순간이 위험한 이곳에서 이들의 작전은 성공할 수 있을까! (네이버 영화)


드니 빌뇌브란 감독이 갖고 있는 강점이란 무엇일까? 고작 두편의 영화(프리즈너스와 그을린 사랑)만을 본 본인이 그의 영화세계에 대해서 평가하는 것은 힘들겠지만, 본인은 조심스럽게 그의 영화에 있어서 핵심적인 부분은 고발하는 침묵이라 이야기하고 싶다. 그을린 사랑은 자칫 잘못하면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무게있는 이야기와 별개로 선정적인 멜로드라마와 폭력의 이야기로 나아갈 수 있는 위험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드니 빌뇌브는 소재의 자극적인 부분을 이야기 외적인 부분인 카메라 워크와 미장센을 통해서 통제한다. 마치 세상을 관조하는 듯한 영화의 시선 속에서 선정적인 이야기들과 폭력은 마치 세상의 일부인 것처럼 조용해지고 얌전해진다. 하지만 그것이 거기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그을린 사랑의 충격적인 진실이 관객에게 묵직하게 다가올 수 있었던 것은 관객이 그 존재를 은연중에 알아차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을린 사랑이나 프리즈너스의 이야기는 그 충격적인 '진실'을 통해서 이야기가 역전되거나 변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흔히 진실을 통해서 새로운 결론에 도달하는 영화 장르적 개념으로서의 '반전'과 다르게 그을린 사랑이나 프리즈너스의 이야기는 전적으로 '그렇게 도달할 수 밖에 없는' 이야기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보자면 드니 빌뇌브의 영화 미학은 진실이란 이름의 반전을 이용하여 관객의 머리채를 잡아 젖히며 '이걸 봐, 이걸 보라고!'라고 강요하고 폭로하는 것과는 다르다. 오히려 영화의 러닝타임 내내 관객은 그 진실로부터 도피하고자 한다. 프리즈너스의 두 주인공을 보자:아버지는 자식을 납치했다고 생각하는 범인을 고문하지만, 관객과 아버지는 그가 은연중에 범인이 아님을 알고 있다. 그렇기에 관객들은 차라리 그가 범인이기를 기도한다. 하지만 그가 범인이 아니라 또다른 희생자라는 불편한 진실은 관객의 시야 내에 무거운 바위처럼 자리를 잡으며 관객에게 그 진실을 고발한다. 그리고 관객들이 아무리 고개를 돌리고 또 돌려도 그 진실은 그 자리에 그대로 있다. 그리고 관객이 진실을 받아들이는 순간 영화는 클라이맥스로 향하며, 그 진실이 도달해야 하는 숙명적인 결론으로 치닫는다. 그렇기에 좀 과장해서 이야기하자면, 드니 빌뇌브의 영화에 있어서 반전의 개념은 영화의 극에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영화를 수용하는 관객애게서 일어난다고 할 수 있다:그것은 바로 관객이 영화의 진실을 받아들이는 과정인 것이다.

시카리오는 그런 의미에서 전적으로 드니 빌뇌브의 강점들이 살아있는 영화다. 영화의 이야기는 겉으로 보기에는 꾸준히 그 맥락을 이어오고 있는 마약을 둘러싼 르포 형태의 픽션처럼 느껴질지도 모르고, 실제로도 그 내용 자체도 장르적 문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마약을 없앨 수 없다면 통제하겠다는 맷의 극중 발언과 사상은 이미 다른 영화나 대중매체 등을 통해서 많이 묘사되었었고, 그 최대 수혜자가 미국이라고 미국을 은연중에 돌려까는 톰 클랜시 원작 해리슨 포드 주연의 긴급명령으로 이미 20년전에 나오기도 했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시카리오에는 추악한 진실로부터 정의를 대변하는 유일한 대변자인 라이언 박사가 존재하지 않는다. 시카리오는 전적으로 진실 앞에서 무너지는 정의와 체제에 대한 이야기다. 그리고 시카리오는 그 불편한 진실, 미국과 멕시코 사이의 외면되고 있는 마약과 관계된 이야기에 대한 고발이기도 하다.

