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 만화, 영화 이야기/애니에 대한 잡생각




1.요즘은 알렉상드르 뒤마(아버지 뒤마[각주:1])의 몽테크리스토 백작과 함께, 곤조의 2004년작 암굴왕[각주:2]을 함께 감상하고 있는 중입니다. 소설은 절반 이상을 보았으며, 애니메이션은 이제 감상을 시작. 현재까지의 감상은 대만족입니다.

2. 알렉상드르 뒤마의 몽테크리스토 백작은 대중 문학에 있어서 큰 획을 그은 작품이며, 현재까지도 영화나 만화, 애니 등으로 만들어지고 있는 작품입니다. 그리고 몽테크리스토 백작이라는 케릭터 자체 또한 지금까지의 수많은 대중문학에서 인용되고 변용되는 케릭터[각주:3]이기에 소설 몽테크리스토 백작이 대중문학 계에 끼친 영향은 대단히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소설 자체도 지금 봐도 훌륭합니다. 화려한 문장체와 놀라운 묘사, 그리고 몽테크리스토 백작이 어떻게 그의 복수를 실현하는가의 과정을 독자들에게 흡입력있게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작품 내에서 몽테크리스토 백작은 완벽하지만 어딘가 뒤틀린 인간으로 묘사됩니다. 이러한 묘사는 뒤마의 의도이기도 하지만, 몽테크리스토 백작이 그들의 숙적을 속이기 위해 그의 본모습을 감추고 숙적들에게 접근할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가 겪었던 고난은 그를 외적으로는 흡혈귀 같은 모습으로, 내적으로는 염세적이고 뒤틀린 광기에 잡힌 인간으로 바꾸어 버리죠. 이렇게 완벽함과 뒤틀림의 묘한 조화는 몽테크리스토 백작이라는 케릭터를 설명하는데 가장 적절한 표현입니다.

3.작품이 진행되는 시점에서 그의 복수는 이미 완성되어있는 상태입니다. 나머지는 그것이 어떻게 결실을 맺는가 이죠. 실상, 독자가 글을 읽으면 읽을 수록 그의 복수는 갈피를 잡을 수 없습니다. 도대체 몽테크리스토 백작은 무엇을 발견해서, 무엇으로 복수하는가? 이는 오로지 몽테크리스토 백작만이 알고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독자는 그가 의도한 결과가 나올때 까지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기다릴 수 밖에 없습니다. 이는 작품에 몰입하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하게 되죠.

4.사실 소설에 있어 크게 아쉬운 점은 없습니다만, 역시 문제는 몇천 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 다만 그중의 절반 이상은 화려한 수식어와 미사여구, 귀족적인 대화들과 표현을 나타내는 것이기에 압축하면 소설책 2~3권 분량으로 축약할 수도 있지만, 그러한 미사여구들이 작품을 빛내주기에 생략하는 건 좀 그렇더군요(언제나 그렇듯이 어떤 작품이든 무삭제 본으로 봐야한다는 것이 제 철칙이자 좌우명입니다)

5.이제는 故 자를 붙여야하는 곤조[각주:4]의 작품인 암굴왕은 제가 생각하는 몽테크리스토 백작의 이미지를 잘 옮긴 작품입니다. 애니메이션 치고 특이한 기법과 회화적이고 정적인 구도를 보여줌으로서 케릭터들이나 상황에 대한 은유적인 암시 와 독특한 느낌을 제공합니다. 그리고 몽테크리스토 백작의 성우로 그 유명한 나가타 죠지[각주:5] 의 우아하면서 퇴폐적이고, 음울한 목소리도 훌륭합니다. 

 설정이나 이야기 자체는 많은 부분 다릅니다.(근대 프랑스 파리에서 SF로 가버렸으니 많이 다르죠) 느낌상 가장 차이가 나는건 알베르의 케릭터 더군요. 원작에서는 호기있는 귀족 청년이라는 느낌에서, 애니메이션 쪽에서는 부모로부터 과보호를 받고 거기서 독립하고 싶어하는 청년으로 묘사되더군요. 또한 원작의 내용도 많은 부분 변용을 두었는데, 원작에서 몽테크리스토 백작의 기이함과 염세적인 부분을 보여준 처형장면을, 애니에서는 몽테크리스토 백작이 알베르를 유혹하는 파우스트의 메피스토텔레스 같은 모습과 알베르의 유약한 케릭터를 보여주는 장면으로 바꾸었더군요.

 하지만, 원작의 느낌과 컨셉(이중적인 존재로서의 몽테크리스토 백작, 완벽한 복수, 그리고 예견된 파멸 등)은 잘 살린편입니다. 실상, 애니메이션 자체만 보더라도 전형적인 일본 애니메이션이라 보기 힘든 독특한 색조와 구도, 감성을 지닌 작품이기에 훌륭하다고 평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끝까지 이게 유지가 되는가가 문제겠군요.

6.죄악업으로 다룰 예정입니다. 그나저나 '지금 거기 있는 나'는 언제 쓰지;


  1. 아버지 뒤마는 삼총사와 몽테크리스토 백작으로, 아들 뒤마는 춘희 라는 오페라(...기억이 가물가물;)로 유명합니다. [본문으로]
  2. 일본에서 몽테크리토 백작을 암굴왕(巖窟王)이란 제목으로 번역했습니다. [본문으로]
  3. 대표적인 예로, 올드보이 같은 경우 감금되었다가 복수를 한다는 점에서 몽테크리스토 백작과 많은 부분 유사합니다. [본문으로]
  4. 故 곤조는 사키를 마지막으로 부도처리 되었습니다. [본문으로]
  5. 수많은 사람들에게 헬싱의 아카드 성우로 유명하죠.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