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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



글쓸 시간이 없다...!







게임 이야기







헬다이버스에는 흥미로운 부분이 있다:헬다이버스는 코옵 멀티 친화적인 환경이기는 하지만 코옵 이외에도 게임에는 비동기화 멀티 요소들이 곳곳에 산재해있다는 점이다. 게임이 지금까지 진행되면서 몇명의 헬다이버들이 전사하였고, 몇마리의 외계인들이 죽었으며, 사고로 몇명이 죽었는지 등의 게임 전체 통계들이 게임 왼쪽 하단 방송에 기록되어 나타난다. 또한 몇명의 플래이어들이 현재 섹터에서 활동하고, 행성에서 미션을 진행하는지, 또 같은 행성에서 어떤 플래이어들이 활동하는지 등을 지속적으로 게임 서사에 포함시키고 게임 진행에 반영함으로서 이 게임은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게임을 진행한다는 감각을 강화한다. 이런 점에서 헬다이버스는 MMO의 성격을 띈다고 할 수 있다:수많은 사람들이 광장에 모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게이머들은 광장이 아니라 수치와 통계로, 혹은 지나가는 풍경으로 다른 게이머들의 존재를 인지하게 된다.


이러한 비동기화 멀티 요소들은 사실 헬다이버스에서부터 시작된 것은 아니다:동접자를 멀티 메뉴에 공개하여서 얼마나 많은 게이머들이 멀티를 즐기는가를 과시하였던 콜옵 시리즈나, 몇명의 사람들이 죽었는지를 보여주었던 다크 소울 시리즈나, 게임 외적이긴 해도 인포그래픽 등으로 게임 플래이가 어떻게 진행되었는가를 가르쳐준 다양한 게임 마케팅 사례까지. 이런 거대한 숫자의 스펙타클과 향연은 비단 어제 오늘의 이야기는 아니었다. 여기서 다루고자 하는 것은 이것이 게임에 있어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또한 앞으로 어떤 전망을 보여줄지에 대한 짧은 고찰이다. 그리고 짧게나마, 위와 같은 사례로부터 빅데이터와 게임 사이의 관계에 대해서 고찰하고자 한다.


빅데이터의 개념을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같다:이전까지는 기록되지 않았었고, 설령 기록되었다 하더라도 그 양이 어마무지하게 방대하며 동시에 분석할 모델 등의 부재로 다루기 힘들었던 데이터들이 데이터 축적 및 분석 기술의 발달로 재조명 받고, 더 나아가서 우리가 미쳐 보지 못했던 새로운 관점, 새로운 접근방식을 제시하는 것을 빅데이터의 흐름과 조류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빅데이터가 등장하면서 가장 각광받는 대표적인 분야가 바로 SNS이다:인간들이 자신의 행위를 네트워크상에 기록으로 남긴 것을 데이터로 축적하고 분석함으로서 기업의 마케팅이나 학문 연구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응용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신의 행위가 디지털화되어 기록된다는 측면에서 게임과 SNS는 흥미로운 공통점을 가지기도 한다.


기본적으로 디지털 공간에서 일어나며 필연적으로 행동이 데이터화 된다는 점에서 게임 역시도 빅데이터 기술이 적용될 가능성을 처음 내포하고 있었다. 다만, 이것이 발달된 네트워크의 등장 이전에는 개인이 내밀하게 보유하는 자료에 불과했었다:과거의 게임들에서도 흔히 찾아볼 수 있는 통계 자료들을 예로 들 수 있다. GTA3에서도 나왔던것처럼 몇 시간을 플래이하고 몇명을 죽이고 얼마의 돈을 벌었는지를 드러내는 지표는 이미 흔하다면 흔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일반적인 것이었다. 하지만, 네트워크 기술이 발달하면서 이렇게 축적된 통계와 지표는 제작사나 유통사 등으로 집결할 수 있게 되었으며, 이는 개인의 자료를 넘어서 빅데이터를 구축하는 토대가 되었다. 