시카리오의 재밌는 부분은 극중 주인공인 케이트를 제외한 모든 사람이 전원 '남자'라는 사실이다. 물론 CIA, FBI, 마약단속반, 국경수비대 등 같은 군과 치안에 관련된 종사자들이 남성적이고 마초적인 성격을 띄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시카리오에는 남성적-여성적인 이미지들이 극도로 거세되어 있다:마초적인 이야기나 로멘스 같은 것을 거세함으로써 영화에는 남자들만의 세계와 케이트라는 이방인이라는 추상적이지만 명확한 막을 구축한다. 이러한 성적인 이미지의 거세는 케이트 머서라는 인물을 '전문가'로 묘사하는 동시에 남자들의 세계에서 고립되어 고생하는 외부자의 이미지 양측으로 구축하게 된다. 그렇기에 시카리오는 어떤 의미에서 유능한 커리어 우먼의 분투기라 할 수 있는 제로 다크 서티의 분위기와 맞닿아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제로 다크 서티에서 마야가 그러한 외부적인 상황에 굴하지 않으면서도 자기 자신을 관철시키고 끝내는 목적을 달성했던 것과 다르게, 시카리오에서의 케이트는 타협할 수 없는 상황들과 마주하게 된다. 

전적으로 성적인 의미를 거세하고 있는 시카리오임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단 한 시퀸스에서는 이 섹스의 이미지가 명확하게 드러난다:맷의 페이스에 끌려다니는 상황에 지쳐버린 케이트는 동료의 소개로 남자 경찰과 원나잇 스탠드를 하려고 시도한다. 하지만 거기서 그녀는 자신이 원나잇을 하려는 남자가 부패에 연루되었음을 직감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증거를 본다. 케이트는 그를 제압하려 하지만 역으로 죽을 곤경에 처하게 되고,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알레한드로가 나타남으로서 살아나게 된다. 일견 극의 긴장감을 올리는 시퀸스처럼 보일 수 있지만, 흥미로운 점은 이 이전과 이 이후에서 일절 성적인 긴장감이나 남성-여성의 벽을 다루는 내용의 장면이 등장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심지어 이 시퀸스조차도 성적인 긴장감이나 로맨틱, 반전 같은 자극적인 요소가 존재하지 않는다:로멘틱한 분위기나 성적인 긴장감이 느껴진다기 보다는 우울함과 피로감의 끝에서 쉴 자리를 찾아 기대는 듯한 카메라의 부감과 관조함은 이 시퀸스의 흐름이 여타 대중문화에서 다루는 여성-남성의 관계나 섹스에서 빗겨 나가 있음을 드러낸다. 


