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야기




혹시 스타쉽 트루퍼스라는 영화를 아는 사람이 있는가? 로버트 하인리히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폴 버호벤이 감독을 한 영화 스타쉽 트루퍼스는 대중 문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우주로 간 해병대'나 강화복 등의 다양한 SF 소재가 시작된 모티브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로버트 하인리히의 기념비적인 SF 소설에서 폴 버호벤은 원작이 갖고 있는 군국주의의 가능성(원래부터 이런저런 논란이 있었던 작품이라 할 수 있다)에 주목하고 거기에 블랙 유머와 악의를 덧붙였다:나치 독일 군복을 연상시키는 연방군 복식에, 다들 어딘가 나사가 빠져있는 것처럼 보이는 케릭터 묘사와 세계묘사, 섬찟한 느낌을 던져주는 방송 영상까지. 물론 로버트 하인리히의 원작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블랙 코미디에 가까운 접근을 했다고 비판받는 영화판 스타쉽 트루퍼스이긴 하지만, 동시에 영화가 던진 독특한 이미지는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었다고 평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렬하였다.


애로우헤드 게임즈가 만들고 PSN 독점 유통인 탑다운 방식 아케이드 슈터(혹은 에일리언 슈터류로 알려진) 헬다이버스는 전적으로 폴 버호벤의 스타쉽 트루퍼스의 영향을 받은 게임이다:게임은 슈퍼-지구라고 불리는 인류 국가가 민주주의를 전 우주에 전파하기 위해서 모든 외계인들을 상대로 전쟁을 벌인다는 스토리에 기초하고 있다. 또한 게임의 이야기 뿐만 아니라 게임의 시스템적인 부분도 블랙 코미디적 요소로 점철되어 있다. 기본적으로 4인 코옵을 지향하는 헬다이버스는 팀킬 게임으로 유명했었던 매지카의 전통과 에일리언 슈터류의 장점을 이어받음으로서 하드코어한 코옵 경험을 제공하며, 흥미로운 멀티 요소들을 추가함으로서 기존의 에일리언 슈터류 게임이나 전작 매지카와는 다른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헬다이버스의 기본 게임 플래이는 정진정명한 '에일리언 슈터'다: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점인 탑다운 방식의 슈터 아케이드인 게임은 다양한 무기들을 이용해서 압도적인 숫자의 적을 쓸어내는데 집중한다. 이 장르에 있어서 가장 유명한 에일리언 슈터부터 시작해서, 애로우헤드 게임즈의 매지카나 벨브의 무료 게임 에일리언 스웜, PSN 독점 데드 네이션 등등까지 소위 에일리언 슈터 장르는 시장에서 검증받았으며 헬다이버스도 이들의 장점을 계승(코옵, 아군 사격, 압도적인 숫자 등등)하는데 집중한다.


하지만 헬다이버스가 전적으로 기존의 작품들을 밴치마킹하는데 주력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헬다이버스에 있어서 기존의 에일리언 슈터류와 뚜렷하게 다른 특징이 두가지가 있다. 첫번째는 개방형 스테이지다:스테이지 상에는 달성해야하는 오브젝트들이 있고, 게이머는 투입지점을 자유롭게 선택하고 게임을 진행하게 된다. 스테이지 상에는 정찰병들이 있으며, 게이머를 발견하는 순간 즉각 증원을 요청하기에 게이머는 수시로 맵을 확인하면서 정찰병을 피해서 게임을 진행할 것인가 아니면 최단거리로 적들을 마주하면서 게임을 진행할 것인가를 계속 판단해야 한다. 열려있는 스테이지 구조를 차용하였고, 달성해야 하는 오브젝트에 차이점을 둔 덕분에 게임은 스테이지를 해결하는데 있어서 다양한 접근의 가능성을 열어둔다:예를 들어서 게이머는 비교적 부담이 덜한 SAM 배치나 지역점령 오브젝트는 최대한 뒤로 미루고, 늪지에서 일어나는 로켓 방어 같은 오브젝트를 먼저 해결할 수 있다.


