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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게임 리뷰




2차 세계대전이나 현대전을 다루던 FPS가 등장하기 전에도 FPS 게임들은 흥하고 있었다. 언리얼 토너먼트나 퀘이크 3 같은 부류의 게임들은 경쾌한 움직임을 토대로 보기만해도 무지막지한 화력들(로켓런처나 클레이모어 샷건 같은)로 상대방과 경쟁하는 형태를 보여주었으며 소위 '하이퍼 FPS'라는 독특한 게임 문법을 구축하였고 밀리터리 FPS 장르가 대세를 잡은 이후에도 근근히 그 명맥을 유지하였었다. 하지만 한번 역으로 생각해보자:과연 하이퍼 FPS는 원래부터 존재하는 장르였을까? 하이퍼 FPS라는 장르는 애시당초에 그 당시에는 일반적인 장르 구분이 아니었다. 그 당시 FPS의 거의 대부분이 하이퍼 FPS였던 것이다. 경쾌한 움직임과 함께 무지막지한 화력, 적을 압도적으로 박살내버리는 쾌감 등의 기초적인 요소들을 그 당시의 FPS들은 공유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오히려 하이퍼 FPS라는 정의는 '재발견'된 개념에 가깝다. 밀리터리 FPS로 넘어오면서 움직임은 이들에 비해서 느리게 변하였으며(소위 사실적인), 모던 워페어의 멀티와 함께 퍽 시스템과 악세사리, 장비 시스템이 일반화되고, 킬 체인을 쌓아서 전장을 지배하는 킬스트릭 시스템이 등장하면서 페러다임이 그쪽으로 움직인 것에 불과한 것이다. 게다가 하이퍼 FPS-밀리터리 FPS 장르 공식의 틀에 갇혀서 생각한다면 너무나 많은 것을 설명하지 못하게 된다:오리지널 레인보우 식스의 치명적인 멀티플래이 흐름이나, 피어의 근접전과 총격전의 유기적 결합, 제다이 아웃캐스트나 에너미 테리토리 같은 독특한 멀티플래이 등등까지. 또한 밀리터리 FPS, 특히 콜옵 멀티가 하나의 장르문법으로 고착된 이후에도 멀티 문법의 다양한 변종들은 꾸준하게 등장하고 있었다. 우리는 페러다임의 변화라고 보았지만, 오히려 일어난 현상은 페러다임의 변화라는 거대한 것이라기 보다는 장르 문법과 언어의 공유, 쪼개짐, 진화, 분절 등의 다양하고도 유기적이며 복잡한 무언가에 가깝다는 것이다.


겉보기에 타이탄폴은 콜옵 식의 멀티플래이를 대체하는 차세대 FPS로 분류되는 게임이었다. 하지만 4 대 1 비대칭 멀티플래이를 보여준 이볼브나, MMOFPS라는 불모지에 도전한 데스티니 같은 게임들과 다르게 타이탄폴의 게임 흐름은 전적으로 콜옵식 멀티플래이가 갖고 있는 문제를 극복하는데 주력하였다. 그렇기에 타이탄폴은 모던 워페어 멀티 시스템의 좋은 점을 끌고 오는 계승자적인 태도(실제로 리스폰 엔터테인먼트는 모던 워페어의 아버지인 인피니티 워드의 핵심 멤버가 만든 스튜디오다)와 함께 먼저 쌓았던 업적을 거부하고 다른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 반항아적인 태도를 보이는 상반된 모습을 띄고 있다. 이러한 모던 워페어식의 멀티를 향한 양가적인 태도 속에서 타이탄폴이 거둔 업적은 의미심장하다. 그것은 여지껏 콜옵식의 퍽과 킬스트릭 시스템과는 다른 형태로써 기존 모던 워페어의 리듬을 따르면서도 다른 형태의 리듬을 가진 훌륭한 변주곡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전까지의 게임들이 콜옵이 만들어낸 시스템에 갇혀서 소소한 변화를 꾀하지 못했었다면 타이탄폴은 콜옵 시스템을 계승하면서도 시스템에 갇히지 않은 진정으로 '넘어섰다'라는 표현에 걸맞는 게임이다.