게임 상에서 모인 데이터들이 유의미한 모습을 보여주는 분야는 마케팅 분야이다:이전의 칼럼에서도 인간이 숫자에 매료되는 것을 다룬적이 있지만(http://leviathan.tistory.com/1936) 수많은 게이머들이 그 게임을 함께 한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다른 게이머들의 구매의사를 촉진하는 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이볼브의 경우, 2K 마케팅 팀은 게임 내에서 일어난 다양한 데이터들을 기반으로 인포그래픽을 제작, 이를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며 이러한 마케팅은 게임업계에 있어서 점점 흔한 형태가 되어가고 있다.


이러한 수치의 스펙타클이라는 부분은 다른 빅데이터 기반 마케팅에서도 자주 찾아볼 수 있는 개념이며, 동시에 게임에 있어서는 '외적인' 부분이다:게임이 축적하고 있는 빅데이터들은 대부분 게이머에게 보여지는 풍경 또는 스펙타클로써 작용할 뿐이다. 그것이 직접적으로 게이머의 행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물론 현재의 빅데이터 기반의 마케팅이나 기술, 산업에서의 활용은 일반적으로 1차적인 개념에 가깝다:데이터가 발생하고 이를 추적하여 효율적으로 관리한다. 월마트가 위성을 띄워서 미국 전역의 월마트 물류를 추적하고 관리하거나, 유럽의 운송회사가 GPS 트래킹을 이용해서 물류의 흐름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듯이 현재의 빅데이터는 빅데이터를 쌓고 그것을 관리하는 쪽에 방점이 찍혀있다. 그렇기에 아직까지는 이를 분석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내는 모델이 보급되었다고 보기는 힘들다. 즉, 빅데이터는 이제 막 시작된 기술이며, 동시에 게임에 있어서 빅데이터 역시도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현재 게임에서 발생하고 축적되며 통계의 형태가 되는 게임에서의 빅데이터는 이제 게임 외적인 풍경이나 서사를 넘어서 게임 내부로 들어와서 게이머의 행동을 통제하고 새로운 게임 경험을 제공하게 될것이라 예측해볼 수 있다. 이미 아마존은 개인이 어떤 상품을 클릭하는지를 보고 그에 맞춰서 큐레이팅 서비스(고객이 관심을 가질만한 정보를 페이지에 보기 좋게 배치하는 것)를 제공하고, 더 나아가서는 이러한 정보들을 기반으로 '당일 배송'이라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즉, 빅데이터는 단순하게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것을 넘어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갖고 있는 것이다. 게임이라는 매체 역시도 이러한 가능성을 갖고 있으며, 동시에 '행동을 통제한다'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우리가 무한한 잠재력을 갖고 있는 분야가 될 수 있다.


어디까지나 본인의 상상이지만, 이런 가능성도 존재한다:레프트 4 데드에는 AI 디렉터라는 개념이 존재한다. 디렉터는 게임이 진행되는 진척상황을 보고, 언제 어떻게 좀비를 투입하여서 사람들을 지루하게 만들지 않을지, 아이템은 어디에 배치할 것인지 등을 결정한다. 전적으로 게임을 예측 불가능하게 구성하려는 레프트 4 데드의 시도는 아쉽게도 몇시간의 반복 플래이를 통해서 그 패턴을 금방 학습할 수 있다:AI 디렉터에게는 겉으로 드러나있지는 않지만 주어진 규칙이 있고, 이 규칙은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명확하다(게임을 해본 게이머들이라면 알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 게이머의 행동패턴 데이터를 축적하고 분석하고, 더 나아가서 AI 디렉터의 규칙을 실시간으로 조정할 수 있다면 어떨까? 굳이 레프트 4 데드가 아니더라도, 싱글플래이에 있어서 아이템과 몬스터의 배치, 패턴 등이 스크립트에 의해서 고정적인 것이 아닌 빅데이터 기술에 의해서 피드백을 받아서 유동적으로 바뀔 수도 있지 않을까?