왜 시카리오는 자극적으로 다뤄질 수 있는 섹스를 자극을 최대한 억누르는 방향으로 다뤄낸 걸까? 그것은 케이트가 '남성'과 관계를 맺는 행위 자체에서 오는 의미를 따져봐야 할 것이다:일반적이고도 정상적인 섹스는 '상호합의' 하에서 서로 합을 맞추는 행위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케이트가 이 시퀸스 전까지 처해있었던 상황은 불편함과 피로함의 연속이었다. 어떤 임무인지도 모르고 맷에게 끌려다니면서,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을 마주하고, 법과 절차가 지켜지지 않는 일들을 경험한다. 하지만 그녀가 임무를 그만두지 않는 것은 표면상의 악을 몰아내는 것이 아닌 좀 더 근원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싶기 때문이며, 케이트는 등을 돌려서 떠날 수 있었음에도 떠나지 않고 영문 모를 일들을 마주하며 남는다. 그러나 케이트가 마주하는 일들은 그녀를 피로하게 만들며, 동시에 상황과 타협하고자 하는 마음이 들게 만든다. 그렇기에 '남자'와 섹스를 시도하는 것은 상황과 타협하는 맥락을 만들며, 전희의 도중에 부패의 증거를 보고 남자를 밀어내는 것은 가장 외롭고 피로한 순간조차도 타협하지 않겠다는 케이트의 의지를 드러내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그렇게까지 케이트가 거부하고자 하는 현실이란 무엇일까? 그것은 케이트와 맷이 처음 만나는 장면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오프닝 시퀸스에서 카르텔의 폭탄 테러로 FBI 에서 사상자가 나오는 끔찍한 사건의 대책 회의에서 맷은 조리를 신고 나왔다. 그것을 바라보는 케이트가 '당신은 대체 뭐하는 인간이냐'라는 표정으로 맷을 바라보자 맷은 능글맞게 자신을 소개한다. 맷이란 케릭터는 케이트와 다르게 이런 일들이 '익숙한' 인간이다:그렇기에 케이트의 끊임없는 거부와 항변에도 능글맞게 웃어넘기거나 귀찮아 할 뿐이다. 왜냐하면 모든 것은 그의 계획대로 진행될 뿐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러한 그의 예측에서 한 치도 빗나가지 않듯이, 알레한드로는 충실하게 자신의 역할을 수행한다. 그렇기에 케이트와 대립되는 맷과 남자들의 세계는 자신들만의 언어로 움직이는 세계이며, 케이트가 속한 일상의 법과 정의, 규칙의 경계이자 그 너머이다. 멕시코 후아레즈에서 일어나는 끔찍한 폭력들은 항상 상존한다(잠깐 잠깐 삽입되어 들어오는 맥시코 경찰의 일상을 보자;아들과 함께 일상적이고 평화로운 이야기를 하면서도 그의 침대 옆 의자에는 산탄총이 놓여있다.) 하지만 마약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면 통제해야한다는 맷의 표현처럼, 이 폭력들은 교묘하게 통제되어 있으며 세계의 일부로 통합되어 있다. 케이트가 저항하고고 좌절하는 영역은 결코 타협할 수 없는 상황인 동시에, 법과 규칙 너머의 세계다.  


영화는 이를 카메라워크와 풍경을 통해서 은연중에 프레임 안에 합치시킨다:미국-맥시코의 국경을 멀리서 잡아내는 부감의 풍경은 마치 하늘 아래서 일어나는 모든 폭력적인 사건들이 일상적이고 무심한 것처럼 느껴지게 만든다. 또한 미국과 맥시코의 경계를 다루는 카메라는 법과 무질서라는 이분법적으로 마치 하나로 통합되어 있는 것 같은 맥락을 깔아두며, 영화의 클라이맥스의 미장센으로 귀결되는 발판을 제공한다:영화의 마지막, 맷과 케이트는 국경을 오가는 카르텔의 땅굴을 확인하고, 이 곳을 급습한다. 해질 무렵 땅거미 속으로 무장한 델타포스 대원들과 CIA, FBI 요원들이 하나 둘 어둠속으로 조용히 가라앉는 모습은 영화가 어둠속에서 일어나는 사건의 진상, 세계를 움직이는 추악한 논리 속으로 들어감을 암시한다. 그리고 이 시퀸스에서 케이트는 두가지를 알게 된다:알레한드로가 맥시코 카르텔에 의해서 가족을 잃고 복수를 꾀하는 전직 검사였음을, 그리고 이 모든 작전이 마약을 제거하는 것이 아닌 통제하기 위함이었음을 말이다. 시카리오는 영화 전반에 부감의 카메라워크를 깔아두고 클라이맥스의 순간의 어둠속으로 사라지는 인물들을 통해서 관객이 법과 무질서, 그리고 그 상위의 통제하는 '힘'을 한 데로 어우르는데 성공한다.    