타이탄폴이 다른 게임들과 다른 시스템은 엄청나게 많다:하이퍼 FPS를 연상시키는 벽타기-파쿠르의 요소, 킬스트릭 개념인 타이탄의 존재, AOS를 연상케하는 미니언들의 존재, 기존의 악세사리와 퍽 시스템을 단순화 시키는 모습, 에필로그의 개념 등등까지 타이탄폴의 시스템들은 이전에 찾아볼 수 없는 새로운 것이 많다. 하지만 이러한 시스템들을 이해할 때 개별적인 시스템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시스템이 유기적으로 모여서 어떤 게임을 만들어내는가에 대해서 초점을 맞춰야 한다. 타이탄폴이 대대적인 시스템 변화로 극복하고 싶었던 모던 워페어의 단점은 바로 '킬스트릭'(연속된 사살에 대한 보상으로 특수한 능력을 해금하거나 공격을 하게 만들어주는 시스템) 시스템 그 자체였다. 기존의 모던 워페어 멀티플래이에서 킬스트릭은 연속된 사살에 대한 보상개념이자 더 많은 적을 쓸어담을 수 있는 기회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모던 워페어 이후로 문제가 되었던 것은 킬스트릭의 '불평등함'일 것이다:모던 워페어 2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듯이, 고수들이 킬스트릭을 이용해서 한번에 20킬, 30킬을 쓸어담는 상황이 심심치 않게 벌어지거나 초보들은 게임에 들어가서 연속 3킬도 못따서 UAV조차 부르지 못하는 등의 불평등의 문제들이 많았었다. 그렇기에 모던 워페어 이후의 콜옵 멀티의 변천사는 킬스트릭 시스템에 대한 조정이 핵심이었다:블랙옵스 1에서는 킬스트릭으로 킬 체인을 잇지 못하도록 만들었으며, 모던 워페어 3에서는 죽어도 스트릭이 이어지는 서포트 패키지를 추가, 블랙옵스 2에서부터 어드밴스드 워페어, 3편까지는 아예 게임 기여도인 포인트로 킬스트릭을 잇는 포인트스트릭 시스템을 도입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타이탄폴이 킬스트릭을 접근하는 방식은 독특하다:타이탄폴은 킬스트릭인 타이탄을 킬이라는 고정된 숫자에 묶어두지 않고 '시간'이라는 유연한 개념에 묶어둔다. 타이탄폴은 한 라운드에 10분 정도 진행되며 게이머는 첫 타이탄을 4분 이내, 그리고 이후의 타이탄은 2~3분 이내에 보급받을 수 있다. 단순하게 접근하더라도 게이머는 한 매치에서 타이탄을 최소 2대 이상 지급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게임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게이머는 특정한 행위들을 통해서 타이탄의 건조시간을 가속시킬 수 있다. 미니언을 사살한다던가, 파일럿을 사살한다던가, 상대 타이탄을 공격한다던가 등의 다양한 행위들은 타이탄의 건조시간을 가속시키며, 결과적으로 타이탄을 더 빠르게 보급받도록 유도한다. 이러한 시간에 의한 킬스트릭의 지급은 언뜻 보면 게임을 루즈하게 만들 수 있다고 볼 수 있다:어떻게 되든 간에 게이머는 결과적으로 타이탄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보급받을 수 있다. 그렇다면 어디선가 시간을 때우다가 타이탄을 타는 것이 전장으로 직접 나아가서 적을 사살하는 것보다 더 효율적이지 않을까? 하지만 이러한 문제를 게임은 미니언 시스템의 도입과 타이탄 플래이의 조절을 통해서 훌륭하게 극복하였다. 


타이탄폴에는 AOS에서 나오는 것처럼 미니언들이 존재한다. 일정한 시간을 두고 주기적으로 리스폰되는 미니언들은 죽이기도 쉽고 플래이어에게 직접적으로 위협이 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 미니언의 존재는 게임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점한다. 게이머는 지속적으로 충원되는 상대 미니언을 처리하면서 자신의 타이탄 건조 시간을 가속할 수 있으며, 미니언들이 훌륭한 위장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무엇보다 미니언의 존재는 타이탄폴이 거대한 전투의 연속이라는 느낌을 주는 '연출'과 게임의 템포를 항시 유지하게 만드는 핵심이라 할 수 있다. 타이탄폴은 기본적으로 6:6의 대전을 기반으로 게임이 진행되는데, 기존의 멀티플래이 게임들이 8:8이나 12:12를 지원하는 것을 생각하면 턱없이 부족한 스케일이라 할 수 있다. 또한 후술한 타이탄의 존재로 인해서 게임의 맵은 기존의 게임 맵보다 더 크며, 이로 인해 파일럿과 파일럿 사이의 교전이 뜸하다는 문제가 있다. 하지만 미니언의 존재로 인해서 게임은 파일럿과 교전하지 않을 때도 타이탄 건조 시간을 단축시키며 지속적으로 전투를 유지시켜 템포가 항시 고양되어 있다. 또한 상대와의 전투에서 밀리더라도 만회할 수 있는 기회를 미니언을 통해서 주기도 한다.