물론 도래하는 미래에 대한 상상은 어디까지나 즐거운 망상에 불과할 뿐이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빅데이터 기술과 게임은 우리가 느끼는 것보다도 훨씬 더 가깝다는 것이며, 이는 근시일이 아니더라도 게임 업계의 판도를 뒤흔들 수 있는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본인은 본다.






게임 이야기




혹시 스타쉽 트루퍼스라는 영화를 아는 사람이 있는가? 로버트 하인리히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폴 버호벤이 감독을 한 영화 스타쉽 트루퍼스는 대중 문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우주로 간 해병대'나 강화복 등의 다양한 SF 소재가 시작된 모티브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로버트 하인리히의 기념비적인 SF 소설에서 폴 버호벤은 원작이 갖고 있는 군국주의의 가능성(원래부터 이런저런 논란이 있었던 작품이라 할 수 있다)에 주목하고 거기에 블랙 유머와 악의를 덧붙였다:나치 독일 군복을 연상시키는 연방군 복식에, 다들 어딘가 나사가 빠져있는 것처럼 보이는 케릭터 묘사와 세계묘사, 섬찟한 느낌을 던져주는 방송 영상까지. 물론 로버트 하인리히의 원작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블랙 코미디에 가까운 접근을 했다고 비판받는 영화판 스타쉽 트루퍼스이긴 하지만, 동시에 영화가 던진 독특한 이미지는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었다고 평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렬하였다.


애로우헤드 게임즈가 만들고 PSN 독점 유통인 탑다운 방식 아케이드 슈터(혹은 에일리언 슈터류로 알려진) 헬다이버스는 전적으로 폴 버호벤의 스타쉽 트루퍼스의 영향을 받은 게임이다:게임은 슈퍼-지구라고 불리는 인류 국가가 민주주의를 전 우주에 전파하기 위해서 모든 외계인들을 상대로 전쟁을 벌인다는 스토리에 기초하고 있다. 또한 게임의 이야기 뿐만 아니라 게임의 시스템적인 부분도 블랙 코미디적 요소로 점철되어 있다. 기본적으로 4인 코옵을 지향하는 헬다이버스는 팀킬 게임으로 유명했었던 매지카의 전통과 에일리언 슈터류의 장점을 이어받음으로서 하드코어한 코옵 경험을 제공하며, 흥미로운 멀티 요소들을 추가함으로서 기존의 에일리언 슈터류 게임이나 전작 매지카와는 다른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헬다이버스의 기본 게임 플래이는 정진정명한 '에일리언 슈터'다: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점인 탑다운 방식의 슈터 아케이드인 게임은 다양한 무기들을 이용해서 압도적인 숫자의 적을 쓸어내는데 집중한다. 이 장르에 있어서 가장 유명한 에일리언 슈터부터 시작해서, 애로우헤드 게임즈의 매지카나 벨브의 무료 게임 에일리언 스웜, PSN 독점 데드 네이션 등등까지 소위 에일리언 슈터 장르는 시장에서 검증받았으며 헬다이버스도 이들의 장점을 계승(코옵, 아군 사격, 압도적인 숫자 등등)하는데 집중한다.


하지만 헬다이버스가 전적으로 기존의 작품들을 밴치마킹하는데 주력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헬다이버스에 있어서 기존의 에일리언 슈터류와 뚜렷하게 다른 특징이 두가지가 있다. 첫번째는 개방형 스테이지다:스테이지 상에는 달성해야하는 오브젝트들이 있고, 게이머는 투입지점을 자유롭게 선택하고 게임을 진행하게 된다. 스테이지 상에는 정찰병들이 있으며, 게이머를 발견하는 순간 즉각 증원을 요청하기에 게이머는 수시로 맵을 확인하면서 정찰병을 피해서 게임을 진행할 것인가 아니면 최단거리로 적들을 마주하면서 게임을 진행할 것인가를 계속 판단해야 한다. 열려있는 스테이지 구조를 차용하였고, 달성해야 하는 오브젝트에 차이점을 둔 덕분에 게임은 스테이지를 해결하는데 있어서 다양한 접근의 가능성을 열어둔다:예를 들어서 게이머는 비교적 부담이 덜한 SAM 배치나 지역점령 오브젝트는 최대한 뒤로 미루고, 늪지에서 일어나는 로켓 방어 같은 오브젝트를 먼저 해결할 수 있다.