결국 모든 것은 CIA의 의도대로 흘러가게 되고, 케이트는 무기력하게 자신의 집에서 알레한드로의 협박 아래 이 모든 것이 합법적으로 행해졌다는 CIA의 서류에 사인하게 된다. 하지만 끝까지 무기력하게 끌려다녔음에도 불구하고, 케이트는 알레한드로에게 총을 겨눈다:모든 것이 끝난 상황에서 왜 그녀는 끝까지 알레한드로에게 총을 겨누며 저항하는 것일까? 그것은 알레한드로가 속한 남자들의 세계, 법과 무질서 양측을 모두 '통제'하는 세계에 대한 미약한 저항의 표현이다. 그것은 언제 어디서라도 절대로 타협해서는 안되는 것이 있다는 이야기를 드러내는 부분이다. 그리고 영화는 후아레즈로 카메라를 다시 돌린다:경찰인 아버지를 잃은 아들은 축구시합에 나가서 축구를 한다. 하지만, 총소리와 함께 모든 사람들이 깜짝 놀라고, 뒤를 돌아보게 된다. 폭력은 분리되어 있는 것이 아닌 평화로운 일상 속에 알레고리처럼 침투되어 있으며, 싸워야 하는 것은 폭력 뿐만이 아니라 그것을 구축하는 논리와 알레고리, 그 논리를 돌리는 힘 그 자체라는 것이라는 걸 영화는 보여준다. 드니 빌뇌브의 시카리오는 그런 점에서 아름답고도 잔혹하며 흥미로운 영화라 평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악을 찾을 수 있는 곳이면 어디서나 이 악과 싸워야 해.

 하나의 악이 다른 악을 정당화하진 않아.


혹은 다른 악을 부정하지도 않지." 



-영원한 친구, 존 르카레


게임 이야기






시카리오 글은 쓰고 있는데...오늘 마무리 짓지 못했네요 시무룩...




게임 이야기





오리지널 레인보우 식스를 기억하는 게이머는 이제 거의 없을 것이다:레드 스톰 엔터테인먼트가 98년 출시하였던 오리지널 레인보우 식스는 지금 게임들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시스템들과 분위기가 있었다. 싱글플레이에서는 게이머가 팀을 구성하고 인질 구출에서 색적 경로까지 지정하는 등 '작전'을 수행한다는 느낌이 강했었다. 싱글플레이 미션 중에 죽었던 요원은 다시 살아돌아오지 않았기에 모퉁이를 돌때마다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했었던 게임은 그때까지 찾아볼 수 없었던 독특한 느낌의 멀티로도 유명했었다. 무장에 상관없이 상체 이상으로 단 몇방만 맞으면 사망이기에 여타 멀티플레이 게임들과 다른 대전 양상을 보여주었다:게이머는 맵을 확인할 수 있는 하트비트 센서를 착용하고 천천히 미로같은 저택을 탐색한다. 언제 어디서 어떤 식으로 적이 나올지 모르기에 매 코너 코너를 신중하게 확인해야 하고, 상대방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상대가 내 움직임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전제 아래서 오고 가는 심리전이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레인보우 식스 프랜차이즈가 베가스 이후로 좀 더 '케주얼'한 흐름으로 진행되었지만(물론 여기에 대한 반론은 존재할 수 있다:방계 작품이라 할 수 있는 톰클랜시 프랜차이즈의 스플린터 셀 시리즈나 고스트 리콘 같은 작품에서는 조금 다른 양상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다만 이 글에서는 레인보우 식스 본편만을 다루도록 하겠다), 레인보우 식스만의 이런 긴장감 넘치는 멀티플레이의 흐름은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2015년 12월, 레인보우 식스 시즈가 발매된다. 원래 개발되고 있었던 레인보우 식스:패트리어츠의 개발 취소와 함께 등장한 레인보우 식스 시즈의 존재는 레인보우 식스 오리지널을 기억하고 있었던 사람들에게 관심과 걱정을 동시에 일으키는 작품이었다. 갈수록 스케일이 커지고 대형화되며 화려해지는 게임 트렌드와 반대로 발소리 하나 숨소리 하나에도 촉각을 곤두세워야 하는 게임 플레이로의 회귀는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킬만 했지만, 싱글플레이 없는 멀티플레이 전용 게임이라는 측면에서 많은 사람들의 우려를 산 것도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근래 타이탄폴을 위시한 이볼브 같은 게임들이 싱글플레이 보다는 멀티플레이 중심의 게임들이 심각한 볼륨 부족으로 게이머를 괴롭게 만들었던 것을 고려한다면, 시즈를 둘러싸고 있는 이러한 우려들은 단순한 기우라 할 수 없었다.