이러한 미니언 시스템의 특징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무장이 바로 '스마트 피스톨'일 것이다. 범위 내의 적을 자동적으로 락온한 후에 트리거를 당기면 헤드샷이 되는 스마트 피스톨의 존재는 여타 게임을 생각해보았을 때, 너무 강력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하지만 플레이어들의 움직임은 매우 빠르며 플레이어를 락온하면 약 3초간의 시간이 걸리기에 오히려 플레이어간의 전투에선 아주 유용하다고 할 수 없는 수준의 무장이다. 스마트 피스톨의 진수는 플레이어와의 전투와 별개로 미니언들을 빠르게 쓸어담을 수 있다는 것에 있는데, 한 웨이브(4~5명 정도)를 락온 한번으로 깔끔하고 편하게 처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니언 쓸이에 특화된 무장이다. 그렇기에 스마트 피스톨을 들면 상대 플레이어와의 직접적인 충돌보다는 미니언들을 쓸어담으면서 타이탄 건조시간을 단축시키고, 가랑비에 옷이 젖듯이 천천히 상대방의 포인트를 갉아먹는 포인트에 주력하여야 한다. 스마트 피스톨이야말로 타이탄폴이 어떤 게임인지(미니언 학살용 무기, 빠른 페이스로 치고 빠지는)를 잘 드러내는 무기라 할 수 있다.


타이탄폴에 있어서 타이탄이란 단순한 조종가능한 킬스트릭의 개념으로 접근할 수 없다. 조종할 수 있는 킬스트릭의 개념은 항상 있어왔지만, 타이탄폴과 같이 게임 템포가 인간-킬스트릭 타이탄으로 극단적으로 나뉘어지는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타이탄은 거대하고 강력한 화력을 갖고 있지만 본질적으로 체력이 회복이 안된다는 점에서 소모품이란 특징을 갖고 있다. 그리고 인간일 때 플레이어는 기동력을 살려서 건물로 들어가서 엄폐하거나 건물 옥상 등을 자유자재로 이동하며 다양한 무기를 이용해 상대 타이탄과 적들과 싸울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게임의 맵구조가 인간일 때와 타이탄일 때로 크게 나뉘어진다는 점이며, 이 두 맵 사이의 간극은 상당하기 때문에 마치 다른 게임을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것이다. 인간으로 게임을 플래이할 때는 맵이 매우 거대하고 복잡하게 느껴지지만, 타이탄으로 플래이할 때는 맵이 복도와 방으로 구성된 단순한 형태로 보여진다. 그리고 이 두 맵이 하나의 맵에 겹쳐져 있다는 점, 그리고 두 게임 플래이가 서로를 보완한다는 점에서(오래된 군대의 격언처럼, 전차는 보병을 보호하고, 보병은 전차를 보호하라!) 게임은 킬스트릭에 의한 학살이 아닌 서로 다른 두 게임 템포의 조화, 화음을 만들어낸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렇기에 타이탄폴의 제트팩+파쿠르의 개념은 이 두 플래이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중요한 매게다. 다잉 라이트 같은 하드코어한 형태의 파쿠르와 다르게, 타이탄폴은 더블점프와 함께 벽타고 달리기 같은 간단한 플랫포밍의 개념이 도입되어 있을 뿐이다. 물론 당시에는 매우 혁명적이라는 평가를 들었지만(이젠 콜옵 시리즈들도 이러한 더블 점프나 벽타기 같은 개념을 적극적으로 차용하고 있다), 사실 게임 내에서는 이러한 요소들이 크게 부각된다는 느낌은 아니다. 하지만 타이탄폴의 제트팩+파쿠르 플랫포밍의 중요성은 그 자체의 복잡함보다는 타이탄과 인간 플래이를 이어주는 가교로써 작용한다는데 있다. 키가 2층짜리 건물에 육박하는 타이탄에게 무기력하게 짓밟히는 것이 아닌 요리조리 달리면서 압도적인 기동력으로 상대할 수 있게 만드는 것, 높은 건물위에 오르거나 빠르게 뒤를 잡는 등의 기동력을 부여하는 개념으로써 타이탄폴은 파쿠르와 제트팩을 도입한 것이다. 이러한 제트팩과 파쿠르를 도입한 타이탄폴의 플랫포밍을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시스템이 바로 로데오 공격이다:상대방의 타이탄 위에 올라타서 타이탄의 실드를 무시하고 체력에 직접적으로 공격을 가하는 로데오 공격은 상대방의 타이탄을 순식간에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강력하고도 유효한 공격수단이다. 물론 그만큼의 위험부담도 상당하지만(상대 타이탄 위에 메달린 표적이 된다는 점에서), 제트팩과 벽타기 등의 요소를 적재적소에 사용하여 상대를 농락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매력적인 시스템이며 타이탄폴에서 타이탄-인간 플레이 사이를 잇는 가교가 바로 파쿠르와 플랫포밍이라는 것을 여지없이 드러내는 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이런 것들이 맞물려 들어가면서, 타이탄폴은 상쾌한 게임플래이와 함께 초보나 고수 모두가 즐겁게 플레이할 수 있는 균형잡힌 게임플레이를 보여준다. 일례로 번카드 시스템을 보자:악세사리나 퍽 같은 장비 이외에 강력한 장비를 주는 대신 일회성으로 소모되는 개념으로 사용된 번카드는 일종의 와일드 카드이자 게임을 쉽게 풀어나갈 수 있는 시스템으로 작용한다. 게임은 이전의 콜옵 시리즈에서 겪었던 극단적인 부익부 빈익빈 현상(킬스트릭을 쓰는 자가 킬을 더 쓸어담고, 더 큰 킬스트릭을 불러내는)을 시간의 개념을 게임에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등 혁신적인 시도를 하였으며, 서로 다른 인간-타이탄 플레이를 제트팩 등의 플랫포밍 요소를 도입하여 연결시키는 등의 세심한 게임 플래이를 보여주고 있다. 그렇기에 타이탄폴은 훌륭하게 만들어졌고, 많은 사람에게 추천할 수 있는 게임이라 할 수 있다.