두번째는 스트라타잼이라는 시스템이다. 헬다이버스는 다른 게임들과 다르게 기본 물자가 극도로 부족한 게임이라 할 수 있다:적들은 끝없이 밀려오는데 기본적으로 투하 시 지급된 무기로는 이들을 모두 상대할 수 없다. 그러나 게이머는 그 반대급부로서 보급품 공중투하를 요청할 수 있고, 이러한 공중투하 요청 시스템을 가르켜 '스트라타잼'이라 통칭한다. 스트라타잼을 통해서 게이머는 다양한 보급품들-탄약에서부터 공중폭격, 심지어는 탱크나 APC 같은 중장비까지-을 요청할 수 있다. 문제는 게이머가 이를 원버튼으로 편하게 부를 수는 없다는 것이다:게이머는 L1 버튼과 십자패드를 조합해서 스트라타잼을 소환하기 위한 커멘드를 입력해야 하며 소환까지 투하까지 시간이 걸리기에 적이 코앞까지 몰려온 상황에서는 쓰기 껄끄럽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이러한 불편함이 게임의 긴장감을 불러온다. 적은 몰려오고, 물자는 부족하고, 보급은 불편하고 시간이 걸린다. 그렇기에 게이머는 살아남기 위해서 온몸을 비틀며 전략 전술은 물론 잔머리까지 동원하게 된다.


이러한 두 특징-열려있는 스테이지와 스트라타잼-덕분에 게임은 다른 에일리언 슈터류와는 다른 독특한 게임 진행을 보여준다.몰려오는 적들을 쓸어내는 에일리언 슈터류 특유의 재미와 함께, 게임은 게이머에게 많은 선택지와 한계를 부여함으로서 전략적인 접근을 유도한다. 그리고 이러한 게임의 시스템적 요소들은 동료와 코옵을 할 때 극대화된다. 코옵을 지원하는 다른 에일리언 슈터류의 게임들과 유사하게, 헬다이버스는 동료를 쏘지 않으면서 적을 공격해야 하는 것을 기본 전제로 깔고 있으며 스트라타잼이라는 요소 덕분에 다양한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몇몇 게이머들이 폭격류의 스트라타 잼을 챙기고 다른 게이머들은 같이 이동할 수 있는 중장비인 APC나 지원 장비인 재보급팩 같은 것을 장비하여 빠른 이동과 강대한 화력을 장비할 수 있다. 난이도가 올라갈 수록 맵마다 등장하는 적의 조합이 달라지고 요구하는 장비도 달라지기 때문에 게이머들이 어떻게 장비를 조합할까는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이 스트라타잼이라는 요소 덕분에 게임은 온갖 기상천외한 트롤링이 가능해진다:스트라타잼가 소환하는 드롭포드는 설정상 궤도상에서 지상을 향해 초음속으로 발사되기 때문에, 게임 내에 등장하는 거의 대부분의 존재들(정찰병, 보병, 중보병, 거대한 중장비에서부터 당연하게도 아군까지)을 원샷 원킬 내버리며 아군을 사고로 죽이는데 지대한 공헌을 하기도 한다. 탄약 보급한 드롭포드에 맞아서 APC나 워커 같은 중장비가 한방에 산화하는 어이없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며 게이머들은 혼자서 하든 여럿이서 하든 이를 항상 유념할 수 밖에 없다.