두번째는 스트라타잼이라는 시스템이다. 헬다이버스는 다른 게임들과 다르게 기본 물자가 극도로 부족한 게임이라 할 수 있다:적들은 끝없이 밀려오는데 기본적으로 투하 시 지급된 무기로는 이들을 모두 상대할 수 없다. 그러나 게이머는 그 반대급부로서 보급품 공중투하를 요청할 수 있고, 이러한 공중투하 요청 시스템을 가르켜 '스트라타잼'이라 통칭한다. 스트라타잼을 통해서 게이머는 다양한 보급품들-탄약에서부터 공중폭격, 심지어는 탱크나 APC 같은 중장비까지-을 요청할 수 있다. 문제는 게이머가 이를 원버튼으로 편하게 부를 수는 없다는 것이다:게이머는 L1 버튼과 십자패드를 조합해서 스트라타잼을 소환하기 위한 커멘드를 입력해야 하며 소환까지 투하까지 시간이 걸리기에 적이 코앞까지 몰려온 상황에서는 쓰기 껄끄럽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이러한 불편함이 게임의 긴장감을 불러온다. 적은 몰려오고, 물자는 부족하고, 보급은 불편하고 시간이 걸린다. 그렇기에 게이머는 살아남기 위해서 온몸을 비틀며 전략 전술은 물론 잔머리까지 동원하게 된다.


이러한 두 특징-열려있는 스테이지와 스트라타잼-덕분에 게임은 다른 에일리언 슈터류와는 다른 독특한 게임 진행을 보여준다.몰려오는 적들을 쓸어내는 에일리언 슈터류 특유의 재미와 함께, 게임은 게이머에게 많은 선택지와 한계를 부여함으로서 전략적인 접근을 유도한다. 그리고 이러한 게임의 시스템적 요소들은 동료와 코옵을 할 때 극대화된다. 코옵을 지원하는 다른 에일리언 슈터류의 게임들과 유사하게, 헬다이버스는 동료를 쏘지 않으면서 적을 공격해야 하는 것을 기본 전제로 깔고 있으며 스트라타잼이라는 요소 덕분에 다양한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몇몇 게이머들이 폭격류의 스트라타 잼을 챙기고 다른 게이머들은 같이 이동할 수 있는 중장비인 APC나 지원 장비인 재보급팩 같은 것을 장비하여 빠른 이동과 강대한 화력을 장비할 수 있다. 난이도가 올라갈 수록 맵마다 등장하는 적의 조합이 달라지고 요구하는 장비도 달라지기 때문에 게이머들이 어떻게 장비를 조합할까는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이 스트라타잼이라는 요소 덕분에 게임은 온갖 기상천외한 트롤링이 가능해진다:스트라타잼가 소환하는 드롭포드는 설정상 궤도상에서 지상을 향해 초음속으로 발사되기 때문에, 게임 내에 등장하는 거의 대부분의 존재들(정찰병, 보병, 중보병, 거대한 중장비에서부터 당연하게도 아군까지)을 원샷 원킬 내버리며 아군을 사고로 죽이는데 지대한 공헌을 하기도 한다. 탄약 보급한 드롭포드에 맞아서 APC나 워커 같은 중장비가 한방에 산화하는 어이없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며 게이머들은 혼자서 하든 여럿이서 하든 이를 항상 유념할 수 밖에 없다.


게임에는 배경설정은 존재하지만 특별한 스토리는 없다. 게임은 커뮤니티 단위로(정확히 지역 단위인지 서버단위인지 아니면 친구단위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루어지는 게임 플래이에 따라서 구역을 먹거나 구역을 잃거나 하는 땅따먹기 게임이라 할 수 있으며, 게이머는 미션을 진행하면서 자신이 속한 커뮤니티의 땅따먹기 진행상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게임은 코옵을 전제에 깔고 만들어졌기 때문에 멀티 환경 자체에서 열려있는 모습을 보여주며(미션 도중에 플래이어가 난입하는 것은 기본이고, 게이머는 스트라타잼을 이용해서 다른 플래이어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도 있다), 함께 플래이하는 감각을 강화하기 위해서 다양한 빅데이터적인 요소를 활용하기도 한다. 또한 스토리 자체가 없는 대신에 전함 스테이지에서 뉴스 매세지를 지속적으로 띄우거나 백과사전이나 텍스트 등의 다양한 정보를 제공함으로 헬다이버스의 세계가 어떤 세계인지를 파악할 수 있게 만들었다.


결론적으로 헬다이버스는 흥미롭고 재밌는 게임이라 할 수 있다:물론 게임이 높은 난이도에 도전하는 것을 제외하면 반복적으로 플래이할만한 요소(수집요소나 업그레이드, 혹은 좋은 무기나 장비 같은걸 얻는다던가 등의)가 적다는 점, 게임에 치명적인 버그가 산재해있다는 점 등에서 아쉬운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헬다이버스는 2만원 정도의 값어치는 분명하게 해내는 게임이며, 몇몇 부분에서는 분석할만한 가치가 있는 흥미로운 모습을 가진 게임이기도 하다.


이후 빅데이터 시대의 게임에서 헬다이버스의 흥미로운 비동기화 멀티 요소를 다루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