결론을 놓고 본다면 타이탄폴은 놀라운 멀티플래이 게임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사람들이 이야기하듯이 과거의 하이퍼 FPS의 재래라고는 할 수 없다:타이탄폴은 하이퍼 FPS라고 불리던 게임들의 시대와 다른 맥락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타이탄폴은 모던 워페어 이후 이어져왔었던 멀티플래이 FPS의 규칙을 장점만 계승하면서 근원적으로 뒤틀어버린 게임이라 할 수 있다. 그와 별개로 타이탄폴의 단점 역시 존재한다:이는 타이탄폴의 멀티플래이에서 오는 것이 아닌 타이탄폴이라는 게임의 분량에서 오는 문제일 것이다. 성의가 없을 정도라고 평가할 수 있는 싱글플레이나(모던 워페어가 혁명적인 싱글플레이를 보여줬다는걸 고려하면...), 생각외로 부족한 타이탄의 숫자나 무기의 숫자, 퍽의 종류 등등은 충분히 아쉬움을 자아내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이탄폴은 플레이할만한 가치가 있는 게임이다.




잡담/개인적인 이야기





내일 중으로 글 몇개 쓰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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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



바쁘고 힘드네요...




게임 이야기



*트위터의 글타래를 인용후 추가한 것입니다.