게임에는 배경설정은 존재하지만 특별한 스토리는 없다. 게임은 커뮤니티 단위로(정확히 지역 단위인지 서버단위인지 아니면 친구단위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루어지는 게임 플래이에 따라서 구역을 먹거나 구역을 잃거나 하는 땅따먹기 게임이라 할 수 있으며, 게이머는 미션을 진행하면서 자신이 속한 커뮤니티의 땅따먹기 진행상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게임은 코옵을 전제에 깔고 만들어졌기 때문에 멀티 환경 자체에서 열려있는 모습을 보여주며(미션 도중에 플래이어가 난입하는 것은 기본이고, 게이머는 스트라타잼을 이용해서 다른 플래이어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도 있다), 함께 플래이하는 감각을 강화하기 위해서 다양한 빅데이터적인 요소를 활용하기도 한다. 또한 스토리 자체가 없는 대신에 전함 스테이지에서 뉴스 매세지를 지속적으로 띄우거나 백과사전이나 텍스트 등의 다양한 정보를 제공함으로 헬다이버스의 세계가 어떤 세계인지를 파악할 수 있게 만들었다.


결론적으로 헬다이버스는 흥미롭고 재밌는 게임이라 할 수 있다:물론 게임이 높은 난이도에 도전하는 것을 제외하면 반복적으로 플래이할만한 요소(수집요소나 업그레이드, 혹은 좋은 무기나 장비 같은걸 얻는다던가 등의)가 적다는 점, 게임에 치명적인 버그가 산재해있다는 점 등에서 아쉬운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헬다이버스는 2만원 정도의 값어치는 분명하게 해내는 게임이며, 몇몇 부분에서는 분석할만한 가치가 있는 흥미로운 모습을 가진 게임이기도 하다.


이후 빅데이터 시대의 게임에서 헬다이버스의 흥미로운 비동기화 멀티 요소를 다루도록 하겠다.





게임 이야기




바쁘면 글고자가 되는거 같은...



그래도 맵 투더 스타즈 감상은 내일 올라옵니다.






애니, 만화, 영화 이야기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에 가려진 슈퍼히어로의 진짜 모습! 그 동안 당신이 궁금해했던 할리우드와 브로드웨이 무대 이면이 낱낱이 공개된다! 슈퍼히어로 '버드맨'으로 할리우드 톱 스타에 올랐지만 지금은 잊혀진 배우 리건 톰슨(마이클 키튼). 그는 꿈과 명성을 되찾기 위해, 브로드웨이 무대에 도전한다. 대중과 멀어지고, 작품으로 인정받은 적 없는 배우에게 현실은 그의 이상과 거리가 멀다…재기에 대한 강박과 심각한 자금 압박 속에, 평단이 사랑하는 주연배우(에드워드 노튼)의 통제불가 행동들, 무명배우의 불안감(나오미 왓츠), SNS 계정하나 없는 아빠의 도전에 냉소적인 매니저 딸(엠마 스톤), 연극계를 좌지우지 하는 평론가의 악평 예고까지.. 과연 ‘버드맨’ 리건은 다시 날아오를 수 있을 것인가…(네이버 영화 시놉시스)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의 영화 버드맨은 한 퇴물 배우가 자기 중심을 되찾아가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연극에 도전하는 퇴물 배우와 이를 차가운 눈초리로 바라보는 대중과 평단, 그리고 동료 배우들, 그리고 한때 잘나갔던 자신의 분신 버드맨이 위압적이고도 달콤하게 속삭이며 연극을 포기하게 하고자 유혹하는 등 주인공인 리건 톰슨을 둘러싸고 있는 상황은 녹록치 않다. 이러한 쉽지 않은 상황을 극복해나가는 과정을 약 두시간에 걸쳐서 풀어나가는 버드맨의 이야기는 어떻게 본다면 그저그런 감동 스토리 영화에 머물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버드맨이 보여주는 영상과 이야기는 마치 꿈틀거리는 것 같이 생동감 있으며 매력적이며 독특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버드맨의 이야기의 특징을 다루기 위해서는 먼저 '어째서 리건 톰슨은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기 위해서 브로드웨이 무대에 도전하는가?'라는 지점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연극배우가 영화 배우로, 영화배우가 연극배우로 넘어오는 것은 일상다반사 까지는 아니더라도 희귀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것이 리건 톰슨처럼 퇴물 배우가 어째서 '연극'이라는 장르에 집착하는가를 설명해주진 못한다. 그 자신이 레이먼드 카버에게서 호평을 들은 것을 연기 인생의 출발점으로 삼았다고는 하지만(물론 마이크의 지적처럼 그것은 술김에 쓰여진 촌평이긴 하다), 단지 그것만으로는 영화 전반에서 드러나는 그의 연극에 대한 광기어린 헌신을 모두 설명할 수는 없을 것이다. 


