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 만화, 영화 이야기/리뷰

오노 나츠메는 창작 동인계에서 활동하다 '라 퀀타 카메라'로 데뷔하여 낫 심플과 리스토란테 파라디조 등의 작품을 내고 유명해진 만화가입니다. 보통의 일본 만화가들과 다른 독특한 그림체와 담담한 스토리 라인 등의 특색을 가지고 있는 만화가이며, 국내에는 대부분의 책들이 소개되었습니다. 저도 예전부터 이 작가의 명성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기 때문에 작품을 구해서 보려고 했으나, 여건이 맞지 않아 못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개강날에 동방에 가보니까 국내에 나온 오노 나츠메 작품이 다 있더군요. 후배 덕분에 좋은 만화보고 두 작품을 한꺼번에 다루는 더블 리뷰를 쓰게 되었습니다.



Not Simple




개인적으로 오노 나츠메라는 작가를 알게 된 계기가 Laika 님의 블로그에 올라온 낫 심플 의 평가와 단행본 중의 한컷을 통해서였습니다. 그때 받았던 느낌은 '케모노즈메를 서양풍으로 그려내면 이렇게 될까?'라는 느낌이었습니다. 물론 실제 감상은 첫 느낌과는 많이 다르지만요.

낫 심플은 행복해질 수 없었던 한 남자의 불우한 인생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자세한 스토리는 미리 니름이 되어서 자제하겠지만, 한 남자가 더 이상 떨어질 수 없는 불행으로 떨어지는 과정을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스토리 자체가 대단히 자극적이고 감상적인 부분이 많다고 할 수 있지만, 낫 심플은 그러한 자극적인 부분에 대한 묘사를 극도로 자제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극도로 건조한 컷 구성을 통해서 작품은 그런 비극으로부터 한발자국 떨어져서 이야기를 관망합니다. 그러나 그렇게 이야기를 관망하는 분위기임에도 불구하고 케릭터의 감정은 잘 살려내고 있죠.

이렇게 상반된 효과('이야기를 관망하는 분위기'와 '케릭터의 감정 묘사')를 동시에 드러낼 수 있는 이유는 오노 나츠메의 독특한 그림체 덕분입니다. 전반적으로 거친 묘사와 동시에 우수에 찬 큰 눈동자(근래 일본 만화의 주류인 소위 '눈알 괴물'과는 다른)와 케릭터에 대한 훌륭한 묘사를 통해서 두가지의 상반된 효과를 동시에 얻어낸 것이죠. 그렇기에 작품은 전반적으로 무미건조하지만, 따스한 느낌이 들죠.

사실상 작품은 거의 대부분을 주인공의 우울했던 인생에 맞추고는 있지만, 과거로 회귀해서 보여주는 마지막 엔딩 장면(사랑의 징조)을 통해 긴 여운을 주는데 성공합니다. 작품의 이야기로 보았을 때는 비중이 상당히 작은 이야기였지만, 이를 처음과 마지막에 언급함으로써 그의 비극적인 인생을 부각시키면서 동시에 오묘한 기분이 드는 엔딩을 만들어냅니다. 어찌보면 누나를 찾아다니는 과정에서 점점 불행해지는 그에게 단 한순간 행복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장면이었으니까요.

'낫 심플'은 자칫 단순 신파성 멜로로 흐를 수 있는 이야기를 독특한 묘사와 구조를 통해 깊은 여운을 주는 작품으로 승화시키는데 성공합니다.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한번 감상하고 넘어가야할 만화라고 생각합니다.



리스토란테 파라디조




리스토란테 파라디조는 위에서 리뷰한 '낫 심플'에 비하면 가벼운 로맨스 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노신사와 젊은 여인이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가 주요 내용인 '리스토란테 파라디조'는 어찌보면 현재 동인녀들의 트렌드(노신사, 안경 등)와 많은 부분 맞닿아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덕분에 리스토란테 파라디조는 애니화까지 되었고, 실제 많은 사람들이 오노 나츠메의 작품을 처음 접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야기는 크게 두 축으로 이루어집니다. 사랑을 위해 자식을 떠난 어머니와 이에 화가 나서 어머니를 쫒아온 딸 사이의 갈등의 축과 노신사와 딸 사이의 미묘한 연애 감정에 대한 축으로 나뉩니다. 재밌는 점은 서로 연관성이 없는 듯한 두 개의 이야기 축이 '사랑'이라는 공통된 소재를 통해서 만나게 됩니다. 딸은 노신사와 사랑에 빠지게 되면서 점점 사랑에 빠진 어머니를 이해하게 되고, 어머니는 그런 딸의 모습을 보면서 딸에 대해 점점 알아가기 시작합니다.

리스토란테 파라디조는 낫 심플에 비해서 대단히 밝고 유쾌합니다. 적당한 유머도 있고, 운치도 있는 편이죠. 그리고 이탈리아 음식 문화나 분위기를 잘 살려내었습니다. 이는 작가가 이탈리아 유학생활을 했을때 느꼈던 것들을 작품에 옮긴 것입니다. 재밌는 점은 리스토란테 파라디조는 일반적인 연애 만화보다는 덜 자극적인 스토리와 분위기를 냅니다. 극적인 사건이랄 것이 없고, 극중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작은 소소한 사건들이 전부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작품은 대단히 일상적인 일들을 풀어낸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사실, 저는 낫 심플 쪽이 리스토란테 파라디조보다 좋다고 하겠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스토란테 파라디조도 괜찮은 작품입니다. 사실 만화책 분량하고 애니 분량하고 어떻게 매치가 되는지 좀 의문스럽기는 하지만(만화책은 아주 깔끔하고 짧게 끝내더군요), 만화책 내용 그대로 간다고 하면 애니메이션도 볼만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림체 쪽에서는 거친 질감을 잘 살려낸 만화책 쪽이 더 낫다고 생각하지만요.