머나먼 미래로 간 것처럼 보이지만, 엄밀하게 보면 블랙옵스 3는 여전히 과거에 사로잡혀 있는 망령들에 대한 이야기다:병사는 국가에 충성하며, 스스로 판단하고, 본능에 따라 움직인다. 하지만 병사가, 병사라는 그 자체가 무기가 된다면 어떻게 되는가? 병사=무기 라는 등식을 성립시키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병사의 인간성, 병사의 '정신'을 통제하는 것이다. 그리고 블랙옵스 3의 사이보그 기술(너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정신이다)이 아니더라도 이미 인간의 정신을 통제하는 것의 수요와 실험은 근대전의 역사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일본은 2차대전 당시에 히로뽕을 통해서 병사나 인부의 인지능력을 강화하였다. 익히 알려진 음모론의 대표사례인 미국의 MK 울트라 프로젝트도 정신 통제에 대한 실험이었다. 굳이 음모론적인 것이 아니더라도 군대는 인간을 효율적으로 통제하거나 관리하기 위한 수많은 훈련과 프로세스들을 갖고 있다. PTSD의 관리나 훈련의 기술 등등. 사실 이러한 관리와 통제의 프로세스는 이미 다른 현대적 조직에서도 적용되고 있는 것이지만, 군대라는 공간이 특수성을 갖는 건 여전히 가장 극단적인 방법을 극단적인 기술과 접합시켜도 그것이 용인되고 오히려 장려되는 공간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기에 블랙옵스 3가 시작점은 정진정명 블랙옵스 1과 2이며, 블랙옵스라는 타이틀을 달 자격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인간의 정신을 세뇌하는 MK울트라 프로젝트와 함께, 어둠속에서 진행된 역사라는 점에서 블랙옵스 1은 콜옵 시리즈에서 독특한 위치를 점하는데 성공하였다. 또한 2편은 어둠 속에서 이루어진 역사와 악연들, 서로 물고 물리는 보복의 연쇄가 과거에서부터 현재, 미래에까지 이어지는 모습을 다루었다. 그리고 블랙옵스 3를 통해서 어둠 속에서 이루어진 역사는 이제 병사의 육체와 정신을 통해서 이루어지게 된다. 이전까지는 그것이 실험과 부정할 수 있는 작전Deniable Ops의 형태였다면, 이젠 그것이 어둠 속에 이루어진 역사에 깔려있던 어두운 욕망들이(인간의 정신을 통제하는 것) 병사의 정신과 결합된 형태가 된 결과물의 형태이다. 그렇기에 블랙옵스 3는 기대가 되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콜 오브 듀티 블랙옵스 3는 11월 발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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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하게 이야기해보자:스타워즈 배틀프론트는 많은 게이머들의 넘버원 기대작은 아니었다. 배틀필드 하드라인의 실패와 함께, EA의 배틀필드 시리즈 개발 역량과 프랜차이즈 관리 역량도 시험대에 올랐다. 보병 뿐만 아니라 탱크, 전투기 등의 장비가 동원되는 32:32 대규모 밀리터리 전투라는 매력적인 컨셉을 가진 배틀필드 시리즈는 3편 이후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콜옵이 제공하지 못하는 독특한 경험을 게이머들에게 선사하였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콜옵이 모던워페어의 성공 이후로 블랙옵스나 어드벤스드 워페어를 통해서 모던 워페어의 반복 재생산이 아닌 새로운 콘텐츠 개발이 성공하였다면(물론 고스트 같은 실패작도 있지만), 배틀필드는 프랜차이즈 다양성 확보에 실패하였기 때문이다. 야심차게 경찰 대 범죄자라는 컨셉으로 준비하였던 하드라인은 기대에 못미치는 성적을 거두었다. 배틀필드 시리즈의 방계인 2142의 새로운 작품이 나온다는 루머는 끊임없이 돌지만, 정작 그 결과물은 등장하지 않고 있다. 결국 배틀필드 시리즈는 현대 밀리터리라는 틀에 갇혀서 재밌기는 하지만 비슷한 구조를 반복 재생산하는 구태의연한 프랜차이즈가 되어가고 있었다.


게다가 엄밀하게 보자면, 스타워즈 배틀프론트는 수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저버린 작품이었다. 루카스 아츠에서 만든 배틀프론트 시리즈는 우주전에서부터 지상전까지 아우르는 거대한 스케일과 스타워즈 사가를 아우르는 갤럭틱 컨퀘스트 등의 방대한 싱글 콘텐츠를 제공하는 작품이었고 스타워즈라는 프랜차이즈에 대한 팬들의 판타지를 충족시키는 작품이었다. 하지만 2편 이후 3편의 개발이 오리무중이 되고, 루카스 아츠가 디즈니에 인수되면서 개발중인 게임까지 취소하는(퍼스트 어설트나 스타워즈 1313 같은) 우여곡절 중에 배틀프론트 시리즈마저도 자연스럽게 취소된 것 처럼 보이다가 다이스가 배틀프론트 프랜차이즈를 다시 개발하게 되면서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다이스가 만들어내고 싶었던 작품은 보병 중심의 배틀프론트이자 싱글보다는 멀티플래이 중심의 작품이었기 때문이었다. 이는 EA나 다이스가 스타워즈 배틀프론트라는 작품을 배틀프론트 시리즈 보다는 배틀필드 시리즈의 연장선상에서 보고자 했다 라고 할 수 있으며, 이는 기존의 배틀프론트 팬들의 반발을 충분히 살만한 언동이었다. 게다가 상술한 하드라인의 문제 등으로 다이스와 EA의 '배틀'필드 프렌차이즈의 관리 역량과 개발 역량은 도마에 오른 상황이었기에 배틀프론트에 대한 반응들은 차갑게 식어갈 뿐이었다.