왜 리건 톰슨이 연극에 집착하는가를 설명하기 위해서 주목해야 하는 점은 연극이라는 매체의 특징이다. 독일의 극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는 이렇게 말한적이 있다.




"교회에 가거나 법정에 가거나 혹은 학교에 가는 식으로 극장에 간다면 그건 틀렸다. 우리는 스포츠 경기장에 가듯 극장에 가야한다. 여기서는 이두박근을 이용해서 하는 싸움이 아니라 좀더 섬세한 싸움이 일어난다. 그 싸움의 무기는 언어이다. 무대에는 항상 최소한 두명 이상의 사람이 있고, 또 대부분은 갈등을 겪는다. 우리는 누가 이기는지 분명히 지켜봐야 한다.


...(중략)...격투기에서 처럼 사람들 속을 꿰뚫어 봐야하고 예리하게 주시해야 한다. 무대에서는 사소한 기술이 가장 흥미롭다. 영화는 이런것을 갖고 있지 못하다. 영화는 내면적인 것과 미묘함을 이해하지 못하는 둔한 사람들의 몫이다. 그래서 좀 더 영리하고 섬세한 사람들은 연극을 보러 가야한다. 그리고 앞서 말했듯이 그들은 연극을 스포츠를 보듯 관람해야 한다."


-베르톨트 브레히트, 베르톨트 브레히트는 이렇게 말했다 P143






브레히트의 영화 매체 비평은 차치하더라도, 이 브레히트의 발언에는 중요한 의미가 숨어있다:연극이란 영화와 다르게 완벽한 재현이 불가능한 매체며 그렇기에 연극은 스포츠와 비슷한 극적 긴장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벤야민은 영화라는 매체를 여러번의 촬영을 통해 선별된 결과물을 바탕으로 편집되는 매체라는 것을 지적한 적이 있다. 그렇기에 영화는 컷으로 시공간이 분절되어 있으며, 각각의 컷은 가장 뛰어난 연기의 결과물로 구성이 된다. 하지만 그렇기에 영화에는 어떤 독특한 긴장(혹은 아우라)을 담아낼 수 없다:벤야민의 예시처럼, 총격전이 일어나고 창문을 깨고 도망치는 씬에서 창문을 깨고 도망치는 씬을 찍은 뒤에 총격전 씬을 찍어 영화의 시간대와는 전혀 다른 역순의 구성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서 연극은 그 연기는 오로지 그 순간에만 존재한다:연기자들의 몸상태, 관객의 분위기 등등 각각의 연극들은 고유한 특징들과 환경, 제약을 갖고 있으며 그로 인해서 그때에만 존재하는 생동감과 긴장감, 아우라를 갖게 된다.


