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야기




게임 개발자이자 프로그래머, 그리고 닌텐도 CEO였던 이와타 사토루가 7월 11일 별세하였다. 그의 나이 향년 55세. 작년에 발견된 담관암을 수술한지 불과 1년밖에 안된 일이다. 그당시 많은 사람들이 걱정하였지만 수술 이후에도 여러 닌텐도 다이렉트에 등장하여서 게임과 닌텐도에 대한 그의 사랑을 여지없이 보여주었다. 닌텐도가 DS와 Wii로 성공에 성공을 거듭하던 시기에는 조용히 경영자로써 본분을 다했다면, 상대적으로 열악했던 Wii U와 3DS 시기에는 스스로 전면에 나서서 마케팅 일선에서 놀라운 존재감을 보여주었던 이와타 사토루. 우리가 그를 상실했다는 것은 단순하게 한 게임 회사의 CEO의 죽음이 아닌 전 세계 게임업계와 게이머들이 슬퍼하고 추모한, 게임계에 있어 거대한 사건이라 할 수 있다.


물론 고인의 별세는 닌텐도의 경영체계에 큰 변화를 불러일으킬 것이다. 하지만, 닌텐도라는 집단이 본질적으로 변화하는 일을 없을 것이다:본인이 이 블로그를 통해서 반복적으로 주장한게 있다면, 닌텐도라는 집단은 독특한 게임 개발자 몇이 모여있는 집단이 아니라 '닌텐도'라는 하나의 철학을 바탕으로 모여있는 철학집단에 가깝다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그들은 오랜 시간이 지남에도 불구하고 우직하게 자기들의 철학을 관철하는 모습을 보여왔으며, 그리고 답답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러한 닌텐도의 게임 제작 철학과 답답할 만큼의 고집이 있어왔기에 그들은 여기까지 올 수 있었으며, 이는 단순하게 CEO가 바뀐다고 해서 바뀌는 성격의 영역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와타 사토루의 별세는 게임 역사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본인은 본다. 닌텐도는 현재 Wii U와 3DS의 다음 세대 플랫폼인 NX를 준비하고 있다. NX가 어떤 플랫폼인지, 어떤 사업모델을 지니고 있는지에 대해서 우리가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크로스 플랫폼이 매우 중요해질 것이라는 것, 그리고 더 나아가 어떤 식으로든 간에 스마트폰 플랫폼과의 연계가 매우 중요하게 이루어질 것이라는 것이다. 또한 닌텐도는 작년부터 아미보라는 스마트 토이 프랜차이즈를 런칭하고 다가올 새로운 시장에 대비하고 있다.(이에 대해 본인이 쓴 글은 http://leviathan.tistory.com/1996 이다) 2015년 E3의 닌텐도 컨퍼런스는 매우 조용하였지만, 분명한 것은 2015년 닌텐도의 행보가 잠잠한 것은 고인의 건강악화 문제만이 이유가 아니었다. 2015년은 닌텐도가 차세대 플랫폼이라는 영역에서 엄청난 변화를 준비하는, 거대한 도약을 위해 웅크리고 있는 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흐름은 단순하게 닌텐도만 겪는 것이 아니다. PS4와 엑스박스 원의 런칭 이후로 콘솔 플랫폼은 급격한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PS4의 쉐어버튼이나 엑스박스 원의 클라우드 컴퓨팅, 리메이크 열풍, 게임과 연동되는 스마트폰 어플의 출현과 보급, DL 시장의 성장 및 확대, 이볼브 같은 인포그래픽 마케팅의 보급, F2P 모델의 성장 등등 콘솔 게임이 변화하는 속도는 역사상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정도로 급격해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의 흐름은 단순하게 기술의 발전이라는 흐름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콘솔 게이밍 시장은 이전과 비교해서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으며(PS4의 1000만대 돌파 속도와, 그 경쟁자들이 무섭게 추격하는 속도를 보라), E스포츠의 출현과 보급, 게이밍 방송의 유행, 게임을 홍보하는 마케팅의 변화 등에서 우리는 이러한 변화를 읽어낼 수 있다:게임은 본질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그것이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는 방식이든 간에 앞으로 5년에서 10년 사이에 우리가 이해하고 알았었던 게임 플랫폼과 시장은 완벽하게 변화할 가능성이 높다.


이와타 사토루의 별세는 단순한 사실 그 자체의 의미를 넘어서, 게임 역사에 있어서 하나의 이정표가 될 가능성이 높다. NX 이후로 우리는 게이밍 콘솔이라는 개념 자체를 새롭게 정의해야할지도 모른다. 더이상 게임이 하나의 독점 플랫폼에 얽혀있는 것이 아니라 PC와 콘솔, 스마트폰 등의 다양한 매체를 통해서 게임의 소비구조와 문화 자체가 느슨하고 넓게 퍼지게 될지도 모른다. 이 이후론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르는 시대가 오게 될 것이다. 그렇기에 고인의 별세는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게임 자체가 변화할지도 모르는 역사의 기준점, 이 이후 어떻게 될지 전혀 알 수 없는 사상의 지평Event Horizon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시대가 바뀜에도 우리가 잊어서는 안되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게임이 어떤 형태를 띄더라도, 어떤 수익구조를 지녀야 하더라도, 누가 플래이하더라도 재밌고 즐거워야 한다는 것이다. 이 명제는 닌텐도가 여지껏 살아남을 수 있게 만든 명제였을 뿐만 아니라, 지구상에 사랑받는 그 모든 게임과 게임 제작자들, 게이머들이 게임을 만들고 플래이하고 방송하고 즐기고 울고 웃고 떠들 수 있게 만드는 근원적인 이유다. 우리가 고인을 통해서 진정으로 기억해야 하는 것은 이 시점을 전후로 시대가 변화한다는 역사적인 사실이 아니라 우리가 게임을 어떻게 만들고 즐길 것이며, 더 나아가 무엇을 해야할 것인지 고민해야 하는 삶의 문제다. 고인이 우리에게 게임을 만드는 재미와 기쁨을 넘겨주었듯이, 우리 역시도 그에게서 받았던 것을 후대의 게이머들과 제작자들에게 고인에게서 받은 재미와 기쁨을 약간의 이자를 쳐서 물려주도록 하자.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그를 추모하는 가장 완벽한 방법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와타 사토루가 2005년 GDC에서 했었던 말을 인용하며 이 짧은 글을 마무리 짓도록 하겠다. 고인이 편히 쉬기를.





"On my business card, I am a corporate president. In my mind, 

I am a game developer. But in my heart, I am a gamer."

(私の名刺には社長と書いてありますが、頭の中はゲーム開発者です。

心はゲーマーです。)

"명함 속에서 저는 회사 사장입니다. 제 머리 속은 게임 개발자입니다. 

하지만 제 마음 속에서는 게이머입니다."

— 2005 GDC에서


RIP, 岩田 聡, Iwata Satoru

1959년 12월 6일 ~ 2015년 7월 1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