결론을 놓고 이야기하자면, 레인보우 식스 시즈는 근래 나온 멀티플레이 전용 게임 중에서는 스플레툰 다음으로 가장 '완성형'에 가까운 게임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이 게임이 가야할 길은 너무나 멀다:1년간의 무료 업데이트 계획과 DLC 플랜이 얼마나 충실하고 잘 지켜질지, 그 과정 중에 게임의 벨런스 등을 어떻게 조절할 것인지는 두고봐야 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으로의 계획이 아닌 현재 나온 게임의 기본기를 놓고 본다면, 레인보우 식스 시즈는 독특하면서 훌륭하게 잘 만들어진 게임이라 할 수 있다.


시즈가 여타 게임과 다른 점들은 많다:체력은 재생되지 않고, 데미지는 한 방 한 방이 치명적이다. 벽은 쉽게 부서지며, 브리치 차지를 토대로 새로운 통로를 뚫을 수도 있다. 이와같이 시즈의 게임 시스템은 다른 게임과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독특하지만, 레인보우 식스 시즈라는 게임이 어떤 게임인지 알기 위해서는 크게 3가지 요소에 초점을 맞춰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첫번째는 '맵과 시간', 두번째는 '방향성', 그리고 마지막은 플레이어가 조종하는 오퍼레이터라는 '케릭터'다. 먼저 맵과 시간에 대해서 이야기하도록 하겠다. 레인보우 식스 시즈의 맵 시스템은 여타 게임들하고 많은 부분 다르다고 할 수 있는데, 이전부터 많은 홍보를 했었던 맵 및 오브젝트 파괴 시스템보다도 주목해야 하는 부분은 바로 '미니맵'의 부재다. 여타 멀티플레이 게임과 다르게, 레인보우 식스 시즈의 UI에는 별도의 '미니맵'이 존재하지 않는다. 게임 진행 중엔 전체맵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게임을 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적이 어디 있느냐'를 파악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미니맵이 없는 대신에 게임은 게이머에게 미니맵을 대체할 수 있는 수단을 준다:공격측에게는 정찰을 할 수 있는 무인 드론을, 방어측에는 맵 곳곳에 놓여있는 감시카메라를 이용해서 상대의 움직임을 파악해야 한다. 그렇기에 게임은 과거의 오리지널 레인보우 식스와 같이 신중한 페이스로 진행된다. 하지만 그것이 과거 오리지널 시리즈와 같은 것이라 할 수는 없다:하트비트 센서를 이용해서 큰 방 하나 하나를 탐색해야 했었던 과거 오리지널 시리즈에 비해서 시즈의 맵 구성은 오밀조밀하고 촘촘하다. 그렇기에 게임은 크게 맵을 파악할 수 있는 구작의 하트비트 센서가 아닌, 발소리나 제한적인 지역을 인지할 수 있는 드론/감시카메라 같은 수단을 게이머에게 제공한다. 