왜 리건 톰슨은 연극이라는 수단을 자신 삶의 돌파구로 지목한 것일까? 관객들은 영화 내내 드러나는 그의 과거 삶들의 편린들을 통해 이를 알 수 있다. 리건은 끊임없이 사랑을 받기를 원하며 이를 갈구하지만 아내와 이혼하고 마약 중독 재활원에서 막 나온 딸과의 관계는 소원한 등 인간관계에서 전적으로 실패를 경험한다. 또한 그의 커리어는 버드맨이라는 히어로 무비로 흥행적 측면에서 성공했지만, 역으로 이는 그의 커리어를 얽메어버린다. 사람들이 기억하는 것은 코스튬을 입고 연기하는 배우 리건 톰슨이 아니라 버드맨일 뿐이다:그렇기에 케릭터로써 버드맨은 리건 톰슨이 아니다. 버드맨의 인격이 리건과 별개로 분열되고 서로가 서로를 부정하고 조롱하는 것은 전적으로 리건에게 있어 케릭터 버드맨은 그의 능력과는 전혀 무관한 타자적인 존재라는 것을 입증하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재밌는 부분은 리건이 홀로 있을 때 그가 '초능력'을 쓰는 것처럼 묘사되는 부분이다. 홀로 있을 때 리건은 물건에 직접 손을 대지 않고 물건을 집어던지거나 조작한다. 물론, 그가 진짜로 초능력을 가진 것은 아니며 그것은 전적으로 그의 환상에 불과하다:영화의 클라이맥스 직전에 택시비도 안 내고 택시를 타는 그의 모습에서도 드러나듯이 실제로는 매우 우스꽝스러운 일들이 리건이 초능력을 쓰는 장면 기저에 깔려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그가 왜 초능력을 쓰는 환상을 경험하는가 이다. 물론, 그가 어느정도 광기에 물들어 있다는 것으로 이를 설명할 수도 있다:하지만 본질적으로는 타인이 없을 때 그는 그의 세계의 중심이자 특별한 존재라고 생각하기에 주변에 그런 전지전능함을 내비치는 환상을 본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비록 퇴물 배우임에도 그는 그 자신이 코스튬이나 부, 명성이 아닌 자신만의 힘으로 무엇을 이루어낼 수 있다고 믿기에 그런 환상을 경험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무엇보다도 리건은 스스로가 특별한 존재라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그리고 그것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어떤 한치의 거짓도, 덮여씌워질 이미지도 없는 공간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연극은 그러한 점에서 아우라와 생명감 약동하는 힘의 공간이며, 동시에 그의 연기의 근원(레이먼드 카버의 촌평)으로 돌아가는 작업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영화는 이를 매우 호흡이 긴 롱테이크의 형태로 풀어낸다:컷이 분절되지 않는 롱테이크의 특징 덕분에 영화는 끊기지 않는 흐름과 몰입감을 관객에게 선사한다. 그리고 여기에 드럼의 강렬한 박자와 함께, 리건의 광기, 마이크의 기벽, 연극판의 희로애락들이 더해지면서 버드맨은 다른 영화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생명력을 갖게 된다.


재밌는 점은 초중반에 중요한 위치를 점했던 연극배우 마이크(에드워드 노튼)가 중후반으로 갈수록 그 비중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불륜을 들키는 장면에서 연인인 여배우와 실제로 하자고 덮치거나 술을 마시는 장면에서 직접 술을 마시는 마이크의 기벽은 연극이 갖는 에너지와 생명력, 그리고 광기를 드러내는 부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연극 무대라는 공간에서만 가능한 긴장감과 생명력이 마이크라는 인물을 움직이는 광기이자 동인이며, 이런 점에서 초중반의 리건은 마이크에게 밀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중후반부로 갈수록 리건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은 그를 광기로 몰아가며 그 역시도 마이크를 능가하는 광기를 갖게된다. 그리고 그 광기가 마지막 클라이맥스의 리건이 펼치는 혼신의 연기로 승화되게 된다.