하지만 베타를 플래이 해본 결과, 다이스가 만든 스타워즈 배틀프론트는 상당히 흥미로운 작품임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는 단순하게 배틀필드 특유의 장비전이나 대규모전을 스타워즈의 스킨을 잘 씌워서 컨버전했다는 의미가 아닌 배틀필드라는 게임의 골격을 뿌리부터 변형시켜서 새로운 형태로 만들었다는 것, 더 나아가 그것이 스타워즈이라는 프랜차이즈에 놀랄만큼 잘 어울린다는 점이다. 스타워즈 배틀프론트는 배틀필드 특유의 병과 체계가 없다. 게이머는 자유롭게 자신의 장비(주무기 1종)를 설정할 수 있으며, 퍽 등의 개념이 없는 대신에 EA가 만든 타이탄폴에서 보여준 번카드 시스템과 유사한 형태의 카드 장비 시스템이 도입되었다. 게다가 탄약에 제한이 없어지고 기어즈 오브 워 형식의 재장전 미니게임(버튼 액션으로 재장전을 단축시키는게 가능)의 존재, 더 나아가 필드상에 보급품이나 아이템이 지속적으로 투하되는 등의 시스템을 통해서 기존의 배틀필드 시리즈와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준다. 물론 기본적으로 배틀필드가 갖고 있는 대규모 보병 중심의 전투가 시스템적 기반으로 깔려있긴 하지만, 배틀프론트의 흐름은 배틀필드의 그것과는 완전히 다르다 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들은 배틀프론트라는 게임을 접근하기 쉬운 형태로 만든다:배틀필드의 병과체계 덕분에 기존의 배틀필드가 정비병이나 저격병, 돌격병, 보급병의 역할 구분이 매우 중요했었고 그 결과 포인트의 공략을 위해 이동 또는 전략이나 작전의 개념이 중요했었다면 배틀프론트에서는 순수하게 보병과 보병이 치고 받는 대규모 전투에 집중되어 있다. 베타플래이에서 공개된 모드는 일종의 지역 장악 모드인 드랍포드 탈환과 스타워즈 에피소드 5 제국의 역습 초반에 나온 AT-AT가 저항군 기지를 습격하는 시퀸스를 재현한 모드를 해볼 수 있었다. 하지만 베타에서 제공된 게임 플래이 모드들은 외적인 모습과 별개로 본질적으로 보병과 보병이 지역거점 점령을 두고 대결을 하는 형태로 이루어졌다. 또한 게이머의 리스폰은 시간 제한없이 자유롭고 보급이 필요없는데다 장비를 상대하기 위해 병과를 따로 선택해도 되지 않으니 게임은 시종일관 상대방에게 자기가 가진 모든 화력을 퍼붓는 형태로 진행되었다. 즉, 스타워즈 배틀프론트는 기존의 배틀필드와 다르게 단순해졌지만, 그만큼 직관적이고 빠른 형태가 되었으며 이전의 배틀필드 시리즈에서 보여주었던 팀 데스매치 등의 단순한 모드를 스타워즈의 컨텐츠의 형태로 재해석하고 변화시킨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렇기에 다이스가 만든 스타워즈 배틀프론트는 의외의 재미를 보장한다. 물론 그것이 갖고 있는 함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게임은 단순해지고 그만큼 유저가 가볍게 즐기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지만, 동시에 그것이 게임 자체를 반복적으로 만들 수 있다는 문제를 갖고 있다. 그렇기에 스타워즈 배틀프론트의 문제는 게임의 전반적인 콘셉이 아니라 게임이 얼마나 스타워즈의 콘텐츠를 이용하면서 다양한 모드를 추가할 것인지, 그리고 어떻게 유저를 주로 하는 몇몇 모드가 아닌 다양한 모드를 하게 만들 것인지 라는 콘텐츠의 배분 문제로 귀결될 것이다. 하지만 여기까지만 본다면, 배틀프론트는 처음의 우려와 다르게 놀랍게도 충분히 구매할 가치가 있는 게임처럼 느껴진다. 물론 전반적인 콘텐츠의 질을 보기 위해 발매 이후의 반응을 보고 신중하게 사는 것을 추천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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