시즈는 이런 점에서 구작과 다르게 단순한 동시에 직관적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차이는 시즈에서 등장하는 펄스라는 케릭터의 '하트비트 센서'를 통해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다:펄스의 하트비트 센서는 구작의 하트비트 센서와 마찬가지로 벽 너머의 적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펄스의 하트비트 센서는 구작의 조감도 형식의 미니맵으로 적을 '개괄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아닌, 문자 의미 그대로 벽 너머를 투시해서 보는데 의미가 있다. 그렇기에 펄스의 역할은 적의 전체 흐름을 파악하는 것이 아닌, 벽너머의 적을 급습하거나 적을 체크하는 용도의 근거리적인 용도로 축소되었다. 이와 같이 게임은 거시적으로 게임을 진행하기 보다는 벽을 맞대고 서로 총구를 겨누고 있는 긴장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런식으로 게임은 미니맵의 삭제와 맵의 밀도높은 구성을 통해서 게이머가 주변 정보(청각, 시각 등의)에 민감하게 반응하게끔 만들고, 움직이기 전에 본능적으로 신중하게 만들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촘촘한 맵 구성은 게임의 '시간'과 밀접하게 맞물려 들어간다. 게임의 한 라운드는 3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3분(+게임 시작전 방어측 준비시간/공격측 탐색시간 1분)이라는 시간 동안, 게임은 상대방을 전멸시키거나 목표를 달성하는 등을 할 수 있다. 스플레툰이 단지 3분이라는 시간 내에 완벽하게 게임을 압축시키고 게임을 라운드 회전을 완벽하게 만든데 비견할 수 있을 정도로 시즈의 게임 흐름은 훌륭하다. 한 판 한 판은 긴장감 있게 진행되지만, 동시에 한 판을 상대에게 내줬다 해서 그것이 치명적이거나 게이머를 지치게 만들지 않는다. 오히려 공격팀과 수비팀이 자주 전환되어서 게임 자체가 '공정하게' 느껴지게 만들려는 시도를 한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할만하다. 게임을 3분이라는 짧은 시간에 압축시킬 수 있었던 것은 게임에 대한 개발진의 개발 방향과 컨셉이 훌륭하였기 때문이다.


두번째로 눈여겨봐야할 요소는 방어팀과 공격팀이 부딪히는 힘의 '방향성'이다. 시즈의 게임 기본 구성은 '지역'을 두고 외부에서 지역을 장악하려는 공격측과 외부 침입자들을 들어오지 못하게 막는 방어측의 대결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만약 기존의 게임들 처럼 벽이나 문 등의 이동 루트가 고정되어 있었다면 과연 레인보우 시즈라는 게임 자체가 성립할 수 있었을까? 방어측은 들어올만한 길목을 틀어막고 농성하면 되고, 공격측은 총보다는 수류탄을 집어던지고 상대가 죽기를 기도하는 다소 소극적인 게임 흐름이 될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 시즈는 '벽을 부순다'라는 개념을 도입함으로서, 복잡한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단칼에 제거한다:이제 적들은 어떤 '경로'로 들어올지 모른다. 방어측이 부서지는 벽을 철판을 덧대 보강할 수 있지만 모든 벽을 보강할 수 있을 정도로 보강 장비가 많은 것도 아니며, 무엇보다 위층이나 아래층에서 벽을 부수고 들어오거나 벽에 구멍을 내서 상대방을 공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레인보우 식스 시즈에서 벽은 게임의 승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열쇠'라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양측 모두 목표를 향한 경로를 통제하는데 초점을 맞춘다:방어측은 들어오는 공격측의 경로를 최대한 통제하여, 공격측이 불리한 선택을 하도록 강제해야 한다. 반대로 공격측은 지역을 먼저 선점하고 준비한 방어측보다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서, 방어측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방향으로 들어와야 한다:벽이 보강되어 있으면 특수 폭약을 써서 뚫는다던가(써마이트), 조용하게 벽을 부수고 재빠르게 잠입한다던가(슬레지), 원거리에서 재빠르게 벽을 박살내고 예측 불가능한 행동을 보여준다던가(애쉬) 등의 케릭터의 능력을 사용한다던가, 아니면 창문이나 아래 위층에서의 진입하는 방법 등을 이용해 상대의 의표를 찔러야 한다. 시즈가 대단한 부분은 이러한 게임의 흐름이 복잡하거나 변칙적으로 느껴지지 않고 직관적으로 느껴진다는 것이다. 이볼브의 실패에 비교한다면 시즈의 성공은 매우 명확하다:이볼브가 20분 동안 상대방으로부터 도망치거나/쫒거나 하는 흐름을 베이스에 두고 이 와중에서 오가는 다양하고도 복잡한 시스템들(야생동물의 사냥, 발자국 추적, 진화 등등)로 인해서 게이머가 시스템에 쉽게 적응할 수 없었다면(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것을 시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만도 하지만...), 시즈의 경우에는 어떤 루트로 어떻게 진입할 것인가를 고민하기만 하면 된다는 점에서 직관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3분 내에 이루어지는 직관적인 게임 흐름이라는 점에서, 게임은 빠르게 익힐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마지막으로 '케릭터'이다:시즈 SAS 소개 영상에서 특수부대가 되기 위해선 '특징'이 필요하다라고 이야기하는 대사가 있듯이, 시즈에서 각각의 오퍼레이터들은 서로가 대체할 수 없는 독특한 능력을 갖고 있다. 이러한 시즈의 오퍼레이터들 구성은 다분히 최근 게임 트렌드인 AOS의 흐름을 따르고 있다고 보여진다. 각각의 케릭터들은 복잡한 스킬트리를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한 두개의 특징적인 기술과 장점들을 갖고 있고, 그리고 이러한 특장점에 몇몇 아이템이나 구성을 달리하는 것으로 게임의 흐름이 완벽하게 달라진다. 그리고 서로 다른 케릭터들을 조합하는 것으로 게임의 양상 자체가 완벽하게 달라진다. 가령 대처와 써마이트의 조합은 강화철판에 베터리를 연결한 벤디트나 뮤트를 완벽하게 무력화 시키고 거의 모든 벽을 뚫을 수 있는 위용을 자랑한다. 이런식으로 서로 다른 케릭터들이 합쳐져서 낼 수 있는 시너지는 무궁무진하다.