클라이맥스 직전에 리건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은 전적으로 적대적이라 할 수 있다:타비사로 대변되는 평론가들은 필사적인 리건을 일탈하는 헐리웃 대배우로 규정하고 맹목적으로 적대한다. 대중들은 버드맨인 리건 톰슨을 기억할 뿐이며, 그를 신기한 동물 보듯이 보고 조롱하거나 관심을 보이고, 뛰어난 연극배우인 마이크 마저도 리건을 기회삼고 리건의 등을 처먹는 기인으로 묘사한다. 심지어 한술 더떠서 그의 내면 자아인 버드맨조차 헐리웃으로 돌아가 부와 명예를 얻자고 리건에게 속삭인다. 전적으로 자신을 연극에 투신함으로서 자신의 존재가치, 자신이 특별하다는 것을 입증하려는 리건의 노력을 이해하는 사람은 없다. 영화가 이렇게 리건을 둘러싸고 환경을 다루는 방식은 적대적이라 할 수 있다. 영화는 뭐든지 딱지를 붙이는 평론가에게 '도대체 사람이 어떻게 살아야 비평가가 되는거야?'라고 조소하고, 연극판은 기벽이 판을 치며, 버드맨으로 대변되는 헐리웃의 히어로 영화를 멍청한 대중들에게 편승하는 상업물로 치부해버린다. 


하지만 오해해서는 안되는 점은 버드맨이 '예술가의 예술 인정 투쟁 vs 멍청한 대중 및 평론가, 세상'의 구도를 세워놓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리건은 스스로 자신이 될 수 있었는가?'라는 자아찾기의 문제로 접근한다는 것이다. 그가 원하는 것은 그의 연기에 대한 인정과 그 자신에 대한 사랑이었으며, 이를 위해서 자기 자신이라는 중심을 되찾을 필요가 있었다. 그것은 외부적인 압박(어떤 연극이 나오더라도 사상 최악의 악평을 주겠다는 타비사)와 내부적인 갈등(다시 헐리웃으로 돌아가 히어로 영화를 만들자는 버드맨) 사이에서 팽팽한 긴장을 경험한다. 그리고 그가 내린 결정은 그 팽팽한 긴장관계 속에서 자신을 내던지는 것, 관객과 세상을 향해 온몸을 부딪히는 행위(혼신의 열연을 펼친 뒤, 머리에 공포탄이 장전된 권총을 쏘는 것)로 귀결된다.


그러한 도박은 결국 성공을 거두게 된다. 리건은 비평가들과 대중들로부터 절대적인 찬사를 받게 되며, 그는 버드맨이라는 히어로 영화를 떠나 자신만의 독자적인 지위를 세상에 인정받게 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그 자신이 더이상 버드맨이라는 존재에 속박되는 것이 아니라, 이를 뛰어넘었다는 점이다. 공포탄이 남긴 화약의 흔적은 그의 눈가에 버드맨과 같은 화장을 남겼으며, 그의 얼굴을 감싼 붕대는 영락없는 새 부리 같은 모습이다:더이상 리건은 우스꽝스러운 코스튬에 속박되어 있는 버드맨이 아니라 오롯이 자기 자신이자 버드맨의 힘을 가진 새로운 존재가 된 것이다. 그렇기에 그는 버드맨에게 작별을 고하고 그의 환상속에서 그랬던 것처럼 창문을 열고 세상을 향해 도약을 한다.


도약 이후 병실에 들어온 딸 샘이 아버지를 찾는 모습은 이 영화를 함축하는 백미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샘은 아버지가 침대에 누워있지 않음을 보고, 화장실을 본 뒤에 열려있는 창문을 보게 된다. 불안한 마음에 창문 바깥으로 몸을 내밀고 주변을 둘러보던 샘의 시선은 아래에서 위로 이동하게 된다. 그리고 그녀가 무언가를 보고 웃음을 터뜨리는 장면을 끝으로 영화는 막이 내린다. 이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리건의 하늘을 나는 환상은 전적으로 그의 환상, 그의 세계에서만 존재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샘의 시선이 아래를 거쳐 위로 향하는 것, 그리고 투신자살한 아버지가 아닌 하늘을 날고 있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는 것처럼 묘사하는 점에서 영화는 리건이 특별한 존재라는 것이 리건의 환상만이 아닌 타인도 이를 인지할 수 있음을, 그리고 리건이 버드맨이 아니라 그 스스로 존재할 수 있음을 암시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버드맨은 광기어리고 생동감 넘치며 동시에 아름다운 작품이라 할 수 있으며, 기회가 있으면 꼭 보기를 추천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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