이러한 특징들을 통해서 시즈는 지금껏 등장하였던 멀티 전용 게임들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개성을 갖게 된다. 게임의 입문 난이도도 여지껏 나왔던 독특한 멀티 게임들에 비해서 낮은 편이다. 그러나 문제는 바로 이것이다:레인보우 식스 시즈는 보이스 채팅이 거의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단순하게 벽을 부수고 진입하는 것을 넘어서, 팀원과 호흡을 맞추고 상대방을 교란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 하지만 게임중에 키보드 체팅을 하는 것은 제한적일 수 밖에 없고, 또한 PC만 지원되는 부분이기에 필연적으로 시즈의 소통수단은 '보이스체팅'이 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보이스 체팅이라는 게임 문화가 정착되지 않은 것 같다:보이스 체팅을 위한 하드웨어적인 기반은 충분히 깔렸음에도 불구하고 게임 내에서 목소리로 상대방과 소통한다는 개념 자체가 일반적이라고 할만한 단계에는 도달하지 못한 것이다. 그렇기에 시즈는 그런 게임 외적인 부분에서 아쉽다고 평할 수 있다.  

 

결론을 내리자면, 레인보우 식스 시즈는 진정으로 다른 멀티 게임들과 차별화되는 독특한 게임이며, 동시에 오랫동안 즐길만한 깊이가 있는 게임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이 시즈라는 게임의 평을 완성시키지 않는다:문제는 레인보우 식스 시즈라는 게임이 스플레툰 같이 롱런을 할 수 있는가다. 지속적인 업데이트와 E 스포츠화를 통한 관심을 계속 끌어들일 수 있는가의 문제, 그리고 지속적인 벨런스를 맞추고 피드백을 받는가라는 사후관리의 문제가 레인보우 식스 시즈의 당면과제라고 할 수 있다. 지금도 충분히 즐길만한 게임이긴 하지만, 레인보우 식스 시즈가 완성되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이 약속한 1년간의 업데이트와 사후관리가 완벽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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